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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시대 지성인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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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초판, 그리고 2011년 개정판인 이 책을 지금에서야 읽게 된 계기는 고 노무현 대통령 때문이었다. 누군가가 고 노무현 대통령을 이 책에서 사이드가 말하는 지성인의 표본으로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기 때문이다. 사실 사이드가 어떤 인물인지 익히 알고 있었고 이 책의 제목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접했을 때 가장 먼저 눈길을 끌었던 것은 "Representations of the Int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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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초판, 그리고 2011년 개정판인 이 책을 지금에서야 읽게 된 계기는 고 노무현 대통령 때문이었다. 누군가가 고 노무현 대통령을 이 책에서 사이드가 말하는 지성인의 표본으로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기 때문이다. 사실 사이드가 어떤 인물인지 익히 알고 있었고 이 책의 제목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접했을 때 가장 먼저 눈길을 끌었던 것은 "Representations of the Intellectual"이란 책 제목과 함께 "The 1993 Reith Lectures"라고 명기된 것이었다. 우선 제목에서 representations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은 마음 속에 지닌 이념이나 생각을 드러내고, 약한 자의 입장에 서서 불의를 말하는 일을 일컫는 것으로 우리나라말로 하자면 표현, 표상, 대변 정도가 되겠다. 이 책에서 저자는 지성인이란 일반대중을 위해서는 물론 일반 대중을 향해 메시지, 관점, 태도, 철학, 여론을 재현하고, 구체화하고, 표명하는 재능을 부여 받은 개인이라고 정의하면서 이렇게 재현하는 인물이란 어떤 종류의 입장을 분명히 대변하는 사람, 그리고 모든 종류의 장벽에도 불구하고 대중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사람을 일컫는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이 책 서문에서도 밝혔듯이 1948년 버트랜드 러셀에 의해 영국 BBC방송에서 시작된 라디오 강좌인 리스 강좌에 BBC가 자신을 초대했고, 이 책의 내용은 1993년에 그 강좌를 통해 강의한 내용이라 한다. 그 당시 저자가 리스 강좌를 한다는 예고 방송 때부터 자신을 향한 비난의 목소리가 쏟아졌다고 하는데, 아마도 팔레스타인의 권리 투쟁에 적극적이었기 때문이라 소개하고 있다. 요새는 시절이 좋아져서인지 이 리스 강좌를 인터넷에서 무료로 듣고 또 mp3파일로 다운받아 볼 수 있다. 이 책 내용이 그대로 담겨 있는 저자의 육성 강의는 http://www.bbc.co.uk/programmes/p00gmx4c 에서 들어볼 수 있다. 강의 육성 자체는 생기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깨고 마치 원고를 읽어 내려가듯 무미건조하다. 어쨌든 이 책에서 말하는 지성인의 조건은 신성하고 절대적인 권위를 거부하는 비판정신을 가지는 것, 언제나 자신을 공공연하게 드러내어 분명하게 직설적으로 말하고, 절대로 권력에 흡수 고용되지 않고 언제나 주변에 머물러야 하며, 어떤 권력이나 권위에 맞서더라도 독립적이고 비판적으로 행동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또한 지성인의 과업 가운데 하나는 인간의 사고와 의사전달을 극도로 제한하는 진부한 고정관념들과 도식적인 것들을 분쇄하는 것이고, 애국적 민족주의와 집단적 사고, 계급, 인종, 성적인 특권 의식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우리 시대에는 세속적 권력이 상당한 정도로 지식인 계층을 흡수 고용한다고 언급하고 있다. 그 결과 문사들이 모든 사람 위에 서서, 국가 권력을 향해 달려들고, 국가에 충성을 외치게 되었다는 것이다. 결국 지성인의 주요 의무란 그러한 압력으로부터 상대적 독립성을 모색하는 것이며, 이런 측면에서 지성인은 추방자, 주변인, 아마추어로서, 그리고 권력을 향해 진실을 말하려는 언어의 사용자로서 특성화되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지성인의 절대적으로 중요한 과업으로 추가해야 할 것 가운데 하나는 지성인이 자신의 국민들의 집단적 고통을 재현하고, 그 고통의 극심함을 입증하고, 고통의 지속적인 존재를 다시 확인하고, 고통에 대한 기억을 강화하는 것과 같은 의무가 있다고 말하면서 자신이 왜 팔레스타인의 대변자 역할을 하는지 설명하고 있다.



즉, 지성인의 과업은 위기를 보편화하고, 특정 인종이나 민족이 겪는 고통에 더욱더 큰 인류적 시각을 부여하고, 또 그러한 경험을 다른 자들의 고통과 연계시키는 것이란 말이다. 또한 추방자로서 지성인은 특권, 권력, 안락한 삶이라는 편리함 외부에 있는 주변 인물이라고 언급하면서 추방자들은 사물들을 이면에 숨겨진 것과 현시점에서의 실질적인 것의 관점 모두에서 보기 때문에 모든 것을 결코 고립된 것으로 보지 않는 이중의 시각을 가지게 되고, 서로 병렬적인 것, 다른 것과의 비교를 통해 한 상황 속에서의 인간의 문제에 있어서 더 좋고 보편적인 생각을 얻게 된다고 그 장점을 설명하고 있다. 결국 추방자의 입장에서는 사물을 단순히 있는 그대로가 아니라 그러한 것들이 그러한 식으로 되어온 방식으로서 보려는 경향을 가진다는 것이다. 비록 어떤 사람이 실제적으로는 추방자가 아닐지라도 한 사람으로서 사고하고, 장벽들에도 불구하고 상상하고 탐구하고, 그리고 집중화되고 있는 권위로부터 벗어나 언제나 주변을 향해 이동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도 함께 언급하고 있다.


d****o 2015.09.15. 신고 공감 2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