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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기대 없이 봤는데, 생각보다 재미나게 봤다. 일단 아만다 사이프리드 넘 이쁘고, 연기도 잘 하고... 아주 섬세한 감정 연기 좋음. 덕분에 두 번이나 눈물 찔끔. ㅎㅎ
이태리가 배경으로 나오는 영화가 생각보다 많은 것 같다. 제목은 까 먹었지만 대 놓고 이태리의 도시 이름이 나오는 것도 있었고 - 영화 내용은 별로였다 -, 이번 것처럼 베로나, 시에나처럼 도시들이 배경으로 나오고, 특히 이태리 중부의 아름다운 시골들이 마구 나오는 영화들을 종종 봤다. 나도 한번 여행해 보고 싶을 정도로...
아무튼, 진실된 사랑이 존재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있다면, 만약 만난다면, 용기를 가질 수 있길... 이 영화의 주인공들처럼 말이다. 다시 보고 싶은 영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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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한낱 호르몬 작용에 지나지 않으며 인생의 한때를 사용한 방향과 만남에 대한 호오로 완성될 뿐이라는 회의주의자들과 과거에 두고 온 사랑을 꺼내보며 추억에 젖는 이상주의자들이 말다툼을 벌이면 어느 쪽이 이길까. 밤새도록 목소리만 높이다 아무런 성과 없이 서로 지쳐 끝나겠지. 자신의 방으로 되돌아온 이들은 여전히 자신이 옳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한결같은 사랑을 할 것이다. 그래서 사랑은 제각각 본연을 유지하여 하물며 달라지는 법이 없다. 16세기를 살았던 셰익스피어가 내린 정의에 비추어봐도 현대의 우리가 전혀 달라지지 않거나 쇠퇴한 것처럼, 여간해서는 정의내리기 힘든 게 사랑이니, 일단 낭만적 기운이 몰리는 도시에서의 만남이 그 시작이 되는 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고풍과 모던이 만나 소프트 아이스크림처럼 녹아내리는 베로나. 로미오와 줄리엣의 비극과 낭만이 그대로 떠받친 베로나의 시에는 홍보와 전통의 일환으로 전 세계 관광객들이 떨구고 간 편지의 아픔에 가슴 떨며 공감하고 답장으로 위로하는 이들이 있다. 못갖춘 마디의 음률은 듣는 이를 더욱 애태우는 법이어서 파스텔톤으로 부서지는 이정표 같은 도시를 시작으로 클레어와 로렌조의 50년 전 눈부신 추억을 찾아나선다. 사업준비로 바쁜 약혼자 빅터 때문에 허니문이 곧 출장길이 되어버린 소피는 우연히 발견한 50년 전의 편지에 답장을 썼다가 클레어와 찰리의 여행에 합류하게 된다. 내내 투덜대는 찰리도, 편지를 쓴 소피도, 주인공 클레어도, 이 시간이야말로 유일하게 찾아온 자신들만의 온전한 사랑의 추억이라는 걸 모르고 있다. 싱그런 풀잎, 울긋불긋한 포도밭, 한적한 농장과 푸른 순록, 카랑카랑한 목소리와 열정으로 뭉친 사람들의 도시를 헤집으며 여행 아닌 여행을 하는 세 사람. 이 영화는 어딘지 모르게 흩어진 마음을 그러모으고 승산 없는 일에 마음을 걸게 하는 데가 있다. 마음 깊숙한 곳까지 따뜻하게 데우는 겨울날 정종같은 매력이 고스란히 새겨지는 순간도 바로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는데 자연스럽게 누군가의 추억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나를 발견하는 기쁨 앞에 섰을 때다. 타인의 추억이 자신의 추억을 불러낼 때. 누군가를 향하는 마음이 담긴 세상의 편지들은 지칠 줄을 모른다. 아마 시대와 시대, 바다와 바다를 넘어 오랜 세월 존재해온 아픈 사랑이 사라지지 않는 한 줄리엣의 집에서 보내지는 답장은 계속될 것이다. 예상치 못한 이별의 슬픔을 떠받친 채 남몰래 신음하는 이 상큼발랄한 도시가 간혹 슬픔과 어둠을 보여주기도 하는 이유다. 사랑이 현실을 살 때 우린 왜 싫증낼까. 바로 그 찰나, 현재로 스며드는 건 새로운 인연이다. 낭만은 다시 꾸는 꿈. 꿈은 현실로 가는 길목에서 우리의 발목을 붙잡는다. 변한다. 상황을 뒤집는다. 집착과 상처와 용기는 같은 기원을 가졌을까. 낙담한 사람을 향해 쏟아지는 비난은 독약보다 치명적이다. 어리석다는 말에는 현재의 불행이 다름아닌 당신의 것이라는 추궁이 담겨있다. 과거로 가는 시간여행은 놓친 시간을 움켜쥐거나 기어이 어찌해보겠다는 다짐, 누군가의 평화로운 일상을 깰 다짐이 아니라 오래 전 숨겨둔 뒤늦은 보물찾기다. 그 사람과 나만의 오래된 숨바꼭질 같은 것이다. 길이 길로, 도시가 도시로 연결되듯 당신과 나를 이어주는 끈을 가만히 쥐어보는 시간. 이미 통과해온 시간. 앞으로 다시 없을 시간. 소피에게 빅터와의 시간이 찰리와의 그것과 다를 것인지에 대해서는 묻지 않는다. 그러니 때론 보내고 때론 놓쳐버린 인생 끝에 섰을 때 우린 클레어가 될지도 모른다. 그에가로 가는 계단이 나올 때 마지막일 줄 알았다. 두려웠다. 클레어를 향한 찰리의 걱정이 기우에 가까웠다면 결과보다 과정을 소중히 여기고, 늦지 않게 돌아온 소피의 용기는 모든 이들에게 행운을 가져다주었다. 이 영화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데워진다. 베로나도, 뉴욕도 런던도 아닌 바로 이곳에서 내 마음이 가득차오른다. 별과 여름밤, 그리고 와인이 파스텔톤으로 뒤섞여 부유하는 공기 속에서 처음으로 나눈 얘기를 결코 잊지 못한다. "이게 우리 운명인가보오" 모두 앞에서 그가 말했을 때 비로소 사랑은 사랑 자체로 이미 완성된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이루지 못한 사랑이 뜨겁다. 하지만 이루어낸 사랑도 아름답다. 하지만 무너진 사랑에도 이유가 있을 것이다. 우린 모두 누군가의 사랑, 그 결과로 세상에 나온 인생들이 아닌가. 긴긴 세월 품을 마음 하나쯤은 죄가 아니다. 놓친 사랑과 놓쳐야 할 사랑 사이의 균열과 시작에 대한 두려움에 잠시 두 사람의 미소가 가려졌다. 그가 먼저 달려갔고 다음으로 그녀가 달려온다. 사랑은 고작해야 용기의 문제이자 타이밍의 결과였다. 세상 모든 사랑은 오래도록 베로나를 떠나지 않을 것이다. 아무도 그 부름을 거절할 리는 없을 것이다. 사랑의 도시는 하나 뿐이다. 혼자일 수 없다면 찾아나서라. 늦지 않았으니 용기를 내라. 사랑 앞에 겁쟁이들에게 보내는 한편의 낭만적이 경고는 이태리에서도 손꼽을 만큼 아름답다는 북부 도시 베로나와 만나 한층 더 깊고 밝은 빛을 발한다. 산다는 것은 늘 땅에서 붕 떠오른 발을 땅에 붙이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라고, 사랑에는 어떤 잣대도 들이밀 수 없는 거라고, 순간의 감정이나 느낌이 가장 진리라고 말하는 사랑스러운 영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