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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잘 것 없는 그녀들이 사는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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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에는 영화의 결말이 있습니다.   이웃님의 포스팅에 끌려서 감상했다. 연기파 배우 ‘칸노 미호와 에구치 요스케’가 출현하는 영화라면, 다른 건 몰라도 연기만큼은 신뢰할 수 있으리라. 작은 어촌에 하나밖에 없는 미장원 <퍼머넌트 노바라>가 영화의 중심 공간이다. 시골 미장원의 낡은 간판처럼 손님은 할머니, 그중에도 혼자 사는 할머니 고객이 단골이다. 사람이
"보잘 것 없는 그녀들이 사는 방식" 내용보기

* 이 글에는 영화의 결말이 있습니다.

 

이웃님의 포스팅에 끌려서 감상했다. 연기파 배우 ‘칸노 미호와 에구치 요스케’가 출현하는 영화라면, 다른 건 몰라도 연기만큼은 신뢰할 수 있으리라. 작은 어촌에 하나밖에 없는 미장원 <퍼머넌트 노바라>가 영화의 중심 공간이다. 시골 미장원의 낡은 간판처럼 손님은 할머니, 그중에도 혼자 사는 할머니 고객이 단골이다. 사람이 사는 유일한 이유는 오로지 '사랑'이 전부인 여자들의 이야기처럼 보였다. 그러나 마지막 부분의 반전에서 이 영화는 보잘 것 없는 사람들의 함께 사는 방식에 관한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어린 딸과 함께 어머니 집에 돌아온 이혼녀 나오코는 표정이 어둡고 눈빛은 어딘가 멍하다. 가끔 어린 딸 모모가 엄마를 바라보는 표정에는 어쩔 수 없다거나 측은함이 느껴진다. 그런데 모모의 그 표정은 어린 나오코를 닮았다. 어린 시절의 삼총사 미쓰에, 토모, 나오코는 남자 복이 지지리도 없다. 술집 마담 미쓰에는 바람둥이 남편을 죽일 만큼 사랑하고, 지질한 남자들에게 번번이 버림받는 토모 역시 도박에 빠져 집을 나간 남편을 기다리고, 남편과 이혼한 나오코는 자신의 첫사랑이자 은사인 카지마와 몰래 사귄다. 나오코의 엄마 마사코 또한 바람피우는 남편이지만 그의 이혼요구에 쉽게 응하지 않을 만큼 사랑한다.

 

 

나쁜 남자라도 없는 것보다 있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미쓰에는 남편이 자신을 죽도록 싫어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떠나보내고, 토모는 산에서 발견된 남편의 유품 중 빠징코 코인을 땅에 묻으며 이별한다. 사람은 생물학적으로 죽음을 맞고 타인의 기억 속에서 잊히는 두 번의 죽음을 겪는다는 토모의 대사는 그녀가 이별에 대처하는 방식이 어떠한지를 보여준다.

 

애도는 ‘사람의 죽음을 슬퍼한다’는 뜻이다. 죽음은 다른 의미로 이승의 인연과 이별을 뜻하니, 애도의 과정은 우리가 사람을 만나고 헤어지는 과정과 다름없다. 첫 번째, “그는 죽지 않았어.” 혹은 “그는 날 떠나지 않았어.”라고 이별을 부인한다. 두 번째는 “어떻게 나한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어.” 혹은 “어떻게 그이가 날 떠나!” 라고 분노하는 단계이다. 세 번째는 “이러니까 그가 나를 떠난 거야.” 즉, “내가 이렇게 못 났으니 그가 날 버린 거야 .”라고 결론내리며 우울의 단계로 접어든다. 네 번째는 떠난 그를 가슴에 묻는다, 곧 ‘떠난 그가 내 안에 있다.’가 된다. 상실과 내가 한 몸이 된다. 다섯 번째 “떠난 사람은 떠난 사람이고 산 사람은 살아야지.” 하면서 삶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죽음을 수용할 수 없는 ‘우울과 합체의 단계’는 무의식의 차원에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그를 잊는다면, 영영 이별할 것만 같기 때문이다.

 

 

매번 떠나보내지만 토모는 떠난 남자들을 기억에 묻고 새로 시작한다. 반면 나오코는 첫 사랑 카지마와 한 몸이 되어 늘 그와 함께 살아간다. 그녀의 무의식이 만든 환영을 사실처럼 믿었던 관객은 마지막 반전에 놀라고 그녀의 아픔에 자신도 모르게 같이 아파한다. 다행인 것은 “내가 미친 거니?”라는 그녀의 물음에 주변 사람 누구도 “그래, 너 미쳤어”라고 대답하지 않는다. 그녀의 친구, 엄마, 미장원의 손님들, 심지어 어린 딸 모모까지 그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소녀시절부터 작별하지 못한 첫 사랑 카지마의 죽음과 함께 기거하는 나오코의 삶을 아무도 방해하지 않는다. 그것이 영화 <퍼머넌트 노바라>에서 삶의 이유가 사랑밖에 없다고 믿는 그녀들이 사는 방식이며 애도에 대처하는 방법이다. 누군가는 세상이 떠나가라 슬픔을 토하며 죽고 싶다고 떠들고, 그녀를 뜯어말리는 가하면, 그것을 바라보며 껄껄 웃는다. 이별을 겪는 당사자의 고통이 가장 크겠지만, 그것을 함께 나눔으로써 우리는 살아갈 힘을 얻는다.

 

 

 

 

s*****7 2013.08.18.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