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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부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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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의 홀로코스트 만행을 부인하는 어느 심뽀 비뚤어진 역사학자로부터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한 젊은 미국 여교수(형식적으로는 이 여성이 고소당한 게 아니라, 그녀의 책을 낸 펭귄 출판사가 피고이다)가 영국에서 법정 투쟁을 벌인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전에 오바마가 미국 안 태생이 아니라는(따라서 대통령이 될 헌법상의 자격을 결했다는) 주장을 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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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의 홀로코스트 만행을 부인하는 어느 심뽀 비뚤어진 역사학자로부터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한 젊은 미국 여교수(형식적으로는 이 여성이 고소당한 게 아니라, 그녀의 책을 낸 펭귄 출판사가 피고이다)가 영국에서 법정 투쟁을 벌인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전에 오바마가 미국 안 태생이 아니라는(따라서 대통령이 될 헌법상의 자격을 결했다는) 주장을 펴는 이들을 두고 birther라고 했는데(물론 지금도 그렇게 부르고 심지어는 현재 미국 대통령인 어떤 분도 낌ㅋ), birth+er의 조어 과정을 따지면 별것 아닌듯 해도 그 함의엔 엄청난 조소가 깃들어 있다. 저 '홀로코스트 부정론자'도 마찬가지라서, denier는 아무것도 아닌 동사의 행위자형인듯 해도 그 안에 이미 경멸과 비판의 뉘앙스가 풍긴다. 이 점은 극중에서도 표현되는데 원고 데이빗 어빙(티모시 스폴 扮)의 발언에서도 그 말(자신은 이런 호칭에 대해 모욕감을 느낀다고)이 나온다.

여기서 눈여겨 봐야 할 건 영웅적인 여교수가 법정 안에서 열변을 토한다거나 하는 장면이 아니라, 그 반대로 성질머리 죽여가며 아무말도 않고(원고 측의 도발에도 불구하고) 꾹 참고 법정에서 내내 침묵을 지키는 전략적 인내에 있다. 사실 법정물은 증인과 당사자 간의 치열한 공방과 대 웅변을 보는 재미가 빠질 수 없는데 이 작품은 공략 포인트를 정반대로 잡은 셈이다. 실화가 그런 방향으로 갔는데 영화에서 팩트 왜곡을 할 수도 없긴 하다. 헌데 이 때문에 사실 극적 재미는 덜한 편이다.

'어떻게 우리가 물어 볼 질문을 다 알고나 있었다는 듯 대답하죠?'
'다 알려 줬으니까요.'
'그렇게 우리측 전술을 모두 노출시키면 어쩌나요?'
'팩트의 홍수 속에 질식시키려는 겁니다.'

근데 어째 이기긴 했어도(스포?!) 이 변호사들의 전략이 그리 효율적이라 보이지는 않는다. 이 무렵이면 홀로코스트 긍정은 상식을 넘어 대세에 속했는데, 빈약한 논점을 잡아 관심 받는 게 목적이었던 이단자 한 사람을 제압하는 게 그리 어려운 목표였겠나 하는 이유에서이다.

나는 이 배우 레이첼 와이즈를 볼 때마다 느끼는 게, 어째서 그녀에게 '영국의 김OO'라는 별명이 붙었나 하는 점이다. 그리 대단한 미인도 아닐 뿐더러(20년 전 유명세를 탄 계기였던 소더버그의 <미이라> 시절부터도 이미), 누가 낫다 못하다를 떠나(내가 그런 시시한 이야기를 지금 설마 ... ) 김 모씨와 이 여자가 어디가 비슷하냐는 아주 상식적인 의문 때문이다. 학벌 같은 걸 거론... 에이 짜증나니까 이 얘기는 그만하기로.

앞에서 스포라고 했지만 사실 누가 이런 영화를 보고 결말이 뒤집어진다고 여기겠는가. 판사가 '... 여튼 그가 학자로서 진실히 믿었다면 ... ' 같은 발언을 하는 건 괜한 주의 분산 시도 정도이지 전혀 서스펜스를 부가하지 못한 실패한 양념에 가까웠다.

시대배경은 예컨대 서재에 보이는 큰 글씨 제목의 'EC LAW' 책자에서도 드러나고(EU가 아니라 EC라는 건데 사실 EU 출범과 단일 통화 도입은 딱 이 무렵의 일임. 물론 저런 [아웃데이트된] 책이 비치되었을 수야 있음), 도중에 다이애나 왕자비에게서 무슨 전갈이 왔다는 장면도 마찬가지. 이 소송은 1996년에 시작하여 1998년에 마무리되었는데 그녀가 죽은 게 정확히 1997년의 일이었으니.

살만 루시디가 노벨문학상을 받은 건 1980년대 중반인데 이건 시대 배경으로 언급되는 게 아니라 펭귄 출판사가 그(와 같은 이단적 성향의 저자)의 책을 출간했다는 의미 정도임. 나는 여기서 잠시 놀란 게 그의 이름을 '러시디'로 발음하는 듯한 장면을 보고서였는데 생각해 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어서였다. (나중에 한번 지인에게 물어봐야)

영어 철자로는 이 사람이 Salman Rushdie인데, 데바나가리로는

 

????? ??????

 

이다. 성씨만 보면 맨 앞글자가

 

??

 

이다. 이건 '루'라고 읽어야 한다. 만약 '라, 러'였으면

 

 

 

라고 썼을 것이다. 여튼 국적은 영국이나, 인도 태생, 혈통, 문화적 배경을 갖춘 이이므로 그쪽 발음이 기준이 되어야 하며 따라서 국내 출판사들이 아직도 '살만 루시디' 등으로 표기하는 태도에는 문제가 없으며, 이런 이유(저 데바나가리 기준)에서 국립국어원도 '루슈디'를 표준으로 정한 것이다.

이 영화 번역제목은 좀 문제가 있다. 부정하는 쪽은 '나'의 상대편인 어빙인데, '나는 부정한다'라고 하면 주인공인 데버러 립스타트가 홀로코스트를 부인하는 듯 착각을 부르지 않는가. 예전 케리 그랜트와 그레이스 켈리(이분도 결혼 잘한 분이네?) 주연의 <나는 결백하다>가 있었고, 몽고메리 클리프트 주연의 <나는 고백한다>라든가, 혹은 역시 반유대주의 비판이 포인트였던 에밀 졸라의 명문 '나는 고발한다' 같은 어구에서(특히 마지막 경우)에서 영향을 받은 것 아닌가 짐작한다. 원제는 그저 'Denial'이다.

실제로 레이첼 와이즈는 부모 양계가 모두 유대인이지만 영국 태생이고, 립스타트 교수는 (영화에도 나오듯) 뉴욕 태생의 (역시) 유대계이다. 영화 결말에 '... 그런 브루클린 출신의.. '라며 경멸하듯 인터뷰를 이어가는 TV 속의 어빙에게 '야! 난 퀸스거든?' 이라고 쏘아붙이는 모습이 재미있다(거기서 거긴데).
s****o 2023.10.15.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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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의 홀로코스트 만행을 부인하는 어느 심뽀 비뚤어진 역사학자로부터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한 젊은 미국 여교수(형식적으로는 이 여성이 고소당한 게 아니라, 그녀의 책을 낸 펭귄 출판사가 피고이다)가 영국에서 법정 투쟁을 벌인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전에 오바마가 미국 안 태생이 아니라는(따라서 대통령이 될 헌법상의 자격을 결했다는) 주장을 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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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의 홀로코스트 만행을 부인하는 어느 심뽀 비뚤어진 역사학자로부터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한 젊은 미국 여교수(형식적으로는 이 여성이 고소당한 게 아니라, 그녀의 책을 낸 펭귄 출판사가 피고이다)가 영국에서 법정 투쟁을 벌인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전에 오바마가 미국 안 태생이 아니라는(따라서 대통령이 될 헌법상의 자격을 결했다는) 주장을 펴는 이들을 두고 birther라고 했는데(물론 지금도 그렇게 부르고 심지어는 현재 미국 대통령인 어떤 분도 낌ㅋ), birth+er의 조어 과정을 따지면 별것 아닌듯 해도 그 함의엔 엄청난 조소가 깃들어 있다. 저 '홀로코스트 부정론자'도 마찬가지라서, denier는 아무것도 아닌 동사의 행위자형인듯 해도 그 안에 이미 경멸과 비판의 뉘앙스가 풍긴다. 이 점은 극중에서도 표현되는데 원고 데이빗 어빙(티모시 스폴 扮)의 발언에서도 그 말(자신은 이런 호칭에 대해 모욕감을 느낀다고)이 나온다.

여기서 눈여겨 봐야 할 건 영웅적인 여교수가 법정 안에서 열변을 토한다거나 하는 장면이 아니라, 그 반대로 성질머리 죽여가며 아무말도 않고(원고 측의 도발에도 불구하고) 꾹 참고 법정에서 내내 침묵을 지키는 전략적 인내에 있다. 사실 법정물은 증인과 당사자 간의 치열한 공방과 대 웅변을 보는 재미가 빠질 수 없는데 이 작품은 공략 포인트를 정반대로 잡은 셈이다. 실화가 그런 방향으로 갔는데 영화에서 팩트 왜곡을 할 수도 없긴 하다. 헌데 이 때문에 사실 극적 재미는 덜한 편이다.

'어떻게 우리가 물어 볼 질문을 다 알고나 있었다는 듯 대답하죠?'
'다 알려 줬으니까요.'
'그렇게 우리측 전술을 모두 노출시키면 어쩌나요?'
'팩트의 홍수 속에 질식시키려는 겁니다.'

근데 어째 이기긴 했어도(스포?!) 이 변호사들의 전략이 그리 효율적이라 보이지는 않는다. 이 무렵이면 홀로코스트 긍정은 상식을 넘어 대세에 속했는데, 빈약한 논점을 잡아 관심 받는 게 목적이었던 이단자 한 사람을 제압하는 게 그리 어려운 목표였겠나 하는 이유에서이다.

나는 이 배우 레이첼 와이즈를 볼 때마다 느끼는 게, 어째서 그녀에게 '영국의 김OO'라는 별명이 붙었나 하는 점이다. 그리 대단한 미인도 아닐 뿐더러(20년 전 유명세를 탄 계기였던 소더버그의 <미이라> 시절부터도 이미), 누가 낫다 못하다를 떠나(내가 그런 시시한 이야기를 지금 설마 ... ) 김 모씨와 이 여자가 어디가 비슷하냐는 아주 상식적인 의문 때문이다. 학벌 같은 걸 거론... 에이 짜증나니까 이 얘기는 그만하기로.

앞에서 스포라고 했지만 사실 누가 이런 영화를 보고 결말이 뒤집어진다고 여기겠는가. 판사가 '... 여튼 그가 학자로서 진실히 믿었다면 ... ' 같은 발언을 하는 건 괜한 주의 분산 시도 정도이지 전혀 서스펜스를 부가하지 못한 실패한 양념에 가까웠다.

시대배경은 예컨대 서재에 보이는 큰 글씨 제목의 'EC LAW' 책자에서도 드러나고(EU가 아니라 EC라는 건데 사실 EU 출범과 단일 통화 도입은 딱 이 무렵의 일임. 물론 저런 [아웃데이트된] 책이 비치되었을 수야 있음), 도중에 다이애나 왕자비에게서 무슨 전갈이 왔다는 장면도 마찬가지. 이 소송은 1996년에 시작하여 1998년에 마무리되었는데 그녀가 죽은 게 정확히 1997년의 일이었으니.

살만 루시디가 노벨문학상을 받은 건 1980년대 중반인데 이건 시대 배경으로 언급되는 게 아니라 펭귄 출판사가 그(와 같은 이단적 성향의 저자)의 책을 출간했다는 의미 정도임. 나는 여기서 잠시 놀란 게 그의 이름을 '러시디'로 발음하는 듯한 장면을 보고서였는데 생각해 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어서였다. (나중에 한번 지인에게 물어봐야)

영어 철자로는 이 사람이 Salman Rushdie인데, 데바나가리로는

 

????? ??????

 

이다. 성씨만 보면 맨 앞글자가

 

??

 

이다. 이건 '루'라고 읽어야 한다. 만약 '라, 러'였으면

 

 

 

라고 썼을 것이다. 여튼 국적은 영국이나, 인도 태생, 혈통, 문화적 배경을 갖춘 이이므로 그쪽 발음이 기준이 되어야 하며 따라서 국내 출판사들이 아직도 '살만 루시디' 등으로 표기하는 태도에는 문제가 없으며, 이런 이유(저 데바나가리 기준)에서 국립국어원도 '루슈디'를 표준으로 정한 것이다.

이 영화 번역제목은 좀 문제가 있다. 부정하는 쪽은 '나'의 상대편인 어빙인데, '나는 부정한다'라고 하면 주인공인 데버러 립스타트가 홀로코스트를 부인하는 듯 착각을 부르지 않는가. 예전 케리 그랜트와 그레이스 켈리(이분도 결혼 잘한 분이네?) 주연의 <나는 결백하다>가 있었고, 몽고메리 클리프트 주연의 <나는 고백한다>라든가, 혹은 역시 반유대주의 비판이 포인트였던 에밀 졸라의 명문 '나는 고발한다' 같은 어구에서(특히 마지막 경우)에서 영향을 받은 것 아닌가 짐작한다. 원제는 그저 'Denial'이다.

실제로 레이첼 와이즈는 부모 양계가 모두 유대인이지만 영국 태생이고, 립스타트 교수는 (영화에도 나오듯) 뉴욕 태생의 (역시) 유대계이다. 영화 결말에 '... 그런 브루클린 출신의.. '라며 경멸하듯 인터뷰를 이어가는 TV 속의 어빙에게 '야! 난 퀸스거든?' 이라고 쏘아붙이는 모습이 재미있다(거기서 거긴데).
s****o 2023.10.02.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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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부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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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 인 블랙> 1편을 보면 꼭 생긴 게 더딘 오탈실업자 같은 농부의 탈을 뒤집어 쓴 바퀴벌레 외계인이 등장한다. 좀 괜찮은 사람의 외관을 골라도 좋았을 텐데 심미안이 심히 부족한 놈으로서는 달리 선택의 여지도 없었을 것이다. 마치 지역 주민을 위한 공짜표 배부 음악회만 악착같이 찾아가는 (시간이 남아돌아가는) 더딤이의 수준이나 비슷하다. 이 외계인 연기를 재밌다고 여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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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 인 블랙> 1편을 보면 꼭 생긴 게 더딘 오탈실업자 같은 농부의 탈을 뒤집어 쓴 바퀴벌레 외계인이 등장한다. 좀 괜찮은 사람의 외관을 골라도 좋았을 텐데 심미안이 심히 부족한 놈으로서는 달리 선택의 여지도 없었을 것이다. 마치 지역 주민을 위한 공짜표 배부 음악회만 악착같이 찾아가는 (시간이 남아돌아가는) 더딤이의 수준이나 비슷하다. 이 외계인 연기를 재밌다고 여긴 관객이 당시에 많았을 텐데, 사실 이 사람 이 레퍼터리 말고 딱히 잘하는 게 없다. 이 역시 더딤이가 공장 노동자들에게 특히 잘 먹힐 법한 쌍팔년도 궁상 멘트 하나 고안해서 사십년동안 암송하고 다니는 꼴이나 비슷하다.

이 영화에서도 더딘 오탈이처럼 암담한 처지인 두 놈이 등장하는데 하필 형제라는 거고, 엄마한테 사랑 받고 자라난 큰아들은 오탈이 처럼 생김새가 저렇지만 버림 받은 둘째는 오히려 훤칠한 외모인데 이 동생 역을, 이때로부터 2년 전 이미 <스피드>로 초특급 스타가 된 키아누 리브스가 맡았으며, 형 역은 영락없는 오탈이인 빈센트 도노프리오다.

갖은 범범 행위로 당장 감옥에 가게 생긴 행실 나쁜 창녀 프레디 역에 아직 덜 떴던 카메론 디아즈인데 키아누 리브스와 이 여배우가 함께 호흡을 맞춘 작은 1996년작인 이게 유일하다. 거듭 말하지만 디아즈는 아직 특급 스타로 발돋움할 무렵이 아니므로 이 두 사람이 공연한 작품이라고 하면 극중에서 흥미롭게 관찰할 포인트가 한둘이 아니다(만 이런 데다 뭐하러 구구절절 적겠는가. 나중에 책 쓸 때 활용하면 될 것을).

여자 이름이 프레디인 게 우스울 수 있어도 '프레데리카'의 애칭이라면 그러려니 한다. 아무튼 프레디는 감옥에 가느니 노총각에게 신랑으로 팔려가는 게 낫다고 여겨 마음에도 없는 오탈이와 연을 맺는데 그게 바로 샘 클레이튼이며, 생전 정을 안 나누던 형한테 그래도 결혼식이라고 찾아온 동생이 잭스인데, 웃기려고 그런 거겠지만 철자가 Jjacks이다. 담당 공무원의 착오, 무성의로 저꼴이 되었다고 한다.

이후 전개는 전형적인 개막장극이다. 프레디는 당연하게도 결혼 피로연에 찾아온 잭스와 바람이 나고, 이 여배우가 뜨기 전이나 후나 민망한 씬을 참 싸게도 잘 찍는다는 게 여기서도 확인이 되는데 화장실에서 키아누와의 정사씬은 지금 봐도 쇼킹하다. 카메론에게만 쇼킹한 게 아니라 사실 당시 비중을 생각하면 키아누에게 더 충격이라고 봐야 한다. 이런 걸 거물에게 시킬 수 있는 건 역시 거물 감독(리들리 스콧이라든가)이라야 가능하지 싶었는데 지금 이 연출자는 그때나 지금이나 그리 영향력이 큰 사람은 아니다.

여기까지만으로도 충분히 쇼킹한데 그 다음 전개는 더 개막장이다. 그저 망가진 해마만을 의존하여 어제 일을 기억못하고 오늘의 욕구와 충동만으로 하루 24시간을 채우는, 고소 당하기 직전인 닭대가리의 처지와 다를 바가 하나 없다. 영화는 사실 대체 어디까지 막나갈지가 궁금해져 여튼 이야기를 계속 지켜 보게 만드는 전략으로 일관하는데, 사실 이럴 작정이면 코믹 코드를 더 넣어 관객의 부담을 좀 줄였어야 했다. 와 옛날 영화인데 시대를 앞서간 도른미가 쩌는군여 하고 감탄할 건 없고 딱 저 무렵에 이런 엽기 막장 코드가 크게 유행한 게 사실이며 다른 비슷한 작품 몇 가지를 예로 더 들어 줄 수도 있다. 요즘 관객에게는 이런 비싼 배우들을 채용하고 이런 막장 코드를 밀고나간 선택과 배짱이 더 놀랍게 다가올 텐데 앞서 말했지만 그건 착각이고 그럴 만한 배경이 있었다.

s****o 2023.05.20.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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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의 홀로코스트 만행을 부인하는 어느 심뽀 비뚤어진 역사학자로부터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한 젊은 미국 여교수(형식적으로는 이 여성이 고소당한 게 아니라, 그녀의 책을 낸 펭귄 출판사가 피고이다)가 영국에서 법정 투쟁을 벌인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전에 오바마가 미국 안 태생이 아니라는(따라서 대통령이 될 헌법상의 자격을 결했다는) 주장을 펴는
"나는 부정한다" 내용보기
나치의 홀로코스트 만행을 부인하는 어느 심뽀 비뚤어진 역사학자로부터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한 젊은 미국 여교수(형식적으로는 이 여성이 고소당한 게 아니라, 그녀의 책을 낸 펭귄 출판사가 피고이다)가 영국에서 법정 투쟁을 벌인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전에 오바마가 미국 안 태생이 아니라는(따라서 대통령이 될 헌법상의 자격을 결했다는) 주장을 펴는 이들을 두고 birther라고 했는데(물론 지금도 그렇게 부르고 심지어는 현재 미국 대통령인 어떤 분도 낌ㅋ), birth+er의 조어 과정을 따지면 별것 아닌듯 해도 그 함의엔 엄청난 조소가 깃들어 있다. 저 '홀로코스트 부정론자'도 마찬가지라서, denier는 아무것도 아닌 동사의 행위자형인듯 해도 그 안에 이미 경멸과 비판의 뉘앙스가 풍긴다. 이 점은 극중에서도 표현되는데 원고 데이빗 어빙(티모시 스폴 扮)의 발언에서도 그 말(자신은 이런 호칭에 대해 모욕감을 느낀다고)이 나온다.

여기서 눈여겨 봐야 할 건 영웅적인 여교수가 법정 안에서 열변을 토한다거나 하는 장면이 아니라, 그 반대로 성질머리 죽여가며 아무말도 않고(원고 측의 도발에도 불구하고) 꾹 참고 법정에서 내내 침묵을 지키는 전략적 인내에 있다. 사실 법정물은 증인과 당사자 간의 치열한 공방과 대 웅변을 보는 재미가 빠질 수 없는데 이 작품은 공략 포인트를 정반대로 잡은 셈이다. 실화가 그런 방향으로 갔는데 영화에서 팩트 왜곡을 할 수도 없긴 하다. 헌데 이 때문에 사실 극적 재미는 덜한 편이다.

'어떻게 우리가 물어 볼 질문을 다 알고나 있었다는 듯 대답하죠?'
'다 알려 줬으니까요.'
'그렇게 우리측 전술을 모두 노출시키면 어쩌나요?'
'팩트의 홍수 속에 질식시키려는 겁니다.'

근데 어째 이기긴 했어도(스포?!) 이 변호사들의 전략이 그리 효율적이라 보이지는 않는다. 이 무렵이면 홀로코스트 긍정은 상식을 넘어 대세에 속했는데, 빈약한 논점을 잡아 관심 받는 게 목적이었던 이단자 한 사람을 제압하는 게 그리 어려운 목표였겠나 하는 이유에서이다.

나는 이 배우 레이첼 와이즈를 볼 때마다 느끼는 게, 어째서 그녀에게 '영국의 김OO'라는 별명이 붙었나 하는 점이다. 그리 대단한 미인도 아닐 뿐더러(20년 전 유명세를 탄 계기였던 소더버그의 <미이라> 시절부터도 이미), 누가 낫다 못하다를 떠나(내가 그런 시시한 이야기를 지금 설마 ... ) 김 모씨와 이 여자가 어디가 비슷하냐는 아주 상식적인 의문 때문이다. 학벌 같은 걸 거론... 에이 짜증나니까 이 얘기는 그만하기로.

앞에서 스포라고 했지만 사실 누가 이런 영화를 보고 결말이 뒤집어진다고 여기겠는가. 판사가 '... 여튼 그가 학자로서 진실히 믿었다면 ... ' 같은 발언을 하는 건 괜한 주의 분산 시도 정도이지 전혀 서스펜스를 부가하지 못한 실패한 양념에 가까웠다.

시대배경은 예컨대 서재에 보이는 큰 글씨 제목의 'EC LAW' 책자에서도 드러나고(EU가 아니라 EC라는 건데 사실 EU 출범과 단일 통화 도입은 딱 이 무렵의 일임. 물론 저런 [아웃데이트된] 책이 비치되었을 수야 있음), 도중에 다이애나 왕자비에게서 무슨 전갈이 왔다는 장면도 마찬가지. 이 소송은 1996년에 시작하여 1998년에 마무리되었는데 그녀가 죽은 게 정확히 1997년의 일이었으니.

살만 루시디가 노벨문학상을 받은 건 1980년대 중반인데 이건 시대 배경으로 언급되는 게 아니라 펭귄 출판사가 그(와 같은 이단적 성향의 저자)의 책을 출간했다는 의미 정도임. 나는 여기서 잠시 놀란 게 그의 이름을 '러시디'로 발음하는 듯한 장면을 보고서였는데 생각해 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어서였다. (나중에 한번 지인에게 물어봐야)

영어 철자로는 이 사람이 Salman Rushdie인데, 데바나가리로는

 

????? ??????

 

이다. 성씨만 보면 맨 앞글자가

 

??

 

이다. 이건 '루'라고 읽어야 한다. 만약 '라, 러'였으면

 

 

 

라고 썼을 것이다. 여튼 국적은 영국이나, 인도 태생, 혈통, 문화적 배경을 갖춘 이이므로 그쪽 발음이 기준이 되어야 하며 따라서 국내 출판사들이 아직도 '살만 루시디' 등으로 표기하는 태도에는 문제가 없으며, 이런 이유(저 데바나가리 기준)에서 국립국어원도 '루슈디'를 표준으로 정한 것이다.

이 영화 번역제목은 좀 문제가 있다. 부정하는 쪽은 '나'의 상대편인 어빙인데, '나는 부정한다'라고 하면 주인공인 데버러 립스타트가 홀로코스트를 부인하는 듯 착각을 부르지 않는가. 예전 케리 그랜트와 그레이스 켈리(이분도 결혼 잘한 분이네?) 주연의 <나는 결백하다>가 있었고, 몽고메리 클리프트 주연의 <나는 고백한다>라든가, 혹은 역시 반유대주의 비판이 포인트였던 에밀 졸라의 명문 '나는 고발한다' 같은 어구에서(특히 마지막 경우)에서 영향을 받은 것 아닌가 짐작한다. 원제는 그저 'Denial'이다.

실제로 레이첼 와이즈는 부모 양계가 모두 유대인이지만 영국 태생이고, 립스타트 교수는 (영화에도 나오듯) 뉴욕 태생의 (역시) 유대계이다. 영화 결말에 '... 그런 브루클린 출신의.. '라며 경멸하듯 인터뷰를 이어가는 TV 속의 어빙에게 '야! 난 퀸스거든?' 이라고 쏘아붙이는 모습이 재미있다(거기서 거긴데).
s****o 2023.02.10.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