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책에는 플라톤의 향연과 파이돈,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이 실려 있습니다. 사실 파이돈을 읽고 싶은 생각이 들어 단행본을 찾던중에 이 책을 발견하게 되었는데,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에도 관심이 가서 선택했습니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는 서양철학사에서 빠질 수 없는 중요한, 또 유명한 인물들입니다. 더군다나 이들의 저서는 읽기에도 쉽고 재미있어서 2차나 3차 문헌들보다는 1차문헌을 읽어보는것도 큰 의미가 될 수 있겠죠. 이야기 책을 읽는 것 같이 쉽고 재미있는 플라톤의 글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아주 은밀한 거짓말들을 함께 만나볼 수 있는 좋은 책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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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서평은, 내돈내산으로 재밌게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음을 밝힙니다 -
[향연]
- 에로스, 사랑에 관하여 -
[나는 이렇게 읽었다]에서 '인문고전 읽는 법'을 알려주신 어떤 교수님께서 이렇게 권하셨다. [소크라테스의 변명]을 읽고, [크리톤]을 읽은 다음, [향연]은 술 한 잔 놓고 가볍고 즐거운 마음으로 읽으라.
이야기의 소재가 사랑이니만큼 내용도, 책에서 풍기는 분위기도 참으로 화기애애했다. 대화 형식을 지닌 텍스트는 언제나가 그렇지만 독자로 하여금 마치 그곳에 함께 있었던 것처럼 어떤 생생함을 받게 한다. 한바탕 웃으며 끝난 유쾌한 잔치의 모습이었다.
플라톤을 깊이 공부하지 않아서 무슨 기준으로 초기와 중기를 나누는지 모르겠지만 중기 작품으로 분류되는 [향연]에도 소크라테스는 출연한다.
향연은 우리나라 말로 풀이하면 잔치, 연회이다. [향연]의 시작은 아폴로도로스라는 자가 아리스토데모스에게서 들은 '향연에서의 일'을 그의 친구에게 이야기해 주는 데서 비롯된다. 아리스토데모스는 향연에 직접 참석했던 인물 중 하나이다.
향연이 열리게 된 이유는 [향연]의 등장인물 중 하나이며 비극시인이었던 아가톤이 며칠 전 연극대회에서 그의 비극이 우승하자, 자축과 감사의 의미로 친구들에게 향연을 베풀게 된 것이다.
이 향연에는
아리스토데모스(소크라테스 따라쟁이, 소크라테스 제자, 향연에 가는 소크라테스를 우연히 만나 즉석 합류), 소크라테스, 파이드로스(플라톤 친구, 플라톤의 또 다른 저작 [파이드로스] 주인공), 파우사니아스(어떤 소피스트의 제자, 교묘한 수사가), 에리크시마코스(아테네의 의사, 자연철학자), 아리스토파네스(희극작가), 알키비아데스(향연에 불시에 등장, 정치가, 뛰어난 용모와 재능, 소크라테스의 열렬한 숭배자, 20세 때 소크라테스가 전쟁에서 구해줌)가 참석한다.
# 향연의 분위기를 상상하게 하는 연설들
소크라테스가 참석하는 당일 전날에도 향연은 있었던지 그날 모인 사람들은 술을 거나하게 마시려고 하지 않았다. 그 자리에 있던 에리크시마코스가 한 명씩 돌아가면서 사랑의 신, 에로스를 찬미하는 연설을 하자고 제안한다. 이에 모두 동의한 참석자들은 한 명씩 돌아가면서 연설을 하게 되는데...
에로스에 대한 각자의 주제를 반영하는 언급을 추려보면 다음과 같다. 에로스에 관한 저마다의 다양한 생각을 엿볼 수 있다.(연설 순서로 나열)
파이드로스: "사람의 일생을 통하여 훌륭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것은, 좋은 가문이나 높은 지위나 부귀나, 이밖의 다른 어떤 것도 아니고 오직 에로스 곧 사랑입니다." (p.40) - 에로스가 덕과 명예심을 고취시킴
파우사니아스: "아름답게 행해지면 아름다운 것이 되고, 추하게 행해지면 추한 것이 되는 거지요. 그리고 추하다 함은 저속한 사람을 저속하게 만족시켜주는 것이요, 아름답다 함은 선한 사람을 선하게 만족시켜 주는 것이지요, 저속한 사람이란 영혼보다도 육체를 더 사랑하는 세속적 애자입니다. 그 사람은 오래가지 못하는 것을 사랑하기 때문에, 그 자신도 오래가지 못하지요, 그가 사랑하던 육체의 꽃이 시들자마자, 그는 날개를 달고 날아가 버리지요. 그래 그 모든 약속과 맹세를 어기는 거예요. 이에 반하여 고귀한 성격을 사랑하는 자는 평생을 두고 충실해요. 이건 그가 영속하는 것과 하나가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p.48) - 에로스를 천상의 에로스와 세속의 에로스로 나눔
에리크시마코스: "에로스는 실로 세상 어디에서나 발견되니까요. 심지어 일 년의 사계절도 이 둘의 영향을 받아서 나타납니다. 내가 방금 말한 것들, 더위와 추위와 마른 것과 젖은 것이 상호 간에 단아한 사랑을 가져 조화와 적절한 융합을 얻으면, 좋은 계절이 찾아와서 사람들과 다른 동물들 그리고 야채와 식물에 건강을 주며, 아무런 해도 끼치지 않지요. 그러나 난폭한 사랑이 사계절에 더 많은 힘을 미치면, 많은 해와 파괴를 가져옵니다. 그 결과로는 가끔 염병이 생기고, 짐승과 식물에 이밖의 여러 가지 좋지 못한 질병이 생깁니다. 또 서리와 우박과 식물을 말라죽게 하는 병도 모두 난잡하고 혼란스러운 사랑의 결과입니다." (p.54) - 앞서 에로스를 두 가지 종류로 나누어 본 파우사니아스의 관점을 수용, 이 두 가지의 힘이 만물과 우주를 형성하는 원리라고 봄
아리스토파네스: (그 옛날 인간의 성에는 남성, 여성, 남여성 이렇게 3종류가 있었는데, 신이 남여성의 난폭성을 차단하기 위해 둘로 쪼갰다 함.) "누구나 자기가 오래전부터 바라던 것, 즉 사랑하는 이와 하나가 되고 융합하여 두 몸이 한 몸으로 되고 싶다는 것을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고 생각할 거예요. 그 이유는 이것이 우리의 본래 모습이요, 옛날에는 우리가 하나의 온전한 것이 되어 있었던 때문이지요. 그래서 온전한 것에 대한 욕망과 그것에 대한 추구가 에로스라고 불리는 겁니다." (p.60) - 에로스가 우리에게 우리의 옛날 본성을 회복시켜줌
아가톤: "그리하여 신들의 세계에도 에로스가 들어감으로써 질서가 잡히게 된 겁니다. 즉, 아름다움을 사랑하는 일이 있게 된 겁니다. 추한 것 가운데는 에로스가 들어가지 않으니 말이에요, 처음에 내가 말한 것처럼, 이 이전에는 아낭케가 지배하고 있었던 까닭에 신들 간에도 끔찍스러운 일이 많이 일어났습니다. 그래 거기에 관한 이야기가 지금도 전해 내려오고 있는 터이지요. 그러나 이 에로스 신이 탄생한 후로는 아름다운 것들을 사랑함으로 말미암아, 신들에게나 인간에게나 온갖 좋은 것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p.67) - 에로스는 모든 좋은 것들의 원인
# 인상 깊었던 장면 1 - 아가톤과 소크라테스의 문답법
이 책에서 인상 깊었던 장면 두 가지를 꼽아보자면 하나는 아가톤이 연설을 끝내고 이에 대해서 소크라테스가 몇 가지 질문을 하는 장면, 다른 하나는 소크라테스가 디오티마라는 사람에게 들은 '에로스'에 관한 이야기를 앞선 연설자들 앞에서 풀어놓는 장면이다. 두 번째 이야기에 대해서는 장면 2에서 논하기로 한다.
위에서 기술하지는 않았지만, 아가톤은 자신의 연설에서 "에로스는 먼저 그 자신이 가장 아름답고 가장 훌륭한 자요, 또 다른 것들에게도 자기와 같게 해주는 원인이 됩니다."라고 말하였다. 즉, 아가톤에게 있어 에로스는 아름다운 것이고, 모든 아름답고 좋은 것들에 대한 사랑이자, 원인으로 보았다.
소크라테스와의 문답법에서 나타난 아가톤의 대답을 정리해보면, 에로스는 어떤 것에 대한 사랑이고, 그러한 사랑에는 그 특정한 대상이 있고, 에로스는 그 사랑의 대상을 욕구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소크라테스의 반론은, 어떤 대상을 욕구하고 사랑하는 것은 그것을 소유하고 있지 않을 때 일어난다는 것이다. 즉, 무엇이든 간에 자기에게 '없는 것'을 욕구하지, '지금 현재 가지고 있는 것'을 욕구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무엇인가를 사랑한다는 것, 무엇인가를 욕구한다는 것은 자신에게 그것이 결여되어 있음, 그러한 상태를 반증하는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이러한 생각을 몇 가지 예로 설명한다.
"(이미) 큰 사람이 크게 되기를 원하며, (이미) 강한 사람이 강하게 되기를 원하겠는가?" "'나는 건강한데 그래도 건강하기를 원해'라든가 (...) '나는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욕구해'라고 한다면, (... 그것은) 자기가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을 앞으로도 가지고 싶다는 것이고, 자기가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이 앞으로도 자기에게 보존될 것을 원한다는 것은 결국 아직은 자기가 가지고 있지 않는 것을 원한다는 것과 같은 이야기 아닌가?"
에로스에 대한 아가톤의 견해와 달리, 소크라테스가 보는 에로스의 속성은 이렇다. '무엇에 대한 사랑'은 결국 사랑 안에 그 대상이 되는 것을 결여하고 있는 것이고, 그러기에 '무엇에 대한 사랑'은 그것을 결여한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무엇에 대한 욕망이다. 아름다운 것, 아름다움에 대한 사랑은 사랑 안에 아름다움을 결여하고 있다. 좋은 것이 아름다운 것이라 한다면, 역시 좋은 것에 대한 사랑은 그 사랑 안에 좋은 것을 결여하고 있다. 아름다운 것과 좋은 것을 결여한 에로스가 과연 그 자체로서 아름다운 것이라 말할 수 있는가? 이는 "에로스는 먼저 그 자신이 가장 아름답고 가장 훌륭한 자요, 또 다른 것들에게도 자기와 같게 해주는 원인이 됩니다."라고 말한 아가톤의 견해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것이다.
# 인상 깊었던 장면 2 - 일전에 디오티마와 나누었던 이야기를 전하는 소크라테스
아가톤과의 몇 마디 문답법 뒤에 에로스에 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 소크라테스는 자신의 연설차례가 오자, 이러한 관점을 바탕으로 한 디오티마의 연설을 소개한다. '디오티마의 연설'이란 제목으로 실려있지만, 이 부분은 소크라테스가 일전에 디오티마라는 여성과 나눈, 에로스에 관한 대화 내용을 향연 참석자들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책에서 읽혀지는 디오티마의 정체는 일종의 '무녀'신분인 듯하다.
디오티마의 설명에 따르면, 에로스는 '풍요의 신' 포로스와 '가난과 궁핍의 신' 페니아 사이에서 아프로디테 출생일에 잉태되어 태어난 신이다. 그런고로 에로스는 어머니를 닮아 항상 가난하고('없는 상태'를 반영) 아버지를 닮아 아름다운 것과 선한 것을 차지하려 하며, 아프로디테의 출생일에 잉태되어 그 본성상 미와 사랑의 여신인 아프로디테의 수종자(隨從者)라는 특성을 보인다.
인간이 아름다운 것들을 사랑한다는 것은 곧 그것들을 획득하기를 원하는 것이다. 아름다운 것은 곧 좋은 것이기에 또한 좋은 것들을 사랑한다는 것은 곧 그것들을 획득하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획득한다는 것은 일회성을 지닌 획득이 아니다. 인간은 좋은 것을 획득하면서도 그것을 '언제까지나' 가지기를 희망한다. 즉, 아름다운 것, 좋은 것을 영원히 소유하기를 원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디오티마의 연설을 소개하며 나타내는 소크라테스의 에로스관은 아름다운 것, 좋은 것에 대한 영원한 소유욕으로 볼 수 있다.
디오티마는 소크라테스와의 계속되는 대화를 통해 그것을 추구하는 방법 2가지를 뒤이어 소개한다. 하나는 육체적인 출산이고, 두 번째는 정신적인 출산이다. 이 둘은 아름다운 것 속에서 이루어지며 그 동기가 모두 '불사(不死)'를 얻는 데 있다는 공통점이 존재한다.
정신적인 출산에 대한 부연 설명을 하자면, 이것은 (지식에 대한 열정과 사랑을 바탕으로) 예지와 (온갖) 덕을 임신하고 낳는 것이다. 이런 일을 하는 사람들은 남을 교육하고, 그 사람을 '바르게 되도록' 하는 것에도 관심이 많다. 책에서는 가령, 창조적 시인들, 독창적인 미술가와 공예가, 절제와 정의로서 나라와 가정의 질서를 바로잡는 일에 관여하는 예지를 지닌 사람들을 들고 있다.
정신적인(책 번역의 표현에 따르면 심령적인) 출산은 육체적인 출산에 비해 '불사'를 얻는데 더 효과적인 방법으로서 이해된다. 그런 정신적인 출산에 힘쓰는 사람, 올바른 길로 나아가려 하는 자는 여러 단계를 거쳐 결국 아름다움 자체에 이르게 된다. '아름다움 자체'란 플라톤의 핵심 개념인 이데아의 세계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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