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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구 방배 본동과 4동, 그리고 그 일대에 위치한 서래마을은 지난 2006년 여름 벌어진 충격적인 일로 인해 뉴스의 중심으로 떠올랐었다. 베로니크 쿠르조라는 프랑스 여성이 자신의 아기를 살해한 뒤 냉동고에 유기한 것이다. 아이의 아빠는 모(某) 미국 자동차 부품 회사의 임원으로 서울에 파견된 프랑스인 엔지니어 장 루이 쿠르조였다. 당시 베로니크 쿠르조의 임신 사실을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고, 쿠르조는 3년 전 자궁절제술을 받아 더 이상 아기를 가질 수 없다는 진단을 받은 상태였다. 쿠르조는 세 차례의 영아 살해를 자백했다. 1999년 그녀는 첫 아기를 살해해 벽난로에 불태웠다. 프랑스의 저널리스트인 가엘 게르날레크 레비의 ‘나는 임신하지 않았다’는 논란의 개념인 임신거부증을 전면에 내세운 책이다. 임신거부증의 한 특징은 산모가 자신의 임신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한 산모의 경우 태동이 감지되지 않았는데 그 이유로 자궁이 양쪽으로 나뉘어진 쌍각 자궁이라는 점이 제시되었다. 즉 태아가 두 개의 자궁 사이에 끼어 움직일 수 없었을 것이라 추정된 것이다. 이 태아는 간 비대(肝 肥大)로 추정되었었다. 프랑스의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말한다. 여성이 자신의 임신 사실을 출산 직전까지 거부하거나 억누르거나 전혀 모를 때 대개 임신 상태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고. 의사들은 그 아기들이 몰래 숨어든 작은 탑승객과 같아서 환영받지 못한 채 엄마의 신체 기관들 사이에서 숨바꼭질을 하며 세로로 자라거나 복강의 맨 위쪽에서 몸을 둥글게 말고 자란다고 말한다.(30 페이지) 저자는 학교에 다닐 때 배운 여성의 신체에 대한 상식 즉 여자는 28일 주기로 월경을 하고 임신을 하면 월경이 멎는다는 사실은 단연코 이론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저자가 전하는 바에 따르면 아기를 낳기 3일 전까지 농구 선수로 출전을 한 브라질 여성의 사례도 있다고 한다. 태아는 모성을 느낄 사이도 없는 혼란스럽고 불확실한 세계에서는 거의 움직이지 않고 장명(腸鳴: 배에서 나는 꾸르륵 소리)으로 오해되기도 한다. 결론은 임신 사실을 알지 못한 것은 산모와 남편 및 주변 사람, 의료기관(임신 6 또는 7개월까지 건강검진으로도 알아차리지 못한) 등 두루 해당한다는 기이하기가지 한 사실이다. 임신거부증에 걸린 여성 중 일부는 뒤늦은 인지 끝에 은폐 단계로 접어들기도 한다. 저자는 임신거부증은 청소년들, 정신질환자들, 사회적으로 결핍된 여성들과만 관련이 있다는 생각은 잘못된 고정관념이라 말한다.(42 페이지) 가임기 여성이라면 누구나 걸릴 가능성이 있는 것이 임신거부증의 특징이다. 저자의 나라이자 베로니크 쿠르조의 나라인 프랑스의 경우 연간 800 - 2,400 건의 임신거부증이 보고된다. 특기할 것은 임신거부증 사례 중 정신질환자의 비율은 미미하며 한 명 이상의 아기를 낳은 여성에게도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 사례자는 돈이 절실했지만 임신 14주 이내에 신고해야 수령할 수 있는 110만원의 출산장려금을 늦은 인지(認知) 탓에 수령하지 못하기도 했다. 임신거부증은 19세기 중반부터 의사들에 의해 언급되기 시작했지만 영아 살해와 관련되어 우회적으로 언급되었다.(56 페이지) 임신거부증의 거부는 감당할 수 없는 인식, 회피 차원의 방어 기제로 이해된다. 저자는 임신거부증의 메커니즘을 몇 가지로 나눈다. 1) 임신과 출산의 공포로 인한 무의식적 거부(아기가 혼외정사의 결과일 때도 거부증이 나타날 수 있다.) 2) 가족에 대한 부담(정신과 의사들은 임신거부증은 잠재적으로는 상징적 영아 살해 충동과 같고 전혀 임신 징후가 나타나지 않는 것은 무의식 속에서 상징적으로 아기를 없애는 것과 같다고 말하기도 한다.) 3) 아이를 더 낳을 수 없다는 생각(영아 살해자인 한 여성의 무죄 석방을 얻어낸 한 변호사는 여성 고유의 복잡하고 섬세하고 양면적 차원을 알게 되었다는 말을 한다.: 90 페이지) 한 산모의 경우 임신 사실을 은폐하던 끝에 혼자 낳은 아기를 사산된 줄 알고 버렸다고 한다. (92 페이지) 그 사정은 이렇다. 아기가 파랗게 질려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자 탯줄을 자르고 바깥으로 데리고 가 공기를 쐬게 했지만 여전히 숨을 쉬지 못하자 죽은 줄 알고 비닐 봉지에 담아 밖에 버린 것이다. 저자에 의하면 임신거부증이라고 해서 누구나 갓난 아기를 살해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영아 살해에 임신거부증은 상당히 빈번히 연관된다.(104 페이지) 문제는 무엇일까? 저자가 말했듯 출산이라는 난폭하고 위험한 현실일까? 저자는 아기의 비극적 죽음이 생사를 건 산모의 고통을 가린다고 말한다.(110 페이지) 그리고 영아 살해가 임신 중에는 거의 시도되지 않고 대개 출산 순간에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111 페이지) 저자는 영아 살해의 원인이 되는 임신은 감춰진 임신이 아니라 거부된 임신이라고 말한다.(118 페이지) 이에 대해 숱한 반박이 제기된다는 사실을 말해야겠다. 그러나 피임약을 복용했음에도 임신을 했고, 법적 기한 내에 임신 사실을 알지 못했기에 낙태를 할 수 없었고(알아야 낙태를 시도하든 말든 하니까) 아기를 죽일 바에야 차라리 버리라는 말에 대해서는 그럴 만한 기력이 없었고 출산이라는 갑작스럽고 즉흥적인 사건으로 아연실색했거나 겁에 질렸다는 말을 할 수 있음을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한 산모는 출산의 순간 자신의 자유의지가 어디에 있었는지 잘 몰랐다고 말한다. 산모가 겪는 출산이라는 난폭한 현실을 무시해서는 안 될 것이다. 물론 그런 사정을 헤아리는 것이 산모의 고난과 어려움에만 집중하는 것으로 비치지는 않을 것이다. 정신의학자 스타니슬라브 그로프와 산부인과 의사인 베르트랑 조르당이 말했듯 출산은 위험하고 난폭한, 그 자체 폭력의 씨앗을 내장한 통과제의이다. 물론 그로프는 출산 자체의 폭력적 성향에, 조르당은 제도적 차원의 폭력성에 초점을 맞추었다는 차이가 있다. 저자는 은밀한 출산, 고통, 두려움, 그리고 어머니 자신의 생명의 위협이 이루어지는 여건은 조금도 고려하지 않은 채 신생아 살해사건을 판단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법조인들을 비판한다.(138 페이지) 영아살해사건을 맡은 한 검사는 정상 참작은 되겠지만 어쨌든 별일 아니고 단지 임신거부증이라며 사건을 일반화시키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말한다.(166 페이지) 반면 한 영아살해자의 시아버지는 며느리가 그런 행동을 했을 때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었다는 사실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는 말을 한다.(175 페이지) 영아살해를 저지른 어머니들을 용서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사람들 중 페미니스트들도 있음은 주목할 만하다. 그들이 영아살해를 저지른 어머니들을 용서하는 것을 반대하는 것은 남자만이 유일하게 지능을 갖춘 합리적 존재이고 여자는 월경 주기와 생물학에 훨씬 더 종속되어 있다고 말하는 셈이 된다는 이유에서이다.(198 페이지) 임신거부증은 아직 법적 유효성을 인정받는 질병으로서의 위상을 얻지 못하고 있다.(204 페이지) 모성학 전문의인 베르트랑 슈나이더는 ‘영아살해 여성들을 벌해서 우리가 얻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그 여성들을 감옥에 가두는 까닭은 여론을 만족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의학적인 측면에서나 사회적인 측면에서나 그렇게 해서는 아무 것도 해결되지 않는다. 죽은 아이를 대신해서 정의를 실현하고자 한다면 그 어머니가 자신의 아이에게 어떤 빚이 있는지 그리고 그 빚을 해결하는 일이 정의와 관계가 있는지 알아 볼 일이다... 그 어머니들이 치르는 대가는 어떤 형벌보다 훨씬 더 무거울 것‘이라고 말한다.(206, 207 페이지) 한 보건의는 아기의 죽음을 어머니의 실질적 행위 탓으로 돌릴 수 있는 경우는 대단히 드물다고 말한다.(225 페이지) 저자는 어머니가 되는 동시에 살인자가 된 여성들이 몇 개월 동안 구속되는 것으로도 모자라 무거운 형벌을 받고 규탄의 대상까지 된다는 것은 부당하고도 무용한 처사라고 말한다.(228 페이지) 저자는 임신거부증의 예방에 대해서도 논한다. 사회적 차원의 대책이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어머니 또는 산모의 고통에 비해 아기에 대한 애도는 충분히 표명되지 않았다는 점이 아쉽다. 이런 주제는 별도의 책이 필요한 것일까? 우리나라의 임신거부증은 어떤 상황이고 어느 정도의 자료가 축적되었는지 모른다. 다만 우리나라는 낙태율이 상당히 높기에 임신거부증에 의한 영아살해와 비교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요람(搖籃) 아니 그 이전부터 무덤까지 아니 그 이후까지 산모에게도 아기에게도 고난과 폭력이 점철되는 현실이 우울하게 느껴진다. 임신거부증에 대한 더욱 정밀하고 객관적인 논의가 축적되어 정신의학편람에도 반영되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