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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오페라 명연 시리즈>는 유명 오페라 공연의 최신 실황을 꾸준히, 높은 완성도의 타이틀로 출시하고 있는 아주 고마운 dvd 시리즈이다. 국내에서는 문화시장, 그 중에서도 오페라 문화시장 규모는 너무나도 작아서 몇몇 유명작 위주로만 흘러가는 경향이 뚜렷하다. 시장이 작으니만큼 검증된 인기작만 출시되는 것은 납득할 수는 있는 현상이지만 아쉽기 그지없다.
이런 척박하기 그지없는 오페라 dvd 분야에서 유럽 오페라 명연 시리즈는 그야말로 7년 가뭄의 단비 같은 존재다. 절대적 유명작의 위치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는 오페라와, 대중적 인지도는 낮지만 오페라 애호가 사이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오페라를 다수 소개해 주고 있으니 말이다. 게다가 완성도 높은 자막과 충실한 작품 소개, 상세한 정보를 담은 소책자는 어디 하나 흠잡을 곳이 없다. 이 유럽 오페라 명연 시리즈 dvd 중에서 출시가 가장 고마운 작품을 단 하나만 들라면, 나는 단연 이 <우아한 인도의 나라들>을 들 것이다.
<우아한 인도의 나라들>은 대중적으로 유명한 작품은 아니다. 유명 오페라 레퍼토리를 돌아보면 그럴 법도 하다. 현재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오페라 레퍼토리는 18세기 말의 모차르트에서 시작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까. 하지만 모차르트 이전, 유럽 오페라는 크게 두 갈래의 시류가 있었다. 성악가의 가창을 중시한 이탈리아 바로크 오페라와, 유려한 선율을 중시한 프랑스 바로크 오페라였다. 모차르트의 작품을 비롯하여 대부분의 유명 오페라는 성악가 중심으로 작곡되는 이탈리아 바로크 오페라의 직계였고, 자연히 프랑스 바로크 오페라는 맥이 끊어졌다. 한 술 더 떠 이탈리아 오페라와 달리 화려한 가창이나 웅장한 선율이 전무하다는 이유로 오랫동안 시시다하는 부당한 평판에 시달려왔다. 하지만 최근에 프랑스 바로크 오페라가 재조명받으며 다시 공연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대표작 중의 하나가 이 <우아한 인도의 나라들>이다.
이 작품은 최근에서야 알려지기 시작했기 때문에 국내에서는 대본 번역본은커녕 소개 자료조차 전무하고, 익숙하지 않은 프랑스 바로크 오페라라 cd로 접하기도 생소하고, 외국 dvd를 사려니 한글 자막이 없는 건 둘째쳐도 국내dvd보다 훨씬 비싼 데다 그나마 구하기도 쉽지 않았다. 이런 작품을 저렴한 가격에 훌륭한 완성도의 한글 자막과 함께 구할 수 있다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게다가 각종 인터뷰와 연출 설정 자료 등 풍부한 부가영상도 실려 있고, 그 부가영상에도 빠짐없이 자막이 달려 있다.
<우아한 인도의 나라들>의 공연 영상은 이국적 스펙터클의 정수를 보여준다. 우리가 사는 세계를 벗어난 이국, 저 멀리 어디엔가에 있는 다른 나라를 묘사하면서 막연한 이상향을 한껏 구현한다. 이 dvd에서는 그야말로 물량공세를 퍼붓다시피하는 공연 모습이 사람을 압도하는데, 단순한 물량공세로 끝나지 않고 내용과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특히 절도 있고 질서정연한 연출과 무대 배치에서는 저절로 감탄이 나왔다. 가수들도 하나같이 훌륭한데, 서로 호흡도 잘 맞으며 노래뿐만 아니라 연기도 잘 하고, 수시로 직접 춤도 멋들어지게 추면서 만능 엔터테이너의 면모를 아낌없이 보여 준다. 오페라란 가수들이 멀뚱히 서서 폼 잡고 노래부르는 공연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dvd를 보면 당장 그 편견이 사라질 것이라 장담하는 바이다. 기본 플롯은 주인공 일행이 여러 나라를 여행한다는 단순한 설정이지만, 주인공 일행의 캐릭터가 뚜렷하고 캐릭터성과 여러 나라에서 겪는 갖가지 해프닝이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어 극적 완성도와 몰입도가 높다. 이런 면에서 <우아한 인도의 나라들>은 20세기 이전의 오페라는 노래가 주축이 되고 줄거리와 구성은 어디까지나 노래를 거들기 위한 보조수단으로 여겨졌다는 통념을 멋지게 깨뜨리는 작품이기도 하다.
<우아한 인도의 나라들> dvd의 공연에는 오늘날 자주 쓰이는 악기가 아니라, 18세기 중반 이 작품이 처음 발표되었을 때의 악기가 사용되었다. 일명 원전 연주 방식이다. 원전 연주로 공연된 오페라가 국내 출시된 것은 이 작품이 처음이다. 생소한 프랑스 바로크 오페라가 생소한 옛날 악기로 연주되는 것은 정말 독특하고 신선한 감상을 안겨다 주었따. 앞으로도 유명 고전 오페라뿐만 아니라 보다 다양한 오페라를 만날 수 있고, 그 중에서도 <우아한 인도의 나라들> 같은 프랑스 바로크 오페라를 폭넓게 만날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