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켄드 성실상으로 받은 도서, 저자 이름이 낯익다 싶더니 "고양이 대학살"의 그 로버트 단턴이다!! 어찌나 반갑던지. 그래서 내가 이 책에 제목을 붙였다면 "종이 대학살"이나 "책 대학살"이라고 붙였을 것 같다. 원제는 "The Case for books". 이 책은 저자가 책에 대해 썼던 소논문들을 비슷한 주제를 다룬 것들끼리 묶은 것인데, 책의 '현재', '미래', '과거'라는 순서로 책을 구성한 데에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궁금했다. 그리고 인문학계에서 책과 관련하여 학제간 의사소통이 절실함을 이미 1982년에 주장했던 글이 실려있어서 인상깊었다. 서양 근대 미시사를 이야기로 풀어내는데 탁월한 재능을 보여주었던 그다. 이 책에서도 책의 과거에 대해 미시사적으로 접근하기도 하고, 현재에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보여주기도 하며, 미래를 추측해보기도 한다. 여러모로 "고양이 대학살"이 떠오르는 '과거' 부분에서는 저자가 책을 쓰고, 그 책을 제작, 유통, 판매하며, 그것이 독자에게 읽히기까지의 과정과 의미를 보여준다. 이를 통해 책과 관련된 그 모든 분야가 함께 의사소통해야 인문학을 더욱 풍성하게 연구할 수 있을 것임을 주장한다. 아무래도 저자의 전문분야이다보니 세 부분 중 '과거'를 다룬 부분이 제일 재미있었다. 특히 인쇄술은 발달하고 있었지만 교통통신 사정이 좋지 않았으며 사상통제가 강했던 시대에 책이 제작, 유통되는 과정과 책과 관련된 사람들 사이에 일어났던 상호작용 양상을 엿볼 수 있다. 볼테르의 책을 '삼십부나(p. 270)' 선주문했다던 서적상 이야기를 읽을 때, 처음에는 '겨우 30부에 '나'를 붙이다니'라는 생각이 들었으나, 눈물 겨운 유통 과정을 보면서 수긍할 수 있었다.
또한 그는 역사학자답게 종이 텍스트를 보존하는 일의 중요성을 주장한다. 종이신문이 낡고 있으니 그 텍스트를 보존하려면 마이크로필름으로 변환해야한다는 실험과 주장에 따라, 도서관 사서들은 그것들을 변환한다. 여기까지는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종이신문은 보관하기 어렵고 사서들에게는 도서관에서 텍스트들을 보관할 공간을 확보하는 문제가 절실하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종이 신문 불태우기, 즉 '종이 대학살'이 일어났다고 주장한다(이 내용은 저자의 주장이라기 보다는 베이커의 글을 토대로 한 것이다). 하지만 마이크로필름 역시 텍스트가 손실될 위험이 있으므로 둘 다를 보존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책 또한 일종의 예술이다. 미와 예술이 가진 객관성에 대해 생각하고 있기에 독자가 어떤 감정을 느낄지에 대해 텍스트가 기여하는 바에 대해 이야기한 다음 부분이 인상깊었다. 특히 책의 디자인이나 활자조판과 같이 책의 외관이 독서에 미치는 영향을 부각시킨 점은 저자가 책의 내용 뿐 아니라 형식적 특성까지 고민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더불어 저자 특유의 스토리텔링으로 그 시대 지식인들과 우리의 세계관이나 가치관이 다르기에 독서도 다를 수 있었음을 보여주는 부분이 재미있었다. 다소 길지만 옮겨둔다. "비평가들은 문학사에 대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으면서, 텍스트가 독자의 감수성에 호소해온 방식은 언제나 똑같았다고 쉽게 믿어버리는 것 같다. 하지만 17세기 영국 중산층은 20세기 미국인 교수와는 다른 정신세계 속에서 살았다. 독서도 시간에 따라 변했다. 독서는 간혹 큰소리로 그리고 여러 명이 함께 하기도 했으며, 또는 은밀히 그리고 오늘날 우리가 상상하지도 못할 정도로 격렬하게 행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독자가 아무리 적극적이라 해도, 독자의 반응을 형성하는 건 텍스트다. 발터 옹이 지적했듯, "캔터베리 이야기"와 "누구를 위해 종은 울리나"의 도입부에서는 하나의 틀이 생성되면서 독자도 그 속에서 한 역할을 떠맡게 된다. 독자는 성지순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든, 스페인 내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이 그 역할을 거부할 수 없다. 사실 텍스트가 의미를 전달하는 방식은 문체와 문장 구성만이 아니라 활자조판에 의해서도 결정된다. 매켄지가 보여준 바와 같이, 초기 사절판에서는 외설스럽고 방종했던 콩그리브의 작품들이 1710년 "전집"이 출간되면서 품위 있는 신고전주의 작품으로 변모하게 된 것은 외설스러운 부분을 삭제했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책의 디자인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그러니 독서의 역사를 기술할 때에는 텍스트에 대한 독자의 자유만이 아니라 독자에 대한 텍스트의 구속에 대해서도 다루어야 할 것이다. 그러한 두 경향 사이의 긴장은 인간이 책과 마주할 때면 언제나 존재해왔다."(pp. 292-293)
'현재' 부분에서는 특히 전자책이라는 매체를 다룬다. 인터넷을 비롯하여 이북 리더기나 태블릿 pc처럼 종이책 이외의 방법으로 텍스트를 읽을 수 있는 다양한 도구들이 등장하면서 책의 위상은 어떻게 되어가는지 살펴본다. 그가 종이책의 미래를 암울하게 보는 것만은 아니다. 학자인 그는 '구텐베르크-e'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학술논문들이 학자들 사이에서 합리적으로, 그리고 편리하게 공유될 수 있도록 연구물을 전자출판하는 실험을 해보았다. 이렇게 그는 세태의 변화에 맞추어 우리가 가진 도구들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종이책과 전자책이 적절하게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한다.
'미래' 부분에서는 '구글'의 책서비스와 관련된 책의 저작권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거대기업 구글이 뒤에서 먼 미래의 경제적 이익까지 내다보고 이런 저런 기반을 닦는 무서운 프로젝트는 이미 "생각조종자들"의 필터링 기술을 통해 읽은 바 있다. 여기에서는 그러한 꼼수의 책 버전을 만날 수 있다. 구글은 수많은 책을 인터넷에서 볼 수 있도록 변환하는 작업과 각종 저작권 소송을 당하는 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구글 같은 거대기업의 이러한 작업은 경쟁자가 없는 독점을 향해 가고 있는데, 정부에서 어떠한 규제를 가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인터넷에서 절판된 도서나 희귀한 도서를 읽고 싶을 때 저작권을 독점한 구글에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할 것이다. 또한 저작권 소송 자체는 구글이 인터넷에서 도서검색 서비스를 하는 거의 유일한 기업이 될 것이라는 정당성을 부여해준다. 구글이 저자들에게 저작권료를 지급한다는 것은 곧 구글만이 인터넷에서 검색될 책들에 대한 저작권을 갖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책과 관련하여 구글이 하고 있는 일들을 간과한다면 앞으로 우리의 독서 생활이 암울해질 수도 있다.
책과 너무나도 밀접한 관계에 있다고 할 수 있는 교보문고에서 출간한 이 책을, 책 읽기를 좋아한다고 생각하며 앞으로도 (종이책과 전자책을 비롯한)책을 읽을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 쯤 읽어두는 것이 좋으리라 생각한다. |
|
'독서 시장을 주도하는 것은 여전히 가장 오래된 기계인 책이다...도서관은 가장 구식 기관인 것처럼 보이지만 과거의 도서관은 미래에도 그대로 존재할 것이다. 도서관들은 언제나 학습의 중심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이는 로버트 단턴의 책의 미래의 주요 전언(傳言)이다. 단턴은 '고양이 대학살'의 저자다. 단턴은 현재의 문제들과 씨름하면서 미래를 내다보려고 한다면 과거를 연구하면서 파악해야 하기에 책의 구성을 과거, 현재, 미래의 세 부분으로 나누었다고 말한다. 실제 순서는 미래, 현재, 과거이다. 책은 2005년 1000만 권이 넘는 도서들을 디지털화한 구글이 미국 저자협회와 미국 출판인협회로부터 소송을 당한 사건을 전한다. 단턴은 구글이 종이책의 디지털화 작업으로 초거대 (전자) 도서관이 될 것을 예상하며 이로 인해 있게 될 두 가지 상반된 반응을 제시한다. 하나는 유토피아적 열광이고 다른 하나는 정보 접근권을 통제하는 권력의 집중에 대한 우려다. 정보 교환 방식의 4단계가 있다. 문자 발명, 두루마기를 대체한 코덱스, 인쇄술 발명, 전자 커뮤니케이션이다. 이를 전하며 단턴은 매 시대가 나름으로는 정보의 시대였고 정보는 언제나 불안정했다고 주장한다. 2007년 하버드대 도서관장이 된 단턴은 하버드대 신입생 시절이던 1957년의 추억을 떠올린다. 희귀 도서와 원고가 있는 하버드대의 호턴(Houghton) 도서관에서 허먼 멜빌이 가지고 있던 에머슨의 '에세이'를 사서에게 찾아 달라고 해 받은 단턴은 멜빌이 고통이란 일순간 왔다가 사라지는 것 즉 선원들이 흔히 말하듯 폭풍우처럼 사그라지는 것이라는 에머슨의 글에 경탄을 금치 못해 신랄한 메모를 해두었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단턴은 그 메모를 읽으면서 에머슨의 철학이 지나칠 정도로 낙천적이라는 것을 배웠다고 말한다. 단턴은 책을 사랑하고 더욱 구식 책을 좋아하고 오래된 것일수록 좋아하는 사람이다. 단턴은 정보는 지식이 아니라 말한다. 과거를 알기 위해 우리는 유적을 파헤쳐야 하고 유적을 이해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대부분 유적을 파는 작업은 역사가에게 맡겨놓고 학자들이 써놓은 책들을 이해하는 데서 만족한다고 말한다. 단턴은 책이 싼 값에 매각, 폐기되고 어처구니 없는 책 보존 실험에 사용되어 끔찍한 손상을 입고 있다고 말한다. 단턴에 의하면 책의 도살자들이 어찌 된 노릇인지 도서관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단턴은 1850년 이후 발전되어 온 제조공정에 따라 펄프목재로 만든 종이는 싸구려 소설책을 만드는 데 쓰이는 가장 저렴한 것조차도 내구성이 좋다고 말한다. 단턴은 도서관측이 공간 확보를 위해 마이크로필름을 해결책으로 제시하며 오래된 책들이 타들어가고 분해되고 썩어가고 부스러진다는 등의 과장된 거짓 표현을 하고 있음을 개탄한다. 단턴은 책의 역사는 인쇄를 통한 커뮤니케이션의 사회문화사라고까지 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단턴은 세익스피어의 오리지널 텍스트는 무엇이었는가? 프랑스 혁명의 원인은 무엇이었는가? 같은 문제들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에서 연구자들이 자신이 넘어온 영역이 대여섯 개의 학문 분야가 교차하는 지점이되 누구의 영역이라고도 말할 수 없는 지점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런 지점에서 혼자만이 아니라 다른 이들도 함께 서로 교차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고 말한다. 물론 책의 역사에 관한 연구는 르네상스 시대까지 간다. 단턴은 독서의 심리학, 현상학, 텍스트학, 서지학 등에 대한 저술 작업이 상당수 이루어졌음에도 독서는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고 말한다. 단턴은 과거 위대한 인물들의 도서 다시 읽기를 떠올려보는 것은 가능할지 몰라도 평범한 독자들의 내적 체험에 대해서는 도통 감을 잡기 어려울 것이지만 우리는 적어도 독서가 이루어졌던 사회적 맥락의 상당 부분은 재구성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책의 미래’는 이렇듯 잔잔하고 차분하게 책의 미래에 대해 말하는 단턴의 인문학적 정서를 깊이 체험할 수 있는 책이다. |
|
디지털 콘텐츠가 난무하는 지금 시대에 말 그대로 종이책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지가 궁금해서 펼쳐보게된 책이다. 구글과 하버드대학이 연합하여 모든 책들을 데이터베이스화 하려는 시도를 하였으나, 물론 출판업자와 서점 등 많은 사람들이 이에 반발하였다. 지금은 절충을 해서 신간 서적과 같은 특정 도서들에 대해서는 작업을 하지 않기로 합의 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문제는 매년 수백만권의 책들이 쏟아져 나오는데, 도서관의 공간은 한정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에 아예 종이도 출판사도 서점도 필요없는 전자책 출판이 확산되어가는 추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학자들과 도서 관련 전문가들은 종이책이 쉽게 없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영원히 건재하리라 보기도 한다. 그 이유는 가독성이 높다는 것과, 책이라는 하나의 사물로서의 존재감, 속독을 하는데 있어서 월등히 유리하다는 점, 책 냄새, 마음대로 표시하고 접어놓을 수 있는 이용의 편리함 등등 많다.
그렇다고 저자는 종이책의 우수성만을 강조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전자 커뮤니케이션 방법의 우수성 역시 인정하고 500년 전 구텐베르크가 발명한 인쇄술과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을지 그 가능성을 찾기 위한 노력의 흔적으로서 이 책을 만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