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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주석 달린 책들을 좋아한다. 주석이 달리면 원활한 독서를 방해한다고 싫어하는 이들이 있지만 이들과는 정반대로 나는 깨알같이 충실한 주석이 달린 책들을 사랑한다. 서양의 에세이에 이처럼 주도면밀한 주석이 달린 책은 처음 접한다.《월든》은 일찍이 은행나무 출판사에서 나온 판본을 읽어본 적이 있지만 제프리 S. 크래머의 《주석 달린 월든》은 더 큰 감명으로 다가온다. 잘 알다시피 소로는 단순소박하고 금욕적인 삶을 예찬한 자연철학자, 출세지상주의와 허영심 그리고 배금주의에 대한 강한 혐오감을 드러낸 생명운동가, 또한 궁극적으로 '삶의 예술화'를 푸코보다 먼저 주창한 초월주의자로 잘 알려져 있는데 그런 소로의 다양한 이미지가 바로 이 책에 근거하고 있다. 모든 고전들이 이 책처럼 면밀한 주석과 설명으로 간텍스트성을 살린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래야 마땅하다.
27살이 되던 해, 헨리 소로는 월든 호숫가 숲의 통나무집에서 2년 2개월을 생활한다. 그 후 '월든(Walden)'은 에콜로지운동의 대명사가 된다. 가령 1892년 미국의 시에라클럽은 세계 최초의 환경보호단체인데 에머슨과 소로의 사상에 영향을 받은 것이다. 랄프 왈도 에머슨(Ralph Waldo Emerson)은 우리 인간은 심미적 경험과 도덕심의 원천인 자연과의 직접적인 관계를 회복해야 한다고 보았는데 소로는 그 초월주의 정신을 구현하기 위해 1845년 7월부터 1847년 9월까지 그 통나무집에서 홀로 지냈다.
"나는 숲으로 갔다. 온전히 내 뜻에 따라 살고, 삶의 본질적인 면에 부딪치고 싶었기 때문이다. 삶에서 배워야만 하는 것을 내가 배울 수 있는지 확인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또 죽음을 맞게 됐을 때 지금껏 제대로 살지 않았다고 후회하고 싶지도 않았다. 나는 삶이 아닌 삶을 살고 싶지 않았다. 삶은 정말로 소중한 것이니까. 나는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면 이런 목표를 단념하고 싶지 않다. 나는 깊이 있는 삶을 살며, 삶의 골수를 완전히 빨아먹고 싶었다. 삶이 아닌 것을 모조리 없애버리면서 스파르타 사람처럼 기운차게 살고 싶었다. 낫을 휘둘러 넓은 길을 내고 풀을 바싹 베어 삶을 구석으로 몰아가서는 가장 낮은 단계까지 전락시킬 때, 삶이 천박한 것으로 판명난다면 삶의 천박함을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완전히 알아내어 세상에 알리고, 반대로 삶이 숭고한 것이라면 경험을 통해 삶의 숭고함을 깨달아 내 다음 여행에서 그 사실을 정확하게 알리고 싶었다." (142쪽)
■주석
주석에서 소로의 책들은 서간, 시집, 수필, 일기, 일지, 글로 구분된다. 주석의 내용은 구체적인 부연설명을 위하여 일기나 편지에서 나온 것도 있고, 인용 텍스트의 출처와 단어와 구절에 대한 설명을 담고 있는 것도 있다. 예컨대 다음과 같다.
주석2: 소로는 자신의 삶에서 각 단계를 일시적인 체류 혹은 실험으로 보았다. 하지만 초창기의 일기에서"나는 더 이상 내 삶을 일시적인 체류인 것처럼 느끼고 싶지 않다"(일기 1:299)라고 말했다. 소로는 하버드를 1837년에 졸업한 후 12년 동안 여덟 번이나 거주리를 옮긴 탓에 이런 일시적 체류자의 기분을 느꼈던 것으로 해석된다.(33-4쪽)
주석78. 소로의 철학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생각한 후에 행동하라는 것이다. 에머슨은 「자연의 방식」에서 "진실이라는 선물과 짝 지워지는 하나의 조건은 진실의 활용이다, 배운 것을 실천하는 사람에게 배워야 한다"라고 말했다.(49쪽)
주석158:소로는 초기의 일기에서 "나는 박물관을 싫어한다. 박물관에는 내 머리에 압박감을 줄 만한 것이 전혀 없다. 박물관은 자연의 납골당이다. ……박물관은 죽은 사람들이 모아놓은 죽은 자연이다. 솜과 톱밥으로 채워진 동물들, 내장과 섬유질로 채워진 바깥세상의 동물들, 내가 어느 쪽을 보고 더 많은 묵상을 하는지 모를 지경이다"(일기 1:464)라고 썼다.(68쪽)
■본문 인용
우리는 미의 세 여신이나 운명의 세 여신을 숭배하는 게 아니다. 유행의 여신을 숭배할 따름이다. 유행의 여신은 온갖 권위를 과시하며 실을 잣고 천을 짜며 재단한다. 파리 출신인 두목 원숭이가 여행자 모자를 쓰면, 미국의 원숭이들도 앞다퉈 똑같은 모자를 쓴다. 나는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이 세상에서 무엇이 됐든 단순하고 순수한 것을 이루어보겠다는 꿈을 때로는 단념한다.(63쪽)
인간이 의식적인 노력을 통해 삶의 질을 높이는, 의심할 바 없는 능력을 지녔다는 사실보다 우리에게 더 용기를 북돋아주는 것은 내가 아는 한 없다. 특별한 그림을 그리거나 조각을 해서 어떤 물건들을 아름답게 만들 수 있다는 건 대단한 일이다. 그러나 우리 주변을 감싸는 대기와 매질媒質 자체를 조각하고 색칠할 수 있다면 그야말로 영광스런 일이며, 우리는 분명히 그렇게 할 수 있다. 하루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예술이다. 누구에게나 아주 사소한 부분까지 가장 고결하고 중대한 시간에 묵상할 가치가 있게 자신의 삶을 만들 의무가 있다.(141쪽)
올바른 독서, 즉 참다운 책을 참다운 정신으로 읽는 것은 고귀한 운동이며 요즘 세태가 높이 평가하는 어떤 운동보다도 독자에게 힘든 운동이다. 운동선수들이 받는 것과 같은 훈련이 요구되고, 책을 읽겠다는 마음가짐을 거의 평생 동안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책은 처음 쓰였을 때처럼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읽혀져야 한다.(154쪽)
우리가 아직 찾아내지 못한 법칙들, 즉 겉으로는 모순되어 보여도 실제로는 서로 관련된 많은 법칙들에서 비롯되는 조화가 훨씬 더 경이롭다. 여행자가 한 걸음을 뗄 때마다 산의 모습이 달라 보이듯이, 개개의 법칙들도 우리 관점에 따라 달라 보인다.(39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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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석달린 시리즈는 어른을 위한 동화책 아닌 동화책같다. 어릴때 별 생각 없이 봤던 그 내용이 이런걸 담고 있었구나.. 주석이 달려있어. 아이부터 어른까지 흥미롭게 볼 수 있다는게 이 시리즈의 장점. 단점이라고해야할것은.. 엄청난 두께와 크기.. 그리고 도서정가제로 높게 오른 책 가겨과 절판된 책이 많다는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