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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을 앞둔 서른아홉은 기존의 질서를 깨뜨리는 촉매가 되었다. 자신의 본질을 애써 잠재우며 직장 생활과 육아에 가둔 채 지냈던 삶에 제동을 걸고는 또 다른 선택을 감행하였다. 직장과 집을 오가며 아이를 돌보고 가정을 꾸려가느라 지칠 대로 지친 심신은 삶의 돌파구를 찾지 않으면 나락으로 떨어질 것 같은 불안감에 떨어야 했다. 언젠가는 그곳을 가보리라는 동경으로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던 나라 인도를 떠올렸다. 별다른 준비 없이 마음만 앞서 홀연히 떠난 여행길에서 맞닥뜨린 시행착오는 잊고 지낸 자신의 모습을 바로 볼 수 있게 했다. 밋밋한 생활에 앞만 보고 달려온 지난날의 삶은 지금 주안점을 두고 살아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알려줬다. 마음 한 구석이 텅 비어 만지면 금세 바스러지고 말 것 같은 메마른 영혼은 어떤 치유를 갈망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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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했던 시절...
한동안 시인의 모습을 종종 찾아다니면서 행복해 하던 시절이 있었다. 문학캠프 행사장에 내려가는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사람들 중에 유독 웃음이 잘 어울리던 그 사람... 꼭 한번 다시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소망은 이루어졌다. 예스에서 주최한 "아름다운 책 인터뷰"에서 다시 만난 그 사람... 어색한 가운데 카페 회원이라는 핑계로 뒤풀이 자리까지 쫓아가서 가까이서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듣던 그때... 그리고 아쉽지만 그만 가보야 했던 그 시간... 다음에 만났을 때는 어디론가 떠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직접 물어볼 정도로 가깝게 있지는 못했다. 옆에서 곁들었다. 쉬러 간다고 했던가. 아니면 다른 글을 쓴다고 했던가.
오로빌에 있었다
그렇게 어디론가 가는가 싶더니 한겨례에서 연재되고 있는 글을 보았다. 오로빌에 있었다. 오로빌에 있던 일을 쓴 책이 나왔다.
여성의 몸에 대해서 담백하게 다룬 시인의 시집에 대해서 누군가는 관능적인 언어로 시를 쓴다고 했지만 내가 생각할때는 순수해보였다. 누군가와 사랑에 빠진 듯한 그 눈빛과 마음으로 시를 써나가고 글을 써나가는 것 같았고 그 모습이 순수해보였다. 그 시인에게 어느 유명한 소설가 한 분이 소설을 써보면 어떠냐고 제안을 했다고 했다. 그래서 나온 소설이 "나는 춤이다"였고 "캔들 플라워"였다. 그리고 이번에 다시 "어디 아픈 데 없냐고 당신이 물었다"라는 글이 나왔다. 솔직히 시인이 오로빌에 가서 글을 쓴지는 좀 오래되었다. 오래도록 만지작거렸다. 감히... 내가 이 책에 대해서 말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머리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냥 질러보자!! 대충 생각나는 대목을 몇 자 따오고 생각나는 대로 죽 적어가기 시작했지만 뭔가 아쉽다. 그 마음을 다 표현하지 못한 글, 아쉽기만하다.
오로빌에 있었던 일을 쓴 그 책은 이렇게 시작한다.
나 좀 쉬려고요. 좀 지쳤거든요. 일단 쉬고 다시 잘 살아볼게요. 알았어요. 좀 쉬고 다시 잘 사랑해볼게요 마치 훌쩍 떠난 것에 대한 변명 같기도 하고 앞으로 잘 해보겠다는 스스로의 다짐 같기도 하다. 오로빌이라는 곳을 잘 알지는 못했지만 지난번에 한겨례에서 연재되고 있는 선우님의 글을 보며서 잠깐 살펴본 적은 있다. 이곳에 대해서 이 책은 안내서가 아님을 첫머리에 밝히고 있고 오로빌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는 것은 더욱 더 아님을 책 중간중간에서 전해주고 있다. 1954년 어느 여인이 이런 꿈을 세상에 내걸었다고 한다. 이 지구상에 어떤 나라도 영유권을 주장하지 못하는 곳이 어딘가에 있어야 합니다. 선한 의지와 진지한 열망을 지닌 모든 인간이 세계의 시민으로 자유롭게 살 수 있는 곳, 지고의 진리라는 유일한 권위에만 복종하여 살 수 있는 그런 곳이 어딘가에는 있어야 합니다. "A deram!" 1954년 8월 자그마한 한 여인이 꿈을 말한다. 사람들은 그를 "마더"라 불렀다."마더 테레사"처럼 어떤 지도자 같은 여인을 "마더"라 부른다고 한다. 파트너인 오르빈도와 "마더"의 이상처럼 오로빌에는 다양한 실험이 행해지고 있고 그 실험은 모든 인간이 자유롭게 자신의 의지로 진리라는 권위에만 복종하여 살 수 있는 것에 초점이 있다.
그 한 예는 선우님이 잠시 일을 도와주었던 꽃거 그러나 그 여인이 한품한품 들이는 노력과 정성은 어떤 생산성을 따질 일이 아니다. 그 노력과 정성이 인정받는 곳... 그곳이 오로빌이라고 할 수 있다.
오로빌은 "완전한"곳은 아니다
![]() 오로빌에서 역설적으로 보이는 것의 대표적인 것은 모패드이다. 생태계에 친화적인 오로빌이니 만큼 매연을 일으키는 모패드의 모습은 어색하게만 보인다. 어쩌면 다 쓴 자원을 다시 활용한다는 측면에서 모패드도 자연친화적이라 할 수 도 있지만 그가 뿜어내는 매연이란... 그리 곱게 보이지만은 않는다. 그러나 그 모패드가 엄연히 오로빌에 존재한다.
모패드처럼 얼핏 모순적이 보이는 것처럼 이곳 오로빌에서 가장 오래 있는 오로빌리언의 표정 이야기도 약간은 역설적이다. 사뿐사뿐 밝은 표정으로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사람들은 이곳에 처음 온 게스트일 확률이 높다. 반면에 표정이 어둡고 뭔가 심각해보이는 사람이 오래 이곳에 있던 오로빌리언 일 수도 있다.
결국 시인은 처음에 언급한 것처럼 이 책이 오로빌에 대한 안내서가 아니며 오로빌은 모든 이상이 갖춰진 곳이 아니란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제 만들어가는 곳... 우리가 싫어서 떠나온 사회의 모순점을 또다시 볼 수도 있는 곳... 그러나 그런 점들을 개선해나갈 수 있는 힘이 있는 곳... 오로빌의 모습을 한 단락으로 정리해보면 이렇게 할 수 있겠다. 황무지에 나무 한그루 심는 것으로 시작해서 새로운 숲을 일구는 사다나포레스트가 초창기의 오로빌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라는 말처럼 뭔가 되어가는 힘이 있는 곳, 그런 곳이 오로빌이라고 말하고 있다. 오로빌에선 모든 것이 "되어가는 과정"이지 평화롭고 완숙한 결론에 미리 도달해 있는 것이 없다. 완성형이 아니라 다양한 실험들이 모색되고 실천되는 과정의 마을인 오로빌은 "-되기 마을"이다.
시와 같은 "흐르는" 글들, 사랑!
선우님은 자신이 소설가라기보다는 "시인"이라 불리고 싶다고 했다. 그 말 만큼이나 선우님의 산문이나 소설들도 "시적"이다. 모패드와 마치 대화하는 듯 써 놓은 그 글. 살짝 끊어지는 듯, 대화하는 듯, 때로는 생명을 불어넣는 듯 부드러운 랩을 부르듯 운율을 넣어 그렇게 써 놓았다.
아, 참, 내 착한 모패드. 서운해하지 마. 생명엔 수명과 은퇴라는 게 있는 거니까. 그 순간, 내 착한 모패드가 포옥, 한숨을 내쉬는 걸 들은 것만 같다. 아, 나도 그만 은퇴해 쉬고 싶다고. 그나저나 저 애들, 풍선타고 다니면 정말 예쁘겠어. 그때는 나도 풍선이 되고 싶어라. 그래그래...... 내가 고개를 끄덕인다. 아니면......바람도 좋지! 79p
선우님의 글에는 "사랑"이라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사랑하는 사람은 예쁘다고 하고 힘이 있다고 한다. 자칫 시사적인 이야기로 심각해질 수 있는 "캔들플라워"에서도 사랑에 빠진 두 남녀의 모습을 촛불 사이에 끼워넣었다. 그리고 그 사랑이 힘이 가장 세다고 했다. 사랑에 빠진 이들은 예쁘다. 지상에서 제일 힘이 센 사람들은 사랑에 빠진 사람들이다. 사랑하는 사람들끼리의 깊은 친밀감과 마법같은 일체감. 사람이 긴 인생을 살 수 있는 것은 바로 그런 사랑의 감정이 있기 때문일 터. 사랑이 없다면 인생은 얼마나 지루할 것이냐. 사랑하지 않는 순간은 손해다. 설령 사랑 때문에 아프게 될지라도 사랑에 빠지는 것이 남는 장사다. "어디 아픈데 없냐고 당신이 물었다"는 책에서 오로빌의 지금 "되어가는 과정"이 보인다. 그리고 선우님이 말한 사랑의 힘도 보인다. "아픈데 없냐고"묻는 것도 결국 서로가 사랑하는 힘이 있기 때문일 것이고 황무지에 심은 한 그루 나무에서 숲을 일구는 모습도 사랑의 힘이 있기 때문일 게다.
간간이 신문에 연재되던 글을 보면 오로빌에 쉬러 가면서도 완전히 쉬지는 못했나보다. 그 모습을 본지도 오래되었다. 여전히 이런저런 것들을 사랑하면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으리라. 이 책은 사인을 받지 못했다. 어느 세월에 받으러 갈 수 있을까.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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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광화문에 약속이 있어 갔다가 시간 떼우느라 서점 어슬렁거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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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말인가? 김선우 시인께서 인도 오르빌에 가신다는 소식을 들했다. 그리고 얼마전에 새 책을 내셨다고 한다. 그 책 내용이 오르빌에 대한 것이라고 한다. 나는 처음에 '오르빌'이라는 것이 단순히 인도의 지명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르빌' 단순한 인도의 지명이 아니었다. 특별한 곳이었다. 지구에서 단 하나뿐인 공동체! '한 번 읽어볼까!'하며 책을 펼쳤는데 어느 새 책장이 빨리 넘어간다. 김선우 시인의 책은 그렇다. '캔들플라워'도 그랬다. 그냥 빠져든다. 그런데 그게 즐겁고 재밌다. 작가의 생각과 김선우라는 사람에게서 풍겨오는 향긋함과 선한 에너지가 좋다. 문장 하나, 단어 하나마다 청정함이 느껴지고 마치 깊은 숲에 들어가 있는 듯한 느낌이다. 나무냄새, 풀냄새가 나고 신선한 바람이 분다. 책 속에서! (어제 잠자기 전에 이 책을 읽다 잤다. 잠들 때 혹시 이 책 내용이 꿈이 나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진짜로 지난 밤에 김선우 시인과 이 책에 대해 얘기하는 꿈을 꿨다. 아쉽게도 그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다.) 오로빌이라는 특별한 공동체 '오로빌(Auroville)'은 스리 오도빈도와 그의 반려자 마더가 주축이 되어 만든 특별한 공동체이다. '꿈(A Dream)'에 이런 문장이 있다. '이 지구상에 어떤 나라도 영유권을 주장하지 못하는 곳이 어딘가에는 있어야 합니다. 선한 의지와 진지한 열망을 지닌 모든 인간이 세계의 시민으로 자유롭게 살 수 있는 곳, 지고의 진리라는 유일한 권위에만 복종하여 살 수 있는 그런 곳이 어딘가에는 있어야 합니다.' 이 공동체가 인도 동남부에 만들어진지 40여년이 지났다고 한다. 중앙에는 금색의 돔형 건물(마트리만디르, 명상하는 곳)이 있고 반경 5Km의 원형 공간에 나선형으로 130여개의 커뮤니티들이 있다고 한다. 이 곳은 지구상의 어떤 곳과도 다른 것 같다. 민주주의와 공산주의가 적절히 섞여 있다고 한다. 지위의 높고 낮음이 없고, 기본적으로 개인소유가 없고 공동소유다. 하지만 상업 유닛에서는 외부로 물건을 사고 팔기도 하고 월급도 준다고 한다. 돈을 벌어도 공동체를 위해 기부를 많이 한다(이 곳에서 살려면 돈욕심을 버려야 할 듯). 초기에는 황무지였으나 지금은 숲이 울창하다고 한다. 오로빌리언 1세대부터 3세대까지 그들만의 철학에 따라 산다. 사소한 것이 기쁨이 된다 오로빌은 참 다른 곳이다.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 되는 곳이다. 원하는 커뮤니티에 들어갈 수도 있고 새로운 커뮤니티를 만들 수도 있다. 풀잎을 닦아주는 여자의 손은 아름답다. 꽃들을 주워서 거름을 만드는 할머니(오로컬쳐)의 동작은 성스럽다. 그 꽃들이 흙이 되고 그 흙에서 향기가 난다. 이 곳에서는 정원 가꾸는 일, 행정업무, 식사 준비, 빵굽는 것 등 자신이 하고 싶은 일들을 지원하면 된다. '아이들과 놀아주기'같은 사소해보일 수 있는 일들도 공동체에 도움이 된다면 당당히 직업으로 인정받는다. 공동체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기쁨이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교육제도다. 학생수와 거의 같은 선생님들이 계시다고 한다. 정해진 수업은 없다. 학생들이 스스로 자신이 배우고 싶은 것들을 선생님에게 제안하고 선생님은 학생들을 도와준다. 오로빌의 아이들은 그 자체가 꽃이고 반짝거림이고 꿈이고 오로빌의 미래다. "아무것도 가르칠 수 없다. 가까운 것에서부터 시작하여 먼 것으로 나아가라. 자신의 성장은 자신의 마음의 인도를 받아야한다"는 교육의 세 가지 원칙.(113쪽) 오로빌의 도전과 실험 '오로빌'은 누군가 한 번쯤 생각했을 법한 이상적인 공동체다. 동화책이나 영화에서나 존재할 만한 공동체다. 그런 매력 때문에 전세계에서 오로빌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오로빌을 보러 온 사람들을 '게스트', 오로빌리언이 되려는 사람을 '뉴커머'라고 부른다고 한다. 음악, 연극, 미술, 문학 등의 예술인들이 많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전시회, 음악회, 영화 상영이나 연극 공연이 많다고 한다. 그런데 이것이 모두 공짜! 오로빌이라고 해서 밝은 면만 있는 것이 아니다. 아직까지 오토바이가 사용되어 매연을 발생시킨다고 한다. 그리고 오로빌리언은 물질적으로 풍족하지 않다(먹고 사는데는 큰 어려움이 없다고 한다). 그리고 어느 사회나 그렇겠지만 구성원들 사이에 갈등이 존재한다고 한다. 이 곳에 모여든 사람들은 개성이 강한 편이라 분쟁이 있고 서로 합의에 도달하는 시간이 길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누구나 제안을 할 수 있고 그 제안은 존중받는다는 것이다. 이 곳에서 어떤 쟁점에 대한 논의에서 다수결제가 아닌 만장일치제가 채택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오랜 논의끝에 결정이 되는 경우가 많아서 오로빌은 천천히 변한다고 한다. '오로빌'의 진정한 매력이 이상적인 공동체로 나아가는 그들의 '실험들'인 것 같다. 정해진 결론은 없다. 중요한 것은 '열린 마음'이고 오로빌은 '완성되어 가는 중'이다. 현재 오로빌에서는 여러 커뮤니티에서 다양한 실험들이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그들은 고민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 그리고 인간의 영적, 의식적 성숙을 위해서. 이상을 향한 오로빌의 도전과 실험이 진정 오로빌의 매력이고 오로빌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은 과도적인 존재다', 오로빌에 주목 오로빌을 세운 스리 오도빈도는 '인간은 과도적인 존재다'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현재의 인간보더 더 나은 인간의 출현을 대비하여 오로빌을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스리 오도빈도의 이 생각이 현재 오로빌을 지배하는 철학일 것이다. 현재 오로빌도 과도적인 존재여서 현재보다 더 나은 오로빌이 되는 실험을 진행중이다. 세계에서 온 다양한 인종, 종교, 국적을 가진 사람들이 별 탈없이 오로빌에서 살 수 있는 것은 지금은 '되어 가는 중'이라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어떤 절대적인 가치를 따르지 않고 다양성을 존중한다는 생각. 물질적인 욕심보다 정신적인 평화와 자유를 소중히 생각하는 생각이 오로빌에서는 중요하다. 오로빌은 현재 해결해야 할 숙제들이 있지만 그들은 이상이 있고 꿈이 있다. 그들은 40여년전에 황무지를 울창한 숲으로 만들었다. 그들이 실현하려는 공동체와 실험들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구상에서 인간이 얼마나 선하고 영적인 공동체를 구현할 수 있을까? 우리 모두는 오로빌을 주목해야 하다. 왜냐면 오로빌은 우리 미래의 삶의 대안 또는 우리 미래의 모습일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선한 에너지, 신선한 에너지! 김선우 시인이 크리스마스 즈음에 오로빌에 가서 지낸 이야기가 쓰여져 있다. 김선우님은 오로빌에서 야생 공작새와 아침식사를 하고 파파야 열매와 눈인사를 하고 오로빌에서 길을 헤멘다. '캔들플러워'에서 지오가 살았던 마을이 오로빌같은 마을이 아니었을까? 김선우님은 오로빌에서 선한 에너지를 충전해서 왔을 것이다. 그리고 그 에너지를 이 책에 넣어준 것 같다(독자로서 그 에너지를 받은 듯한^^). 책에 담겨진 오로빌과 김선우님의 선한 에너지는 시원하고 신선한 에너지이다. 이 책 덕분에 나는 오로빌의 존재를 알았다. 지구 어딘가에 오로빌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나는 기분이 좋고 인류의 미래는 희망적이라고 생각한다. 책에 오로빌에서 찍은 것으로 보이는 여러 사진들이 있어서 좋았다(간단한 사진 설명이 있었으면 더 좋겠을텐데). 이 책에서 드문드문 작가의 생각과 추구하는 이상이 드러나 있다. 그리고 획일화된 한국사회에 대한 안타까운 시선도 있다. 한국사회가 좀 더 다양한 시각과 약자를 존중해줬으면, 오로빌만큼은 아니더라도. 내 바램이다. 그리고 이 책에서 김선우 시인의 솔직담백함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김선우 시인이 옆에서 얘기하는 듯한 편안함도. 오로빌에 한국인들도 있다고 한다. 작가는 오로빌에 한국의 문화예술을 알리는 '코리안 파빌리언'이 만들어지기를 소망한다. 오로빌, 가고 싶은 곳이 한 곳 늘었다! 파파야 향기를 맡고 싶고 반얀 나무를 안아 보고 싶다. 껍데기는 가라 오로빌에서는 시간이 느리게 흐른다고 한다. 이 책을 읽으며 현재 나의 삶에 대하여 생각해봤다. 이렇게 바쁘게 일만 하다가 늙어 죽는다면 너무 억울할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오로빌에서 사는 사람들이 너무나 부러웠다. 그렇다고 오로빌리언이 되고 싶은 건 아니다. 하지만 내가 내 삶의 노예가 되고 싶지는 않다. 내 삶에 치여 살기는 싫다. 어차피 현재 내가 살고 있는 환경에서 벗어나서 살기는 힘들다. 이 책에 '세상에 있자, 그러나 세상의 것이 되지는 말자'는 소제목이 있다. 작가가 선호하는 '현실에 발디디되 뒤꿈치를 살짝 든 상태의 보폭'을 나 역시 선호한다. 현실은 인정하되, 타인이 내 삶의 주인이 되도록 놔두고 싶지 않다. 내 삶의 주인은 나 뿐이다! 눈치보며 겉치레하며 사는 삶은 반대다. 그건 껍데기로 사는 거니까! 나는 알맹이로 살고 싶다. 나는 내 정신적 성숙에 대하여 얼마나 관심이 있었나? 하루에 내 삶에 대하여 5분이라도 생각해 봤는가? 오로빌에서 명상은 하루 일과의 일부이다. 이 책은 돈과 물질을 우선시하는 현실에서 내 내면으로 시선을 돌리게 한다. 이 책은 오로빌리언들의 삶을 통해 지금까지의 내 삶을 되돌아 보고 반성하게 한다. 이 책은 '인생에서 무엇이 중요한가?' 라는 질문을 나에게 던진다. 이제부터라도 조금 덜 욕심부리고 조금 더 내려놓으며 살고 싶다. 조금 더 느리고 여유있게 멀리 보며 살고 싶다. 그리고 더 많이 사랑하고 더 많이 나누며 살고 싶다. 그리고 잠깐이라도 내 삶을 뒤돌아보는 시간을 갖고 싶다. 이렇게 나의 껍데기들을 천천히 벗어던지면 내 알맹이들이 보일 거야. 그리고 내가 진정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 게 될 거야.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방'이 필요한 존재다. 어차피 존재의 고독은 혼자 감당하게 설계되어 있는 것이고, 고독은 행복의 반대편에 있는 말이 아니다. (46쪽) 만다라 같다는 느낌이 드는 은수의 그림들은 균형 잡힌 배치와 색감들이 조화롭다. 은수가 낙서하듯 그린 그림들을 뜰에 내놓고 햇볕과 바람에게 구경시킨 적이 있다. 햇님이 은수 그림 끝내주게 잘 그렸대. 그랬더니 은수는 살짝 부끄러워하며 웃는다. 그러더니 내 귀에 대고 살짝 묻는다. "바람은?" 그런다. "바람은 뭐라고 해?" (124쪽) 불살생 - 비폭력평화의 실천으로서의 채식. (131쪽) 석유 자동차 사용자라는 죄책감을 상쇄할 수 있는 게 채식주의자로 사는 게 아닐까, 하고. (134쪽) "욕망의 만족을 얻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의식의 성장을 위한 경제"에 대한 마더의 원칙이 가장 아름다운 형태로 적용되는 듯한, (211쪽) 사랑은 가장 좋은 행복의 원천이면서 불행의 씨앗이기도 하다. (225쪽) 당신은 당신이 생각하는 대로 살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어느 순간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될 것이다. 청년기 오랫동안 내 다이어리 맨 앞 장에 적어두곤 했던 말을 다시금 떠올린다. 어디서든 초심을 유지하도록 매일 매순간 스스로를 깨우고 자기 감각을 점검하지 않으면 우리는 어느 순간 삶의 주인이 아니라 삶의 노예가 되어있을지도 모른다. (267쪽) 나는 현실에 발디디되 뒤꿈치를 살짝 든 상태의 보폭을 선호하는 사람이다. (288쪽) 주어진 현실에 최선을 다하라는 말이 나는 싫다. 주어진 현실에 최선을 다해 살다가는 주어진 현실만큼 타락하기도 일쑤이니, 주어진 현실에 최선을 다한다는 것은 주어지니 현실을 혁명해야 하는 점에 대해 열렬히 깨어 있는 자세와 함께 요구되어야 할 일이다. (288~289쪽) <단어> 1)초발심(初發-心): <불교>보리심을 처음으로 일으킴. 천태종에서는 십주(十住)의 첫 단계이며, 화엄종에서는 십신(十信)의 마지막 단계이다. 2)유정하다 -> 유정: 인정이나 동정심이 있음. 3)아힘사(Ahimsa): 산스크리트어, [종교] 인도 종교·도덕의 기본적 사상. ‘불살생(不殺生)’의 뜻으로, 힌두교에서 이상으로 삼고 있으며, 간디가 독립 운동을 벌일 때는 ‘비폭력’의 뜻으로 사용하였다. 4)해먹: 기둥 사이나 나무 그늘 같은 곳에 달아매어 침상으로 쓰는 그물.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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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본성을 확인해 가는 시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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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우 시인의 여행에세이다. 실로 오랜만에 여행 에세이를 집어 들었다. 한때는 목구멍까지 차오른 떠나고 싶은 욕망과 발목 잡힌 현실 사이에서 그 간극을 메워준 것이 여행에세이였다. 이마저도 시들해진 건, 떠난 사람들이 여행을 통해 뭔가 대단한 것을 얻은 것처럼, 나 자신이 뭔가 크게 달라진 것처럼 말하는 것이 조금은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성인이 된 후로 떠난 여행에서, 이후 달라진 것이라곤 통장 잔고밖에 없었던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무엇을 어떻게 생각하든 그것은 오롯이 읽는 사람의 몫일 것 같다. 나의 경우, 지금 내 삶을 누구보다 사랑하게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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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시인 김선우가 인도에 있는 작은 '오로빌' 이라는 마을을 다녀온 후에 쓴 여행에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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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세상은 넓은가 보다. 이 지구상 어딘가에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도시가 있다는 것이 새삼 놀랍다. 특히 아직은 가난한 나라로 이해하고 있던 인도의 어딘가에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사람들의 행복 추구 공동체가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저자가 돌아본 인도의 ‘오로빌’이라는 곳에서는 우리가 행복하기 위해 해봤으면 하는 것들을 생각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행동에 옮기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그 동안 너무도 당연시해왔던 현대의 시스템에서 벗어나 자연을 아끼고 더불어 살아가며 공산주의도 아니고 자본주의도 아닌 ‘조화’를 이루려는 시도들이 신선해 보인다. 물론 자본주의의 모든 것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사람들의 욕심으로 채워지는 모순들을 해결하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주인없는 가게에서 필요한 물품만 필요한만큼 가져가는 모습들이나 자신이 안쓰는 물건들은 갖다두고 서로 돌려가며 사용하는 모습들도 물질의 노예가 되어가는 현대인에게 큰 물음을 던지는 듯 하다. 물질적으로 풍부하면 행복하니? 명품을 사면 행복하니? 하는 식으로 말이다. 특히 저자가 묘사한 아이들의 모습도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 맘껏 뛰어놀기도 하고 자연과 벗삼아 유년 시절을 보낼 수 있는 부분은 부모로서 굉장히 부럽게 만든다. 천안함 사건을 기억하는 어린 아이보다 자연의 형상을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는 아이들이길 누구나 바라는 것처럼 말이다. 공동체로 살아가기 위해 소소한 일상의 일들도 모두 같은 가치로 보고 새로 이주해온 사람들도 자신이 원하거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하도록 하는 시스템도 괜찮아 보인다. 하는 일의 상중하가 없이 모두 소중한 일로 받아들이고 서로의 일을 인정하는 것. 그런 점은 우리 사회도 받아들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한편으로는 나도 도시 생활에 찌들어서일까. 너무나 영적이면서 도시 생활의 반대편으로 가는 모습이 정말 옳은 것인지 의아해지기도 한다. 지금 살아가는 모습이 정말 행복과는 거리가 먼 것일 까 하는 의문이 머리 속을 떠나지 않는다. 다른 생활을 상상해보지 않아 지금의 생활과 다른 오로빌에서의 생활이 궁금해지는 이유다. 언젠가 한번 꼭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 던져진 행복의 진정한 의미는 어디에서 살 건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문제일 것이다. “인생이라는 선물을 어떻게 풀어볼지는 각자의 선택에 달려있을 터. 평범한 생활의 소소한 행복에 감사하는 생과, 전생을 헌신하여 이루고 싶은 일에 매진하는 생. 두 가지 모두 인생을 특별한 선물로 만드는 중요한 방법들일 것이다. 어느 것이 어느 것보다 더 좋은 삶이라고는 누구도 단정할 수 없다. 서로 다른 삶의 방식일 뿐이다. 다만 스스로 선택한 운명에 최선을 다하는 자세가 언제나 가장 중요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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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아픈 데 없냐고 당신이 물었다>.. 작년 서점에서 이 책 제목을 처음 보는 순간, 참 아렸다. 나는 내가, 내 삶에 어느 정도 만족도 하고, 욕구도 어느 정도 포기를 하고 살아서.. 모든 것에 무덤덤..하게 그렇게 살고 있다..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책 제목만 읽었을 뿐인데.. 가슴 한 구석이 저릿했다. 어쩌면.. 그때 읽었더라면.. 나는 오로빌에 가고 싶어졌을 것 같다. 순간의 열에 들떠~, 어쩌면~이라는 희망을 품고.. 훅~ 가버리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지금의 나는.. 서른두 살을 지나.. 곧 서른세 살을 기다리는 나는.. 그 오로빌이 그림책 속의 집 같다. 보기엔 참 이쁘고, 갖고 싶지만 막상 갖고 나면.. 그냥 그래지는.. ... 그랬다.
순간을 살고 싶다. 지금 이 순간, 순간들을 즐기면서 살고 싶다. 그게 어디서건.. 내가 즐기지 못한다면, 견뎌내지 못한다면, 장소가 아무리 오로빌이라 한들.. 행복해질 수 있을까??^;;ㅋ 다만, 한번은 겪어보고 싶긴 하다. 여름날의 크리스마스.. 반팔, 반바지를 입고서 즐기는 크리스마스와 새해.. 나의 크리스마스와 새해는 항상 겨울이였기에.. 작가님이 묘사하는 그 모습이.. 참 생소했다. 그래서 꼭 오로빌이 아니더라도.. 그걸 겪어볼 수 있는 지구 반대편 어느 곳이든 한번은 가보고 싶다.
p.50 10년차 오로빌 주민인 S가 웃으면서 들려준다. 오로빌 주민들끼리 나누는 이야기 중에 이런 말이 있단다. 오로빌은 오로빌 주민인 오로빌리언과 오로빌 주민이 되려는 과정에 있는 뉴커머와 오로빌을 구경하러 온 게스트들이 뒤섞여 지내는 열린 공간인데, 누가 오로빌리언지 뉴커머인지 게스트인지 구분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 있다! 길 가면서 방긋방긋 잘 웃는 사람들은 게스트. 가끔 웃는 사람은 뉴커머. 무뚝뚝한 표정을 가진 사람이라면 오로빌리언일 확률이 많단다. 어머나! 하긴, 생활이 그런 거잖아.
p.57 오로빌은 젊다. 오로빌에선 모든 실험이 가능하다. 누구든 제안하고 싶은 것이 생기면 언제든 발의하고 발의한 것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있으면 그룹이 생기면서 일이 추진된다. 열정과 용기만 있다면 내가 상상하는 모든 것을 실현해볼 수 있다. 오로빌의 에너지는 스스로의 변화와 진보를 꾀하는 이런 열정과 용기를 사랑하는 것으로부터 나오는 것 같다. 그 모든 현장에 유일한 규칙이 있다면 오픈 마인드. 자신과 다른 의견과 관점에 대해 틀렸다고 하지 않고 다르다고 인식하는 것. 다른 것들을 조율하는 데 시간과 노력이 걸리는 것을 인내해야 한다는 것. 내가 느낀 오로빌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이 지점이다. 오로빌에선 모든 것이 '되어가는 과정'이지 평화롭고 완숙한 결론에 미리 도달해 있는 것이 없다. 완성형이 아니라 다양한 실험들이 모색되고 실천되는 과정의 마을인 오로빌은 '-되기 마을'이다.
p.83 왜 오로빌에 오게 된 거? 파라다이스가 있다고 하더라고. 그런데 왜 과거형? 살아보니까 파라다이스가 아니거든. 기대했던 파라다이스가 아닌데 왜 안 떠나? 오로빌 바깥은 더 엉망진창이니까.(몰라서 묻는 건 아니지? 하는 눈빛.) 세상 어디에도 파라다이스는 없어. 우린 다만 꿈꿀 뿐이지. 조금씩 더 좋아지게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꿈꾸고 노력할 뿐야.
p.147 복잡한 요리를 그다지 즐기지 않는 나는 편한대로 이렇게 정의한다. 가장 좋은 요리사는 가장 좋은 재료를 알아보는 사람이고 자신이 다루는 재료에 예의를 다하는 사람이다. 더욱 좋은 요리사는 자신이 다루는 재료를 직접 생산하여 가장 좋은 상태의 재료를 직접 수확하는 사람이다, 라고.
p.149 오로빌에 머물면서 내가 가장 좋아하게 된 공간 중 하나인 여기를 나는 '해님식당'이라고 부른다. 한국어가 참 좋은 것은 해님, 달님, 비님 이렇게 자연의 모든 사물들을 높여 부를 때에도 사람에게 쓰는 '님'을 똑같이 붙여 쓰고 그렇게 '님'이 붙여져서 만들어진 호칭들이 대체로 무척 아름답다는 것이다. 해님이 떴다. 달님 보러 가자. 비님이 오신다. 라는 표현의 정감들. 자연물에 공경의 의미를 담아 천진하게 말하는 그 태도가 나는 참 좋다.
p.166 사랑에 빠진 이들은 예쁘다. 지상에서 제일 힘이 센 사람들은 사랑에 빠진 사람들이다. 사랑하는 사람끼리의 깊은 친밀감과 마법같은 일체감. 사람이 긴 인생을 살 수 있는 것은 바로 그런 사랑의 감정이 있기 때문일 터. 사랑이 없다면 인생은 얼마나 지루할 것이냐. 사랑하지 않는 순간은 손해다. 설령 사랑 때문에 아프게 될지라도 사랑에 빠지는 것이 남는 장사다.
p.267 당신은 당신이 생각하는 대로 살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어느 순간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될 것이다. 청년기 오랫동안 내 다이어리 맨 앞 장에 적어두곤 했던 말을 다시금 떠올린다. 어디서든 초심을 유지하도록 매일 매순간 스스로를 깨우고 자기 감각을 점검하지 않으면 우리는 어느 순간 삶의 주인이 아니라 삶의 노예가 되어있을지도 모른다. 오로빌이 세계의 한 녘에 있어주어 고마운 이유, 내가 오보빌을 좋아하는 이유는, 대세가 정해진 듯 보이는 세계에서 다른 질서를 창조하며 살아가고자 하는 사람들의 치열한 노력 때문이다. 그들의 치열함 속에 녹아 있는 선의와 우정의 연대와 포옹의 느낌이 참 좋기 때문이다.
p.287 몽상! 그것이 몽상이라 할지라도, 우리는 꿈꾸지 않으면 살 수 없다. 꿈 없이 현실을 견디기만 한다는 것은 끔찍하지 않은가. 꿈조차 없이 지금 인류의 이 구태를 가지고는 지구의 안녕을 위협하는 암종처럼 우리는 천덕꾸러기가 되고 말 것이니까. 그러니 다행이지 않은가. 실험이 지속되고 있는 곳이 있다는 것. 더 나은 인간으로 존재하기 위한 실험들이 세계 곳곳에서 다양하게 진행되고 더 많은 자발성의 꿈들이 동시다발로 피어났으면!
p.294 따스한 햇빛 속에 살랑이는 바람이 지나가는 나른한 오후, 해먹에 누워 흔들거리며 <오로빌투데이>를 읽다가 스르르 졸음이 몰려와 살짝씩 드는 낮잠 속에서 나는 종종 이런 문장들을 떠올리고 했다. 흐르는 삶을 사랑한다. 잘 흐른다는 것은 지금 이 순간을 잘 산다는 것. 지금 이 순간이 없으면 다음 순간으로 넘어갈 수 없다. 그러니 지금 이 순간. 나는 나를 살아라. 우리를 우리를 살아라. 문장들은 이내 노래가 되고 나는 낮잠 속에서 리라를 뜯거나 시타를 퉁긴다.
└> 반얀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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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드는 것이 참 좋다, 라고 느낄 때가 종종 있다. 사람들이 가진 저마다의 예쁜 구석이 잘 보여서 좋고 몰아붙여야 할 때와 쉬어야 할 때를 비교적 잘 감각할 수 있게 되어서 좋다.
이제 청춘의 시절이 지나자 내가 가진 에너지를 조율하게 된다. 지금 내가 쓸 수 있는 힘이 어느 만큼인지 보이기 시작하고 그걸 충전해야 한다는 것도 인정하게 된다.
- 저자의 서문이다. 남인도 벵골만에 있는 오로빌에 가게 된 마음의 배경에 동감되는 바가 있어 옮겨보다.
예스24의 신간 코너에서 언뜻 봤던 기억이 있는 책이었고, 제목이나 표지로 봐서 다분히 감상적인 취향의 책으로 그냥 흘려보낸 기억이 있는데. 인도에 다녀왔던 친구가 단숨에 읽은 책이라며, 선물해 준 책이다. *** 스리 오로빈도와 미라 알파사에 의해 1968년부터 만들어진 오로빌은, 모든 인간의 행복과 평화를 추구하는 영적 공동체(종교적 의미와는 다른, 내면의 평화와 영혼의 성장을 추구하는)이자 생태공동체이다.
오로빌의 거주 형태는 3가지로 되어 있다. 오로빌 주민인 오로빌리언, 오로빌 주민이 되려는 과정에 있는 뉴커머, 그리고 오로빌에 잠시 머물며 구경하는 수준인 게스트. 이 책은, 작가가 게스트 단계로 머물렀던 오로빌에서 만난 의미있는 순간들을 문학적으로 재구성한 글이다.
인간의 행복을 추구하는 오로빌의 공동체 생활의 모습은, 구성원들에 의해 끊임없이 변화해 왔고, 지금도 끊임없이 변화를 시도하는 현재 진행형의 마을이다.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방식을 결합한 형태로 이루어진 경제적인 측면이나 완전히 무상교육으로 이루어진 교육적인 측면에서 발견되는 단점들과 같이 공동체 생활을 영위하면서 발생하는 많은 문제들을 만장일치의 방법으로 개선해 나간다. 비록 물질로부터의 자유-자발적 가난을 선택했지만 자급자족의 공동체를 유지해 나가는 것이 가장 큰 숙제인데. 아무래도, 어느 나라에서나 누구에게나, 의식주의 해결이 생활의 선순위를 차지할 수 밖에 없음을 여실히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오로빌에서의 생활상 중 가장 신선했던 건. “일”에 대한 그들의 생각과 실천이었다. 오로빌에서는 자신이 보람과 의미를 느끼면서 할 수 있는 것을 “일”로 여긴다. 따라서 “일”은 자기가 하고 싶을 때 발생한다. 하루 평균5~6시간 정도 공동체를 위해 일하면 되는데 자격증을 요구하는 일은 없다. ‘쯩’보다 중요한 기준이 그 일을 하고자 하는 사람의 열정과 성실함이다. 공동체를 위해 일을 하면서 내가 쓸모있는 존재라는 자각을 통해 행복을 느끼며 일하는 시간 차체도 자신의 내면 수양을 위한 수행이라 여긴다.
거름 만드는 일, 영어를 가르쳐주는 일, 설거지를 하는 일 타운홀 근무자들에게 마사지를 해주는 일 오로빌에 처음 와서 적을을 못하는 어린아이들과 재미나게 놀아주는 일등을 스스로 정해서 실천하는 모습이 애들 소꿉놀이처럼 보이면서도 신선하게 와닿았다.
***밑줄 긋다. 26 도시 문명의 안락함 속에서 병들었으나 병든 줄 모르고 있던 마음의 어떤 부위를 인도는 특이한 방식으로 깨우는데, 자신의 병든 데가 보이면 여행자는 힘들어진다.
45 그러니 사람을 대할 때 탐색이나 판단하려는 마음보다 따뜻한 연대감 같은 것이 우선하고 그런 연대감은 시선만 마주쳐도 피어나는 미소로 오간다.
46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방’이 핑요한 존재다. 어차피 존재의 고독은 혼자 감당하게 설계되어 있는 것이고, 고독은 행복의 반대편에 있는 말이 아니다. 행복한 사람에게도 고독이 존재한다. 아니, 오히려, 행복한 사람일수록 존재의 고독에 명민하게 깨어 있고 고독을 잘 보살피는 것이리라. 그러니 고독은 존재의 자기 증명 방식이기도 하다.
57 그 모든 현장에 유일한 규칙이 있다면 오픈 마인드. 자신과 다른 의견과 관점에 대해 틀렸다고 하지 않고 다르다고 인식하는 것. 오로빌에선 모든 것이 ‘되어가는 과정’이지 평화롭고 완숙한 결론에 미리 도달해 있는 것이 아니다.
92 한국 사회는 아무리 고상한 말들을 떠들어도 속내를 들여다보면 결국 돈과 사회적 지위 등에 얽매여 있는 경우가 많다.
평화, 행복함, 공존, 삶의 질 등 목맬 한한 가치가 많은데 왜 유독 부자와 강함을 욕망하게 된 걸까. 단순히 한 국가 단위 논리로만 이해되지 않는 것이 오늘날 신자유주의 세계의 부국의 논리이니, 결국 최후의 승자는 전지구적 자본이다.
94 오로빌은 다른 건 몰라도 이런 종류의 허위의식으로부터는 거의 완전하게 자유롭다는 느낌이 든다.
96 여기서는 평범해 보이는 사람도 만나서 이야기하다 보면 이들이 이곳에 왜 사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초의식이니 신성의식이니 하는 것까진 다 모르겠어도 확실한 건, 이들의 관심이 돈이나 눈에 보이는 물질이 아니라는 것. 그러니 이곳에서 지내다 보면 우리가 얼마나 물질에 얽매여 있는지가 점점 더 확연히 보인다.
119 마음을 열어놓는 일, 자신을 비우는 일, 내가 어떠어떠한 사람인데!라는 아상을 내려놓는 일. 이것은 오로빌 바깥세계에서도 개인의 행복을 위해 아주 필요한 마음자세이기도 하다.오로빌에 사는 사람들의 경우, 어느 누구 하나 슬렁슬렁한 사람들이 없다. 어떤 이유에서건 자신의 삶을 전면적으로 다른 출발선 위에 놓으려는 사람들이라면 그들의 개성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시쳇말로 ‘쎄다’. 그런데 오로빌은 인류의 화합과 조화를 꿈꾸고 일체성을 꿈꾸는 공동체이니 아상을 내려놓아야만 행복해질 수 있는 곳이다. 뉴커머 기간을 힘들었다고 회고하는 사람들일수록 개성이 강하고 아상이 센 사람들일 가능성이 많다.
128 사다나 포레스트 나는 한국 사회 전반에 걸쳐진 과도한 ‘젊음 집착증’이 뭔가 매우 기형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어서 언제부턴가 잘 늙는 모습에 대한 예찬이 늘었는데, 정말 오랜만에, 내가 십 년만 젊었더라면 이곳에서 한 시기를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거였다.
139 타인의 욕망의 대상이 되고자 발버둥 치며 만들어내는 ‘뷰티’들이 난무하는 세상이란 실은 얼마나 피곤하기 짝이 없는 헛짓의 무대들인가.
152 그러면서 생각해보니, 한국은 영적인 전통이 좋은 나라라는 생각이 불현듯 들기도 했다. 우리는 땅속 미물들이 다칠까봐 뜨거운 물을 함부로 버리지 않는 전통을 가졌고, 콩을 심을 때도 새와 짐승과 나눠 먹는다는 마음으로 세 알씩 심곤 한 조상들을 가졌다.
170 명상의 일상화를 통해 우리가 도달하고 싶은 것은 평화와 행복일 것이다.
명상도 플레이다. 영혼이 편안하고 자유롭게 노닐 수 있도록, 경계없이 노닐 수 있도록 해주는 것. 경계없음의 상태로 환해지게 하는 것.
225 사람은 자기 자신, 자기 가족,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들 때문에 행복하고 또 불행하기도 하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어 원하는 게 생기고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지 못하까봐 두려워지는 날이 생기고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지 못해서 좌절하는 날이 생기기도 한다. 사랑은 가장 좋은 행복의 원천이면서 불행의 씨앗이기도 하다. 세상의 모든 덕목들이 실은 이런 이중서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에겐 이런 이중성을 잘 살펴 덕목을 행복의 편으로 이끌어올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한 것일터, 그런 지혜를 얻기 위해 일상의 성찰과 명상이 필요한 것일 테다.
267 오로빌이 세계의 한 녘에 있어주어 고마운 이유, 내가 오로빌을 좋아하는 이유는, 대세가 정해진 듯 보이는 세계에서 다른 질서를 창조하며 살아가고자 하는 사람들의 치열한 노력 때문이다. 그들의 치열함 속에 녹아 있는 선의와 우정의 연대와 포용의 느낌이 참 좋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