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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는 닮는다. 14살의 나이차에도 아내 이은영 씨는 김용택 시인에게 프러포즈했다. 깨끗한 영혼, 진실된 행동에 마음을 빼앗긴 것. 남편을 존경하는 그녀다. 그런 그녀가 남매(민세, 민해)와 함께 미국 마이애미에 2달 동안 머물게 된다. 물리적 거리만큼 남편에 대한 애틋함은 커져가고, 그렇게 마음을 담은 편지를 건넨다. 시인 김용택과 아내 이은영 씨가 주고 받은 편지 모음이다. <내 곁에 모로 누운 사람>
서로가 있기에 완성된다. 부부는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존재를 넘어, 서로의 넘치는 사랑을 안겨주기에 바빴다. 존경과 헌신을 담아. 존재 자체만으로도 힘이 되어주는 사람, 서로에게 비스듬히 기대어 의지할 수 있는 사람. 김용택 시인과 이은영 씨는 '부부'에 대한 가장 평범하고, 비범한 정의를 우리에게 내린다.
주고 받은 편지 내용 중에는 단순히 사랑을 확인하는 차원을 넘어, 정치, 경제, 독서 등에 대한 소소한 의견들이 오간다. 흔히 친구들끼리 할 수 있는 그런 정도의 말이다. 아내 이은영 씨의 생각들인데, 가령 박완서 선생에 대한 남다른 애정, 고은 시인에 대한 김용택 시인의 흠모, 오정희 선생의 글이 박완서 선생의 그것보다 낫다는 말, 김영하 작가의 초기 소설은 꽝이라는 말, <진보집권플랜>을 읽고 나름의 진보를 정의하는 것 등.
아내 이은영 씨의 편지가 내겐 더 인상적이었다. 김용택 시인은 그의 시나 강연 등을 통해 익히 짐작했지만, 시인의 아내가 더 시인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에서 아이들과 생활하면서 하루는 집안을 엉망으로 해놓고 나간 딸 민해에게 건네는 말은 많은 것들을 담고 있다.
공부하는 것도, 성공하는 것도 모두 살림을 잘하기 위해서란다. 우리의 살림이란 무엇인가? 나를 깨끗히 하고, 주위를 돌보는 것. 자연과 사람과 독서를 통해 참살이로 나아가는 것. 그것이 바로 제대로된 살림이 아닐까?
어떤 연유에선지 미국에서 유학을 하고 있는 딸을 보며, 이 땅의 교육에 대한 부부의 좌절과 생각들을 유추할 수 있었다. 토건의 위정자들이 일삼는 환경 파괴, 속빈 강정처럼 거대한 지어놓은 작가들의 문학관, 산이 깎이고, 콘크리트로 대치되는 인류 역사상 가장 무식하고, 악랄한 우리 세대를 가슴 깊이 분노하고, 안타까워하는 그들이다.
말미에 담아... 책은 읽는 순간의 상황에 따라 받게 되는 감동이나 깨달음이 다르다. 36년 인생을 통틀어 가장 절박하고, 애타는 순간을 보내고 있는 내게, 창자가 끊어질 듯 고통스럽고, 불안한 지금 내게... 이 책은 한없는 위안이자 동경이었다. 서로의 곁에 모로 누워, 사람과 자연과 책을 이야기할 수 있는 이들 부부. 한동안 내게 좋은 멘토로서 자리하리라 싶다.
그리고... 어서 빨리 이 지옥 같은 고통이 사라지고, 예전과 같은 평화와 평범한 일상이 나려지길 희망해본다. 너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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