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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의 적은 친구라는 말도 있고, 세상 사는 데 어지간히 힘이 남아도는 특수 유형이 아닌 이상에야 역학관계의 꼬이고 꼬인 사정을 적절히 이용하는 건(지가 일일이 직접 치박고 다니는 게 아니라) 일종의 지혜이기까지 하다. 하지만 예컨대, A가 아무리 싫다고 해서 (마냥 선하다고 할 수도 없고 특히나 지한테 호의적이라고 하기조차 곤란한) B를 무작정 응원하는 건 이상한 심리다(내가 보기엔, 지도 B한테 별 대접 받고 다니는 신세는 못 되는 듯).
공정하게 세상을 사는 정상적인 참여자라면, 나와 직접 이해관계가 없는 A와 B의 갈등을 지켜보면서 그저 중립을 지켜도 무방하다. 오히려 경우에 따라 A 편(철천지 원수지만)을 적절히 들어주면서 나의 처세 합리성을 부각('아, 나 이 정도나 공정한 사람임!')시킬 필요도 있고, 정 A를 죽일 작정이라면 이런 식으로 A를 방심 시켜 놓았다가 결정적인 순간 거하게 뒤통수를 칠 수도 있으며, 꼭 그런 섬뜩하게 꼬인 의도 같은 게 아니더라도 세상 사는 데 어지간히 여유 없는 자가 아니고서야 남의 싸움은 그저 남의 싸움으로 보고 냉철한 잣대로 짚고 쿨하게 넘어가면 그만인 것이다. (저 상황까지 가기 전에, 그런 절대악으로 매도해 마지 않는 A를 곁에 붙여 놓고 사는[살아야만 하는] 자신의 궁색한 처지가 더 웃기지 않은가?)
일일이 별 무슨 일 같지도 않은 사소한 현상에까지 무슨 '주의'를 들이대는 건 일종의 병이며, 자신의 병을 병으로 인정하고 싶지 않은, 병을 대의와 이념으로 호도하는 병적인 제스처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사람이 남의 이념(그게 과연 이념인지도 의문이거니와)에는 빼놓지 않고 '이념에 치중했다'며 비판하는 것도 코미디라고 해야겠다. 남을 비판하려면, 이 잣대를 꺼내들었다가 오히려 지 자신이 더 된통으로 걸려드는 상황은 아닌지, 최소한 '자기 방어'를 위해서라도 한번은 뭘 짚어보든지 한 후, 비로소 입을 털어도 털어야 하겠기 때문이다.
여튼 이런 A와 B의 상황(애초에 지가 신경 쓸 일이 아님)을, 전혀 무관한 C와 D의 상황에 얼토당토않게 유추대입하는 가당치도 않은 헛소리를 끄집어내어야 속이 시원한 그런 상황이라면, 말(헛소리) 몇 마디 떠들어서 될 일이 아니니 당장 앰뷸런스 불러 자진 입원할 것을 강력히 권한다. 물론 누가 지 못난 스트레스를 지가 감당 못해 미쳐 돌아다니다가 지나가던 차에 치여 길바닥에서 죽건 말건, 지 일은 지가 알아서 챙겨야지 생판 남인 내가 지금 주제넘게 뭘 권하고 할 일은 원칙적으로 전혀 아니겠지만 말이다. 지가 지 못난 탓에 관계가 꼬여 고생하는 주제에 무슨 거창한 이론과 이념에다가 '기승전O'식으로 일괄마무리하는 태도란, 중증 연예인 병(다 지 자윤데, 먼저 거울부터 보고)에 걸린 징후 다분하다고 봐도 되겠으니 말이다.
애들은 어차피 집착할 것도 없고 애써 쌓아 올린 무엇(객관적으로 봐서 쓰레기든 뭐든)에 매몰비용 적립한 것도 없으므로, 팩트가 드러나면 깨끗이 인정하고 한시라도 빨리 발을 빼면 그만이다(누구한테 좋은가, 바로 지 정신건강에 좋고, 남좋은 일 시키는 게 아님). 영화라서 쉬운 게 아니라 어차피 될 놈(년이라도)은 과거에 집착 안 하고 지가 잘못이다 싶으면 쿨하게 털고 돈 되는 일에 몰두한다. 그렇다고 누구한테 가서 사과를 한다 뭐다 지랄궁상을 떨 필요까지야 없고, 지가 지 자신을 들들 볶다가 브레이크다운되는 한심한 결과는 면한다는 뜻이다. 원, 어쩌다가, 고작 자기 앞가림만 잘하는 캐릭터에 이 정도까지 칭찬을 해 줘야 할 지경까지 온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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