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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주제로 한 영화는 대부분 SF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기에 머리가 굳은 나 같은 사람이 좋아하는 장르는 아니다. 과거와 현재를 자유롭게 넘나들기에 정신없고 현실에서 이루어질 수 없는 내용이기에 공감대를 쉽게 이룰 수 없기 때문이다. ‘시간 여행자의 아내’도 그런 선입견 때문에 영화관에서 보지 않았는데 굳이 DVD로 마음 편하게 즐긴 것은 ‘레이첼 맥 아담스’ 때문이다. 책도 한 작가를 우연히 만나면 그에게 빠져들고 그의 모든 작품을 읽는 것처럼 영화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DVD나 블루레이가 보편화 되었기에 좋아하는 배우의 모든 작품을 구매해서 그가 출연한 작품을 시대 순으로 감상하는 것이 쏠쏠한 재미다. 영화 ‘노트북’에서 레이첼 맥 아담스를 만난 후 그녀가 가지고 있는 깜찍함과 귀여움 때문에 간간히 그녀가 출연한 영화를 봤다. ‘미드나잇 인 파리’ ‘서약’ ‘굿모닝 에브리 원’등에서는 그녀의 매력이 잘 표현되어 있지만 ‘셜록 홈즈’는 너무 졸다 보니까 그녀가 출연한 줄도 몰랐다…….ㅠㅠ 포스터가 예쁜 ‘시간 여행자의 아내’에 눈에 들어오는 카피가 있다. ‘돌아갈게 당신이 있는 시간으로, 기다릴게 당신이 올 때까지’ 이 영화의 원작에 대한 정보가 없었기에 이 카피를 읽는 순간 애절한 사랑이야기란 생각이 들었다. 특히 ‘당신이 올 때까지’란 구절. 누구나 한번쯤은 간절한 마음으로 누군가를 기다려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 누군가가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이야기는 아픔 쪽으로 기울 가능성이 많다. 기다림이 없는 만남이라면 순조로운 항해가 될 수 있지만 대부분의 기다림은 한 사람의 변심으로 인해 기울기 시작한 사랑에 대한 미련으로 흐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당신이 올 때까지 기다린다는 것은 사랑에 대한 절대적인 확신이 있기에 가능하다. “아픈 사랑일까? 아니면 해피엔딩일까?” 이런 궁금증을 가지고 화면을 바라본다.
아날로그적인 감성에 익숙하기에 헨리처럼 시간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행위는 이미 굳은 자신의 머리의 이해도를 시험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관객과 공감이 없는 영화가 과연 감동이 있을까?“란 의심이 들었지만 판타지 로맨스를 좋아한다면 인과관계를 더듬으며 보는 영화에 대한 즐거움이 있을 것 같다.
14년의 시간이 흘러갔다. 헨리(에릭 바나)는 도서관의 사서로 근무하고 있다. 이때 도서관을 찾은 클레오(레이첼 맥 아담스)가 헨리를 보는 순간 얼굴에 웃음을 띠고 다가온다. “헨리 당신이군요? 이런 일이 있을 거라고 당신이 말했어요?” 그녀는 헨리에 대해서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헨리는 그녀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다. 그날 밤 클레오는 헨리에게 두 사람이 어떻게 만났는지를 설명한다. 가을의 정취가 아름다운 정원에 6살의 클레오가 담요를 피는 순간 자신은 ‘시간 여행자’라며 헨리가 나타난다. “이제 너하고 나는 가장 가까운 친구가 될 거야” 라는 말을 남기고 또 올 것을 약속하며, 그는 순식간에 사라진다. 이 꼬마 아가씨의 마음속에 헨리는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이미 사랑이 시작되었다. 시간을 넘나드는 사랑이야기는 별 관심이 없지만 두 사람이 가지고 있는 사랑의 감정은 완전히 아날로그적이다. 모든 연인들이 가지고 있는 사랑에 대한 감정, 특히 헨리를 죽을 때까지 사랑하지만 언제나 훌쩍 떠났다가 아무 때나 돌아오는 클레오의 기다림이 아프게 다가온다.
헨리가 어느 한 순간 시간 여행을 떠났을 때 남겨진 클레오는 그를 믿기게 성경의 말씀처럼 참고 믿고 바라며 견디기에 기다린다. 마치 자신을 배반하고 떠난 약혼자 페르귄트를 못 잊고 백발이 다 되도록 그를 기다린 솔베이지처럼 사랑의 아름다움은 믿고 기다리는 데에 있다. 그러나 우리의 사랑은 너무 쉽게 변한다.
헨리는 사랑하는 클레어가 기약 없는 기다림에 지쳐 있을까봐 언제 돌아오겠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이것이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배려란 생각이 든다. ‘기다림’ 오랜만에 듣는 단어다. 비단 사랑뿐 아니라 우리의 삶은 기다림이 가장 필요한 덕목이 아닐까?
기다림은 어디엔가 있을
‘시간 여행자의 아내’는 어디엔가 있을 나의 반쪽을 만난 사랑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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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먼저 읽고 영화를 접했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시간을 여행하는 남자와 그 남자를 사랑하는 여자의 이야기다. 사랑이라는 이유만으로 한남자를 기다림의 시간으로 채우며 지내는 여자. 그 여자를 사랑하며 이러저리 공간을 거스르는 혹은 지나치는 남자. 너무 가슴아팠던 이야기. 그렇지만 내 마음속에 오래 머물렀던 이야기. 지금 내 삶을 돌아보며 저렇게 헌신하고 사랑할수 있을까 돌아보게 했던 영화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