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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개인의 영적 성향을 알고 싶으면, 그의 서재를 보라는 말이 있다. 좀 더 시야를 넓혀서 어느 한 민족이나 국가의 영적 상태를 가늠해보고 싶으면 도서관을 보면 될 것이다. 도서관에 대한 투자를 얼마나 하고 있는가? 그 나라의 정신적 유물관리 상태는 어떤가? 시민들이 도서관에 대한 애정도는 어떤가? 근처에 도서관이 어디에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는가? 20여 년 전 만해도 우리나라 도서관에서 책 한권 빌려서 읽는다는 것은 상당한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었다. 그러다보니 도서관이라 함은 내 책을 들고 가서 공부하는 열람실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이젠 우리나라도 도서관의 필요성과 도서관이 미치는 지역문화사업의 범위가 넓어지고 다양해지고 있다. 외국의 도서관은 어떻게 생겼을까? 어떻게 관리되고 있을까? 아마 외국에 나가도 공부나 자료조사 등의 특별한 목적이 아니라면 도서관을 찾아갈 일이 별로 없을 것 같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나서 외국에 나가면 그 지역의 도서관은 꼭 들러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저자는 여러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하면서 후학들을 가르친 문헌정보학자이다. 이 책의 특징은 아무래도 발로 뛰어 만들어진 것에 두어야 하겠다. 각 나라의 도서관을 직접 찾아가서 안팎으로 사진을 찍어오고, 도서관에 대한 자료를 정리해서 책을 꾸몄다는 것에 점수를 많이 주고 싶다. “도서관은 영원히 지속되리라. 불을 밝히고, 고독하고, 무한하고, 부동적이고, 고귀한 책들로 무장하고, 부식하지 않고, 비밀스런 모습으로..” -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책 제목처럼 ‘아름다운 도서관’은 외양을 이야기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아름다운 도서관이 되기 위해선 그 내용이 충실해야 할 것이다. 책에는 세계적인 도서관 15곳이 소개되고 있다. 뉴욕의 공공 도서관의 장미열람실이라 이름 붙여진 곳에는 그 입구에 고어로 쓴 경구가 이용자를 맞이한다. 원문을 현대어로 고쳐 번역하면 ‘좋은 책은 우리 영혼의 귀중한 생혈이니, 인생을 살아가는 데 깊이 간직하고 영원히 잊혀 지지 않게 할지어다.’라는 뜻이다.
도서관에 대한 말 중 마음에 담아두고 싶은 내용이 있다. 1901년 철강왕 앤드류 카네기가 자선사업의 대상으로 도서관을 선택한 이유를 이렇게 말하고 있다. “나는 대중을 향상시키기 위한 가장 좋은 기관으로 도서관을 선택했다. 왜냐하면 도서관은 이유 없이 아무것도 주지 않기 때문이다. 도서관은 오직 스스로 돕는 자만을 도우며, 사람을 결코 빈곤하게 만들지 않는다. 도서관은 큰 뜻을 품은 자에게 책 안에 담겨 있는 귀중한 보물을 안겨주고, 책을 읽는 취미는 이보다 한 단계 더 낮은 수준의 취미를 멀리 할 수 있게 한다.” 최근 일간지 헤드라인 뉴스는 우리나라의 위대(胃大)한 국회의원 나리들께서 2200억원 드는 의원회관도 모자라 500억짜리 연수원까지 짓겠다고 한다. 일 년 동안 책 한 권 읽지 않는 의원들이 수두룩 할 텐데 카네기의 이 말을 이마에 새겨주고 싶다. 그런데 뭘 연수한다는 것인지? 차라리 그 돈으로 도서관이나 지어주면 대대로 칭송받을지어다.
그건 그렇고 세계적인 명품 도서관은 어떤 조건이 필요할까? 첫째, 도서관 건물이 아름다우며 역사성을 지니고 있는가. 둘째, 장서는 얼마나 확보하고 있는가. 반드시 양이 기준인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100만권 이상의 장서를 보유해야 한다. 하버드 대학이 세계적인 대학으로 부상한 것은 1910년대 초반 장서 100만권을 확보한 것으로부터 출발했다. 셋째, 세계사적으로 역사를 바꾸거나 움직인 인물 또는 사건과 관련된 포괄적인 장서나 기록물을 구비하고 있는가. 넷째, 초기간행본(Incunabula : 1450년대 이후 1600년 이전까지 활판인쇄로 간행된 책. 요람본이라고도 한다)또는 양질의 필사본을 어느 정도 소장하고 있는가. 다섯째, 구텐베르크의 『42행 성서』또는 『36행 성서』 내지 셰익스피어의 초판본을 보유하고 있는가. “세계가 어느 날 갑자기 붕괴되더라도 미국 의회 도서관만 건재하다면 복구는 시간문제다.” 물론 이 도서관이 이상 없이 서 있어야만 한다는 전제가 따르지만, 미국 의회 도서관이 얼마나 거대한 자료를 구축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표현해주는 말이기도 하다. 도서관의 역사 못지않게 중요한 점은 소장된 도서를 분류하고 조직하는 역할을 맡는 사서 일 것이다. 서양도서관사에서는 가브리엘 노데(1600~53)라는 사람이 진정한 의미에서 세계최초의 도서관학자라고 불리운다. 그의 명저 ‘도서관 설립을 위한 지침서’는 현대 도서관학의 이론적 기초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스위스의 시골마을 장크트 갈렌에는 수도원도서관이 있는데, 이 도서관은 1983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도서관 현관에는 그리스어 팻말이 붙어 있는데 ‘영혼의 요양소’. 또는 ‘영혼을 위한 약방’이라고 되어 있다. 책을 통해 영혼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다는 생각이 아름답다. 그대는 오늘 영혼의 요양이나 치료가 필요하지 않은지 염려되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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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 삶읽기 127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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