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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원과 인간의 쟁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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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션이건 에세이이건 간에 실제로 경험을 해 본 사람이 글을 써야 독자를 새로운 지평으로 인도할 수 있고 (정직한 사람이라면) 자신이 글을 통해 세상에 뭔가 작은 기여라도 한 듯 뿌듯함도 느낄 수 있다. 허먼 워크라든가 여태 내가 리뷰한 여러 영화 원작을 쓴 묵직한 스타일의 작가들도 자신의 군 복무 경험, 혹은 평범한 이들이 치러 낼 수 없는 특수한 체험이나 경력을 자산으로 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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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션이건 에세이이건 간에 실제로 경험을 해 본 사람이 글을 써야 독자를 새로운 지평으로 인도할 수 있고 (정직한 사람이라면) 자신이 글을 통해 세상에 뭔가 작은 기여라도 한 듯 뿌듯함도 느낄 수 있다. 허먼 워크라든가 여태 내가 리뷰한 여러 영화 원작을 쓴 묵직한 스타일의 작가들도 자신의 군 복무 경험, 혹은 평범한 이들이 치러 낼 수 없는 특수한 체험이나 경력을 자산으로 삼아 글을 써 낸 경우들이다. 순전히 상상을 바탕으로 뭔가를 지어내기란 일단 기술적 한계 때문에라도 어렵다. 또 값진 경험을 한 사람은 내면에서 글을 쓰고 싶은 충동이 자연스럽게 솟아오르게도 마련이다.

어네스트 갠 역시 실제로 비행기를 몰고 여러 극한 상황을 겪어 본 인물이기에 대중에게 화제를 부른 여러 픽션, 논픽션을 저술할 수 있었다. 우리하고 저쪽은 작가뿐 아니라 독서 대중의 취향이나 정서도 상당히 다른데, '어려운 말(이런 표현 자체가 독자로서의 자격도 없단 소리)' 많이 나오는 책이면 일단 대세와 동떨어졌다고 기피하는 저능한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 어쩌면 그렇게 당당히도 바보 인증을 할 수 있는지(다른 활동이라면 모르겠는데 책을 읽는다면서), 인증을 하는 건 상관 없는데 그 태도의 당당함이 더 놀라울 뿐이다. 군중 심리에 휩쓸리면 무서울 게 없는 특유의 근성이라고나 평가해야 할까.

이런 책도 만약 한국에서 출판되었다면 그 긴박한 상황묘사의 실감이라든가 항공 조작 디테일 같은 걸 두고 아 뭘 이렇게 지루한 소재를 잡고 책을 썼냐며 욕이나 먹기 딱 좋았을 것이다. 책을 읽는다는 건 내가 전혀 접해 보지 못한 다른 세계로의 여행이자 체험인데, 그냥 일찍이 알던 내 선입견이나 만족시켜 달라는 목적이면 뭐하러 눈을 혹사할까.

영화는 사실 책의 박진감을 충실히 구현한 편은 못 된다. 소설 버전(논픽션에 가깝지만)은 지금 읽어도 표현의 기법이 시대에 뒤떨어진 바 전혀 안 느껴질 정도지만, 어디 1953년작 영화, 더군다나 흑백 포맷이 요즘의 발달된 촬영기법을 따라갈 수 있겠는가. 2차 대전 당시 영국으로 보급품을 몰고 가던 비행기가 급작스런 기기 결함으로 극한 한랭지대에 불시착하게 되는데, 일행은 그나마 민간 거주지를 피해 비상 착륙을 시도한 바람에 구조대에 위치를 제대로 알려 줄 수도 없다. 영하 26도를 오르내리는 살을 에는 추위 속에서, 존 웨인(예비역 대위 둘리)과 그의 동료들이 어떻게 도움의 손길이 미칠 때까지 버티느냐가 관건이다.

여기서 로이드 놀런은 미 공군 대위로 나오는데 저 둘리 일행을 찾아 제한된 시간 안에 적확한 결정을 내려 (역시 그에게도 제한된 자원만을 활용하여) 구조하는 게 주어진 절박한 과제이다. 존 웨인은 다른 영화(기념비적 명작)들에서도 그리 정확한 발성도 아니고 음색도 노동자처럼 거친데, 이 작품에서도 터프가이 특유의 껄렁하고 일부러 새게 하는 특유의 대사 연기가 여튼 인상적이긴 하다(다른 말로는 '짜증남').

이 디스크는 오랜 동안 시장성 문제와 저작권 관리상의 무성의로 그간 시장에 풀리질 못했는데, 컬러 리마스터링은 아니지만 깨끗한 흑백 원필름의 최대한 복원 덕택에 무엇보다 화면을 보는 맛이 살아 있다. 재미있는 건 이 영화에는 감독 윌리엄 웰먼의 여러 아들들이 직간접으로(출연 혹은 내레이션, 혹은 오디오 서브트랙의 코멘터리) 간여했다는 사실인데 누가 누군지는 직접 돌려보며 확인해 가는 재미가 있겠다. 한글 자막은 당연히 없음.

s****o 2017.03.13. 신고 공감 1 댓글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