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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저 달 뒤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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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들이 저희들끼리 하는 말을 들으면 정말 낯이 확 찌푸려진다. 거칠고 험한 단어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고, 뜻도 잘 모르는 욕설들도 큰소리로 떠든다. 남들의 고통에 대해서도 아무렇지도 않게 비난을 하고 때로는 비웃으면서도 혹시 자기에게 작은 아픔이라도 생기면 과민하기가 이를 데 없다. 고대 이집트에서도 요즘 젊은애들은 버룻이 없다고 했다더니 어째 갈 수록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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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아이들이 저희들끼리 하는 말을 들으면 정말 낯이 확 찌푸려진다. 거칠고 험한 단어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고, 뜻도 잘 모르는 욕설들도 큰소리로 떠든다. 남들의 고통에 대해서도 아무렇지도 않게 비난을 하고 때로는 비웃으면서도 혹시 자기에게 작은 아픔이라도 생기면 과민하기가 이를 데 없다. 고대 이집트에서도 요즘 젊은애들은 버룻이 없다고 했다더니 어째 갈 수록 아이들을 대하는 게 불편해 지는 것을 보면 나이를 먹긴 먹는 모양이다.

 만약에 이 소설 <컴백홈>을 요즘 아이들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이 읽게 되면 정말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심지어 주인공 유미와 지은이가 주고 받는 대화의 내용도 쉽게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들의 대화엔 욕설이 절반 이상이고  그들만의 은어와 비어가 난무하며, 그 대화 내용 역시 우리 시절의 눈으로 보면 아이들이 나누는 대화라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의 여러가지 유리한 조건(이 소설을 이해하기에 유리한 학교라는 조건)에서 보면 이 소설의 현상은 실제 우리 아이들의 학교에서 벌어질 수도 있는 일임을 알 수 있다.

 어린시절부터 뚱뚱해서 슈퍼울트라 개량돼지라고 불리는 유미는 늘 먹는 것때문에 고민이다. 게다가 고등학교 들어온 뒤로는 학년짱인 지은이 패거리들에게 나흘들이로 얻어맞고 돈을 만들어다 바치느라 인생이 너무도 고달프다. 엄마는 유미에게 잔소리를 하면서 등짝을 쳐대고, 아빠는 유미에게 관심이나 있는지 모를 일이다. 그러니 그 고통을 당해도 누구에게 말할 수조차 없다. 지은이와 학교에서는 안면을 까고(애들 표현대로) 때리는 대로 얻어맞고 저녁에는 한 방에서 잡소릴 하면 뒹구는 이런 이상한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유미는 지은을 원망하려 하지 않는다. 평생을 다른 사람들 눈치를 보면 살고, 스스로를 미워하는 유미는 지은이의 그런 행동이 자기탓일 거라고 생각한다. 또, 그래도 언젠가는 태지오빠와 함께 저 빛나는 달의 뒤로 날아갈 것이라는 유미의 비밀스런 소망을 유일하게 이해하는 친구이기 때문이다.

 맞고, 돈 뺏기고, 무지막지하게 먹고, 잠만 자면서 스스로를 학대하던 유미에게 어느 날 지은은 한 마디 말만 남기고 사라져 버린다. 자신의 모든 것이 지은과 연결되어 있었던 유미는 졸지에 어찌할 줄 몰라 당황을 하고, 유미를 찾아내라는 패거리들에게 시달림을 당한다.

  요즘 아이들은 다 버르장머리가 없다는 말로 아이들을 정의할 수는 없다. 아이들은 비록 천박한 말투와 행동으로 어른들을 실망시키고 이기적인 태도로 염증을 느끼게 하지만, 그들도 내면에는 고통과 실망과 불안을 안고 있는 하나의 여린 청춘이기 때문이다. 한 명 한 명 눈동자를 보면서 이야기를 하다보면 그 안에 갖고 있는 사람에 대한 고민과 자신에 대한 불확실함, 그리고 희미한 희망으로 가슴을 설레는 작은 아이를 볼 수 있다. 공부만이 아이들이 해야할 일이 되어버린 지금 우리의 사회에서 어른들이 이 아이들에게 과연 무엇을 가르쳤는 지도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태아가 뱃속에서 성장하는 과정을 살피면 이 우주에 우리 인간이라는 생명체가 생겨나던 과정을 그대로 되풀이한다고 한다. 한 사람 한 사람이 그대로 인류 전체의 성장 단계를 밟아서 한 생명체가 되는 것이다. 이 얼마나 위대한 우주의 섭리인가 말이다. 거리에서 침을 뱉거나 큰 소리로 욕하면서 친구를 부르는 저 아이도 위대한 하나의 우주라는 것이 슬프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다. 누구나 꿈을 꾸고 그 꿈을 위해서 힘차게 전진할 힘을 주는 그런 사회를 꿈꾼다.

e*****j 2011.06.04. 신고 공감 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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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백홈 --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그녀가 겪어야할 것들은..
"컴백홈 --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그녀가 겪어야할 것들은.." 내용보기
원더우먼 모습인가? 표지를 보면 아주 뚱뚱한 여자가 원더우먼 복장으로 포즈도 근사하게 서 있다. 하지만 밑에 있는 공이 작아 아슬아슬하고 위태롭다. 뭔가 불안하다. 상징적이다.   주인공은 뚱뚱한 고등학교 여학생이다. 가장 감수성이 예민하고 섬세할 때 그녀는 뚱뚱하다는 것으로 친구들에게 맞고 돈을 뜯기고 있다. 언뜻 그 덩치로 제압을 하면 될 거 같은데..그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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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우먼 모습인가?

표지를 보면 아주 뚱뚱한 여자가 원더우먼 복장으로

포즈도 근사하게 서 있다.

하지만 밑에 있는 공이 작아 아슬아슬하고 위태롭다.

뭔가 불안하다.

상징적이다.

 

주인공은 뚱뚱한 고등학교 여학생이다.

가장 감수성이 예민하고 섬세할 때 그녀는 뚱뚱하다는 것으로

친구들에게 맞고 돈을 뜯기고 있다.

언뜻 그 덩치로 제압을 하면 될 거 같은데..그녀는 당하기만 한다.

그것도 가장 친한 친구에게.

결국 집을 나오면서 그녀가 겪는 일들..이야기들.

그녀는 다시 집으로 돌아가려고 한다.

나오기도 어렵지만 다시 들어가기도 쉽지 않다.

 

아련한 서태지 음악의 추억을 떠올리게 해 준다.

기억하면 얼마 안된  바로 엊그제 일 같은데

숫자로는 꽤 지난 얘기다. 

한참 그들의 노래에 그들의 춤에 그들의 생각에 빠져서

많은 시간을 보냈던 기억이 난다.

서태지가 올해 몇살일까?

요즘 애들은 서태지를 모르니 말이다.

 

소설 자체는 청소년문학상인가? 착각이 들었다.

주인공이 고등학생이어서 그런가.

여하튼

그 또래가 쓰는 거친 말투와 고민들 그리고 끝까지 치닫는 일들이

적나라하게 보여진다.

어쩜 그래서

청소년이 읽기엔 좀 그런가? 하는 생각도 든다.

 

 

 

 

YES마니아 : 로얄 a****1 2011.09.18. 신고 공감 3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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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백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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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지가 데뷔하던날 태어났다는 이유로 서태지와 특별한 인연으로 맺어져 있다고 생각하는 유미에게는 친구가 없다. 아니 한명의 친구가 있다. 어렸을때는 친한 친구이기는 했지만 지금의 관계는 뭐라고 정의하기 어려운 지은이. 공생도 기생도 상생도 아닌 어정쩡할수 밖에 없는 지은이와 유미의 관계는 지은이는 일진이고 유미는 일진의 먹이가 되어버린 순간부터 변화를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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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지가 데뷔하던날 태어났다는 이유로 서태지와 특별한 인연으로 맺어져 있다고

생각하는 유미에게는 친구가 없다. 아니 한명의 친구가 있다.

어렸을때는 친한 친구이기는 했지만 지금의 관계는 뭐라고 정의하기 어려운 지은이.

공생도 기생도 상생도 아닌 어정쩡할수 밖에 없는 지은이와 유미의 관계는 지은이는

일진이고 유미는 일진의 먹이가 되어버린 순간부터 변화를 맞는다.

유미는 몸집이 아주 많이 큰 여고생이다. 유미는 자기가 슈퍼울트라개량돼지이기

때문에 왕따가 된것인지 아니면 왕따가 된것때문에 슈퍼울트라개량돼지가 된것인지

모르지만 지은이를 포함한 일진에게 상납을 하고 돈이 모자랄경우 지은이에게 매를

맞는 반복되는 날들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불안에 휩싸인다.

그렇게 지은이에게 구타를 당한 날이면 지은이는 유미를 찾아와 파스를 붙여준다.

 

지은이가 증발해버렸다.

가끔 발신자표시제한으로 전화가 걸려오기는 하지만 어디에 있는지는 아예 꼭꼭

닫아걸고 가끔씩 잘있다는 소식만을 전할뿐이다.

지은이는 지금 홑몸이 아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지은이의 남자친구와 영화가

지은이 있는곳을 불어대라며 유미를 협박하기 시작한다.

십대의 아이들이 이렇게 잔인할수 있을까 할 정도로 그들의 폭행은 도를 넘는다.

십대의 폭력을 다룬 시사프로그램들을 보다보면 같은 친구들을 협박해 성매매를

시킨다거나 성폭행한후에 동영상을 촬영한다거나 하는 십대의 아이들이라고는

믿을수없는 범주의 일들을 하는걸 볼 수 있는데 유미에게 일어날일이 그렇다고 보면된다.

몰라서 알려줄수 없었지만 그애들이 하는걸 보고 유미는 알아도 입을 닫기로 한다.

그리고 지은이를 찾아가기로 한다.

 

임산부들과 함께 일종의 쉼터에서 생활하는 지은이를 따라 당분간 유미는 그곳에서

지내기로 한다. 그리고 어느날 듣게 된 이야기.

이곳의 임산부들의 아기들은 이미 누군가에게 입양이 결정되어 있다는 이야기였는데,

그사실을 알고 경악하는 유미에 비해 지은이는 훨씬 현실적이다.

어차피 산모가 키울수없는 형편이라면 더 좋은 부모에게 입양되는것이 좋은일이라는.

그러나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지은이도 막상 유산을 하게되는 산모를 보자

아기를 입양보내려던 생각을 버리고 쉼터에서 나가 지은이가 직접 아기를 키우겠다고한다.

지은이를 따라 이미영이라는 여자의 집에 짐을 풀게되는 유미.

 

유미는 자기가 사랑받고 있다는걸 알지못했다.

언제나 말이 없고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있는 아빠와 극성스러운 엄마

그러나 유미가 집을 나가자 엄마는 엄마방식의 애정을 표현한다.

바로 엄마를 놓아버리는 일.

언젠가는 달로 갈거라고 생각하며 힘든 시간들을 넘기며 살아온 유미였지만

이제는 선택을 해야 할때가 왔다. 집으로 가는 버스를 일단 잡아타고 유미는

그답을 서태지에게서 찾기로 한다. 그는 언제나 답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j******3 2011.08.04.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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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백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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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그림을 보니 오래전에 본 원더우먼이 생각났다. 위태롭게 서 있는 소녀가 한바퀴 휘리릭 돌고 나면 원더우먼처럼 날씬하게 변신해 있을 것 같다. '서태지 키드의 잔혹 발랄 가출기'라는 글귀와 그림 속 소녀와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1990년대 청소년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몰이를 했던 최고의 아이돌 가수 서태지를 만나기 위해 가출한 여고생이 뚱뚱하다는 이유로 외면당하고 다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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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그림을 보니 오래전에 본 원더우먼이 생각났다. 위태롭게 서 있는 소녀가 한바퀴 휘리릭 돌고 나면 원더우먼처럼 날씬하게 변신해 있을 것 같다. '서태지 키드의 잔혹 발랄 가출기'라는 글귀와 그림 속 소녀와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1990년대 청소년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몰이를 했던 최고의 아이돌 가수 서태지를 만나기 위해 가출한 여고생이 뚱뚱하다는 이유로 외면당하고 다이어트에 성공한 이야기려니 생각했는데 책 속의 내용은 희망보다는 암울한 이야기였다.

 

4.78kg의 우량아로 세상에 나왔던 주인공 박유미는 식탐을 주체할 수가 없다. 자제하지 못하는 식욕은 몸무게를 점점 늘리면서 현재 열일곱살인 유미의 몸무게는 130kg이다. 눈에 띄는 신체때문에 학교에서는 박유미로 불리기 보다는 '슈퍼울트라개량돼지'라 불리며 늘 왕따의 대상이었다. 고등학교에 올라와서는 유치원시절부터 단짝이었던 친구 지은이 일진에 소속되면서 지은과 일진 패거리들에게 수시로 돈을 상납하는것도 모자라 몰매까지 맞으면서 힘든 하루하루를 견디어 내고 있다.  

 

상처입은 유미의 마음을 위로해 주는 유일한 존재는 서태지의 음악과 식욕이었다. 서태지의 1집 앨범 발표일과 유미의 탄생일이 같다는 점만으로도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연을 갖고 있으며 언젠가는 서태지와 함께 달나라 저편으로 함께 날아갈 희망으로 힘든 하루하루를 버티어내고 있다. 유미는 서태지의 노래 가사 하나하나를 음미하면서 현재 자신의 상황을 너무 잘 이해해주는 서태지에게 푹 빠진다. 유미에게 서태지는 서태지의 음악을 이해하지 못하는 기성세대들이 서태지를 시대의 이단아로 치부하듯 외모때문에 온갖 시달림과 불이익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자신과 처지가 같다고 생각하며 본격적인 거식증 다이어트에 돌입하게 된다.

 

다이어트의 효과로 조금씩 몸무게가 줄어들 즈음 단짝 친구 지은의 임신과 가출 소식을 듣게 된다. 사라진 지은의 행방을 찾기위해 일진들은 유미를 더욱 괴롭히고, 무능한 아빠에 대한 스트레스를 유미에게 풀어대는 엄마의 험한 잔소리에 결국 유미마저 가출하고 지은이 숨어있는 둥지에서 함께 살게 된다. 하지만 그곳마저도 두아이에게 편안한 안식처가 될 수 없었다.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쉽지만은 않은 현실이 두아이의 컴백홈을 고민하게 만든다.

 

마지막장에 컴백홈 할거란 희망을 걸었었는데 작가는 독자들의 상상에 맡겨버렸다. 읽는내내 마음이 편치않은 책이었다. 부정하려고 해도 부정할 수 없는 청소년들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들어나 있다.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외모지상주의와 대화 속에 70%가 넘는 욕설, 그리고 학교내 폭력, 임신 등..결코 비껴갈 수 없는 사회문제를 작가는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었다. 특히 두아이에게 벌어진 일들의 원초적인 원인은 가정에서 출발했다는 점에서 가장 마음이 아팠다. 심각한 사회문제를 해결해 주지 못하고 청소년들이 성장해 가는 과정속에 겪는 아픔 정도로 치부해 버리는 우리 사회에 화가 나기도 했다. 유미의 꿈을 보면서 상상속에 빠져 든 철없는 청소년으로 생각했었는데 유미와 같은 현실이라면 나라도 현실 도피를 하고 싶은 마음에 달나라 뒷편으로 도망가고 싶었을 것 같다. 유미가 컴백홈하면서 부모님 또한 가정의 소중함을 깨닫고 행복하게 사는 모습으로 마무리 짓어 본다.

k*****5 2011.06.05.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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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가혹 가출기 [컴백홈] 황시운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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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소설도, 청소년 소설도 이제는 현실을 많이 담아내고 있다. 얼마 전에는 동성애에 관한 청소년 소설이 나와서 놀랐는데, 이번에 더 강한 작품이 나왔다. '서태지 키드의 잔혹발랄 가출기'라는 설명을 띠지에 달고 있는, 제4회장편소설상 수상작 <컴백홈> (2011, 황시운 지음, 창비 펴냄)이 그것이다.     <컴백홈>의 책 표지에 나온 여자는 원더우먼 복장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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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소설도, 청소년 소설도 이제는 현실을 많이 담아내고 있다. 얼마 전에는 동성애에 관한 청소년 소설이 나와서 놀랐는데, 이번에 더 강한 작품이 나왔다. '서태지 키드의 잔혹발랄 가출기'라는 설명을 띠지에 달고 있는, 제4회장편소설상 수상작 <컴백홈> (2011, 황시운 지음, 창비 펴냄)이 그것이다.

 

 

<컴백홈>의 책 표지에 나온 여자는 원더우먼 복장을 하고 있다. 내가 어렸을 적 TV에서 본 원더우먼은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며 위험에 빠진 사람들을 구하는 글래머러스 슈퍼 히로인이었다. 그러나 <컴백홈>의 표지는 복장만 같을 뿐 분위기는 딴판이다. 너무나도 뚱뚱해서 금방이라도 터질 듯한 몸피, 사과처럼 빨간 얼굴. 바로 "슈퍼울트라 개량돼지"로 불리는 주인공 '유미'이다.

태어날 때 4.78킬로그램, 초등학교 때 60킬로그램, 고등학교 때 130킬로그램. '나'는 시작부터 범상치 않았던 몸무게 때문에 줄곧 따돌림을 당했지만 초등학교 때부터 베프로 지내온 지은 덕분에 외롭지 않았다. 그러나 그런 지은이가 고등학교에서 일진에 발탁되면서 이들의 사이는 공식으로는 교내 폭력의 피해자와 가해자, 비공식으로는 친구로 달라진다.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존재감 없이 지내는 '나'에게 먹기는 스트레스 해소책이며, 서태지를 따라 그와 함께 달로 떠나는 것을 꿈꾼다. 그러나 주변에서 이런 '나'를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는다.

 

내가 어렸을 적에는 이런 정도의 따돌림이나 폭력을 느껴보지 못했기에 이 책에 나오는 따돌림, 폭력, 갈취, 조직 등의 이야기가 얼마나 현실인지 잘 모르겠다. 그러나 뉴스를 보면 충분히 이런 정도의 일이 일어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컴백홈>은 그 이상을 담아 강간과 미혼모라는 수준으로까지 나아간다. 아이들이 어느 정도까지 잔인해질 수 있는지를 충분히 보여준다.

육체와 정신을 분리함으로써, 다르게 말하면 관찰하는 나와 관찰 당하는 나로 자신을 분리함으로써 괴로운 현실을 이겨나가는 '나'의 모습이 안쓰럽다. 먹고살기 위해서 바쁜 '나'의 부모님은 내 모습 같아서 미안하다. 끝없이 괴롭히는 아이들에게 화가 난다. 뚱뚱한 아이를 무시하는 듯한 눈초리로 보았던 내 자신을 반성한다.

<컴백홈>은 참 답이 안 나오는 막막한 현실을 담은 이야기이다. '나'는 다시 살이 찔지도 모른다. 지은은 아기를 낳아서 키울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나'처럼 말을 안 하고 먹고 자기만 반복하는 엄마는 다시 돌아올 수 있을지 모르겠다. 다양한 등장인물에게 나를 대입하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하는 시간이었다. 

y*****9 2011.06.04.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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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90년대 소녀들의 극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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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지 앨범, 양파맛 프링글스, 안나수이 화장품.돌풍처럼 우리 곁에 나타났고, 우린 그들의 포로가 되었다.어디서든지 서태지의 앨범을 듣고 그의 춤을 따라 췄고, 우리시대의 대통령으로 그를 불렀다.양파맛 프링글스의 등장은 기존 과자와 다른 오묘하고 짭조름하고 치즈맛의 세계로 우릴 인도했다.안나수이 화장품은 질보다는 아름다운 케이스에 반해 용돈을 모아 장만하곤 하였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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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지 앨범, 양파맛 프링글스, 안나수이 화장품.
돌풍처럼 우리 곁에 나타났고, 우린 그들의 포로가 되었다.
어디서든지 서태지의 앨범을 듣고 그의 춤을 따라 췄고, 우리시대의 대통령으로 그를 불렀다.
양파맛 프링글스의 등장은 기존 과자와 다른 오묘하고 짭조름하고 치즈맛의 세계로 우릴 인도했다.
안나수이 화장품은 질보다는 아름다운 케이스에 반해 용돈을 모아 장만하곤 하였다.
이 시절을 겪어내었던 사람들이라면, 특히 여성이라면 [컴백홈]이 소설이상으로 나와 친구의 이야기로 다가올 것이다.

주인공 박유미는 여고생으로 0.1톤의 거구이다.
그래서 그녀의 별명은 슈퍼울트라 개량돼지이다.
엄청난 식탐으로 엄마에게 구박을 받으며, 사업에 실패해 무능해진 아빠와 함께 살고 있다.
친구라고는 지은이라는 학교 짱뿐이며, 아이러니하게 친구인 지은이에게 돈을 빼앗기고 구타당하고 왕따당한다.
유미에게 유일한 희망이자 출구는 프로아나들의 도움을 받아 다이어트에 성공하는 것이다.

그런 유미가 어느날 가출을 하게 된다.
꿈을 위해서가 아니라 지독한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가출을 한다.
자신의 존재 자체에 꺼리낌없이 조소를 날리던 엄마로 인해 느꼈던 절망감으로,
하나뿐인 친구 지은이의 가출로 인한 상실감때문에,
지은이의 가출로 학교 짱이 된 영화의 끊임없는 괴홉힘으로,
자신의 살을 파고 들었던 길쭉이의 파렴치한 행동 때문에,
거실바닥에 쓰러진 엄마와 나뒹굴던 초록색 고무호스때문에,
엄마가 유미는 못할거라 단정했던 가출을 하게 된 것이다.
가출한 유미는 지은이를 찾아가게 되고, 세상에 대해 조금 알아가게 된다.

[컴백홈]은 2명의 여고생이 주인공이었지만, 그 유미와 지은이의 엄마도 크게 다가왔다.
아마 이제 내 나이가 여고생들과 그 여고생들의 엄마의 사이에 속하게 되서 그런거 같다.
0.1톤의 거구의 딸을 둔 엄마는 사업에 실패한 남편을 제치고 생활 전선에 뛰어들어 바쁘고 고달픈 인생을 산다.
얼굴이 예쁜 학교 짱인 지은이의 엄마는 남편의 바람으로 배신감고 불안감으로 인생을 살아간다.
그런 엄마들과 딸들이 서로의아픔과 고통을 감싸주기보다는 서로의 아픔을 헤집고 상처를 낸다.
이 모든 모습들이 나와 내 친구들의 이야기였고, 주변 엄마들이 이야기이기에 더 가슴아프고 공감이 갔다.

이제 시간이 흘러 나는 어른이 되었다.
안나수이 화장품은 화장대에서 사라지고, 양파맛 프링글스는 다이어트의 적이 되었으며, 우리의 영웅 서태지는 이혼남이 되어 스캔들의 주인공이 되었다.
우리는 모두 그렇게 변해만 간다.
그냥 몸만 커지고, 시간만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가족과 주변의 상처와 아픔을 감싸줄수 있기를 바래본다.

m*******i 2011.06.03.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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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백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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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현실이 팍팍하고 힘들때면 자그마한 환상 하나를 가지게 된다 아마도 다른 사람들도 그럴 것이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별다른 특정한 상황이 아닌 사람을 제외하면 아마도 누구나 다 조금씩은 그런 환상으로 자신을 위무하게 된다 나의 경우 힘들 때 남태평양의 섬에서 사는 상상을 하고는 했다 태평양 일대 섬의 기후를 동경하는 탓이었다 일년 연중 덥고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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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현실이 팍팍하고 힘들때면 자그마한 환상 하나를 가지게 된다 아마도 다른 사람들도 그럴 것이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별다른 특정한 상황이 아닌 사람을 제외하면 아마도 누구나 다 조금씩은 그런 환상으로 자신을 위무하게 된다

나의 경우 힘들 때 남태평양의 섬에서 사는 상상을 하고는 했다

태평양 일대 섬의 기후를 동경하는 탓이었다 일년 연중 덥고 게다가 더우면서도 쾌적하고 그리고 어두운 날이 없는 언제나 화창한 날씨 그곳에서는 숨막히는 경쟁도 없고 생존의 압박도 없는 완전한 휴식만이 존재할 것 같은 나만의 착각에서 비롯된 환상이었다

그래서 지겹고 힘들고 고단한 일상이 게속 끝없이 밀려올 때면 그만 모든 것을 다 내팽겨두고 남태평양으로 가서 흰 백사장에서 모든 것을 뒤로 하고 매일 드러누워 있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그러나 현실은 지엄하고 견고하며 유일무이한 것이라서 그런 편한 소리가 지금의 나의 눈앞에 산적한 발등의 불을 꺼주지는 못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연령대의 자신이기도 하다

그런 이율배반의 현실과 이상의 반목을 반복해서 겪으며 나는 차라리 현실에 몰두해서 환상을 잊자는 생각으로 달려갔다

어차피 환상은 이루어질 수가 없고 오직 고달프고 비참한 현실을 더욱 부각시키기만 할 뿐이라는 나름의 절절한 깨달음이 있고 난 뒤부터 오르지 못할 나무는 쳐다보지도 말자는 다짐을 한 것이다

그러고 나자 현실이 견딜만 해졌다...라는 건 결코 아니었다 여전히 현실은 옥조이는 무서운 실재였고 희망이 부재하는 답답한 절망은 조금도 개선되지 않았고 구원의 방도는 보이지 않았다

이제 어쩔 것인가...나는 도저히 방법을 모르겠다

그저 암중모색속의 방황과 좌충우돌하는 시련과 고난이 있을 뿐이다 이것이 나의 리얼한 현실이고 실존이며 현재시점의 상황이다 5회말 투아웃 투스트라이크 원볼 스코어 3-0 ...좋지 않다

 

사람마다 고난을 이겨내는 방법이 어떤지 궁금하다

각자의 개성에 따라 그리고 사고방식과 기질과 교육받은 가치관으로 아마도 각자 다른 천차만별의 다종다기한 방식이 있을 것이다

지금의 세대를 보면 우리가 그렇게 힘들게 보냈던 시기와는 또 다른 무거운 짐을 진 것 같아 안쓰럽다

우리 때만 하더라도 입시의 중압감이 말도 못했다 그래서 대학입시에 실패하면 자살하는 학생들이 종종 속출해서 신문 지상에 오르고 하는 것이 다반사였다 그때 학자들은 시간이 좀 더 흐르면 수험생의 인구가 줄어들고 상대적으로 줄어든 수험생 숫자 덕에 경쟁률도 역시 줄어들어 입시에 대한 치열한 하중이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그 뒤 시간이 흘렀다 한국은 이제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유수의 저출산국이 되었고 덩달아 아이들의 숫자도 줄어 대학 입시를 치르는 학생들의 숫자도 줄었다

그러나 그뿐이다 경쟁률은 줄어들었는지 모르나 경쟁자체에 대한 가속도와 강도는 점 점 더 가중되어 이제 학원에 다니지 않는 아이들은 없다 학원에 다니지 않는다면 천재가 아닌 이상 명문대에 진학하는 것은 꿈도 꾸어서는 안되는 것이 작금의 현재상황이다

세상은 점 점 더 심화되는 삶에의 투쟁을 조장하고만 있을 뿐이다 이제는 20 대 80 의 지배체제로 개편되고 소수의 가진 자들이 점 점 더 잘 살게 되고 나머지 다수의 못 가진 자들이 그나마 움켜쥐기 위해서 서로를 적으로 삼아 가열차고 처절한 경쟁을 끊임없이 하지 않으면 안되는 곳이 되고 말았다

현실은 지속적으로 더 나빠지고 있고 현실의조건들과 상황은 에전보다 더 추락하고 퇴화되고 있다

남는 것은 공허한 경쟁과 그 끝의 피흘리고 얻는 상처뿐이다

 

그런 현세대를 직시하는 황시운 작가의 시선은 절망을 정면으로 인지한다

슈퍼 아나 개량 돼지라는 가장 비참한 주인공을 내세워 전진배치한 까닭은 지금의 자본주의 사회 여기 한국이 요구하고 욕망하는 트렌드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존재이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의 당대의 욕망은 그중에서도 여자라면 가장 선호하는 것이 얼짱과 몸짱이라는 두 줄기 흐름의 선망인데 이 선망은 이미 우리의 무의식속에 파시즘까지 진화할 정도로 집단의 이데올로기로 고착된지 오래다

매체들을 보라 주변을 둘러 보라 수많은 다이어트 광고 몸짱이 되기 위한 운동법 좀더 멋을 내기 위한 패션 아이템 그리고 불야성을 이루고 성업하는 성형외과

바야흐로 한국은 미공화국이 되어 가고 있다 이제 여자는 아름답지 않으면 가치가 없다

그런 한국 사회에서 몸무게가 세자리수가 넘어가는 여고생은 이미 볼 장 다 본 막장 인생이다

그런데 이 여고생은 거기다가 학교 일진들에게 정기적으로 돈을 뜯기는데다가 왕따이기도 하다

이쯤되면 희망이 보이지 않는 인생이다

아니다 희망이 있기는 있었다

바로 서태지였다 서태지라는 환상의ㅜ 존재가 그녀의 삶을 부축하고 지탱하며 끌고 가고 있는 유일한 레종 데트르였다

언젠가는 서태지와 함께 달의 뒤편으로 가서 스스로 빛을 발하는 위대한 존재와 더불어 살 것이라는 환상

그러나 이것은 명백한 눈속임이다 달에는 누구도 살고 있지 않다 심지어 서태지도

여기서 나는 작가가 이런 환상을 기제로 설치한 이유가 궁금했다 그녀의 미숙한 창작력일까 아니면 주인공에게 허용한 유일한 삶의 원동력일까

이야기는 흘러간다 그리고 주인공은 필연적으로 현실에서 좌절하고 만다

왜냐 그녀가 처한 조건들이 현실의 강고한 장벽을 뛰어넘기에는 너무나 무거웠기 때문이다 그녀의 몸처럼

그리고 그녀가 선택을 해야하는 상황이 마지막에 찾아온다

그녀는 결국 현실이란 것이 자신이 선택해야할 곳이란 것을 알만큼 성숙해져 있고 오로지 현실을 긍정해야만 자신의 실재가 정립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자신이 지금 뛰쳐나왔던 집으로 컴백홈 할 것인지 판단을 내릴 순간에 처한다

작가는 마지막 망설임을 침착하게 그리면서 주인공의 임의에 결말을 맡긴다

 

환상은 간직하고 있을 때만 효과가 있다 현실에 꺼내놓고 햇빛을 쬐게 되면 색이 바래지고 효력이 증발하는 아쉽지만 안타까운 것이다

서태지를 꿈꾸며 현실의 지저분하고 무거운 굴레를 벗어나려고 했던 주인공이 결국 환상에 스스로를 맡겼음을 자인하는 순간 그녀는 아이가 아니다 이제 하드보일드하고 엄혹한 현실에 진입한 한 사람의 성인이자 인간이 된다

그리고 현실이 환상을 밀어낸 그곳에서 삶이 시작된다 비록 잔인하고 거친 삶일지라도

그리고 그 삶은 자신이 직접 써내려간 것이기에 아무리 상처투성이라도 진실한 것이다

그래서 주인공에게 말해주고 싶다

살아주어서 고마워요 서태지는 없지만 여기에는 당신과 나 그리고 우리가 있어요

리뷰 총점 종이책
나갈 수 밖에 없었고 들어올 수 밖에 없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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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그런 인식이 있었다’고 말하고 싶지만, 사실 아직도 존재하는 관념이 있다. ‘뚱보는 느끼지도 못 한다’는 어처구니없는 생각 말이다. 살이 찌면 당연히 얼굴 면적도 넓어지고 팽팽해진다. 그리고 얼굴 살이 많으면 표정변화가 둔해 진다. 다양한 감정을 나타내는 얼굴선이 죽어버리면, 메마른 반응만 나오는 인간으로 여겨질 수 있다. 몸이 둔하면 마음도 둔할 거라고, 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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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그런 인식이 있었다고 말하고 싶지만, 사실 아직도 존재하는 관념이 있다. ‘뚱보는 느끼지도 못 한다는 어처구니없는 생각 말이다. 살이 찌면 당연히 얼굴 면적도 넓어지고 팽팽해진다. 그리고 얼굴 살이 많으면 표정변화가 둔해 진다. 다양한 감정을 나타내는 얼굴선이 죽어버리면, 메마른 반응만 나오는 인간으로 여겨질 수 있다. 몸이 둔하면 마음도 둔할 거라고, 몸에 살이 붙으면 마음에도 살이 붙나보다고 으레 그렇게 넘겨버리는 관념이 나에게 있었음을 이 책을 보며 아프게 깨달았다.
 
지금의 30대 중반들은 다들 서태지하면 할 말이 많다. 그 시절 그 세대를 완전히 장악했던 인물 아닌가. 특히나 요즘같이 대형스캔들이 터진 때가 없었기에 이 소설은 서태지라는 이름 하나로도 특별한 마케팅이 필요 없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그 시절 서태지의 음악에 취했던 지금의 서른과 마흔 사이에서 방황하는 이들에게 추억을 씹으며 공감대를 형성해보자는 문학은 아니다.
 
저자 역시 76년생. 서태지 광풍에 두 다리 휘청했을 시기를 지낸 여성이다. 2007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그들만의 식탁이 당선되며 등단했다. 그러나 그 이후에 원고청탁이 들어오지 않아 방황의 세월을 거듭하며 펜을 놓을까도 고민하다 올해 제4회 창비장편소설상을 수상했다. 다 포기하고 상권분석 해 가며 먹는 장사하려고 했던 저자에게, 이 작품은 간신히 작가로서 길을 걸을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독자로서는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왕따가 있다. 고등학교 1학년인데 130kg이 넘는다. 여자다. 초딩 때부터 아주 익숙하고 자연스럽게 왕따의 길을 걸어왔다. 늘 상납액에 쩔쩔 매며, 4층에 있는 장애인용 화장실에서 복 날 개 패듯 맞는 게 수업시간보다 익숙한 아이. 이 아이가 말하길, 아무리 맞아도 아픈 건 익숙해지지 않는다고 한다. 그저 괜찮다고 생각할 뿐 인거다.
 
그 학교 일진 짱은 지은이다. 초등학교 때는 말더듬이로 같은 왕따를 당하며 친구가 되었지만, 그 버릇 고치면서 비공식적인친구가 된다. 학교에서 미친 듯이 밟히고, 집으로 찾아와 야무진 퉁바리나 놓는 그 애에게 불평등한 우정이라도 감사한 마음으로 간직하고 있는 형국. 그런 우정은 화장실에서 똥을 찍어 먹어야 되는 상황에선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주인공은 그 잘난 우정 앞에서 공포에 몸서리를 치며 변기에 누가 싸 놓은 똥을 찍어 먹었다. 이런 대목은 나 같은 독자에게 너무나 충격적이어서 할 말을 잃게 만든다. 혹시나 실제로 이런 일을 겪은 아이가 있을까봐. 이 페이지에서 한참을 머물러 있어야 할 정도로 경악스러운 사건의 연속이다.
 
IMF 이후 무능력하면서 사고나 치고 다니는 아버지는 딸년에게 쥐똥만큼의 관심도 없다. 몇 날 며칠 집구석에 있어도 대화는커녕 쳐다보지도 않을 정도로. 엄마는 130kg나가는 딸내미와 실속 없는 남편에게 진저리를 느끼며 호프집을 차려 바쁘고, 간혹 부딪힐 때마다 미친 듯이 퍼붓고 때리고 뱉어낸다.
 
아이는 이 모든 치욕스러운 삶에서 벗어나고자 무조건 굶기와 먹은 걸 바로 끄집어내는 구토로 점철된 다이어트를 시작한다. 다이어트 해서 뭐해? 서태지와 함께 달나라 간단다. 인생의 희망이 서태지요, 낙이 서태지 음악 들으며 상상하기요, 그것 때문에 자살도 못하고 버거운 인생을 견디는 이 아이.
 
지은은 주인공에게 공고 양아치의 애를 뱄다는 언질만 남기고 훌쩍 떠난다. 애 낳기 위해. 그리고 이 아이는 학교에서 더 심한 폭력을 당한다. 거짓말과 집안에 숨겨놓은 비상금도 모자라 폐물도 팔아 갖다 바쳐도 어쩔 수 없는 이 폭력고리사태. 아이는 지은의 소식을 전하지 않은 대가로 그 양아치에게 강간을 당한다. 니스를 봉지째 씌워 먹여서 정신을 빼놓고, 두 놈이 한 다리씩 부여잡고 그 와중에 입막음용 사진을 찍고 해서 여성으로서의 모욕과 수치를 처절하게 당한다.
 
그리고 폐물 팔았다고 호스로 때리는 엄마를 미친 듯이 까고는 집을 나와 지은이 있는 곳으로 간다. 달라진 지은을 만나고 나중에는 배부른 지은과 한 여성(이 여성 사연도 복잡하다)의 집으로 들어간다. 그리고는 결말. ‘컴백홈’.
 
너무 사실적이고도 적나라하다. 지금의 청소년들의 교정세태를 꿰고 있는 듯한 전개를 가지고 있다. 쌍욕도 거침없이 남발하는 자극적인 문투가 주인공과 그 주변인물 모두의 입을 통해 소설 전체를 이끈다. 무엇보다 그 고통의 시간을 지나는 주인공의 심리가 가슴 저릿했다. 너무너무 불행한 아이, 몸도 가정도 학교도 친구도 무엇 하나 기댈 곳 없이 밟히고 치이는 아이. 뚱뚱하다는 이유로 너무 쉽게 더럽게 흉물스럽게 취급되고, 그럴수록 상처를 달래려고 더 무뎌지려 노력하는 아이.
 
그리고 그것은 나 역시 마찬가지다. 걸핏하면 아무래도 상관없다며 태연한 척해왔지만, 정말로 괜찮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다시 상처입기를 반복해오는 동안마음은 회복이 불가능할 정도로 짓물러버렸다. (p. 270)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너무 많은 불행과 고통들을 곳곳에 숨겨둔 채 태연을 가장하고 있는 세상에서, 견뎌내는 것 말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으니까. (p. 271)
 
물론 분명히 재밌었다. ‘재미를 논하기에 적절한 소설은 아니다. 그러나 저자 자신이 재미를 추구하며 글을 쓰기에 온전히 작가에 대한 인정의 표현으로써 말한다. 느끼는 게 많다. ‘내 불구적인 시선에 대한 자책이 있었고, 지금 고딩들이 갖는 고민을 비릿내 나게 여겼던 미안함도 있었다. 끔찍한 이야기지만, 누구의 인생일 수 있고 누구는 이렇게 살아갈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답답함에 속이 끓는다. 현실이라기엔 너무 엿 같은 세상의 단면을 보았다. 그것도 앞길이 창창한 애들의 마음이 일찍부터 곪고 썩어 버리는, 어른으로서 아무 대책 없이 속아파하는 것으로 마무리해야 하는 이야기.
 
앞으로 황시운이라는 작가가 어떤 이야기를 펼쳐낼지 기대되는 바가 크다. 이 소설은 좀 더 마음으로 사람을 대하고, 외모로 사람을 평가절하하지 않을 수 있는 포용 깃든 시선을 키워낸다. 그리고 지금도 뚱뚱하다는 이유로 세상의 냉대와 갖은 쓴 맛을 보고 있는 이들의 아픔을 헤아리게 한다. 그 외로움의 방관자 또한 멸시함의 동조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본다. 이 책에서 주인공을 만난 나로썬 좀 더 가까이 가서 안아줄 수 있는 그릇이 되어야 하지 않겠나.. 하고, 부디 생각에서 그치지 않기를 바라게 된다




 

YES마니아 : 골드 j*****8 2011.05.27.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꾸역꾸역 살 수밖에 없는 거구나
"꾸역꾸역 살 수밖에 없는 거구나" 내용보기
사람들은 툭하면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고들 했다. 그런데 어떤 순간이 적당한 때인지를 가르쳐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살다보면 누구나 저절로 알게 되는 것인지, 아니면 그런 걸 알게 되는 삶의 순간이 저마다 정해져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 p.180     주인공 유미는 뚱뚱하다. 아주 뚱뚱하다. 17살이라는 청소년기를 보내고 있지만 유미의 인생은 보통 17살의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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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툭하면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고들 했다. 그런데 어떤 순간이 적당한 때인지를 가르쳐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살다보면 누구나 저절로 알게 되는 것인지, 아니면 그런 걸 알게 되는 삶의 순간이 저마다 정해져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 p.180

 

 

주인공 유미는 뚱뚱하다. 아주 뚱뚱하다. 17살이라는 청소년기를 보내고 있지만 유미의 인생은 보통 17살의 소녀 인생과는 조금 다르다.

유미의 가장 친한 친구인 지은은 한때는 유미와 같이 전교 왕따였지만, 고교생이 되면서 어찌된 일인지 학교 짱이 됐고, 유미는 그나마 유일하게 있는 친구에게 매일 ‘다구리’를 당한다. 길거리에서도, 슈퍼에서도, 학교 화장실에서조차 존재감이 확실한 유미는 어쩌면 당연한 순리로 그 아이들의 이목을 잡았다.

사나흘에 한 번씩 베스트프렌드에게 ‘다구리’를 당하고, 돈을 뺏기면서도 유미는 인생이 그렇게 밑바닥이라거나 살아볼만한 가치가 없다고 여기지 않는다. 왜냐하면 유미에게는 ‘서태지’가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렇게 외로워야 하는 걸까. 세상은 도대체 어쩌자고 우리를 이렇게 방치하는 것일까. - p.93

 

 

유미의 아빠는 무능력하다. 무능력하다는 의미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우선 집에서 무능력하고, 사회에서 무능력하다. 그리고 엄마에게서 무능력하다. 그런 아빠를 향한 엄마는 항상 패악하다. 엄마의 패악함은 아빠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외할머니에게도 그리고 하나밖에 없는, 세상 어디에 내놔도 유난히 튀는 몸을 가진 유미에게도 마찬가지다.

 

내가(유미-이하 ‘나’는 유미) 그리 생각하려고 하지 않아도, 엄마는 내가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불행한 존재라는 것을 알고 있었으며 그것을 교묘하게 이용했고, 여전히 무능력한 아빠는 그런 모습을 항상 보고만 있었다. 나의 존재를 가장 긍정적으로 봐야 할 부모가 누구보다 나를 부정적으로 여겼으니, 나는 내가 살아가고 있는 현실이 타인이 보는 것처럼 절망적으로 다가오지는 않았다.

 

 

마치 나의 절망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는 누군가가, 그래도 괜찮다고, 아직 다 끝나버린 것은 아니니 눈물을 닦고 내게 오라고 손짓이라도 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 p.9

 

 

나에게는 서태지가 있었다. 그는 이 지독한 냄새를 풍기는 현실과는 다른 세계에 존재한다. 그는 나처럼 불행한 소년기를 보냈지만, 셀 수 없는 사람들의 지지를 받았고, 지금도 여전히 그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그가 부정적인 소년기를 보냈다 하더라도, 현실의 사람들은 그 누구도 그를 불행한 삶을 살았다고 여기지 않으며 오히려 멋지고, 대단한 사람이라고 칭송한다. 그리고 그는 현실의 우리가 모르는 지구 밖의 다른 세상을 알고 있다. 그리고 그 곳에 그가 존재한다. 이 설명하기도 힘든 더러운 현실 세상과 그는 전혀 무관한 사람임에도 현실의 사람들은 그의 음악을 듣고, 기뻐하고, 슬퍼하며, 위로받고, ‘컴백홈’ 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반드시 살을 빼서 서태지와 우주로 가야 한다. 나도 그처럼 되기 위한 짧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뿐, 내 인생은 결코 부정적이거나 불행하지 않다. 설령 매일 다구리를 당한다 해도.

 

 

참을 만해서 괜찮았던 것이 아니라, 괜찮다고 믿었기 때문에 참을 수 있었던 것뿐이다. - p.18 

 

너무 많은 불행과 고통 들을 곳곳에 숨겨둔 채 태연을 가장하고 있는 세상에서, 견뎌내는 것 말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으니까. - p.271

 

 

짧은 시간을 살다가 떠날 곳이긴 하지만, 그 짧은 시간으로도 위로받지 못할 만큼 지구는 미쳐있었다. 유일한 친구이자 나의 몸을 가장 멍들게 했던 지은은 어느 날 임신했다는 말만 남긴 채 홀연히 사라졌다. 그리고 나는 지은의 아이 아빠일지도 모르는 놈에게 강간까지 당했다. 그래도 나는 괜찮았다. 어차피 잠깐 스쳐지나가는 장소에 지나지 않는 지구였기 때문에 크게 분하거나, 억울하지 않았다.

 

 

불행한 사람을 진심으로 위로할 수 있는 것은 타인의 더 큰 불행뿐이다. - p.270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지은을 찾아가는 일밖에 없었다. 당장 잘 곳이 없었고, 먹을 것이 없었다. 다행히 거식증에 걸리기 위해 음식을 거부하고 있는 때라 예전만큼 많은 음식이 필요하지 않았다. 14살짜리 임산부와 서른 살이 넘어 임신을 해서도 갈 곳이 없어 미혼모 시설에서 살고 있는 여자를 보니 살을 빼서 우주로 갈 수 있다는 확신이 섰다. 그녀들의 지구 현실도 꽤나 냄새하고, 더럽다는 걸 알게 되니 나는 그래도 우주로 갈 ‘미래’라도 있다고 스스로 위로했다.

 

 

그 '빌어처먹을 놈의 규칙' 속에는 우스꽝스럽도록 끔찍한 제약이 포함되어 있었다. - p.177

 

 

세상은 17살에 임신해서 아이를 낳겠다고 미혼모 시설에 온 지은과 또 거식증에 걸려 먹고 토하고를 반복하는 100킬로그램이 넘는 나를 이상하게 여겼다. 나는 도둑질을 하지도 않았고, 사람을 죽이지도 않았다. 지은도 똑부러진 줄 알았는데, 멍청한 짓을 해서 미혼모 시설에 있긴 하지만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을 만한 사회의 악이 되는 일은 하지 않았다. 그런데 우리는 그렇게 떠밀려 있었다. 곧 지구를 떠날 거였지만, 내가 떠나기도 전에 지구가 먼저 우릴 떠밀었다. 그렇게 떠밀리고 나니 정말 갈 곳이 없었다. 이 지구는 그 어디든 나와 지은을 같은 눈으로 보고 있었다.

 

 

여자의 몸을 살찌운 것은 음식이 아니라 소외감과 상실감이었을 것이다. - p.166

 

 

한참 살이 빠지던 나는 어느 날부터 다시 살이 찌기 시작했다. 미친듯이 식욕이 돋아나고, 정신없이 먹어댔다. 부모는 하나밖에 없는 딸을 찾지도, 찾는 전화도 하지 않았지만, 나는 예전의 나로 돌아가고 있었고, 내 몸은 계속해서 음식을 요구했다. 서태지를 위해서 혀를 칼로 그어봤지만 그 고통도 잠시였다. 세상과 멀어지고 차단되어 질수록 나는 다시 100킬로그램이 넘었다.

 

 

하얗게 질린 얼굴로 꾸역꾸역 떠먹는 지은을 바라보며, 결국엔 돌아갈 수밖에 없을 세상에 대해 생각했다. - p.206

 

 

재욕() , 성욕(), 식욕(), 명예욕(), 수면욕()

나는 식욕을 참지 못했고, 지은은 성욕을 참지 못했고, 시설의 원장은 재욕을 참지 못했다. 욕구의 결과로 태어난 나와 지은도 결국 욕구를 참지 못했다. 우리가 고작 17살이라는 이유로 욕구를 참지 못함의 결과는 너무나 참혹하고, 큰 짐이 됐다. 근데 우리는 그 와중에도 장을 보고, 쌀을 씻어서 밥을 해먹으며 식욕을 달랜다.

 

 

꾸역꾸역 살 수밖에 없는 거구나. - p.269

t******k 2011.06.06.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달에서 온 아이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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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시운 작가님과는 책의 출간 소식을 접하기도 전에 그냥 '소설쓰는 작가님 트친'으로 알고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창비문학상에 당선되어 소설 출간을 앞두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고, 책이 나오자마자 주저없이 구매해서 나중에 꼭 앞장에 싸인을 해주셔야 한다며 멘션도 보냈었고 올 가을에는 집에서 가까운 연희예술촌에 입주하신다는 얘기에 술도 한 잔 하자고 약속도 받아놨었다.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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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시운 작가님과는 책의 출간 소식을 접하기도 전에 그냥 '소설쓰는 작가님 트친'으로 알고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창비문학상에 당선되어 소설 출간을 앞두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고, 책이 나오자마자 주저없이 구매해서 나중에 꼭 앞장에 싸인을 해주셔야 한다며 멘션도 보냈었고 올 가을에는 집에서 가까운 연희예술촌에 입주하신다는 얘기에 술도 한 잔 하자고 약속도 받아놨었다.

책은 진작 구매했지만, 나이든 고학번이 오랜만에 복학을 한 덕분에 이래저래 정신없이 학기를 보내고 또 방학 알바를 해가며 구매시기에선 한참 지나 늦여름이 다 지나갈 즈음 이 책을 펼쳐볼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책을 펼치고 나서는 주말을 보내는 본가 집에서 엄마일을 돕는 틈틈이 책을 펼쳐 읽을만큼 푹 빠져있었고, 그전에 트윗에서 이미 몇번의 대화를 나눠보고 내 맘대로 부여해버린 작가님의 이미지로는 전혀 기대치 못했던 느낌의 소설이라 자못 당황해 어색함이 지속되기도 했었다.
 


그런데 이 책이 나오기 바로 직전, 이지아와 서태지의 이혼사실이 대대적으로 보도되었다. 아마 이 사건때문에 작가님은 출간을 코앞에 둔 책을 두고 여러 곤란한 일에 바쁘셨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각종 연예뉴스란은 물론 트위터에서도 쉽게 흥분이 가라앉지 않았기에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더욱 머리속에 온갖 잡생각들이 들어차 내내 스스로를 괴롭혔다. 
 
만약, 그런 사실을 알기 전 이 책을 읽었더라면, 나는 사생활이 거의 드러나지 않은 신비주의의 절정과도 같은 뮤지션, 문화대통령, 한 시대를 풍미했던 아이콘으로 우러러보는 그를 주인공 유미처럼 바라봤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이미 너무나 큰 사건으로 낙인찍인 그는, 어째선지, 그 사건을 알기전의 주인공 유미양의 관점과 나를 자꾸만 비교하게되어 참 어색하고 묘했으며, 주인공 유미가 이런 사건들을 접한 이후에 어떤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어떤 생활을 하게 될지도 무척 궁금해졌다.

재작년 이맘때는 시운작가님과 비슷한 또래의(아마도?) 백영옥 작가가 쓴 다이어트의 여왕이라는 책을 읽었었다. 두 작가님 모두 긴 머리가 찰랑찰랑하게 늘어서 참 여성적인 외모를 지닌 천상 작가선생님 느낌의 타입인데, 그렇게 작가의 이름을 얻기까지 어떻게 보면 조금 늦고 매우 어려운 시기를 보내왔다는 것과 그 두 책이 꽤 비슷한 소재-극단적인 다이어트-들을 다루고 있다는 것에서 공통점이 있었다. 그래서 덕분에 한참도 지난 나의 리뷰(글 보기)를 뒤적여보기도 했었다.  
 
책을 읽기 열흘 전 쯤엔 요즘 어떤 책을 읽느냐는 친한 언니의 질문에 나는 그냥 제목만 슬쩍 알려주었다. 언니는 책 소개에 대한 온라인서점 페이지를 살펴본 후 띠동갑 차이로 어린 내가 어떤 감상을 들려줄지 무척 기대된다는 트윗을 올리기도 했었다. 그래서 나는 이제와서.. 그 소감으로 어떤 얘기를 전해야 할까 이전보다 더 고민하게 되었다. 


음, 우선은 '어떻게 저럴 수 있을까' 싶었다는게 전체적인 감상의 후기라고 말해야겠다. 이게 만약 실제로 일어나 알려진 일이라면, 서태지의 비밀결혼 사실만큼은 아닐지라도 세간의 입에 적잖이 오르내리며 사람들은 저마다 이 시대의 모럴해저드에 대해 걱정할테고,그 와중에 '난 저런짓은 안한다'는 사실을 도구삼아 자기 자신을 자위하며 이 아픈 사건을 얼마나 쉽게 씹어댈지 상상하니, 멀미가 나다 못해 짜증이 솟구칠 지경이었다. 많은 사람들은 길을 걷다 우연히 마주치는 고도비만 환자들을 보며 '어쩌다 저렇게..'라는 말을 속으로 읊조린다. 그리고 저 말의 뒷편에는 대개 '미련하다'거나 '게으른'이라는 부정적인 가치평가가 생략되어 있을 것이다. 물론 나도 이런 문장을 적기엔 적잖이 찔리는바가 없진 않지만, 그래도 이 책 이후로 그런 편견을 하루빨리 떨치고자 노력하고 있으니 아주 조금만 당당한 척 해보려고 한다. 


이 책 속의 이야기들은 이 세상 그 누구도 쉽게 자신의 평가 잣대를 들이댈 수 없는, 우리 주변에 너무나 빈번하고 흔한 그래서 더 슬픈 실화이다. 이를테면, 내가 오늘 오후에 영화관에서 보고 '너무 아파서 단 한순간도 같이 울 수 없었던' 영화 <도가니>와 같은 경우인 것이다. 내가 이 책을 읽고 어떻게 감히 '그 모든걸 이해한다'라는 식의 건방을 떨 수 있겠으며, '힘을 냈으면 좋겠다'거나 '그래도 노력해야 한다'는 식의 아무 의미없는 응원을 할 수 있을까. 그저, 소설속에서 유미, 지은 그리고 그 외 인물들로 그려진 우리 주변의 수많은 아픈 이들이 하루라도 빨리 그 시간속에서 벗어날 수 있길 기도하는 것 외엔 달리 할 수 있는게 없을 것이라는 생각만 반복해야 했다.

어쩜 이것은 <도가니>를 보고 못다 쓴 이 책의 리뷰를 자꾸만 재촉하게 된 내 마음이 오로지 죄책감으로만 가득차서 그런걸지도 모르겠다. 설사 그렇다고 해도, 지금의 나는 유미도 지은도.. 그리고 시운 작가님도 모두가 아주 조금만 힘을 좀 냈으면 좋겠다. <도가니>에서 연두는 비록 너무 어린나이에 지울 수 없는 큰 아픔을 겪었지만, '그래도 이후로 나 역시 다른 사람들처럼 똑같이 사랑받아야 할 존재란걸 알게됐다'고 말할 수 있었던 것 처럼, 책 속의 아이들과 그 아이들이 그려지게 된 실제들도 하루 만큼이나마 더 빨리 그 모든 아픔에서 벗어나기를 바란다고만 말해야 할 것 같다. 나는, 오늘 밤 이 한가지 생각 때문에 결코 쉽게 잠을 이룰 수 없을 것만 같다.
h*****2 2011.09.19.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