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부분의 역사책은 서술의 시작을 개국이나 정권교체로 시작한다. 이어 정치구조나 통치구조를 자세히 설명하고 경제사와 문화사로 들어간다. 이런 왕조사 중심의 역사에 반기를 든 아날학파의 영향이 현대까지 이어져 최근에는 서민,민중,보통사람들의 생활사를 다루는 미시사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누가 정권을 잡고 어떤 정치를 펴건 당장 먹고사는게 중요했고 절박했던 사람들에게는 정치란 남의 일이었다. 정치경제가 날줄이라면 생활사가 씨줄이 되어 역사를 만든다. 하지만 정치제도의 이해가 한 시대를 파악하는 핵심요소인것은 부인할 수가 없다. 왕조가 변하고 정권담당 세력이 변하면서 그에 따라 다양한 정책들이 만들어지고 민초들의 생활모습도 영향을 받았다. 많은 역사책들이 정치사에 집중하는 모습을 탈피하려는 시대에 오히려 "본격 정치 드라마 역사책"이 나왔다. 김당택의 [우리 한국사]는 표지에 '정치사 중심의 새로운 한국 통사'라고 확인해 줄 만큼 책 전반에 나오는 내용이 대부분 정치이야기이다. 경제사,문화사등은 뒷전이다. 거의 취급하지 않는다. 오로지 역사를 정치세력간의 다툼과 알력, 협력, 경쟁으로 그린다. 2천년 동안 신문 정치면을 모으면 이런 책이 만들어질까? 구체적인 사실을 나열하기 보다는 그렇게 된 원인이나 의미를 밝히기 위해 노력했다.~~~ 정치사라는 하나의 주제를 통해 한국사의 전개과정을 이해하려고 한 만큼 전체의 내용을 연결시키기 위해 노력하였다. 문화사,생활사를 강조하는 분위기를 역행하는 책이지만 낯 설지는 않다. 기존의 책들이 워낙 정치사 중심이어서 그런지 이 책은 오히려 집중도를 높여주고 강렬한 느낌까지 준다. 역사책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저자의 시대구분이다. 이 책에서는 당당(?)하게 이기백선생의 시대구분을 따른다고 하면서도 약간 시대구분을 축약시켰다. 고대에서 통일신라까지를 고대귀족사회 고려와 조선을 양반사회로 묶었다. 정치사를 중심으로 보면 고려와 조선을 양반관료사회로 묶는게 당연하게 여겨진다. 하지만 정치사를 다루기 위해 사료중심으로 역사책을 만들다 보니 고조선과 삼국시대 이전의 고대사 부분이 빈약하다. 나도 아쉽고 저자도 아쉬워 한다. 다만 아쉬운 것은 원시공동체사회나 귀족국가의 성립이전의 여러 국가들, 즉 고조선,삼한,가야 등의 역사를 다루지 못한 점인데~~~정치사에 초점을 맞추어 한국사의 흐름을 파악하려고 할 때 이들을 어떻게 처리 할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한국사 개설서나 통사를 읽을 때 저자의 사관을 검증(?)하려고 먼저 찾아보는 부분이 있다. 역사학자들이 많이 논쟁하는 부분들이다. 이 책에서도 그런 부분을 통해 저자의 사관을 검증해본다. (물론 의미없는 재미일 뿐이다.) 1. 삼국사기 초기 기록의 신빙성 삼국사기에 오류가 있다고 인정한다.
삼국사기 초기 기록의 혼란은 삼국시대 각국이 발전하면서 계보를 정리할 때 나왔다. 각국이 자신들의 역사를 만들 때 여러 부족의 혼합을 단일한 역사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런 과정에서 여러 부족의 왕들을 마치 같은 혈통인 것처럼 연결했다. 타당해 보이는 시각이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고구려 백제는 이런 시각으로 설명하는데 신라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킨다. 삼국사기 위조론 오류론의 집중적인 대상은 고구려, 백제가 아니라 신라인데, 저자는 오히려 신라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편파(?)적인 서술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2. 사도세자 사망에대한 이론 사도세자의 죽음에 대한 다양한 주장이 있다. 한중록에 나와있는대로 "광기"로 죽었다라는 주장과 반 사도세자파인 노론에 의해 제거 되었다는 정치이론이 있다.
최근 이덕일씨의 주장과 유사하다. 사도세자는 친 서민적인 군주감이었는데 이것이 노론을 자극하여 죽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영조는 노론에 끌려가던 것일까? 파면 팔 수록 의문이 드는 사건이다. 3. 광해군에 대한 평가 광해군을 실리외교의 군주로 보느냐 폐군으로 보느냐에 대해 여러 주장이 있다. 이 책에서는 광해군 개인의 실패로 폐위 되었다기 보다는 대북정권의 실패로 광해군이 폐위 되었다고 서술한다. 새로운 생각이다.
모든 영광과 책임은 왕이 가져가는 것이지만 광해군으로서는 억울한 면도 있겠다. 4. 고종에 대한 인식 일부 역사학자들은 최근 고종의 치적을 높이 사야 한다고 한다. 특히 광무개혁 등 일본으로 부터 벗어나고 대한제국을 발전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고 주장하며 고종무능군주론을 반박한다. 이 책에서는 고종에 대한 직접적인 평가는 없다. 하지만 독립협회와 관련해서 광무연간의 치적보다는 독립협회의 노력을 높이 사는 것으로 보아 고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보여준다. 5. 현대사부분에서는 객관적인 서술을 하려 노력했다. 특별히 눈에 띄는 특이한 해석은 나오지 않는다. 이렇게 상식적이고 객관적인 서술을 하면 되는데, 어려운 것인가? 최근 역사 논쟁이 생각났다. * 자유를 위한 긴 여정 저자는 한국사가 모든 사람의 자유를 향해 조금씩 이동했다고 판단한다. 그렇다면 앞으로 역사가 더 발전하면서 우리의 자유가 더 높아질까? 그렇다면 어떤 자유일까? 한국사는 소수의 귀족이 주도하던 고대사회에서, 그 보다 많은 양반이 이끌던 중세사회로 변모하였고, 시민이 중심이 된 근대사회를 거쳐, 모든 한국인이 주인인 현대사회로 발전해 왔다. * 역사 매니아를 위한 본격 정치사 중심의 역사책! 역사는 정치고, 정치는 파워게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