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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중.고교시절 성악가에 대한 로망은 단연 엄정행이었다.깊고도 장중함을 온누리에 발산하는 풍부한 음역은 매료될 수밖에 없었다.특히 고교시절 음악시간엔 목련화,청산에 살리라,희망의 나라로 등을 연습하고 실기 시간엔 꽤나 긴장이 되었던 기억이 새롭다.'목련화'는 갈고 닦은 기량을 최고의 음악 점수를 받기 위해 헛기침을 하면서까지 발성연습을 하고 많은 급우들 앞에서 힘껏 불렀고 좋은 점수를 받아 자부심마저 들게 되었다.
시간이 흐르고 나이가 사십대이다 보니 지나간 아련하고 좋았던 기억들의 편린들 속에 또 다시 엄정행의 맑고 장중한 가곡을 들으니 감회가 새롭다.노래를 좋아하는 사람은 자신의 기호와 취향에 따라 가수와 성악가에게 끌리는데 엄정행의 '내 마음의 강물'에 취입된 가곡들은 내가 성악을 좋아하게 된 계기를 마련해 주었고 어쩌면 내가 처음 알게된 한국의 성악가였기에 오래된 친구를 만난 기분과 친밀감이 내 가슴에 아로 새겨졌다.
목련화,청산에 살리라,떠나가는 배,비가 등은 자연과 인간,인간의 감성을 자극하는 가사가 위주이기에 여유없이 바쁘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 살아가는 현대 중년들에겐 추억과 감성을 되찾을 회심의 기회가 될거 같다.언제 들어도 청년 이미지의 깊고 장중한 엄정행의 티 없는 음역은 기분마저 새롭게 해준다.잊혀진 학창시절을 되찾게 해주고 매너리즘에 빠지고 삶의 탄력을 잃을 때 일종의 원기를 되살려 주기에 충분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