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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10월 28일 새벽. 동두천 기지촌에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미 2사단 소속 케네스는 기지촌에서 일하는 금이를 잔인하게 살해한다. 하지만 용의자 케네스는 소파 규정에 의해 미 헌병대로 신병이 양도 되고 사건은 마무리 된다. 1996년 11월 평택. 정태는 이곳에서 카투사로 복무하게 된다. 그의 엄마는 기지촌 여성으로 20대를 미군을 상대로 몸을 팔며 남매를 키웠다. 그의 아버지 역시 미군 피엑스 물건을 몰래 떼다 파는 일종의 밀수꾼이었다. 하지만 노름을 좋아했던 정태의 아버지는 정태가 태어난 지 1년도 되지 않아 사채업자에게 맞아 죽었다. 엄마는 미군을 상대로 몸을 팔다 자식들의 눈치가 보여 남편이 하던 일을 했지만 미군에게 맞아 한쪽 눈을 잃었다. 그런 미자에게 희망은 아들 정태다. 사법시험을 준비하는 아들 정태. 그는 주말이면 가끔 이태원 집으로 간다. 그날은 집에서 부대로 복귀하는 날이었다. 버스에서 그녀를 만났다. 앵글로 색슨족의 혈통과 한국인의 피가 흐르는 혼혈. 그녀의 이름은 혜주. 클럽 파라다이스에선 아이린으로 불리는 그녀. 그녀를 사랑하는 순간부터.. 정태는 마음이 아프다. 미군을 상대로 몸을 파는 혜주의 인생을 구원해 줄 수 없어서, 미군의 폭행으로 온몸에 멍이 들어도 그는 그녀를 위해 뭔가를 해줄 수 없다. 같은 부대에서의 문제아 마르끼즈는 혜주의 물주다. 하지만 마르끼즈 꿈(?)이 있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돌아가는 날 여자 하나를 잔인하게 죽이는 것.... 그리고 조용히 미국으로 돌아가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 기지촌 사람들. 그들은 미군의 폭력과 멸시의 대상. 지금도 미군기지 주변에서 불미스러운 사건들이 일어나고, 가끔 사회면을 장식하지만 여전히 폭행과 강간,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벌은 미미하다. 모든 미군들이 그렇게 잔인하고 그렇게 무식하진 않겠지만 이런 책을 읽으면 무섭고 아프다. 태어날 때부터 몸 파는 사람이라고 낙인 찍혀 나오지 않을 것이다. 사람마다 다양한 사건과 사연을 가지고 그곳으로 흘러들어 갔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차갑고 야멸차다. 이 책에선 기지촌 사람들과 대비되는 카투사에 대해서도 이야기 한다. 같이 미군을 상대하지만 어느 곳은 대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군복무 형태이고. 어떤 곳은 사람 취급조차 받지 못 한다. 지원자가 많은 카투사는 따로 시험을 치러야 하지만 일단 선발되면 편안하게 군 생활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이 책을 쓴 작가도 카투사에서 편하게(?) 군 생활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기지촌이라 불리는 곳에서 미군을 상대로 처절하게 생계를 꾸리는 그들을 보며 마음이 불편했다는 작가. 소파규정의 부당한 비호 아래 수많은 미군 범죄가 정당한 처벌 없이 넘어갔다. 불평등하기 짝이 없는 사대주의 협정. 이 작품의 시작인 윤금이 사건도 그때 일어난 사건이다. 윤금이 사건은.. 1992년 10월 28일 경기도 동두천시 기지촌에서 술집 종업원으로 일하던 윤금이(당시 26세)가 주한 미군 2사단 소속 케네스 마클(Kenneth Lee Markle Ⅲ) 이병에게 살해당한 사건이다. 사망 원인은 콜라병으로 맞은 얼굴의 함몰 및 그로 인한 과다 출혈이다. 발견 당시 시신의 직장에 우산대가 26cm 가량 박혀 있었고 음부에 콜라병이 꽃혀 있었으며 전신에는 합성세제가 뿌려져 있었다. 이로 인해 주한 미군의 범죄가 사회 문제로 제기되었고,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에 대한 개정 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계기가 되었다. 범인인 케네스 마클(Kenneth Lee Markle Ⅲ) 이병은 징역 15년을 선고받고 1994년 5월 17일 천안교도소에 수감되어 복역 중 2006년 8월 14일 가석방되어 미국으로 출국했다. 케네스 마클 이병은 복역 중 2000년 8월 21일 《코리아타임스》 지방판과 인터넷 독자 투고에 SOFA 개정 움직임을 비판하는 글을 투고하여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위키백과 사전 참조) 이 책을 읽고 윤금이 사건을 검색했다. 잔인하고 무서운 인간. 그렇게 한국을 떠나버리면 모든 일이 해결되고 새사람이 될까? 우리나라는 무엇을 한 것일까? 답답하고 아프다. “미군은 불평등하게 우리 땅에서 지배자의 위치로 행동하고 있습니다. 국가대 국가로 협정을 맺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인도주의적인 차원에서 미군은 일방적이고 우월한 태도로 한국과 한국인을 대합니다. 범죄를 저지르고도 합당한 처벌을 받지 않는 점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요 소파 규정이지요. 당신들이 좋아하는 규정에 부합하다고 모두 선일까요?” (180쪽) 아무것도 변한 게 없다. 미국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도, 기지촌 사람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도. 모든 미군들이 다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모든 한국 사람들이 다 착하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세상 모든 사람들은 존중받고 존중해줘야 한다. 인간 같지 않은 인간이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인간이 인간을 대신 처벌할 수는 없는 것이다. 몸을 판다고 해서 그 사람의 인격이나 마음까지 팔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가난하고 무지해서 흘러들어온 그녀들의 인생. 우리가 손가락질 할 수 있을까?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도, 책을 덮는 그 순간까지 내 마음을 아프게 한 책.. 그녀는 하늘에서 편안하게 쉬고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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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에 봄날은 언제였을까? 행복했던 날도 있었나? 나를 진정으로 사랑해준 사람도 있었을까? 그렇다면 고마워요. 안녕. (12) 1990년 10월 28일 새벽 1시. 양공주 윤금이가 잔혹한 방법으로 살해되었다. 그녀는 살해한 범인은 미2사단 소속 케네스 이병. 책은 이렇게 실제사건을 담고 있었다. 동주천시 보산동 기지촌, 금이가 일년전 이사와 살해당하던 시점까지 살아가던 곳이다. 16살 소년에게 금이누나는 첫사랑이었으며 친절한 이웃이기도 했다. 그런 금이누나가 미군에 의해 잔혹하게 살해당했는데 가해자는 고작 15년 형을 받았다는 것, 그것도 방송을 통해 이슈가 되지않았다면 슬그머니 사라져버렸을텐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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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기지촌 소녀의 슬픈 사랑이야기
기지촌 사람들이 그곳에서 살고 싶어서 살겠습니까? 양공주가 되고 싶어서 되었겠습니까? 가난에 찌들어 아님 잘못된 태어남으로 인해서 어려서부터 그곳에서 살아야 했고 온갖 비난과 고통을 견디며 살아가는 이들이 참으로 안타까웠습니다. 힘이 없는 나라의 탓이기도 하겠지요. 아주 옛날 이야기처럼 생각되어지는 것은 왜 일까요? 같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지만 알수 없었던 부분을 알게 되었고 뉴스에서 접할 수 있는 일들이지만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고 나면 잊혀지는 일들이었는데... 이렇게 고통 받고 있는 이들이 아마도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지금 까지도 고통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이들도 더러 있을 것이고요.
“이 방에서 벗어나는 날, 아픈 기억이 없는 공간에서 너를 가질게.”정태의 사랑이 욕망이 없는 진정한 사랑으로 표현이 되어 아름다웠고, 정태와 혜주의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 그러나 봉은사에서 눈이 내리는 날 곧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예감이 마구 들어요. 승훈의 의리있는 행동에도 감사하고요. 이재익님의 글은 반전에 반전 읽을수 있는 행복감을 주시는 것 같아요.
이곳은 더없이 슬픈 땅입니다. 수 많은 흉터들이 아로새겨진 땅입니다. 오해와 잘못들 그로 인해 두텁게 쌓인 증오와 갈등. 거기서 파생된 적의가 번득이는 곳입니다. -제니의 편지중에서 제니의 잘못은 없지만 우리나라와 미국관계에서 비롯된 보이지 않는 어딘가에서의 갈등들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카투사와 미군들의 사이에서도 그러하겠지요.
펼치니 멈출수가 없었고 읽는 내내 서글펐습니다. 다 읽고 ‘윤금이’란 세글자를 검색해 보았습니다. 케네스 마클은 15년형을 받았고, 가석방되어 미국으로 떠났지만 어떤이들의 마음속에는 아직도 ‘윤금이’가 남아있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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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쁘지 않은 엔딩이었지만 가슴은 먹먹하다.
눈을 뜨고 있지만 어딘가를 향하고 있는지 알수 없는 의식없는 눈동자의 소여가 그려진 표지. 그녀가 아이린일것이다. 이재익님의 장편소설 아이린은 카투사, 주한 미군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소설이다. 단순한 군대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 주변에서 일어나는 미군들의 불법적인 행동들에 대해서 꼬집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소설속의 이야기는 단순히 소설이 아니라 실재 일어났던 사건들의 일부분을 조금 옮겨 놓은것 뿐이라는 것이 매우 충격적이다. 어렸을 때, 그리고 지금도 미순들의 횡포는 우리가 뉴스나 신문등을 통해 잘 알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화가나도 분을 풀길이 없는 SOFA규정. 그리고 작가가 마지막 작가의 글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윤금이 사건.
서로 돕도 상부상조하여 잘 살아가면 좋으련만, 인간도 동물이라서 그런지 강한자만이 살아남는 것일까.
소설은 술술 읽혀서 금새 절반을 넘길정도로 글이 참 좋았다. 지루하지 않고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한장한장 잘 이끌어 가는 느낌이었다. 주변 지인들에게 한번 읽어보라 권하고 싶었을 만큼 오랜만에 괜찮은 책이었던것 같다.
한국 소설은 재미있게 본 소설이 몇편 되지 않는데 아이린도 그 목록에 추가 시킬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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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10월 28일 새벽 1시. 경기도 동두천시 보산동 기지촌의 낡은 주택. 미 2사단 소속 케네스 이병의 손에 끔찍하게 죽어간 양공주 윤금이 씨 사건을 화두로 <아이린>은 시작된다. 소년은 짝사랑 금이 누나의 죽음을 통해 16년 세월동안 가장 끔찍한 절망과 충격에 빠진다. 1996년 11월 1일 새벽 1시, 평택역 앞. 논산훈련소에서 배출된 카투사 병력이 미군의 지휘권 아래 들어오고 박정태는 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스 23지원단으로 배치되고 자유시간엔 사법고시를 공부한다. 1년의 이병, 일병 생활도 지나고 상병으로 진급한다. 매주 금요일 저녁 카투사들은 주말을 집에서 보내기 위해 막사를 빠져나가고, 미군은 부대에 남아 있는다. 정태도 캠프를 벗어나 서울역에 도착해 엄마가 계신 '이태원 상회'로 향한다. 정태 엄마 미자는 기지촌 여성으로 20대를 보내고 미군 피엑스 물건을 떼다 파는 남자와 결혼해 누나 정희와 정태를 낳지만 남편은 노름빚으로 인해 사채업자들에게 맞아 죽고, 미자는 다시 기지촌에서 미군들 상대로 몸을 팔아 남매를 키우다가, 정태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피엑스 물건을 빼돌려 팔지만, 물건을 대주던 미군이 미자를 강제로 덮치려고 할 때 반항으로 인해 주먹에 맞아 한쪽 눈을 잃은 상태다. 캠프로 귀가하는 일요일 저녁. 캠프 험프리스 입구로 향하는 버스에서, 정태는 얼굴에 멍자국을 하고 위태롭게 버스 바닥으로 쓰러지는 클럽 파라다이스 여종업원 아이린(구혜주)을 부축해서 집앞에 데려다주고 서로 통성명을 한 뒤 헤어진다. 캠프 앞에 도착한 마르끼즈는, 한국인 택시 기사에게 택시요금을 절반만 낸 뒤 오히려 폭력을 행사하고 캠프 안으로 사라진다. 정태는 택시 사건을 계기로 마르끼즈와 대립하고, 말리려는 승훈과도 지아이들 뚜쟁이라며 멱살잡이를 한다. 오후 9시, 안정리 골목에 있는 전형적인 미군 클럽 '파라다이스'. 정태는 혜주를 만나 즐거운 둘만의 시간을 보내지만, 혜주는 정태에게 두번 다시 오지 말라고 한다.
혜주의 운명은 엄마 김인자로부터 시작된다. 1951년 6.25전쟁 고아였던 인자는 고아원 원장의 변태적 행위로 인해 고아원을 탈출하지만, 서울역 일대의 악명 높은 포주 왕할머니에게 끌려가 매춘을 강요받고, 왕할머니가 죽고난 뒤엔 문산 용주골에서 양공주로 살다가 미군 마이클을 만나 포주로부터 해방되고, 딸 혜주를 낳는다. 하지만 마이클은 혜주가 7살 되던 해 전세금까지 빼서 미국으로 도망가 버리고, 인자의 기지촌 생활은 다시 시작된다. 혜주가 열 살이 되던 해엔 마약을 하며 딸 혜주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마약 중독은 심해지고, 생계가 힘들어진 혜주는 다니던 여상을 그만두고 미용실 견습생으로 취직하지만, 몇 달 되지 않아 엄마 약값 대신 매춘부로 팔려간 뒤 2년째 엄마의 사망소식을 듣는다. 그렇게 시작한 매춘과 폭력과 포주에게 진 빚이 늘어갈 즈음 스무 살이 되던 작년에 평택 캠프 험프리스로 팔려온다. 미군 애인으로부터 폭력에 시달린 혜주의 상처를 확인한 정태는 혜주만은 반드시 지켜주기로 결심한다.
야외 훈련장에서 모의 전투를 벌이던 중 정태는 물감 총알을 마르끼즈에게 퍼붓고 마르끼즈는 정태의 멱살을 잡는 바람에 중사로부터 바닥에 엎드려 팔굽혀펴기를 하며 모욕을 느낀다. 열흘의 상병 휴가를 받은 첫날, 비오는 한밤중에 정태는 혜주를 찾아가고, 정태는 이불처럼 혜주를 감싸안은 채 하룻밤을 보낸다. 아빠 마이클이 즐겨 듣던 레코드 중에서 미국 팝가스 아이린 카라가 부른 영화 타이틀 곡인 <플래시 댄스 왓 어 필링>이라는 노래와 영화에서, 주인공이 힘든 상황을 극복하고 꿈을 이루려고 하는 모습이 감동적이어서 아이린 카라와 같은 가수가 되겠다는 결심을 했었다. 제일 좋아하는 가수에, 꿈이기도 한 <아이린>. 혜주의 미군 애인은 이름이 로드리게즈이고, 장교이며 돈을 많이 준다고 한다.
1997년 IMF에 구제 금융을 신청한 이듬해 1월, 마르끼즈의 한국 비난으로 인해 정태는 마르끼즈를 향해 주먹을 날리면서 서로 피투성이 싸움이 되고, 정태는 징계위원회에 소환되고 영창 한 달, 마르끼즈는 주임 상사로부터 일주일 동안 저녁에 한 시간씩 막사 주위를 청소하는 벌을 받는다. 정태는 2월 중순 어느 날, 예전보다 마른 몸에 두 배로 또렷해진 눈빛을 하고 귀대하고, 잠시 고시공부의 속도를 늦추고, 주말 과외를 시작한 돈으로 핸드폰 두 대를 마련하여 한 대를 혜주에게 준다. 봄을 맞은 클럽 파라다이스가 실내 공사에 들어가면서 혜주는 3일간 쉬게 되면서 정태와 함께 놀이동산 에버랜드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정태는 롱키스와 함께 일종의 의식으로 사랑을 표현한다.
4월 마지막 일요일, 주말마다 전화했던 혜주의 연락은 없고 전화기는 꺼져있다. 월요일 저녁, 집에 가 보니 혜주의 얼굴은 공포로 질려있고 온몸 구석구석은 하얀 알몸으로 면도되고 검붉은 폭력이 휩쓸고 갔다. 주말마다 혜주를 찾는 로드리게즈, 그놈의 얼굴이 보고 싶은 정태는 혜주의 집 계단으로 올라가는 히스페닉계 지아이를 목격한다. 뚱뚱한 체구의 혜주의 방문 앞에 서 있는 지아이는 로드리게즈도 아닌, 장교도 아닌 거짓말쟁이, 떠벌이, 싸이코 마르끼즈였다.
시간이 흘러 정태는 병장으로 진급하고, 한국에서의 마지막 날이라 평생 못 잊을 화끈한 파티를 한다던 마르끼즈의 들뜬 목소리를 듣는다. 한국에서 제일 하고 싶은 일이 갈보년을 멋지게 죽인 뒤 흔적도 남기지 않고 사라진다던 마르끼즈의 얘기를 떠올린다. 싸늘한 냉기와 독한 소독약 냄새가 지배하는 부검실 철제 침대 위에 칼날 모양의 상처로 난도질 당한 마르끼즈의 시체가 누워 있다. 자상으로 인한 과다출혈이 사망 원인이다. 사건 현장의 유일한 목격자인 혜주의 진술은, 가학적인 성관계를 즐기던 그가 그녀를 목 졸라 죽이려 하는 찰라, 복면을 한 남자가 들어와 피살자를 죽이고 사라졌다는 정황이었고, 흉기로 쓴 피살자의 가슴에 꽂힌 칼에선 지문이 발견되지 않는다. 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정태가 지목되고, 거짓말 탐지기와 연결된 맥박수 그래프가 요동치는 혜주와는 달리 정태의 그래프는 별 반응없이 평이하다. 살인사건이 일어난 날, 평소 악의적인 관계에 놓여있던 승훈과 코트니는 근무였으며, 한밤중에 막사 건물을 들어오는 정태를 보고도 못본척 위증까지 해가며 정태를 돕고, 법적인 조사에 의해 정태는 무죄로 풀려난다. 승훈은, 정태를 돕자고 했던 이유를 코트니에게 설명한다. <담벼락에 선 16살 소년 승훈과 금이 누나>가 찍은 사진을 코트니에게 보여주고, 누나가 죽은 게 자신이 지키지 못했다는 생각에 자해를 했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우울증으로 약을 먹으며 지낸 생활을 들려준다. 정태와 아이린이 클럽에 같이 있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과 금이 누나를 보는 착각이 들었다고. 수사 과정에서 반미 감정을 나타낸 정태는 전역 한 달을 남겨두고 한국군 부대로 전출을 가게 되고, 제대하기 전날 혜주는 면회 온다. 살인사건 후로 미군 헌병대 측에서 클럽 일을 못하게 막았고, 업주는 빚 갚을 필요 없이 나가라고 했다. 정태는 고시도 붙고 돈도 많이 벌고 예쁜 아기도 낳아 혜주와 같이 살 거라며, 다음날 평택역에서 만날 것을 약속하지만 끝내 혜주는 나타나지 않는다.
12년 후, 2010년 가을. 정태는 법무법인 법촌의 유능한 변호사로 자리잡고, 혜주는 헤어 스타일리스트가 되었다. 그리고 눈내리는 사찰 봉은사를 찾은 두사람. 서로를 만났을지 아님 그저 스쳐갔을지.....
기지촌 사람들은 미군의 폭력과 멸시의 대상이다. 지금도 여전히 미군은 지배자의 위치로 행동하고 있고, 우월한 태도로 자국민을 대한다. 범죄를 저지르고도 합당한 처벌을 받지 않으며, 불평등한 위치에 놓인 한국에 비해 우리 땅에 있는 타국인 미군의 처벌은 오히려 경미하다.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처사에 쓴웃음만 나올 뿐이다. 우리나라 소파 규정은 불평등하기 짝이 없다. 소파의 부당한 비호 아래 수많은 미군범죄가 정당한 처벌 없이 넘어간다. 작가가 이 소설을 쓴 이유는, 우리나라와 미군과의 관계가 조금이라도 정의롭게 실현되고 조정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이다. 벌이 합당해야 죄도 줄어들고 그 죄로 고통받는 이들도 줄어든다. 윤금이 씨의 죽음을 축제의 제물로 삼았던 미군 케네스 이병은 겨우 10년이 조금 넘는 형기만 채우고 가석방되어 미국으로 돌아갔다. 이 사건은 미군범죄 문제를 맨 처음 사회적으로 공론화시킨 사건이었고, 10년 뒤 발생한 전차에 깔려죽은 두명의 여중생 사건은 미군범죄를 전국민적인 촛불시위로 대중화시켰다. 불평등한 한미관계에 대한 인식이 본격적으로 확대된 시기였다. 주한미군이 아무리 우리의 국가안보를 위해 주둔하고 있다 하더라도 범죄를 저질렀다면 당연히 처벌받아야 마땅하지만 결과는 최소한의 상식마저 무너뜨리고 만다. 그것이 이 땅에 살고 있는 우리들을 슬프게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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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투사로서 용산에서 근무했던 내게는 동일한 경험을 배경으로 한 이 소설을 옅은 공감을 가지고 읽게 했다. 미군들의 팔에 매달려 영내를 들락거리던 한국의 많은 젊은 여성들, 적대감을 불러일으키던 무례하기만 했던 미군병사들, 기회균등(Equal Opportunity)을 외치지만 일방적 불이익을 감수해야 했던 수많은 일상적 사건들이 주마간산(走馬看山)처럼 지나간다. 소설에는 국가가 외면하고 방치한 것들로 인해 상처와 좌절, 핍진(乏盡)속에서 고통스런 삶을 살아가야만 했던 우리들의 여인들이 있고, 그것을 같이 아파하고 어루만질 수 있는 사랑이 있다. 이것을 평택의 미군부대에서 카투사로 복무했던 한 청년의 기억을 통해 아주 선명한 의식으로 그려내고 있는데, 한국인들을 향한 미군의 폭행, 강간, 살인, 방화 등의 범죄가 SOFA(주한 미군 지위에 관한 행정협정)라는 불평등 협정에 매여 제대로 된 사법적 처벌을 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한 여성의 고통스런 현실과 아픈 사랑을 배경으로 펼쳐내고 있다.
우리가 외면하고 있는 진실들
소설의 큰 기둥은 사회가, 국가가 보지 않으려하는 우리들의 형제와 자매들이다. 미군이 이 땅에 발을 들여놓기 시작한 것이 1945년 해방과 함께 시작된 미군정(美軍政)부터이니까 66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한국전쟁의 발발로 인한 군사원조와 남북의 긴장적 대치로 인한 미군주둔은 분명 부인 할 수 없는 동맹관계로서의 신뢰라는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이로 인해 야기되는 반사적 불평등과 불이익의 문제까지 이것이 정당화하지는 못한다. 이 과정에서 버려진 한국의 여인들, 그리고 사생아들, 이들에게 보내는 사회의 냉담하고 차별적인 시선들, 게다가 무차별적으로 자행되는 폭행과 살인에 아무런 사회적 안전장치 없이 방치된 현실과 그 피해조차 보호 받을 수 없는 현실은 오늘의 우리들이 회피하고 있는 것들을 일깨운다.
금이 누나의 처참한 살해현장을 접한 소년의 이야기에서 시작되는 이 소설은 냄비처럼 전 사회가 분노한 듯이 끓어오르다가 이내 무관심 속으로 사그라지는 우리들의 미온성과 회피적 태도를 상기시킨다. 아마 1992년 동두천 기지촌에서 미군 병사에게 피살된‘윤금이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하는 것 같다. 이 병사의 신변을 인도받고 국내법으로 처벌하는데 SOFA의 제한적 규정으로 인해 우리의 공권력은 거의 무기력했다. 이것을 바라본 사람들은 자신들이 국가의 안전망에 속하지 못한다는 자각을 갖게 한다. 또한 소위 양공주의 자식이라는 편견 속에 주변의 따가운 눈총을 받으며 성장한 아이들의 좌절과 사회의 경계 밖으로 쫓겨난 자의 죽음보다 못한 삶의 고통은 과연 온전히 개인만의 몫인가? 사회는 여기에 책임이 없는 것인가? 하는 질문을 하게도 한다.
여기 휘청거리며 몸을 가누지 못하는 한 소녀가 있다. 제대로 서있지 조차 못하여 흔들리는 버스에 자꾸만 주저앉는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그녀에게 손을 내밀지 않는다. 기지촌의 수많은 클럽들, 미군에 몸을 맡기고 그 푼돈에 의지하도록 강요당하는 대를 잇는 참담함의 희생자. ‘아이린’, 그런 그녀에게 누군가 손을 내밀고, 그 청년의 진실함에 꽁꽁 얼어붙었던 마음이 두렵게 열린다. 사법시험을 준비하는 카투사 병사‘정태’는 생존을 위해 미군의 변태적 폭력행위에 무방비로 노출되어야만 하는 여자에게 연민을 느낀다. 국가가, 사회가 보호하지 않는 그녀의 단단한 보호자이기를 자임하는 것이다. 자기 보호능력이 없는 사람에게 스스로 자신을 보호하라고 수수방관하며 개인에게만 그 책임을 떠넘기는 사회, 그래서 또 다시 미군의 폭력에 희생된 여성들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주한 미군과 카투사
한국에 있지만 미군기지에는 우리의 영토적 권한이 제한을 받는다. 이 영지 속에 미군과 카투사가 있다. 소설은 이 고유한 영역과 그 주변에서 일어나는 미군과 한국병사와의 우정과 갈등을 보여주고 있다. 인상적인 것은 중대장으로 부임한 백인여성‘제니’의 편지에서 드러나는 한국인과 한국사회에 호기심과 이해를 가지려는 미국인의 보편적 인식과 외로운 이국생활에 적응해야만 하는 고충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것은 일종의 휴머니티라 할 수 있는데, 여기에는 자칫 속임수가 개입하기 쉽다. 고독하고 향수에 시달리며, 낯선 이방인으로서의 고립감이라는 연민에 초점을 맞추어 범죄 행위까지 불가피하거나 감안하여야 한다는 동정론을 보이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적 유대관계와 친밀성은 원초적인 불평등관계를 전제하는 곳에서는 진실을 담보 할 수 없다. 강자와 약자, 상사와 부하와 같은 일방적 관계가 형성되는 곳에서 진정성의 보편화를 기대하는 것처럼 위선도 없을 것이다.
한국인과 한국을 멸시하고 조롱하는 것을 취미로 하는 미군들이 확실히 많이 존재한다. 특히 비열한 인간들은 세상 어디에나 있듯이 욕구불만과 자기혐오의 저주를 한국여성에게 분풀이하는 녀석들이 있다. 더구나 한국인은 죽여도 처벌받지 않는다는 것이 의식에 자리함으로써 어떤 죄책감도 갖지 않는데, 이것은 성폭력과 살인이라는 자극적인 쾌락을 유혹한다. 이를 대표하는 인간으로‘마르끼즈’라는 미군병사를 등장시켜‘정태’와 대립시키고 있는데, 비록 국가적 관계성의 개선 문제를 개인화시켜 관점을 협소화시키고 있긴 하지만, 주한 미군의 인간적 실태, 그 질적 수준을 설명하는 보기가 되고, 범죄행위가 어떤 성격을 띠고 있는 것인지 가늠하게 한다.
소설에는‘승훈’이나 ‘민성’이란 카투사 병사를 통해 미군과 우정을 나누고 신뢰를 키우며, 나아가 보다 깊은 내면적 교감과 문화적 이해를 키워나가는 모습도 있다. 여기에도 오해가 있을 수 있는데, 카투사의 개인적 기질이나 역량에 의해 미군을 친구이자 우호자로 변화시켜 미군의 범죄성을 순화시킬 수 있다는 지극히 개인에 의존하는 사회와 국가의 책임회피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인간의 개성이자 특질의 문제이지 이것을 국가적 불평등협약의 완충장치로 이해하려는 시도는 위험천만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소설이 제기하는 문제의식만큼은 충분히 전달되고 있으나, 이의 해결 또는 해소를 위한 제안은 시도되지 않거나 개인화시키고 있다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한 편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
어둡고 무거운 국민적 책임의식을 일깨우는 이 일화들 속에서 피어나는 순애보가 있다. 소설의 축을 이끄는 인물이랄 수 있는‘아이린’과 ‘정태’의 사랑이다. 백인과 양공주인 엄마사이에서 태어난 소녀와 버려진 여인으로서 아이를 양육하기 위해 양공주가 되어야만 했던 엄마에게 연민을 지우지 못하는 청년의 만남이다. 청년은 양공주 아이린이자 꿈 많은 소녀‘혜주’이기도 한 위태로운 경계에서 아슬아슬하게 삶을 지탱하는 여자에 대한 모든 것을 끌어안는 사랑을 실행한다.
미군의 몸을 받아 살아가야 하는 여자에 대한 외면 할 수 없는 책임이며, 그것은 여자 개인의 책임이 아니라는 의식이다. 선뜻 남자의 사랑을 받아들일 수만은 없는 여자의 고통, 마지막까지 여자를 지켜내려는 안간힘은 가슴이 먹먹해지고 코끝이 아릿한 애틋함에 젖어들게 한다. 함박눈이 펑펑 내리는 도심 속 사찰의 경내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옛 사랑의 노래처럼 그렇게 이들의 사랑은 사무치는 그리움, 청결하고 고귀한 사랑의 시가 되어 내린다.
이 땅 어디에선가 피어날 밖에 없는 이 비릿한 러브스토리는 그래서 더욱 애잔하고 슬프기만 하다. 불행과 불신을 키우는 심각한 불평등의 고착화는 조속히 시정되어야 한다. 이 불평등 협정의 개정은 일회적인 분노가 아니라 끊임없이 외치고 국민적 관심을 지속시켜야 할 문제이다. 이것은 국가 간의 신뢰의 손상과 적의를 키우기만 할 뿐이다. 정치외교적, 그리고 경제적 지위가 이젠 달라졌다. 군사외교적 차원의 관점에서만이 아니라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우리가 소외시킨 사람들을 경계 안으로 포용하고 보호하기위한 필수적인 조치인 것이다. 사랑 이야기에 실려 다시금 우리의 무심함과 외면을 상기시키는 이 소설은 개인화할 수 없는 것을 개인화하는 편협함에도 불구하고 그 소명을 다한 가슴 따뜻한 작품으로 진중한 문제를 제기한다. 사랑이 있어 더 없이 아름다운 소설이다. |
![]() 스쳐지나가면서 표지를 보게 되었을때, 누구나 가장 먼저 두가지의 반응을 보일 수 있다. 그냥 가던 길을 가던가, 아니면 멈춰 서던가. 이 책의 표지는 나를 멈춰서게 만들었다. 대형 서점 소설 평대에 놓여져 있던 이 책.. 표지와 유사한 색으로 적혀있던 제목은 눈에 잘 띄지 않았다. 표지에 그려져 있는 한 소녀의 얼굴. 그게 눈길을 사로잡았다. 표지를 보면, 예쁘다. 예쁜 얼굴에는 눈이 간다. 나도 그렇다. 작고 예쁜게 좋다. 예쁘다는 기준은 제각각이겠지만, 그렇다고 느끼면 눈길이 가는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이 표지의 사진은 단지 예쁘기만해서 눈길이 간건 아니었다. 스쳐지나가면서 볼때엔 사진인가? 라고 착각할만큼 세밀했다. 그래서인지 그 파란 눈동자를 가진 소녀의 얼굴에선 감정이 느껴졌다. 무언가에 마음을 놓아버린 듯한, 바라보는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신경쓰이지 않는다는 덤덤한 감정이 묻어났다. 그녀의 파란 눈동자가 담고있는 묘한 이 감정은.. 슬픔일까?
뒷표지에 어느 기지촌 소녀의 슬픈 사랑 이야기 라는 문구가 적혀있던 이재익의 장편소설 '아이린'은 윤금이씨 사건을 모티브로 한, 기지촌을 배경으로 쓰여진 작품이다. 경기도 평택에 있는 캠프 험프리스 미군기지. 이곳은 한국 땅임에도 불구하고, 미국 캘리포니아 주로 주소지가 되어 있다. 주인공 정태는 카투사로 이곳에 전입해 온다. 우연한 기회에 미군전용클럽에서 일하는 혼혈아인 아이린을 만나게 되고, 둘은 운명처럼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아이린에게는 로드리게즈라는 미군 장교 애인이 있다. 어느 날, 로드리게즈가 아이린의 방에서 참혹하게 살해당하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한다. 아이린과 정태가 유력한 용의자로 떠오르며 사건은 점점 미궁 속으로 빠져간다. 살인사건을 둘러싸고 아이린의 놀라운 과거와 정태의 숨겨진 비밀이 하나둘씩 드러나며 소설은 클라이맥스로 향한다.
금이 누나는 1년 전에 이 동네로 이사 왔다. 골목을 하나 둔 바로 앞집으로 항상 입가에 빙그레 미소가 머물던 여자였다. 그리 크지 않은 키에 이마가 드러나도록 머리띠를 자주 했다. 여름에는 청반바지와 흰색 면티셔츠를 자주 입었고, 겨울에는 손으로 뜬 분홍 목도리를 항상 목에 감고 다녔다. 동네 사람들은 금이를 양공주라고 불렀다. 소년도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대충은 알았다. 그런데도 금이 누나가 좋았다. 누나에게선 항상 좋은 향기가 났다. 누나는 마주칠 때마다 말을 걸어주던 따뜻한 친구였다. 사람들이 알면 비웃을지도 모르지만, 소년은 누나를 지켜주고 싶었다. 사진 위로 소년의 눈물이 툭 떨어졌다.
주한미군, 양공주, 카투사, 분단, 혼혈.. 미궁의 살인사건! 책의 뒷표지에 적혀있던 어느 기지촌 소녀의 슬픈 사랑 이야기 라는 문구 다음에 적혀있는 문구가 이거였다. 책의 표지를 처음 보고, 이상하리만큼 복잡한 감정을 담은 눈동자에 이끌려 책을 집어들고, 읽기 시작하면서도 이 책이 미스터리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더랬다. 표지를 차지하고 있던 예쁜 소녀의 미묘한 눈망울이 미궁의 살인사건이라는 문구는 그냥 이야기를 끌어가는 사건 중에 하나일 뿐이라고 생각하게 만든 것 같았다. 그리고 내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이 작품이 담고있는 건 미스테리가 아니라 단지, 누구나 간직하고 있는 하나의 사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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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익의 장편소설 '아이린'의 모티브가 된 사건은 1992년 벌어진 윤금이씨 살해사건이다. 많은 사람들이 아직 기억하고 있을 이 사건.. 오래전에 벌어진 사건이라고, 너무 많은 시간이 지난 일이라고.. 난 잘 모르고 있었다. 그냥 이런 일이 있었다는 정도만 알고 있었지.. <윤금이씨 살해사건 http://www.usacrime.or.kr/whitebook/19921028.htm> 이 책을 읽고서 겨우 딱 한번만 검색해봤을 뿐인데, 적혀있는 글들을 도저히 다 읽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깨달았다. 그냥 잊어버려서는 안되는 일이었구나. 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났다고 하더라도, 잊지 말아야 하고.. 알아야 하는 일이구나.. 그 아픔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구나.. 하는 사실을..
이 작품의 모티브는 실화이지만, 어쨌든 '아이린'은 소설이다. 그럼에도 이 소설은 카투사로 근무했던 작가의 경험과 사실을 바탕으로 쓰여진 탓인지 관찰자 적인 입장이 아닌 일인칭 시점에서 쓰여진 작품을 읽는 것처럼 사실적인 묘사를 통해 우리나라의 근현대사의 아픈 단면을 오롯이 독자의 마음에 새겨놓은다.
특히 주한미군 범죄는 이삼십대의 누구에게나 그저 오래된 과거의 일이 아니다. 2002년 6월, 중학교 여학생 2명이 갓길을 걸어가다가 훈련중인 미 제2사단 공병대대 44공병대 소속 장갑차에 깔려 숨졌던 효순이 미선이 사건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직까지도 불평등한 소파 규정이 개정되지 않은 현실은 매년 그녀들의 기일이 돌아올때마다 많은 사람들을 아프게 만들고 있으니까.
아무튼 이 소설은 사랑이야기다. 수많은 감정을 품고 있는 표지의 소녀에게서 느껴지는 복잡미묘한 감정. 그 안에는 분명 그녀에게 유일한 삶의 희망이 되었을 사랑 역시 자리하고 있다. 미군과 한국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 소녀 아이린. 구혜주. 대한민국 최고의 엘리트라 지칭되는 서울대 출신의 정태라는 카투사와 클럽에서 몸을 파는 소녀 아이린의 만남과 사랑을 통해 작가가 보여주려는 것은 그 무엇도 이겨내는 오롯한 사랑의 힘, 그리고 그 힘을 바탕으로 더는 누구도 아픈 사람이 생겨나지 않기를, 그들의 아픔이 조금이나마 치유되기를 바라는 간절한 그의 소망일게다.
그러나. 분노. 그리고 안타까움. 왜 우리는 이렇게 아픈 과거를 가지고 있어야 하는 걸까 라는, 바꿀 수도 잊을 수도 없는 사실을 이제서야 알아버린, 그럼에도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자괴감.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느낌이 가장 많이 들었다. 가슴 먹먹해지는 정태와 혜주의 이야기를 오롯이 애절한 사랑 이야기만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건, 바로 내가 이 아픈 과거를 짊어진 대한민국 국민이기 때문일 거다. 이들은 왜 이렇게 아파야 하는지 머리로는 알면서, 가슴으로는 알면서, 그저 잊지 말자는 것밖에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이 더러운 기분.
작가의 말에 담긴 문구가 처절하게만 느껴진다. 안보라는 거대 명제 앞에서 우리는 너무 쉽게 정의로움을 포기한 것이 아닌가 반성해 보자는 겁니다. 라는. 그리고 벌이 합당해야 죄도 줄어들고 그 죄로 고통 받는 이들도 줄어들겠지요.. 라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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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이재익의 소설을 좋아한다. 처음으로 접했던 '카시오페아 공주'를 읽는 순간 반했고, 두번째로 '압구정 소년들'을 읽고 팬이 됐다. 그후로도 '서울대 야구부의 영광'을 읽었고, '심야버스 괴담'에 이어 '아이린'까지 최근 출간된 그의 소설은 모두 읽게 됐다. 대중의 코드를 잘 읽고, 쉽게 말해 재밌는 소설을 쓰는 작가가 이재익이다. 그러다보니 다소 글이 가볍고, 심오한 철학이 담겨있지 않아 평론가들에게는 호평을 받지 못할것 같은데, 역으로 보면 우리 일반 독자들에게는 어렵거나 무겁지 않고, 쉽게, 재밌게 읽을수 있는 소설의 재미를 듬뿍 안겨준다고 할수도 있겠다.
카시오페아 공주에서 가능성을 잔뜩 기대하게 만들었다면 이번 '아이린'에서는 지금까지 보여줬던 소설의 기교를 활짝 꽃피웠다고 할수 있을것 같다. 내가 뭐 문학이나 소설에 대해 워낙에 잘 모르기도 하지만 사실에 기초한 소재 선택, 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줄거리 설정으로 작품의 사실감을 높였고, 대학생과 기지촌 여성, 카투샤와 미군등 대조적인 인물 들을 서로 엮어놔서 갈등을 고조시켜 나간다. 거기다 마지막에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반전 구도까지! 어떤 소설들을 보면 거창하게 이야기를 시작해서 갈등을 증폭시켜 나가다가 너무나도 어처구니 없이 허무한 결말로 마무리하는 모습을 보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이런 용두사미의 대표적인 소설가가 김진명이라고 본다. 하지만 이재익은 '아이린'에서 마지막까지 허탈한 결말을 짓지않고 여운을 남겨주고 있다. 이러니 어찌 최고라고 하지않을수 있을까! 단연코 이재익의 지금까지 소설중에 최고다.
이런 이유로 나는 이재익의 소설이 갈수록 진화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반전이란건 소설속에만 나오는게 아니더라~ 마지막 장을 보니 이 소설이 2001년 이미 출간했던 '노란잠수함'이란 소설을 재편집한거라고...살은 더 붙였겠지만 뼈대는 이미 2001년에 쓴 작품이라니 꼭 시간이 흐를수록 발전하고 있다고 볼수만은 없겠다.
소설의 모티브가 된 실화는 '윤금이 사건'이다. 모두들 기억하고 있을게다. 미군을 상대로 한 집창촌 여성이었던 윤금이씨가 미군에게 잔인하게 살해됐던 사건인데, 사체를 발견했을 때, 그 끔찍함에 치를 떨게 했었던... 알몸 상태로 온 몸엔 폭행으로 멍이 들어있었고, 음부엔 콜라병이 박혀있었지만, 그 안으로 맥주병 두개가 더 있었다. 항문엔 우산대를 박아놨는데 이처럼 잔인하고 끔찍한 살인의 동기가 그저 만취한 미군의 '장난'이었다는게 더 우리를 분노하게 만들었었다. 그냥 이유도 없이 재미로, 그토록 잔인하게 한 여성을 죽인거다. 자기와 동일한 사람으로 보지않았다는 말 아닌가. 그냥 가지고 놀다가 죽여도 되는 미개한 코리안으로 봤다는게 맞을거다. 이 사체 사진을 난 당시 대학교 교정에서 처음 접했다.
이 사건으로 당시 '한미주둔군 지위협정 SOFA'의 불평등한 조항을 개정하자는 움직임이 전국적으로 펼쳐졌고, 연일 반미 시위가 거리를 뒤덮었더랬다. 그 유명한 '양키고홈'이라는 구호를 필두로 한..
이 사건을 모티브로 소설이 시작되는데 이재익 작가가 실제로 근무했던 카투샤의 경험을 토대로 미군부대에서 근무하는 주인공과 미군간의 갈등, 사랑하는 여인인 아이린과의 이루어 지지 않는 사랑을 현실감있게 그려내고 있다. 우리 때문에 한국이 평화를 누리며, 경제성장을 거듭하고 있다..우리가 아니었으면 한국은 진작에 북한에 적화통일이 되어 비참하게 살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한국인들에게 대접받고 살 권리가 있다..라는 주한미군 병사들의 인식과 여기는 한국땅이다. 한국땅에서 근무하면서도 한국인을 멸시하고, 불법을 저질러도 미군이라는 이유로 처벌조차 받지않는, 마치 정복군 행세를 하는 그들을 증오하는 주인공의 시각을 통해 독자들에게 주한미군이 우리에게 주는 가치와 의미에 대해 깊게 생각하게 만든다. 사회적인 메시지도 뚜렷한 편이다.
표지에 그려져있는 여인이 아마도 아이린이 아닐까 싶다. 기지촌 여성이 백인 미군과의 사이에서 낳은 백인혼혈아. 숙명처럼 발버둥쳐도 결국 빠져나오지 못하고 엄마와 같은 양공주 생활을 하게되는 여주인공이다. 그런데 이 표지여성의 그림이 이재익의 첫 단편집 '카시오페아 공주'에 나오는 여성과 흡사하다. 아마도 소설을 쓰면서 작가가 이상형으로 삼는 여주인공 모델의 이미지가 아닐까하는 혼자만의 상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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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와 제목부터 읽고 싶게 만드는 소설이 아닌가 싶다. 물론 조금은 섬뜩한표지일 수도 있지만 , 이 책을 다 읽은 난 표지가 이럴 수밖에는 없겠다, 라고 생각했다. 이 책 뒷표지에는 이렇게 적혀있다 '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순간 가슴이 먹먹해지는 소설. 한 잎의 여자, 진실하고 애절한 사랑을 그린 로맨틱 스릴러 ' 나는 가슴이 먹먹해진다. 라는 부분에서 눈을 멈췄다. 그 부분만 읽어도 가슴이 먹먹해지는 것 같은데 ,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순간 마치 요즘 날씨처럼 아니 , 그 보다 더 먹먹해지진 않을까 . 하는 작은 두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재익 작가의 소설을 좋아하지만 아직 서울대야구부의 영광말고는 읽어본 적이 없었던 나이기에, 아이린을 읽고 역시 매력이 있다면 압구정 소년들, 카시오페아 공주 등등의 책들을 읽어볼 예정이었다. 미리 답을 해보자면 난 앞으로도 이재익 작가님의 소설을 기다리고 , 또 기다릴 것 같다.^^ 그만큼 매력있는 소설이라는 애기다.
근현대사 공부할 때 , 미군의 관하여 선생님이 얘기해주신적이 있다. SOFA 규정과 함께 '윤금이 사건' 또한 전해들었다. 듣는 것만으로도 충격적인 그 사건을 선생님은 차분하게 설명해주셨었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 난 반미의식을 너희에가 키우려고 이 얘기를 하진 않았다. 다만, 너희들이 올바른 반미의식을 가졌으면 좋겠다 ." 이 말이 나는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지금 사람들을 보면 검은색과 흰색으로만 나누어져 있는 것 같다. 검은색이 싫으면 검은색과 흰색 사이에 있는 색들에 멈춰있을 수도 있는데 무조건 검은색이 싫으면 흰색을 외친다. 난 그런 것이 안타까웠다. 그런데 이재익 작가는 검은색도 흰색을 떠나 올바르고 올바르지 않은 것을 구분하자. 라는 메시지를 이 책을 통해 전하지 않나 싶다.
내가 이런 얘기까지 꺼내는 이유는 , 바로 이 책이 윤금이 사건으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미군기지 옆에 있었던 기지촌사람들의 삶. 비록 , 구혜주라는 여자주인공을 통해 소위말하는 창녀촌사람들의 얘기를 대변하는것 같아 보이지만 그 시대, 기지촌사람들의 삶을 대표해주고 있다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았다. 그들은 미군들의 무시와 이름모를 증오를 동시에 감당하며 살고 있었다. '올바르지 않은' 미군 마르끼즈와 그에 맞선 한국군인 박정태. 둘 사이의 묘한 긴장감이 그 당시 미국과 한국의 긴장감을 말해주지 않나 싶다. 물론 , 정치 속에서가 아닌 일반 사람들의 의식속에서 -
나는 작가의 말을 읽는 것이 좋다. 책을 다 읽고 난 뒤에 읽는 작가의 말은 내가 책을 읽으며 가졌던 의문들에 답해주는 것 같기 때문이다. 특히 이재익 작가의 말은 더욱 더 그렇다.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약간의 빠진 퍼즐들을 작가의 말을 통해 채워넣을 수 있었다. 소설과 작가의 말로 완성된 아이린이란 퍼즐 . 한동안 내 마음 한구석에 먹먹히 남아있을 것 같다. 나도 작가처럼 , 조금 시간이 지난 후에 기도하는 마음으로 그녀를 보낼 수 있길 바란다. 잘 있어, 아이린. 이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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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고 재미있게 읽힌다. 하지만 가슴이 아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