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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스릴러를 표방한 사회고발서다. 다시 말해 소재가 괴담이다 보니 스릴러를 이야기하는 것 같지만 내용을 잘 들여다보면 이런 저런 사회문제를 비판하고 있기 때문에 엄격히 말하면 스릴러라기 보단 사회고발서라고 분류하는 것이 맞다. 저자는 이런 비판의식을 밑바탕에 깔고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는데 표현이 노골적이고 19금이 많아서 과연 청소년들이 이런 소설을 읽어도 무방할까 하는 우려를 낳는다. 사실 스릴러에서 19금은 흔히 쓰이는 단골 메뉴다. 공포영화에서 야한 장면은 약방의 감초처럼 쓰이기 때문에 이를 문제 삼긴 어렵다. 다만 성행위가 지나치게 묘사되고 자주 등장한 점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저자는 스릴러에 초점을 맞춰 공포적인 요소를 좀 더 신경 써야 했는데 그저 자기 표현력만 과시한 것 같아 아쉬움을 남긴다. 하지만 간결한 내용전개와 논리적인 구성 그리고 깔끔한 마무리에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이 책은 과거에 실제로 있었던 일을 마치 소설화한 것인 양 서두를 시작하고 있다. 서울과 분당을 오가던 2002번 심야버스는 이 이야기의 소재면서 사건의 발생장소다. 자정 무렵 분당에서 서울로 향하던 심야버스에서 사건은 시작된다. 늘 그렇듯 이 시간대엔 으레 취객이 버스에 있기 마련이다. 여느 심야버스와 마찬가지로 이 버스에도 대취해서 제 정신이 아닌 중년남자가 타고 있었다. 그런데 이 남자가 갑자기 버스기사에게로 다가가 자기 신세한탄을 하며 운전을 방해하면서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한다. 승객 중 일부가 대형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이 취객을 만류했는데 이때 기사가 급박한 상황을 우려해 급브레이크를 밟는 바람에 말리던 승객들이 그만 실수로 남자를 덮치고 만다. 이로 인해 취객은 그 자리에서 사망하게 되고 운전기사 및 승객들은 공황상태에 빠지게 된다. 운전기사와 주인공인 준호는 이 위기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야산에 묻자는 의견을 내고 바로 실행에 옮긴다. 만약 이렇게 모두의 동의하에 조용히 넘어갔으면 별 문제가 없었을 텐데 또 다른 취객이었던 여고 윤리선생이 이 일에 반대의견을 내며 끼어드는 바람에 사건은 난관에 봉착하게 된다. 이런 실랑이를 벌이던 와중에 윤리선생인 최주임은 운전기사를 실수로 살해하게 되는데 이로 인해 상황은 더욱더 악화되고 만다. 한편 이런 모든 과정을 조용히 지켜본 이가 있었는데 야산에 모여 시체를 묻은 사람들은 그 사람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한다. 이로 인해 사건에 연루된 전원은 인과응보인양 파멸의 길을 걷게 된다. 이 책은 총 41개의 소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지금부터 난 내가 주목한 것들 위주로 그 내용에 대해 하나씩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겠다. 첫 번째로 내가 주목한 것은 ‘윤리 선생의 위선적인 태도’에 대해 이야기한 부분이다. 처음 취객압사 사고가 발생했을 때 최 주임은 미필적 고의(자기의 행위로 인하여 어떤 범죄결과의 발생가능성을 인식 혹은 예견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의 발생을 인용한 심리상태)에 의한 집단 살인이라는 어려운 말을 써가며 사건을 은폐시키려는 무리를 비난하고 매도하며 경찰을 부르라고 생난리를 쳐댔다. 그런데 막상 자신이 실수로 운전기사를 밀쳐 죽이는 사고가 발생하자 최 주임은 돌변하여 사고를 덮으려 했다. 남들이 실수로 사람을 죽였을 땐 어떻게 시체를 야산에 묻을 수 있냐는 둥 빨리 경찰을 부르라는 둥 생난리 브루스를 쳐대던 사람이 자신도 압사사고를 일으킨 자들과 같은 입장이 되어버리니까 세상엔 예외가 있는 법이라며 안면몰수하고 태도를 바꾼 것이다.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학교에서 윤리를 가르치는 선생이란 작자가 남들이 실수했을 땐 자신이 마치 정의의 사도나 되는 것처럼 사람들을 범죄자 취급했으면서 자기가 진짜 범죄자가 되자 자신은 예외라면서 사건을 은폐하려 하다니 이 얼마나 어이없는 일이란 말인가! 남이 하면 불륜이고 내가 하면 로맨스란 말인가! 더욱 가관인 것은 이렇게 사이비 종교인 같은 짓을 저지르고도 학생들 앞에선 양심의 정의를 부르짖고 하느님을 팔아먹었다는 점이다. 비양심적이고 하느님을 속이는 자가 학생들에게 양심의 정의를 운운하고 하느님을 속이는 일 따위를 하지 말라고 떠드는 꼴이라니 이보다 더 우스운 코미디가 세상에 어디 있겠는가! 이 내용이 비록 소설이고 허구지만 저자는 이런 캐릭터와 내용을 설정해 세상에 존재하는 위선적인 인물들을 비판한 것이 아닐까 싶다. 두 번째로 내가 주목한 것은 ‘세상에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장벽’에 대해 이야기한 부분이다. 등장인물인 미나는 준호에게 세상에 존재하는 커다란 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세상은 성 안의 세상과 성 밖의 세상으로 나뉘는데 성 안의 사람들은 무료하기까지 할 정도로 풍요롭게 사는데 반해 성 밖에 버려진 자들은 하루하루 먹고 살기에도 바쁘다는 것이다. 미나는 자신은 성 밖의 사람으로 아무리 발버둥 쳐도 성 안으로 들어가기 힘들다는 점을 준호에게 토로한 것이다. 맞는 말이다. 세상엔 분명 보이지 않는 성이 존재한다. 주인공인 준호가 환경의 차이와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고아인 미나와 끝까지 함께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가진 건 실제 세상이 그렇게 생겨먹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배운 것 하나 없는 가난한 고아가 좋은 집 자식과 아무런 방해 없이 과연 결혼할 수 있을까? 절대 그럴 수 없다. 사랑만으로 남녀가 결혼할 수 있는 건 신데렐라와 같은 동화 속에서나 가능한 이야기다. 현실 세계에선 집안, 학벌, 재산 등이 작용하여 남녀가 맺어지지 절대 격이 다른 사람들끼리 엮이지 않는다. 애초에 어릴 때부터 따로 어울리며 자라는데 어찌 서로 인연이 닿아 만나 결혼을 할 수 있겠는가! 이 내용 또한 저자의 세상에 대한 비판이 아닐까 싶다. 마지막 세 번째로 내가 주목한 것은 ‘쾌락을 좇는 세태’에 대해 이야기한 부분이다. 등장인물인 숙자는 육체적 쾌락에 미쳐있는 주부다. 살인사건에 휘말리게 된 날 숙자는 가정의 안정보단 쾌락에 눈이 멀어 젊은 남자와 바람을 피우고 집으로 돌아오던 길이었다. 내연남의 사업자금 요구로 인해 그동안 해온 외도에 대해 심각한 갈등을 안은 채 심야버스를 탄 것인데 뜻밖의 사고에 개입되어 인생이 꼬이게 된 것이다. 사실 외도는 과거에도 있어 왔고 오늘날에도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기 때문에 새삼스러울 것이 없다. 다만 오늘날의 외도가 예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예전의 외도는 남자만의 전유물이었다면 현재는 남녀 할 것 없이 바람을 피운다는 점이다. 사회의 가장 기본단위인 가족의 붕괴를 초래하는 외도는 그 자체로도 문제다. 하지만 이보다 더 심각한 것은 이렇게 외도를 저지르는 자들이 전혀 죄책감을 느끼지 못한다는 데 있다. 체면은 중요시해 사회적인 비판은 좀 신경을 쓰고 있지만 자신이 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인식은 전혀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는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현행법상 간통은 엄연한 유죄다. 요즘 성관념이 서양의 영향으로 개방적으로 변해 간통죄를 지나친 사생활 침해라고 주장하는 자들이 있는데 이는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고 자들의 헛소리일 뿐이다. 부부야 간통으로 인해 갈라서면 그만이지만 애들은 그렇지 못하다. 부부가 이혼을 해도 부모는 달라지지 않는다. 일방 혹은 쌍방의 외도로 부부가 갈라서게 되면 가장 상처를 많이 받는 건 배우자가 아니라 자녀들이다. 부모가 이혼을 하게 되면 자식은 그 마음의 상처를 평생 갖고 살아가야 한다. 특히 다른 사유도 아닌 외도 같은 일로 부모가 이혼을 하게 되면 그 부정적인 영향은 미래에 자식에게 고스란히 미치게 된다. 본인만의 쾌락을 위해 배우자는 물론이고 자녀에게까지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는 행위가 과연 잘 하는 짓일까? 자기 인생만 중요하고 자식의 인생은 나 몰라라 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부모의 태도일까? 깊이 생각해볼 일이다. 이 내용 또한 쾌락만을 추구하는 현 세태에 대해 저자가 비판의 칼날을 들이민 것이 아닌가 싶다. 사회고발서는 사회고발서다워야 하고 스릴러는 스릴러다워야 한다. 다른 요소가 강해 본래의 취지가 희석되면 그 소설은 아무리 표현력이 좋아도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다. 이 책은 스릴러가 아닌 그냥 사회고발서로 세상에 나왔어야 했다. 이 점이 너무나 안타깝다.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 한 점을 제외하곤 사회비판적인 내용이나 상황 표현력은 좋았다. 덥지 않은 이 여름에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를 생각해가며 공포를 즐기고 싶다면 이 책을 한번 읽어보기 바란다. 인상적인 글귀 “지금도 누군가의 세계는 종말을 맞고 있다. 매 순간이 소멸의 순간이다. 어느 개인에게는, 또 어느 집단에게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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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판 “전설의 고향”이라 할 수 있는 “도시 괴담(怪談)” 중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것이 “학교(學校)”와 “심야 버스(또는 전철)” 일 것이다. 추측컨대 두 곳 다 한 낮에는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지만 밤이 되면 인적이 끊겨 텅 비어 버리는 "적막함"이라는 공통점 때문에 괴담의 배경이 되는 것으로 생각된다. 현직 라디오 방송 PD이자 소설가로도 왕성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는 이재익 작가가 심야버스를 소재로 한 소설을 선보였다. <심야버스괴담(황소북스/2011년 6월)>이 바로 그 책이다.
세기말의 음험한 분위기가 팽배하던 1999년 여름 어느날, 지금은 사라졌지만 강남역 - 분당간을 왕복하던 시외직행버스 2002번가. 자정에 가까운 시각에 분당에서 서울 양재동으로 이어진 고속화도로를 시속 100킬로미터가 넘는 속도로 질주하고 있었다. 그런데 쉰 살 쯤 되어 보이는 한 남자가 운전석 옆에서 기사와 격렬한 실랑이를 벌이는 소동이 일어난다. 승객들이 말려 보지만 그 남자는 운전석을 향해 뛰어 들고, 운전기사가 급브레이크를 밟으면서 그 남자와 말리던 승객들이 엉켜 버스 바닥으로 쓰러지는데, 남자가 그만 승객들에게 깔려 압사(壓死)하는 사고가 일어난다. 기사와 승객들은 처벌받을 까 두려워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남자의 시체를 고속도로 옆 야산에 버리는데, 고등학교 윤리 선생님이자 또 다른 승객이었던 한 남자가 시체를 유기했다며 기사와 몸싸움을 벌이다가 그만 기사가 넘어져 머리를 돌에 찧으면서 죽는 사고가 발생한다. 두 사건 모두 말릴 겨를도 없이 순식간에 벌어진 사건이었다. 승객들은 기사 시체마저도 야산에 버리고 강남역 인근에 버스마저 버려두고는 뿔뿔이 흩어진다. 경찰들은 버려진 버스 기사 실종 사건을 수사하지만 기사의 행방은 묘연 - 야산에 잠들어 있으니 - 하고 사건은 그렇게 잊혀지는 듯 했는데, 그 버스를 탔던 승객들이 하나 둘씩 살해당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살아남은 승객들은 자신의 차례가 오는 것은 아닌지 공포에 떠는데 마지막에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인물이 범인으로 밝혀진다.
“괴담”이라는 제목만 보면 “공포 소설” 이겠거니 생각 들지만 이 책은 “추리 소설”, 아니 엄밀히는 섹스, 잔인한 살인 등 과격한 장면이 여과 없이 등장하는 “하드코어 스릴러” 물이라는 표현이 정확할 것 같다. 토머스 해리스의 <양들의 침묵>과 비슷하다고 할까? 분위기만큼은 여느 공포 소설 못지 않은데 세기말인 1999년 여름 심야라는 시간적 배경과 불 꺼진 버스와 적막한 고속도로라는 공간적 배경이 음산하고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킨다. 이 책, 200 페이지가 채 안 되는 짧은 분량이었기도 했지만 “최고의 페이지 터너”라는 별명에 걸맞게 읽기 시작하면 도저히 손에서 놓을 수 없게 만드는 강력한 몰입감과 재미를 선사한다. 특히 마지막 반전에서 독자들을 깜빡 속이는 범인의 의외성 - 작가가 독자들이 범인을 오해하도록 여러 장치를 마련해놓고 있다 - 이 참 인상적인데, 뒷 표지 “아버지를 죽인 범인이 이 버스 안에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결국 스포일러였다니, 제대로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었다. 물론 그 문구를 알고 있었더라도 범인의 정체를 쉽게 짐작하긴 어려웠겠지만 말이다. 책 문구 중에서 사람을 죽일 때가 수십 대의 첼로가 한꺼번에 저음을 연주한다는 느낌이라고 묘사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 어느 악기보다 가장 잘 인간의 심장을 표현한다는 첼로 수십 대가 동시에 연주하는 저음을 상상해보니 소름이 다 돋을 정도로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이재익 작가 작품은 <카시오페아 공주>, <압구정 소년들>, <서울대 야구부의 영광>에 이어 이번 작품이 네 번째로 읽은 작품인데 네 권 모두 기대 이상의 재미를 보여주고 있어 “이재익 작품은 재미있다”라는 공식을 만들어도 될 것 같다. 다양한 이야기 꺼리와 장르를 넘나드는 그의 작품들, 앞으로도 계속 만나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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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에 버스를 탔다. 술 취한 아저씨의 난동 속에 그만 취객이 죽고 말았다. 고의적 살인은 아니고, 취객과 승객, 운전기사 아저씨와의 실랑이 속에 버스가 브레이크를 밟으면서 승객들의 아래 취객이 깔려서 죽어 버렸다. 바로 경찰에 신고하면 문제가 없을텐데, 모두들 겁이 났다. 그래서 선택한 것은 근처 야산에 시체를 버려두는 것, 그들은 그 하나의 마음을 모아 시체를 운반하였는데, 느즈막이 깨어난 또 한 명의 취객이 시체를 발견하게 된다. 그리곤 하나님의 용서와 양심을 운운하면서 경찰에 신고할 것을 말하는데, 그 와중에 운전기사 아저씨와 이 취객이 실랑이를 벌이다가 그만 운전기사 아저씨가 죽고 말았다. 일이 참, 어지간하게도 꼬여버리고 만 것이다. 어허, 이를 어쩌나.... ![]() 역시 심야에 버스를 타는 일은 뭔가 일이 생기게 마련인 것일까, 빨리 빨리 집에 들어가는 것이 상책인 것인데 말이다. 여하튼 심야에 버스를 탔던 승객들, 여대생과 아줌마, 학교 선생님, 긴머리 여인 미나와 준호는 이제 뜻하지 않게 살인사건의 한 중심에 서 있게 되었다. 그것이 물론 고의적인 살인은 아니었지만 여하튼 이미 두 사람이 죽어나가지 않았는가 말이다. 각자의 삶 속에서 심각한 충격일 수 밖에 없을 듯 하다. 그런데, 그 사건의 출연진들이 한 명씩 잇달아 죽어 나간다. 어허, 이건 또 뭔가.....
첫 번째 희생자는 여대생이었다. 야밤에 아이스크림을 사러 동네 슈퍼를 다녀오던 길에 칼에 마구마구 찔려 죽고 말았다. 두 번째 희생자는 학교 선생님이다. 취객의 시체를 발견했을 때는 하나님의 용서와 양심 운운하면서 경찰에 신고해야한다고 그렇게 야단법석이더니 자신이 운전기사를 죽게 만들고나서는 빨리 시체를 두고 떠나자며 오늘의 사건은 모두 잊어버리자고 침묵을 지키자고 말하던 그 선생님이 학교에서 캔커피를 마시다가 독살되었다. 그렇다면 이렇게 한 명씩 죽어 나가는 것이라면 준호도 미나도, 아줌마의 목숨도 파리 목숨이라는 것이 아닐까싶어 두렵기만 하다. ![]() 괴담 듣는 것은 역시 여름 밤이 제일로 좋다. 이 책을 읽은 시간도 일부러 밤 시간을 할애하였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죽음의 향연이랄까, 계속 한 명씩 죽음의 문턱을 넘어서고 마는 이 책, 살인자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끝까지 숨 죽이고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여기저기 낭자하는 피의 얼룩짐, 왜 그 살인자는 살인을 해야 했던 것일까....아버지의 복수, 아니면 마냥 살인하는 것이 재밌어서, 혹은 성 안의 사람들에 대한 불만을 가진 성 밖의 사람이라서, 그리고 생존자는..... 살인자의 존재는 드러난다. 그런데 이 책, 마지막까지 읽어야 할 것이다. 살인자의 존재가 드러났다고 다 끝난 것이 아니라서 말이다...괴담, 한 여름밤에 읽어야 제 맛인 괴담, 그 이야기 속으로 한 걸음 내딛어 무더위를 벗겨 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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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말의 음험한 분위기가 팽배하던 1999년, 지금은 사라진 강남역과 분당을 왕복하던 2002번 시외직행 심야버스에서 이야기는 시작한다.
경찰에 신고해야 된다는 의견과 해서는 안된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다가 종국엔 고속도로 옆 야산에 버리기로 모두가 암묵적 합의를 보고 시체를 끌고 나가지만, 미나만 슬픈 모습을 한 채 뒷자리에 뻗은 취객과 남아 있게 된다. 야산에 시체를 두고 내려갈 채비를 할 때쯤, 돌연 미나와 뒷자리에 뻗어있던 취객이 나타나고, 취객은 빨리 버스를 출발시키라며 채근한다. 시체를 발견한 취객은 미필적 고의에 의한 집단 살인이라며 경찰에 신고하려 들고, 발끈한 버스 기사는 "빌어먹을 예수쟁이 새끼"라는 모욕을 주자 분노한 거구의 취객 최 주임에게 튕겨나간 버스 기사는 바닥의 돌에 부딪혀 죽고 만다. 명성여고 윤리 교사에 마포 영생교회 최 주임은 자신이 저지른 사건을 신앙을 끌어들여 합리화시키고, 서둘러 승객들을 버스에 태워 고속도로를 빠져 나와 각자 집으로 돌려보낸다.
미나는 오늘 밤 같이 있어 달라며 자신의 원룸에 준호를 끌어들이고, 볼륨있는 몸매를 드러낸 씨쓰루 원피스로 유혹한다. 오늘은 26번째 생일이었고, 3년 동안 사귄 남자에게 버림 받았으며, 돌아오는 길에 사람이 둘이나 죽은 근사한 생일이라는 말과 함께. 준호는 그가 경험한 삶의 의외성을 모두 합쳐도 어제 하룻밤의 공포와 엑스터시에 대적하지 못할 만큼의 흥분을 경험한다.
선미는 늦은 밤 아이스크림을 사고 돌아오는 골목길에, 예리한 칼날로 목과 배 부위를 난자당해 즉사한다. 최 주임은 교무실 책상 위에 올려진 캔 커피를 마신 뒤 하얀 게 거품을 물고 쓰러져 죽는다. 숙자는 불륜을 저지른 남자와의 추억을 씻어내기 위해 샤워하는 도중 팔뚝만한 길이의 칼날에 의해 눈을 뜬 채 죽는다.
준호는 사건과 연관된 사람들이 차례대로 죽어나가자 미나를 지키기 위해 그녀의 집에 찾아가지만, 미나는 준호가 먹는 음식에 수면제와 클로로포름까지 넣어 정신을 잃게 한 뒤 결박한다.
미나가 17살이었을 때, 엄마의 불륜 현장을 목격한 순간, 신내림과 같은 살인마의 영혼이 깃들고 엄마 몸 위에서 정사에 열중하는 남자를 칼로 휘둘러 죽인 뒤 정신을 잃고 쓰러진 엄마에게 칼을 쥐어주고 소녀는 집을 나온다. 소녀의 아빠는 소주병을 끼고 살기 시작했고 버스 기사였던 그는 직장을 잃지만, 소녀는 대학을 가고 아르바이트로 돈도 모아 원룸 전세금을 벌만큼 열심히 산다. 하지만 결혼까지 생각한 남자가 술에 만취한 아빠를 만나면서 미나와 헤어지게 되자, 미나는 아빠와의 인연을 끊자는 합의를 보고 부녀는 2002번 심야버스에 오른다. 그날 밤 아빠는 시체가 되어 야산에 버려진 것을 설명한다. 미나는 준호의 가슴에 칼을 찔러댄다. 준호는 미나와 마지막 정사를 치른 뒤 미나의 손에 들린 칼을 빼앗아 미나의 몸을 찔러대고 피투성이가 된 미나를 두고 도망쳐 나와 달려가다 멈춰 선 2002번 버스에 도움을 요청하지만 사람들은 준호를 투명인간 취급하고, 준호를 앞질러 간 알몸의 여자 미나만을 데리고 버스는 사라진다.
<심야버스괴담>은 실제 사건과 작가의 괴이한 상상력이 뒤섞인 결합물이다. 이 잔혹한 소동극은 광기의 분출이 더해진 가운데 평화롭게 보이는 세상에 강력한 토네이도를 일으킨다. 이재익 작가의 이야기에는, 늘 예기치 못한 반전이 있다. <아이린>에서 마르끼즈를 죽인 자가 정태라는 것에 대한 반전, 극 초반부에 금이 누나를 짝사랑한 소년이 정태일거라 믿었던 반전, 그리고 <심야버스괴담>에 오르면서 죽음을 맞이한 취객이 미나의 아빠라는 것이 그것이다. 사건의 반전은 그동안에 믿었던 것들에 충격을 받아 물거품이 되고, 이야기는 반전의 묘미에서 살짝 끼워 맞춰져 흥미를 촉발시킨다. 섬뜩할 정도의 살인의 광기를 느낀 미나를 통해 인간의 추악한 본성에 생각이 머물렀다. 하지만 인간은 선과 악을 동시에 지닌 시시각각 다변하는 양면성의 존재이며, 지구상에 살고 있는 다양한 인종과 개성만큼이나 다양한 사고방식의 인간이 있을 뿐 스스로가 집착하는 것과 문화와 관습에 따라 달라지는 존재인 것 같다. 이 책을 먼저 받아본 독자가 실망감이 컸다고 했었기에 기대없이 읽혀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속도감 있는 이야기 전개에 푹 빠질 만큼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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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는 겨울이 우기다. 금요일부터 기온도 뚝 떨어지더니 계속 비가 내린다. 천둥 번개까지 동반해 음산한 늦가을 주말에 이 책을 읽었다. 지적 유희를 즐기는 편이라 추리소설을 좋아하지만, 토요일 낮에 하던 '전설의 고향' 재방송도 못볼 만큼 겁이 많은 터라 선혈이 낭자하거나 살인이 등장하는 건 영화뿐 아니라 소설도 기피한다. 시각적인 것만큼 문자를 통해 상상하는 것도 여운이 길기 때문에. 그런데 오늘 같은 날 이런 소설을 읽었으니, 이걸 최상의 타이밍이라고 해야 할지 최악의 타이밍이라고 해야 할지 애매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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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여름날 심야버스 안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우발적인 사고. 하지만 이야기는 지금부터다. 버스 안에 탄 사람들이 하나둘씩 살인을 당하고 범인은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세기말이라는 시각적 배경과 버스라는 공간적 배경이 한데 어우러져 한 편의 멋진 심리 스릴러를 만들어냈다. 몰입성이 대단하다. 마치 영화 장면처럼 각 인물들의 일상을 보여주며 스토리를 한곳으로 묶어내는 작가의 역량이 돋보인다. 요즘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는 최동훈 감독의 <도둑들>처럼 캐릭터 열전이 펼쳐지는데 스토리와 반전은 <범죄의 재구성>을 닮아있다.
페이지가 짧아 두 시간만에 독파했다. 출판사 소개자료에는 작가가 이 소설을 7일만에 집필했다고 한다. 빠르게 썼고 빠르게 읽히는 작품. 살인과 섹스가 난무하는 하드 코어적 성격이 강한 소설이지만 기득권과 비기득권, 부모와 자녀의 갈등, 지구 멸망, 윤리와 기독교, 권력의 집요함, 사이코패스, 사이키델릭 등 사회 부조리에 대한 우회적인 비판과 인간 심리를 바탕으로 한 몽환적인 분위기가 요즘 같은 폭염에 딱 어울리는 소설이다.
마지막 반전에는 좀 놀랐다. 마치 제프리 디버의 <본 컬렉터>를 대하는 기분이랄까? 페이지터너와 스토리텔러의 심장을 장착한 이재익 작가의 장점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우연한 사건에 휘말리게 된 남녀의 심리를 그린 소설치고는 수준급이다. 인육과 오원춘, 아동 성폭력때문에 흉흉한 시기에 읽어서 그런지 오싹하고 무서웠다. 한국 공포소설로서는 보기 드문 수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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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여름날에 들게 된 책인 심야버스괴담. 맨처음 제목을 보면 여러가지의 이야기로 구성된 괴담 책일 듯 하다. 무섭고~ 오싹하고~놀랄만한 그런 이야기. 하지만! 책을 읽는 순간 나의 생각은 바꼈고, 예상은 맞지 않았다. 살인이 일어나고 그 후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루하지 않았고, '뭐지? 뭐지?'하면서 끝까지 읽게 된 책이었고, 스피드 하게 읽게된 책이었다.
심야버스 속에서 살인같지 않은 살인(압사당하여 죽게되는 사건)이 일어나게되고 그 사실을 은폐하려는 사람들과, 그 사이에서 또다시 일어난 하나의 살인, 그리고 그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시체들을 산속에 버려놓고간 사람들. 그 사람들은 한명, 한명 죽어나가게 되고, 그들을 죽인 사람은 심야버스에 같이 있었던 한 사람! 과연 누구일까? 도대체 왜 그 사람들을 모두 죽여나갔을까? 한자리에 같이 있었으니 공범이나 마찬가지 인데?
생각지 못한 반전이 있었고, 이 작가분의 책이 급격하게 궁금해지는 이야기. 아주 깔끔하면서도 조금은 얼굴을 찌뿌리면서 보게되는 책(징그러울 때도 있어기에)이었던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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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라디오에서 높은 청취율을 자랑하는 두시탈출 컬투쇼의 PD이자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의 신작소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