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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익은 타인들의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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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했던 현실이 어느 순간 부자연스럽다. 타인은 눈치채지 못할 미세한 변화가 당황스럽기만 하다. 어느 토요일 아침. 휴일에는 울리지 않아야 할 자명종이 7시에 울리면서 주인공 K는 미궁속으로 빠져간다. 작가는 그로부터 3일의 시간을 추적하고 있다.'나'를 규정하는 것은 육체와 정신이다. 육체는 눈에 보이므로 쉽게 규정된다. 정신은 다르다. 데카르트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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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했던 현실이 어느 순간 부자연스럽다. 타인은 눈치채지 못할 미세한 변화가 당황스럽기만 하다. 어느 토요일 아침. 휴일에는 울리지 않아야 할 자명종이 7시에 울리면서 주인공 K는 미궁속으로 빠져간다. 작가는 그로부터 3일의 시간을 추적하고 있다.


'나'를 규정하는 것은 육체와 정신이다. 육체는 눈에 보이므로 쉽게 규정된다. 정신은 다르다. 데카르트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고 선언했지만, '생각'하는 것만으로 존재를 규명하는 것은 불완전하다. '나'라는 존재는 좁게는 타인, 넓게는 이 세상과 '관계'를 맺는 것으로 증명된다. 희노애락을 예로 들어보자. 맛있는 음식을 배불리 먹은 후 느끼는 포만감, 추위에 떠는 고통 등은 제3자와 관계 없이 홀로 자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동물도 느끼는 원초적인 감정일 뿐이다. 우리가 말하는 희노애락은 타인, 나아가서 이 사회와의 관계에서 비롯된다. '나'만의 고유한 캐릭터가 형성되는 배경이다. 그(그녀)가 없으면 기쁠 것도 슬퍼할 것도 없다. 내가 이 세상에 유일무이한 존재라면, 과연 나는 무엇으로 규정될까? 심지어 자연조차 없다면 더욱 어려워진다. 우주속의 나는 아무 의미 없는 개체에 불과하다. 동일한 육체의 특징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인간이라 할 수 없다. 인간은 또 다른 인간과의 관계를 통해 정체성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타인을 통해 스스로를 규정하는 것은 김훈의 소설 '칼의 노래'에서도 드러난다. 이순신의 독백을 보면, 스스로를 '적의 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적의 적'이란 표현을 처음 접했을 때 신선한 충격이었다. 보통 나라는 존재를 생각할 때 진공 상태의 투명 용기에 나를 집어 넣어놓고 관찰하는 상상을 한다. 나는 어떤 존재일지. 아무리 고민해도 나의 특징을 쉽게 찾을 수 없었다. 김훈의 표현을 통해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진공 용기에 나외에도 주변 사람, 공동체, 사회를 함께 집어 넣고 관찰해야 하는 것이다. '왜놈'이라는 적이 없다면 이순신이라는 존재는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김훈은 이순신을 '적의 적'으로 규정함으로서 그의 존재 목적을 명쾌하게 표현했다.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는 주인공 K가 이 세상과 맺고 있던 관계를 살짝 비틀었다. 비틀려진 것이 진짜일지, 비틀리기 전이 진짜일지 알 수 없다. 다만 관계의 원형을 복원해가는 K의 여정을 통해 독자가 유추할 뿐이다. 그것은 곧 그 자신의 자아를 찾는 과정이기도 하다. K는 가까스로 미세한 비틀림을 복원하는데 성공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순간 현실의 삶은 끝이난다. 이것은 또 다른 비극일까? 진정한 존재의 의미를 깨닫지 못하고 맞이하는 노년의 죽음과 비교할 때 어느 것이 더 나은 결론일까. 쉽게 답하기 어렵다.


작가는 고통스러운 암 투병 과정에서 매순간 '죽음'을 묵상했을 것이다. 그로인해 세상과 관계 맺었던 모든 것에 의문을 갖기 시작했고, 그 의문은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로 이어졌다.

 

'암은 지금껏 내가 알고 있던 모든 지식과 내가 보는 모든 사물과 내가 듣는 모든 소리와 내가 느끼는 모든 감각과 내가 지금까지 믿어왔던 하느님과 진리라고 생각해왔던 모든 학문이 실은 거짓이며, 겉으로 꾸미는 우상이며, 성 바오로의 말처럼 사라져가는 환상이며, 존재하지도 않는 헛꽃임을 깨우쳐주었다.'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 p6


어떤 의미에서 동물처럼 살아가는 현대인이다. 먹고 자고 싸고. 살아가는 것에 급급할 때가 많다. 동물과 다를 바 없는 삶이다. 진정 '나는 무엇일까?'라는 고리타분한 질문. 거울에 보이는 육체 외에 나를 규정하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볼 여유가 없다. 이런 상상을 해보자. 끝없이 펼쳐지는 사막 위에 스스로를 던져놓는다. 그리고 부모, 아내, 친구, 도시, 나라 등을 하나씩 놓아가며 맺어지는 관계를 추적해보자. 각각의 관계들이 복잡하게 얽히고 그것을 통해 나의 캐릭터가 뚜렷해지는 기현상이 벌어질 것이다. 그러고 보니 중,고등학교 시절 사회 시간에 배웠던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라는 보편 타당한 명제로 되돌아 간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 맞다. '나'라는 존재는 태초에 신이 '나'에게만 주신 고유한 특징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사실 그것은 세상과의 관계 맺음에서 비로소 완성되는 것 같다. 


감히 데카르트의 선언을 비틀어보고 싶어진다. 

'나는 관계 맺는다. 그러므로 존재한다.'


c*******3 2011.06.06. 신고 공감 21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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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익은 타인들의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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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로위를 달려오는 기차의 불빛과 소리에  " 나에 대해 나보다 더 잘 알 수없을 것" 이라는 오만과 교만을 힐난 받은 느낌이었다. 그러나 진정 자신에 대해  미처 알지 못했던 나의 또 다른 모습을 만나게 된다면 ...... 여러 속성을 가진 나를 인정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고 .... 내안의 다중의 가능성을 알아보느냐 못 알아보느냐의 문제로 접근해보았다  잃어버린 핸드폰으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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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로위를 달려오는 기차의 불빛과 소리에 
" 나에 대해 나보다 더 잘 알 수없을 것" 이라는 오만과 교만을 힐난 받은 느낌이었다.
그러나 진정 자신에 대해  미처 알지 못했던 나의 또 다른 모습을 만나게 된다면 ......
여러 속성을 가진 나를 인정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고 ....
내안의 다중의 가능성을 알아보느냐 못 알아보느냐의 문제로 접근해보았다 
잃어버린 핸드폰으로부터 출발하여 다시 돌아온 핸드폰속의 내모습이 만약에 이전에 내가 알던 내가 아니라면.... 
 
소설의 출발은 너무나 자연스럽고, 익숙함으로 부터였는데.....
그 평온함과 익숙함을 무방비인채로 따라가다보니 너무나 낯선 곳에 내가 서 있는 당혹스럽기까지했다.
그곳엔  <최인호-1 레인저>가 계셨고 , <최인호-1 레인저 >또한 내가 알던 오리지널 최인호 선생님임을 깨닫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어쩌면 그는 우리가 기억하는 그와 다른 모습의 그도 동시에 알아주길 기대한것은 아닐까?
종착역 <합체>를 알려주신 그에게 찬사와 와병중의 열정에도 박수를 드립니다.
t***o 2011.06.03. 신고 공감 1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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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안에 있는 또 하나의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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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토요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갑자기 주위의 모든것이 낯설어 보이며 K의 방황이 시작된다.K의 방황과 함께 매형이었던 P교수의 상상밖의 행동에서 우리 모두가 P교수와 같은 그러한 행동을 원하고 있는 것이라는 기분이 강하게 들었다.나역시 현실의 나로서는 행동에 옮기지 못하지만 마음속 어딘가에서는 변형된 나를 가지고 있다고 느꼈고,  그 변형된 나는 무었이든 자유롭게 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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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토요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갑자기 주위의 모든것이 낯설어 보이며 K의 방황이 시작된다.
K의 방황과 함께 매형이었던 P교수의 상상밖의 행동에서 우리 모두가 P교수와 같은 그러한 행동을 원하고 있는 것이라는 기분이 강하게 들었다.
나역시 현실의 나로서는 행동에 옮기지 못하지만 마음속 어딘가에서는 변형된 나를 가지고 있다고 느꼈고,  그 변형된 나는 무었이든 자유롭게 할수 있다. 어차피 상상속이기 때문이다.
그 상상속에서는 아무리 파렴치한 일이라도 할 수있으며  어쩌면 그것이 내안에 있는 또 하나의 나이며,
그리고 그것이 더욱 진실에 가까운 내가 아닐까하는 섬찟한 생각이 들기도 하며 나를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하였다..
내안에 있는 또 하나의 나
그 또하나의 나라는 존재가 소설의 K1 처럼 실재 어딘가에 있는 것은 아닐까?
있다면 과연 그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하는 강한 의문이 계속 머리속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w*******3 2011.06.05. 신고 공감 1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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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익은 타인들의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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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만에 느껴보는 최인호작가의 필력이었다. 어느날  갑자기 자신의 주변에 있는 모든 것이 낯설게 느껴지기 시작하며 주인공 K의 방황이 시작된다.K의 방황하는 과정에서 진행되는 사건의 구성과 치밀함이 돋보였으며,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한 기대감과 궁금증으로 책에서 손이 떨어지지 않았다.이 책을 읽으며 나역시 소설 속의 K와 유사한 경험을 가졌던 사실을 발견하고 놀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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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만에 느껴보는 최인호작가의 필력이었다.
어느날  갑자기 자신의 주변에 있는 모든 것이 낯설게 느껴지기 시작하며 주인공 K의 방황이 시작된다.
K의 방황하는 과정에서 진행되는 사건의 구성과 치밀함이 돋보였으며,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한 기대감과 궁금증으로 책에서 손이 떨어지지 않았다.
이 책을 읽으며 나역시 소설 속의 K와 유사한 경험을 가졌던 사실을 발견하고 놀래기도 하였으며 그래서 나는 우리 모두가 이 소설의 K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빠져들기도 했다.
최인호 작가의 많은 작품을 대해왔던 내게 이 작품은 신선한 충격을 주었으며 벌써 몇십년 전에 읽었던 타인의방, 술꾼, 지구인등에서 느꼈던 영원한 청년 작자  최인호의 재림을 본듯 했다. 최고였다.
우리시대의 영원한 우상이었던 최인호 작가의 쾌유를 빈다.

r********7 2011.05.30. 신고 공감 10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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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호 선생님의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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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에 사랑하던 두 여인이 있었읍니다. 한명은 경아, 한명은 은지. 결국 그 두 여인이 제게 소설읽기의 길로 손을 끌고 들어 가버렸구요. 최인호 선생님의 별들의 고향의"경아"와 박범신 선생님의 풀잎처럼 눞다의 "은지"  전 지금 이렇게 나이를 먹어 버렸는데 그 두여인은아직도 젊음을 유지하고 있으니 부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최인호 선생님은 제게는 젊음의 상징 그 자체로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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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0년대에 사랑하던 두 여인이 있었읍니다. 한명은 경아, 한명은 은지.
 결국 그 두 여인이 제게 소설읽기의 길로 손을 끌고 들어 가버렸구요. 최인호 선생님의 별들의 고향의
"경아"와 박범신 선생님의 풀잎처럼 눞다의 "은지"  전 지금 이렇게 나이를 먹어 버렸는데 그 두여인은
아직도 젊음을 유지하고 있으니 부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최인호 선생님은 제게는 젊음의 상징 그 자체로 존재하고 계신데, 건강이 좋지 않으시다는 소식을 최근
에야 알게 되었읍니다. 청계산을 오르시던 건강한 모습을 우연히 뵌지 얼마 안된거 같은데 하고 안타까
웠읍니다.
 원래 최인호 선생님의 책은 저는 다 읽습니다. 오래전부터 생긴 저의 불치병입니다. 혹시 서평을 참조하
시기 위해 블로그나 리뷰에 들어 오셨다면 약간의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수십년된 짝사랑에 멀리서 관조
하며 쳐다 보기나, 샅샅이 파헤쳐 보기가 가능하겠읍니까? 그냥 주시는 선물 감사히 받고 느끼는 거지요
 저는 이 책을 읽는 내내 소설에 빠져 들기 보다는 최인호 선생님에 빠져 들었읍니다. 선생님이 평상시에
가지고 계신 생각들을 끄집어 내 보기도 하고, 선생님이 저에게, 후배들에게 무슨 말씀을 하고자 하는지
곰곰히 생각해 보기도 하면서요. 최근래에 읽은 수필집들 보다도 더 선생님이 하고자 하는 말씀들이 잘 
와 닿응다는 느낌이 들었읍니다. 선생님은 타고난 이야기꾼 이니까요.
 오랫만에 읽은 "소설" 이었읍니다. 물론 "잃어버린 왕국""상도""유림"이 소설이 아니란건 절대 아니지만
더 "소설"다웠다는 거지요. 아마도 선생님이 가지고 계시던 창작이라는 갈증을 푸시는 작업이 아니었나
하면서 읽는 내내 반가왔읍니다. 그렇지만 아쉬웠읍니다. 사랑에 대한 소설이 아니라서요. 선생님은 사
랑하는 사람들의 마음과 스토리를 엮는데 일가견이 있으시니까요. 다음번에는 그런 소설 꼭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박범신 선생님은 "은교"도 쓰셨는데요
 같은 45년생이신 이해인 수녀님의 산문집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를 지금 읽고 있읍니다. 두분
모두 건강하시고 오래 오래 사셨으면 하고 기도합니다 
 

YES마니아 : 로얄 s******n 2011.05.31. 신고 공감 8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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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제국?
"또 다른 제국?" 내용보기
- 내안의 또 다른 나? - 라는 모티브에서 출발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한다... 이 책은....밖으로 보여지는,  혹은  다른 시선들에 의해 나는 정형화 되어진것은 아닐까 ....내가 갖고 있는 속성들이 내게서 비롯 되었다기 보다는 타인의 기억에 맞춰진 모습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한다. 나는 어느쪽이 진짜 내모습일까? 너무나 평범하고 당연한 내 모습과,  절대 나 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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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안의 또 다른 나? -
 라는 모티브에서 출발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한다... 이 책은....
밖으로 보여지는,  혹은  다른 시선들에 의해 나는 정형화 되어진것은 아닐까 ....
내가 갖고 있는 속성들이 내게서 비롯 되었다기 보다는 타인의 기억에 맞춰진 모습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한다.
나는 어느쪽이 진짜 내모습일까?

너무나 평범하고 당연한 내 모습과,  절대 나 일 수없는, 부정하고 싶은 내가.  내안에 함께 공존하는 ....
또 다른 나 자신을 인정하고 받아들일때  마침내 "나" , 진정한 자아를 찾는다는.........
 
어쩌면 선생님은 지금껏 독자들이 기억하고 있는 당신에 대한 틀을 깨고 싶으셨던것은 아닐까? 여쭙고 싶으리 만치 다른  제국을 보여 주시려한듯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숨에 읽게 한 오랜만에 반가운 선생님의 책이었다.
건강하셨으면.... 그래서 또 다른 세계를 좀 더 보여 주셨으면 하는 바램도 올립니다.

k******w 2011.05.30. 신고 공감 8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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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익은 타인들의 도시』 by 최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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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하지 않는 토요일 7시 정각, 맞춰놓지도 않은 알람시계가 울리고 벌거벗은 몸과 사라진 잠옷. K의 등록상표와 같은 V 브랜드를 가진 스킨 대신 Y 브랜드가 놓여있고, 차가운 냉기를 품고 있던 아내의 몸으로 인해 결혼이후 처음으로 발기되지 않는 성기. 주방에서 야채를 썰고 있는 아내에게 입혀져 있는 K의 잠옷. 스치는 아내의 손길조차 섬뜩하리만치 살기가 느껴지고, 전날 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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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하지 않는 토요일 7시 정각, 맞춰놓지도 않은 알람시계가 울리고 벌거벗은 몸과 사라진 잠옷. K의 등록상표와 같은 V 브랜드를 가진 스킨 대신 Y 브랜드가 놓여있고, 차가운 냉기를 품고 있던 아내의 몸으로 인해 결혼이후 처음으로 발기되지 않는 성기. 주방에서 야채를 썰고 있는 아내에게 입혀져 있는 K의 잠옷. 스치는 아내의 손길조차 섬뜩하리만치 살기가 느껴지고, 전날 술자리를 함께 했던 H와의 기억을 더듬어보니 1시간 반 동안의 필름이 끊겨있다. 딸 MS의 포옹조차 벌레처럼 혐오감이 느껴지고, K를 보고 미친 듯이 짖어대는 MS의 강아지는 급기야 K의 발목을 물어뜯는다. 모든 것이 이질적으로 드러나는 생경한 아침. 어디론가 사라져버린 핸드폰. 기억의 진공상태. 가면무도회과도 같은 처제의 결혼식. 잃어버린 핸드폰을 찾아준 사시를 한 보험설계사. 썩은 악취를 가진 거미처럼 춤추는 여인. 모든 것이 낯은 익지만 K가 알고 있던 사람들에게 느꼈던 익숙한 친근함과는 거리가 멀다. 비현실감 속에서 카프그라 증후군(인도 출생의 세계적인 뇌 연구가인 찬드란이 논문을 발표했고, 자기의 아버지, 어머니가 모두 가짜고 자기를 속이고 있다는 극심한 망상에 빠졌었다. 3분의 1은 외상으로 인한 두뇌충격에 의함.)을 의심하고 자신의 상처받은 마음을 위로받고 정체성을 회복하기 위해 오랫동안 연락이 두절됐던 누나 JS를 떠올린다. 누나의 연락처를 받기 위해, 카페 에옹에서 여장한 올렝카의 모습을 한 매형 P교수를 만나고, 탤런트였던 누나는 폭식증에 고도비만의 몸짓으로 K를 맞이한다. 누나는 '또다른 K'가 부친 편지와, '또다른 K'에게 돈을 빌려주지 못한 미안함을 K에게 전하고, K는 '또다른 K'를 찾아나선다. 집창촌에서 '또다른 K'라는 도플갱어의 현상을 맞이하고 '또다른 K'가 누나에게 썼던 편지의 발신지 주소로 찾아간다. 그곳에는 낯익은 또다른 K의 아내와, 딸아이와, 강아지가 있는 집에서 따뜻함을 느끼며 편안한 하룻밤을 묵게 된다. 눈을 뜬 월요일 아침 7시, 원래의 K의 집에 돌아와있다. 하지만 K의 애용품 V 스킨은 Y에서 X로 바뀌더니 급기야 D라는 낯선 스킨으로 변경되어 있고, 출근길에 이틀 동안 만나왔던 낯익은 사람들이 K에게 무언의 작별인사를 한다. 지하철 통로에 떨어진 마법의 봉을 주우려는 세일러문의 손을 잡는 마지막 순간, K는 '또다른 K'와 하나의 나로 합체되면서 끝을 맺는다.

 

현실은 언제나 붕괴될 수 있다는 점이 진실이고, 모든 것과 작별한 뒤에야 본래의 자신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일러준다. 환락의 금요일을 거쳐 토요일부터 시작된 소설이 성스러운 주일인 일요일을 거쳐 다시 일상이 시작되는 월요일에 끝난 뒤, 일상의 공간이 왜곡되면서 비일상의 공간, 연극 공간으로 바뀐다고 소설가 김연수는 <발문>을 통해 일러준다.

 

내 생각은 발문의 얘기와는 사뭇 다르다. K의 또다른 일상은 마치 가상 현실처럼 비현실적이었지만, 사람들의 모습과 풍경은 낯이 익다. K는 거대한 도시에서 주변 엑스트라들과 적절하게 묻어가는 이치를 스스로 터득한다. 뭔가 잘못되어 있고, 어긋나 있음을 알고 있지만 또다른 나를 발견해도 두려움없이 이질적인 현실을 받아들인다. 이것을 인지한 순간, 주인공의 일거수 일투족을 관음하는, 모든 이의 시선을 뜨겁게 한몸에 받고 있는 짐 캐리 주연의 <트루먼 쇼>를 생각나게 했다. 주변의 모든 배경은 거대한 세트장이고, 그 현장을 관망하는 이들은 집단적 범죄행위자였다. 물론 결과론적으로 내 추론은 맞지 않는 부분이지만, 이야기 형태를 따라가다 보면 그런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왜 K는 또다른 자신을 만나는 순간 또다른 자신과 하나로 일치했을까? 원래부터 우리는 반쪽짜리 인생이었을까?  난데없이 오래전에 암송했던 서정윤 시인의 <홀로서기>가 다 생각이 났다. "둘이 만나 서는 게 아니라, 홀로 선 둘이가 만나는 것이다." 어딘가에 있을 내 분신은 지금의 나보다 한층더 행복한 곳에서 살고 있다가 죽음의 순간에 평화롭게 나와 마주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본다. 



d******7 2011.06.09. 신고 공감 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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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익은 타인들의 도시 - 영원한 청년 작가의 귀환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 - 영원한 청년 작가의 귀환" 내용보기
어떻게 글을 열어야 할지 모르겠다.  연휴동안 책을 읽었다.  현충일이 끼워있어서, 주일저녁에 책을 들고 현충일까지 읽어내렸다.  그리고는 이걸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몰라서 이틀을 고심하고 있다.  이 글을 어떻게 풀어내야할까?  모든 책들을 너무나 단순하게 읽어 내렸었나보다.  갑자기 내 앞에 놓여있는 이 책을 풀어나갈 수가 없다.  이야기가 어려운것도 아님에도,  토요일, 일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 - 영원한 청년 작가의 귀환" 내용보기

어떻게 글을 열어야 할지 모르겠다.  연휴동안 책을 읽었다.  현충일이 끼워있어서, 주일저녁에 책을 들고 현충일까지 읽어내렸다.  그리고는 이걸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몰라서 이틀을 고심하고 있다.  이 글을 어떻게 풀어내야할까?  모든 책들을 너무나 단순하게 읽어 내렸었나보다.  갑자기 내 앞에 놓여있는 이 책을 풀어나갈 수가 없다.  이야기가 어려운것도 아님에도,  토요일, 일요일, 월요일로 이어지는 이야기를 중반 무렵까지도 내용의 감 조차도 잡지 못했었다.  그리고 다시 앞으로 나가서 <POWER ON>을 보고는 이거였구나하고 무릎을 쳤다.

 

최인호 작가의 신작이 나왔다고 몇일동안 외치고 있었더니, 지인이 책을 보냈다.  책 좋아하는 사람 이 행복한 연휴에 책 읽으면서 더 행복해지라고 말이다.  토요일과 주일은 정신이 없었고, 드디어 주일 저녁부터 읽어 내리기 시작했다.  내게 최인호 작가는 선생은 부인하지만, 역사소설 작가이다. 상도를 만났고, 유림과 읽어버린 제국을 만나면서 어느 순간 선생은 역사 소설 작가로 인식이 되어 버렸다.  선생의 현대 소설을 읽고, 작년엔 천국에서 온 편지를 읽으면서도 왠지 그런 류의 책이 일탈로 느껴졌었다.  그런데 선생이 이야기 한다. 자신은 현대 소설 작가라고.  선생의 암투병을 들으면서 가슴 졸였었다. 위대한 작가 한 분이 사라질까 두려워 가슴 아프고 졸였었는데, 작가는 이야기한다.  그로 인해, 역사소설, 장편소설을 잇는 맥을 놓아버릴 수 있었노라고. 선생은 어느 곳, 어떤 환경에 있어도 작가일 수 밖에 없는 사람이다.  손톱이 빠져가면서 두달여만에 오로지 자신만을 위하여 썼다는 선생의 글을 이렇게 황송하게도 만나게 되었다.  그런데, 이 아둔함이 작가가 부여한 인물과 작가의 관점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토요일 아침, 시계의 자명종 소리에 눈을 뜬 K는 휴일 아침에 왜 자신이 알람을 맞추어놓았는지 의문을 갖는다. 어딘지 모르게 지금까지와는 다른 일상의 흐름을 느끼던 K는 지난밤의 발기 불능, 평소와는 다른 아내의 태도, 지금까지 써온 스킨의 브랜드가 달라진 것 등을 확인하면서 조작의 기미를 눈치챈다. 타인에게는 별다른 의미가 없을지도 모르지만, 자신에게는 낯설기만 한 미세한 변화에서 익숙한 일상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음을 직감한 것이다. 그리고 삶에 엄격한 평소의 K답지 않게 간밤 정신과 전문의인 친구와 가진 술자리에서의 기억이 어느 시점부터 끊긴 것과 휴대폰을 분실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아차리면서 혼란은 가중된다.  K는 기억속의 진실을 찾기위해서 H를 만나고, 그의 누이 JS를 만나기 위해, 한때는 매형이었던 올렝카를 만나면서, 그에 주변에 끊임없이 나타나는 낯익지만 낯선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는 JS에게 보낸 자신의 편지를 토대로 또다른 K를 찾기 시작한다.

 

알 수 없는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였다.누가 누군지 모르는 타인들의 집합체 같았다. 잠시 시간을 내 연병장에 모인 오합지졸의 예비군 같은 모임이었다. 서로 피를 나눈 혈연관계라고는 하지만 친숙함이나 다정함 같은 것은 전혀 보이지 않아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모인 사기도박꾼 집단처럼 느껴졌다 - P.86

 

이 낯익지만 낯선 사람들 속에서 K는 레인저라 불리는 또다른 K를 찾아낸다. 그리고 그가 조작이라고 느꼈던 부분들이 '메아 쿨파, 메아 쿨파, 메아 막시마 쿨파(내 잘못을 통하여, 내 잘못을 통하여, 나의 가장 중대한 잘못을 통하여 고백하나이다 / P.295)를 통해서 자신의 주변이 조작되어진것이 아니라, 자신이 조작되어진것임을 알게된다.   가능한 일인가에 대한 문제를 생각하고 있을때, 선생은 STOP, FF, PLAY를 사용하면서 이야기를 풀어낸다.  그리고 마지막 <POWER OFF> 망각되고 유실된 기억 속의 진실을 찾아가는 K의 추적과 모험은 이렇게 끝이난다. 

 

전지전능한 작가의 의해서 K의 역활은 이렇게 끝이 났다.  선생의 말처럼 고통의 축제 속에서 완성한 최인호 문학의 결정체는 굉장히 무겁게 다가왔다.  그리고 김연수 작가의 말처럼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작가의 말을 꼼꼼히 읽고, 김연수 작가의 발문까지 읽었음에도, 내 머릿속은 K의 형체가 떠나지 않고 있고, 여전히 어렵다.  하지만, 김연수 작가의 말처럼 쓸 수 밖에 없는 운명이 소설가 모두를 구원한것처럼, 나는 그들의 소설을 읽을 수 밖에 없는 운명인가 보다.  선생이 만들어낸 K를 통해서 토탈리콜이 생각나고, 어린시절 보왔던 환상특급의 한 부분이 생각났었다.  그리고 1Q84속 주인공들이 떠오르고, 이현세 작가의 아마게돈이 생각나는건 나 뿐 이었을까?  지금 내 삶은 현실인가? 누군가의 손인형으로 살고 있는것은 아닌지 머릿속을 지끈지끈하게 만들어 버리지만, 이 또한 책을 읽은 후에 느끼 수 있는 유희이리라. 누가 이런 사치를 느끼겠는가?   이틀 동안 책을 읽고, 이틀 동안 고민하다가, 이 행복한 유희속에서 사치를 발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 만족하련다.  평론가가 아닌 독자만이 느낄 수 있고 누릴수 있는 행복이니 말이다.



d****2 2011.06.09. 신고 공감 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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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익은 타인들의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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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일상속에서 잊고살아가는 나와의 정면 대결.....주인공k는 아침에 자명종소리에 일어나면서 익숙한 일상속에서 약간의 뒤틀림에 혼란스러워 한다.아침을 준비하는 아내와 사랑하는딸과 애완견의 모습에서 낯설음을 느끼고 그 이유를 알기위해전날의 자신의 행적을 찿아 나선다.타인과의 만남에서 계속해서 오버랩되고있는 익숙한타인들의 모습속에서....결국 또다른 자신과만나게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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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일상속에서 잊고살아가는 나와의 정면 대결.....
주인공k는 아침에 자명종소리에 일어나면서 익숙한 일상속에서 약간의 뒤틀림에 혼란스러워 한다.
아침을 준비하는 아내와 사랑하는딸과 애완견의 모습에서 낯설음을 느끼고 그 이유를 알기위해
전날의 자신의 행적을 찿아 나선다.
타인과의 만남에서 계속해서 오버랩되고있는 익숙한타인들의 모습속에서....결국 또다른 자신과
만나게 되는 k .....

주인공k의 여정에서 익숙해버린 나의 생활에 타협해가는 나의 모습을다시한번 들여다 보며
그낮설음과의 대면을회피하지 말고 부딪쳐 진정한 나를 발견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게 된다.

1. 좋은 글귀, 마음에 드는 가사 인상 깊은 영화 대사 등을 메모해 주세요.
2. 출처를 넣어주세요. ex) 234page, 4번 트랙<사랑해>, <브리짓존스의 다이어리>에서 브리짓의 대사





p*****r 2011.05.31. 신고 공감 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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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익은 타인들의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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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호 선생의 소식을 제가 마지막으로 접한 것은 아마도 그가 암 투병 중이라는 내용이었던 것 같습니다. 지인도 아니고 특별한 팬도 아니었던 저는 아아, 그런가? 하는 정도의 소감으로 한동안 잊고 지냈었더랬죠. 그리고 그 소식을 접하기 바로 직전에 선생의 이전 작품을 재출간한 <머저리 클럽>이라는 소설을 읽었었고 말이죠.           해서 이번에 장편이 새로 나오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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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인호 선생의 소식을 제가 마지막으로 접한 것은 아마도 그가 암 투병 중이라는 내용이었던 것 같습니다. 지인도 아니고 특별한 팬도 아니었던 저는 아아, 그런가? 하는 정도의 소감으로 한동안 잊고 지냈었더랬죠. 그리고 그 소식을 접하기 바로 직전에 선생의 이전 작품을 재출간한 <머저리 클럽>이라는 소설을 읽었었고 말이죠. 

 

       해서 이번에 장편이 새로 나오셨다길래 저는 머저리 클럽처럼 이전 작품을 재출간한 것인가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아니더군요. 암투병 중에 손톱과 발톱이 빠져가면서 두 달여간에 걸쳐 이번에 새로 쓰신 작품이라십니다. 그런 점에서 작품의 수준과는 상관없이 일단 존경스럽다는 말을 덧붙이고 싶습니다. 물론 글을 씀으로써 더 빠른 시일내에 회복에 근접할 수 있는 어떤 삶의 원동력이 되기도 할 것이지마는, 그래도 글쎄요, 항암 치료의 고통 속에서 대체 무엇이 쓰시고 싶었던 것일까, 하는 호기심이 정말이지 강렬하게 들었습니다. 더불어 암이라고 하는, 일반 사람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엄청난 인생의 함정에 빠져 본 사람이 삶을 바라보는 태도는 그 이전과 그 이후가 하늘과 땅차이로 달라진다는 얘길 들었었는데 그렇다면 분명 작품 또한 이전과는 판이하게 달라질 것이 명확하고 투병을 통해 얻게 되는 삶에 관한 통찰력은 과연 아주 유니크한 새로운 능력이 되어주기도 할 거라는, 한편으론 조금 못된 생각도 들었지 말입니다. 그런데 뭐, 솔직히 제가 소설가나 기타 다른 예술을 하는 사람이었더라도 저는 제가 처한 상황과 경험을 어떻게든 제 작품에 녹여보려고 애를 썼을 것 같습니다. 여하튼 죽음의 경계를 근접하게 겪은 분의 생각과 시선은 무언가 확연히 다를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이 작품을 읽었고, 과연 그랬습니다.

 

      일단 간만에 깊이 있는 한국 소설을 읽었다는 느낌이 가장 먼저이고요, 두 번째는 역시 한국 소설에서는 좀처럼 만나볼 수 없는 독특한 이야기였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이 작품의 무엇보다 큰 장점은 시종 작품 전체를 아우르고 있는 분위기였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라는 이미지를 그저 문체와 구성만으로, 완벽하게 통일된 분위기로 집중력있게 작품을 끌어갈 수 있다는 것은 과연, 범상한 공력으로는 어려운 일일 것입니다. 그러나 이 작품은 첫 장면에서 풍긴 그 분위기가 작품이 끝나는 순간까지 그대로 유지됩니다. 고독, 쓸쓸함, 소외, 낯익은 타인들의 낯선 느낌들.

       이는 아마도 가족의 행복과 자신의 성공을 위해 정신 없이 앞만 보고 달려오던 한 가장이 어느날 갑자기 겪게 되는 자아 정체성에 관한 문제로 볼 수도 있고, 다른 방향으로는 아내로서 엄마로서 남편과 아이들의 뒷바라지를 하느라 자신을 잊고 살던 어느날 갑자기 찾아드는 자신의 삶에 관한 의문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그 어떤 경우라도, 이제까지 익숙하다고 믿어왔던 모든 것들이 하루 아침에 생소해져 버리는 느낌. 어제까지 가장 가까웠다고 생각했는 사람들이 하루 아침에 남이 되어버린 것만 같은 느낌. 잘 안다고 믿었던 나 자신조차도 낯설게 다가오는 그 감당하기 어려운 희의감을 한 번이라도 경험해 본 분이라면 여기 최인호 선생이 말하는 이 이야기들이 그리 낯설지만은 않을 것 같습니다.

 

       저는 이 작품을 읽으면서 시종 무라카미 하루키의 <어둠의 저편>이란 작품이 떠올랐습니다. 이야기와 구성은 전혀 다르지만 분위기는 상당히 유사합니다. 매우 몹시라고 할 정도로 말이지요. 앞서 말씀드린 쓸쓸함과 낯선 느낌의 이미지에 알 수 없는 기이한 미로 같은 분위기가 중첩되어 상당히 독특한 색깔을 띤 이 작품은, 그 기이한 미로 같은 호기심의 텐션을 아주 잘 이끌어가며 삶의 허무에 관해 말하고 있습니다. 삶의 허무라. 액션보다는 내면 묘사에 치중한 이 작품의 기본 골격은, 한국 소설의 소재로서는 조금 생소한 평행 우주 이론을 토대로 하고 있는데요, 그렇다고 해서 에스에프적인 느낌을 풍긴다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지극히 하루키적인 색채가 강한 환상 문학이라고 해야할까요? 

 

       이야기 자체의 강렬함은 없었으나 순간과 장면이 보여주는 이면의 세계들이 참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소설이었는데요, 그러느라 쉬지 않고 읽다보니 어느새 끝에 닿아버린 그런 작품이었습니다. 괜찮았어요. 다만, 군데군데 어울리지 않는 어색한 비유와 벌리기는 했으나 해결하지 못한 몇 가지의 에피소드들 때문에 별 다섯을 줄 순 없었지만, 작품에서 풍기는 분위기만큼은 별 다섯 이상이라고 해도 무리가 아닐 듯 싶습니다. 맹렬한 호기심이나 폭발적인 재미를 불러일으키진 못했어도 잔잔한 끈이 연속적으로, 쉬지 않고 끊임없이 톡톡, 당겨주는 듯한 느낌이 괜찮았던 소설이었어요. 그러나 읽고나면 마음이 다소 무거워지는 경향이 있으니 게절타는 분들은 요주의 요망.



b******k 2011.06.01. 신고 공감 5 댓글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