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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순원의 작품은 단편 <소나기> 밖에 모른다. 교과서에 나왔던 듯 하다. 영화도 몇 번 본 기억도 있고. 황순원은 1915년 평안남도에서 태어나 일본 와세다 대학 영문학과를 졸업했는데 해방전까지는 단편 <별>과 <그늘>만을 발표하고는 침묵을 지켰다고 한다. 일본어로 된 친일 소설을 쓰는 걸 거부했기 때문에 발표할 곳 없는 작품들을 벽장 안에 숨겨두었다가 1951년에 단편집을 냈다. 단편 <소나기>는 1953년에 발표했고 장편 <카인의 후예>는 1955년에 출간되었다고 한다. <카인의 후예>는 해방 후의 북한을 배경으로 한다. 양짓골이라는 마을에 토지개혁이 시행되면서 옛 지주와 소작농 간의 갈등을 다루고 있다. 작품을 이끌고 있는 (주인공이라 할 만한 인물)은 젊은 지주 박훈이다. 훈은 평양에서 공부를 했으나 부모님이 돌아가시면서 땅을 물려받아 고향으로 돌아와 살고 있다. 사회주의 사상이 퍼지면서 토지개혁이 단행된다는 소식을 접하고 살아남을 방도를 찾으려 애쓰는 다른 지주들과는 달리 훈은 일찍 체념하고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준다. 훈네 소작농 출신이 대부분인 마을 사람들은 이제는 자신 소유의 땅이 생긴다는 소식을 반기며 농민대회에 열심히 참여한다. 순진한 농민들은 쉽게 선동되어 지주 척결와 숙청에 나선다. 가장 앞장서는 인물은 도섭 영감이다. 도섭 영감은 훈네 집 마름 출신으로 소작농들을 가혹하게 대우하곤 했었다. 훈과 엮이면 숙청을 당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도섭은 일찌감치 안면을 바꾸고 토지개혁과 지주 숙청에 적극적으로 가담한다. 그런 도섭 영감에게 딸 오작녀는 눈엣가시다. 훈의 집 한 켠에 거주하면서 훈의 살림을 보아주고 있기 때문이다. 해방 이후 한국전쟁 이전에 북한 농촌에서는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카인의 후예>는 그때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 마을 사람들이 시대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면서 각자 입장을 달리한다. 적극적으로 지주 숙청에 나서는 사람, 주저하는 사람, 아예 참여하지 않는 사람, 무슨 일인지도 모르고 휩쓸리는 사람... 과거 형제와도 같았던 사람들이 죽고 죽이게 되는 상황에서 카인이라는 비유가 나왔을 거라 짐작할 수 있다. 역사 속에서 거스를 수 없는 커다란 흐름은 필연적으로 인간을 덮친다. 어쩌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도 그럴 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인간은, 개인은, 어떤 선택을 해야할까. 적어도 아무 것도 모르고 당하지는 않도록 깨어있어야하지 않을까. 좀 더 자세한 줄거리와 감상은 녹음해서 유튜브에 올려놓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