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역시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사실적인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사고방식도 우리나라와 비슷하기 때문에 소설을 읽으면 미국이나 유럽쪽 소설들보다 훨씬 이해가 잘 된다. 일단 감정선이 비슷하니. 도대체 집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길래 전쟁이라는 말까지 들어갔을까? 4학년인 헤이타네 가족은 사립고등학교를 들어가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는 중3인 누나와 부모님, 할아버지, 할머니가 살아가고 있다. 가족들간에 서로 의견 차이가 있다보니 시끌시끌하다. 귀가 어두워 소리를 잘 듣지 못하는 할아버지. 엄마는 할아버지가 전화받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할아버지는 항상 전화를 받으시고는 장난처럼 우주인에게서 전화가 왔다고 한다. 물론 정신은 말짱하다.
그런 할아버지가 어느날부터 할머니와 독립을 하고 싶다고 한다. 노인들만 사는 곳으로. 엄마는 이사가시는 것을 반대하지만 할아버지는 살아 생전 독립해서 할머니와만의 자유로운 생활을 하고 싶다고 주장하신다. 자유로와야 시를 쓸수 있다면서. 물론 시를 엄청나게 잘 쓰는 시인은 아니다. 하지만 할아버지에게 시란 자유로운 삶을 뜻한다.
도서관에서 혼자 벤치에 앉아 있던 누나를 만난 헤이타는 누나만이 가지고 있는 고민을 듣게 된다. 같은반 남자아이가 학교에서 선생님에게 부당한 대우를 당하고 그것을 대항하기에 앞장섰다가 선생님에게 혼났다는 이야기. 그런데 선생님이 엄마를 불러서는 이런식으로 나오면 사립고등학교에 추천서를 써주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그래서 하는수없이 선생님께 사과를 하고 누나는 같은 반 아이들에게서 왕따를 당하게 된다. 헤이타의 누나가 가슴아팠던 것은 자신의 말을 믿어주지 않았던 것.
엄마는 이사람 저사람 신경쓰지만 모든 가족들은 엄마마음대로라며 자유롭기를 소망한다. 집에서의 하루하루가 살얼음판같은 속에서 헤이타는 헤이타 나름대로의 성장을 하게 되는 이야기. 할아버지, 할머니가 독립하려고 하는 대목에서는 국경을 넘어서는 어느나라에서나 다 같은 문제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친정 엄마도 현재 독립을 위해 방랑중이다. 살아생전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살고 싶다고. 마음껏이란 자식들 눈치 보지 않고 편안한 마음으로 살고 싶다는 이야기다. 가끔 동화를 보다보면 우리가 처한 문제들이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공유할만한 그런 일들이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그와 동시에 반짝하는 해답을 발견하게 되기도 한다. 복잡하게만 생각했던 문제들이 간단하게 정리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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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타는 초등학교 4학년 남자아이다. 사춘기를 맞아 까칠한 6학년 ‘찌찌맘모스’ 누나, ‘공룡’ 엄마, 평범한 아빠, ‘우주인’ 할아버지, 할머니랑 산다. 요즘에 보기 드문 3대 6명 대가족이 한 집에 산다. 가족의 주도권은 엄마에게 있다. 온 가족을 챙기는 역할을 하다 보니 자기주장을 할 수밖에 없고 결국 잔소리꾼이 되었다. 엄마는 할아버지와 자주 싸운다. 싸우는 까닭이야 엄마가 할아버지를 잘 모시려고 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할아버지는 자유를 꿈꾼다. 서로 생각하는 것이 다르다 보니 자주 툭탁거린다. 그렇더라도 지금까지 큰 탈 없이 잘 지냈다. 그런데 할아버지 할머니가 독립을 선언한다. 노인 전용 아파트로 이사하여 두 분이 따로 살겠다는 것이다. “나한테도 뛰어넘을 게 필요해. 젊을 때는 가만히 있어도 뛰어넘어야 할 게 자꾸 찾아오지. 유키에의 중학교 시험이 그렇고, 헤이타가 친구들하고 싸우고 화해하는 것도 그렇고. 너희들은 힘들겠지만 나한테는 그런 게 아주 부러워.” 할아버지가 유키에 누나와 나를 보고 빙긋이 웃었다. “나이가 들면 모두들 친절하게 대해 주지. 그건 그것대로 고마워. 하지만 그래서는 아무것도 창조되는 게 없거든. 그 때문에도 집을 나가서 우리 둘이 살고 싶은 거야.”(151쪽) 할아버지는 밖에 나가 몸을 움직이고 스스로 부딪히면서 비로소 무엇을 창조하고 싶다고 한다. 누구한테 대접받지 않고 스스로 뭔가를 뛰어넘으려고 하며 시인으로 살아가고 싶다고 한다. 할머니 또한 자기 힘으로 살 수 있는 동안에는 뭐든 스스로 하고 싶다고 한다. 여섯 명이 함께 살면 엄마한테 의지하게 되고, 또 이해받고 인정받으려고 눈치를 보게 되니 따로 사는 게 좋겠다고 한다. 엄마는 안 된다고 펄쩍 뛴다. 엄마가 생각하기에 할아버지 할머니는 돌봐 드려야 할 사람이다. 특히 할아버지는 일하고 싶다면서 몇 번이나 시간제 일을 나갔지만 결국 계속하지 못했고, 취미로 시를 쓰며 백일장 대회에 응모하기도 하지만 상을 받은 적이 없다. 엄마가 보기에 할아버지는 철부지나 다름없다. 그러나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독립하려는 의지가 확고하다. 사립 중학교에 입학하여 기숙사 생활을 꿈꾸는 누나는 할아버지 할머니 편에 서서 싸우고 헤이타는 어떻게든 중재를 하려고 한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 누나가 오래 전 엄마한테 상처받았던 일을 가슴속에 묻고 있었던 일이 드러나 엄마를 반성하게 한다. 할아버지가 독립적인 노후 생활을 하며 좋은 시를 쓰고 싶어 한다는 사실도 인정하기에 이른다. 그리하여 1년 뒤에는 한 달에 한 번 온 가족이 함께 할아버지 할머니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 간다. 누나는 그날 하루만 중학교 기숙사에서 나올 수 있다. 새로운 가족 형태로 거듭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