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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서부극뿐 아니라 헐리웃 고전 장르통합 탑텐을 꼽았을 때 어느 누구의 무슨 기준으로도 반드시 리스트에 들어야만 할 명작이다. 거장 존 포드의 마스터피스일 뿐 아니라, 대중에게 자신의 진가를 비로소 알린, 아직 한창 젊은 시절의 존 웨인이 말 그대로 웨스턴 클래식의 정초를 놓았다 할, 여러 이유에서 기념비적인 걸작이다. 이 영화에 대한 해설은 인터넷 여러 곳에 자세
"역마차" 내용보기

이 영화는 서부극뿐 아니라 헐리웃 고전 장르통합 탑텐을 꼽았을 때 어느 누구의 무슨 기준으로도 반드시 리스트에 들어야만 할 명작이다. 거장 존 포드의 마스터피스일 뿐 아니라, 대중에게 자신의 진가를 비로소 알린, 아직 한창 젊은 시절의 존 웨인이 말 그대로 웨스턴 클래식의 정초를 놓았다 할, 여러 이유에서 기념비적인 걸작이다.

이 영화에 대한 해설은 인터넷 여러 곳에 자세히 나와 있으니 생략하고, 내 느낌 위주로 적어 보겠다. 우선 존 웨인의 얼굴이 너무 젊은 모습이라 저분에게 저런 시절도 있었나 놀라는 사람은 사실 서부극 장르를 충분히는 섭렵 못한 관객이다. 달리 말하면 이 무렵 새로 확립된 웨스턴의 정격과 기준과 공식, 그로부터 뿜어내어진 활기가 얼마나 대단했으면, 그 끝자락 잔여물(즉 존 웨인이 많이 늙은 후 나왔던 여러 화제작)들만 보고도 '그 이상 뭐가 있었나?' 정도로 인식을 정리하는 게 가능했다는 결론도 도출 가능하다.

미국은 현재 자국 영토의 기준을 1) incorporated 되었느냐, 2) 의회에서 통과된 법률에 의해 organize된 정부가 있느냐, 이 두 가지를 갖고 구별한다. 1)은 되었는데 2)가 안 된 곳으로는 팰마이라(팔미라) 환초가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영토의 4극 중 극남이 마라도이듯, 미국은 해외 영토를 모두 포함할 때 저곳이 가장 남단에 위치한 곳이다. 이 영화가 배경으로 삼는 시대는, 이른바 '와일드 웨스트' 대부분이 1)과 2)를 간신히 충족시켰으나 아직 주(州) 가입이 이뤄지지 않았으며, 혹은 1)과 2) 중 적어도 하나를 만족 못 시킨, 그래서 기본적인 치안과 질서가 잡히지도 못 했던 시절이었다. 질서가 안 잡혔는데 통행, 여행, 이동의 자유와 안전이 어디 보장 되겠는가? 참 그런 걸 생각하면 아찔할 뿐이고, 영화 속에서 대단히 낭만적으로 묘사하고는 있으나, 문명인이 어떤 용건이 있어 타지를 다녀올 때, 이런 엄청난 불편을 감수하면서 때로 목숨까지 걸어야 한다는 건 기가 막힌 일이 아닐 수 없다는 생각이 새삼.

여행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인은 여럿이 있었겠고, 미국 영어에서 '강도'를 뜻하는 표현이 여럿 있는 것도 다 이런 역사적 배경을 깔고 있어서이다. 이 영화에서 역마차를 타고 목적지로 가려는 일행이 가장 걱정하는 팩터는 호전적인(그들 입장에서) 아파치 족이다. 얼굴(들)을 구체적으로 비추지 않고 암시, 실루엣, 상징으로만 잡았더라면 감독의 의도가 더 잘 살아났을 텐데(and PC 시비에도 말려들지 않고), 유감스럽게도 음흉하고 은근한 눈빛으로 먹잇감을 노리는 원주민들의 표정이 여러 번 정면으로 포착된다. 스턴트(영화사에 길이 남을 명 퍼포먼스임은 직접 보면 바로 알 수 있다)와 액션 콘티로만 처리하는 것과, 표정을 직접 담는 건 효과가 극과 극으로 차이 날 텐데, 아마도 원주민들에 '구체적인 악당의 성격'을 부여하기 위한 제작진의 압력을 존 포드 감독도 마냥 모른척할 수는 없었겠다.

이 아파치 족의 추격 시퀀스(다시 강조하지만 영화사적 레전드라 할 만큼 잘 찍혔다)가 나오기 전, 대략 한 시간 정도는 철저히 인물들 간의 화합, 알력, 사소한 말싸움, 은근한 신경전, 로맨스 등으로만 채워지는 진행이다. 그래서 '전형적인 서부극'을 기대하고 이 고전을 보기 시작한 관객은 다소 어리둥절해질 수도 있다. 인물들의 구성은 그야말로 천차만별이다. 남과 여, 고급 장교의 번듯한 신분을 갖춘 이의 부인(임산부)과 일개 매춘부, 의사와 외판원, 탈옥수와 보안관, 거지와 부자, 피지배계급과 상류층, 신사와 건달, 사람과 개,... 말 그대로 '인간 군상'의 기묘하고 다양한 모습들을 선명한 콘트라스트로 조명한, '드라마의 모범'이다. 이런 구성이 이후 작품들에 끼친 영향은 실로 막대하며, 타란티노의 최근작 <헤이트풀 에이트>도 크게 봐서 이 <역마차>의 프레임을 그대로 따라하며 헌정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튼 이들은 목적지까지 함께 가야 하는 공동운명체를 얼기설기 이뤘으며, 애써 다진 단합과 공감은 (내내 위험 요소로 잠복하던) 아파치 족의 습격에 의해 드디어 깨어지지 직전이다. 수적으로도 열세이며 (아무리 명사수들이 몇 포진했다고 하나) 탄약까지 다 떨어진 마당에, 적은 이제 야수성과 난폭함을 그대로 노출하며 무방비상태의 이들을 전멸 위기로 몰고 간다. '마지막 총알은 너를 위해 남겨 두라'는 공식처럼, 젠틀한 매너와 준수한 외모의 햇필드는, 탄환이 한 발만 남은 리볼버를 맬로리 부인의 머리에 겨눈다(생포되어 끌려갔을 경우 그녀가 겪을 치욕과 고통을 덜어 주려는, 당시 기준으로는 신사도의 가장 어려운 의무). 이렇게 최고조에 이른 긴장이, 느닷 등장한 기병대에 의해 일거에 해소된다(농담처럼 말하는 서부극 공식 중 하나가, 고양이 앞에 쥐 신세인 '기병대 앞의 인디언[PC 무시]'이기도 하고 말이다). '데우스 엑스 마키나'의 전형적인 개입이라, 사실 이 명작에 어떤 해석을 하고 들든 당혹스러운 느낌은 감출 수가 없다.

갈등은 아직 해소된 게 아니다. 전과자와 창녀 신분이긴 하지만, 이제 두 남녀(존 웨인과 클레어 트레버. 이 무렵만 해도 여배우 트레버가 더 유명했으므로 이 작에서 탑 빌링이고 그 다음 순서가 존 웨인이다)는 서로에게 의존하며 새 삶을 꿈꾸려는 기로에 서 있다. 존 웨인(링고 역)은 그녀의 과거를 모른척해 줘야 하고, 끝없는 복수의 악순환(벤데타)을 막으려면 루크 플러머 일당을 이제 잊어야 한다('당신이 그들을 죽인다고 뭐가 달라지나요? 죽은 아버지와 형제가 살아 돌아오나요?').

존 웨인은 본디 바탕이 나쁜 사람이 아니고 복수 과정에서 전과자가 된 것뿐(그 전에 버젓한 농장을 소유한 중산층 출신)이기에, 보안관의 호송으로부터 도주할 생각도 없고 사회에 대한 원한도 간직하지 않은, 그야말로 '맨 오브 아너'인 됨됨이이다. 보안관이 지키건 말건, 수갑을 찼건 말았건 간에 그는 고이 감옥으로 가 형기를 마칠 생각(그 전에 복수)이나, 클레어 트레버(댈러스 역)가 건네는 한 마디에 마음이 완전히 바뀐다. '먼저 도망가요. 내가 나중에 멕시코로 건너가 합류하죠.' 단호한 의지와 명예, 복수심 등이 확고히 자리해 꿈쩍도 않던 그가 여인의 간곡한 호소 한 마디에 넘어가 얼씨구나 하고 말에 오르는 장면은 우습기도 하고, 남자한테 일생의 배필감인 여성이 끼치는 영향이 저 정도구나 싶기도 해서 새삼 마음이 숙연해진다.

두번째 갈등은, 새삼 말할 것도 없이 플러머 일당에 대한 링고의 복수가 과연 성공할 것이냐의 문제이다. 플러머 패거리는 수적으로 우세하고, 두목격인 루크는 극이 거의 끝나갈 무렵 처음으로 얼굴을 비추는데 마치 <셰인>에서 잔인하고 야무진 잭 팰런스(잭 윌슨 역)의 등장이나 보듯 관객의 등줄기를 오싹하게 하는 대단한 존재감을 과시한다. '와, 이런 놈을 과연, 물러터진 듯 보이는 링고가 이길 수 있을까?' 여튼 존 웨인을 주인공으로 봤을 때(그러나, 그렇게 보지 않는 편이 영화를 제대로 감상하는 태도일 듯. 이 영화 제목에 정관사 the가 굳이 생략된 이유도 생각해 봐야 하겠고), 극 본줄기의 진짜 이슈가 이 막판 10분을 남기고 해결(혹은, '파탄'이 될지야 관객이 아직 모르고) 되도록 짠 플롯이 당시로서는 꽤나 창의적인 솜씨였겠다.

고전이라고 너무 칭송만 할 건 아니고, 그 당시 기준으로도 허술하거나 아쉽거나 변명이 불가능할 실패는 여럿 눈에 띈다. 이 영화 내내 귀에 들려 오는 테마 튠은 리처드 헤이지먼, 프랭크 할링의 오리지널 작곡은 아니고, 미국 민요를 신나게 편곡한 것이다.

이 민요도 원형은 'O Bury Me Not on the Lone Prairie'인데, 이건 잘 들어 보면 (이 영화 속 포맷과는 물론) 우리 귀에 익은 그 곡조와 살짝 다르다.(더 음울하고 더 단조로움) 인터넷에 보면 이 제목 철자를 잘못 적어 둔 게 보이는데, 의도가 암만 좋아도 사람은 혹시 내가 알고 있는 게 틀리지는 않았는지 좀 자가 점검을 하는 버릇이 들어야 한다. 그저 자기 알던 대로가 최고인 줄 알고 틀린 걸 막 쓰니까 저런 실수를 통해 타인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나 말이다. 이런 걸 보면 참 답답하다.

 

그런데, 이거 말고 우리가

'끝없이 넓은/ 황야의 길이
몇 천 린가/ 멀기도 해라
목동들의/ 노래 들으며
빨리 달리자/ 포장마차야'

같은 가사(출신 지역이나 학교와 수업, 선생님 취향따라 다양한 변형 존재)를 입혀 초등학교 때 배운 노래는 더 잘 튜닝된 곡조의 버전이 따로 있다.

이 가사를 잘 들어 보면, 이 영화 중 링고 캐릭터의 상황, 심경과 그대로 일치하는 대목도 있어 더 흥미롭다.

s****o 2023.11.30.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