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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대한 신뢰를 잃고 싶다면 기리오 나쓰오의 소설을 읽는 것이 좋다. 그녀는 사람들의 마음 속을 가장 적나라하고 이기적으로 묘사할 수 있는 작가다. 그녀의 저서 이름이기도 한 '그로테스크'야 말로 그녀의 글을 가장 잘 묘사하는 단어가 아닐까. 이번 이야기는 태평양의 무인도에 사고로 표류하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다수의 남자와 단 한명의 여성. 고립된 섬이란 배경과 이 기이한 사람의 비율이 사람들의 관계를 틀어놓는다.
사실 이 사건은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아나타한 섬'에서 벌어진 이야기로 2차 대전 당시 외딴 섬에서 고립된 일본인들이 미군의 구조를 거부하고 스스로 부락을 꾸려 살아나간 일이다. 다만, 이 아나타한 섬에는 여자가 딱 한 명밖에 없었고 남자는 수십 명이 있었다. 처음에 섬에는 32명의 남자가 있었지만, 일본이 2차대전에 항복했다는 증거를 보고 미군에 항복할 당시 20명의 남자밖에 남지 않았다. 서로 여자를 차지하기 위해 싸운 것이다.
충격적인 실화를 바탕으로 기리오 나쓰오는 상상을 덧붙여 불신이 팽매한 무인도라는 지옥을 그려낸다. 그녀의 무인도는 일본인들이 몰래 와서 폐기물을 버리고 가고, 중국인들은 밀입국자들을 버리고 갈 정도로 외딴 섬이다. 이들은 섬에다 '도쿄'라는 이름을 붙이고 그 안에서 생활해 나간다. 기이한 성비를 빼고도 문명에서 떨어져나온 이들의 생활은 기묘하다. 거기다 중국인 밀입국자들이 섬에 버려지면서 도쿄 섬에서 홍콩이라고 이름붙인 곳에 거주하게 되고, 책의 후반엔 필리핀 출신의 가수와 무희들이 난파하는 등 섬의 생활은 예측불가하게 흘러간다.
도쿄섬을 읽으면서 가장 충격받았던 부분은 한 사람의 구조가 다른 사람의 구조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자신만' 탈출하는 것이 이 기묘한 섬의 법칙이다. 서로 죽이네 살리네하며 야생성을 폭발시켰던 파리대왕에서도 마지막에 소년들은 모두 함께 구조되지 않았던가. 하지만, 이 이야기에서는 섬에 갇힌 사람들은 계속 갇혀서 그들의 일그러진 삶을 이어나간다는 것에 있다. 구조해 줄 수 있으면서도 도와주지 않을만큼 뒤틀린 마음이 있는 곳, 그곳이 도쿄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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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기리노 나쓰오 <도쿄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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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리노 여사의 인기는 정말이지 엄청 좋은가 봅니다. 최근 기리노 여사의 작품이 그야말로 봇물터지듯 밀려나오네요. 그러하니 뭐랄까, 저도 은근 또 한 번 발을 담궈본다 그 말인 것입니다. 그리고 기리노 여사, 일본에서는 정말 대단한 작가신가 봐요. 1993년에 처음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한 이래로 98, 99, 03, 04, 05, 08, 09, 10년에 이르기까지 거의 매년이라 해도 무방할 만큼 많은 상을 수상합니다. 작가중에도 종종 유독 상복이 많은 사람이 있다더만 그 말은 어느 정도 사실인가 봅니다. 연수 씨 처럼 말이죠. 이 작품은 그러니까 2008년에 다니자키 준이치로 상을 수상한 작품입니다.
매우 흥미로운 소재로 이야기는 시작합니다. 일단 부부가 무인도에 난파됩니다. 그리고 또 한 무리의 일본인들이 난파되고 다시 또 한 무리의 중국인들이 난파됩니다. 그리하여 총 32명의 사람이 무인도에 표류하게 되는데요, 그중 여자는 오로지 단 한 명, 기요코 뿐입니다. 자, 여러분. 그러니 이제 그 무인도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대충 짐작이 가지 않습니까? 한 여자를 둘러 싼 30여명의 남자들 말이죠. 만약 이런 여건에서 무인도 생활에, 그러니까 가령 식생활이라든가에 문제가 있었다면 아마도 여자 문제도 2차적인 문제로 밀려났겠지만 불행 중 다행이라고 무인도는 풍요롭습니다. 기타 다른 생명체의 위협도 없고 말이죠. 그렇게 해서 일단 대부분은 기요코의 관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지금까지 제가 읽은 기리노 여사의 작품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릅니다. 기리노 여사의 기존 분위기는 스릴러물답게 다소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였다면 이 작품은 정반대랍니다. 밝고 나름 웃기려고 애를 쓰셨죠. 정작 웃기지는 않았기 때문에 애를 쓴 성의만 받아두기로 했습니다. 참 재미있는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점은 그러한 여건을 잘 살리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이야기의 목표가 그리 뚜렷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가령, 30여 명의 남자가 한 여자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을 그리고 싶었다면 그 부분을 좀 더 디테일하게 묘사했으면 좋았을 텐데, 그것은 그저, 처음에만 그랬다, 하는 식으로 건너뛰고 마니 그 애길 하려는 소설이 아닌 것만은 분명했습니다. 그렇다면 뭔가 섬 자체로부터 비롯되는 위협으로부터 생존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생활을 그리고자 한 것이냐면 딱히 그런 것도 아닙니다. 아주 약간은 30여명의 사람들이 그럼, 어떻게 서로가 또 군집을 나누어 도시에서처럼 경쟁하며 헐뜯고 인간 특유의 악의를 거침없이 뽐내면서 분열하는가를 풍자하려고 할 것처럼 보이더니 결국엔 또 그것도 아니었습니다. 이 작품은 그러니까, 그래서 문제가 좀 있었다고 생각되어요. 처음에 그 흥미로웠던 이야기가 난데없이 일기를 통한 과거로 흘러가버리는 바람에 이거 뭔가 불안하다 싶더니 결국 가야할 길로 들어서지 않고 계속 남의 다리만 산만하게 긁고 다니는 구성이었습니다. 많이 아쉽더만요. 처음의 그 기세로 정말 멋진 작품이 하나 나올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결국 이도저도 아니게 뭥미스러운 이야기였달까? 일단 저한테는 그랬습니다. 부산스럽기만 하고 사건은 없는 슬픈 소설이었어요.
번역 문장도 참 묘했습니다. 조사라든가 접속사라든가 시제의 사용이 좀 맞지 않는 어색함이 있어 별로인가? 싶었는데 또 문장의 리듬은 아주 리드미컬하게 맛깔난 것이 아니겠습니까? 게다가 종종은 일반 번역자들은 잘 사용하지 않는 -아마도 모르기 때문에- 어휘들을 사용하곤 해서 괜찮은 어휘력임을 보여주시기도 하고 말이죠. 그러다가 또 이상한 문장이 튀어나오고. 그래서 어, 뭔가 이상하다 싶다가 오오, 좋아 좋아, 를 반복하게 되는 묘한 상황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모든 게 묘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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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도 떠난 것이 아니고 함께여도 함께인 것이 아닌, 사람들은 뭘까..? 그것이야 말로 진정한 의미에서 섬이 아닌가..싶다. 스치기만 할뿐이고 아무와도 정직하게 닿는다는 감각은 없는....채, 끝없이 허기지다 불러 들이거나 귀찮으니 등을 떠밀 뿐이거나, 정말 저런 섬이 있을까..있을 수도 있겠지.. 지구에서 내가 아는 것은 여기 우리나라 땅 덩어리 뿐이니..섬이라곤 몇개 안가본.. 어찌어찌 살아도 가지만 다른 이들이 떠내려와서 더합류도 되고 하니 같이 있어서 견딜수있었던 건지 모른다. 그런데 언제고 끝날 듯 굴면서도 마치 이생이 지독하게 영원히도 갈 듯이 구는 게 사람이기도 하다. 그래서 순간 순간 사람으로서의 마음을 잘 잃어버린다. 그 섬에 남은 사람들은 스스로 저 안쪽의 사람과 다른 자기네 를 만든것이니 상관없지만..이족도 저쪽도 끼어들지 못하는 그녀같은 족속들은 (얌체공같아서..)어찌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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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통과 의례같이 읽게 되는 소설들... 쥘 베른의 <15소년 표류기>와 다니엘 디포우의 <로빈슨 크루소>가 빠질 수 없다. 문명 사회와 격리되어 스스로의 힘으로 자신의 삶을 영위하고 그 차원이 '생존'의 면으로 내려가 있는 것. 지극히 극단적이고 힘든 상황으로 상정되지만, 자신만의 삶과 사회를 (1인 사회라 할지라도) 만들어 간다는 것은 매우 매력적인 설정이다.
그 설정 가운데 인간의 본성이 튀어나오게 되리라는 것은 예측 가능하고, 그것을 어떻게 그려내느냐에 따라 소년들의 유쾌한 모험기가 되거나(15소년 표류기), 서구 문명을 깊이 고민해 보거나(로빈슨 크루소), 인간 본성의 심연 속의 수성(獸性)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거나(파리 대왕) 하게 된다.
극한 상황 설정이니 만큼 코미디가 되어 버릴지, 멋진 작품이 될지는 작가의 역량에 따라 고스란히 드러나게 되는데, 이러한 설정에 다소 의외의 작가랄 수도 있는 기리노 나쓰오가 도전했다.
나쓰오가 등장 인물들을 떨어뜨려 놓은 무인도는 그 격리성이 다소 독특한데, 외진 무인도 임에도 불구하고 그 이름을 도쿄섬이라 짓고, 각 지역을 도쿄에서 가장 잘 알려진 지역들로 또한 명명하여 그렇게 낯설게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독자는 그 이름이 주는 익숙함과 섬의 모습을 연결지어 연상하게 되어 격리성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등장 인물들 또한 과거의 이름을 버리고 새롭게 명명된다. 과거를 적당히 가지고 오기도 하고, 일부러 버리기도 한 새로운 이름으로 섬에서의 새로운 생활을 영위해 나간다.
여기서는 생존은 중요치 않게 된다. 먹을 것과 기후는 모두 해결되기 때문에 살기에는 문제가 없다. 그저 이 새로운 '도쿄'의 사회 구축이 문제일 뿐.
섬에서 유일한 여자인 기요코의 인칭으로 주로 진행되는데, 이 특이한 위치 - 특히나 임신 이후에서는 - 를 이용하여 특권적 위치를 차지하기 위한 생각에 잡혀 있고, 그러한 시선으로 주변의 남자들을 끊임없이 바라봄이 독특하다. 특히 남자인 나로서는 생각하지 못하는 면으로 그 상황을 지각하고 있음에, 새삼 차이점을 자각하게 되었었다.
그렇지만 스무 명에 달하는 다양한 사람들이 나타내는 바가 뭔지, 흩어져 있는 느낌은 혼란스럽다. 미쳐가는 와타나베나, 이중적 인격을 통한 종교적 제의사가 된 만타, 과거로부터 돌아와 지도자가 되려 하는 GM, 그 강환 생존성에도 불구하고 의아하리만치 굴종적이기도 한 양. 이들은 무언지..
결국 각자에게 모두 다른 의미가 되어 버린 결말. 같은 곳에서 폐쇄적으로 모여 살았음에도 그 시간에 대한 기억은 다르게 되었다. 그 가운데에 작고 귀여운 소녀라는 의미의 치키티타가 있는데.. 결국 그들의 기억은 하나의 사회에서는 작고 귀여운, 몇몇 인간들 만의 한 조각 뿐인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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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무인도에 은퇴한 다카시와 기리코가 항해중 표류하다 도착한다.둘은 부부.기리코는 46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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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들어 개인적인 일로인해 한동안 소설을 잡을 짬도 전혀 없던 나날이 지나고, 겨우 오래간만에 여유를 가지게 되어 읽게 된 책이었다. 새로 구입한 책들 가운데서 제일 먼저 이 책을 선택하게 된 것은 역시 그동안 키리노 나쓰오 여사의 작품들에서 받았던 냉철한 통찰력과 감感을 다시 한번 맛보고 싶다는 기대가 컸기 때문이다. 책장을 몇장 넘기지 않았을 때부터 나의 기대는 확고하게 충족되었고, 제대로된 서사구나 라는 찬탄과 함께, 그런 위대한 책들을 만났을 때 흔히 갖게 되는 감흥, '아아,... 책장이 줄고 있다.' '읽으면 읽을 수록 더 읽지 못하게 되는 고통!'을 맛보며 한줄 한줄 온몸으로 흡수하였다. 도쿄섬을 읽은지 겨우 하루가 지났지만, 그 여운이 너무도 커서 다른 소설을 읽고 있으면서도 허술하다는 느낌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책 뒷편에 나온 '기리노 나쓰오의 책을 읽으면 다른 작가의 작품들은 어딘지 부족하게 느껴진다'는 평은 과연 허언이 아니었다. 정말이지 그녀는 최고다. 문장 면면에 탄탄한 서사를 깔면서 분위기만으로 음란하고 문란하기 그지 없는 인간의 본능을 그려내는 촉각은 그 어느 작가도 그녀의 재능 앞에서 명함조차 내밀지 못하리라 생각한다. 각설하고 이 소설은 한 부부가 무인도에 표류하게 되고, 그 뒤를 이어 일련의 젊은이들이 무인도에 들어오게 되면서 시작된다. 뒤에 중국인들도 역시 표류하게 되지만, 주인공인 기요코 40대 중반 뚱뚱한 아줌마를 제외하면 모두 남자들일 뿐이라는데서 갈등이 촉발된다. 아마도 나쓰오는 과거 일본에서 있었던 이와 비슷한 사건에서 단초를 얻은 것 같다. 기억이 희미하나 제 2차 세계대전 직후, 부부가 남자들로만 이루어진 섬(태평양이었던 것 같은데...)에서 생활하다가 서로 죽고 죽이는 관계가 되어 구조될 때까지 파국에 이른 일이 있었고, 그 일을 모티브로 삼은 영화도 나오게 되었으며, 성적 분쟁의 핵심이 되었던 여인이 실제로 그 영화의 주인공 역할을 했던 걸로 기억한다. 작가가 소설에서 그리는 여자를 중심으로 한 암투는 실제 사건과 유사하게 펼쳐지며 남자들 사이의 권력의 부침과 더불어 여자의 성이 대가로 주어진다는 점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대로다. 그러나 그 예상대로 진행되는 사건을 작가는 항해일지나, 플롯을 통해 지리하지 않게 묘사하고 있다. 또한 무인도 안에서 펼쳐지는 인간상이 실제로는 모든 필요가 충족된 작은 소도시 안에서 이루어지는 관계망과 유사하다는 작가 나름의 도시관도 보여준다. 이는 제목 도쿄섬이 시사하는 바와 일맥 상통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소설을 읽으며 놀랐던 것은 원시무인도를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체 아니, 대모신처럼 서술해놓은 부분이다. 그리고 안에서 생활하면서 문명을 버리고 원초적 욕망에 눈 뜨게된 인간들을 세밀히 묘사해낸 그녀의 통찰이다. 평범한 아줌마인 키요코가 다시 구조되어 평범한 아줌마로 (점술가가 되었을 지언정) 살아갈 문명화된 여성이 정작 섬에서는 이 남자, 저 남자 사이를 오가며 섬 전체를 삼켜버릴 것만 같은 성욕에 눈을 떠 마침내 생명을 잉태하기에 이르는 과정이 박수를 치고 싶을 만큼 에누리 없이 적나라하게 묘사되어 있다. 키요코는 남편을 내팽개치고, 때로는 어쩔 수 없이, 때로는 적극적으로 남자들을 쥐락펴락하면서 남성들 사이에서의 여성의 존재가 무엇인지, 성찰한다. 역시, 나쓰오가 아니라면 과연 이정도로 쓸 수 있을까 싶다. 무인도를 배경으로 펼쳐지다가, 갑작스레 구조에 이르면서 이야기가 중도에 끊기는 감이 있지만, 가독성이 좋아 즐겁게 읽을 수 있다. 어차피 이런 무인도류의 소설은 '파리대왕'내지는 '15소년 표류기'의 양극, 또는 그 가운데 어느 언저리에 있기 때문에 '줄거리'를 위해 읽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저 무인도라고 하는 표백제를 통해 문명을 벗어던진 인간의 본능과 살뜰히 대면할 수 있다는 것이 진정한 랄랄라다. 비록 양도 염소도, 젖소도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갓난아기 치타가 살아남을 수 있었느냐, 의문이 생겨도 뭐, 그 정도 흠이야. 흔쾌히 넘어가줄수 있을 만큼 호쾌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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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것 다 필요없이 '기리노 나쓰오'라는 이름만 보고서 골라 읽은 책이다. 처음 기리노 나쓰오의 '아임 소리 마마'를 읽고 반한 후부터 그녀의 작품들을 읽기까지 한 번도 실망시킨 적 없던 작가는 역시나 이번에도 마지막 장을 읽을 때까지 멈출 수 없게끔 만들었다.
줄거리는 세계 일주를 계획 후 배가 난파당해 도쿄 섬에 다다른 일본인 부부, 그리고 그곳에 표류해 온 젊은 일본인 남자들, 중국인들의 무인도 적응기 or 탈출기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다 같이 무인도를 탈출하기 위해 위로하고, 협력하는 내용이라기보다 고립된 섬 안에서 사람들의 인간성과 도덕성의 타락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몇몇 설정들 문명의 물건을 더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권력을 손에 쥐게 된다거나, 한정된 인원만 탈 수 있는 배에 올라타기 위해 대립하는 건 이해할 수 있었는데, 캐릭터들이 하나같이 비정상적이다보니 '아, 이건 진짜 심하다'하는 생각이 절로 들 수밖에 없었다. 특히 뒷부분으로 갈수록 심해지는 것 같았는데, 모류족의 출현이라든가. 만타나 오라가 등의 인물들은 정말 읽는 내내 단지 글을 읽는 것뿐인데도 그 역겨움이 전해져 올 정도. 그래서 혹시 내가 도쿄 섬에 갇힐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이상한 사람들이 득실대는 곳에서 살 바엔 차라리 깨끗하게 죽고 말겠다는 생각이 절로.
어쨌든 그래도 나는 워낙 기리노 나쓰오의 그로테스크한 부분을 좋아하는 터라 크게 불만은 아니었지만 아무래도 작가를 전혀 몰랐거나, '독특하고 유머러스한 무인도 표류기'라는 출판사 서평의 내용만으로 책을 골랐다면 읽고 나서 약간 당황할 독자들도 있을 것 같은 느낌? 생각보다 높은 기괴함과 잔인한 묘사, 야만적인 표현 같은 것 때문에 아무래도.. 시간이 날 때마다 틈틈이 읽고 다녔는데(보통은 지하철) 확실히 대놓고 읽기엔 나도 괜히 민망했으니까.
약간 책을 읽고 나서 아쉬웠던 건 기요코라는 인물의 결말. 다른 어떤 인물보다 동물적인 감각이 뛰어났던 이 인물이 어떻게 될 것인가가 제일 궁금했었는데, 보란듯이 일본에 무사히 도착해서 문명을 즐기면서 살아간다는 게 씁쓸. 언제나 기리노 나쓰오의 책고 결말을 접하면 '후련하다!'라는 기분은 없고, 씁쓸한 기분만 남는 듯.
그리고 또 아쉬웠던 건 오탈자가 너무 많다는 것. 이름 없는 출판사였다면 이해했을 텐데 민음인 그룹의 황금가지라 계속 발견한 오탈자에 좀 많이 실망..보통 이렇게 많은 건 본 적이 없는데. 혹시 내가 읽는 책이 너무 옛날 건가 싶어서 판권 부분을 봤는데, 2011년이면 그렇게 오래된 것도 아닌 것 같은데.. 그리고 의역보다는 너무 직역에 가까운 글 같다는 느낌이랄까. 읽으면서 왜 이렇게 어색한 표현을 썼지? 싶은 부분이 군데 군데. 세심한 부분에서 미처 신경을 제대로 못 쓴듯해서 아깝다는 느낌이 들던. 그래도 내용은 흥미로웠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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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도 생활이 우리의 흥미를 자아내고 상상력을 발동시킨다. 한 명의 여성과 서른 한 명의 남성이 무인도에서 살아가게 되면 어떤 사건이 벌어질까? 기리노 나쓰오의 [도쿄섬]은 일단 무인도에서 벌어지는 욕망의 드라마라는 점에서 [파리대왕]의 주제와 흡사하다. 그러나 문학적 내공을 들여다보면 기리노가 이야기를 마무리짓는 구성력이 좀더 약하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안타깝다. 나름 인간의 원시적 욕망을 냉정한 눈으로 응시한 고전의 반열에 오를 수 있는 그런 이야기였는데 말이다. 실제로 발생한 트루스토리에 근거한 픽션이지만 인간의 원시적 욕망을 어떻게 다스려나가는지를 보면 자원을 둘러싼 인간의 속물적이고 유치하기 그지없는 투쟁을 희극을 바라보는 입장에서 바라보게 된다. [도쿄섬]은 한마디로 태평양 무인도에서 벌어지는 인간군상들의 인류문화학 보고서다. 책의 앞머리는 사고를 당해 표류당한 맥락과 책의 말미에는 탈출하여 육지에 도착하기까지의 경위가 묘사에서 누락되어 있다.
기요코는 남편 다카시와 여행을 하다가 무인도에 표류하게 된다. 3개월후 23명의 일본 청년들이 표류되어 섬에 오고 무인도는 '도쿄섬'이라는 이름을 얻게 된다. 다시 3년 후 11명의 홍콩인들이 섬에 버려지게 되고 섬은 도쿄와 홍콩 등으로 분할된다. 이런 공간 분할은 어린 시절 땅따먹기 놀이처럼 전개될 수도 있고, 자연스러운 외집단과의 대립과 내집단 내부의 유대로 인해 원시적인 촌락이 구성되기도 한다. 그리고 촌락 구성과 동시에 리더가 옹립되기 마련이다. 섬은 금세 도쿄, 홍콩, 원자력시설로 유명한 도카이무라로 구획된다. 홍콩 부락은 양이라는 리더가 있지만 도쿄에는 강력한 리더가 부재한다. 폭주족 출신의 아타마와 학원 강사출신의 오라가가 대표격이다. 도쿄는 부쿠로, 쥬크, 시부야라는 촌락이라는 소집단으로 쪼개져 있다. 훗날 필리핀 출신의 가수와 무희들이 오게 되지만 일단 40대의 아줌마 한 명에 남자 30여명이 무인도에서 살아가게 된다. 도쿄섬에는 왕따와 정치적 회유, 경제적 협상과 음모가 난무하고, 종교적 광기와 더불어 살인까지 벌어지는 등 지극히 적나라한 인간들의 치부가 그려진다.
앞서 말했지만 이 소설은 트루스토리에 근거하고 있는데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마리아나 제도의 아나타한 섬에 고립되어 32명의 남성과 함께 7년간 거주하며 살았던 히가 가즈코란 여성의 이야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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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스포츠에는 "우승자 징크스"라는 것이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