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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에 대해 알고 싶었는데 거의 정치적인 것만 있어서 조금 아쉬웠다. 80년대에는 군사 쿠데타도 있었고 민주화혁명도 있었다. 최초로 대통령 직선제가 도입되기도 하였다. 정권교체는 하지 못했지만, 민주화에 있어서 새로운 계기가 된 시대임은 분명하다. 또한, 경제가 성장하고 호황기를 맞았던 시기이기도 하다. 88서울 올림픽과 컬러텔레비전의 대중화 등으로 대중문화가 본격적으로 꽃피우기 시작했다. 반면에, 부동산 투기가 극심해졌고, 노사분쟁, 파업을 비롯한 학생, 민주화운동 또한 격동했던 시기였다.
쿠데타를 일으키기 전, 충정훈련을 준비하였다. 신군부 세력의 쿠데타 준비로 '충정훈련'이라 불리는 시위 진압훈련을 하였다. 이 지시에 따라 특전부대에서부터 대도시 부근에 주둔한 일반 부대에 이르기까지 대규모의 군이 참여했다. 계엄령 철폐를 요구하는 대학생들의 시위가 전국 곳곳에서 격렬하게 전개되었다고 한다. 신군부 세력은 권력형 부정축재 혐의자 및 사회불안 조성 학생 및 노조 소요의 배후조종 혐의자 등을 잡아들였다. 김대중이 구속되면서 광주 시위는 격렬해졌고, 특공부대를 광주로 보냈다. 시위 진압은 더욱 폭력화 되었고, 광주시민들은 이에 대항하였다. 그 결과 발포로 이어지고, 맞서 싸우면서 광주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피해가 커졌다.
사회악을 일소하겠다면서 삼청교육대를 만들었다. 죄없는 사람들이 잡혀와서 가혹한 훈련 중에 사망하는 일이 많았다. 영장없이 체포하였고, 할당된 숫자를 체우기 위해 군이나 경찰에 미움을 받거나 아무 잘못없는 시민도 붙잡혀서 심각한 인권침해였다고 한다. 괴롭히고, 기압주면서 죽어가는 사람이 많았는데, 언론은(좃선) 사회가 순화되고 새사람으로 태어나고 있다면서 호도하였다. 대중에게 공포심을 조장하여 말잘듣게 만들기 위함 아니었을까.
전두환 정권에 들어서 탄압이 더 강화되었다고 한다. 이에 대한 학생운동도 과거와 달리 노동자와 연대하여 강화된 모습이 되었다. 강제 징집된 학생들이 군에서 의문사 당하기도 하였다. 노동현장 투신은 대학생의 신분을 숨긴 위장취업 형태였다. 관련자를 잡아 고문하기도 하였다. 대표적으로 김근태 전기 고문. 권인숙 성고문사건. 용공조작 사건들도 남발되었다.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이 도화선이 되어 6.29선언으로 민주화 운동은 성공을 거두게 되었다. 하지만 그후, 야당의 두 김씨가 분열하면서 노태우에게 정권이 이양되었다. 6.29 선언 이후 그 선언으로 만들어진 민주적 개방의 분위기 속에서 7.8.9월 노동자 대투쟁이 발생하였다고 한다. 현대엔진에서 시작한 노동자 대투쟁이었다. 한국에서 노동자계급이 형성된 이래 발생한 노동쟁의 가운데 최대 규모였다고 한다.
대중문화가 성장하였는데, 정치권에 대한 관심을 돌리기 위해서라고 한다. 국민들을 탈정치화 하였기에 대중조작의 성격이 강하다고 한다. 대표적으로 7.30 교육개혁안에 따라 과외 금지와 졸업정원제였다. 대학생들을 학점 경쟁에 매달리게 함으로써 정권에 대한 저항을 약화시키기 위한 의도라고 한다. 광주항쟁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국풍81 이라는 행사를 주체하였다. 민속제, 전통 예술제, 젊은이 가요제, 연극제 등 행사가 벌어졌다. 이 행사는 정부의 주도로 이루어진 거대한 관제 문화행사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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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과 6월은 대한민국의 역사에 있어 꽤 의미있는 사건들이 많았던 달이다.
그래서 그런걸까, 각 대학 교정의 캠퍼스에는 민주화운동을 기념하는 현수막들이 걸려있고 건물 안에는 민주화운동과정 중 희생당한 분들을 위로하는 단이 마련되어있다.
하지만 캠퍼스를 스쳐지나가는 많은 학생들에게 이것은 낯선 풍경 중 일부일 뿐이다. 그런데 이것이 단지 개인의 삶이 바쁘기 때문인걸까. 어쩌면 고등학교 때의 근현대사 수업이 하나의 원인일 수 있다.
본인 역시 고등학교 근현대사 수업시간에 80년대 이후는 '수능에 나오지 않기 때문에' 아예 배우지 않았었다. 지금은 근현대사를 국사로 통합시킨다는 얘기까지 나오는데 오죽할까. 하지만 현재 대한민국의 모습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80년대 격동기의 역사를 간략하게라도 이해해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렇게 80년대 이후의 민주화운동과 국가정책의 변화, 그리고 정치사의 흐름을 다루는 책이 출판되는 것은 상당히 반가운 얘기이다. 이 책을 통해 청소년과 본인을 포함한 다양한 계층의 대중이 80년대 이후의 역사흐름을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그 중에서도 '민주화운동'의 흐름을 풀어쓴 것은 현 시대의 아버지, 어머니들의 삶을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을 과연 청소년들이 쉽게 접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든다.
상당히 많은 사건들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었을까. 중간중간 설명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회담이나 사건들에 대한 설명이 되어있지 않은 것들을 발견했고, 형식상 '미주'처리가 되어있기 때문에, 추가설명이 되어있다고 해도 굳이 책의 맨 뒤를 보지 않는 이상 그냥 지나치게 된다.
형식상 미주로 되어있는 것은 책의 내용과 흐름에서 방해를 받지 않기 위함으로 이해되지만, 대상을 굳이 '청소년'으로 잡았다면 '각주'처리를 하는 것이 내용을 이해하는 데에 더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 여겨진다.
또한 문장 중간중간 비문이 있어, 청소년이 이해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라 생각된다.
수정을 위해 밝혀보자면 p.178의 "그런 점에서 1987년 민주화 이행은 대통령 직선제를 통해 국민이 직접 대통령을 선출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권위주의 체제의 민주화에는 성공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화운동 세력에 의한 민주정부 수립에는 실패했던 민주화이행이었다."라는 문장을 보면 한 문장 안에 "~점에서", "민주화"라는 단어가 불필요할 정도로 많이 쓰여있으며 문장의 주어가 되어야 할 것이라 생각되는 "민주화 이행"은 문장의 맨 뒤에 들어와있다. 이 외에도 간혹 문장의 비문이 보여, 수정해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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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비평이 기획한 역사교양서 〈20세기 한국사〉시리즈 중 네 번째로 한국 현대정치와 민주주의 연구에 전념해온 정해구 선생 작 《전두환과 1980년대 민주화운동》이 발간되었다. 〈20세기 한국사〉시리즈는 한국현대사의 큰 흐름을 식민지, 해방과 분단, 한국전쟁, 독재와 경제성장, 민주화로 특징짓고 각 분야 전문가들이 그간의 연구 성과를 십분 반영해 대중의 눈높이에 맞는 역사서 서술을 목표로 기획된 것이다. 이번에 출판된 이 책은 민주화, 그 가운데서도 80년대의 그것에 관한 책이다. 역사를 좋아하고 특히 한국현대사에 많은 관심을 가진 독자의 한 명으로 이 책의 출간은 여러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무엇보다 기억 속에 그리 오래지 않은 것 같기만 한 ‘1980년대’가 본격적인 역사서술의 범위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는 점이 자못 놀랍다. 1980년대 민주화운동의 흐름 속에서 본격화한 한국현대사 연구는 그간 해방정국과 한국전쟁을 거쳐 박정희 정부 시기까지 연구영역을 넓혀왔지만 1980년대 연구는 아직 좀 이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이 책은 1980년대를 정면으로 다루었다. 한국현대사 연구에 등불을 비춘 1980년대가 시간이 지나 어느덧 그 자체 역사적 분석의 대상이 된 것이다. 하지만 역사학 외에 정치학 등의 분야에서는 이미 이 시기를 주제로 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결코 빠르다고만 할 수는 없다. 오히려 어떤 면에서는 이 책의 출간이 다소 늦은 점 또한 없지 않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386세대라 불렀던(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30대가 아닌) 40대와 그 이상의 한국인들에게 1980년대는 결코 과거가 아닌 ‘젊었던 시절의 한 때’이다. 그보다 어렸을지언정 1980년대의 자기 기억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는 대부분의 30대와 일부 20대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다양한 기억 속의 1980년대는 그래서 더 각각의 기억에 의존할 뿐 보다 엄밀한 공공의 장에서 비판적인 안목으로 조명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 역사적 시각으로 접근한 이 책의 출간이 늦었다고 하는 이유이다. 역사적으로 1980년대의 가장 큰 의의는 1987년 6월 민주항쟁을 통한 민주화의 성취일 것이다. 이 책 역시 민주화운동의 흐름을 염두에 두고 전개과정을 서술하는데 중점을 두었다. 대체적인 흐름은 10.26 이후 서울의 봄과 그 기간 신군부의 쿠데타 내지 집권 준비, 5.18 광주민중항쟁, 전두환 정권의 성립 이후 민주화운동과 정권의 대응, 6월 민주항쟁을 통한 민주화 이행 및 그 성과와 한계, 1980년대 남북관계로 이어진다. 그러나 이 책이 꼭 1980년대에만 초점을 맞춘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저자의 관점은 해방 후 민주화운동사의 거시적 관점에서 1980년대를 자리매김하려는데 있을 것이다. 책의 구성이 이를 말해준다. 즉 프롤로그는 1980년대 이전의 민주화운동사를 간략하게 서술했으며 에필로그는 1990년대 초 직면한 정치사회경제의 실상을 언급했다. 이러한 저자의 의도는 책 곳곳에서도 드러나는데 이를테면 전두환 집권 후 노동운동을 설명하면서 1970년대의 그것과 비교하는 서술방식이 그러하다(113쪽). 1980년대 민주화운동에 집중하면서도 가능한 장기적 시야를 확보하고자 한 서술은 이 책이 가진 장점 중 하나이다. 6월 민주항쟁이 한국현대 민주주의사의 중요한 분기점임은 재론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저자가 강조하듯이 1960년 4.19혁명과 1980년 5.18 광주민중혁명을 포함해 해방 후 지난한 과정을 거친 반독재 투쟁은 6월 민주항쟁에서 길었던 군부 집권의 종식과 대통령 직선제라는 커다란 결실을 맺었다. 그러나 민주화 과정이 그것으로 끝난 것은 아니다. 6월 민주항쟁을 통해 제도로서의 민주주의를 어느 정도 확보했다면 이후는 실질적인 차원에서 그것의 내면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우리가 익히 알고 있듯이 현재도 이어지는 그 과정이 결코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그런 맥락에서 독자들에게 6월 민주항쟁의 역사적 위상과 내용을 다시금 생각해보는 계기를 제공해준다는데 책의 중요한 의의가 있다. 6월 민주항쟁의 실제는 무엇이었는가? 그것은 짧게는 1980년 이후, 길게는 해방 후 민주화운동 흐름과 어떻게 연결되는가? 역으로 6월 항쟁이 있기까지 직간접적으로 어떤 운동의 과정을 겪었는가? 또한 항쟁을 통한 실체적 성과를 얻었음에도 오늘날 여전히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지금 우리가 원하는 민주주의와 6월 항쟁을 이끌었던 사람들이 원했던 민주주의는 같은가, 다르다면 어떻게 다르고 왜 다른가? 이런 물음은 민주화 이후 20년이 훌쩍 지난 현재도 차분히 생각해볼 문제이며 소통의 부재로 인한 민주주의 위기가 입에 오르내리는 요즈음 오히려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문제일 것이다. 앞서 한국현대사에 관심이 많은 독자라고 했지만 사실 80년대 민주화운동에 대해서는 무지하다. 아마도 그것을 직접 겪지 않은 세대의 상당수가 비슷한 처지일 거라 생각하지만 87년 민주화는 굉장히 익숙하면서도 역설적으로 그만큼 피상적인 대상이었다. 책을 읽으며 우리 역사가 이루어온 민주주의와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나름의 고민을 해보게 되었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독자가 이 책을 읽고 각자의 고민을 곱씹어볼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단 그러한 고민은 정확한 역사적 사실의 숙지와 엄정한 비판적 잣대를 전제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책의 내용에 관하여 하나 덧붙이자면 이 책은 어디까지나 역사교양서로 기본이 되는 책이란 점이다. 신군부 집권 과정에서 대통령이었던 최규하의 역할과 그의 의중은 무엇이었는지, 광주의 경험, 광주에 대한 속죄감 등은 이후 민주화 과정에 어떻게 내재되었고 발현양상은 어떠했는지 등 책을 읽고 갖가지 의문점이 생긴다면 계속해서 관련 연구서들을 찾아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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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과 80년대 민주화운동 - ‘서울의 봄’에서 군사정권의 종말까지 서평이 지녀야 할 최고의 덕목은 무엇일까. 단순히 책을 소개하거나 비평하는 데에 그치는 것으로는 곤란하다. 조금 노골적으로 말해보자면, 서평은 이 책을 사서 읽을 만한가를 언급해줘야 한다. 돈 값을 하는 책인가, 값어치에 비해 훨씬 가치가 있는 책인가, 영 형편없는 책인가를 잠재적 독자들에게 말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전두환과 80년대 민주화운동>은 청소년과 시민을 위한 ‘20세기 한국사’ 쓰기란 목적 하에 “필자 자신의 관점보다는 학계의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역사적 사실을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 서술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구체적으로 저자는 이 책의 서술목적으로 “박정희가 사망한 이후 1980년 ‘서울의 봄’ 시기의 민주화 이행이 어떻게 전개되고 실패했는지, 그 과정에서 광주민중항쟁이 어떻게 발생하고 진압되었는지, 그리고 5.17군사쿠데타를 일으킨 신군부 세력이 이후 체제 정비를 어떻게 해나갔는지 살펴보고자” 시도하였다. 더하여 “1980년대 민주화운동이 어떻게 전개되었는지, 그것이 어떻게 6월 민주항쟁의 성공으로 이어졌는지, 그리고 6월항쟁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민주화 이행 과정에서 민주화운동 세력에 의한 민주정부 수립이 왜 실패하게 되었는지” 살피려 하였다. 청소년과 시민들에게 ‘먹힐만한’ 글쓰기란 뚜렷한 서사가 있는 글쓰기, 역사전개 특유의 복잡성을 최대한 이야기 구조 속에서 녹여낼 수 있는 글쓰기여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역사에 대한 ‘어느 정도의 관심이 있는 이들’이라면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책이다. 역사적 사건에 대한 풍부한 배경설명과 전개과정이 단순하게 병렬, 나열되기보다는 저자의 이야기 속에서 구조화되고 있다는 인상이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 역사에 대한 호기심을 증폭시키고자 하는 청소년, 이미 80년대 역사에 대해 평균 이상의 지식을 갖춘 시민에게는 그리 매력적이지 않은 듯하다. 여기서는 일단 역사에 대한 초보적인 지식을 가진 청소년의 시각에서만 살펴보자.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용어들이 더러 보인다. ‘유화조치’, ‘공민권’, ‘NL’, ‘PD’ 같은 용어는 풀어쓰거나 추가적인 설명이 필요하다. 당대 운동세력, 정치세력이 각기 다른 입장에 따라 나뉘는 것에 대해서도 보다 쉽게 설명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다음 문장을 한 번 보자. 오늘날에 이르러 부쩍 강조되는 논리들을 염두에 두어 서술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법치’ 나 ‘준법’ 등이 요새 두드러지는데 그 이면에는 정부의 정책이나 지향에 저항하거나 이견을 표출하는 세력들에 대한 정권 차원의 견제가 작동한다. 하지만 맥락을 잘라내고 ‘법치’나 ‘준법’ 그 자체로만 보게 되면 말 자체는 틀린 말이 아니라는 생각도 분명 떠오르게 된다. 그렇다면 북한과의 민간교류를 대해 청소년들은 단순히 불법적 행동이냐 민주화운동의 일환이냐는 가치판단의 문제와 마주하지 않을까. 역사적 차원에서 특정한 사건을 평가하는 것이 가치판단에 대한 고민의 결과임을 감안한다면, 저자가 생각했던 고민의 흐름을 풀어서 설명해보는 것 자체가 훌륭한 역사서술일 수 있다. 조금 비판이 심했다 여겨질 수도 있지만 사실 청소년과 시민을 위한 역사서술이 생각만큼 쉬운 작업은 아니다. 청소년과 시민이라는 독자설정은 한편으로 분명해 보이지만, 굉장히 그 층위가 다양한 까닭에 필자 역시 서술에 많은 고민을 한 흔적도 발견된다. 어쨌든 역사에 대한 어느 정도의 관심이 있는 청소년에게 그리고 정규교육과정을 이수한 성인 시민들에 한해서 이 책은 유용하다. 단편적으로, 부분적으로 알고 있던 80년대의 민주화운동과 한국 사회의 모습을 구조적으로 잘 엮어 주고 있기에 놓치고 있던 부분들에 대한 보충도 가능하고, 전체적인 모습을 그려보기에도 적절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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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을 보았을 때 제목이 좀 이상하다고 느꼈다.
"<전두환과 80년대 민주화운동>?, 전두환이 민주화운동을 했다는 얘긴가?" 하지만 곧 이런 제목이 붙은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역사비평사에서는 '20세기 한국사 시리즈'라는 기획으로 이미 <이승만과 제1공화국>과 <박정희와 개발독재시대>라는 책을 내놓았는데, 아마 이들 책과 같은 형식으로 제목을 뽑은 듯싶었다. 즉 이 책은 1940~50년대를 다룬 <이승만과 제1공화국>과 1960~70년대를 다룬 <박정희와 개발독재시대>처럼 1980년대의 현대사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정리하고 있다. 하지만 제목의 범위를 넘어서 1988년부터 1993년까지 지속한 노태우 정권에 대한 이야기도 생각보다 자세하게 서술되어 있다. 한마디로 이 책은 전두환 정권과 노태우 정권 당시의 현대사를 다룬 것이다. 이 책의 가장 큰 덕목은 지금까지 주로 깊이 없는 언론 기사나 한정된 범위의 논문으로 다루어졌던 1980년대, 즉 전두환 정권과 노태우 정권 시절의 역사를 학문적인 관점에서 체계적으로 잘 정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비교적 가까운 시기의 역사라서 직접 경험을 통해 당시의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자부하는 나조차도 이 책을 통해 파편적인 사실들을 다시 체계적으로 재구성할 수 있었다. 또한 6월 항쟁 당시 지방의 움직임에 대한 서술처럼 솔직히 잘 몰랐던 사실들도 많이 알 수 있었다. 1980년대를 잘 모르는 젊은세대는 물론 이 시대를 직접 경험한 기성세대에게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또다른 덕목은 이 책이 쉽게 읽힌다는 사실이다. 복잡하게 전개된 1980년대 현대사를 중요 사건과 단체, 인물들을 총망라하면서도 몇 시간만에 독파할 수 있을 정도로 평이하게 서술하였다. 이는 전적으로 필자의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이 책은 학술논문에 참고문헌으로 소개할 수 있으면서도 동시에 대중들이 어려움 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내용적으로 이 책에서 특히 흥미로웠던 부분은 정권과 저항세력의 '오판' 혹은 '의도하지 않은 결과'에 대해 서술한 부분이다. 예를 들어 '서울의 봄' 당시 3김 정치인들은 이미 '12.12군사반란'으로 군을 장악한 전두환과 신군부의 정치개입 가능성을 오판했으며 이러한 오판은 1987년 6월항쟁 이후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양김의 독자출마라는 형태로 재현되어 결국 노태우의 승리로 끝이 났다는 사실이다. 또한 전두환은 5.18 당시 초기에 저항의 싹을 자르기 위해 무자비한 시위진압에 나섰지만 그 결과 시위가 민중항쟁으로 전화되는 엄청난 결과가 일어난 사실이나, 1983년 말부터 전두환이 시도한 유화국면이 정권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민주화운동이 성장하는 중요한 기회가 되었으며 반대로 1985년 하반기부터 전두환 정권의 탄압 강화가 결국 박종철 고문치사 등을 유발하여 6월항쟁의 기폭제가 되었다는 사실 등은 이 시절의 역사가 얼마나 예측하기 어려운 역동적인 것이었던가를 잘 보여준다. 물론 몇몇 구절에서 사소한 오류가 눈에 띄며 (예를 들어 88올림픽 유치 당시 경쟁 도시는 '나가노'가 아니라 '나고야'이다) 3S정책에 대한 서술이나, 민주화와 3저호황 이후 한국의 사회적, 문화적 변화에 대한 서술이 조금은 소략한 듯싶다. 그러나 현재 1980년대에 대한 학계의 연구가 아직 걸음마인 상태에서 이 정도의 아쉬움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최근 문화 영역에서 '7080'이라 해서 1970년대와 1980년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이 시점에 아무쪼록 이 책이 그 시대를 이해하는 길잡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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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2011년’이다. 새삼스럽게 강조하는 이유는 이 책이 전두환 정권을 ‘역사학적’으로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누구나 알고 있다시피, 그리고 이 책이 제목을 통해서도 보여주고 있는 것처럼 전두환은 80년대 한국정부의 대통령이었다. 우선은 내용의 특징을 논외로 하더라도 그 때부터 가늠해도 갓 30년을 넘어서는 오늘 날, 이 시대를 역사로서 다룬다는 것 자체가 한국현대사의 의미 있는 정표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의미에서 이 책이 ‘좋은 책’으로 평가받는 것은 ‘당연’하다. 또한 개인적으로도 이 책은 정말 유용(?)하다. 뭐, 어줍지 않게 역사학을 공부한다고 “설치고” 있기는 하지만, 사실 특정 전공을 정한 상황에서 전두환이나 노태우가 역사책에 등장하고 있다는 소리만 들었지, 그것이 어떤 내러티브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그 연구 수준이 어디까지 왔는지 등등을 직접 접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나 같은 ‘시민’을 위해 정말 안성맞춤인 책이다. 책의 구체적인 내용이나 줄거리에 대해서 굳이 이야기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독자마다 해석은 다르고 뇌리에 남는 장면도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 책 중에 ‘민주화의 한국적 맥락’을 분석하면서 지역주의가 발현되는 장면 분석을 가장 재미있게 읽었다. 또한 민중운동이 시대를 거쳐 사안별 시위 -> 체제 자체에 대한 저항 -> 사회변혁을 추구하는 저항 식으로 ‘진화’하였다는 분석도 탁월하다고 본다. 다만 나는 이 책의 내용을 소개하는 것보다 수많은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이 책을 어떻게 독해했으며, 무엇을 생각하게 되었는지를 다른 독자들과 공유하고 싶다. 결론부터 이야기한다면 나는 “어떤 시대가 역사학적으로 해석되기 ‘시작’할 때”의, 뭐랄까, 구속이나 규정력 등으로 표현할 수 있는 긴장감을 이 책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
개념이 적확한지 확신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이 책이 서술을 위해 사용하고 있는 개념은 ‘국가’와 ‘사회’이다. 이와 맞물려 서술 구도 역시 ‘억압하는 국가’와 ‘대항하는 사회’로 설정되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기본적인 특징들은 이 책으로 하여금 역사학에서 부르는 ‘민중운동사’ 카테고리 속에 포함되게 하는 배경이 될 수 있다. 이것은 아마 저자도 분명히 의도하고 있는 바일 텐데 촘촘히 살펴보면 차이는 존재하지만, ‘민주화운동’과 ‘민중운동’을 개념상 대략 등치시키고 있는 것도 이러한 저자의 의도를 반영한다. 이 책의 서술에서 그 주인공은 정권을 중심으로 하는 정치적 상황이라기보다는 ‘민중’을 중심으로 차근차근 변혁을 향해 나아가는 ‘운동’이다. 게다가 이 책의 행간에는 저자가 현 정권에 하고 싶은 말들처럼 여겨지는 해석들이 녹아 있다. 예를 들어 항쟁에 대한 설명에서 ‘주도세력이 없었다’거나 ‘중간층도 지지했다’ 등등의 해석은 마치 작년 ‘촛불시위’를 해석하는 진보세력의 말을 떠올리게 한다. 어쨌든 큰 틀은 이렇다.
‘민중운동사’나 ‘민중사’로서 이 책을 분류할 수 있다면 약간은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조금 더 효과적으로 이야기하기 위해 최근 식민지 시기의 ‘민중’에 대한 해석으로서 점점 주도권을 잡아나가고 있는 방법론을 간략하게 소개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이 방법론이란 결국 ‘민중’의 개념을 다시 고찰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하는 것인데, 이들에게 드리워진 마르크스주의의 그림자를 희미하게 하고(완전히 걷어내자는 것은 아니다) 그들의 생활이나 일상 등을 통해 당시 사회를 재구성하자는 것이다. 나도 이러한 방법론이 나온 문제의식에 어느 정도 동의하는 편이다. 즉 당시의 ‘민중’에게 ‘변혁주체’라는 틀을 굳이 씌우지 않아도 당시 사회상에 보다 가깝게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방법론은 오늘 날의 현실을 사는 ‘민중’의 모습으로부터 야기된 면이 있다. 즉 이러한 ‘민중사’의 방법론은 역사학의 실천성이나 현재성을 현실에 맞게 성찰하자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고 하겠다.
이것을 이 책과 결부시켜 생각해보면 조금은 아이러니컬한 상황이 나오지 않는가? 현재를 기점으로 먼 시기를 연구하는 방법론보다 가까운 시기를 연구하는 방법론이 ‘후퇴’한 현상이 바로 그것이다. ‘사료’라는 측면에서도 80년대는 식민지 시기나 다른 시대보다 양적으로 보다 많은 사료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왜 우리는 어떤 시대를 비로소 역사적으로 해석하고 연구하기 시작할 때에 항상 ‘운동사적 관점’에서 시작하게 되는 것일까? 일제시대사가 현대사로 불렸던 과거에도 연구의 시작은 마찬가지였다. 뭐, 그 때는 그럴 수밖에 없는 시대적 맥락이 있었다. 하지만 연구대상이 되는 시기가 점점 올라오면서도 그 출발이 지녔던 특징은 대략 같았던 것 같다. ‘민중사’가 아니라 정치사나 경제사도 마찬가지라는 느낌을 지울 수는 없다. 이것이 “잘못 되었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단순한 질문으로 이해해주기를 바란다.
물론 이 책의 주제가 한국 현대사의 ‘민주화운동’이기 때문에 민중운동사의 전통적인 방법론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것은 인정한다. 또한 다른 무대에서 내가 앞에서 이야기한 관점이 이미 작동되고 있는 중일 수도 있을 것이다. 어차피 한 연구자가 모든 것을 커버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자신의 문제의식과 자신이 현실을 바라보는 시선에 맞는 연구를 각자가 진행하는 가운데 학문은 발전해 왔다고 할 수도 있다. 서술의 흐름상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나는 “사회변혁의 현재성”을 ‘대중’이 다시 고찰하게 한다는 면에서 이 책에 대해 꽤 감동했다. 지금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그 ‘감동’과는 다른 결이다.
이렇게 이야기해 보자. 《스카우트》라는 영화가 있다. 본 지 꽤 되어 정확한 것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어느 대학교 야구부의 어떤 스카우터가 선동열을 스카우트하기 위해 광주로 내려가면서 겪게 되는 사건들을 다루는 영화다. 시대적 배경은 전두환 정권기이다. 주인공의 연인은 당시 전두환 정권에 반대하는 대학생 운동가였다. 시위가 일상이었던 그 시절 주인공은 야구부원으로서 ‘어쩔 수 없이’ 시위학생들을 진압하게 되는데, 이를 목격하게 된 그 연인은 이별을 선언한다. 주인공은 이별의 이유를 알지 못하며 지내다가 광주로 내려갔을 때 그 연인과 재회하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나중에 이별의 이유를 알게 된 주인공은 항쟁에 참여하게 되고 선동열 스카우트 작전은 그가 경찰에 연행되면서 실패하게 된다.
내가 굳이 이 영화를 소개하는 이유는 영화를 막 보았을 때 주인공이 운동에 가담하게 되는 과정을 상당히 흥미롭게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전두환에 대해 “군대에 있을 때 같이 축구를 한 적이 있었는데, 참 남자답고 괜찮은 사람”이라고 이야기하는 등, 당시 사회의 민주화 열풍을 전혀 내면화하거나 이해하지 못한 사람이었다. 그러던 그가 연인과의 재회를 통해 이별의 이유를 알게 되고, 그 ‘빚’을 갚기 위해 운동에 참가하게 된다. 이것이 작가의 상상력에 의한 픽션인 것은 확실하지만, 주인공이 운동에 참여하게 되는 과정은 마치 ‘일상’이 ‘저항’으로 전환되는 다양한 회로 중에 하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을까? 즉, 민주화운동의 내부에는 사회변혁을 위한 의지만으로 설명될 수 없는 다양한 흐름들이 존재하고 있을 것이다. 80년대 역사 연구의 ‘시작을 알리는’ 이 책은 이런 흐름을 포착하고자 노력하는 책은 아니다.
어떤 시대를 역사학적으로 상대화시키는 작업은 언제나 그렇듯이 녹록치 않다. 더구나 ‘처음(학술서로서 이 책이 처음은 아니겠지만)’은 더욱 힘들다.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도 함께 열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연구자가 ‘의무적’으로 그 시대를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놓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릴 필요는 없을 것이다. 어쨌든 이 책은 80년대 민주화운동이 내포하는 사회변혁에 대한 지향성을 충실히 보여주고, 그 지향성의 한계와 ‘현재성’을 성찰하게 하는 좋은 책이면서, 동시에 어떤 시대를 역사학적으로 해석하기 ‘시작’할 때 놓이게 되는, 일종의 딜레마가 아직은 해결되기 요원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책이다. 이것은 마르크스주의 역사학에서 그 공부길을 시작한 선배 학자들이 우리에게 준 ‘선물’일 수도 있고, 혹은 ‘저주’일 수도 있다. 책 참 잘 읽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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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를 살아가는 현재 우리에게 ‘민주화’는 더 이상 큰 정치적 목표가 아니다. 사람들 대다수는 이미 ‘민주화’는 이루어졌다고 생각하고 ‘민주화운동’은 더 이상 현재의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고 느낀다. 하지만 과연 우리의 ‘민주화운동’은 완결된 것일까 정해구가 쓴 ‘전두환과 80년대 민주화운동’은 1980년대 남한에서 일어났던 민주화운동 과정을 상세히 그려내고 있다. 그리고 그 결말은 성공이라기보다는 여전히 미완의 ‘민주화운동’을 보여주는 것만 같다. 전두환 군부정권을 몰아냈지만, 대선에서 김영삼, 김대중은 분열했고, 전두환의 계승자라고 할 수 있는, 노태우가 대통령이 되었다. 그리고 저자 스스로도 1990년대 한국사회는 1980년대 한국 사회가 만들어놓은 발전의 성과와 문제점들까지 계승되었다고 서술하는 것으로 책을 마무리짓고 있다. 역사비평사에서 나오고 있는 ‘청소년과 시민을 위한 20세기 한국사’ 시리즈가 1990년대까지 그 시리즈를 진행할지는 모르겠지만,(아마도 역사라는 이름으로 1990년대를 다루기는 아직 이르다고만 느껴진다.) 이 책은 분명, 현재 우리가 느끼는 ‘민주화’의 문제에도 시사점을 줄 수 있는 그런 저작이라고 생각된다. 우리의 현재는 과연 1980년대 성취했던 민주화로부터 얼마나 더 진전되어있는가? 아니면 후퇴해있는가? 그런 물음을 이 책을 읽으며 계속 던질 수 밖에 없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극히 현재적으로 1980년대를 다시금 되돌아볼 수 있게 해주는 시금석이 되어줄 수 있는 책이라고 느낀다. 하지만 여전히 아쉬운 점도 있다. ‘청소년과 시민을 위한’이라고 기치를 높이는 시리즈이지만, 그 서술이 청소년과 시민들에게 쉽고 편하게 다가설만한 서술인가 의문이다. 오히려 보다 직접 역사적 과정에 의문을 갖고 생각하고 느낄 수 있도록, 서술을 배치하고 구성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것은 저자가 가지고 있는 독자에 대한 인식의 결과이겠지만 말이다. 계속진행되는 역비의 ‘20세기 한국사’ 시리즈에서 뛰어난 역사대중서를 만들기 위해 보다 독자대중들에게 다가서고 소통할 수 있는 방식에 대해서 고민하고 시험하는 과정이 담겨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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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라는 시공간이 던지는 감각은 오묘하다. 가까운 것도 같고, 다시 생각해 보면 먼 것도 같은. 많은 독자들에게 스스로 경험했던 동시대일 것이고, 그 이후에 출생한 사람들에게도 현재에 드리워진 그림자가 길게 느껴지는. 역사책 속에서 만나기에는 왠지 어색할 수도 있는. 그래서 이런 책이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전두환 이후, 오늘과 맞닿는 시기를 간결하게 정리해 줄 수 있는 책.
이 책은 역사문제연구소가 기획한 ‘20세기 한국사’ 시리즈 중 한권이다. “식민지, 해방과 분단, 전쟁, 독재와 경제성장, 민주화로 요약되는 20세기 한국사의 큰 흐름”을 살펴보는 것을 목표로 하는 시리즈의 마지막 부분인 것이다. 그동안 학계의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하여 대중에게 역사적 사실을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책인 만큼 쉽고 간결한 서술 방식을 취하고 있다. ‘서울의 봄’에서 시작하여 노태우 정권까지의 정치상을 독재정부와 민중의 대결을 중심으로 그려내었고, 말미에 민주화 이후 민주개혁의 성과와 경제, 사회적 분위기까지를 다루고 있다. 특히 1~5장에서 보여주는 정권과 민중의 대립은 간결하고 속도감 있게 묘사되어 있다. 현대사의 흐름이 익숙하지 않은 독자들이라도 쉽게 따라갈 수 있게끔 짜임새 있게 서술되었다. 6, 7, 8장은 민주화 이후의 정치 지형을 설명하고 그 성과와 한계를 분석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사건을 중심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다 보니 앞부분 보다는 집중하기 어려운 감이 있었다. 기존의 연구성과를 최대한 반영하여 쓴 글인 만큼 새로운 견해를 제시했다기 보다 80년대의 정치사를 잘 정리해 둔 느낌이 든다. 최대한 객관적으로 서술하고, 평가는 독자에게 맡기겠다는 집필의도 때문일 것이다. 쉽게, 간결하게 전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다 보니 아쉬운 점도 눈에 띤다. 서술과 서술 사이의 인과관계가 생략되어 의문스러운 부분들이 종종 있다. 예를 들면 6월 항쟁때는 적극적으로 동참했던 중산층이 그 이후에는 보수화되었다고 쓰고 있는데 그 이유에 대해서는 설명하고 있지 않다던지.
광주항쟁이나 6월 항쟁에 대한 서술을 보면 그 역동성과 에너지에 새삼 놀라게 된다. 권력자들은 언제나 집회의 무질서함과 과격함을 선전하며 법에 보장된 권리를 제한하려 하지만, 과거 민주화 운동의 경험으로부터 우리는 알 수 있다. 공통의 목표를 향해 공감대를 형성한 사람들은 스스로 가야만 하는 곳을 알고 있다는 것을. 우리가 어떻게 오늘에 와 있는지를 알려 주고, 오늘의 현실을 되돌아 보게 하는 책인 것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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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기획은 ‘청소년과 시민을 위한, 일반인을 위한 한국사 서술’을 목표로 한다는 것이다. 그 점을 생각했을 때, 글쓰기와 내용이 성공적으로 보인다. 평이한 문체는 누구나 알기 쉽게 1980년대 정치 상황을 그려볼 수 있다. 또 각 장이 30쪽 정도로 내용이 고르게 분배되어 지루하지 않으면서 80년대의 각 국면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책 전반으로 특정 세력의 등장, 사건의 발단, 민주화운동의 흐름 등에 대한 배경과 원인, 영향과 결과 등을 명료하게 제시하고 있는 점도 돋보였다. 무엇보다 민주주의를 향한 학생과 정치인, 재야세력, 노동자, 그리고 일반대중의 간단없는 투쟁이 오늘날 한국사회의 민주화를 달성하게 했던 원동력이었다는 시각이 인상적이다. 그러면서도 80년대 당시 민주화운동의 한계점들을 빠지지 않고 지적하고 있는 점은 이후 한국사회가 해결해야 할 과제들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저자의 비판적 시각이 엿보인다. 이처럼 이 책은 80년대 상황을 이해하는 데 많은 이해를 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몇 가지 아쉬운 점들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첫 번째로 내용상의 문제이다. 저자가 밝힌대로 한국 민주화운동의 특징이 ‘운동을 통한 민주주의’였던 만큼 이 책에서도 독재와 저항의 틀이 선명하다. 이는 80년대 민주화 국면을 이해하는 데 기본적인 관점이 될 텐데, 그럼에도 다변화한 한국사회를 고려하는 서술이 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예를 들어 비록 저자는 학생/정치/재야/종교/노동자 등 민주화운동 세력을 구별하고 있지만 이들 사이의 차이점은 잘 드러나지 않고, 일률적으로 설명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또한 87년 이후 한국사회의 특징 중 하나는 ‘중산층’의 등장인데, 중산층 신화, 중산층의 보수화에 대해서는 소략한 느낌이다. 두 번째로 구성상의 아쉬움을 얘기해보고자 한다. 그 이전 역사문제연구소 20세기 한국사 시리즈의 경우도 마찬가지지만, 「저자의 말」과 같은 꼭지가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그런 성격으로 책에서도 「프롤로그」와 「에필로그」가 있지만, 각기 80년대 이전의 민주화운동, 90년대 이후의 전망에 중점을 두어 내용에 치중하고 있다. 대중서라는 점을 감안해도 저자 나름의 시각이 잘 보이지 않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다. 한편 구성상 다른 장에서 서술된 내용의 일부가 뒤에서 다시 서술되는 경우가 발견되는 점(51쪽과 52쪽, 188쪽과 226쪽)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또 ‘옥에 티’로 오류 두 부분이 보인다. 48쪽 <표 1-2> 출전 부분의 정상용 외 저서는 1955년이 아니라 1990년이다. 227쪽 프로야구 개막 시구 사진 설명 부분에서 개막전 경기는 ‘잠실야구장’이 아니라 ‘동대문운동장’이다. 본문에는 맞게 설명되었는데, 사진 부분 설명이 잘못되었다. 80년대의 진실을 많은 이들에게 쉽게 다가가게 만들 수 있으리라는 점에서 이 책은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한 가지 제언을 하자면, ‘왜 한국의 정당정치는 저 모양인가, 시민사회운동은 (비판이 중요하긴 하지만) 왜 비판만 하는가’ 하는 일반인들의 궁금증을 긁어주고 물음을 일정 부분 해소해줄 서술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론 이 책을 통해 한국의 민주화운동의 모든 걸 얘기해보라는 것은 과욕일 것이다. 이점은 저자뿐만 아니라 한국사나 사회과학 연구자들이 계속해서 고민해가야 할 부분일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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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근현대 사회운동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