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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 Guilty! -12명의 성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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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리우드 법정 영화의 클라이막스는 아무래도 배심원들이 평결할 때일 것이다. 'Guilty' 혹은 'Not  Guilty' 이 결정을 보기 위해 영화를 보는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그런만큼 영어를 못알아듣는 나같은 사람도 이 두 말만큼은 귀에 쏙 들어온다. 억울하게 누명을 쓴 사람에게 'Not  Guilty'라고 판결이 나는 반전과 뻔뻔하게 범행을 부인하는 피고에게는 'Guilty' 라고 평결하는 그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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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리우드 법정 영화의 클라이막스는 아무래도 배심원들이 평결할 때일 것이다. 'Guilty' 혹은 'Not  Guilty' 이 결정을 보기 위해 영화를 보는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그런만큼 영어를 못알아듣는 나같은 사람도 이 두 말만큼은 귀에 쏙 들어온다. 억울하게 누명을 쓴 사람에게 'Not  Guilty'라고 판결이 나는 반전과 뻔뻔하게 범행을 부인하는 피고에게는 'Guilty' 라고 평결하는 그 순간, 그 대목에서 맛볼 수 있는 짜릿함과 카타르시스라니.

 

이 작품 속에서 배심원들이 평결해야 할 사건은 1급 살인사건이었다. 일급살인은 배심원이 유죄라고 의견을 모으면 사형에 처해지게 되는데, 기소된 피고는 18세 소년으로 아버지를 칼로 찔러죽였다는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었다.

 

소년은 유죄가 유력시되고 있었다. 소년이 아버지를 칼로 찔러죽였다는 것을 봤다는 건너편 목격자도 있었고, 소년이 죽여버릴테야하고 소리 쳤다는 아래층 노인 목격자도 있었다. 거기에 아버지를 찔렀다는 칼까지 증거품으로 확보된 상황이었으니. 열두 명의 배심원들이 열평 남짓한 방에 갇혀 평결을 해야했다. 그해 가장 더운 날씨에 에어컨은 가동되지 않았고 선풍기마저 돌아가지 않은  방, 열두명의 배심원들은  더위에 지치고 짜증이 나는 상황이었다. 증거물과 목격자가 있었으니 얼른 유죄 결정을 하고 이 무덥고 좁은 방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만장일치제인지라 한명이라도 무죄를 주장하면 평결이 성립되지 않는데, 단 한명이 문제였다. 모두가 유죄하고 하는데 혼자 무죄를 주장하는 데이빗, 그의 주장인 즉슨 유죄일수도 있지만 완전하게 유죄라고 납득이 되지 않기 때문에 낫 길티라는 것이었다.

나머지 열   한명이 틀림없이 유죄라고, 물증과 목격자가 있다고 반박하면서 왜 다른 사람의 시간을 낭비하는 거냐며 데비잇에게 압박을 가한다. 그럼에도  데이빗은 여기서 유죄평결을 내리면 소년은 사형당하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며 무죄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고군분투하는 데이빗.

 

배심원들은 피고가 이제 갓 열여덟 소년이지만 이미 전과 5범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요즘 애들 다 그렇다고, 이렇게 위험한 소년은 일찍이 제거해야 한다고 유죄이유를 들지만, 유죄 근거가 하나둘씩 무너져간다.

단 한명의 무죄 주장자로 인해 1:11에서 시작했던 배심원들 생각은 의견교환 뒤 다시 확인하게 될 때마다 점점 무죄에 동조하는 인원이 늘어나게 됐다. 2: 9, 8:4, 6:6, 그리고 3:9로 전세가 역전됐다.

 

점차 빈민가의 전과 5범 소년, 위험한 전과자라는  피고인에 대한 선입견에서 벗어나 물증과 목격자 진술을 분석하고, 배심원들끼리 그 헛점을 파고들었던 것이다.

요즘 CSI 같은 과학수사물에 익숙해있는 상황에서 이들이 맨손으로 살해도구라는 칼을 거침없이 만지는 장면, 그 허술함에 허걱 소리가 절로 나오기도 하고, 배심원 전원이 백인 남성이라는 것도 50년대 백인, 남성 중심의 미국을 반추하게도 되지만, 증거물에 집중하는 배심원들의 노력은 가상했다.

이제 단 한명만이 끝까지 유죄를 주장하는 상황, 하지만 그 마지막 한명을 어떻게 설득하느냐가 관건이었다.  데이빗에게 무죄라고 하라던 그 압박의 시선이 이제 이 사람에게 쏠리게 되고, 결국 마지막 유죄주장자도 '낫 길티'라고 동의하게 된다. 시선을 못이겨서가 아니라 소년에게 유죄라고 평결하기에는 그 근거에 헛점이 많았기에.

 

이영화가 대단한 것은 법원에서 시작하는 잠깐동안을 빼놓고, 그 뒤 좁은 방에서 열두 명의 배심원들이 갑론을박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 전부라는것, 특별한 극적장치가 없는데도 지루할 틈이 전혀 없다는 것이었다.

소년이 어떤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됐는지 따로 설명하지 않았는데도 배심원들의 대사에서 설명이 다 되고, 또 증거물과 목격자 진술이 허물어지고, 논파되는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그만큼 시나리오가 탄탄했다.

집단지성의 힘과 소수의견이 왜 존중돼야 하는지를, 그리고 대화를 통해 이견을 조정하고 문제를 풀어가는 그 과정을 시나리오에서  멋지게 담아냈다. 

 

'12명의 성난 사람들'을 보면서 새삼 영화의 기본을 상기하게 됐다. 좋은 영화는 탄탄한 시나리오와 연출, 배우의 연기로 빚어지는 것이라고. 최근  어마어마한 제작비로 만들어지는 블록 버스터 작품이나 CG로 범벅이 되는 영화와 뚜렷하게 대조가 됐다. 이렇게 제한된 공간과 몇 안되는 출연진만으로 탄생한 명작을 감상하는 것은 환희 그 자체였다. 그 즐거움을 기분좋게 누렸다.

 

아..그리고  고전 영화에서 받을 수 있는 보너스 역시 놓치지 않았다.  전설적인 옛 배우들의 연기, 이 작품에서는 처음으로 무죄를 주장했던 데이빗 역을 한 헨리 폰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유죄를 주장하다 결국 무죄를 인정하게 되는 아집가득한 배심원 역의 리 제이 콥에 마틴 발삼까지..

모두 고인이 됐지만 이렇게 흑백 화면 속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던 3,40대 때 모습을 보여주는 것, 그것은 배우가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그리하여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긴 법이다.

 

 

e****0 2017.01.31. 신고 공감 5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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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명의 성난사람들 - 성내는 게 당연했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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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 - 12 Angry Men , 1957   감독 - 시드니 루멧   출연 - 헨리 폰다, 리 J. 콥, 에드 비글리, E.G. 마셜           아버지를 살해했다는 일급살인혐의로 재판을 받는 한 소년이 있다. 이제 그의 운명은 12명의 배심원에게 달려있다. 평결을 내리기 위해 회의에 들어간 배심원들은 모든 것이 명백한 사건이라며 소년의 유죄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들의 관심사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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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12 Angry Men , 1957

  감독 - 시드니 루멧

  출연 - 헨리 폰다, 리 J. 콥, 에드 비글리, E.G. 마셜

 

 

 

 

  아버지를 살해했다는 일급살인혐의로 재판을 받는 한 소년이 있다. 이제 그의 운명은 12명의 배심원에게 달려있다. 평결을 내리기 위해 회의에 들어간 배심원들은 모든 것이 명백한 사건이라며 소년의 유죄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들의 관심사는 이 더운 여름날에 빨리 표결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것뿐이었다. 단 한 사람(헨리 폰다)만 빼고. 그는 목격자의 증언이나 검사가 내놓은 증거에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며, 좀 더 토론을 해보자고 한다. 한 사람의 운명을 5분 만에 결정하는 건 너무 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그리고 그는 재판을 보면서 이상했던 점을 조목조목 짚어가며 사건을 재구성하기 시작한다.

 

  영화는 상영 시간 내내 거의 한 장소, 그러니까 배심원 실에서 모든 것이 이루어진다. 처음과 마지막 부분의 법원 전경, 그리고 그들이 가는 화장실을 빼고는 좁은 방 하나가 배경의 전부이다. 당연히 배우들의 움직임도 그리 크지 않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앉았다를 하거나, 창가에 서서 바깥을 보기도 하고, 증인의 움직임을 재연해보고, 성질을 내며 책상에 걸터앉는 게 다이다.

 

  그런데 영화가 지루하지 않다.

 

  어릴 적에 텔레비전에서 처음 봤을 때는 어려서 그런지 보다가 졸았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서 다시 보니, 잠시도 눈을 뗄 수가 없었다. 헨리 폰다가 자신의 품고 있던 합리적인 의심을 하나둘씩 얘기할수록, 다른 11명의 반응이 참으로 다양하고 흥미로웠다. 소년이 사는 빈민가를 들먹이며 그런 곳에서 자란 아이는 뻔하다는 식으로 말하는 사람, 줏대 없이 왔다 갔다 하는 사람, 단순히 아무 생각 없이 상대방이 싫어서 다른 의견을 지지하는 사람 등등 어쩌면 이렇게 특징을 잘 잡아냈는지 놀랄 정도이다. 그와 동시에 목격자 증언의 허점을 찾아내는 부분에서는 소름이 끼쳤다.

 

  도대체 변호사는 뭐하고 있던 거야! 아무리 의욕이 없다고 해도, 사람의 목숨이 달린 일인데! 얼굴도 이름도 나오지 않은 변호사였지만, 멱살을 잡고 흔들고 싶을 정도로 화가 났다. 만약에 헨리 폰다가 합리적인 의심을 품지 않았다면? 배심원장이 처음부터 만장일치가 아닌 다수결로 결정하자고 했다면? 그랬다면 소년은 아버지를 죽인 일급 살인죄로 사형을 당했을 것이다.

 

  50년도 전의 영화지만, 저런 일이 지금도 수없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오싹했다. 아니, 일어날지도 모르는 게 아니라, 일어나고 있다. 편견이나 첫인상 때문에 상대에 대해 오해를 하고, 사람 자체가 아닌 주위 환경으로 상대를 판단하거나, 남의 일이라고 방관하듯이 구경만 한다든가, 진실을 알면서도 자신에게 불리할까봐 은폐하려는 일이 너무도 많이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불행히도 헨리 폰다가 맡은 배역의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영화에서 그가 반대 의견을 홀로 냈을 때, 다른 사람들이 그를 원망했다. 집에 가야하는데, 야구 경기 보러 가야하는데 왜 발목을 잡냐며 뭐라고 했다. 영화에서는 11명만 상대하면 되지만, 현실에서 비슷한 일이 생긴다면 더 많은 사람들을 상대해야 할 것이다. 헨리 폰다에게는 그의 의견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생겼지만, 현실에서는 그러지 않을 수도 있다. 어쩌면 그래서 의로운 사람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걸지도…….

 

  영화를 보면서, 감독이 참 꼼꼼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처음 토론을 시작했을 때 사람들의 옷은 단정했다. 아무래도 배심원으로 오는 것이니 잘 차려입고 왔을 것이다. 하지만 점점 분위기가 과열되고 설상가상으로 선풍기까지 고장 나면서, 사람들은 겨드랑이는 물론이고 온 몸이 땀으로 범벅이 되었다.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거나 주르륵 흘러내리는 가운데,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상대에게 화를 낸다. 감독은 땀의 양과 복장 상태로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고장 난 줄 알았던 선풍기가 작동을 시작하고 밖에서는 소나기가 시원하게 내리는 가운데, 사람들은 각자의 의견을 제시하고 결론을 내린다.

 

  논리적인 토론이란 바로 이것이라는 걸 보여주는 영화였다. 또한 사람이란 얼마나 남의 말에 좌우되기 쉬운 동물인지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다 보고나서도 아직까지 풀리지 않는 의문. 그들은 왜 넥타이는 안 풀었던 걸까? 더웠을 텐데.

 

 

 

 

v********0 2014.08.09. 신고 공감 1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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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에서 발견하는 우리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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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명의 성난 사람들'은 너무나 유명한 작품이다.  미국에서 만들어진 이 영화는 다른 나라에서 자신들의 이야기로 다시 만들어지기도 했었다. 사실 나는 이 영화 '12명의 성난 사람들'을 원작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영화가 아니라 러시아에서 만들어진 영화로 처음 만났다. '체첸'과 '러시아'의 내전을배경으로 만들어진 그 영화는 이 원작만큼이나 마음을 끄는 영화였다. 물론 그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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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명의 성난 사람들'은 너무나 유명한 작품이다.

  미국에서 만들어진 이 영화는 다른 나라에서 자신들의 이야기로 다시 만들어지기

도 했었다. 사실 나는 이 영화 '12명의 성난 사람들'을 원작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영

화가 아니라 러시아에서 만들어진 영화로 처음 만났다. '체첸'과 '러시아'의 내전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그 영화는 이 원작만큼이나 마음을 끄는 영화였다. 물론 그 영화

가 이 영화를 다시 만들었다는 것은 조금 더 지나서였다. 그 다음에 다시 이 영화를

만났을 때는 그 변하지 않은 메세지와 동일한 이야기 구조에 다시 한 번 놀랐었다.

그것은 얼마나 이 영화가 잘 만들어진 영화인지를 다시 알려주는 것이기도 했다. 그

리고 더불어 이 영화가 보는 이들에게 전해주는 그 특별한 메세지가 시간과 공간을

넘어 여전히 변하지 못하는 우리의 현실을 다시 보여주는 것이기도 했다.

  '12명의 성난 사람들'은 자신의 아버지를 살해했다는 혐의로 재판을 받는 한 소년

에 대해서 유죄와 무죄를 결정하는 배심원들의 이야기다. 그리고 그 영화의 기본을

구성하는 그 이야기에 배심원들의 개인적인 이야기가 더해져 영화는 세대간의 갈등

과 인종적인 편견까지 표현한다. 더불어 그 모든 이야기들을 통해서 단순히 자신의

개인적인 생각과 편견으로 사람에 대한 평가를 하는 것에 대한 무서움도 잘 보여주

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미국의 과거를 보여주는 이 영화의 이야기가 지금도 변

함없이 우리의 현실에서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아닐까 한다.

  이 영화 '12명의 성난 사람들'은 지금도 여전한 인종적 편견과 세대간의 갈등, 그

리고 단순히 그 사람에 대한 편견으로 처벌을 결정하는 것에 대한 경고를 보여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처음 영화가 시작하고 바로 배심

원으로 재판에 참여한 이들이 보인 행동이 아닐까 한다. 12명의 배심원들 중에 단

한 명만이 조금 더 깊이 이야기해보자고 했고, 다른 11명은 유죄라고 이야기한다. 즉

단 한 명의 신중한 모습이 없었다면 이 영화의 용의자 소년은 사형을 받아야 하는 것

이었다. 그것은 사실 우리의 모습이기도 하다. 우리는 이제 몇년 전부터 겨우 배심원

재판을 시작했다. 그리고 이전에는 철저하게 판사만의 판단으로 유무죄를 결정했었

다. 더구나 우리나라의 판사들은 그다지 법에 구애받는 판결을 내리지도 않는다. 어

쩌면 우리는 이 영화보다 훨씬 위험한 상황에서 살아온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더구나 그 판사들이 개인적인 편견을 갖고 있었다면, 그 증거들은 과연 얼마나 증거

로서의 역할을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우리가 신문에서 보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재판의 결과들은 그렇게 만들어진 것일지도 모른다.

  단순한 편견과 개인적인 경험으로 누군가를 판단하고 처벌하는 것에 대한 경고와

함께 이 영화 '12명의 성난 사람들'은 처벌을 받아야 할 사람이 처벌을 받지 않고, 죄

없는 사람이 처벌을 받는 그 불합리를 '세상이 그렇다'는 말로 납득해 버리는 우리에

게 던지는 경고이기도 하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m******d 2011.10.06.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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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명의 성난사람들의 편견, 그리고 합리적 의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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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이란 언제나 쉽지 않다. 그것은 말하고 듣고 이해하고 반대하고 또 말하고 듣고 이해하고 반대하고 합의하는 과정을 수없이 반복하는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그 지난한 과정을 귀찮아하거나 이기지 못할 것 같아 피하려고 할 때 어떤 결과가 나타나는지 다큐멘터리<두개의 문>이 잘 보여주고 있지 않나.   그런 소통을 가로막고 있는 여러 근본적인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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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이란 언제나 쉽지 않다. 그것은 말하고 듣고 이해하고 반대하고 또 말하고 듣고 이해하고 반대하고 합의하는 과정을 수없이 반복하는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그 지난한 과정을 귀찮아하거나 이기지 못할 것 같아 피하려고 할 때 어떤 결과가 나타나는지 다큐멘터리두개의 문이 잘 보여주고 있지 않나.

 

그런 소통을 가로막고 있는 여러 근본적인 원인중 하나가 바로 편견일 것이다. 편견은 하나의 사실을 놓고 믿고 싶은 것만 믿게 만든다. 이로 인해 자기만 옳다라고 믿게 되고 상대방의 말에 귀를 닫아 버리는 것이다. 이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우리에겐 인식의 확장이 필요하고 인식의 확장을 위해서는 정보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런 정보는 우리의 정보취합의지가 있어야만 발굴될 것이고, 정보취합의지는 바로 우리의 합리적 의심을 바탕으로 발현되게 된다.

 

1957년에 만들어진 영화 <12인의 성난 사람들은 바로 그 합리적 의심에 대한 이야기다. 이 영화를 만든 감독 시드리 루멧은 헐리우드의 대표 이야기꾼이었다. 불과 1년전 86세의 나이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그는 글로리아>,<허공에의 질주>,<오리엔트 특급살인 사건등의 주옥같은 작품을 만들어 내었다.

 

영화의 첫 장면은 법정에서 시작된다. 마치 재판이 지루한 듯이 하품을 하고 있는 판사는 배심원들에게 마지막 평결을 해줄 것을 요청한다. 그들이 평결해야하는 것은 하나의 살인사건이다. 18세 소년이 자신의 아버지를 죽였다는 혐의를 받고 있고 배심원들에게는 사형과 무죄라는 양극단의 선택만이 주어졌다. 이에 12명의 배심원은 평결이 날 때 까지는 아무도 들어갈 수 도 아무도 나갈 수 도 없는 배심원실에 들어가게 된다.

 

찌는 듯한 더위에 선풍기도 고장 나있는 찜통같은 배심원실에서 12명의 배심원들은 한곳에 모인다. 어쩌면 한 사람을 죽음에 몰아넣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배심원들에게는 망설임이 없어 보인다. 법정에서 자신들이 본 것은 모두 그 소년이 유죄임을 가리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첫 투표가 진행된다. 유죄,유죄,유죄,유죄..... 그런데 뜻밖에도 하나의 무죄가 나오고 만다. 11명의 배심원이 소년이 유죄임을 평결하는 가운데 단 한명이 무죄를 선언한다. 만장일치가 선언되어야 하는 형사재판에서 하나의 무죄 표는 곧 평결불가를 가리킨다. 그때부터 그 한명의 고군분투가 시작된다.

 

  

초반부에 법정 안 장면이 보이긴 하지만 영화의 대부분은 좁고 더운 배심원실 안에서 진행된다. 12명의 배심원도 카메라도 배심원실을 떠나지 않는다. 영화는 최초 무죄를 선언했던 한명이 배심원들 하나하나를 설득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그리고 그 설득의 방법은 대화이다. 그가 무죄를 선언했을 때 그가 원하는 것은 대화였다. 아무렇지도 않게 한사람을 죽음으로 몰아넣으면 안 된다는 이유가 첫 번째요 그의 머릿속을 괴롭히는 의심이 그 두 번째이다. 영화는 한사람씩 대화를 통해 새로운 정보를 쌓아가고 불확실한 의심이 합리적 의심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긴장감있게 그려내고 있다.

 

영화 <12명의 성난 사람들에서 관객은 배심원들이 사건을 대사로써 설명해주어야만 비로소 그들이 다루고 있는 사건의 전말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인물들의 대사는 아주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시드니 루멧 감독은 이런 설명조의 대사를 촌스럽지 않으면서 아주 훌륭하게 처리한다. 인물의 대사에 담긴 어조와 리듬, 그에 반응하는 카메라와 주변 인물들을 통해 아주 세련되게 사건의 전체를 설명해주고 있다.

 

시드니 루멧은 합리적의심이 열어주는 인식의 지평이라는 간결하면서 선명한 메시지를 휴머니즘적이면서 세련된 방식으로 영화 속에 녹여낸다. 감독은 좁은 공간이 가지는 시각적 스펙터클의 한계를 인물들 간의 벌어지는 탄탄한 긴장감으로 상쇄시킨다.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군상들은 그러한 긴장감을 유지하는 데 가장 큰 기능을 한다. 심한 편견에 사로잡힌 자, 아무런 생각이 없는 자, 논리적이고 확신에 차있는 자 등 12명의 캐릭터가 서로 겹쳐지지 않으면서 다양한 색깔을 내는 점은 이 영화에 가장 큰 힘이다.

 



s********1 2012.08.17.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