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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매스컴에서는 한국이 인구대비면에서 명품 소비가 일본을 앞질렀다고 하는 보도를 한 적이 있었다. 일본의 소득 수준을 감안하면 의아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서는 너도 나도 명품 광풍에 내몰리고 있다. 명품에 대한 소유 욕구는 소위 ‘짝퉁’이라는 소비로 나타나는 기이한 현상까지 발생하고 있다. 사람들은 자신의 소득에 비해 과다할 정도의 고가 명품을 아무 거리낌 없이 사고 있다. 심지어 명품을 소유하고 싶은 마음에 범죄행위를 저지르기까지 한다. 명품을 소유하고 싶은 욕구는 자기 만족적인 면도 있지만, 그 이면에는 명품을 소유함으로써 다른 사람에게 자기를 과시하는 수단으로 삼고, 또한 더 나아가 다른 사람과 자신을 차별화하려는 마음도 자리하고 있다. 매스컴이나 학자들은 이런 사회현상을 분석하며 우리 사회의 과도한 명품 소유욕에 대한 병폐와 그 대책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눈에 띄지 않는 것 같다. 오히려 점점 그 도(度)가 심해지는 느낌이다. 한때 근검, 절약을 미덕으로 생각하고 사치를 부정적인 것으로 여기며 알뜰한 생활을 하던 우리 사회의 중산층이 도덕적으로 무너지고 있다는 느낌도 받는다. ‘사치(奢侈)’의 사전적인 의미는 “필요 이상의 돈이나 물건을 쓰거나 분수에 지나친 생활을 하는 것”을 말한다. 현재 우리 사회의 명품 열풍은 사치의 전형적인 모습이 아닌가 한다. 사치라는 의미자체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에게 있어 사치는 결코 좋은 뜻으로 받아들여지지는 않는다. 그런데 희안하게도 사람들은 사치의 욕망에 사로 잡힌다. 그렇다면 사치는 인류에게 절대적으로 해악적인 것인가? 그런데 이 책은 이제까지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사치의 의미와는 전혀 다른 접근과 함께 분석을 시도하고 있다. 지은이는 위에서 본 것과 같이 우리가 일반적으로 받아 들이고 있는 사치의 의미와 함께 고차원적인 행위, 문화와 예술에 대한 욕망까지 모두 사치라고 규정하고 있다. 인간이 처음으로 행한 ‘사치스러운’ 행위를 불의 발견이라고(본서 제17쪽 참조) 할 정도로 인류의 문명 발전과 관련된 모든 것을 사치의 범주 안에 넣어서 설명하고 있다. 책은 기원전과 기원후로 나누어져 있다. 먼저 기원전의 사치로는 사치의 시작이라고 하는 수메르, 소아시아 지역의 복합적 사치, 이집트 파라오 시대의 탐미적 사치, 히브리인들의 종교적 사치, 그리스인들의 인본주의적 사치, 지중해 근방의 융합형 사치, 로마인들의 과도한 사치를 다루고, 기원후의 사치로는 인도의 조화로운 사치, 이슬람교의 세련된 사치, 마야와 아스텍, 잉카의 경이로운 사치, 아프리카의 미술적 사치, 중국의 철학적 사치, 일본의 절충주의적 사치, 그리고 마지막으로 현재 사치 산업의 새로운 거점으로 떠오르고 있는 브릭스(BRICs; Brazil,Russia,India,China) 등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각 민족과 나라가 처한 자연적, 사회적 환경에 따라 저마다 독특한 문화를 형성하였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어떠한 상황이었어도 각자의 환경에 맞는 사치 문화는 융성하였고 현재도 그 문화는 그대로 이어져 오고 있다. 책은 이처럼 인류의 역사를 더듬어 보면서 이유야 어떻든 사치에 대한 인간의 열망과 목적 의식이 인류의 문명을 형성하고 발전시켜온 원동력으로 작용하였다는 것을 보여준다. 물론 사치로 인해 타락과 몰락의 길을 걷게 된 경우가 있었다. 그래서 스파르타 같은 경우는 사치로 인한 타락과 퇴폐를 막기 위해 식사와 의복을 통일하기도 하였다(본서 제94쪽 참조)고 한다. 그런데 지금 현재 우리 사회는 사치가 정신적인 것보다는 물질적인 것으로 경도된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우리의 사치 문화에 대해 한 번쯤 고민을 해봐야 하지 않을까 한다. 사치의 정의에 대한 지은이의 생각에 이의를 제기하는 견해도 있을 수 있지만, 사치가 문명의 자극제 역할을 한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적절한 사치는 경제, 예술, 문화 등 다방면에서 문명의 기초를 이루는 역할을 한 것을 역사를 통해 읽을 수 있었다. 지은이는 사치와 문명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세계사에서 문화 부분만 따로 떼내어 설명한 느낌이 든다. 처음 이 책을 펼치면서 기대했던 사치와 문명의 관계에 대한 지은이의 독특한 시각을 읽을 수 없어서 다소 아쉬웠다. ‘문화와 역사가 없는 물질적 사치’로 몰락하는 사회가 될 것인가, 아니면 ‘문화적 동력이 된 사치’로 한 단계 앞서가는 사회가 될 것인가, 하는 선택은 역사가 보여주듯이 우리 인류에게 달려 있다. 그런 점에서 지나온 역사를 돌이켜보는 것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하는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