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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가흠이라는 작가에 대하여 전혀 아는 바가 없다. 단지 추천으로 이 책을 선택하게 되어서 알게 된 작가이다. <귀뚜라미가 온다>는 그가 200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의 당선작인 <광어>를 시작으로 총 9편의 단편이 실려있는 단편집이다. 2001년에서 2005년 사이의 발표한 작품(한 작품은 미발표작임.)을 모아놓은 책이기 때문에 백가흠이라는 작가의 등단 초기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책이 아닐까 생각된다. 원래는 시인이 되고 싶었으나, 그렇게 하지 못하고 소설가가 되었다는 백가흠. 그와의 첫 대면이 <귀뚜라미가 온다>라는 단편집으로 이루어지게 되었지만, 이 첫 만남은 나에게 상당히 무겁고 강렬한 인상을 주는 것 같다. 이 책에 실려 있는 대다수의 작품들이 결코 가벼운 소재로 구성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솔직히 읽는 내내 부담스러움을 피할 수가 없었다.
그의 당선작인 <광어>는 짧지만, 상징적이고 강렬한 표현으로 눈길을 끌었다. 광어를 회로 뜨는 장면에 대한 묘사는 많은 것을 내포하는 느낌이 들었는데, 살아있는 광어를 얇게 회를 뜨고, 자칫 내장을 건드리게 되면 무채를 깔아주는 장면은 어떻게 보면 우리 인간의 사는 모습을 표현하는 것과 같다. 광어의 내장을 감싸고 있는 두터워 보이는 살은 아마도 우리 인간에게 있어서 윤리 내지는 규범에 해당되는 것이고, 내장을 건드려 광어의 목숨을 끊게 되는 것도 그러한 것을 순식간에 무용지물로 만들어 인간의 내면을 파괴해버리는 행위의 묘사로 여겨진다. 또한 광어를 회로 뜨는 모습은 주인공이 좋아하던 술집 여자를 구원하기 위하여 무리한 방법으로 그녀의 몸값을 구하여 그녀에게 건네주는 행위를 의미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결국 익숙하게 회를 뜨는 그의 일과 수족관의 풍경은 우리 인간 사회를 축소하여 나타내고자 함이 아니었을까라고 생각된다. <광어>의 마지막 장면은 여관에서 여자가 남자 몰래 돈과 통장을 가지고 도망을 갈 때, 남자는 깨어 있었으나, 모른 척 하고 있다가, 그녀가 떠난 후 쓰레기통에 버려져 있던 광어회를 우적우적 씹는 묘사로 끝을 맺고 있다. 사실 남자는 어렸을 적에 어머니가 자신을 버리고 도망을 간 과거가 있었다. 마지막에서도 그가 좋아했던 여자가 도망가는 것을 그저 바라만 보고 있는 주인공의 모습은 그 여자로부터 느꼈던 모성애에 대한 갈구와 배신에 대한 감정을 광어회를 씹어버리는 모습으로 강렬하게 표현하고자 한 것이 아니었나라는 생각이 든다.
<광어>에서 언급한 모성애와 회를 뜨는 모습을 통한 인간의 잔인한 내면은 이 책에 실린 다른 작품의 주요 영감이 되는 듯 하다. 특히 책의 제목인 <귀뚜라미가 온다>라는 작품은 그러한 모성애에 대한 집착이 극명하게 표현되고 있다. 작은 섬에서 하나의 건물 구조에 격리되어 있는 횟집과 분식가게. 횟집에는 한 남자와 연상의 여자가 살고, 분식집에는 노모와 함께 나이 든 아들이 거주한다. 작가는 이 둘의 가정을 극단적인 모습으로 표현을 한다. 횟집의 남성은 연상의 여자와 거친 섹스를 하면서 교성을 지르고, 동시에 분식집에서는 술에 취한 아들이 노모를 폭행하는 모습이 연출된다. 그리고, 횟집의 남성은 노모를 폭행하는 노모의 아들을 폭행을 한다. 연상의 여인으로부터 모성애를 갈구하는 한 남자와 거꾸로 자신의 초라한 삶이 어머니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폭력을 행사하는 남자. 이 극단적인 설정이 한 공간에서 동시에 일어나도록 함으로써 모성애에 대한 갈망을 다양하게 표현을 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비록 연상의 여자와 노모라는 다른 대상이 각각 존재하지만, 두 여성 모두 태풍 귀뚜라미에 의한 해일로 인하여 두 남자의 눈 앞에서 휩쓸려가면서 두 남자의 존재는 순식간에 희미하게 되는 결말을 보여준다. 한 공간에서 이렇게 극단적으로 표현을 한 이유는 결국 남자의 모성애에 대한 두가지 이면을 동시에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었을까라고 생각을 해본다. 모성애에 대한 갈망과 마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로 인하여 폭력을 행사하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한 작품이 아니었을까?
<배의 무덤>과 <배꽃이 지고>라는 작품들도 폭력성과 모성애를 부각시키는 작품이다. <배의 무덤>은 다소 주인공의 과거 이력이 자세히 묘사가 되지 않아서 답답한 부분도 있지만, 결국 인간의 잔인한 폭력성을 소재로 한 작품이었기에 사실 읽는 내내 어두운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배꽃이 지고>는 과수원집 노인이 자신의 아내와 정신 지체 장애 부부에 대한 착취로 사회의 암담함을 느끼게 해주고 있다. 왜 노인은 아내에게 폭력을 가하여 다리를 절게 만들고, 정신 지체 장애 부부를 갈취하면서 살아갈 것인가? 개인적으로 노인은 아내가 아들을 낳을 수 없어서 영원히 인간적으로 성숙하지 못하게 되는 존재로 묘사되는 느낌을 받았다. 노인이면서도 괄괄한 성격과 폭력성의 모습은 그러한 미성숙한 인격을 표현하고자 하였고, 장애인 여자의 젖에게 집착하는 모습도 유아기적인 성의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하였음을 묘사하고자 함이 아니었을까라고 생각을 해본다. 또한 장애인 실태 조사를 나온 공무원을 잘 구워 삶는 노인의 모습은 우리 사회의 부조리도 어느 정도 보여주고자 하려는 의도도 엿보였다.
<성탄절>은 종교의 모순과 부조리함을 꼬집기 위한 작품으로 보여진다. 십자가가 내려다 보이는 곳에서 여자와 관계를 갖는 남자, 교회의 이권을 두고 목사와 대립하는 장로와 집사의 모습, 그리고, 전임 목사의 딸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는 교회 간부들. 이러한 추악한 인간 군상의 묘사를 통하여 이 작품에서는 종교라는 미명하에 자행되는 현실적인 모습을 비판하는 느낌을 받았다. 사실 이 작품은 <배꽃이 지고>라는 작품 이전에 발표되었는데, <배꽃이 지고>에서 노인에게 학대당하는 늙은 아내가 교회로 도피하는 장면이 자주 등장하지만,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하는 부분도 이 작품의 연상에서 종교의 무능함을 덧붙이기 위함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외에도 서로의 목적을 위하여 잔인한 살인을 하는 실험적인 성격이 강한 <2시 31분>이라는 작품과 비참한 현실과 그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구두>라는 작품도 깊게 생각하고 읽어볼 만한 내용인것 같다. 전체적으로 <귀뚜라미가 온다>라는 책은 마치 김기덕 감독의 영화를 보는 듯하다. 어둡고 무거운 이 작품들은 백가흠식의 사랑에 대한 재해석, 재해석 과정을 극단적인 폭력, 잔인함, 변태적인 성으로 표현을 하는 부분은 사실 개인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심지어 책에서 유일하게 미발표된 <밤의 조건>은 매조히즘과 트렌스젠더와의 섹스도 등장을 한다. 잔인함과 폭력, 변태적인 성욕이 등장하는 부분들은 나름의 해석이 필요할지도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눈길을 주고 싶은 부분은 아니었다. 하지만 <광어>에서 보여준 것과 같이 시인이 되고 싶어했던 작가여서 그런지 짧은 표현에 담긴 강렬한 상징성은 눈여겨 볼만한 요소로 보여진다. 등단 이후 그의 초기의 모습을 보고자 한다면 이 책을 읽어보는 것이 괜찮은 선택이라 생각된다. 다만, 무언가 따뜻하고 감동적인 것을 지향하는 독자라면 이 책에 선뜻 손을 내밀기 힘들어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