| 호박이 열리면..어른 두주먹크기의 동그란 초록색의 호박이 열리면 할머니는 잡아온 낙지늘 삶아 애호박 초무침을 해주셨다. 막걸리식초를 넣어서 말이다. 못 먹어본지 20여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초여름이면 그 맛이 생각난다. 이 책을 고른 이유다. 왜 이제서야 알았을까.. 읽어볼만하다. 저녁무렵의 양푼에 쓱싹쓱싹. 조금은 요란하던 비비던 소리까지도 생각나게 하는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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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표준어가 아니라 전라도 사투리로 쓰여 있다. 그래서 더 정겹다. 책장 하나씩 넘길때 마다 전라도 사람도 모르는 전라도 사투리가 몇개씩 튀어 나온다. 책 내용의 대부분은 저자가 전라도 구석구석을 찾아 다니면서 만난 억척스러운 전라도 할매 아짐들의 음식 이야기다. 요즘 티브이에서 보면 1박2일이나 삼시세끼 등 야외에서 하는 프로그램이 많는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대부분 먹방이다. 이 책도 전라도 할매나 아짐들의 이야기지만 그 할매나 아짐들이 고단함 속에서도 살기 위해 먹었던 음식에 관한 이야기가 가장 많다. 그렇다고 맛집 이야기가 아니다. 그냥 생활속에서 그때 그때 형편에 맞게 해먹는 음식들인데 음식 만드는 과정을 구수한 사투리로 읽다 보면 정말 한 번 맛보고 싶어지고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도 번진다. 게다가 할매나 아짐들이 음식만드는 과정에서 들려주는 억척스럽고 고단했던 삶의 이야기는 내가 세상을 향해 쏟아냈던 불평들이 배부른 소리였다는 것도 알게 해준다. <전라도 촌스러움의 미학>은 그래서 따뜻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전라도 촌구석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도 몇명 나오지만 그들의 작품이 얼마나 훌륭한지에 대해서는 별로 언급하지도 않고 언급할 이유도 없다. 다만 그들을 통해 토박이 전라도 사람들의 소박한 삶의 이야기를 들려 준다. 이 책을 읽고나면 내가 왠지 좀 더 겸손해지는 느낌도 들고, 욕심의 크기도 잠시 줄어드는 느낌이 들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