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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미지의 대륙 남극에서 4번이나 월동한 과학자의 책이라면? 당연히 현지 정보에 대해서 믿을 만한 책이라고 생각된다. 역시 저자는 직접 경험에서 우러나온 해박한 남극 관련 지식을 독자에게 알려준다. 먼저 저자는 남극에 대한 여러 대중적 지리지식의 편견을 수정해 준다. 남극은 우리가 사는 세계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자연조건을 가지고 있는 한편으로, 생각만큼 자연환경이 극단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 남극 전체가 섭씨 영하 수십 도의 혹한일 것으로 생각되지만(p.14), 우리가 자주 보는 경관인 세종기지가 있는 남극반도 일대는 해양성 남극으로, 여름에는 영상의 기온을 오르내린다는 것이다(물론 겨울에는 혹한이 몰아친다). 또한 세종기지의 위치가 상대적으로 저위도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고위도 지역에 대한 이미지인 백야/극야가 나타나지 않고 일년 내내 매일 밤과 낮이 다 있다는 점도 흥미로웠다(p.33). 그리고 남극은 매일 펑펑 눈이 쏟아질 것만 같지만, 낮은 기온으로 인해 연평균 강수량은 500mm정도로 매우 낮다(p.40). 남극점에서 백야가 나타난다고 해서 엄청나게 밝을 것 같지만, 사실 태양의 고도가 높아도 23.5도이기 때문에 별로 밝지 않다(p.44). 이렇게 남극에 대해서 가지는 여러 편견들을 바로잡아야 남극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지리를 전공하기 때문에, 이 책에서 볼 수 있는 여러 극지의 지리지식에 대해서도 주의깊게 보았다. 먼저 중력풍이라고도 불리는 남극의 캐터배틱 바람(p.20~26)에 대해서 자세하게 서술하고 있다. 이 바람은 태양복사에너지를 거의 다 반사시켜 버리는 남극대륙의 특성상, 차고 무거운 공기가 대륙 안쪽에서 축적되어 해안쪽으로 굴러 내려가면서 생겨나는 세찬 바람이다. 이는 특히 해안 가까이에서 매우 강하여, 기지 대원들이 이 때문에 조난당하기도 한다. 남극의 하얀 빙원에서는 검은 운석을 찾기 쉽다는 점(p.80)도 신기했다. 이외에도 펭귄은 왜 북극에서 살지 않고, 북극곰은 왜 남극에서 살지 않는지에 대한 이야기(p.98)도 얼핏 들으면 당연한 말 같지만, 지리적 의미가 있다. 남극의 땅은 고립된 얼음대륙이어서, 바다를 오가면서 살아가는 물개, 해표, 고래 외에는 포유동물이 없다. 반면에 북극은 얼음바다이고, 얼음바다 주위의 북극권에 속하는 툰드라 지대에 북극곰, 북극여우, 순록, 눈토끼 등의 여러 포유동물이 대륙에서 넘어와 적응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남극의 기지가 땅 위에 떠 있는 이유(p.132)는 얼핏 툰드라의 고상식 가옥과 연관지을 수도 있지만 아니었다. 남극에서만 볼 수 있는 상황인 강한 눈보라 때문이라는 점이 특이했다. 그리고 남극에서는 쓰레기를 묻으면 서릿발 작용 때문에 천천히 솟아오른다는 점도 신기했다(p.148). 남극의 특이하고 극단적인 자연환경은 다양한 모습을 보인다는 점이 신기하였다. 저자는 남극에서 월동한 과학자답게, 월동기지에서의 생활을 생생하고 재미있게 서술한다. 먼저 남극에서는 기온이 낮아서 냉장고가 필요없이 밖에 음식을 놔두면 될 것 같지만, 냉장고를 사용하지 않으면 추운 날씨에 일일이 밖으로 나가서 음식을 가져와야 하기 때문에 냉장고는 필수라는 것이다(p.19). 남극에서는 주황색 옷을 주로 입어야 구조에 좋다(p.137). 이외에도 다양한 빙산, 유빙, 빙붕 등이 파도에 깎여서 생긴 아름다운 사진, 여러 신비한 남극 동물들인 해표, 물개, 펭귄, 그 외 여러 생물들의 사진이 다수 등장해서 저자의 경험담과 함께 실려 있다. 세종기지의 위치와 자연환경, 대원들의 생활상 등도 자세히 소개한다(p.164~). 남극에는 얼음이 많지만 아이러니하게 물을 구하기 힘들다는 점이 신기했다(p.176). 남극 기지에는 흙을 반입할 수 없기 때문에 식물을 수경재배한다는 점도 특이했다(p.178). 그리고 세종기지의 시간이 우리나라보다 12시간이 느려 저녁 9시 뉴스를 할 때 아침 9시라서 못 본다는 점이 재미있었다(p.180). 우리가 보는 대부분의 남극 사진이 여름의 풍경이고 겨울의 아름다운 풍경은 월동대원만 볼 수 있다는 점(p.200)은, 월동대원이 아니면 알 수 없는 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저자는 남극을 연구하는 이유와 당위성에 대해서도 역설한다. 환경보호를 주장하는 그린피스에서는 남극을 '세계의 공원'으로 만들어 아무 연구도 하지 말고 그대로 두자고 한다(p.156). 그러나 저자는 남극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남극을 가만히 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보다는 남극의 자연과 문명 세계가 남극에 끼친 영향을 연구하는 것이 남극을 진정 사랑하고 인류를 사랑하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수십만 년 간 축적된 남극의 얼음층을 연구해서 제4기의 환경 변화를 추정한다는 이야기(p.58)는 남극 연구를 통한 학술적 성과를 암시한다. 게다가 남극은 문명세계에서 떨어져 있음에도, 어느새 인간에 의해 여러 오염물질이 유입되어 파괴되고 있는데, 이를 면밀히 연구해야 진정한 환경보호를 실행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도 세종기지에 이어 장보고기지를 건설하고 있고, 쇄빙선을 독자적으로 만들기도 했다. 남극대륙의 기지 건설과 더불어 우리나라의 극지연구는, 극지 자체의 연구는 물론 순수 자연과학과 응용 자연과학의 연구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기회를 맞고 있다(p.221). 앞으로도 정부에서 남극연구에 대한 지원을 많이 하여야 할 것이다. 한편 이 책의 가장 아쉬운 점을 꼽으라면, 바로 남극 지도 한장도 없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비전문가인 독자들은 남극에 아는 지명이라곤 남극점, 세종기지 이정도일 것이다. 그 조차도 남극의 어디에 위치하는지에 대해서는 거의 알 길이 없다. 그런데 이 책을 읽다 보면 무슨 섬, 무슨 만, 무슨 기지 등등 처음 듣는 지리정보가 쏟아지는데, 어디인지를 알 수가 없어서 읽는 동안 답답했다. 학창시절에 쓴 지리부도에도 남극은 반페이지만을 차지할 뿐이어서, 이 책에서 나오는 다양한 지명을 모두 소화해 내기는 벅차다. 대중을 상대로 한 교양서이니만큼, 지도가 함께 첨부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하지만, 이 책은 월동 과학자의 직접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필력, 그리고 미지의 대륙인 남극에 관한 여러 사실들을 생생하게 들려준다는 점에서 충분히 읽어볼 만한 책이다. 문답 형식의 쉬운 필체로 쓰여 있어서, 남극에 관심이 많은 청소년이나 대중에게 교양서로 손색이 없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