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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이 지나간 자리《감상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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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절없이 흘러가는 시간에 서운함이 밀려온다. 며칠 동안 의미없는 토론으로 시간을 보내고 나니 삶이 더없이 공허하게만 느껴진다. 하릴없이 서재를 서성이다가 ‘배를 움켜쥐고 웃다가 끝내 눈물을 흘리게 하는 러시아 풍자문학의 걸작’이라는 소개글에 반해 빼어든 소설이 바로 미하일 조센코의 《감상소설》이다. 웃음과 풍자의 대명사라니, 러시아 대문호로는 도스트예프스키, 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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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절없이 흘러가는 시간에 서운함이 밀려온다. 며칠 동안 의미없는 토론으로 시간을 보내고 나니 삶이 더없이 공허하게만 느껴진다. 하릴없이 서재를 서성이다가 배를 움켜쥐고 웃다가 끝내 눈물을 흘리게 하는 러시아 풍자문학의 걸작이라는 소개글에 반해 빼어든 소설이 바로 미하일 조센코의 감상소설이다. 웃음과 풍자의 대명사라니, 러시아 대문호로는 도스트예프스키, 톨스토이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체호프와 푸쉬킨, 고리끼와 동시대 작가이다. 널리 알려진 작가는 아니지만 <감상소설> 서문이 여러 판 실려 있는 걸로 봐서는 매우 인기있는 작품인 것 같다.

 

 1판 서문에 작가는 신경제정책과 혁명이 결정일 때 썼다고 한다. 작가는 독자의 소중한 시간에  변변찮은 인물들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고 해서 실망하지 말라고 당부하고 있는데 이때부터가 작가의 입질에 슬슬 낚이기 시작하는 순간이다. 책에는 총 여덟 편의 단편이 실려있는데 이 단편들을 하나의 소설처럼 이어주는 느낌은 바로 화자로서 작가가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화자인 작가는 유쾌하며 마치 무성영화에서의 변사처럼 소설의 총체적인 이야기를 이끌어가는데 입심 좋은 작가의 설명에 지루할 틈이 없긴 하다. 여덟 편의 단편들은 고리끼가 사회주의 시대의 혁명소설을 썼던 것처럼 혁명 이후의 삶을 재조명하는 소소한 시민들의 소소한 이야기이다. 1920년 혁명과 내전으로 엉망이 된 러시아사회가 경제 회복을 위해 시행하게 된  신경제정책’은 이들의 삶을 조각조각 파탄내며 생존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서민의 삶을 대변한다. 이들은 혁명시대의 영웅적 주인공이 아닌  비교양적이면서 때로는 속물적인 범상한 인간군상들이다.  (센코는 이들의 속되고 비문화적인 언어를 문학속에 끌어들여 새로운 문화현상의 위치를 부여하였다.-해설에서)

 

<아폴론과 타마라>에서는 피아니스트이자 음악가이며 아름다울 뿐 아니라 세련되기까지 한 젊은이가  1차 세계 대전과 내전을 거치며 뒤틀려버린 삶을 그린다. 전쟁에서 돌아오자, 그를 기다린 것은 결혼을 약속했던 여인 타마라의 배신과 참혹한 가난이다. 절망 가운데에서 방황하던 그를 받아준 것은 공동묘지 비정규직 산역꾼 일자리였다. 노동만이 남아있는 삶, 우아하고 아름다웠던, 명성과 화려한 삶을 꿈꾸었던 피아니스트의 마지막 모습이다.

인생을 필요한 대로 살지도 못했고, 일하지도 않았고, 말하지도 않았음을 깨달았다.

  그러나 어떻게 해야 했는지 그는 여전히 모르고 있었다.

톨스토이가 참회록에서 말하듯 인생에서 정직하게 고백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진실은 삶이 공허하다는 것이다. <사람들>의 주인공  이반 이바노비치 벨로코피토프의 삶 역시도 공허한 일상이다. 귀족으로 태어났지만, 아버지의 이른 죽음으로 막대한 재산을 유산으로 받게 되자 탕진하는 일에 몰두하며 혁명단체의 조직원들과 어울린다.  한때 작가로서 성공하는 듯 했으나, 혁명 사건에 연루가 되면서 외국으로 망명하는데  다시 러시아로 귀환하지만 그에게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가 쓰던 혁명소설은 이미 폐품으로 변해 버렸고, 스페인어와 라틴어,  하프까지 칠 줄 알았지만 먹고 사는 일에 그러한 능력은 아무 쓸모도 없었다. 직업도 없이 지내다가 아내와의 계속된 불화로 이반은 점점 자신감을 상실해간다. 계속된 가난으로 아내마저 떠나가 버리고 폐인이 된 그는 결국 동굴에서 생활하다 도시에서 사라져 버린다. 

 

그는 불가사의한 삶 앞에서 경악했다. 삶이란 지상에서의 존재권리를 획득하기 위한, 목숨을 건 투쟁 같았다. 그는 죽음과 슬픔 속에서 문제는 바로 삶의 지속이라고 느끼며 자신의 능력,자신의 지식, 그리고 그것을 상기한 후, 그는 자신이 아무것도 모른다는 서글픈 결론을 내렸다.-p73

 

극단적 비관주의와 과대망상증 환자 [무서운 밤]의 주인공 이바노비치, [꾀꼬리는 무엇을 노래할까] 에서 산전 수전 다 겪은 빌린킨의 인생과 단편소설 가운데 유일한 해피엔딩인 [즐거운 모험]의 세르게이 페트로비치 페투호프의 이야기와  [라일락 꽃이 핀다] 주인공 블로딘의 결혼 성공기나 [지혜]의 이반 알렉세예비치의 축제일이 갑자기 상갓집이 되어버린 사건, 우연한 기회에 결혼하게 되었지만 염소 때문에 파혼당한 이야기 [암염소]까지 소설의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불행하고, 무능하며 현실 부적응자들이다. 소설에 등장하는 화자이자 작가인 미하일 조센코는 소설 중간중간에 등장인물들과 소설적 장치들을 설명해주며 당시 사회에 만연하였던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충돌에서 방황하는 인물들을 재현하고 있다. 이들은 매우 현실적이며 광범위한 계층을 이루고 있는 문학의 주변에 속한 이들이다. 화자인 작가는 비평가를 비판하기도 하며 동시대의 문학을 논하며 창작의 방식과 주제 선택의 과정을 드러내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일련의 장치들은 혁명이 지나간 자리에 남겨진 노동자들의 벌거벗은 삶,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말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웃음과 풍자의 거장이었으나 , 삶에서 비극의 주인공으로 살아갈 수 밖에 없었던 자신의 삶을 반추하듯 그렇게...

 

   

인생이, 단순하고 혹독하고 평범한 인생이, 단지 몇몇 사람에게만 웃음과 기쁨을 허락하는 인생이 있을 뿐이었다.-p46

 

즉석에서 그는 순응의 불가피성에 대한, 단순하고 원시적인 삶에 대한, 살 권리가 있는 인간 각자는 모든 생물과 짐승들이 그런 것처럼 시간의 변화에 따라 필연적으로 껍데기를 벗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에 대한 하나의 온전한 철학체계를 그들 앞에서 설파했다.-p76

 

심지어 날씨같이 변화무쌍한 것도 외국 소설에서는 늘 좋게 유지된다. 확실히 그렇다. 태양은 빛나고 온기를 준다. 무성한 녹음과 공기, 따뜻하다. 영혼의 오케스트라가 끝없이 음악을 연주한다. 바로 이것이 신경을 안정시킨다! -p157

 

사람이 한숨을 쉰다는 것은, 방해를 받아 소원 성취가 어려워짐을 의미한다. 사랑이 충분히 허용되지 않았던 옛날에, 연인들은 푹푹 한숨을 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한숨 쉬는 일이 가끔씩 있을 뿐이다. 우리 삶의 흐름은 그토록 단순하고 멋지게 진행되고, 우리 유기체의 소박하고 평범하고 영웅적인 움직임도 그렇게 이루어진다.

 

더보기 (인상깊은 구절.)
 

 

YES마니아 : 로얄 k********2 2014.10.15. 신고 공감 6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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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찌질이들이 펼쳐내는 유쾌한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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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내가 아는 러시아 작품이라고는 톨스토이, 체호프, 고골의 작품들이 고작이었다. 누구나 다 아는 이름들이고 작품이다 보니 러시아 작품은 그저 친숙한 고전이라는 생각만 있었다. 그러나 미하일의 <감상소설>을 읽는 순간, 이런 작품도 있구나 하는 생각에 무릎을 쳤던 기억이 있다.   러시아 작품들의 주인공은 혁명을 위해 싸우는 투쟁가이거나 귀족이라는 허울로 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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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내가 아는 러시아 작품이라고는 톨스토이, 체호프, 고골의 작품들이 고작이었다. 누구나 다 아는 이름들이고 작품이다 보니 러시아 작품은 그저 친숙한 고전이라는 생각만 있었다. 그러나 미하일의 <감상소설>을 읽는 순간, 이런 작품도 있구나 하는 생각에 무릎을 쳤던 기억이 있다.

 

러시아 작품들의 주인공은 혁명을 위해 싸우는 투쟁가이거나 귀족이라는 허울로 괴로워하는 지식청년들만 있는 줄 알았는데 <감상소설>에 나오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찌질한 모습 일색이다.

그러나 그들은 인간 본연의 문제인 생존을 위해 누구보다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자들이다.

남들이 뭐라 하든 결국 그들은 살아남았고 또한 살아가기 때문이다.

그들은 모든 인간의 화두인 돈 때문에 울기도 하고 버림받고 비극에 치달아 죽기도 하지만 그들의 삶은 눈물겹게도 유머러스하다.

 

삶이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던 찰리 채플린의 말이 가장 적절한 비유가 될 수 있는 책이다. 감상소설에 실린 단편들은 21세기를 사는 우리에게도 큰 위안과 즐거움을 준다.

k******o 2012.03.07.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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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과 풍자의 프리즘_ 감상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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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하겠다.나는 러시아 문학은 읽지만, 작가 이름은 정말 기억을 못하겠다.특히나 미하일 조셴코 같은 낯설은 이름은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이 책의 제목 네 글자 <감상소설>은 머리 속에 콕콕 박힌다. 속물적인 감상을 드러내 역설적으로 삶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이 책에 푹 빠진 까닭이다. 사실 그 시대의 특징은 '작은 사람들' 즉 소시민의 일상에서 가장  잘 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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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하겠다.

나는 러시아 문학은 읽지만, 작가 이름은 정말 기억을 못하겠다.
특히나 미하일 조셴코 같은 낯설은 이름은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이 책의 제목 네 글자 <감상소설>은 머리 속에 콕콕 박힌다. 속물적인 감상을 드러내 역설적으로 삶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이 책에 푹 빠진 까닭이다. 사실 그 시대의 특징은 '작은 사람들' 즉 소시민의 일상에서 가장  잘 드러나는 게 아니던가. 그리하여 전쟁에 참여했다가 애인에게 버림받은 남자와 비관주의에 빠져버린 예술가, 돈 많은 여자와 결혼하지만 염소에 대한 욕심때문에 결혼한 것이 들통나 이혼당하는 남자들은 각각의 인생 속에 시대상을 담고 있다.

그는 자신이 어떻게 살아야 했는지, 인생에서 어떤 실수를 저질렀는지 깨달을 수 없다는 것을 의식하고 있었다. 그것이 과연 실수였을까? 아무런 실수도 없었는지도 모른다. 인생이, 단순하고 혹독하고 평범한 인생이, 단지 몇몇 사람에게만 웃음과 기쁨을 허락하는 인생이 있을 뿐이었다. _ 46p.

작가는 정직한 독자나 식자공, 혹은 하다못해 필사적인 비평가들이 이 소설을 읽고 혼란에 빠질까 걱정스럽다.
‘실례합니다만,’그들은 말할 것이다. ‘꾀꼬리는 대체 어디 있소? 당신 왜 사기를 쳐? 왜 가벼운 제목으로 독자들을 낚는 거야?’_ 154p.


아주 평범한 사람들의 에피소드와 이야기가 모이면, 그대로 시대가 된다. 기실 시대를 이루는 많은 부분들은 평범한 사람들의 소소한 인생역정 아니던가. '감상소설'은 이렇게 약간은 우스꽝스러울 수 있는 부분 부분들을 통해 차가운 이념의 시대를 이야기 한다.

p*********y 2011.07.04.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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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절히 살고 싶었던 자들의 외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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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은 눈의 계절이지만, 그리움과 낭만의 계절이기도 하다. 다시 말하면 감상의 계절이기도 하다. 단칸방에서 연탄도 없이 홀로 사는 이들에게 그리움과 낭만은 사치다. 그리움과 낭만은 아름다운 단어들이지만 모두에게 허용된 단어는 아니다.   며칠 후면 대통령 선거일이다. 후보자들이 공통으로 내세우는 키워드는 ‘민생’ 혹은 ‘국민복지’다. 미하일 조셴코의 『감상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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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은 눈의 계절이지만, 그리움과 낭만의 계절이기도 하다. 다시 말하면 감상의 계절이기도 하다. 단칸방에서 연탄도 없이 홀로 사는 이들에게 그리움과 낭만은 사치다. 그리움과 낭만은 아름다운 단어들이지만 모두에게 허용된 단어는 아니다.

 

며칠 후면 대통령 선거일이다. 후보자들이 공통으로 내세우는 키워드는 ‘민생’ 혹은 ‘국민복지’다. 미하일 조셴코의 『감상소설』은 러시아 혁명과 내전으로 궁핍한 삶을 살았던 인간 군상들의 모습이 담긴 소설집이다. 그들은 삶의 가치를 돈에 두는 속물이지만, 낭만적 사랑에 대한 기대로 좌절을 겪기도 했다. 『감상소설』은 제목 덕분에 슬프거나 마음이 따뜻해지는 소설로 짐작했는데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소설이었다.

 

「아폴론과 타마라」의 무도회 전문 피아니스트인 아폴론은 타마라에게 청혼하지만 타마라는 일단 유명한 음악가부터 되라고 말한다. 그녀는 군대 징집 후 꾀죄죄한 몰골로 돌아온 그를 반기지 않았다. 실연당한 아폴론은 비정규직 산역꾼이 되어 공동묘지에서 근무하다 심장 파열로 죽었다. 가끔 햇살을 맞으며 사는 것에 만족했지만, 그 삶도 영원하지 않았다. 타인의 삶에 잘못 끼어든 이후 은둔자 생활을 「첫 소설-지혜」의 이반 알레세예비치 조토프는 재탄생하고 싶어 사람들을 초대했지만, 그들은 그의 조문객이 되었다. 죽음은 뜻하지 않는 순간 찾아오니 사는 동안 인간은 최선의 삶을 살아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연민이나 관용은 버려야 했다. 그는 친척들에게 재산을 나눠주거나 어려운 상황에 부닥친 사람들에게 기부하는 일은 하지 말았어야 했다. 「사람들」의 이반 이바노비치 벨라코피토프는 자신의 선의가 정치적 의도로 해석되자 좌절했다. 외국으로 가 재산을 탕진하고 돌아온 그는 새로운 삶을 살고자 결심했다. 뛰어난 스페인어 실력과 어느 정도의 라틴어 실력을 갖췄지만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다. 실망한 아내 니나 오시포보나는 다른 남자에게로 가 버렸다. 아내를 만나러 갔다 돌아온 후 그는 자취를 감췄다.

 

그에게 현실을 직시할 능력이 있었다면 존경은 아니더라도 사람들 위에 군림하며 살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설령 그랬더라도 그는 행복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 사람들은 내 돈 때문에 옆에 있는 거야, 하며 주변 사람들을 의심하기 바빴을 것이다. 「라일락 꽃이 핀다」의 볼로딘은 일정한 지위에 오르자 평안한 삶을 위해 선택한 아내와의 결혼을 인생 실패라고 여겼다. ‘진실한 사랑은 가난과 빈곤 속에서도 사라지지 않는(218쪽)’다며 가난한 척 연기해 올렌카 시샤예바를 결혼했지만, 그녀에 대한 불신은 사라지지 않았다.

 

「아폴론과 타마라」의 타마라나 「사람들」의 니나 오시포브나가 사랑보단 돈이 많은 남자를 선택한 속물이라면 안정적 삶을 위해 집 주인과 결혼한 「무서운 밤」의 트라이앵글 연주자 보리스 이바노비치도, 열렬히 사랑했음에도 장모가 서랍장을 선물로 주지 않자 연인과 헤어진 「꾀꼬리는 무엇을 노래할까」의 빌린킨도, 돈이 되는 암염소가 있다는 사실에 돔나 파블로느바와 결혼을 계획한 「첫 소설-암염소」의 전신기사 자베시킨도 모두 속물이었다.

 

실패한 턱을 가진 보리스 이바노비치는 사랑하는 여인에게 결별 선고를 받았다. 결별의 근본 원인은 턱이 아니라 그의 불안한 미래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다른 여자와 결혼해 안정된 결혼생활을 유지하던 어느 날 갑자기 불안을 느꼈다. 자신의 생은 우연으로 이루어졌고 그렇다면 내일이면 모든 것이 변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었다. 혁명과 전쟁의 시대는 오늘 존재했던 것들이 내일 존재하지 않고 오늘 부재했던 것이 내일 존재하는 시간이다. 보리스 이바노비치가 종루에 올라가 종을 친 것은 파멸할지 모르는 세상, 무엇을 위해 살아야하는지 알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의 행동은 간절히 살고 싶었던 자의 외침으로 들렸다.

 

「즐거운 모험」은 연인과 데이트할 돈이 없어 고민하는 세르게이 페트로비치 페루호프에게 돌아온 행운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 행운으로 세르게이 페트로비치는 사랑하는 그녀와 혼인신고를 할 수 있었다. 분명 해피엔딩임에도 마음이 불편했다. 그 행운은 세르게이 페트로비치의 노력으로 이룬 결과물이 아니었기에.

 

작가가 소망하는 것은 보도 위에 제비꽃이 자라는 것이다.(193쪽)

 

미하일 조셴코는 『감상소설』에서 소설 사이마다 소설가 콜렌코로프를 등장시켜 소설을 쓰면서 영웅이 등장하지 않는, 보잘것없는 인생들이 주인공으로 소설을 쓰는 이유를 말하고 비평가들에게 자신이 이런 소설을 쓸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비루한 현실을 사는 사람들을 외면하지 못했던 감상적인 작가였다.

 

모든 인간은 언젠가 죽는다. 인생은 짐작대로 흐르지 않으며 기쁨의 날보단 슬픔의 날이 많다. 어떻게 사는가는 삶의 중요한 문제지만, 일단은 생존이 먼저다. 『감상소설』의 인물들은 속물이지만 내겐 ‘간절히 살고 싶었던 자들’로 보였다. 시간과 장소, 이름을 지금과 여기, 우리로 바꾸어도 전혀 무리가 없는 소설이었다. 이번 대통령은 간절히 살고 싶은 자들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않는 사람이길 소망한다. 그리하여 음악이 흐르는 카페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누군가를 그리워하거나 기다리는 삶은 아닐지라도 모두에게 추위와 배고픔만큼은 걱정하지 않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단, 이 바람이 누군가의 눈물로 이루어지는 것은 사양한다.

 

 

 



YES마니아 : 로얄 m****6 2012.12.14.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