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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도록 살아내는 것 , 그것이 삶
"미치도록 살아내는 것 , 그것이 삶" 내용보기
꿈속에서 나비가 되어 날아다니다가 꿈을 깨고 보니 사람이었다. 하지만 나비가 사람이 된 꿈을 꾸고 있는지 사람이 나비의 꿈을 꾸고 있는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소설 《미칠 수 있겠니》를 읽으면서 장자의 「호접몽」을 말하는 것이 좀 쌩뚱맞을지 모르지만, 어제까지 장자에 심취해 있어서인지, 이 책은 마치 장자의 삶의 연장선 같다. 삶의 본연의 모습은 아무도 모르는 것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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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속에서 나비가 되어 날아다니다가 꿈을 깨고 보니 사람이었다. 하지만 나비가 사람이 된 꿈을 꾸고 있는지 사람이 나비의 꿈을 꾸고 있는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소설 미칠 수 있겠니를 읽으면서 장자의 호접몽을 말하는 것이 좀 쌩뚱맞을지 모르지만, 어제까지 장자에 심취해 있어서인지, 이 책은 마치 장자의 삶의 연장선 같다. 삶의 본연의 모습은 아무도 모르는 것이기에 삶은 어쩌면 한 낮의 꿈인지도 모른다. 처음 이 소설 미칠 수 있겠니는 제목 때문에 읽고 싶지 않은 이유도 있었다. 안 그래도 미치지 않고는 , 제정신이 아니고는 살아갈 수 없는 세상에 제목까지 도발하듯 자극적이다. 어제는 한 여중생이 동네아파트에서 뛰어내렸다. 조그만 곳이라 소문이 빠른 것인지 그런 사고가 유독 많은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자살한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어쨌든 불편한 소문이다. 어떤 철학자가 말했듯이 삶은 살아내는 것이라고 했건만, 요즘은 삶을 살아내기 싫어 죽는다. 삶에서 중요한 것은 어쨌든 살아내는 것이다. 첫사랑이 찾아올 때 지독히 아팠던 것도 지나고 나면 다 아무것도 아닌게 되고, 가슴 두근거리던 설레임 이란 녀석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신의 자리를 찾아 사라져간다. 삶을 뒤흔드는 상처 또한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 낮잠과 같은 것이다. 삶은 그저 살아내다 보면, 살아지게 되는 것이고, 살아지다 보면 살게 되는 것이다 

 

미치도록 사랑했지만, 자신을 떠난 남자를 찾아 섬을 헤매는 한 여자가 있다.

그녀의 이름은 진, 남자의 이름도 진, 진과진의 만남은 이름처럼 운명으로 맺어졌다.사랑했던 남자와 여자. 미치도록 사랑했지만, 사랑의 열정은 다른 보통 사람들과 똑같이 삼 개월을 넘기지 못하였다. 변해가는 사랑 앞에서 차마

사랑이 변하니  

따위 같은 물음은 하고 싶지 않았던 여자 진. 그러나 남자 진의 아이를 임신한 한 여자아이 앞에서,

미치지 않을 수 있겠니....

이후 누군가가 죽었고, 누군가가 떠났고, 누군가는 살아남았다. 그 후 7년을 떠나간 남자 '진'을 찾아 헤매고 있는 여자 '진'이 있다.

 

사랑은 얼마나 가벼운가. 그것이 전 생의 무게보다도 더 무거운 거라고 믿어도, 서로를 못 견딜 지경이 되면 결국 밀어 올려지고, 마침내 갈라지는 것이다.

 

어김없이 진을 찾아 섬에 들린 진, 기억을 봉인한 채 7년전의 그날을 기억하지 못했던 그녀는 섬에 사는 택시 드라이버 이야나를 통해 자신의 봉인된 기억을 풀어 낸다. 그날 이후 한번도 기억한 적도 없고 오로지 자신만 알고 있는 사건의 내막을 기억해내고....... 늘 죽음을 꿈꾸며, 죽기 위해 산 남자 이야나와 돈많은 의붓어머니가 자연사하길 기도하는 '만'을 통해서 눈꼽만큼 없는 인생에 보태진 밑바닥에서부터 끓어오르는 살아가야만 하는 '삶의 처절함'은 통렬하다 못해 신랄하다. 그러나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섬 전체를 사라지게 한 지진은 이들에게 오히려 삶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준다.  

 

이야나는 사라지는 것보다 더한 것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것은 사라지면서 남겨진, 참혹하고 처절한 흔적들이었다.

 

제목과는 너무 다르게 이들의 사랑은 눈부시게 아름답다. 삶에서 상처는 없을 수 없다. 수많은 상처 앞에 초연하기도 힘들다. 인생이라는 배를 항해하다 보면 궂은 날씨로 고생도 하고 암초에 부딪히기도 한다. 그리고 그 위기를 잘 이겨내고 나면 한동안은 순탄한 항해가 기다리고 있음을 믿어야 한다. 너무 식상한 이야기일지라도 오랜 세월 수많은 상처를 견디어내다 보면 그 믿음은 더 강해진다. 지금 이순간의 아픔을 이겨내며 살아내다 보면, 언젠가 더 행복하고 더 아름다워질 것이다. 미칠 것만 같았던 그날 이후 이 자신의 사랑을 찾아 헤매는 마음처럼, 그런 간절함으로 삶에 집착하며 그 순간을 영원처럼 살아가지만, 그런 순간은 낮잠에 불과한 시간일지도 모른다. 상처 때문에 괴롭고 아프고 미칠 것 같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해주고 싶다. 지금의 아픔을 다독이고 위로해 주는 책이 있다고, 그것보다 좋은 책은 없을 것 같다.

 

어쩌면 삶이란 죽음의 가벼운 옷에 불과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난 살겠다고 생각했고, 살아있는 한은 이 삶을 믿어야겠다고 생각했고, 그리고 당신이 그리웠어요.


 

YES마니아 : 플래티넘 k********2 2012.06.05. 신고 공감 13 댓글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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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azy love.. 그 노래를 다시 듣고 싶다.
"crazy love.. 그 노래를 다시 듣고 싶다." 내용보기
수십 년 전이다. 고등학교 1학년 겨울 한밤중, 여느 때와 다름없이 라디오를 옆에 끼고 공부를 하였는지, 음악을 들었는지, 아니면 졸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갑자기 라디오에서 뜬금없이 내 이름이 튀어 나왔다. 아마 김종환이 진행을 하던 <밤을 잊은 그대에게>가 아니었나 싶다. 같은 하늘아래 살고 있으면서도 자주 만나지 못했던 아이, s가 보낸 노래였다. PaulAnka의 crazy 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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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년 전이다. 고등학교 1학년 겨울 한밤중, 여느 때와 다름없이 라디오를 옆에 끼고 공부를 하였는지, 음악을 들었는지, 아니면 졸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갑자기 라디오에서 뜬금없이 내 이름이 튀어 나왔다. 아마 김종환이 진행을 하던밤을 잊은 그대에게가 아니었나 싶다. 같은 하늘아래 살고 있으면서도 자주 만나지 못했던 아이, s가 보낸 노래였다. PaulAnka crazy love.. 그때부터 이 노래는 나의 애창곡이 되어 버렸다. 아니 서서히 미치기 시작했다. 아마 그 아이도 같은 심정이었으리라 믿으며..

 

저자의 블로그 아이디가 crazy love이다. 그리고 나에게 묻는다. 미칠 수 있겠니? 하고, 난 미칠 수 있다. 아니 미칠 수 있었다. 저자의 작품 속에 나오는 섬에서 사는 사람들의 언어가 과거와 현재시제, 또 미래시제가 무의미했던 만큼 나에게도 시제는 문제가 될 수 없었다. 진은 소설 속에서 7년 동안 미칠 수 있었지만, 난 현실에서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 동안 미쳐 있었던 것 같다. 아직도 선명한 단편적인 기억들, 그러나 현실에서는 절대로 일어나기가 어려웠던 일들, 그것이 꿈에서 본 것인지, 생시에서 본 것인지 분간이 안될 정도면 미쳐있었던 것이 맞다. 기억은 시간이 갈수록 왜곡 되지만, 그러한 왜곡도 미치지 않고서는 일어날수 없을 게다.

 

한 여자가 틈만 나면 섬을 찾아온다. 관광지인 그 섬에서 그 여자는 이름이 같은 한 남자의 흔적을 찾는다. 도서관 사서인 진은 7년 전 살인사건이 일어난 후, 주위의 따가운 시선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사건 후 사라진 유진을 찾아, 기억을 찾아 섬에 온다. 사랑하는 여자와 헤어진 후, 사는 게 마땅찮은 택시 드라이버이자 관광 가이드인 이야나, 그는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갈 뿐이다. 진을 택시에 태우고 진의 기억을 찾아 다니던 그들은 어느 날 갑자기 섬에 찾아온 지진과 해일을 만난다. 섬은 쑥대밭이 되고, 많은 사람들이 죽어간다.

 

지옥 같은 그곳에서 살아난 진과 이야나, 그리고 이야나의 친구 만과 그의 양어머니, 7년 전 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수감 중이다 지진과 해일로 교도소가 무너지면서 나타난 남자아이, 그 아이는 유진이 섬에서 만난 써번트인 여자아이의 남자친구이기도 했다. 그들의 이야기 하나, 하나가 맛 물리면서 진은 기억을 찾아간다. 아니, 그 기억은 진의 가슴속에 언제나처럼 들어 있었지만, 진은 애써 그 기억을 외면했을 뿐이다. 오직 자신만이 정확한 진실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살아난 그들은 이제 새로운 희망을 찾는다. 아니 새로운 사랑을 찾는다. 7년간의 세월만큼 진은 한꺼번에 늙어 버렸지만, 그만큼 그녀의 삶은 조금은 여유로워 보인다. 새로운 사랑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진 것 같다. 이야나 역시 이제 새로운 사랑에 희망을 찾는다.

 

소설 속에서 진을 치료하던 힐러는 말한다.“당신은 닫힌 문 앞에 있습니다. 그 문이 열리면 당신은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들을 기억하게 될 겁니다. 그러나 또한 반드시 기억해야만 할 것도 기억하게 될 겁니다. 기억해야만 할 것이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들을 지우게 될 겁니다.”내 머릿속에는 어떤 기억들이 들어 있을까? 나에게 있어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들은 무엇이고, 또 기억해야만 하는 것들은 무엇일까? crazy love 그 노래는 기억해야만 하는 걸까? 아니면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일까?

 

내 앞에 펼쳐져 있는 삶에, 사랑에 과연 우리는 미칠 수 있을까? 아니, 미칠 것만 같은 인생을 미치지 않고 온전히 가슴속으로 받아내며 살아갈 수 있을까? 작가의 아이디가, 그녀의 작품 제목이 나를 또 다시 미칠 것만 같게 만든다.



k*****1 2011.06.09. 신고 공감 11 댓글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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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그 소중한 감정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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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와 제목에 대한 느낌>연재글로 만나본 책인지라  더 반가웠다. 다만 연재글과 똑같을까 라는 생각을 한건 연재글을 읽고 책으로 만난건 처음이어서다. 거의 같은데 뒷부분이 첨가되었달까. 표지에서 별느낌을 못 가졌는데 다 읽고나서는 가장 예뻤을때(꽃이 만개했을때)를 말함이구나 로 생각되어졌다.<이책은>연재글 출간기념 이벤트 당첨 도서다.<저자는> 金仁淑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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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와 제목에 대한 느낌>
연재글로 만나본 책인지라  더 반가웠다. 다만 연재글과 똑같을까 라는 생각을 한건 연재글을 읽고 책으로 만난건 처음이어서다. 거의 같은데 뒷부분이 첨가되었달까. 표지에서 별느낌을 못 가졌는데 다 읽고나서는 가장 예뻤을때(꽃이 만개했을때)를 말함이구나 로 생각되어졌다.
<이책은>
연재글 출간기념 이벤트 당첨 도서다.
<저자는>
 金仁淑  ---발췌하다
1963년 서울특별시 은평구 갈현동에서 태어났다. 이 사진만 보면 오영실 아나운서 같다.
<책 읽은 느낌>
유진과  진(미성숙한 사랑)
인공수정으로 간신히 낳아, 소중한만치 귀하지만 강하게 키웠다는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오순희 여사의 아들 진. 유진. 놀이터서 놀던중 화장실에 가고픈 엄마가 동그라미를 그려 그안에서만 있으라해도 그렇게 있던 아이. 엄마가 지인을 만나 아이를 깜빡했는데 그 오랜시간을 동그라미 안에서 기둘리며 세상과의 단절을 끔찍히도 경험했던 두려움. 그 무섭고도 엄청난 상처를 가슴에 담고 있다. 부모에게 순종하는 착한 아들일지언정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남자 유진. 그는 삶에 대한 활력과 애착이 없었다. 그저 지겨워했다. 자신이 처한 상황을 헤쳐나간다거나 수정하지도 못하면서 그안에서 잘 적응하지도 못했다. 우유부단하기만할 뿐.

하지 말라는 건 하지 않고 비교적 부유하면서 작은 좌절도 겪어보지 않고 곱게 자란 여자 진. 자유분방한 성격도 아니고 그렇다고 새침떼기도 아니었지만 진은 자신의 젊은날(내가 가장 예뻤을때)을 떠올려봐도 딱히 기억이 없다. 일상에 순응하며 좁고 단조롭게만 살아왔기 때문이다. 그게 불만인 적도 없었다. 유진의 어린시절 깊은 상처인 고백을 듣고는 오히려 그를 보듬고 싶었다. 그 아픔을 치유해주고 자신의 사랑으로 감싸주고 달래줄 수 있다고 생각했더랬다. 자신이 있었더랬다. 행복할거라 믿으며 새 발을 디뎠더랬다. 귀한 아들의 말보다 자신을 더 지지해주는 시어머니도 고맙기만 했다. 큰 불만없이 행복한 나날에 아이가 생기지 않아서 다니는 여행도 그저 좋았다.

우리 같이 살까?
 같은 반지를 끼던 날, 유진이 진에게 했던 말이었다. 진은 그때 머리가 목에서 떨어져 나가도 좋다는 듯이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낭만적인 청혼이 아니었으나, 그보다 더한 말은 있을 수 없다고 믿었다. 사랑하는 건 같이 사는 일이니까. 같이 안 살고는 못 견디는 일이니까. 정말로, 그런 것이니까.---18 페이지

비교적 태생적 후광을 가진 둘은 선배의 소개로 만남이 되고, 비슷한 환경과 안정된 미래를 믿으며 결혼을 하고... 얼마나 알콩달콩한 시간들이었을까. 그러나 둘은 함께였어도 어딘지 늘 여자 진은 허허로움을 느낀다. 자신의 남자에게서 공간을 본다. 지겨워 속에 내포된 그 무엇이 이해가 안된다. 그러던차 들른 섬에서 남자 진은 생기발랄한 눈빛을 보인다. 처음으로 마주한 그 눈빛이 내심 불안하더니 섬에 정착하기를 희망하며 말을 건넨다. 지겨워 라는 단어는 없이.

우리 같이 갈래?
 그러나 그로부터 몇 년 후, 직장을 옮겨 섬으로 떠나게 된 유진이 물었을 때. 진은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는 대신 그의 손을 잡았다. 그러고는 잠시 후, 사랑한다고 말했다. 그래도 난 널 사랑해...... .네가 어디에 있든 난 널 사랑해...... .19페이지 


도서관 사서로 독수공방을 하며 유진이 필요하다는 비용을 대면서...어쩌다 만나지는 두 부부. 유진과 진. 유진의 가방 속에 있었던 누드 스케치를 보며 놀랐던 가슴이, 자신의 남편 침대서 자고 있는 원주민 그녀를 보며 이해된다. 원주민 써번트는 웃으며 자신의 불룩한 배를 어루만진다.  
"내가 당신보다 힘이 세다는 걸 잊지 마세요."
진이 말했다.
"그렇구나. 다행이야."
"네가 잘못했다고 빌지 않아서, 용서해달라고 애걸하지 않아서."
"그리고, 네가 나보다 약하지 않아서."


어쩜 누드 수채화는 이 애가 유진의 짐 가방에 넣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과 함께 칼을 들고 있는 자신을 본다. 그 칼에서 피가 떨어지는데 왜인지 ...비명 소리가 누구 소리인지 ...사내의 소리인지, 죽음의 사신같은 얼굴이 보이고..무언가 엄청난 것들이 무너지고...아수라장 속에서 진은 차라리 안심하는 마음이 된다. 세상이 온통 다 무너지면, 이 모든 흔적도 다 묻혀버릴 터이니. 지나간 사랑도, 배반도, 추억도 다 사라질 터이니. 세상이 온통 다 뒤집어지면 이 모든 적막도 끝날 터이니. 그순간에 진은 세상이 끝나고 자신도 끝이기를 바랬다. 차라리 잘되었다고 ...

진이 살의를 느낀건 단순히 아이를 가져서만은 아니다. 아내인 자신보다도 더 당당한 그 모습에 할 말을 잃은거다. 그게 분노를 증폭시키고 나아가 살의를 불러일으킨거다. 어차피 자신은 이미 죽은거와 마찬가지인 삶. 진이 진이고, 진이 진이라 여겼기에 진을 죽임으로써 자신도 죽기를 바란거다. 식어버린 사랑보다는 미처 발산하지도 못한 사랑앞에서 억울했던거다. 불시에 올지도 모를 유진을 위해 옷을 세탁해놓고, 그의 책상을 정리하고...끝내 오지 않았던 유진이 원주민 써번트와 아이를 만들고 있었다는 사실. 그렇게 사랑했고 기다렸는데...진은 유진에게 많은 기회를 줬다고 생각했으나 자신안에서의 배려였지 싶다. 유진은 배려를 애당초 모르는 사람으로 말이 잘 통하지 않는 원주민 처녀에게서 오히려 해방감을 느꼈는지도. 자신을 모르기에 갖는 편안함이라고 해야나. 진과는 별거나 다름없는 생활이면서...사라지기나 하고...여자를 힘들게 하는 사람.

원주민 써번트와 춤추는 남자 무희 (우울한 사랑)
원주민 써번트는 무척 이뻤다. 낮에는 일을 도와주고 밤에는 춤을 췄다. 지적장애를 가진 또 다른 이쁜 남자애와 춤을 추는데 황홀하게 바라보지 않는 사람은 없었다. 생긴 외모가 둘다 이뻐서이기도 했지만 신들린 듯 추는 그 춤은 묘한 끌림이 있었다. 여자애는 늙은 부모가 병들고 동생들도 있는 소녀 가장이었다. 좋지 않던 행실이 돈 때문... 남자 무희가 자신에게 품은 연정을 알았기에 차라리 그의 무릎을 베고 그렇게 숨을 거뒀나 보다. 이녀는 누굴 사랑했을까. 사랑이라는 감정을 가졌을까.

지적장애를 가진 남자 무희. 그 아비도 지적장애를 가졌고 형은 외국에 노동자로 나갔다. 아무리 춤을 추라 부추겨도 하기 싫으면 안했다. 그가 가장 행복한 모습으로 신들린 듯 춤을 추는건 여자애와 함께일때 뿐. 그건 그애의 사랑법이었다. 조금은 부족한 사람의 오롯이 한 여자에게만 바치는 넘치는 순정이었다. 그런 그녀가 외국인과 동거하고 아이를 배고...그걸 지켜보는 그애의 가슴이 오죽했을까. 어찌하지 못하는 슬픔에 지켜봄이 얼마나 기막혔을까. 결국은 지켜보다 살인 현장도 보게 되고, 자신도 연루되고 ...그녀가 없는 세상, 살인자로 낙인찍혀 갇히고...날았다.

이야나와 수니 (우정같은 사랑)
어릴적부터 함께 나고 자란 친구. 오히려 더 씩씩해 남자인 자신을 두둔해 주던 수니. 그 수니가 여자로 보일 즈음부터 수니 아버지는 이야나를 멸시했다. 모멸감을 주면서 그의 가난함을 경멸했다. 병원에 입원해 도움을 받은 남자 간호사와 수니를 허락해 준 순간부터 노골적 무시는 수위를 더해간다. 수니에게 돈도 빌려서 드라이버로 생활하지만 나아지는 건 없고 이쁘기 그지없는 수니는 쇼핑센터 지하에서 옷을 파는데 인기가 많다. 옷값보다 팁이 더 많은 경우도 있다. 쓰나미가 일어나 쇼핑센터가 무너지고 아비규환의 생지옥에서 이야나는 수니를 찾는데...

수니의 사랑은 그랬다. 이야나는 그야말로 우정같은 사랑이었고 남녀간의 감정은 아니었던 듯 싶다. 아버지가 점찍은 약혼자 간호사 남자와 손이 닿는 순간부터 이야나를 사랑하지 않았단다. 그만큼 낯선 남자에게서 받는 강렬한 감정, 즉 남녀간의 사랑을 그제야 알아본거다. 해바라기 사랑만을 한 이야나의 순정일뿐이다. 늘 바라보기만 하여 가슴이 타는 사랑은 이야나의 몫일뿐. 이야나는 수니가 전부였으나 또 전부가 아님에 늘 죽음만 생각하며 사는 나날이 계속되었다.

이야나와 진 (치유의 사랑)
유진이 사라진지 7년째. 진은 수시로 섬을 찾아오고 유진을 찾는다. 이야나가 우연히 죽음만을 생각하는 시절에 개를 쳐서 죽이게 된다. 그때 거부할 새 없이 승객으로 오른 사람이 진. 진은 유진을 찾아 헤매이던 때로 이야나와는 다른 상황이지만 죽지 못해 사는 삶이었다. 목표가 있어서 죽음을 생각지 않으나 살아있다 할 수 없는 삶과 목표도 없이 죽음을 생각하기에 생의 의욕이 없는 남자의 조합. 둘은 바닥끝까지 닿은 지독한 애절함과 갈망으로 하루밤을 지낸다. 낯선 외국인들이 서로가 그리도 잘 맞을 수 있다는데 둘은 놀라울뿐이다. 그것은 이야나에게 경이로움이자 신비였음이 틀림없다. 자꾸만 그녀가 생각났기 때문이고 낯설지 않은 느낌이었다. 미루어 짐작컨대 수니와는 그렇게 표면상으로만 사랑했던 것 같다.

이야나와 만나고 쓰나미가 덮치고 아비규환의 생지옥에서 둘은 살아남았다. 수많은 사람이 죽었다. 같이 살아남았다는 기꺼움과 함께 이야나는 진을 안다고 고백을 한다. 원주민 써번트를 남편에게 소개시켰음을 미안해한다. 이미 알고 있던 유진이 그후로 연락을 안했음을 말한다...교도소가 무너져 탈옥수가 생기고...유진과 살았던 집으로 가는 진. 집앞에서 탈옥수 남자 무희를 만난다. 살인사건의 부분기억상실이었던 진은 그제서야 모든 상황이 생각나고...그렇게 언어가 틀려 동문서답을 하지만 분명 알았으리라. 그건 우발적으로 일어났고 써번트를 사랑했던 무희의 사랑방식이고, 유진을 사랑했던 진의 대응법이었으며, 사랑하지 않았음에도 낯선 외국남자의 아이를 배고 있었던 써번트의 원하지는 않았던 결말이라고.

유진과 진(월리스 라인 사랑)
진을 아는 지인들과 도서관 직원들은 끔찍해 했다. 살인용의자라는 시선으로 왜그랬어 라는 참을 수 없는 호기심을 역력히 드러냈으나 차마 묻지는 않았다. 그 와중에도 사라진 유진을 찾으러 진은 섬을 샅샅이 뒤지고...쓰나미 속에서 살아 돌아온 여인 진에게 이번에는 살인용의자라는 굴레의 시선은 거두어졌다. 사지에서 살아왔다는 그 충격을 위로하느라 다들 동정심이 가득한 눈길을 보낸다. 한사람이 겪을 수 있는 파란만장한 여정앞에서 말없는 눈빛이 도움이 되기도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렇게 찾아 헤매도 어딘가 꽁꽁 숨어있는지 보이지 않았던 유진이 벤치에 앉아 있다. 아닐거라고 생각하며 지나치는데 돌아보니 맞다. 다시 봐도 유진이다. 그저 아는 지인을 만난 반가움만이 앞선다. 그렇게 가을낙엽같이 감정도 숙성되어 휘발되었나보다. 서핑을 하다왔는지 신발이 흥건하다.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 잘가라는 인사도 한다. 돌아서다 묻는다. 근데 그 써번트 사랑했니? . 이뻤잖아. 나도 예뻤는데...차마 말이 되지 못한 말들이 마음 속에서 멤돈다. 그건 아쉬움도 아니다. 지나간 시절에 대한 아련한 회상이다. 가장 예뻤을때가 언제였더라...전화가 온다. 낙엽을 줍는다. 열대지방에 사는 가을을 모르는 이야나의 생일선물에 끼워서 주련다.

영국의 박물학자였던 월리스는 적도 근방의 두 개의 섬에 전혀 연관성이 없는 다른 생물들이 서식하는 것을 보고는 섬 사이에 보이지 않는 라인이 존재하는 게 아닐까 의심하기 시작했다. 당시에 그의 말은 미친놈의 헛소리로 취급받았다. 그러나 그의  '미친 아이디어'가 오늘날의 판구조론을 발전시키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고, 그가 상상 속으로 그렸던 라인에는 윌리스 라인이라는 이름이 붙게 되었다. ---140 페이지

그렇다, 그랬던 것이다. 유진과 진 사이엔 월리스 라인이 있었던 것이다. 엄연히 존재하는데 그걸 둘은 몰랐던 것이다. 사랑은 서로를 옭아매고 구속하는게 아닌, 좀 모자라도 편안한 상태로 상대와 같이하는 것이다. 같이 한다는 자체가 기쁨이고 즐거움이고 익숙함이어야 한다. 상대를 목마르게 하고 안달나게 하고 불안하게 하는 사랑은 위험한 사랑이다. 그건 상대를 위하는게 아닌 자신만의 사랑에 맞춰달라는 응석받이 사랑이라는 생각도 든다. 미성숙한 사랑인게다. 이루지 못한 사랑이었을지언정 진의 사랑은 치열했다. 한사람을 혼자서 짝사랑한 세월이었다해도 그 추억은 대단하지 싶다. 늘 가슴안에서 허전한 사랑으로만 머물면 아린데 새로운 사랑이 그걸 보듬어 주어서 다행이다. 참 다행이다. 이야나도 진만이 이해할 수 있고 채워줄 수 있는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도 살아남은 위대한 사랑을 가졌으니 이젠 행복할거다. 수니를 열정적으로 사랑했던 추억도 아름답게 기억할게다.




k******5 2011.06.16. 신고 공감 10 댓글 32
리뷰 총점 종이책
미칠 수 있겠니-살아남은 자의 슬픔과 사랑
"미칠 수 있겠니-살아남은 자의 슬픔과 사랑" 내용보기
이 책은 2010년 8월 YES24 블로그에 연재된 소설을 엮어낸 것이다. 평화롭고 한적한 어느 휴양지 섬에서 지진이 일어나고, 그 속에서 일어나는 운명과도 같은 사랑과 용서에 관항 이야기이다.   이야기는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진행된다. 실종된 남편을 찾아 섬을 헤매는 진과 현지인 드라이버 이야나와 그가 사랑하는 수니의 안타까운 사랑 이야기. 그리고 두 개의 이야기가 결국
"미칠 수 있겠니-살아남은 자의 슬픔과 사랑" 내용보기

이 책은 2010년 8월 YES24 블로그에 연재된 소설을 엮어낸 것이다.

평화롭고 한적한 어느 휴양지 섬에서 지진이 일어나고, 그 속에서 일어나는 운명과도 같은 사랑과 용서에 관항 이야기이다.

 

이야기는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진행된다. 실종된 남편을 찾아 섬을 헤매는 진과 현지인 드라이버 이야나와 그가 사랑하는 수니의 안타까운 사랑 이야기. 그리고 두 개의 이야기가 결국 하나로 귀결되어지는 7년 전의 사건.

 

주인공 진의 남편 유진은 한국에서의 삶에 적응하지 못하고, 어느 날 우연히 휴양차 찾은 한 섬에서 새로운 삶을 꿈꾸게 된다. 둘은 한국과 섬에서 각각의 삶을 이어가게 된다.

유진은 섬에서 하녀로 일하던 소녀와 사랑을 나누고 소녀는 임신을 하게 된다. 그리고 어떤 이유로 소녀가 살해되면서 마침 섬에 와 있던 진은 살인사건에 연루되고 만다.

그로부터 7년의 시간이 지나고 다시 섬을 찾은 진은 섬에서 관광가이드를 하는 드라이버 이야나를 만나게 되고, 실타래처럼 얽킨 이들의 인연과 숨겨졌던 진실이 드러난다.

그리고 마침 섬에 거대한 쓰나미가 닥치고, 거대한 자연 재해 앞에서 무력하게 쓰러져 가는 사람들과 살아남은 자들을 차례로 보여 주며, 이 난장판 같은 세상에서 미치지 않고서야 살아갈 수 있겠는지 묻고 있다.

 

소설 전반을 관통하는 쓰나미를 보며 이 이야기가 필리핀을 배경으로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었다. 그런데 작가는 이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섬이 발리라고 한다. 발리는 대지진 지역이 아니다. 그런데도 발리를 배경으로 한 이유는 발리에는 자국어가 있는데, 발리어는 현재 시제만 존재하며 과거의 일도, 미래의 일도 현재 시제로만 말하는 것이다. 작가의 소설 속 장치로 필요했기 때문일 것이다.

 

소설 속 인물의 한 축이었던 수니에게 은혜를 입은 사람이 남긴 쪽지가 있다.

아마도 작가가 이 쪽지를 통해 하고픈 말을 함축해서 표현하지 않았나 싶어 전문을 실어본다.

 

 살라고 해줘서 고마워요. 포기하면 당신이 날 먼저 죽여버리겠다고

말해줘서 고마워요. 당신이 내 링거액을 빼가버릴까봐 정말로 겁이

났어요. 당신한테 너무 많이 욕을 해서 미안해요. 그 욕의 천 배쯤을

합쳐서 사랑해요. 그리고 미안해요. 난 아직도 당신 이름을 몰라서.

그래서 아직도 이렇게 불러요. '비치bitch, 내 사랑스러운 비치.'

나, 앞으로는 무조건, 살게요.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당신은 이런 세상에서 미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가?

나는 아직 덜 미쳤나 보다. 사는 것이 쉽지가 않다.

k*****m 2012.06.15. 신고 공감 6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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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나도 미칠 수 있다 ‘미칠 수 있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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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한하게 연재소설을 읽는 동안 ‘미칠 수 있겠니’의 의미가 단순히 ‘미치다’의 의미로 다가왔고 특히 지진 장면은 정말 힘들었다. 진과 유진, 이야나와 수니와 만, 여자아이와 남자아이. 하지만 책으로 읽으니 흐름이 한 눈에 들어와서 작가님이 말한 ‘미칠 수 있겠니’가 다른 의미로도 다가왔다. 그래 난 이 소설에 빠져있었구나. 평범한 두 사람이 여행을 계기로 한 사람은 떠나
"이제 나도 미칠 수 있다 ‘미칠 수 있겠니’" 내용보기

희한하게 연재소설을 읽는 동안 미칠 수 있겠니의 의미가 단순히 미치다의 의미로 다가왔고 특히 지진 장면은 정말 힘들었다. 진과 유진, 이야나와 수니와 만, 여자아이와 남자아이. 하지만 책으로 읽으니 흐름이 한 눈에 들어와서 작가님이 말한 미칠 수 있겠니가 다른 의미로도 다가왔다. 그래 난 이 소설에 빠져있었구나. 평범한 두 사람이 여행을 계기로 한 사람은 떠나고 한 사람은 남는다. 남은 사람이 떠난 사람을 찾아가지만 그는 이미 다른 세계 속에서 살고 있다. 만약 이런 상황이 닥친다면 사랑이 식어버린 거에 실망스럽기도 하다.

 

이름이 같은 여자 진과 남자 진 (성을 붙여 유진으로 불린다) 도서관에 근무하면서 글자들의 소음에 시달리는 진, 둘은 선배의 소개로 만나 결혼을 하고 아이가 없어서 여행을 다닌다. 유적지 여행을 다니다 한가하게 섬에서의 휴가를 보낸 후 그곳으로 떠나버린 유진. 그리고 서번트와의 관계..

여자아이가 자신보다 힘이 세서 다행이라는 진의 말, 사건이 일어났을 때 느낀 지진에 모든 것이 무너질 거라는 생각에 안심하는 진. 사라진 유진 그리고 7년 후.. 모든 걸 다 알고 있지만 기억하지 못하는 진.

수니의 결혼으로 불면증이 생기고, 아버지에게 멍청하다고 불리는 드라이버 이야나.

의붓어머니가 죽기만을 바라는 투계에 빠진 만. 자신의 닭이 드디어 데뷔를 하는 날, 그때 지진이 나고 섬이 완전히 뒤집어진다.

 

현재 미칠 수 있겠니블로그에 소설은 없다. 책을 읽으며 연재소설과 달라진 점이 있다 싶어 들어가보니 공지사항만 남았다. 다행히 내가 쓴 중간리뷰가 있어서 다시 읽어보니 연재에 나온 부분 중 빠진 부분도 있고 추가된 부분이 있었으며 마무리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다. 사건 이후 사라진 유진을 만나게 되고,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하는 이야나 대신 이야나의 전화가 걸려온다. 사랑이 시작될 거라는 결말은 같지만 연재와 다르게 풀고자 하는 작가님의 마음이 전해진다.

이 책에 다시 미칠 수 있게 해준 아자님 정말 감사드려요~

 


김인숙 님은 이 소설 ‘미칠 수 있겠니’로 처음 만났다.

제목이 특이했고 발리라는 배경이 끌렸고, 작가레터에 나온 ‘고독’에 대한 생각도 궁금했다.

823일부터 1130 69회동안 미칠 듯한 내용에 제목이 정말 딱이구나 생각하기도 했고, 사고로 인한 주인공들의 얽힘도 궁금해서 매일 아침 숨죽이며 읽던 기억이 난다.

이름이 같은 진과 진의 만남, 이렇게 표현하기 뭐하지만, 잘 살고 있던 진과 진은 (구별하기 위해 남자는 성을 붙여 유진으로 불린다) 발리 여행을 다녀온 후 바뀐다. 어느 날 유진은 발리로 떠나버리고 진은 홀로 남겨진다. 유진을 만나기 위해 발리고 간 진은 유진의 하녀인 여자아이를 만나는데 그녀의 부른 배를 보며 화를 낸다. 그리고 사건이 일어나고 기억을 못하는 진은 병원으로 옮겨지고 여자아이는 죽고 여자의 애인인 남자아이가 범인으로 지목되어 감옥에 간다. 그리고 유진은 사라진다.

시간이 지나 다시 발리로 온 진을 우연히 차에 태운 이야나는 그녀의 피 묻은 손을 기억하지만 모른척하고 그녀를 위해 가이드를 한다. 섬을 구경시켜주고 딱 한번 맥주를 같이 마시며 둘의 관계가 시작된다.

누나의 죽음을 말리지 못한 죄책감에 시달리고 그로 인해 가족들에겐 멍청이로 불리고 유일하게 좋아했던 애인 수니는 다른 남자와 결혼하고, 의붓 어머니가 자연사로 죽기만을 바라는 친구 만이 있고, 택시운전을 하고 간혹 투계를 한다.

그리고 누구도 예측 못한 엄청난 지진이 일어나고 건물은 무너지고 많은 사람들이 죽는다. 바닷가에도 거리에도 병원에도 죽은 혹은 죽어가는 사람들이 있고, 산 자들은 어떻게든 도망치려 하지만 자연은 남은 이들마저도 공포에 떨게 한다.

지진은 가라앉지만 남아있는 자들은 드물다. 만은 의붓어머니를 미친 듯이 찾고, 이야나는 수니와 여자를 찾고, 여자의 앞에 진이 아닌 남자아이가 찾아오고, 만의 의붓어머니가 죽는데 범인으로 이야나가 지목되고..

그렇게 끝이 안날듯 이어지는 소설이 드디어 끝이 났다. 난 이제 그 미침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다행히도 이야나와 진의 만남에 마음의 안정을 찾았다.

'안녕하세요'

소설의 댓글에 작가님의 생활을 보여주셔서 참 다정하게 느꼈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공지도 없이 댓글에 남긴 작가님의 글은 좀 아쉬웠어요. '소현'을 읽으며 작가님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하시와요.



s******a 2011.08.24. 신고 공감 6 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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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 그리고 긍정적인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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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준씨가 쓴 ‘산’이란 글에선 그가 산에 상징적인 의미를 부여하게 된 과정이 나온다. 슬프고 무섭고 한 것들은 그의 산이다. 그의 산은 도처에 늘려 있다. 평지에도 있고 도심에도 있다. 그를 아프고 힘들게 하는 일들은 모두 그의 산으로 채색되고 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인간들은 모두 그의 산을 가지기도 한다. 그런데 그 산을 가진다고 해도 그 속에 함몰될 수는 없다. 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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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준씨가 쓴 ‘산’이란 글에선 그가 산에 상징적인 의미를 부여하게 된 과정이 나온다. 슬프고 무섭고 한 것들은 그의 산이다. 그의 산은 도처에 늘려 있다. 평지에도 있고 도심에도 있다. 그를 아프고 힘들게 하는 일들은 모두 그의 산으로 채색되고 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인간들은 모두 그의 산을 가지기도 한다. 그런데 그 산을 가진다고 해도 그 속에 함몰될 수는 없다. 김인숙은 그의 글에서 그 산을 이겨나가는 방법을 그려내고 있다.


아프고 어려운 일들이 이야기 속에서 끊임없이 펼쳐진다. 사랑이 그려지고 살인 사건이 그려지며, 자연 재해까지 겹친다. 7년 전의 이야기와 현재의 이야기가 병치되어 가면서 이야기가 이루어져 나가는데 그 중심에 살인 사건과 지진과 해일이 있다. 이 두 가지 일은 관련되는 인물들과 어울려 복합적인 관계를 형성하면서 이야기의 핵심으로 다가간다. 그리고 그 결과가 밝혀지고 그 후의 문제에 까지 따뜻한 시선으로 풀어 나간다. 사랑은 변할 수도 있는 것이고, 그 실패에 대한 치유와 새로운 삶을 만들어 나갈 수 있는 길도 제시해 나간다. 산 속에 주저앉아 낙담하는 것이 아니라 산을 넘어 새로운 평화의 들판을 찾아가는 방향을 작가는 제시해 보고 있다.


진와 유진이란 연인의 사랑이 그려지면서 그들은 여행으로 섬을 찾게 되고, 그곳을 다녀온 유진이 그 공간을 잊지 못한다. 그리고 그곳에 가서 살기를 원한다. 진은 그런 유진을 섬에 보내놓고 가끔씩 그곳에 들러 아내의 행세를 한다. 그러는 가운데 유진의 사는 공간에 들렀다가 한 여자 아이를 만난다. 그녀는 스스로 하인이라 명명을 하면서 유진과 함께 사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그러다 그 아이가 아기를 갖게 된 것을 알게 되고, 진은 맹렬한 증오심에 빠지게 된다. 진은 유진의 사랑이 자꾸 멀어져 가는 듯한 느낌을 가지면서 역반응으로 아이에게 살의를 느끼게 된다. 그리고 그것을 시행에 옮길 기회를 엿보게 된다. 결국 그런 생각들이 살인과 연결이 되고, 현장에 함께 있었던 아이와 한 클럽에서 춤을 추는 일에 종사하는 남자 아이가 살인자로 지목된다. 진은 그 와중에 상처를 입고 병원에서 깨어나게 되는데, 그때에는 모든 살인 사건이 종결되어 있는 상황이다.


그 섬으로 진이 7년 후에 유진을 찾으러 다시 간다. 유진은 그런 일이 있은 후 진의 모든 정황을 인지하고 서핑을 간다고 하면서 떠나버리고 말았다. 그런 상황에서 그 섬에 간 진은 드라이버인 이야나를 만나게 되고, 그와 동행을 하면서 여러 곳을 다닌다. 그것은 유진을 찾는다는 이름으로 행하는 방황이다. 그런 가운데 진과 이야나는 서로 친밀해 진다. 지인 만이 이야나에게 사랑에 빠지지 말라는 충고를 하는데도 이야나는 진을 의식하는 삶을 살아간다. 이런 상황에서 진이 여권을 이야나의 차에 놓아둔다든지, 핸드폰을 분실한다든지 하는 것은 둘을 연결시키는 장치 구실을 한다. 그렇게 서로를 만나 정을 쌓아가고 있는 와중에 그 섬에 큰 일이 일어난다. 지진과 해일이다.


지난 시간 일본에 일어났던 쓰나미가 떠올랐다. 그때 정말 참혹한 광경을 화면으로 보았다. 건물 사무실이 흔들리고 물이 모든 것을 쓸어버리면서 육지로 흘러드는 모양은 형언할 수 없는 광경이었다. 사방에서 집 채 만한 물줄기가 흘러드는데, 농촌의 작은 길에서 승용차가 오도 가도 못하고 움직이는 광경을 보는 일은 슬픔 너머에 있는 아픔이었다. 무수한 상처가 주민들을 휩쓸고, 야차같이 돌아다니는 것이 보이는 듯했다. 이 소설 속의 지진과 해일은 센다이의 그 장면을 떠오르게 했다. 지진의 와중에 진은 상처를 입게 되고 이야나에게 구원을 청하게 된다. 이야나는 다른 일도 있었으나 모든 것을 도외시하고 그녀를 구하는데 마음을 다하게 된다. 그런 와중에 서로의 마음도 확인할 기회를 가지게 된다.


섬은 지진과 해일로 엄청난 상처를 입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죽고, 병원은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사람들은 서로 사람들의 생사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섬은 미친 듯한 광기에 쌓이게 된다. 그 속에서 이야나와 진은 서로의 삶을 확인하게 되는 과정을 겪게 된다. 서로의 과거를 인지하게 되고 서로의 아픔을 인식하게 된다. 묵었던 사랑에 대한 상처와 그 아픔을 지우고 새로운 사랑에 대한 느낌을 가지게 된다. 새로운 햇살이 떠올라 빛을 발하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산은 항상 산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둘레도 만들어 지고, 그 길을 손잡고 거니는 사람들이 보이게도 된다는 말이다. 그 둘레 곁에 작은 시냇물도 흐르고, 새소리도 들린다는 말이다.


진과 유진의 만남은 서로 숙명처럼 느낀다. 이유는 서로 이름이 같았기 때문이다. 둘 다 진이란 이름을 가졌다. 그것을 구분하기 위해서 한 사람의 이름을 유진으로 부르기로 한 것으로 이야기 속에 그려진다. 그만큼 필연으로 여겨지는 관계에도 금이 만들어 질 수 있다는 것을 이 이야기는 들려주고 있다. 그리고 그것에 좌절하면서 포기하는 삶이 아니라, 참고 견디고 이겨나가는 모습을 그려주고 있는 글이다. 사랑이란 변해갈 수도 있는 것이고, 새롭게 재생될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의 삶이 고착된 것이 아니고 흐르는 물과 같이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사실을 생각해 볼 수 있게 만들어 준다. 건강한 생각이 글의 전편에 면면히 흘러 우리들을 흡족케 한다.


이야기가 깔끔하게 전개된다. 군더더기가 없다. 섬세한 심리 묘사와 사건의 빠른 전개 등에서 필자의 이야기꾼 면모를 강하게 느껴볼 수 있다. 호흡이 세밀하면서도 가쁘게 만들지 않는 묘미가 깃들여 읽기에 편했다. 어떤 일에 최선을 다하고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자세, 작가가 우리들에게 요구하는 소리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 삶에 미칠 수 있겠니? 묻고 있는 작가의 깨달음이 손에 잡힐 듯 들려온다. 연재소설이면서도 그 구성력이 탄탄한, 그러면서도 세상의 논란거리를 문제로 삼아보고 있는 재미있는 이야기다. 이태준씨의 산을 산으로 여기지 않는 작가의 안목을 행복하게 살폈다.          



j****3 2011.06.14. 신고 공감 6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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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숙은 힐러(healer)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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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을 처음 접했을 때 받은 인상은 빗자루로 꼼꼼하게 잘 쓴 마당을 보는 것 같다는 거였다. 한 번 한 번의 비질이 모아 정갈해진, 고즈넉한 사찰의 마당을 보는 듯한 그런 느낌. 많은 사람들이 오고가고 그 사람들의 사연들이 발자국이 되어 찍혀 있겠지만, 아주 고즈넉한 사찰 앞마당 말이다. 새벽녘의 조용한 우물 같은 그런 느낌의. 많은 정염들이 담겨 있지만 그것들을 차곡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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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을 처음 접했을 때 받은 인상은 빗자루로 꼼꼼하게 잘 쓴 마당을 보는 것 같다는 거였다.

한 번 한 번의 비질이 모아 정갈해진, 고즈넉한 사찰의 마당을 보는 듯한 그런 느낌. 많은 사람들이 오고가고 그 사람들의 사연들이 발자국이 되어 찍혀 있겠지만아주 고즈넉한 사찰 앞마당 말이다. 새벽녘의 조용한 우물 같은 그런 느낌의.

많은 정염들이 담겨 있지만 그것들을 차곡차곡 눌러 담아 아주 정갈해진 상태, 그런 상태의 감정들. 언제라도 격동이 있고 물결이 친다면 침전된 것들이 일어나면서 다시 부유물들로 인해 탁해질 지언정 지금은 그 자체로 아주 고요하고 조용한 상태. 그럼 느낌의 소설이다.

사랑이란 뭘까? 사랑은 만 개의 얼굴을 가진 사람과 같아서 어느 누구도 사랑을 정의내릴 수는 없다. 누구나 사랑을 시작할 때는 그것이 운명적인 사랑이고 유일한 사랑인 것처럼 생각하지만 그러한 사랑이 없다는 건 누구나 잘 안다. 어차피 인간의 사랑은 아가페적인 신의 사랑이 아니고 그렇게 될 수도 없기에, 그리고 결국 인간의 사랑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이타적이라기보다는 자기애적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사랑의 시작되기 전처럼 사랑의 끝에도 결국 남는 건 자기 자신 밖에 없는 것 같다. 그렇다면 사랑이란 뭘까? 흔적과 상처만 남기고 없어져 버린 신기루 같은 것? 실체는 없는 어떤 감정? 온전히 자기 만족적인 나르시시즘의 한 전형? 그런 게 사랑일까?


모르겠다. 10대나 20대엔 사랑이나 결혼에 대해 많이 생각하지만, 결혼을 한 이후엔 이러한 주제들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 뭐랄까... 숙제를 모두 끝낸 사람의 느긋함 같은 것?
더군다나 사랑을 학문적으로 파고 드는 건 차라리 쉬울 수 있지만 사랑을 하는것은 언제나 어렵다. 남의 사랑에 이러쿵저러쿵 코치해줄 수는 있을 지언정 자기 사랑에 대해 언제나 확신을 가지고 매사에 자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 같다. 그렇다면 그건 사랑이라고 할 수 없을테고.


이 작품은 기본적으로 사랑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라는 똑같은 이름을 가진 두 남녀의 이야기. 같은 이름을 가진 남녀가 사랑에 빠질 확률은 얼마나 될까? 사랑을 시작할 때, 그리고 사랑을 할 땐 그런 확률마저도 운명처럼 느껴진다. 꼭 맞는 부절의 반쪽이라, 다시는 헤어질 일도 없고 또 다른 사랑을 찾아 소모적인 감정의 낭비를 하지 않아도 될 거라는 안도감이 생긴다. 그 자체로 가장 좋고 만족스러운 상태스스로 행복하다고 느끼는 그런 감정 상태, 그런 상태를 경험한다. 그래서 결혼까지 하는데어느 순간부터 삐걱거리기 시작하는 거다. 뭔가 조금씩 맞지 않는다.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갈등이나 문제가 있는 건 아닌데 직감적으로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불안해진다. 도대체 뭐가 문제인 걸까? 누구에게 문제가 있는 걸까?


어떤 문제가 생길 때 사람들은 책임 규명을 하려고 한다. 그리고 그 책임 규명은 대개 그 원인이 누구에게 있는가에 집중된다. 확실한 희생양이 필요한 걸 수도 있겠다. ‘우리’가 아닌 ‘내’가 파탄나게 한 장본인을 규명해야 그래도 덜 억울할 것 같은 그런 심정인 걸까? ‘내가 이렇게 된 건 다 너 때문이야.’ 하는 순간 이 둘은 결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되는 거다. 원망하고 저주하는 사이로. 그런데 정말 때문에 가 불행하게 되는 걸까? ‘때문에 완벽했던 사랑이 망가지는 걸까? ‘우리가 될 수 없는 ’. 따지고보면 모든 사랑은 결국 자기애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


이렇게 말하면 참 단순하고 뻔한 사랑 이야기('사랑'은 이미 식상한 주제가 되었다)라고 생각할 수 있을 텐데, 김인숙은 실력 있는 편곡자처럼 단순한 멜로디라인에 화음을 얻는다. 그리고 그 멜로디 라인을 다양하게 변주한다. 진과 진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만과 의붓 어머니의 이야기, 이야나와 수니의 이야기, (유)진과 서번트의 이야기, (유)진의 서번트소녀와 그 소녀를 사랑했던 소년의 이야기 등등이 어우러져 깊고 풍성해졌다.

아무리 헤비메탈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메탈리카가 실력 있는 밴드라는 걸 부정하지는 않는다. 예를 들면 그런 거다. 나는 솔직히 남녀 간의 사랑 이야기는 그다지 선호하지 않고, 재미 있어 하지도 않고, 굳이 시간을 들여 읽고 싶어하지도 않지만, 적어도 김인숙의 이 작품은 싫지 않다. 더군다나 매도는 못하겠다. 왜냐하면 작품으로서 이 작품이 가진 미덕들을 존중하고 인정하기 때문이다. 작가가 이야기하고 싶었던 어떤 것들에 대해 공감하고, 그런 부분에 대해 공감하며 이 작품을 읽을 독자들까지 존중하게 만드는 작가의 내공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설사 이런 류의 작품을 선호하지 않는 사람들이라도 작가를 인정하게 만드는 것. 그런 측면에서 이 작가가 어떤 다른 주제의 작품을 쓴다면, 나는 그 작품을 꼭 찾아 읽어볼 것만 같다.


작가는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따지고 보면 그걸 통해 정작 이야기하고 싶었던 건 따로 있었던 것 같다. 쓰나미를 경험한 그런 처참함 속에서도 살아남은 자는 살아야 한다는 것. 우리가 어떤 자연 재해를 당하는 게 내 죄나 내 잘못 때문이 아닌 것처럼, 살면서 겪에 되는 고통이나 상실이 결코 내 탓은 아니라는 것(따지고 보면 죄책감이 심한 사람일수록 남의 탓을 할 가능성이 클테니깐). 왜 자연재해가 일어난 걸까? 왜 쓰나미로 사람들이 떼죽음을 당한 걸까? 라는 질문이 무의미한 것처럼, 왜 완벽해보였던 내 사랑이 깨졌을까. 왜 안정된 것 같았던 내 일상이 흔들릴까 하는 질문도 무의미하다는 것. 그런 건 누구에게나,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거라는 것. 다만 그래서 겁에 질려 아무 것도 안 하고 집 안에 틀어박혀 있을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니 조금은 의연해져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 어쩌면 작가가 정말로 원했던 건 그런 게 아닐까 싶다. 너의 슬픔에 대해 너의 아픔에 대해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마. 그 원인을 찾을 수도 없지만, 설사 그 원인을 찾는다고 해도 네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냐. 네가 두려워하는 것, 네게 상처준 것들을 있는 그대로 직시해. 외면하지 말고. 모든 건 거기서부터 시작되는 거야. 죽음이 있던 그 자리에서, 죽음을 경험한 그 자리에서 새로운 네 생이 시작될 거야. 그러니 두려워하지 마렴. (아가야.)

 

작가의 다정다감한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그런 측면에서 어쩌면 김인숙은 힐러. 사이비가 아닌 진짜 실력 있는 '힐러'. ‘힐러김인숙의 치료를 받고 누구나 지금보다 조금은 더 가벼워지길. 그랬으면 좋겠다.

 



YES마니아 : 로얄 c*****g 2011.08.07. 신고 공감 4 댓글 2
리뷰 총점 종이책
사랑에 집착을 버리면 자유로워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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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과 진.사랑하는 남녀의 이름이 같다는 것.그건 몇백만분의 몇 정도의 가능성이 있을까?그 힘든 가능성을 깨고, 나와 그가 같은 이름이기에 더 강하고 더 열열하고 더 애듯한 사랑을 만들거라는, 흔들리지 않는 사랑을 간직할 거라는 욕망이 강했던 걸까?그 믿음이 강해서 유진의 배신이 나를 이렇게 아프게 하는 걸까?그 섬에...  나는 유진을 만나러 갔고 그 안에서 당당하게 배 불러
"사랑에 집착을 버리면 자유로워질까?" 내용보기

진과 진.
사랑하는 남녀의 이름이 같다는 것.
그건 몇백만분의 몇 정도의 가능성이 있을까?
그 힘든 가능성을 깨고, 나와 그가 같은 이름이기에 더 강하고 더 열열하고 더 애듯한 사랑을 만들거라는, 흔들리지 않는 사랑을 간직할 거라는 욕망이 강했던 걸까?
그 믿음이 강해서 유진의 배신이 나를 이렇게 아프게 하는 걸까?

그 섬에...  나는 유진을 만나러 갔고 그 안에서 당당하게 배 불러 있는 그녀를 만났다.
그녀에게 무슨짓을 했는지 내가 찾는 것은 누구인지 껍데기만 안고 7년의 세월이 흘렀다.
7년 전 그 섬에서는 무슨일이 있었던 걸까?

아직까지 한 번도 죽음을 가까이서 본 적이 없다.
죽음을 나쁘다고 생각해 본적도 없지만 죽음을 마냥 행복하다고 생각해본적도 없다.
내가 기억하는 가장 가까운 죽음은 외할아버지와 외할머지 정도?
그만큼 조금은 남의 일인듯 죽음을 대했고 그랬기 때문에 소위 말하는
"쿨"하게 죽음을 생각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그곳, 그 아수라장 같은 상황속에서 홀연단신으로
자연 재해 앞에 쿨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봤다.
시체가 넘쳐나고 피 비릿네가 진동하는 그 곳에서 떠나간 사랑에 대한 원망을 할 수 있을까?
그 사람으로 인해 죽을 것 같았지만 죽음은 생각처럼 쉽지 않다.
더군다나 죽음을 준비했던 사람들이 아니고, 죽을 거라 예상치도 못했던 사람들의 죽음앞에
사랑의 배신 따위가 무슨 소용 있을까?


세상이 모두 무너지고 땅이 전부 갈라지지 않고서야 어떻게 사랑이 변할 수 있겠는가
변해버린 사랑을 어떻게 다시 되돌려 지킬 수가 있겠는가
진은 그날 지진이 일어났었다는 것을 믿었을 뿐만 아니라 세상모두가 무너지기를 바랐던
그 아이의 마음을 믿었다  (page 229)

지진이 흔들어 놓은 것은 땅뿐만이 아니었다. 믿고 싶었던 모든 선의와 믿고 싶지 않았던 모든
악의들이 한꺼번에 뒤섞여 흔들렸다. (page 280)

살아남은 사람들은 누구나 다 살아야만 했다. 누군가는 사랑때문에 살아야 하지만
누군가는 가족 때문에 살아야 하고, 누군가는 돈 때문에 살기도 해야 하는 것이다. (page 286)

사랑이라는 집착을 놓고 나니 살아진다.
그것 때문에 죽을 것 같던 사람도 그것을 놓고 보니 살아진다.
사랑도 내가 살아있어야 가능한 것이고, 죽음앞에 가까이 가 본 사람만이
이 세상이 더 아름다워지는 것이다.

가끔 그런 말을 한다.
"미치지 않고서야 어떻게 그런 일을...."
하지만 때론 온전한 정신으로 이세상을 아름답게 못 보는 것도 사실이다.
미치기 바로 일보직전까지의 삶...  집착을 버리면 조금은 편안하지 않을까?
책을 다 읽고....
개운한 것은 아니지만 삶, 그리고 사랑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었다.

YES마니아 : 로얄 이달의 사락 k*****3 2011.07.05. 신고 공감 3 댓글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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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미칠수 있겠니-김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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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서 연재되었던 소설을 책으로 펼쳐내었다. 미칠수 있겠니. 제목만 듣고서는 언뜻 감이 오지 않는다. 어떤 책일까 궁금했다. 과거의 이야기가 현재의 이야기가 섞여 있는 것으로 이해했다. 그런 것이라면 7년의 밤보다는 허술했다. 물론 그 책은 일종의 추리 스릴러이고 이 책은 그냥 일반 이야기식의 소설이니 비교하는 것이 큰 의미는 없지만 나만 그렇게 느낀 것인지 몰라도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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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서 연재되었던 소설을 책으로 펼쳐내었다. 미칠수 있겠니. 제목만 듣고서는 언뜻 감이 오지 않는다. 어떤 책일까 궁금했다. 과거의 이야기가 현재의 이야기가 섞여 있는 것으로 이해했다. 그런 것이라면 7년의 밤보다는 허술했다. 물론 그 책은 일종의 추리 스릴러이고 이 책은 그냥 일반 이야기식의 소설이니 비교하는 것이 큰 의미는 없지만 나만 그렇게 느낀 것인지 몰라도 이야기 자체가 헷갈렸다.

처음에 주인공인 진이 섬의 원주민이자 자기 남편의 내연여라고 생각했던 여자를 찌른 것도 7년 전의 일이었는지 지금의 일이었는지 (물론 뒤쪽에 설명이 나온다. 7년 전의 일이라고) 그렇지만 그 상황에서 진은 운전수를 만나고 그 이야기가 이어지는 헷갈릴수 밖에. 그외의 나머지는 일반적인 소설의 기법을 충실히 따르고 있는 듯 하다. 주인공인 진과 남편 유진. 별 큰 사건 없이도 유진은 섬에 가서 살겠다며 가고 진 혼자 남게된다. 서로간에 사랑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들은 그렇게 지낸다. 그게 과연 사랑이 있는 걸까. 있기나 한걸까. 매년 진은 유진을 방문하고 그러던 어느날 유진의 하녀가 아이를 가진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는 순간적으로 옆에 있던 칼로 그녀를 찌르고 그후에는 섬의 가이드이자 택시 운전사인 이야나를 만난다.

이야기가 재미가 없는 편도 아니면서 그렇다고 확 끌리는 그런 감은 적은 편이지만 아기자기한 맛은 있어서 독자층이 조금은 얉을 듯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반적으로 이런 류의 책은 여자들이 많이 읽는 편이기 때문에. 미칠수 있겠니... 제목에 비하면 이야기는 조금 심심한 느낌도 든다. 나는 책을 읽으면서 감정이입을 많이 하는 편이라 내가 주인공이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미칠수 있을까. 아니 그녀 보다는 지금의 내 상황이 더 미칠거 같다. 확 돌아버릴 것 같다. 가끔식은 소설보다는 현실이 더 만화같고 이해가 되지 않을때가 더 많다. 소설이 소설답지 못할때 아니 소설이 너무 현실과 괴리감이 있을때 쉽게 공감하지 못하는 편이다. 작가의 다른 책을 읽어보지 못해서 단정지어 말할수는 없지만 뭔가 밋밋하다. 그녀의 다른 책을 읽어봐야겠다. 그리고 나서 생각해보고 다시 이 책을 읽어야 겠다. 과연 미치겠는지 아니면 미치지 않겠는지.

이달의 사락 b***8 2011.06.10. 신고 공감 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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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칠 수 있겠니 - 미쳐야만 살수 있는 것이 인생이다
"미칠 수 있겠니 - 미쳐야만 살수 있는 것이 인생이다" 내용보기
그 문이 열리면 당신은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들을 기억하게 될 겁니다.  그러나 또한 반드시 기억해야만 할 것도 기억하게 될 겁니다.  기억해야만 할 것이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들을 지우게 될 겁니다.  내가 당신을 도와주겠습니다.  p. 46    김인숙 작가의 글이다.  <소현>을 읽으면서 역사소설을 이렇게도 풀어내는구나 싶었는데, 김인숙 작가의 역사소설과는 너무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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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문이 열리면 당신은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들을 기억하게 될 겁니다.  그러나 또한 반드시 기억해야만 할 것도 기억하게 될 겁니다.  기억해야만 할 것이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들을 지우게 될 겁니다.  내가 당신을 도와주겠습니다.  p. 46

 

 김인숙 작가의 글이다.  <소현>을 읽으면서 역사소설을 이렇게도 풀어내는구나 싶었는데, 김인숙 작가의 역사소설과는 너무나 다른 글을 만났다. 같은 작가의 글이 맞나 싶을 정도의 글.  이 추운 겨울에 미칠것 같이 더운 여름이 찾아왔다.  힐러가 진에게 이야기를 한다. 기억해야만 할 것이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들을 지우게 될것이라고.  그리고, 이렇게 진의 기억속으로 들어가본다. 김인숙 작가가 만들어 낸 진의 기억속으로.

 

 그들은 이름이 같았다.  진과 진.  이름이 같은 것만으로도 운명이라고 할 수 있을까?  운명인 듯 했다.  그들이 처음 만났을때는 말이다. 그들의 사랑이 끝이 나지 않을것 같았다.  무엇이 문제 였을까?  섬을 여행하고 섬으로 간 유진.  여전히 도서관에서 일을 하고 있는 진.  그녀의 기억은 7년전으로 되돌아간다.  아니, 그녀의 기억만이 7년전으로 돌아갔는지 모르겠다.  섬에서 만난 택시 운전사, 이야나,  이야나의 친구 만, 만의 알수 없는 양어머니, 이야나의 사랑이었던 수니 그리고 유진의 집의 서번트와 서번트를 사랑했던 춤을 추던 남자 아이.  어떤것이 진실인지 알수가 없다.   분명 7년전 유진의 집의 서번트는 임신한 몸으로 죽음을 맞이했다.  그속에 진이 있었다.  그리고 유진은 사라졌다.  살인자는 서번트를 사랑했던 아이.  정신지체 장애가 있던 아이. 그렇게 묻어버리는듯 했다.  진도 진 주변에 사람들도 알고 있었지만, 그냥 그렇게 묻어 버리고 싶었다.   그리고 이야나도 알고 있었다.  그냥 드라이버였을 뿐인데, 그가 진에게 들어오고 있다.  그리고 그 모든 기억을 지우려는 듯이 지진이 인다.

 

 사람은 다 똑같다.  진도 유진도. 이야나도 만도. 그들은 살아야만 했다.  어떤 현실이 닥칠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냥 살아야만 했다.  사랑이 떠나가면 미칠 것 같았는데, 그냥 미칠 수 있지 않았다.  미쳐야지만, 살수가 있었다.  그래서 7년을 유진을 찾아서 헤멜수 밖에 없었다.  그를 꼭 만나려고 했던것은 아니었다.  다만, 미치지 않는, 유일한 길을 찾은것 뿐이었다.  미치지 않기 위한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그냥 살수가 없었으니까.  사랑... 얼마나 오래도록 사랑이 남을수 있을까?  케로피속에 있는 알몸에 임신한 써번트를 보면서 미치지 않을 수 있을까? 사랑이라 믿었던 사람의 의지 없는 삶을 그냥 바라만 보면서 미치지 않을 수 있을까? 삶은 언제나 외롭다.  그리고 힘이든다.  진만 미칠수 있는 것이 아니라, 가난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사랑이라 이야기하면서 떠나는 수니를 보는 이야나역시 그렇다.  오직 하나, 양어머니의 자연사만을 바라는 만 또한 미칠 수 있을까?  이 모든 것을 한번에 뒤덮는다.  지진. 땅속으로 파고들어가는 건물들. 살기위해서는 미쳐야 한다.  그냥 살기위해서는 미쳐야 한다.  그 외에 무엇이 필요할까?  

 

찰튼 헤스턴은 혹성에 갇힌 것이 아니라 시간에 갇혀버린 것이다.  그가 탈출하여 돌아가야 할 곳은 그의 현재가 머물고 있는 과거였다. 현재가 머물고 있는 미래로부터 탈출하여 현재가 머물고 있을 과거로 돌아가야 하는 찰튼 헤스턴... p.190 

 

 폐허속에 파묻혀있던 자유의 여신상을 봤을때의 허탈감.  그리고 멀어져 가는 찰튼 헤스턴의 실루엣.   시간에 갇혀버린 찰튼 헤스턴처럼 진도 이야나도 시간에 갇혀버렸을지 모르겠다.  그렇지 않으면 미쳐야 하니까.  살기 위해서, 시간속에 갇혀서라도 살아야 하니까 말이다.  삶은 그렇다.  삶은 그리 녹녹하지 않으니까 말이다.  진의 삶도 이야나와 만의 삶도, 그리고 내 삶도..



d****2 2012.01.09. 신고 공감 2 댓글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