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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은 이야기인가 과학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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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철학자 자크 랑시에르의 [역사의 이름들](울력, 2011)은 부제가 '지식의 시학에 관한 에세이'다. 랑시에르가 명명한 '지식의 시학'이란 "일단의 인문적 절차들, 즉 이 절차들에 의해 하나의 담론이 문학에서 벗어나 과학의 위상을 점하고 과학의 의미를 지니게 되는 그런 일단의 절차들에 대한 연구"를 말한다. "하나의 지식이 어떤 규칙들에 따라 특정 장르의 담론으로 씌어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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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철학자 자크 랑시에르의 [역사의 이름들](울력, 2011)은 부제가 '지식의 시학에 관한 에세이'다. 랑시에르가 명명한 '지식의 시학'이란 "일단의 인문적 절차들, 즉 이 절차들에 의해 하나의 담론이 문학에서 벗어나 과학의 위상을 점하고 과학의 의미를 지니게 되는 그런 일단의 절차들에 대한 연구"를 말한다. 


"하나의 지식이 어떤 규칙들에 따라 특정 장르의 담론으로 씌어지고 읽히고 구성될 때, 지식의 시학은 바로 그런 규칙들에 관심을 갖는다."(21쪽)


지식의 시학은 인문·사회과학의 지식이 지향하는 진리양식을 정의하고, 그 진리양식이 주장하는 과학성이 유효한지 여부를 가리는 작업이다. 또한 지식의 시학은 과학과 문학과 정치의 삼중 접합이라는 구성적 특징을 확증한다. 역사학이라는 지식의 경우, 지식의 시학은 민주주의 시대에 학문적인 역사 이야기를 서술하는 조건들, 즉 과학적이고 서사적이고 정치적인 삼중의 계약을 접합하는 시학적 조건들을 탐구하는 것이다. 랑시에르는 역사적으로 과학의 시대는 문학의 시대이면서 동시에 민주주의 시대라는 점에 착안한다. 이처럼 랑시에르에게 역사는 과학적, 서사적, 정치적 삼중 접합의 담론이다. 


역사학은 이야기인가 과학인가. 역사성과 문학성의 경계선은 존재하는가. 존재한다면 그 경계는 어디인가. 자크 랑시에르는 역사-과학과 역사-이야기의 차이점을 거론한 뒤 역사는 기실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과학이라는 주장을 전개한다. 다시 말해서, 역사와 역사학을 이야기로만 혹은 과학으로만 보는 관점은 모두 편협하고 극단적인 것이다. 


한때 역사 과학이 역사 야화와 역사 소설에 대항해 형성되었다. 역사를 과학으로 전환시키려는 일련의 노력은 마르크스주의 역사가들과 아날학파 역사가들에 의해 진행되었다. 특히 뤼시앙 페브르와 페르낭 브로델의 아날학파는 역사 담론의 과학적 혁명의 아버지로 추앙받고 있다. 과학적인 역사가들은 역사가 "인간의 삶에 대한 소설"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고 강변한다. 랑시에르는 책에서 '낡은 역사'와 '새로운 역사'라는 표현을 쓰는데 낡은 역사는 전통적인 역사가들의 작업을, 새로운 역사는 과학적인 역사가들의 작업을 지시한다. 전통적인 역사가들은 자료의 엄밀한 검토와 사료 비판을 권장했지만 여전히 정치, 연대기, 개인이란 낡은 우상에 집착했다. 반면에, 과학적인 역사가들은 사회학자, 경제학자, 통계학자의 권유대로 지리학, 통계학, 인구학을 역사학에 응용하여 숫자와 도표나 지도를 시각적으로 활용했다. 그리고 역사학의 소재는 인구, 생산, 교역, 외교사 뿐만이 아니라 장기지속, 물질문명, 대중의 삶을 포함한 지성사나 정서와 풍속의 역사로 확대되었다. 요약하자면, 아날학파는 물질생활의 공간-시간에 대한 지리-역사와 망탈리테에 대한 민속-역사를 정립했다.  


"미슐레에서 브로델에 이르는 역사의 시대란 역사가들이 왕의 죽음이라는 장면을 이야기와 과학의 균형 위에서 다시 서술할 수 있었던 시대였다."(79쪽)

z***a 2012.09.15.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