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인의 사랑을 통해 조선을 보다 인간의 영원한 화두는 사랑이다. 역사 이래 사랑으로 인해 사람의 목숨까지 좌지우지하는 경우를 볼 때 분명 그 특별한 힘이 있을 것이라고 본다. 다양한 사랑의 모습 중에서 단연코 이목을 집중시키는 것은 남녀 간의 사랑일 것이다. 수도 없는 문학작품 역시 남녀 간의 애틋한 사랑을 주제로 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사람들은 간접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대신할 위안거리로 삼기도 한다. 남녀 간의 사랑 중에서도 사람의 심금을 울리는 것은 이뤄지지 못한 애절한 사랑이나 사랑으로 인해 목숨을 잃어버리게 되는 사례가 아닐까? 그렇게 이루지 못한 사랑의 모습은 대부분 남자들에 의해 초래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남성중심주의 사상이 의해 일방적으로 피해를 입는 여성들이 많았다는 역사적 경험이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을 것이다. 이 책 ‘조선 여인의 향기’는 바로 조선이라는 사대부, 남성위주의 가부장적 신분사회를 살았던 여인들의 사랑을 담고 있다. 조선에서 여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조선 신분사회의 팔천으로 구분되어 사회적 멸시와 냉대를 받았던 천민의 삶 그것과 비교해도 많은 차이를 느끼지 못할 만큼 험난한 삶이었다. 하지만, 그런 사회를 살아가는 중에도 인간이 가지는 본성일 이성에 대한 마음을 있었으며 사회적 한계로 인해 더 애절함을 담기도 했던 것이다. 여인들의 사랑을 매난국죽(梅蘭菊竹)으로 표현하며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는 이 책은 매화의 은은한 향기를 간직한 여인, 난초의 그윽한 향기를 간직한 여인, 국화의 깨끗한 향기를 간직한 여인, 대나무의 푸르른 향기를 간직한 여인을 각종 문헌이나 설화 등을 조선의 공식 기록인 조선왕조실록이나 용재총화, 청파극담, 문소만록 등 기록한 다양한 책에서 가져와 출처를 밝히며 저자 이수광의 상상력이 더해진 이야기들이다. 신분이나 나이 등을 초월한 모두 스물여섯 여인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조선의 여인은 어떤 삶은 살았을까? 조선 여인의 삶을 관통했던 것은 조선을 유지했던 기본 사상인 유학이었다. 유학의 기본이념은 효와 예였다. 이는 조선이라는 사회의 틀을 유지하는 것이었기에 남성과 가부장적인 의식을 배재할 수 없을 것이다. 이는 곧 여인들의 삶에 그대로 관철되어 부모와 남편, 자녀에 자신을 희생하도록 강요하게 된다. 이러한 삶이 여인들의 생활을 구성하였기에 조선 여인들의 사랑 역시 그 범주에서 벗어난 것은 용납되지 않았다. 애절함이나 애틋함은 이곳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이 책이 담고 있는 이야기는 조선이라는 사회의 근간을 벗어난 사랑을 꿈꾼 사람도 있고, 남편을 향한 마음이 넘쳐나는 이야기, 천한 신분이지만 남성을 향한 마음에 자신의 몸과 마음을 버렸던 사람, 기생으로 천하를 호령하며 이름을 떨쳤던 사람 등 다양한 사람들이 등장한다. 또한 이야기 중 등장하는 남성이지만 주인인 여인이지만 그 여인을 향한 마음이 임금을 감동시킨 남자이야기도 있다. 저자는 이러한 여인들의 사랑이야기를 통해 조선 여인들의 구구한 삶을 조명하고 싶어하고 있다. 사랑을 이루었던 이루지 못했던 간에 그 사랑의 모습 속에서 당시를 살았던 부인, 노비, 기생, 애인들의 삶을 얽어매었던 사회구조적 모순을 밝히고 싶었던 것이다. 사랑은 언제나 현재진행형이다. 또한 그 어떤 사랑도 당사자 외에는 결코 이해하지 못할 그 무엇이 있다. 이는 시대를 불문하고 사랑하는 사람 사이에 땔 수 없는 인간 본성이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사회는 환경이나 조건 등을 따지며 지고지순한 사랑의 가치를 평가절하하기도 하지만 인간의 내면에 존재하는 사랑의 근본에는 변함을 없을 것이다. 이 책에 담긴 여인들의 사랑에서 역설적이지만 그 모습을 본다. |
|
만약 내가 조선시대 여인으로 태어나 사랑을 한다면 지금처럼 당당하게 혹은 거침없이 할 수 있을까? |
|
이 책은 조선이라는 나라에서 살던 여인들의 사랑 이야기를 묶어 놓은 것이다. 사대부집 여인들, 여염집 여인들, 노비나 기생의 이야기까지... 정말 다양한 여인들의 이야기들이었다. 하지만 기록이라는 것이 어디 비천한 자들의 것이던가... 대부분은 기록에 이름이 남을 수 있는 양반가의 여자들이었다.
가끔 정절이라는 굴레에 갇혀 한숨으로 남은 생을 살았던 이야기에 속이 터지기도 하고 조선이라는 나라가 밉기도 했지만 역사 시간에 배우지 못한 소소한 이야기들이 조선이라는 나라에 흥미를 가질 수 있게 해주었다. |
|
슬픈 사랑을 보면 대체로 짜증이 난다. 짝사랑도 싫다. 그저 남자와 여자가 예쁘게 만나서 알콩달콩 사랑을 하면서 한평생 보내면 얼마나 좋을까. 조물주의 장난인가. 사랑에는 언제나 방해물이 있다. 그래서 이별하고, 슬퍼하고, 안타깝다. <조선 여인의 향기>는 조선을 뒤흔든 시리즈로 유명한 작가의 작품이다. 가슴이 짠하다. 이 작가는 해피엔딩보다 슬픈 사랑을 좋아하는 것일까. 하기야 비극미라는 것이 있다. 애달픈 사랑은 비극적인 아름다움이 있고 우리를 감동에 젖게 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죽으면 눈물이 난다. 너무나 사랑하여 따라 죽으면 가슴이 뻐근해진다. 이 책에는 슬픈 사랑이 많다. 조선시대를 산 여성들의 행복한 삶이 많지 않다. 그래도 향기가 풍기는 것 같다. 제목 참 마음에 든다. 황진이가 머문 방에서는 사흘 동안 향기가 남아 있었다고 하는데 내 방에서는 어떤 냄새가 날까. 클클. 창문을 바라본다. 바람에 나부끼는 은행잎 소리, 마치 조선시대 여인들의 치맛자락이 끌리는 소리 같고, 쓸쓸한 한숨소리 같다. 아무튼 긴 여운이 남아 있는 책이다. |
|
사랑 외엔 더 바란 것이 없노라
카피가 참 멋이 있다. 표지의 여인은 은근하게 사람을 잡아 끈다. 책 내용도 은근함이 묻어 있다. 팩트와 픽션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어 한 폭의 수채화 같은 영상을 만들어낸다. 왕비와 옹주, 사대부의 부인과 천민의 부인, 이 책은 여러 계층의 조선 여인들을 등장시켜 조선시대 사회사를 살피고 있다. 억지로 조선이 어쨌네 하고 강조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조선으로 이끈다. 여성들에게 향기가 있다고? 처음에는 화장품 냄새인가 하고 단순하게 생각했다. 그러나 책을 읽으면서 조선 여인들 각자의 사랑과 삶, 신분의 굴레에 얽매여 한숨짓는 여인들의 모습에서 나름대로 향기가 풍겨오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때로는 매화처럼 때로는 난초처럼 그윽하기도 하고 국화처럼 맑고 차가운 향기가 풍겨오는 것 같았다. 조선의 여성들에게 이런 향기가 풍긴다면 현대의 여성들에게는 어떤 향기가 풍길까. 지적인 멋을 갖고 있는 여성들에게는 우아함이, 예술기적인 멋을 갖고 있는 여성들에게는 청아함이, 비록 평범한 직장여성이나 가정주부들에게는 삶의 진정성이 향기로 남아 있을 것이다. 초나라 시인 굴원의 <이소경> 한 구절이 떠오른다.
마른 풀잎과 연꽃으로 저고리 짓고 연꽃잎 모아 치마를 만드나니 나 알아주는 이 없어도 그만이어라 내 마음 진정 향기롭기만 하다면 내 갓은 더욱 높아지고 내 노리개 치렁치렁 눈부시게 빛나리. |
|
얼마 전까지만 해도 벚꽃이 화사하게 피었는데 바람 몇 번 불고 비가 오더니 신록이 무성해졌다. 봄이 되어 벚꽃이 활짝 피면 떠오르는 노래가 있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처음에 이 책을 접했을 때도 그런 느낌이 들었다. <조선여인의 향기>는 조선시대를 살아온 여성들의 사랑과 삶, 그리고 그녀들의 한에 대한 이야기다. 지금은 꽃잎처럼 사라지고 없는 여인들이지만 당대를 살았을 때는 울고 웃고, 그 희로애락을 다양한 여성들을 통해 살피고 있다. 재미있다. 올여름에 이 책이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을 것 같다. 눈 속에 얼어 죽은 부부, 남편의 관을 베고 자는 여인, 남편이 죽자 신부의 모습으로 곱게 단장하고 따라 죽은 여인, 사랑하는 남자가 전쟁 때문에 달아나자 울며불며 3주야를 따라오다가 끝내 돌아보지 않자 압록강에 꽃잎처럼 몸을 던진 여인, 사랑하는 사람이 보고 싶어 귀신이 되어 나타난 여인…. 그래서 울림이 있고 떨림이 있다. 이 책에는 조선시대 여인들의 이야기가 상세하게 실려 있다. 마치 향기를 풍기는 듯한 조선시대 여성들. 시대를 막론하고 여성들은 사랑에 가슴 아파하고 이별에 눈물을 흘리며 슬퍼한다. 어쩌면 한 시대를 풍미한 여성들도 있고 이름 없이 잡초처럼 한 시대를 살아간 여성들도 있었을 것이다. 이 책에는 이름 없는 여인들, 이름이 덜 알려진 여성들이 많이 등장한다. 아름답고 슬프다. 사랑스러우면서도 안타깝다. 삽화도 마음에 든다. 수채화처럼 은은한 색감이 글을 읽는데 도움이 되고 있다. 모처럼 가슴 시린 사랑 이야기를 읽은 것 같다. |
|
잔잔하면서도 긴 여운이 있는 책
항상 바쁘게 살다보니 책을 읽는 것이 여의치 않다. 그런데 모처럼 조선여인들의 사랑과 한을 유려한 문장으로 복원한 이 책을 읽었다. 사랑하는 남편과 눈 속에서 함께 얼어 죽은 강원도 통천의 나무꾼 이야기, 남편의 관을 메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쓸쓸한 여인의 뒷모습, 주인아씨를 위하여 목숨을 돌보지 않은 충직한 종 고만석, 영주에 그의 충노각이 있다는 사실을 오늘에야 처음 알았다. 세상이 각박하고 사랑이 메마른 시대에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목숨까지 바치는 일은 얼마나 고귀한 일인가. 사실 여성들 누구에게나 향기가 있는 법이다. 조선 여인들 26명을 등장시켜 다양한 사랑과 삶을 조명하여 향기가 있는 책을 집필한 작가의 필력이 마음에 든다. 어떻게 보면 2% 부족한 듯한 책의 내용과 표지, 그런데도 가슴을 떨리게 하는 것이 이 작가의 매력인 것 같다. 조선시대 500년을 산 수많은 여성들의 향기, 그녀들의 눈물과 웃음, 기쁨과 슬픔이 고스란히 전해져 오는 것 같다. |
|
조선시대를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고 달리 생각했다. 특히 여성들에 대해서는 더욱 그렇다. 내가 아는 조선의 여성들은 신사임당, 허난설헌, 황진이 등이 고작이었으니까. 그러나 이 책에 등장하는 여인들은 다채롭다. 왕비에서 천민인 여성까지 다양한 여성들이 등장한다. 여성들을 통해서 조선시대를 파악할 수 있어서 좋았다. 역사는 정치가나 영웅들의 이야기가 전부는 아니다. 어쩌면 지극히 평범한 여성들을 통해서도 역사를 살필 수 있다. 책의 내용은 잔잔하면서도 짙은 여운이 있다. 저자의 문체에 의한 것이겠지만 조선시대를 다녀온 듯한 기분을 느꼈다.
가는 곳마다 인산인해를 이루는데 슬그머니 치맛속 깊이 손이 들어오네. 그대는 돈 일전에 머리 숙이는 계집 나는 집 없이 팔도를 떠도는 한량 물결에 휩쓸리고 바람에 실려 미친 듯이 노느라면 구경꾼들이 돈과 술을 준다네.
箇處人海人山傍 暗地入手深裙裳 如是一錢首肯之女娘 我是八路不閾之閑良 朝金郞慕朴郞 逐波而偃隨風狂 一般布施茶酒湯
제2화 바우덕이편에 실려 있는 시다. 시를 통해서 사당패 여인들의 남루한 인생을 살필 수 있다. <조선 여인의 향기>를 읽고 잔잔한 떨림과 울림이 밀려오는 것을 느꼈다. 여인들에게는 저마다 독특한 향기가 있다. 안성 남사당패의 바우덕이에게서 떠돌이 연희패의 슬프면서도 아름다운 향기가 느껴졌고, 남편의 관을 베고 자는 여인에게서 강인한 인동초의 향기가 느껴졌다. 그런가하면 성균관 유생들의 성적 판타지를 엿볼 수 있는 요괴와의 사랑에서는 요염한 여인의 향기가 느껴졌다. 저자는 여인들을 매화, 난초, 국화, 대나무로 표현하고 있다. 대중역사서로는 드물게 색감이 풍부한 삽화가 있어서 마음에 쏙 든다.
|
|
예전에 살았던 인물을 주인공으로 해서 책을 쓰는 경우는 많은 경우가 두가지로 나뉜다. 사실만을 열거해서 나열한 사실적인 이야기와 주인공과 그 당시의 사건을 참고로 해서 거기다가 허구를 덧입혀진 경우. 앞의 경우는 다큐에 가까운 이야기가 될것이고 뒤의 경우에는 요즘 팩션소설이라는 새로운 장르로 나타나고 있다. 전통적으로 한국 뿐 아니라 다른 많은 나라에서도 팩션소설은 찾아볼수가 있다. 특히 프랑스 왕조를 중심으로 한 이야기들이 아무래도 많은 편이라고 보여지고 유명한 음악가들을 주인공이나 또는 소재 삼아 그린 책들도 많은 편이다. 한국의 경우에는 특히 조선시대의 이야기가 많은 편인데 아무래도 왕조가 길고 또 최근에 가깝기도 하고 역사적 자료가 많이 남아있기때문에 사실적인 요소들을 알기 쉬워서 그런 것도 있는 편이라 생각된다. 그러나 자료들이 있다해도 특정계층 즉 왕조에 얽힌 이야기들만 많은 편이고 다른 서민이나 일반 평민 또한 천민에 이르면 그 자료의 양은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된다. 그래서 왕조 이야기들만 많은 편이고 사람들을 다루더라도 남자중심의 이야기들이 많은 편인데 이 책에서는 특이하게도 여자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