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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프레소 한잔으로 시작하는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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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커피에 대한 달달한 추억 하나쯤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커피 한잔을 사이에 두고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을 했다면 평생 쓴 맛이지만, 첫 만남에 커피를 한 수푼씩 떠먹는 그 모습에 반해서 결혼했다는 노작가에게 커피는 언제나 달콤하다.     에스프레소 커피가 잘 알려지지 않았을 때 강남의 멋진 커피숍에서 한 자매를 만났다. 메뉴판에는 처음 보는 커피 이름들이 나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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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커피에 대한 달달한 추억 하나쯤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커피 한잔을 사이에 두고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을 했다면 평생 쓴 맛이지만, 첫 만남에 커피를 한 수푼씩 떠먹는 그 모습에 반해서 결혼했다는 노작가에게 커피는 언제나 달콤하다.    
에스프레소 커피가 잘 알려지지 않았을 때 강남의 멋진 커피숍에서 한 자매를 만났다. 메뉴판에는 처음 보는 커피 이름들이 나열되어 있다. ‘에스프레소’ 이름이 예뻐서 주문을 했더니 “아침부터 쓰지 않을까요?” 라고 자매가 말했지만 모르는 티내기 싫어서 괜찮다고 했다. 이윽고 중국집에서 먹는 작은 고량주 잔에 담긴 것 같은 까만 커피가 내 앞에 놓여졌다. “설탕 조금 넣으세요?”라고 자매가 말했지만 설탕을 넣지 않는 습관 때문에 고량주 먹는 것처럼 거의 한 입에 입안으로 털어 넣었다. 순간 입 안이 쓴맛으로 가득하다. “뭐 이런 커피가 다 있지?”란 생각이 들며 얼굴을 찌푸렸는데 조금씩 입안의 커피가 단맛으로 변한다. 그래!, 에스프레소의 매력은 뒷맛에 있다.

 

쉬운 문체, 성공을 향한 핵심적인 키워드만 뽑아서 이야기하는 공병호의 책을 안 읽어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초반에는 상당한 페이퍼 파워의 힘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제는 조금 식상하다고 느끼는지 요즘 그의 책이 큰 반향은 없다. 성공적인 인생을 사는 방법에 대해서 핵심을 짚어주는 그의 글은 건조하기에 결심은 서지만 감동은 크게 없었는데 ‘에스프레소 그 행복한 사치’는 조금 다르게 다가왔다. 감성적인 디자인 때문이다. 공병호의 글과 오금택의 카툰이 조화를 이룬 이 책은 조용한 배경음악이 나오고, 사람이 없는 카페에 앉아 읽기에 좋다. 그러나 에스프레소 보다는 아메리카노 같은 양이 많은 커피가 좋지 않을까?
천천히 한 모금씩 마시며 책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성공적인 인생만 외치는 저자에게 이런 감성도 있었나?” 라는 생각을 했는데 놀랍게도 저자는 고양시 숲속에 아내와 함께 패밀리 레스토랑 ‘오월의 향기’를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이것을 보면 글쓰기는 감성으로부터 출발한다. 그러나 감성적인 제목과 디자인과는 달리 책의 내용은 역시 성공에 이르는 방법을 특유의 건조하고 기계적인 문체로 말하고 있다. 저자의 책을 몇 권 읽으면서 발견한 공통점이 하나 있는데 밑줄 긋고 싶은 곳이 참 많은 것이다. 그만큼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에 대한 동기부여나 조언은 읽는 이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 문제는 자신의 의지를 움직이고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동력이 부족하다. 너무나 지당하신 말씀만 책속에 나열되어 있기 때문이다. 내 삶의 변화보다 다른 사람 앞에서 이야기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아니 자녀들에게 인생에 대한 교훈을 준다면 인생의 교과서와 같은 그의 글은 에스프레소 향과 같은 느낌을 줄 수 있다. 문제는 그 향이 오래가지 않는데 있다.

 

인생의 모든 문제가 교과서처럼 풀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 사람들은 교과서를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쉽게 고개를 끄덕이는 글보다는 “인생의 문제 앞에서 고민하고 좌절하는 너를 이해한다.”는 입장에 섰을 때 글은 설득력이 있다. 김난도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100만부 이상 팔린 것도 “나는 너의 편이고 너의 아픔을 이해할 수 있어”란 공감대가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에스프레소 그 행복한 사치’의 아쉬움도 그 부분에 있다. 저자는 ‘진하디 진한 한 잔의 에스프레소가 여러분의 삶을 보다 깊고 향기롭게 변화시켜 줄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 라며 이 책을 출간한 목적을 말하고 있다. 그러나 커피 원두가 조금 오래되었는지 그 향을 맡기 어렵다는 생각을 한다. 흔한 비유로 말하는 것처럼 내 집 싱크대까지 수도가 연결되었지만 수도꼭지를 열어야 물이 나오는 것처럼 아무리 좋은 말을 듣고, 책을 읽는다 할지라도 자신의 의지가 있어야 삶은 변화될 수 있다. 그리고 그 책임은 저자가 아니라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런 면에서 오늘도 줄기차게 성공이라는 길을 안내하고 있는 저자의  노력과 수고는 소중한 것이고 그의 안내를 받는다면 최소한 인생이 곁길로 가지는 않을 것이란 기대감이 있다. 

 

 

이 책에서도 저자는 한결같이 일상을 성실하게 사는 사람이 성공한다고 주장한다. “누가 그것을 몰라?” 이렇게 말한다면 이 책을 일찍 접어야 한다. 결론을 알고 있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결론이 도출될 때까지의 과정이 중요하다. 저자는 자신의 글쓰기를 예로 들며 이렇게 말한다.   
‘비교적 다작인 편인 저에게 사람들이 흔히 그 비결을 물을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제가 강조하는 것은 성실함입니다. 보통 200자 원고지로 800장 정도의 분량이 되어야 한 권의 책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매일 원고지 20장 정도의 분량을 꾸준히 쓴다고 가정해 보세요. 40일이면 한 권의 책을 만들 수 있는 800매의 분량이 완성되는 것이지요.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입니다. 매일 매일 자신의 생업과 관련해 꾸준히 갈고 닦는 것은 엄청난 보람과 성취감, 더불어 그만큼의 보상을 얻게 됩니다. (153쪽)’
 
꾸준히 자신을 갈고 닦는 성실함이 성공의 비결이다. 이 결론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이런 삶을 사는 사람들은 드물다. 아는 것과 실천하는 것은 머리와 가슴 사이보다 더 멀지도 모른다. 이 간극을 없애기 위해 우리는 책을 읽고 자신의 의지를 시험한다. 매주 토요일마다 중앙일보에 실리는 정진홍 논설위원의 글을 좋아한다. 삶의 지혜를 읽기 때문이다.
4월 28일자 칼럼은 그가 홀로 떠난 산티아고 순례길 에서 깨달은 것을 토로했다. ‘오장육부의 속을 비집고 올라오듯 오래 묵은 눈물들이 솟구쳐 올랐다. 도대체 그칠 줄을 몰랐다. 정말이지 눈물을 흘린 것이 아니라 토해냈다. 내 안에 왜 이다지도 까닭 모를 눈물이 많은 걸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천지사방이 광활하기 그지없는 피레네의 산중에서 주저앉아 생각해 보니 그것은 살아왔기 때문이었다. 저마다 살아온다는 것이 보통 일인가? 알고 보면 그것만큼 힘든 일도 없지 않은가.’

저자는 이 눈물을 통해서 정말 제대로 잘살아야겠다는 생각이 절실해졌고 이 길을 걷게 한 신에게 감사한다. 삶은 지식으로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한 줄의 책이 자신을 변화시킬 수는 없다. 그러나 그 한 줄의 힘을 믿고 삶속으로 뛰어들었을 때 삶은 깨달은 자만이 흐르는 눈물이 있다. 이 눈물의 가치를 알게 되었을 때 한잔의 에스프레스가 주는 행복을 맛볼 수 있지 않을까?

에스프레소 한 잔과 사라브라이트만의 ‘First of May’를 들으며 새로운 달을 시작하고 싶다.^^

 



YES마니아 : 로얄 j*****r 2012.04.30. 신고 공감 7 댓글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