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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읽는 야쿠마루 가쿠의 소설. 역시는 역시. 이렇게 잘 읽히는 이야기를 읽으면 행복해진다. 딱 손에 잡히는 크기의 이 책이 더욱 반갑다. 두가지의 사건이 반복되고 있다. 하나는 아이의 살해다. 누군가는 아이를 데려가고 그 아이를 성폭행하고 그리고 죽인다. 그런 사건이 반복되고 있다. 그렇게 되면 이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기둥은 무너지기 마련이다. 아이를 데리고 있는 부모들은 어떻게든 자신들의 아이를 보호하려고 기를 쓸 것이다. 학교를 오갈 때면 아이들을 직접적으로 데려다주고 데려와야 할 것이고 아이가 어디에 간다고 하면 가지 못하게 하거나 일일이 데려다주거나 하는 식으로 쫓아다녀야 한다. 즉 부모 중 한 사람은 아이에게 한순간도 눈을 떼지말아야 하는 결론이 나는 것이다. 그럼에도 살인은 계속될 수 있을까.
나머지 하나의 사건은 한 남자의 죽음이다. 이어서 행해지는 죽음 역시 비슷하다. 경찰은 그들 사이에 어떤 연결고리가 있음을 알고 범인을 잡으려고 한다. 비슷한 수법의 사건이 계속 일어날 경우 분명히 접점은 있다. 그 접점을 찾아서 연결점에 도착하는 순간 범인에 대한 실마리가 생기게 되는 것이다. 아무리 찾아도 증거를 찾지 못하던 경찰은 범인이 직접 보내온 범행 현장을 담은 영상가지 받게 된다. 이럴 수록 답답해지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위로는 상사의 닦달을 견뎌야 하고 거기다가 온 국민의 시선 또한 부담스러운데 미디어들까지 압박하고 나서면 경찰들이라고 하더라도 형사들이라 하더라도 아무리 프로라 하더라도 스트레스를 받기 마련이다. 그들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몇년 전엔가 아동을 성폭행한 이유로 전과자가 된 그가 석방이 된다는 소식이 있었다. 자신이 살던 그 지역으로 다시 돌아간다고 해서 그 지역의 주민들이들고 일어났다는 이야기. 물론 그도 이 책에 나온 것처럼 발목에 발찌를 달고 살아야 하겠지. 어느 정도까지 그래야 하겠지. 분명 그래야만 하는데 실제로 그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에 대한 소식은 들은 바 없다. 그저 그냥 아무런 소식없이 살고 있는게 보통 사람들처럼 살고 있는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 생각하기에 그러려니 한다. 이야기 속에서는 아이를 대상으로 하는 범죄가 계속되지 그런 전과자들을 찾아가서 알리바이를 묻기에 이른다. 만약 그들이 제대로 된 생활을 하고 있을 경우 이런 것은 사생활 침해가 되겠지만 경찰들도 아무런 증거가 없으니 답답해서 그렇게라도 찾아가는 것이 아닐까. 성인을 중심으로 한 범죄는 범인의 성명서에 의해서 이유가 밝혀진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가 생길 때마다 그런 전과자들을 죽이겠다는 것. 범인은 분명 이런 범죄와 연관된 사람임에 틀림없다. 아니라면 자신이 아이를 대상으로 한 범죄의 피해자거나 관련자일 것이다. 그런 생각은 계속 깊어만 간다. 솔직히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형사를 의심해보기도 한다. 묘하게 의심이 가는 한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이 과연 범인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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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가 너무나도 무겁고 버거운 것이었기에, 작가의 미스리딩 유도에 따른 반전은 잠깐 배신감, 아니 생뚱한 감정, 아니 부조화를 느낄 수 밖에 없었다. 범인이 누구인지를 찾는 whodunit이란 것을 잠깐 잊고 마음속으로 누가 범인인지 정해둔채 howdunit을 염두해둔 내 실수이기도 했지만 (물론, 잠깐 왜 이토에게 범인이 돈을 줘야만 하는 것인지가 의아하기는 했다. 살면서 어떤 실수와 이를 이용한 협박이 있을지라도, 내가 생각한 그 범인 - 다들 누군지 아실듯 - 의 사회적 위치 등을 생각하면 그렇게 머리를 숙여야 하는지는..좀 말이 안되기도 했다)...
#1 나중에 가면 스스로를 '상송'이라 칭하며 범행성명문 (음, 줄거리 쓰면서 생각해보니, 이 또한 내가 생각한 범인 - 다들 누군지 아실듯 - 이 할 만한 행동은 아니었다. 이게 일상적인 행동이 아닐지라도, 심리나 인상 등을 생각하면..)을, 언론, 경찰 등에 보낸 인물이 누군가를 살해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는, 아동을 상대로한 성폭행살인범을 살인하는 인물이다.
#2 자신이 해결한 범죄 피해자의 친구이자 사건 목격자와 결혼한지 5년이 되가는 형사 나가세 카즈키. 이십여년전 자신이 초등학생일떄 자신의 여동생이 살해당한 사건으로 인해 아직까지 아내와의 사이에 아이를 둘 용기가 없다. 그는, 이제 다시 발생한 여자아이 성폭행 살인사건팀에 합류하게 된다. 다른이에게는 말하지 않은 이야기를 속내에 감추고 그는 그 누구보다도 그 범인을 잡고 싶어한다.
#3 무라카미, 베테랑 형사. 그는 머리만이 잘린채 보험증과 함께 버려진 연쇄살인사건을 맡고 있다. 토막살인은 원래 피해자의 신원을 감추기 위함이지만, 이 사건에선 바로 신원을 알 수 있게 범인은 처리를 했다. 게다가 이 범인은 언론과 경찰에 자신을 프랑스 사형집행인 집안의 '상송'이라 칭하며, 아동 성폭행살인이 일어날때마다 동일 범죄를 저지른 이들을 하나씩 죽이겠다고 경고하고 있다.
Charles-Henri Sanson, 우리나라에는 알려지지않은 이름이지만 일본에선 애니나 게임캐릭터로 유명한 이름. 4대의 상송은 기요틴발명에도 기여를 했으며, 프랑스혁명때 왕실의 처형을 집행했다고. 극중 인물인 나가세는, 이 상송을 잡아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 경찰이지만, 상송이 하는 행위에 대해 피해자의 가족으로서 공감을 하고 있다, 내 안에도 상송이 있다는 말로 커밍아웃을 한 그는, 아무리 경찰의 위치라고 자신의 여동생을 죽인 남자를 보호한다는 일을 한다면 경찰을 그만두겠다고 말한다. 그에겐 경찰의 일이란, 동생을 지키지 못한 죄책감, 동생을 죽인 범죄자들을 잡아 처벌받게 한다는 복수감이 더 강했기에, 택했던 유일한 길인듯 하다. 그의 긴 고통을 보며, 범죄피해자의 가족이 얼마나 큰 고통을 겪는지 간접적이나마 느끼기에, 그에게 상송을 잡는 일을 강요한다는 것이 경찰조직이지만 부당하고도, 잔인하게 느껴질 정도이다.
하지만... 갑자기 드러난 범인의 정체는 다소 생뚱하지만, 범죄에 관련된 인물들이 피해자만이 괴로운 것이 아닌, 죽음까지 괴로워해야하는 것임을 깨닫는다. 다만, 그가 이 완전범죄를 이루기 위해 선택한 것만은, 뭐랄까 100% 용납되는 것이 아니다. 의도 또한 글쎄, 좋은 것임을 알겠지만, 왜 또 다른 이의 손에 피를 묻히게 만드는 것인가. 실상, 이 결말의 이후 이 사건이 영향을 준, 바로 그 결정적인 인물이 어떻게 될지가 너무나도 염려된다. 어둠에 너무 가까이 가서 어둠의 속을 들여다봐서 바로 그 어둠에 매몰되버릴 것만 같은. 아무리 선의에서 시작되었을지라도, 방법이 악할진대... 당신의 안에서 상송을 찾지 말기를...
p.s: 야쿠마루 가쿠 (藥丸岳)
- 형사 나츠메 노부히토 시리즈 ( 刑事・夏目信人シリーズ) - 시리즈외 天使のナイフ(2005) 천사의 나이프 에도가와 란포상 ハードラック(2011)하드럭 긴박감넘치는 추격전, 하지만 인생은 게임이 아니다 死命(2012 逃走(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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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뒤흔들 아동 성범죄 소식을 접할 때 마다 왜 그런 일이 벌어질까 무섭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다.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그런 일은 절대, 결코 일어나선 안 되는 일이지만, 세상이란.. 때론, 결코 일어나선 안 되는 일이 아무렇지 않게 일어나기도 한다. 어느 나라든 아동 성범죄가 일어나는 것을 보면 국민성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정신적인 결함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아이를 상대로 하는 범죄..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쉽지 않은 일이란 생각이 든다.
소녀를 상대로 하는 성범죄가 일어날 때 마다, 같은 범죄를 저지른(성 범죄자) 전과자들이 목이 잘린 채 시체가 된다. 목이 떨어져 나간 사체의 복부에는 암호처럼 S자가 새겨진다. 이후 비슷한 범죄가 발생하지만 성범죄자도, 연쇄 살인범도 잡히지 않는다. 그러던 중 경찰서에 컴퓨터로 쓴 편지가 도착한다. 그는 자신을 상송이라 칭하고 성범죄자가 잡히지 않는다면 과거 성 범죄자를 찾아 죽이겠다고 말한다. 이 사건에 투입된 나가세는 잊고 지내려 했던 과거가 떠오른다. 그는 과거 성 범죄자에 의해 여동생을 잃은 유족이자 경찰관이다. 나가세는 상송이라는 범인을 잡고 싶으면서도 잡히지 않았으면 하는 두 마음으로 갈등한다. 나가세는 과연... 모든 사건의 범인을 잡을 수 있을까
우리나라에서도 ‘나영이 사건’이란 이름으로 소아 성범죄가 일어났었다. 범인은 잡았지만 범인을 잡았다고 그 부모의 아픔이 사라질까? 이 책을 읽으면서 마음이 답답한 이유는 만약 내게 이 범인(상송)이 잡히기를 원합니까? 라고 물어본다면... 잡히기를 원한다고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없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내 아이가 그런 일을 당했어도 가해자를 찾아가 내 아이의 복수야를 외치며 살인을 저지를 수 없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재판의 결과를 기다리는 것? 근데 어느 날... 그 성 범죄자를 향해 칼을 겨누고 나의 복수를 대신 해준다고 생각한다면, 그리고 그 나름의 사회정의를 실현한다고 믿는다면 상송이 잡히기를 바라겠는가? 죽어 마당한 사람이 없어진다고 생각할 뿐 어느 누구도 성범죄자의 죽음을 아파할 것 같지 않다. 인간의 마음을 알 수 없을 때가 적지 않다. 취조 등으로 피의자를 조사할 때는 피의자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왜 이런 범행을 저지르고 말았는지, 눈앞의 인간은 무슨 생각을 했는지, 그러나 최근에는 아무리 해도 이해되지 않는 것들이 너무 많다. 매일 같이 그런 인간들과 대치하다 보면 사회에 대한 절망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39) 나 역시도 이런 범죄가 일어날 때마다 그 사람의 마음 안에는 뭐가 있기에 이런 잔인한 행동을 하는지 궁금할 때가 있다. 하물며 직접 얼굴을 맞대고 취조하는 경찰관이야 말해 무엇 하겠는가? 더군다나 똑같은 범죄로 동생을 잃은 나가세는 상송이 잡히지 않기를 바랬을지 모른다. 자신이 잡아야 하는 범인임에도...
책을 읽으면서 이 상황속의 경찰관 나가세, 범인을 잡아야 하는 동료 경찰의 고뇌, 무기징역을 받았지만 벌을 감면 받아 사회로 나와 똑같은 범죄를 저지른 성범죄자, 과거 성 범죄자였지만 늦게나마 딸이 생기자, 성 범죄자를 증오할 수밖에 없는 가장의 모습 모두 느낄 수 있어 답답했다. 이런 범죄들이 이 세상에서 사라지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이런 범죄들이 사라지기는커녕 더 잔인해지고, 더 지능적으로 변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이 사회에서 가장 약하고 보호받아야 하는 아이들. 그 소녀들을 상대로 범죄를 저지르는 것. 그것은 한 가정을 무참하게 짓밟는 무섭고 잔인한 일이라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 살인에는 살인으로 답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제대로 된 성 범죄자 관리가 되지 않는다면 제2의, 제3의 나영이 사건이 나오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책을 읽다가 상송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나는 노래의 한 장르라고만 생각했는데 이런 역사가 있었다는 게 신기해서 올려본다. 옛날 파리에는 세습되는 사형집행인이 있었다. 상송 가문은 6대에 걸쳐 파리의 사형집행인을 맡아온 집안이다. 특히 4대인 샤를 앙리 상송은 유명해서, 평생 동안 3천 명 가까이를 처형하고, 프랑스 혁명기에 숭경하는 국왕 루이 16세와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를 자신의 손으로 처형했다. 처형 도구로 유명한 단두대의 발명에 관한 것도 4대 상송이다. (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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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에 번역되어 있는 그의 작품이 얼마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천천히 하나씩 읽어가자는 마음으로 고른 책. 오늘 만난 그의 작품 역시 사회파 미스테리라는 장르로 분류되어 있는 소설이었다. "범죄를 없애기 위해서는 공포밖에 없다. 범죄를 저지를지도 모르는 사람들의 마음에 바닥 모를 공포를 심어 주는 것이다."
에도가와 란포 상 수상작가 야쿠마루 가쿠의 극장형 완전범죄 미스터리, '어둠아래'는 "어린 소녀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를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는 작품이다. 소녀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과거 같은 죄를 저지른 전과자들이 목 없는 사체로 발견된다. 사체의 복부에 알파벳 'S'를 새기며 스스로를 사형집행인 상송이라 칭한 범인은, 범죄가 사라지지 않는 한 학살은 계속될 거라는 범행성명문을 경찰과 매스컴에 보낸다. 한편, 과거 자신의 여동생을 범죄자에게 잃은, 경찰관이자 동시에 피해자 유족인 나가세는 이번 사건에 참여하게 되는데..
세번째로 만난 그의 장편 소설 '어둠 아래' 역시 그랬다. 소녀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를 다룬 극장형 완전범죄 미스터리라고 소개되고 있는 이 작품에서 작가는 어리석은 욕망이 낳은 범행을 살인으로 막으려 하는 예고 살인을 이야기를 풀어가는 주된 소재로 삼았다. 어린 소녀들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 "범죄를 없애기 위해서는 공포밖에 없다. 범죄를 저지를지도 모르는 사람들의 마음에 바닥 모를 공포를 심어 주는 것이다." 라고 생각하는 인물이 등장한다.
이야기는 세 명의 등장인물의 시점이 교차되면서 진행된다. 다섯 살 난 딸을 가진 베테랑 형사 무라카미, 스스로를 사형집행인 상송이라 칭하며 사법을 대신하고자 하는 연쇄살인범. 그리고 사법체계와 사적복수라는 양극단에 있는 무라카미와 상송의 가운데에서 줄타기를 하게되는 과거 여동생을 같은 범죄로 잃은 경험이 있는 신참 형사 나가세. 이들을 통해서 작가가 독자에게 던지는, 사회적으로 반드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고 말하는 화두는 두가지다.
어린 소녀를 대상으로 한 범죄로 인한 피해자와 ![]() 가해자의 인권을 지켜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우며
먼저 이 작품에서 피해자 가족의 아픔은 캐릭터들의 자리가 입체적으로 얽히는 구조를 통해 드러난다. 등장하는 여러 인물들은 현실의 사람들이 그런 것처럼 옳다와 그르다를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는 곳에 자리하지 못한다. 그건 그 인물이 겪어온 과거의 사건, 그리고 현재의 상황들이 어느 한쪽을 선택해서 머물러 있도록 그들을 내버려두지 않기 때문이다. 상송이 벌이는 살인의 동기는 어린 소녀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를 없애기 위함이다. 어린 아이를 가진 형사들은 그의 행동을 통해 분명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존재하지만, 그로인해 형사로서의 입장은 난처해진다. 아이 뿐 아니라 사법체계를 지켜야 하는 것 역시 그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특히 과거 여동생을 범죄로 잃은 경험이 있는 나가세와 사랑스러운 딸을 키우고 있는 연쇄살인범 상송의 위치는 그 양 극단 사이의 줄을 타고 균형을 잡아야 하는 동안 그들의 심리적인 부분들이 겉으로 드러난다. 내 안에도 상송이 있습니다. 상송이 악인지 정의인지는 솔직히 모르겠습니다. 사법에게는 틀림없는 악이고, 소중한 사람을 비열한 범죄로 잃은 사람에게는, 어쩌면 정의일지도 모릅니다. 라는 나가세의 말에서 그 아픔은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리고 사적복수. 피해자가 있으면 가해자가 있고, 살인범이 있으면 희생자가 있다. 대개의 경우, 사건이 일어나면 가해자와 피해자를 엄정히 가린 후에 사건의 진상과 동기를 밝혀가게 된다. 그러나 정말 그것으로 끝일까? 평생토록 지워지지 않을 정신적 외상을 입고 살아야 하는 희생자와 가족들. 한동안은 슬픔을 나누었지만 어느덧 조금씩 잊어버리거나 그 자체를 하나의 가십거리로 여기게 되어버리는 주변 사람들. 하나의 사건에 관계된 사람들의 마음속에 크고 작은 상흔이 새겨지고, 그들의 삶이 영구히 바뀌어가는 이 모든 과정을 법은 고려하지 않는다. 피해자들은 사적복수를 정의라고 바라볼 수도 있지 않을까.
우리 사회의 일반적인 보통의 보통생각을 하는 사람이라면 '사적복수'의 정당성에 관한 생각은 가져보지 않았음이 당연하다. 사회라는 곳에는 엄연히 '법'이라는 것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법'의 존재는 '복수'의 한 방법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법의 존재이유가 단지 '복수'인 것은 아니다. 때문에 법은 피해자들에게 범죄자를 재판하기 위한 게 아니라 잘못된 길로 나아간 그들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기 위한 것일 '뿐'일지도 모른다. 그들의 이런 생각을 만나게 되는 독자는 피해자 가족의 고통을 느끼면서 과연 사형이라는 이름의 살인에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게 된다.
출판사 서평에는 이번 작품에서 작가는 쫓는 자에 대한 정보는 이야기 초반부터 독자에게 밝힌 데 반해, 쫓기는 자에 대해서는 결말에 이르기까지 정확히 언급하기를 꺼렸다. 단, 이야기 진행상 다수의 용의자 정보를 하나둘씩 의도적으로 흘려 독자에게 범인을 예상하게끔 만들었다. 하지만 작가가 제시한 정보들은 독자들을 교묘하게 속이는 장치로 이용돼 미스리딩의 덫에 빠트리며, 전혀 예상치 못한 반전을 선보였다. 라고 적혀있다. 나 역시 그랬다. 이쯤에서 벌써 상송의 정체를 밝히지는 않을텐데.. 라고 생각하면서도 이야기를 통해 떠올려야 했던 수많은 생각들 덕분에 그 덫에 계속해서 빠져 있었다.
모든 캐릭터가 그 위치를 통해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끌어나가고,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범죄의 동기마저도 모호하거나 허무맹랑한 법 없이 현실적이고 타당했던 야쿠마루 가쿠의 소설 '어둠 아래'. 세 사람의 시점이 하나로 모아지는 순간, 맞이하게 되는 전혀 예상치 못한 완전범죄는 이 작품이 무겁고 진지한 사회 문제를 다루고 있으면서도 이야기가 가지고 있는 즐거움까지도 고스란히 담아내면서 멋지게 펼쳐지는 마지막 퍼즐을 완성시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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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과거 같은 죄를 저지를 전과자들을 죽이겠다는 '상송', 그는 범죄를 저지를지도 모르는 사람들의 마음에 공포심을 심어 주겠다고 스스로 나섰다. 작가는 독자들에게 '상송'의 존재가 누구인지 밝히지 않는다. 계속 '남자'라고 말하며 독자들이 '상송'의 행동을 지켜보게 하는데 나는 그 동안에 '상송'이 누구인지 짐작해 보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잘못된 판단을 한 것이지만 그 때는 나가세의 아버지가 '상송'이 아닐까 생각했었다. '상송'의 아이의 나이가 나가세의 이복 여동생의 나이와 비슷했기 때문에 의심없이 나가세의 아버지가 '상송'이라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생각한 사람이 나 혼자만은 아닌 것 같아 위안을 얻는다. 그런데 한가지 이상한 점이 있긴 했다. 에미를 말할 때 '그녀'라고 말하는 것이 이상하긴 했다. 딸에게 '그녀'라고 하다니 이상하다 생각하면서도 에미가 죽지 않고 살아 있었다면 '그녀'라고 불리워지는 것이 자연스럽겠다 싶어 억지로 나가세의 아버지를 '상송'이라 생각해 버렸는데 한참 잘못 생각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것이 반전이라면 반전일 것이다. 작가는 분명 독자들의 이런 생각을 꿰뚫었을 테니까.
피해자 유족인 나가세는 경찰이 되고자 할 때부터 경찰직을 그만둬야 할지, 계속해야 할지 고민한다. '상송'을 잡아야 하는 지금은 그 갈등이 최고조에 이른다. 자신 안에도 '상송' 있다는 발언을 한 뒤로 이미 스스로 경찰직을 벗어던진 것이나 다름없지만 말하지 않고 계속 경찰 일을 할 수도 있으나 스스로 거짓을 덮어 쓴 채 살아가는 것을 더이상 용납할 수 없어 솔직해 지기로 한다.
나가세는 경찰의 신분을 벗어던지지 않고 스스로 생각한 '정의'를 실현시킨다. 나가세가 처음 경찰이 되고자 했을 때 더이상 성범죄가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과 이런 사건이 일어나면 기필코 범죄자를 잡고야 말겠다는 생각으로 경찰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이 사건을 마주 대하며 그는 이제 앞으로 자신이 나아갈 삶의 방향을 정해야 할 때가 왔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경찰이 되었으면 범죄자든 아니든 시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한다는 '정의'는 지금 나가세에게 무리한 요구다.
살인을 저지를 때마다 살인 자체에 흥분을 느끼는 '상송'은 이미 그가 말하는 '정의'의 의미를 잃었다. 어린 시절 여동생을 범죄자에게 잃은 나가세는 경찰의 신분으로 '상송'을 잡아야 하지만 내 안에도 '상송'이 있음을 알고 스스로 정한 길로 나아간다. 경찰직을 그만둬야 할지, 계속해야 할지를 갈등하는 단계는 이미 넘어서 버렸다. 여동생 에미의 웃는 모습을 다시 볼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나가세는 '선'과 '악'의 경계에서 스스로 '정의'를 세운다. 이 사건이 마무리 된 후 나가세는 마음이 편안해졌지만 독자들은 그가 선택한 삶에 대해서는 아주 할 말이 많다. 그러나 지금은 그저 그를 지켜보고 싶다. 나가세도 잠시 동안의 평온을 즐겨도 될테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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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쿠마루 가쿠' 작가는 추리소설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천사의 나이프>로 이미 유명한 작가죠. 저도 그 소설을 뒤늦게 구입해서 읽어보았는데 역시 재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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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을 하러 다니는 길에 초등학교가 하나 있다. 평일에는 정문을 개방해 놓았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아이들이 학교에 있을 시간에는 닫혀 있게 되었고, 무언가 뚝딱뚝딱 만드나 싶었는데, 완성되고 보니 ‘학교 보안관’이 근무할 곳이었다. 학교도 보안업체가 지키고 있다고 했고, CCTV 역시 설치되어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언제부터 우리의 학교가 이렇게 철통 보안을 자랑하는 곳이 되었던가... 아무래도 세상이 점점 흉흉해지고, 아이들을 노리는 성범죄가 기승을 부리게 되다 보니 학교는 점점 폐쇄적이 되어가고, 낯선 이는 무조건 경계 대상이 되는 그런 세상에 살게 된 것이다. 참 씁쓸한 일이 아닐 수 없겠지만, 언론에서 접하게 되는 사건을 보면 어쩌면 더욱 더 보안에 신경써야 할 것은 아닌가, 더 폐쇄적이 되어도 괜찮지 않을까, 싶어지기만 한다. 그만큼 범죄의 양상이 너무 잔인하고 추악해져만 가고 있다. <어둠 아래>는 이처럼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그것도 여자 아이를 대상으로 한 범죄에 대한 이야기이다. 단순히 범죄가 발생하고 수사관들이 수사에 나서 범인을 검거하는 내용이라기 보다는 한층 더 깊이 들어가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살해하는 범인을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 것인지, 또 하나 범죄의 피해자 가족의 아픔을 우리는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번쯤 생각해 보게 만드는 내용을 담고 있다. 나는 여자나 어린 아이와 같은 약자를 향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 대해서, 특히나 그것이 성과 관련된 것이면 더욱 다른 범죄보다 중형을 부과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다른 범죄에 비해 당하는 피해자를 심각하게 망가뜨리는 범죄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잘못으로 동생을 잃었다고 생각하는 나가세 형사와 ‘상송’이라고 자신을 지칭하는 범인에 대한 그의 생각에 공감하게 되는 건 그래서 였는지 모르겠다. / 내 안에도 상송이 있습니다. 상송이 악인지 정의인지는 솔직히 모르겠습니다. 사법에게는 틀림없는 악이고, 소중한 사람을 비열한 범죄로 잃은 사람에게는, 어쩌면 정의일지도 모릅니다. (p242)/ 관조자의 입장에서라면 사실, 소크라테스의 악법도 법이다라면서 범죄자를 단죄하는 자들에 대해 반대의 입장을 보일 수 있겠지만, 만약 가까운 사람이, 아니면 스스로가 피해자가 된다면, 부실한 사법체계 안에서 죄를 충분히 받지 않는 범죄자를 보게 되고, 악마와 같은 그의 피해자가 된다면 그때에는 모두 나가세와 같은 입장이 되질 않을까? 생각한다. 미국 범죄 드라마를 보면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데 성범죄와 관련된 피해자는 평생에 걸쳐 후유증에 시달리거나 감당할 수 없어지면 자살을 하는 등 부정적인 결과를 많이 보이고 있었다. 언제나 경찰은 사건이 벌어져야 출동하고, 범인은 경찰 위에 있기도 한다. <어둠 아래>의 결론은 어쩌면 그런 현실에 대한 일종의 복수가 아닐까? 싶다. <어둠 아래>에서 보여주는 범죄는 옳다, 그르다의 문제뿐 아니라 무엇이 더 피해자를 위로하는 것인지, 범죄가 한 사람의 인생에 얼마만큼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고민해 볼 수 있는질문을 던지고 있다. 틀에 박힌 정답을 내놓기 보다 최선의 선택이랄 수 있는 답은, 과연 무엇일지 생각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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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이 야쿠마루 가쿠와의 세 번째 만남이다. 처음 <천사의 나이프>에서는 현실적으로 너무나 안이한 '소년 범죄 처벌'를, 그리고 두 번째 <허몽>에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심실상실자 범죄'를 다루었던 걸로 기억한다. 소설적인 재미도 있었지만 평소에는 잊고 지냈던 사회문제를 곰곰이 생각해 볼 수 있어서 더욱 의미 있는 작품들이었다. 작가는 이번 <어둠 아래>에서도 사회문제를 소재로 했는데, 수많은 범죄 중에서도 더욱 악질적이라 할 수 있는 '아동 성범죄'를 도마에 올려 놓았다. 한 소녀의 유린당한 사체로 풀숲에서 발견되는 사건이 일어난다. 어릴 적 여동생을 잃은 형사 나가세는 자신의 과거를 그대로 비추는 듯한 이 사건에 강한 동질감을 느낀다.그런데 며칠 후, 과거 범죄를 저질렀던 성범죄자의 목이 공원 쓰레기통에서 발견되는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난다. 범인은 '상송'이란 이름으로 경찰과 매스컴에, 아동 성범죄가 일어날 때마다 성범죄자들 또한 죽임을 당할 거라는 메시지를 보내는데...
성범죄자는 상습적이고 갱생이 어렵다.
나이토처럼 싫증도 내지 않고 몇 번이고 같은 잘못을 저지르는 인간을 남자는 얼마든지 알고 있다.
이 사회는 미쳤다. 경찰도 법률도 범죄 그 자체를 방지하는 힘은 갖고 있지 않다. (-p54)
"질서를 잃은 세계에서는 증오만이 꼬리를 물지.
....
그 반복이야. 증오만이 연쇄되는 사회, 그런 사회를 과연 올바르다 할 수있을까?" (-p215)
사상 초유의 사건에 직면한 국민들은 이 사건을 두고 의견이 엇갈린다. "살인은 좋지 않지만 그로인해 아이들을 지칠 수 있다면..."이라면서 범죄를 어느 정도 긍정하는 사람들과, 사법을 무시하고 무너뜨리는 행위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는 사람들... 쉽사리 어느 쪽이 옳다 할 수 없는 딜레마 속에서 작가는 독자들에게 또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전자발찌'라는 과격하다 할 수 있는 제도가 시행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범죄를 완전히 근절시키지는 못하고 있다. 그칠 줄 모르는 악의 손길에서 진정으로 피해자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하지만 이 책을 추리, 미스터리 면에서 보자면 조금 실망스러웠다. 독자라면 누구나 반길 '반전'이란 요소를 갖고는 있었지만 개인적으로 유쾌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 사람'이 범인이었다는 게 좀 황당했다. 좀 더 신경 써서 읽어보았더라면 이 반전도 알아차릴 수 있었겠지만, 지금도 시원하단 느낌보다는 찝찝함이 더욱 짙게 남아있다. 그래서 트릭보다는 스토리에 비중이 있는 작품이라 생각한다. 아동 성범죄가 피해자와 그 관계자들에게까지 남긴 상처가 얼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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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 후 살해당한 7세 여아의 사체가 발견되자 히다카 경찰서 소속 나가세 카즈키는 24년 전 똑같은 방식으로 살해당한 여동생 에미를 떠올리며 분노에 사로잡힙니다. 한편 사카도 지역의 공원에서 키무라라는 남자의 잘린 목이 발견되고, 이내 그가 과거 어린 소녀를 성폭행하고 살해했던 전과자임이 밝혀집니다. 그런데 얼마 후 자신을 상송(프랑스에서 6대에 걸쳐 사형집행인을 맡았던 가문)이라 자칭하는 인물이 범행성명을 통해 키무라를 죽인 건 자신이며, “앞으로 아이들이 살해당하는 범죄가 일어나면 예전에 아이를 죽이고 상해를 입힌 인간을 산 제물로 삼겠다.”라는 살인예고장을 발표합니다. 상송을 지지하는 여론이 급등하는 가운데, 여아 살인사건을 수사하던 나가세는 갑자기 상송을 수사하는 사카도 수사본부로 전출됩니다. ![]() ‘어둠 아래’는 일본에서 2006년에 발표된 작품으로, 소년범죄를 다룬 ‘천사의 나이프’로 데뷔한 야쿠마루 가쿠가 두 번째로 내놓은 극장형 범죄미스터리이자 사적 제재 혹은 사형(私刑)을 소재로 한 사회파 미스터리입니다. 개인적으로 야쿠마루 가쿠의 사회파 미스터리를 무척 좋아해서 한국에 출간된 그의 작품은 거의 다 읽었는데, 아껴 읽는다고 미루다가 거의 방치 수준에 이르고 만 ‘어둠 아래’는 초기작임에도 불구하고 최근작들보다 훨씬 더 날것 같은 생생함이 배어있어서 ‘천사의 나이프’ 못잖은 충격과 여운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여동생을 참혹하게 잃은 뒤 경찰이 됐지만 여전히 분노와 증오심에 사로잡혀있는 30대 형사 나가세, 너무 오랫동안 잔혹한 범죄를 수사해온 나머지 심신이 피폐해진 베테랑 형사 무라카미, 그리고 자신을 사형집행인이라 자처하며 소녀살해범들을 응징하겠다고 발표한 ‘남자’ 등 세 인물이 번갈아 화자로 등장합니다. 그중에서도 범죄 피해자의 유족이자 지금은 경찰이 된 나가세는 독자에게 동정과 연민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물론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불안감을 내뿜습니다. 범인이나 전과자를 대할 때면 자기도 모르게 분노의 게이지가 극에 달하는가 하면, 권총을 손에 쥘 때면 “지금껏 쌓여온 증오가 해방되는 쾌감과, 인간을 죽이는 것을 상상하며 방아쇠를 당기는 자신에 대한 공포”를 동시에 느끼는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그가 애초 몸담고 있던 소녀살해범 수사본부에서 ‘소녀살해범을 살해하는 상송 수사본부’로 자리를 옮기게 되면서 이야기의 긴장감은 배가됩니다. 만일 여동생을 살해한 자를 상송이 죽여준다면 오빠로서 기뻐해야 할지, 경찰로서 자책감을 느껴야 될지 혼란에 빠진 나가세를 지켜보는 건 아무리 소설이라 해도 독자에겐 가혹한 일일 수밖에 없습니다. ‘남자’ 혹은 ‘상송’으로 불리는 범인의 동기와 살해규칙은 무척 독특합니다. 5살 딸 사야에게 안전한 세상을 만들어주고 싶은 그는 “범죄를 없애기 위해서는 공포밖에 없다. 범죄를 저지를지도 모르는 사람들의 마음에 바닥 모를 공포를 심어 주는 것이다.”라며, 어린 소녀가 성범죄로 희생될 때마다 자신의 살인리스트에 올라있는 자들을 죽일 계획을 세웁니다. 그리고 그 계획을 언론과 경찰에 알림으로써 큰 충격을 몰고 옵니다. 문제는 경찰의 수사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여론이 ‘상송’을 지지하는 쪽으로 급격히 기운 점, 심지어 피해자가 어린 소녀들이다 보니 ‘상송’의 살인은 범행이 아니라 정당한 응징으로 평가받기 시작한 점입니다. 사적 제재 혹은 사형(私刑)을 소재로 한 사회파 미스터리는 차고 넘칠 만큼 다양하지만, 야쿠마루 가쿠의 작품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진정성과 공감력, 그리고 생생한 캐릭터와 예측하기 힘든 반전을 통해 매번 강한 여운과 깊은 인상을 남겨서 여느 사회파 미스터리와도 차별되는 매력을 발산합니다. ‘어둠 아래’는 야쿠마루 가쿠의 초기작이지만 그의 매력을 십분 만끽할 수 있는 작품으로, 그의 팬이든 아니든 사적 제재 혹은 사형(私刑)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꼭 읽어볼 만한 명품이란 생각입니다. 이제 야쿠마루 가쿠의 작품 가운데 못 읽은 건 ‘허몽’(일본 2008년) 한 편뿐인데, ‘어둠 아래’를 읽고 나니 좀더 아껴둬야 할지 당장이라도 꺼내 읽어야 할지 헷갈릴 따름입니다. 그 전에 그의 신간 소식이 들려온다면 더없이 반가운 일이겠지만 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