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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속에서 나비가 되어 날아다니다가 꿈을 깨고 보니 사람이었다. 하지만 나비가 사람이 된 꿈을 꾸고 있는지 사람이 나비의 꿈을 꾸고 있는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소설 《미칠 수 있겠니》를 읽으면서 장자의 「호접몽」을 말하는 것이 좀 쌩뚱맞을지 모르지만, 어제까지 장자에 심취해 있어서인지, 이 책은 마치 장자의 삶의 연장선 같다. 삶의 본연의 모습은 아무도 모르는 것이기에 삶은 어쩌면 한 낮의 꿈인지도 모른다. 처음 이 소설 《 미칠 수 있겠니》는 제목 때문에 읽고 싶지 않은 이유도 있었다. 안 그래도 미치지 않고는 , 제정신이 아니고는 살아갈 수 없는 세상에 제목까지 도발하듯 자극적이다. 어제는 한 여중생이 동네아파트에서 뛰어내렸다. 조그만 곳이라 소문이 빠른 것인지 그런 사고가 유독 많은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자살한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어쨌든 불편한 소문이다. 어떤 철학자가 말했듯이 삶은 살아내는 것이라고 했건만, 요즘은 삶을 살아내기 싫어 죽는다. 삶에서 중요한 것은 어쨌든 살아내는 것이다. 첫사랑이 찾아올 때 지독히 아팠던 것도 지나고 나면 다 아무것도 아닌게 되고, 가슴 두근거리던 설레임 이란 녀석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신의 자리를 찾아 사라져간다. 삶을 뒤흔드는 상처 또한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 낮잠과 같은 것이다. 삶은 그저 살아내다 보면, 살아지게 되는 것이고, 살아지다 보면 살게 되는 것이다. ![]()
미치도록 사랑했지만, 자신을 떠난 남자를 찾아 섬을 헤매는 한 여자가 있다. 그녀의 이름은 진, 남자의 이름도 진, 진과진의 만남은 이름처럼 운명으로 맺어졌다.사랑했던 남자와 여자. 미치도록 사랑했지만, 사랑의 열정은 다른 보통 사람들과 똑같이 삼 개월을 넘기지 못하였다. 변해가는 사랑 앞에서 차마 사랑이 변하니 따위 같은 물음은 하고 싶지 않았던 여자 진. 그러나 남자 진의 아이를 임신한 한 여자아이 앞에서, 미치지 않을 수 있겠니.... 이후 누군가가 죽었고, 누군가가 떠났고, 누군가는 살아남았다. 그 후 7년을 떠나간 남자 '진'을 찾아 헤매고 있는 여자 '진'이 있다. 사랑은 얼마나 가벼운가. 그것이 전 생의 무게보다도 더 무거운 거라고 믿어도, 서로를 못 견딜 지경이 되면 결국 밀어 올려지고, 마침내 갈라지는 것이다.
어김없이 진을 찾아 섬에 들린 진, 기억을 봉인한 채 7년전의 그날을 기억하지 못했던 그녀는 섬에 사는 택시 드라이버 이야나를 통해 자신의 봉인된 기억을 풀어 낸다. 그날 이후 한번도 기억한 적도 없고 오로지 자신만 알고 있는 사건의 내막을 기억해내고....... 늘 죽음을 꿈꾸며, 죽기 위해 산 남자 이야나와 돈많은 의붓어머니가 자연사하길 기도하는 '만'을 통해서 눈꼽만큼 없는 인생에 보태진 밑바닥에서부터 끓어오르는 살아가야만 하는 '삶의 처절함'은 통렬하다 못해 신랄하다. 그러나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섬 전체를 사라지게 한 지진은 이들에게 오히려 삶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준다.
이야나는 사라지는 것보다 더한 것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것은 사라지면서 남겨진, 참혹하고 처절한 흔적들이었다. 제목과는 너무 다르게 이들의 사랑은 눈부시게 아름답다. 삶에서 상처는 없을 수 없다. 수많은 상처 앞에 초연하기도 힘들다. 인생이라는 배를 항해하다 보면 궂은 날씨로 고생도 하고 암초에 부딪히기도 한다. 그리고 그 위기를 잘 이겨내고 나면 한동안은 순탄한 항해가 기다리고 있음을 믿어야 한다. 너무 식상한 이야기일지라도 오랜 세월 수많은 상처를 견디어내다 보면 그 믿음은 더 강해진다. 지금 이순간의 아픔을 이겨내며 살아내다 보면, 언젠가 더 행복하고 더 아름다워질 것이다. 미칠 것만 같았던 그날 이후 ‘진’이 자신의 사랑을 찾아 헤매는 마음처럼, 그런 간절함으로 삶에 집착하며 그 순간을 영원처럼 살아가지만, 그런 순간은 낮잠에 불과한 시간일지도 모른다. 상처 때문에 괴롭고 아프고 미칠 것 같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해주고 싶다. 지금의 아픔을 다독이고 위로해 주는 책이 있다고, 그것보다 좋은 책은 없을 것 같다. 어쩌면 삶이란 죽음의 가벼운 옷에 불과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난 살겠다고 생각했고, 살아있는 한은 이 삶을 믿어야겠다고 생각했고, 그리고 당신이 그리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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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년 전이다. 고등학교 1학년 겨울 한밤중, 여느 때와 다름없이 라디오를 옆에 끼고 공부를 하였는지, 음악을 들었는지, 아니면 졸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갑자기 라디오에서 뜬금없이 내 이름이 튀어 나왔다. 아마 김종환이 진행을 하던 <밤을 잊은 그대에게>가 아니었나 싶다. 같은 하늘아래 살고 있으면서도 자주 만나지 못했던 아이, s가 보낸 노래였다. PaulAnka의 crazy love.. 그때부터 이 노래는 나의 애창곡이 되어 버렸다. 아니 서서히 미치기 시작했다. 아마 그 아이도 같은 심정이었으리라 믿으며.. 저자의 블로그 아이디가 crazy love이다. 그리고 나에게 묻는다. 미칠 수 있겠니? 하고, 난 미칠 수 있다. 아니 미칠 수 있었다. 저자의 작품 속에 나오는 섬에서 사는 사람들의 언어가 과거와 현재시제, 또 미래시제가 무의미했던 만큼 나에게도 시제는 문제가 될 수 없었다. 진은 소설 속에서 7년 동안 미칠 수 있었지만, 난 현실에서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 동안 미쳐 있었던 것 같다. 아직도 선명한 단편적인 기억들, 그러나 현실에서는 절대로 일어나기가 어려웠던 일들, 그것이 꿈에서 본 것인지, 생시에서 본 것인지 분간이 안될 정도면 미쳐있었던 것이 맞다. 기억은 시간이 갈수록 왜곡 되지만, 그러한 왜곡도 미치지 않고서는 일어날수 없을 게다. 한 여자가 틈만 나면 섬을 찾아온다. 관광지인 그 섬에서 그 여자는 이름이 같은 한 남자의 흔적을 찾는다. 도서관 사서인 진은 7년 전 살인사건이 일어난 후, 주위의 따가운 시선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사건 후 사라진 유진을 찾아, 기억을 찾아 섬에 온다. 사랑하는 여자와 헤어진 후, 사는 게 마땅찮은 택시 드라이버이자 관광 가이드인 이야나, 그는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갈 뿐이다. 진을 택시에 태우고 진의 기억을 찾아 다니던 그들은 어느 날 갑자기 섬에 찾아온 지진과 해일을 만난다. 섬은 쑥대밭이 되고, 많은 사람들이 죽어간다. 지옥 같은 그곳에서 살아난 진과 이야나, 그리고 이야나의 친구 만과 그의 양어머니, 7년 전 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수감 중이다 지진과 해일로 교도소가 무너지면서 나타난 남자아이, 그 아이는 유진이 섬에서 만난 써번트인 여자아이의 남자친구이기도 했다. 그들의 이야기 하나, 하나가 맛 물리면서 진은 기억을 찾아간다. 아니, 그 기억은 진의 가슴속에 언제나처럼 들어 있었지만, 진은 애써 그 기억을 외면했을 뿐이다. 오직 자신만이 정확한 진실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살아난 그들은 이제 새로운 희망을 찾는다. 아니 새로운 사랑을 찾는다. 7년간의 세월만큼 진은 한꺼번에 늙어 버렸지만, 그만큼 그녀의 삶은 조금은 여유로워 보인다. 새로운 사랑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진 것 같다. 이야나 역시 이제 새로운 사랑에 희망을 찾는다. 소설 속에서 진을 치료하던 힐러는 말한다.“당신은 닫힌 문 앞에 있습니다. 그 문이 열리면 당신은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들을 기억하게 될 겁니다. 그러나 또한 반드시 기억해야만 할 것도 기억하게 될 겁니다. 기억해야만 할 것이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들을 지우게 될 겁니다.”내 머릿속에는 어떤 기억들이 들어 있을까? 나에게 있어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들은 무엇이고, 또 기억해야만 하는 것들은 무엇일까? crazy love 그 노래는 기억해야만 하는 걸까? 아니면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일까? 내 앞에 펼쳐져 있는 삶에, 사랑에 과연 우리는 미칠 수 있을까? 아니, 미칠 것만 같은 인생을 미치지 않고 온전히 가슴속으로 받아내며 살아갈 수 있을까? 작가의 아이디가, 그녀의 작품 제목이 나를 또 다시 미칠 것만 같게 만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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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2010년 8월 YES24 블로그에 연재된 소설을 엮어낸 것이다. 평화롭고 한적한 어느 휴양지 섬에서 지진이 일어나고, 그 속에서 일어나는 운명과도 같은 사랑과 용서에 관항 이야기이다. 이야기는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진행된다. 실종된 남편을 찾아 섬을 헤매는 진과 현지인 드라이버 이야나와 그가 사랑하는 수니의 안타까운 사랑 이야기. 그리고 두 개의 이야기가 결국 하나로 귀결되어지는 7년 전의 사건. 주인공 진의 남편 유진은 한국에서의 삶에 적응하지 못하고, 어느 날 우연히 휴양차 찾은 한 섬에서 새로운 삶을 꿈꾸게 된다. 둘은 한국과 섬에서 각각의 삶을 이어가게 된다. 유진은 섬에서 하녀로 일하던 소녀와 사랑을 나누고 소녀는 임신을 하게 된다. 그리고 어떤 이유로 소녀가 살해되면서 마침 섬에 와 있던 진은 살인사건에 연루되고 만다. 그로부터 7년의 시간이 지나고 다시 섬을 찾은 진은 섬에서 관광가이드를 하는 드라이버 이야나를 만나게 되고, 실타래처럼 얽킨 이들의 인연과 숨겨졌던 진실이 드러난다. 그리고 마침 섬에 거대한 쓰나미가 닥치고, 거대한 자연 재해 앞에서 무력하게 쓰러져 가는 사람들과 살아남은 자들을 차례로 보여 주며, 이 난장판 같은 세상에서 미치지 않고서야 살아갈 수 있겠는지 묻고 있다. 소설 전반을 관통하는 쓰나미를 보며 이 이야기가 필리핀을 배경으로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었다. 그런데 작가는 이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섬이 발리라고 한다. 발리는 대지진 지역이 아니다. 그런데도 발리를 배경으로 한 이유는 발리에는 자국어가 있는데, 발리어는 현재 시제만 존재하며 과거의 일도, 미래의 일도 현재 시제로만 말하는 것이다. 작가의 소설 속 장치로 필요했기 때문일 것이다.
소설 속 인물의 한 축이었던 수니에게 은혜를 입은 사람이 남긴 쪽지가 있다. 아마도 작가가 이 쪽지를 통해 하고픈 말을 함축해서 표현하지 않았나 싶어 전문을 실어본다.
살라고 해줘서 고마워요. 포기하면 당신이 날 먼저 죽여버리겠다고 말해줘서 고마워요. 당신이 내 링거액을 빼가버릴까봐 정말로 겁이 났어요. 당신한테 너무 많이 욕을 해서 미안해요. 그 욕의 천 배쯤을 합쳐서 사랑해요. 그리고 미안해요. 난 아직도 당신 이름을 몰라서. 그래서 아직도 이렇게 불러요. '비치bitch, 내 사랑스러운 비치.' 나, 앞으로는 무조건, 살게요.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당신은 이런 세상에서 미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가? 나는 아직 덜 미쳤나 보다. 사는 것이 쉽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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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한하게 연재소설을 읽는 동안 ‘미칠 수 있겠니’의 의미가 단순히 ‘미치다’의 의미로 다가왔고 특히 지진 장면은 정말 힘들었다. 진과 유진, 이야나와 수니와 만, 여자아이와 남자아이. 하지만 책으로 읽으니 흐름이 한 눈에 들어와서 작가님이 말한 ‘미칠 수 있겠니’가 다른 의미로도 다가왔다. 그래 난 이 소설에 빠져있었구나. 평범한 두 사람이 여행을 계기로 한 사람은 떠나고 한 사람은 남는다. 남은 사람이 떠난 사람을 찾아가지만 그는 이미 다른 세계 속에서 살고 있다. 만약 이런 상황이 닥친다면 사랑이 식어버린 거에 실망스럽기도 하다. 이름이 같은 여자 진과 남자 진 (성을 붙여 여자아이가 자신보다 힘이 세서 다행이라는 진의 말, 사건이 일어났을 때 느낀 지진에 모든 것이 무너질 거라는 생각에 안심하는 진. 사라진 유진 그리고 7년 후.. 모든 걸 다 알고 있지만 기억하지 못하는 진. 수니의 결혼으로 불면증이 생기고, 아버지에게 멍청하다고 불리는 드라이버 이야나. 의붓어머니가 죽기만을 바라는 투계에 빠진 만. 자신의 닭이 드디어 데뷔를 하는 날, 그때 지진이 나고 섬이 완전히 뒤집어진다. 현재 ‘미칠 수 있겠니’ 블로그에 소설은 없다. 책을 읽으며 연재소설과 달라진 점이 있다 싶어 들어가보니 공지사항만 남았다. 다행히 내가 쓴 중간리뷰가 있어서 다시 읽어보니 연재에 나온 부분 중 빠진 부분도 있고 추가된 부분이 있었으며 마무리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다. 사건 이후 사라진 유진을 만나게 되고,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하는 이야나 대신 이야나의 전화가 걸려온다. 사랑이 시작될 거라는 결말은 같지만 연재와 다르게 풀고자 하는 작가님의 마음이 전해진다. 이 책에 다시 미칠 수 있게 해준 아자님 정말 감사드려요~ 제목이 특이했고 발리라는 배경이 끌렸고, 작가레터에 나온 ‘고독’에 대한 생각도 궁금했다. 8월23일부터 11월30일 69회동안 미칠 듯한 내용에 제목이 정말 딱이구나 생각하기도 했고, 사고로 인한 주인공들의 얽힘도 궁금해서 매일 아침 숨죽이며 읽던 기억이 난다. 이름이 같은 진과 진의 만남, 이렇게 표현하기 뭐하지만, 잘 살고 있던 진과 진은 (구별하기 위해 남자는 성을 붙여 시간이 지나 다시 발리로 온 진을 우연히 차에 태운 이야나는 그녀의 피 묻은 손을 기억하지만 모른척하고 그녀를 위해 가이드를 한다. 섬을 구경시켜주고 딱 한번 맥주를 같이 마시며 둘의 관계가 시작된다. 누나의 죽음을 말리지 못한 죄책감에 시달리고 그로 인해 가족들에겐 멍청이로 불리고 유일하게 좋아했던 애인 수니는 다른 남자와 결혼하고, 의붓 어머니가 자연사로 죽기만을 바라는 친구 만이 있고, 택시운전을 하고 간혹 투계를 한다. 그리고 누구도 예측 못한 엄청난 지진이 일어나고 건물은 무너지고 많은 사람들이 죽는다. 바닷가에도 거리에도 병원에도 죽은 혹은 죽어가는 사람들이 있고, 산 자들은 어떻게든 도망치려 하지만 자연은 남은 이들마저도 공포에 떨게 한다. 지진은 가라앉지만 남아있는 자들은 드물다. 만은 의붓어머니를 미친 듯이 찾고, 이야나는 수니와 여자를 찾고, 여자의 앞에 진이 아닌 남자아이가 찾아오고, 만의 의붓어머니가 죽는데 범인으로 이야나가 지목되고.. 그렇게 끝이 안날듯 이어지는 소설이 드디어 끝이 났다. 난 이제 그 미침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다행히도 이야나와 진의 만남에 마음의 안정을 찾았다. '안녕하세요' 소설의 댓글에 작가님의 생활을 보여주셔서 참 다정하게 느꼈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공지도 없이 댓글에 남긴 작가님의 글은 좀 아쉬웠어요. '소현'을 읽으며 작가님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하시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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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준씨가 쓴 ‘산’이란 글에선 그가 산에 상징적인 의미를 부여하게 된 과정이 나온다. 슬프고 무섭고 한 것들은 그의 산이다. 그의 산은 도처에 늘려 있다. 평지에도 있고 도심에도 있다. 그를 아프고 힘들게 하는 일들은 모두 그의 산으로 채색되고 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인간들은 모두 그의 산을 가지기도 한다. 그런데 그 산을 가진다고 해도 그 속에 함몰될 수는 없다. 김인숙은 그의 글에서 그 산을 이겨나가는 방법을 그려내고 있다. 아프고 어려운 일들이 이야기 속에서 끊임없이 펼쳐진다. 사랑이 그려지고 살인 사건이 그려지며, 자연 재해까지 겹친다. 7년 전의 이야기와 현재의 이야기가 병치되어 가면서 이야기가 이루어져 나가는데 그 중심에 살인 사건과 지진과 해일이 있다. 이 두 가지 일은 관련되는 인물들과 어울려 복합적인 관계를 형성하면서 이야기의 핵심으로 다가간다. 그리고 그 결과가 밝혀지고 그 후의 문제에 까지 따뜻한 시선으로 풀어 나간다. 사랑은 변할 수도 있는 것이고, 그 실패에 대한 치유와 새로운 삶을 만들어 나갈 수 있는 길도 제시해 나간다. 산 속에 주저앉아 낙담하는 것이 아니라 산을 넘어 새로운 평화의 들판을 찾아가는 방향을 작가는 제시해 보고 있다. 진와 유진이란 연인의 사랑이 그려지면서 그들은 여행으로 섬을 찾게 되고, 그곳을 다녀온 유진이 그 공간을 잊지 못한다. 그리고 그곳에 가서 살기를 원한다. 진은 그런 유진을 섬에 보내놓고 가끔씩 그곳에 들러 아내의 행세를 한다. 그러는 가운데 유진의 사는 공간에 들렀다가 한 여자 아이를 만난다. 그녀는 스스로 하인이라 명명을 하면서 유진과 함께 사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그러다 그 아이가 아기를 갖게 된 것을 알게 되고, 진은 맹렬한 증오심에 빠지게 된다. 진은 유진의 사랑이 자꾸 멀어져 가는 듯한 느낌을 가지면서 역반응으로 아이에게 살의를 느끼게 된다. 그리고 그것을 시행에 옮길 기회를 엿보게 된다. 결국 그런 생각들이 살인과 연결이 되고, 현장에 함께 있었던 아이와 한 클럽에서 춤을 추는 일에 종사하는 남자 아이가 살인자로 지목된다. 진은 그 와중에 상처를 입고 병원에서 깨어나게 되는데, 그때에는 모든 살인 사건이 종결되어 있는 상황이다. 그 섬으로 진이 7년 후에 유진을 찾으러 다시 간다. 유진은 그런 일이 있은 후 진의 모든 정황을 인지하고 서핑을 간다고 하면서 떠나버리고 말았다. 그런 상황에서 그 섬에 간 진은 드라이버인 이야나를 만나게 되고, 그와 동행을 하면서 여러 곳을 다닌다. 그것은 유진을 찾는다는 이름으로 행하는 방황이다. 그런 가운데 진과 이야나는 서로 친밀해 진다. 지인 만이 이야나에게 사랑에 빠지지 말라는 충고를 하는데도 이야나는 진을 의식하는 삶을 살아간다. 이런 상황에서 진이 여권을 이야나의 차에 놓아둔다든지, 핸드폰을 분실한다든지 하는 것은 둘을 연결시키는 장치 구실을 한다. 그렇게 서로를 만나 정을 쌓아가고 있는 와중에 그 섬에 큰 일이 일어난다. 지진과 해일이다. 지난 시간 일본에 일어났던 쓰나미가 떠올랐다. 그때 정말 참혹한 광경을 화면으로 보았다. 건물 사무실이 흔들리고 물이 모든 것을 쓸어버리면서 육지로 흘러드는 모양은 형언할 수 없는 광경이었다. 사방에서 집 채 만한 물줄기가 흘러드는데, 농촌의 작은 길에서 승용차가 오도 가도 못하고 움직이는 광경을 보는 일은 슬픔 너머에 있는 아픔이었다. 무수한 상처가 주민들을 휩쓸고, 야차같이 돌아다니는 것이 보이는 듯했다. 이 소설 속의 지진과 해일은 센다이의 그 장면을 떠오르게 했다. 지진의 와중에 진은 상처를 입게 되고 이야나에게 구원을 청하게 된다. 이야나는 다른 일도 있었으나 모든 것을 도외시하고 그녀를 구하는데 마음을 다하게 된다. 그런 와중에 서로의 마음도 확인할 기회를 가지게 된다. 섬은 지진과 해일로 엄청난 상처를 입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죽고, 병원은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사람들은 서로 사람들의 생사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섬은 미친 듯한 광기에 쌓이게 된다. 그 속에서 이야나와 진은 서로의 삶을 확인하게 되는 과정을 겪게 된다. 서로의 과거를 인지하게 되고 서로의 아픔을 인식하게 된다. 묵었던 사랑에 대한 상처와 그 아픔을 지우고 새로운 사랑에 대한 느낌을 가지게 된다. 새로운 햇살이 떠올라 빛을 발하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산은 항상 산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둘레도 만들어 지고, 그 길을 손잡고 거니는 사람들이 보이게도 된다는 말이다. 그 둘레 곁에 작은 시냇물도 흐르고, 새소리도 들린다는 말이다. 진과 유진의 만남은 서로 숙명처럼 느낀다. 이유는 서로 이름이 같았기 때문이다. 둘 다 진이란 이름을 가졌다. 그것을 구분하기 위해서 한 사람의 이름을 유진으로 부르기로 한 것으로 이야기 속에 그려진다. 그만큼 필연으로 여겨지는 관계에도 금이 만들어 질 수 있다는 것을 이 이야기는 들려주고 있다. 그리고 그것에 좌절하면서 포기하는 삶이 아니라, 참고 견디고 이겨나가는 모습을 그려주고 있는 글이다. 사랑이란 변해갈 수도 있는 것이고, 새롭게 재생될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의 삶이 고착된 것이 아니고 흐르는 물과 같이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사실을 생각해 볼 수 있게 만들어 준다. 건강한 생각이 글의 전편에 면면히 흘러 우리들을 흡족케 한다. 이야기가 깔끔하게 전개된다. 군더더기가 없다. 섬세한 심리 묘사와 사건의 빠른 전개 등에서 필자의 이야기꾼 면모를 강하게 느껴볼 수 있다. 호흡이 세밀하면서도 가쁘게 만들지 않는 묘미가 깃들여 읽기에 편했다. 어떤 일에 최선을 다하고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자세, 작가가 우리들에게 요구하는 소리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 삶에 미칠 수 있겠니? 묻고 있는 작가의 깨달음이 손에 잡힐 듯 들려온다. 연재소설이면서도 그 구성력이 탄탄한, 그러면서도 세상의 논란거리를 문제로 삼아보고 있는 재미있는 이야기다. 이태준씨의 산을 산으로 여기지 않는 작가의 안목을 행복하게 살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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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을 처음 접했을 때 받은 인상은 빗자루로 꼼꼼하게 잘 쓴 마당을 보는 것 같다는 거였다. 한 번 한 번의 비질이 모아 정갈해진, 고즈넉한 사찰의 마당을 보는 듯한 그런 느낌. 많은 사람들이 오고가고 그 사람들의 사연들이 발자국이 되어 찍혀 있겠지만, 아주 고즈넉한 사찰 앞마당 말이다. 새벽녘의 조용한 우물 같은 그런 느낌의. 많은 정염들이 담겨 있지만 그것들을 차곡차곡 눌러 담아 아주 정갈해진 상태, 그런 상태의 감정들. 언제라도 격동이 있고 물결이 친다면 침전된 것들이 일어나면서 다시 부유물들로 인해 탁해질 지언정 지금은 그 자체로 아주 고요하고 조용한 상태. 그럼 느낌의 소설이다. 사랑이란 뭘까? 사랑은 만 개의 얼굴을 가진 사람과 같아서 어느 누구도 사랑을 정의내릴 수는 없다. 누구나 사랑을 시작할 때는 그것이 운명적인 사랑이고 유일한 사랑인 것처럼 생각하지만 그러한 사랑이 없다는 건 누구나 잘 안다. 어차피 인간의 사랑은 아가페적인 신의 사랑이 아니고 그렇게 될 수도 없기에, 그리고 결국 인간의 사랑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이타적이라기보다는 자기애적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사랑의 시작되기 전처럼 사랑의 끝에도 결국 남는 건 자기 자신 밖에 없는 것 같다. 그렇다면 사랑이란 뭘까? 흔적과 상처만 남기고 없어져 버린 신기루 같은 것? 실체는 없는 어떤 감정? 온전히 자기 만족적인 나르시시즘의 한 전형? 그런 게 사랑일까?
아무리 헤비메탈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메탈리카가 실력 있는 밴드라는 걸 부정하지는 않는다. 예를 들면 그런 거다. 나는 솔직히 남녀 간의 사랑 이야기는 그다지 선호하지 않고, 재미 있어 하지도 않고, 굳이 시간을 들여 읽고 싶어하지도 않지만, 적어도 김인숙의 이 작품은 싫지 않다. 더군다나 매도는 못하겠다. 왜냐하면 작품으로서 이 작품이 가진 미덕들을 존중하고 인정하기 때문이다. 작가가 이야기하고 싶었던 어떤 것들에 대해 공감하고, 그런 부분에 대해 공감하며 이 작품을 읽을 독자들까지 존중하게 만드는 작가의 내공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설사 이런 류의 작품을 선호하지 않는 사람들이라도 작가를 인정하게 만드는 것. 그런 측면에서 이 작가가 어떤 다른 주제의 작품을 쓴다면, 나는 그 작품을 꼭 찾아 읽어볼 것만 같다.
작가의 다정다감한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그런 측면에서 어쩌면 김인숙은 ‘힐러’다. 사이비가 아닌 진짜 실력 있는 '힐러'. ‘힐러’ 김인숙의 치료를 받고 누구나 지금보다 조금은 더 가벼워지길.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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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과 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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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서 연재되었던 소설을 책으로 펼쳐내었다. 미칠수 있겠니. 제목만 듣고서는 언뜻 감이 오지 않는다. 어떤 책일까 궁금했다. 과거의 이야기가 현재의 이야기가 섞여 있는 것으로 이해했다. 그런 것이라면 7년의 밤보다는 허술했다. 물론 그 책은 일종의 추리 스릴러이고 이 책은 그냥 일반 이야기식의 소설이니 비교하는 것이 큰 의미는 없지만 나만 그렇게 느낀 것인지 몰라도 이야기 자체가 헷갈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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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문이 열리면 당신은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들을 기억하게 될 겁니다. 그러나 또한 반드시 기억해야만 할 것도 기억하게 될 겁니다. 기억해야만 할 것이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들을 지우게 될 겁니다. 내가 당신을 도와주겠습니다. p. 46
김인숙 작가의 글이다. <소현>을 읽으면서 역사소설을 이렇게도 풀어내는구나 싶었는데, 김인숙 작가의 역사소설과는 너무나 다른 글을 만났다. 같은 작가의 글이 맞나 싶을 정도의 글. 이 추운 겨울에 미칠것 같이 더운 여름이 찾아왔다. 힐러가 진에게 이야기를 한다. 기억해야만 할 것이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들을 지우게 될것이라고. 그리고, 이렇게 진의 기억속으로 들어가본다. 김인숙 작가가 만들어 낸 진의 기억속으로.
그들은 이름이 같았다. 진과 진. 이름이 같은 것만으로도 운명이라고 할 수 있을까? 운명인 듯 했다. 그들이 처음 만났을때는 말이다. 그들의 사랑이 끝이 나지 않을것 같았다. 무엇이 문제 였을까? 섬을 여행하고 섬으로 간 유진. 여전히 도서관에서 일을 하고 있는 진. 그녀의 기억은 7년전으로 되돌아간다. 아니, 그녀의 기억만이 7년전으로 돌아갔는지 모르겠다. 섬에서 만난 택시 운전사, 이야나, 이야나의 친구 만, 만의 알수 없는 양어머니, 이야나의 사랑이었던 수니 그리고 유진의 집의 서번트와 서번트를 사랑했던 춤을 추던 남자 아이. 어떤것이 진실인지 알수가 없다. 분명 7년전 유진의 집의 서번트는 임신한 몸으로 죽음을 맞이했다. 그속에 진이 있었다. 그리고 유진은 사라졌다. 살인자는 서번트를 사랑했던 아이. 정신지체 장애가 있던 아이. 그렇게 묻어버리는듯 했다. 진도 진 주변에 사람들도 알고 있었지만, 그냥 그렇게 묻어 버리고 싶었다. 그리고 이야나도 알고 있었다. 그냥 드라이버였을 뿐인데, 그가 진에게 들어오고 있다. 그리고 그 모든 기억을 지우려는 듯이 지진이 인다.
사람은 다 똑같다. 진도 유진도. 이야나도 만도. 그들은 살아야만 했다. 어떤 현실이 닥칠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냥 살아야만 했다. 사랑이 떠나가면 미칠 것 같았는데, 그냥 미칠 수 있지 않았다. 미쳐야지만, 살수가 있었다. 그래서 7년을 유진을 찾아서 헤멜수 밖에 없었다. 그를 꼭 만나려고 했던것은 아니었다. 다만, 미치지 않는, 유일한 길을 찾은것 뿐이었다. 미치지 않기 위한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그냥 살수가 없었으니까. 사랑... 얼마나 오래도록 사랑이 남을수 있을까? 케로피속에 있는 알몸에 임신한 써번트를 보면서 미치지 않을 수 있을까? 사랑이라 믿었던 사람의 의지 없는 삶을 그냥 바라만 보면서 미치지 않을 수 있을까? 삶은 언제나 외롭다. 그리고 힘이든다. 진만 미칠수 있는 것이 아니라, 가난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사랑이라 이야기하면서 떠나는 수니를 보는 이야나역시 그렇다. 오직 하나, 양어머니의 자연사만을 바라는 만 또한 미칠 수 있을까? 이 모든 것을 한번에 뒤덮는다. 지진. 땅속으로 파고들어가는 건물들. 살기위해서는 미쳐야 한다. 그냥 살기위해서는 미쳐야 한다. 그 외에 무엇이 필요할까?
찰튼 헤스턴은 혹성에 갇힌 것이 아니라 시간에 갇혀버린 것이다. 그가 탈출하여 돌아가야 할 곳은 그의 현재가 머물고 있는 과거였다. 현재가 머물고 있는 미래로부터 탈출하여 현재가 머물고 있을 과거로 돌아가야 하는 찰튼 헤스턴... p.190
폐허속에 파묻혀있던 자유의 여신상을 봤을때의 허탈감. 그리고 멀어져 가는 찰튼 헤스턴의 실루엣. 시간에 갇혀버린 찰튼 헤스턴처럼 진도 이야나도 시간에 갇혀버렸을지 모르겠다. 그렇지 않으면 미쳐야 하니까. 살기 위해서, 시간속에 갇혀서라도 살아야 하니까 말이다. 삶은 그렇다. 삶은 그리 녹녹하지 않으니까 말이다. 진의 삶도 이야나와 만의 삶도, 그리고 내 삶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