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 책도착과 함께. 읽기시작하여 손을 놓을수가 없었어요. |
|
어떤 이들에게 ‘그를 떠나 보낸 날’은 여전히 충격과 비통함이며, 어떤 이들에게 ‘노무현’은 아직도 서러움이며 아픔 이다. 그리고 어떤 이들에게 ‘그와 함께 했던 시절’은 그리움이고 추억일 것이다. 문재인 변호사, 참여정부 초대 민정수석이자 마지막 비서실장 이었던 그가 말문을 열었다. 회고록을 쓰라는 말에 아직은 준비가 덜되어 솔직하지 못할 것 같아 쓰지 못하겠다고 했다던 노무현 대통령, 그는 주위사람들에게 함께 쓰는 회고록으로 가자고 부탁했다고 한다. 그러나 갑작스레 작별해야 했기에 부탁을 받은 자들은 그와 함께 했던 시대를 기록해서, 노무현과 참여정부가 역사에 타산지석이 될 수 있도록 남기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단다. 자신이 보고, 겪었고, 일했던 내용을 증언하기 위해, 그리하여 노무현대통령을 극복하고 참여정부를 넘어서야 한다는 바램으로 문재인 변호사는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총 4장으로 되어있는 이 책에서 그는 노무현 대통령과의 만남, 동행, 그리고 그것이 운명이었음을 말한다. 또한 일정부분은 자신의 회고록이기에 자신이 살아온 인생에 대해서도 1장을 할애하고 있다. 1982년 사법연수원을 차석으로 졸업했음에도 불구하고, 수료생 전원이 판검사로 임용되던 시절임에도 불구하고, 대학때 유신반대 시위 전력 때문에 판사임용에서 제외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변호사가 되어 부산에 내려왔다가 당시 인권변호사를 하던 노무현 변호사를 처음 만난 것이 인연의 시작이고, 저자는 이것을 운명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것이 운명이었기에 이후 줄곧 노무현과 함께한다. 저자는 인권변호사 시절 노무현과 자신의 이야기, 그리고 87년 6월항쟁때의 부산시민사회에서 노무현의 역할, 그가 정치에 뛰어들게 된 배경 및 정치활동에 대해 이야기 한다. 6월항쟁 당시 타지역에서 꺼져가던 열기를 되살려낸 것은 부산이었고, 그 중심에는 노무현이 있었다고 회고하는 저자, 그러나 서울중심 사고는 민주화운동 진영 내부에도 만연하여 부산의 역할, 노무현의 역할은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고 운동의 주류가 아닌 변방으로 치부되었다고 한다. 부산 시민사회의 강요(?)에 의해 정치인이 된 노무현은 곧 주목 받는 정치인이 되었고, 그를 정치지도자로 키워준 것은 의원 선수가 아니라 낙선경력 이었다. 3당합당을 반대한 이후 줄곧 대의를 좇아 실패와 좌절을 거듭한 경력이 그를 대선후보 반열에 올려주었기 때문이다. 95년 부산시장 선거, 2000년 총선에서 그는 계속 떨어졌고, 지역주의에 온몸으로 부딪히는 그를보고 전국적인 지지와 성원이 답지하기 시작했다. 나도 이때 노무현을 알게 되었으니, 아마 이 시기에 노사모가 조직되지 않았나 싶다. 2002년 감동의 그날, 난 중국에 있었다. 아침뉴스에 문전박대 당하는 그의 모습을보고 앞뒤 생각하지않고 비행기에 올랐고, 그날 저녁 마감시간 직전에 가까스로 투표할수 있었던 기억이 새롭다. 저자는 참여정부 시절 민정수석으로, 비서실장으로 그가 보고느낀 참여정부의 공과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그 내용들은 이미 언론이나 다른 사람들이 쓴 글들을 통해 알고 있는 것도 있었고, 처음 접하는 내용도 있었지만, 노무현대통령의 정치철학과 그것이 우리사회를 얼마나 변하게 했는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는 것 같다. 다만 우리는 너무 늦게 그가 추구했던 가치들의 중요성을 인식했을 뿐이었다. 이제 그가 떠나간지 2년이 훌쩍 넘었지만, 아직도 그를 생각하면 서러움이 남는다. 더욱이 그때 조금이나마 바르게 세워놓았던 가치들이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는 지금을 생각하면 더욱 그가 그리워진다. 노무현의 친구 문재인이 아니라, 문재인의 친구 노무현으로 불리기를 원했다던 그, 대통령은 유서에서 운명이다라고 했고, 저자는 그 유서를 읽으면서 마음속으로 운명이다라고 했단다. 그와 저자는 역시 운명일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노무현 대통령, 그는 운명에서 해방되었지만, 저자는 그가 남긴 숙제를 해야만 한다. 그리고 나는 그가 세우고자 했던 가치들을 지키기 위해 오늘도 깨어있는 시민으로 거듭 나고자 한다. |
|
당신은 이제 운명에서 해방됐지만, 나는 당신이 남긴 숙제에서 꼼짝하지 못하게 됐다. 글은 이렇듯 담담하게 마무리가 되지만 현실은 그의 글처럼 담백하거나 잔잔하지 못하다. 다만 남겨진 숙제에서 꼼짝못하게 되었다는 마지막 문구가 마음속에 생각의 여지를 갖게 한다. 희망이라는 여운, 살아 있는 자들의 책무, 우리가 도로 찾아야 할 정신과 가치, 내팽개쳐진 도덕성 회복을 위한 진정한 노력들.... 그런 생각들 말이다. 국내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들을 국외에서 받아보는 기분을 뭐라 말할 수 있을까. 뭐 별 생각없이 살아가기도 하고 모른체 하기도 하고, 뭘 할 수 있는 실행력이 없다보니 무관심해지거나 자신의 현실에 안주하게 된다. "사람 사는 세상"을 외쳤던 참여정부가 출범했을 땐 정말 현실이 기적같았다. 그 당시 내가 몸담고 있던 회사의 대표는 강남의 엘리트(?)로 근본도 없는 자가 나라를 다스릴 수 있을까하는 말을 노골적으로 하면서 앞으로 대한민국은 위기에 놓일 거라고 예언(?)하곤 했다. 못 가진 자가 손아귀에 뭘 좀 갖게 되면 망국으로 간다는 둥 참 듣기 뭐했지만 나랑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허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만 그 양반은 당신과 다른 생각이 아니고 상대방의 생각이나 언사가 아예 틀렸다고 결정지어버리는 사고였다. 지방색까지 언급하면서 말이다. 이후 정국은 참 암담해보였다. 탄핵이라는 어이없는 국면을 접할 때 일상의 순간이란... 입안에 모래알이 가시지 않은 듯 하루하루가 정떨어지게 지나가던 시간이었다. 그러는 사이 한국을 떠나왔고 또 얼마간의 시간이 흘러 비보를 접했다. 누군가 심각한 거짓말을 하는 것 같았다. 그럴리가, 말도 안되는 일이라고 확인하고 또 확인했는데 사실이었다. 주재 영사관에 빈소가 차려지고 오고 가는 사람들은 얼마 되지 않았다. 1960~70년대 광부와 간호사의 자격으로 한국을 떠나 와 자리를 잡아 살고 있는 교민들에게 '노 무현'은 생소한 이름 그 자체였다. 그런 일이 다 있었어 하는 식으로 넘어가고 마는 일이었다. 자신들이 이국으로 건너오기 전 그 당시의 사고로 현재를 살아가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70년대 사고방식 그대로 머물러 있다고 흔히들 말한다. 이는 그럴 수 밖에 없는 현실이고 옳고 그름을 따질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 분들의 머릿속에 각인된 이미지는 박 정희 대통령이 자신들을 친히 찾아와 함께 가슴 아파하며 울어주던 그 일이 엄청난 사건으로 자리잡고 있는, 그거 밖에 없다. 그런 그의 딸이 곧 있을 대선의 후보라고 하는데, 딱 거기까지만 맗하고 싶다. 문 재인의 [운명]을 읽게 된 계기는 [닥치고 정치]와 [대화]를 읽고 나서였다. 인터넷의 시대를 넘어 SNS시대에 넘쳐나는 정치사회적 담론과 토론에 관심도 갖게 되었다. 자주 듣게 되는 이유 중 하나는 확 끌어당기는 Cool한 매체의 간결함과 Hot한 주제와 알아듣기 쉬운 내용들 때문이다. 쌓여있던 가슴속 울분과 투명하고 계획적인 전달의도에 마음이 움직였다고나 할까. 놀고 먹고, 먹고 놀고 살아도 된다. 그런데 나는 그렇게는 안살고 싶다. 어떻게 놀고 어떻게 먹고 어떻게 즐겨야하는가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며 살고 싶다. 노무현 대통형이 그토록 원하던 세상 "사람 사는 세상"이란 바로 어떻게에 해당하는 일을 찾는것에 다름아니라고 본다. 아직 갈길이 멀어보이는 과도기적 진보의 사고는 뜬구름처럼 실천력이 약해보이고 높은 가치만 있고 살갗에 와닿는 철저한 계산이 안보인다. 뜬구름 에너지가 넘쳐흐르는 진보는 사절이다. 더불어 시대착오적인 이념논쟁이나 정치적 우선수위를 다지기 위해 과도하게 꾸며대는 보수들의 염치없는 행각도 그만 보고 싶다. 그런 중에 읽은 문 재인의 [운명]은 자신의 이야기를, 그와 동행했던 또 한 사람의 이야기를, 운명처럼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이 시대의 고민을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자연인으로써의 소박함과 행동하는 양심인으로써의 강인함을 읽었다. 외유내강형 인물로 보인다. 노무현 시대를 넘어선 다음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고 외친다. 이 다음의 대한민국을 이끌 지도자는 지금과는 사뭇 달랐으면 좋겠다. 인문철학적 사고능력을 갖춘 지성을 겸비해야 하고 도덕성을 잃지 말아야 하며 세상의 가치를 눈에 보이는 외양으로 평가하려거나 받으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 앞의 말에 모순적이긴 하지만 어느 장소에 어느 누구와 함께 서 있어도 자체발광하는 매력포인트, 솔직한 카리스마를 갖췄으면 좋겠다. 개인적 희망이지만 아마도 많은 사람들의 바램중 하나 정도는 이 안에 있지 않을까. 다시 희망을 말하고 싶다. 다만 희망사항으로만 보이지 않기를 바란다. |
![]() ‘어떤 이들에게 ‘노무현은 아직도 서러움이며 아픔이다. 그리고 어떤 이들에게 ’그와 함께 했던 시절‘은 그리움이고 추억일 것이다.’ 어제 아침에 잠깐 검찰총장 청문회를 봤다. ‘병역비리, 위장전입, 다운계약서작성, 세금탈루’등의 의혹을 받고 있는 내정자는 민간 컨설팅 업체를 통해 모의 청문회를 미리 가졌다"고 시인했다. 이것을 두고 여당의원은 잘했다고 칭찬까지 한다. 너무 어이가 없으면 웃음이 나온다. 다른 것은 다 부인할 수 있지만 위장전입 만큼은 명백하게 밝혀진 사실이라 자신의 불찰이라며 자세를 낮추지만 나머지 사안에 대해서는 억울하다며 할 말이 참 많다. 이 땅에서 공직자로 임명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왜? ‘병역비리, 부동산투기, 위장전입’이라는 틀을 벗어나지 못할까?
퇴임 후 봉화에 자리를 잡은 농군 노무현은 대통령 시절보다 더 많은 인기를 누렸다. 그는 그곳에서 소박한 시민이자 전직 대통령으로서 뭔가 나라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일을 구상하기 시작했지만 이것이 현 정부와의 갈등을 가져오게 되었고 결국 노무현의 죽음으로 이어지는 전조가 되고 말았다.
술을 한 잔 마시면 가끔씩 옛날을 추억한다. 그러면서 스스로에게 묻는다. 내 인생에서 노무현은 무엇인가? 잘 모르겠다. 하여튼 그는 내 삶을 굉장히 많이 규정했다. 그를 만나지 않았다면 나의 삶은 전혀 달랐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운명이다. (441쪽) 남은 자의 슬픔은 술을 한잔 먹으면 떠오르는 고인의 모습을 추억할 때 극대화 된다. 자신이 존경했고 사랑했던 친구를 떠나보낸 문재인은 그 관계를 ‘운명’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자신이 해야 할 일에 대하여 ‘그의 정신과 가치를 계승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고 말한다. 아직도 노무현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사람들이 있기에 그는 외롭지 않다. 그들은 지금 우리의 현실을 보며 많이 아파할 것이다. 왜냐하면 노무현이 뿌려놓은 씨앗이 열매를 거두지 못했기 때문이다. 밀짚모자를 눌러 쓰고 동네사람들과 막걸리 한잔을 주고받는 노무현의 모습은 천상 농부다. 그는 자신이 뿌린 씨앗이 열매를 맺고 추수하는 것을 보지 못했지만 그를 기억하고 그의 정신을 계승하려는 이 땅의 민초들이 있는 한 반드시 역사는 노무현을 기억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가 이 나라의 대통령이었던 시절을 자랑스럽게 여길 것이다. |
|
나에게 문재인 하면 먼저 노무현 대통령이 떠오른다. 노무현 대통령이 집권하던 시절에 민정수석을 했고 비서실장을 했던 이. 늘 그의 곁엔 노무현 대통령이 있었다.
이웃분들이 올린 리뷰글에서 이 책을 만났을때도 아,, 이런 책을 썼었구나 하고 생각하다가 김어준의 『닥치고 정치』를 읽으며 정치인 문재인에 대해서 관심이 생겼다. 그가 썼던 이 책을 읽어보고자 했다. 사실, 여동생과 제부는 노사모 시절부터 지금은 노무현재단에 푹 빠져있는 사람이다. 정치에 관심없던 나에 비해 그들은 다분히 정치적인 사람들이다. 이번 설에 만났을때도 '나꼼수'니 『닥치고 정치』이야기를 하던 차에 문재인의 책을 읽어보고 싶다 했더니 아버지께서 무척 재밌게 읽으셨다며 꼭 읽어보라고 당신의 책을 가져다 주셨다. 그래서 읽게 된 책.
노무현 대통령과 운명처럼 만나 또한 운명처럼 떠나보냈던게 문재인이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 2주기에 맞춰 처음 만났을때부터 마지막 까지 운명처럼 엮어있던 그들의 관계를 말한 글이다.
나에게 노무현은 인권 변호사, 그리고 5.18 청문회때 허를 찌르던 명료한 질문. 그 목소리가 아직도 들리는 듯 그렇게 명쾌한 기분이 들었었다. 그리고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누군가 그랬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현직에 있을때는 국민들에게 별 인정을 받지 못하더라도 대통령을 그만 두고 났을때 더 인정 받을 것이라고. 서민들에게 친절하고 옆집 아저씨처럼 느껴졌던 노무현 대통령을 추억했다. 지금은 가고 안계시다는 게 더할수 없이 허전하다. 그 분의 잠시 몸담았던 봉하를 찾았을때 숙연해지는 기분을 다시 느꼈고, 그 분의 사진들, 묘석을 보고 그 분이 계셔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그 분의 편한 웃음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정치에 젬병이었던 내게 정치도 이렇게 재미있을 수 있구나 하고 알게 되었고 또한 문재인이라는 이름을 더 한번 각인 시켰던 『닥치고 정치』와 『문재인의 운명』을 읽으며 돌아올 대선에 대해서 내가 너무 무관심하지 않았나 생각이 들며 정치에 대해서, 선거에 대해서 지금보다는 더 적극적으로 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오늘 아침 뉴스에서보니 여론 조사에서 문재인이 박근혜를 바짝 뒤쫓고 있다지. 어떤 새로운 분이 또 나와서 우리를 새로운 정치로 이끌지 모르겠지만 정직한 정치인, 깨끗한 정치인이 나왔으면 좋겠다. 노무현 대통령이 '사람사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 했던가.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어 줄 좋은 정치인이 나왔으면 좋겠다.
|
|
사실, 문재인을 잘 몰랐습니다. |
|
3년 전, 전직 대통령이 '자살'이라는 극단적 죽음을 선택했다. |
|
2009년 5월 23일 토요일, 주말이라 잠을 뒤척이며 자동예약으로 켜진 티비.... |
|
이제서야 읽었다. 유시민의 <운명이다>도 문재인의 <운명>도 그닥 내키지 않았다. 노무현을 앞세워 재기를 모색하는, 비열한 정치꾼 유시민의 행보는 더욱이 싫었다. 그런 속에서 출간된 문재인의 <운명>에 '그 놈의 운명 타령 또 시작이야'란 반응은 당연한 것이었다. 벌써 2년이란 긴 시간이 흘렀다. 많은 이들이 '사람 사는 세상'을 갈구하며 노무현 대통령을 추억한다. 나 역시 그 소탈한 옆집 아저씨와도 같은 그가 그립다. 작금의 MB 정권을 보면 더더욱. |
|
정치테마주에서 보는 문재인이란 정치인
5년에 한번씩 대선이 다가올 때면 주식 시장에는 이른바 "정치테마주"가 형성된다. 안철수연구소는 대주주를 따라 당연히 정치테마주에 포함되었지만 문재인 관련주는 그 기준이 애매모호하다. 그나마 대장주라고 인정받고 있는 한 문구업체는 문재인 변호사가 일하는 법무법인과 그 회사가 관련 있다고 해서 테마주로 엮여 있다. 그 회사 종목 게시판에 올라온 글 중에서 '정치테마주와 문재인과의 연결을 찾기 어려운 것이야말로 그가 깨끗한 사람임을 알려주는 것이 아닌가, 문재인이란 사람이 그만큼 깨끗하면 여기 회사가 나중에 득볼 것도 없는 데 손 떼고 나와라'하는 내용의 글이 있었다. 그리 분석적이지도 않고 안티글이긴 했지만 나름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 노무현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사람이면서도 유시민 전 의원이나 안희정 도지사 같은 사람들에 비해서 그리 부각되지 못한 정치인이 문재인이란 사람이었고 가장 늦게 정치에 등장한 사람도 바로 이 분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의 그림자처럼 항상 그의 곁에 있었으면서도 그리 표나지 않게 있었다는 것은 온화한 이미지 만큼이나 그가 처신을 올바르게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이미지를 바꿔 놓은 사진 한 장
보통 노무현 대통령 주변에서 자주 등장하는 문재인 변호사의 사진 속 이미지는 적당히 섞인 흰머리가 잘 어울리는 신사같은 분위기였다. 한편으로는 노무현 대통령 옆 혹은 뒤 편에 주로 있어서 대통령의 그림자 같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이런 문재인 변호사의 이미지를 확 바꿔놓은 것은 요즘 그렇지만 낙하산이 공중에 펼쳐져서 공중에 떠 있는 동안엔 정말 황홀했다. 그 기분이 너무 좋아서 긴장이나 두려움을 얼마든지 감수할 수 있었다. 패러글라이딩을 하는 사람들도 그런 기분 때문에 무거운 장비를 메고 높이 올라가는 고생을 감수하지 않나 싶다. - 공수부대, 159p- 학생운동하다가 인권변호사로 나선 이력에 비추어 어쩐지 공수부대는 어울리지 않을 듯 싶은데, 물론 자의로 간 것은 아니었지만, 군 미필자가 많은 정치인들 중에서 그것도 소위 빡세다는 공수부대에 있었던 그의 이력이 새삼 다르게 다가왔다. 지난 "힐링캠프"에서 보여준 - 난 아쉽게도 그 프로그램을 보지 못고 뉴스로만 접했다 - 그의 군대 있을때 사연이나 사진들, 격파 시범 등등은 그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었고 박근혜 씨에 대한 장점만을 평가한 냉철한 말 한마디는 어느 한 쪽에 크게 치우치지 않고 균형잡힌 시각으로 세상을 보는 모습을 보여준다. [책 속에 등장하는 공수부대 시절의 사진, 그의 이력에 비추어 볼 때 다소 뜻밖인 느낌을 주나 한편으로는 그의 강한 면모를 보여주는 모습처럼 비춰지기도 한다.] 사람을 선입견을 갖고 봐서는 안되는 것처럼 지금까지 그의 이미지대로 단순히 조용하고 신중한 사람으로만 생각해서는 안될 것이다. 학생운동에서 공수부대로 다시 인권변호사로 이어지는 이력에서 보듯 그는 단순히 조용한 사람만은 아니었으며 그의 삶의 고비때마다 보여준 모습은 원칙을 지키며 행동하는 사람이었다. 자신의 원칙을 꺽고 현실에 쉽게 타협하는 류의 사람은 아니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대통령 후보가 된 후로 지지율이 하락하고 민주당에서조차 공격받으며 지낼 때 그는 옆에서 원칙을 이야기한다. 나는 "원칙"얘기를 했다. "우리가 쭉 살아오면서 여러 번 겪어 봤지만, 역시 어려울 때는 원칙에 입각해서 가는 것이 가장 정답이었다. 뒤돌아보면 늘 그것이 최선의 선택이었다. 그땐 힘들어도 나중에 보면 번번이 옳은 것으로 드러났다. 노 후보님의 생각이 옳다고 말씀드렸다. 외로우셨던지 당신 생각을 지지하자 매우 기뻐했다. - 2002년의 감격, 99p- 조용히 지내 온 그 동안의 모습을 보면서 이제까지는 그가 신중하게 처신하는 정도의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면, 위에 나온 사진 한 장에서는 그의 젊었을 때 강인했던 모습과 적어도 국방의 의무를 - 그것도 빡세게!- 다한 정치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어려움 속에서도 원칙을 강조하는 그의 모습에는- 비록 그가 쓴 책에 나온 장면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 앞으로 우리 나라 정치에서 원칙과 기본을 지키는 정치인 한 사람이 더 등장할 가능성이 엿보인다. 지금껏 다른 정치인들이 현실의 벽에 부딪치면 적당히 꺽여주고 타협하는 모습을 많이 보아왔기에 이런 정치인의 모습에 더 목말라 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또한 좌우 균형잡힌 시각의 그의 모습은 지금껏 대화와 타협이 어려웠던 우리 정치계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올 수 있다.
노무현의 친구 문재인, 문재인의 친구 노무현
노무현 대통령은 "친구 문재인"이라 언급했지만 사실 두 사람은 어느 정도 나이 차이가 난다. 그럼에도 그렇게 동반자처럼 지낸 것에 대해서, 노무현 대통령은 자서전인 "운명이다"에서 문재인 변호사에 대한 평을 적어놓았다. ~중략~ 그는 사무실 운영을 도맡아 하면서 매월 내게 생활비를 주었다. 부산에서 선거를 치를 때마다 있는 힘을 다했고, 대통령 선거때는 부산 선대본부장을 맡아 주었다. 민정수석과 비서실장으로서 대통령 임기 내내 나를 도와주었다. 헌법재판소 탄핵 심리와 퇴임 후 검찰 수사 때도 내 곁에 있었다. "노무현의 친구 문재인이 아니고 문재인의 친구 노무현"이라고 한 것은 그저 해본 소리가 아니다. 나이는 나보다 젊지만 나는 언제나 그를 친구로 생각했다. 그와 함께 한 모든 일들이 나에게는 큰 기쁨이며 영광이었다. - 운명이다, 86p- 어찌보면 단순히 집사 역할이라고 하며 폄하할 수도 있지만 인권변호를 하느라 경제적으로 어려웠을 사무실을 무리없이 끌고 간 그의 경제적 능력이 탁월해보이고 큰 흠집하나 잡히지 않고 노 대통령을 옆에서 보좌한 그의 도덕성이 돋보인다. 자신보다 나이 많은 대통령에게 "친구"라 불릴 정도의 절대적 신임을 얻은 그의 모습은 지금까지 정치인으로서 일선에 나서지 않았던 것이 오히려 아쉽게 느껴질 정도다. 한편 문재인 변호사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첫 인상을 아래와 같이 적어 놓았다. 그러나 노 변호사는 판사 생활을 짧게 해서 그런지 아니면 원래 기질이 그런지 모르겠지만, 풍기는 분위기가 전혀 달랐다. 아주 소탈했고 솔직했고 친근했다. ~ 중략~ 함께 깨끗한 변호사를 해보자고 했다. 따뜻한 마음이 와 닿았다. - 동업자, 29p- 두 사람은 그렇게 "친구"처럼 가까운 사이로 서로를 대했고 "소탈하고 솔직하고 친근한"첫 인상을 뒤로 하고 한 사람이 세상을 뜰 때까지 책 서두에 소개한 도종환 시인의 "멀리 가는 물"처럼 먼 길을 같이 흘러왔다. 그 길을 앞으로도 같이 못가게 된 것이 정말 안타깝지만 이제 한 사람은 다시 다른 사람의 못다한 길을 이으려 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문재인의 운명"은 "운명이다"와 또다른 가치가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운명이다"와 문재인의 "운명"은 약간의 차이가 있다. 첫인상과 그에 대한 평을 담은 글에서도 보듯이 "운명이다"는 수식없는 문체로 담담하게 글을 써 나가고 있는데, 아마도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이 책의 분위기를 그렇게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반면에 "문재인의 운명"은 담백한 문체이면서도 개인의 감정이 책 속에 녹아들어갔다. "문재인의 운명"은 자서전이나 혹은 어느 정치인의 기록이기보다는 노무현 대통령 옆에 있던 사람으로서의 느낌과 감정을 담은 수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돌아온 길을 되돌아보다.
아무래도 노무현 대통령과 함께 했던 사람이기에 참여정부 시절,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이 담기는 것은 어쩔 수 없을 터이다. 문재인 변호사는 여기에서 기존 정부와 달리 권위주의의 허물없이 일반 시민들과 같이 지냈던 참여정부 사람들의 모습과 함께, 좌우의 공격을 받고 고립된 섬처럼 떠 있었던 참여정부 시절의 외로움을 이야기한다. 조그만 연립주택에 사는 것도, 수행원 없이 혼자 다니는 것도, 심지어 휴일에 등산가서 시민들과 맞닥뜨리는 것조차 특별한 일인 양 여겼다. 그동안 고위 공직자들에 대해 갖고 있었던 이미지와 너무 다르다는 것이었다. - 서울 생활, 청와대 생활, 221p- 이처럼 기존 정부인사들과는 다르게 일상에서는 시민들과 함께 했던 것에 비해, "잃어버린 10년"으로 까지 공격 받았고, "경제를 망쳤다, 모든 것이 노무현 탓이다"라는 근거없는 비난을 감내해야했다. 하지만 그 시절이 그렇게 비난받을 만한 짓만 저지른 것이 아니라 그 임기 끝까지 열심히 지내왔음을 책 속에서 말하고 있다. 정부 출범 초기 인선의 어려움 속에서 나름대로 인사시스템을 구축하는 성과를 거두었고, 국정원, 감사원 개혁을 비롯해서 중국을 상대로 한 균형 외교의 성과도 제시하고 있다. 임기 말까지 남북정상회담의 성사에 힘을 쏟으며 다음 정부를 생각해서 대통령 기록물을 남기는 섬세함도 보여주었다. 하지만 그러한 성과는 보수에서는 너무 앞서나갔다고 공격받고 진보에서는 모자라다고 공격받았다. 책에서는 이렇게 양쪽의 갈라진 틈새에 고립된 섬처럼 어렵게 지내왔던 서러움을 내비치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그런 점에 대해서 다음 정부를 걱정한다. 다음에 민주적이고 개혁적인 정부가 다시 들어섰을 때, 그 책이 제시한 개혁과제 가운데 과연 얼마나 할 수 있을까. 흔히 정부의 의지만 있으면 다 할 수 있을 것처럼 생각하지만, 한 정부가 애를 써도 5년 임기 동안에 해낼 수 있는 것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면 어떻게 될까? 보수 진영은 개혁과 복지한다고 공격하고, 진보개혁진영은 제대로 못한다고 공격하고, 그렇게 좌우 양쪽에서 협공을 받는 정부 역시 참여 정부의 전철을 되풀이 하지 않을까? - 길을 돌아보다, 457p- 책 속의 글처럼 단순히 정부의지로만 모든 것이 해결되지 않음을 우리는 그동안의 역사에서 보았다. 앞으로 우리가 어떤 대통령을 뽑던 그 사람의 힘만으로 세상이 좋게 변하지는 않는다. "문재인의 운명"이란 책은 그런 점을 우리에게 힘주어 이야기하고 있다. 결국 우리의 정치란 우리 모두가 힘을 모아 거들어도 쉽게 변하지 않는 반면, 잠시만 한눈을 팔아도 좋지 않은 쪽으로 멀리 달아나 버리는 것이다.
가난했던 대통령과 함께 한 "멀리 가는 길" 같은 운명
보수와 진보 양쪽에서 공격받던 대통령은 그 짐을 덜어놓고 고향에 내려가 쉬고자 했으나 그것마저 여의치 않았다. 그 원인 중의 하나를 문재인 변호사는 대통령의 가난에서 끄집어 낸다. 대통령은 어쩌다 그런 곤경에 처하게 되었을까. 나는 대통령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는 가난했다. 가난이 그를 공부에 매달리게 했고, 가난이 그를 인권변호사의 길로 이끌었다. 그가 가난하지 않았다면, 자신처럼 힘들었던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지 않았을지 모른다. 가난하고 억눌린 사람들을 돕겠다고 소박하게 시작한 일이 인권변호사였고, 민주화 운동이었다. 정치는 그 연장선상에 있었다. 정치에 대한 그의 진정성이 그를 대통령까지 만들었다. 그래도 여전히 그 자신은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 치욕의 날, 406p- 개인적으로 노무현 대통령을 좋아했던 이유는 그의 삶이 진실했기 때문이다. 가난한 삶 속에서 세속의 모든 사람이 그러했듯 부자가 되기 위해서 변호사의 길을 선택했고 처음부터 의식적으로 운동에 뛰어든 것이 아니라 삶 속에서 절실히 느끼면서 그 길에 들어섰다. 그런 점을 문재인 변호사는 "대통령의 가난"이란 말로 짚어냈다. 퇴임 후, 번듯한 자기 집 한 채 지을 돈이 없어 돈을 빌려야 했던 대통령의 가난이 결국 검찰 수사에 이르게 되어 곤경에 처하게 했음을 말하고 있다. 반대쪽에 있는 사람들은 단순히 변명이라 할지 모르지만, 그 가난이 너무 안타깝기만 하고, 너무 시대를 앞서간 탓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문재인의 운명"은 시중의 다른 정치인 자서전처럼 한 사람의 정치인을 광고하고 꾸미는 것이 아니라 이미 다른 길로 가버린 다른 정치인을 회고하는 것이 기존의 정치인 자서전과 다른 점이다. 또한 그의 길에서 본받아야 할 점과 다시는 되풀이되서는 안 될 점을 찾아내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자 문재인이란 정치인의 장점이 아닐까 한다. 그의 운명은 노무현 대통령과 어디까지 이어져 있을까? 그의 말처럼 노무현 대통령을 만나지 않았다면 안락하고 적당히 살았을지도 모른다. 어찌되었든 도종환 시인의 시처럼 "멀리가는 물"은 지천에서 만나 하나로 합쳐져 "이미 더렵혀진 물"이나 "썩은 물"도 만나면서 먼 길을 가게 되었다. 운명처럼 만나 그 운명에서 꼼짝하지 못하게 된 문재인 변호사, 그의 기존의 균형잡히고 온화한 이미지와 군 시절의 강인하고 어려움 속에서 원칙을 지켜나가는 새로운 이미지의 장점이 모여 앞으로 우리 정치계에서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길 기대해본다. 그가 앞으로 우리 곁에 정치인으로 등장해서 흘러가게 될 먼 길을 한번 죽 지켜봐야겠다. 그를 만나지 않았으면 적당히 안락하게, 그리고 적당히 도우면서 살았을지도 모른다.그의 치열함이 나를 늘 각성시켰다. 그의 서거조차 그러했다. 나를 다시 그의 길로 끌어냈다. 대통령은 유서에 "운명이다"라고 했다. 속으로 생각했다. 나야말로 운명이다. 당신은 이제 운명에서 해방됐지만, 나는 당신이 남긴 숙제에서 꼼짝하지 못하게 됐다. - 운명이다. 467p-
ps. 개인적으로 "도종환"님의 "멀리 가는 물"이란 시를 책 속에 집어 넣어 소개한 그의 감각이 대단해보인다. 정말 두 사람의 "운명"에 잘 어울리는 시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