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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을 들었을 때, 무거움이 가득한 시인들이 있다. 그래서, 가뜩이나 우울함이 가득하고 정치와 경제피로도가 높은 이 시점에서 과연 그 사람들의 글을 읽어야 할까? 싶을 때...2011년 대한민국의 모습일 때...그게 우리의 문제든 외부의 문제든 우리에게 왔으니 받아들여야 하지만, 그저 웃고 즐기는 이야기는 피상에 그친다는 느낌만 가득했다.
그런데,10월 말쯤...빨간 책 한 권이 눈에 들었다. 예전이면 불온서적이라 했겠으나, 채도가 괜찮은 빨강이라. 갑자기 '오르한 파묵'이 생각나면서 무심코 들었는데, "박노해". 그런데, 이름을 듣는 순간, 무겁다!는 느낌이 먼저~ 그런데, 이 시인의 '첫 마음'이란 시를 참...좋아한다.
누구에게나 처음이란 게 있다. 오늘처럼 새벽에 진눈깨비 날리듯 첫눈이 왔어도 내가 못 봤으니, 첫눈은 아니라고 우기는 사람들도 있으나, 첫눈은 첫눈인게다. 그렇듯, 첫마음을 잃지 말자며, 참혹하게 아름다운 우리라고 말하는 사람의 말을 쉽게 잊을 수는 없었다. 어떤 시구가 정확하게 기억안나도 2-3행 정도는 드문드문 기억나듯이.
그래서, 이 책, 드문드문 읽었다. 왠지 그냥 소설책 넘기듯 시원시원 넘기면 글을 농축한 사람에게 미안할 듯 싶어서. 운동권이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중간자적 입장이다. 그래서, 좌파우파의 개념을 떠나 '옳음'이 무엇인지 이야기하고 있고, 젊었던 자신의 행동들 속에서 반추하는 또 다른 자아의 모습을 통해 지금의 젊은이들이 살면서 후회하지 않았으면 할 것들을 생각하게 한다.
참혹하다는 말. 이 시집을 통해 자주 듣는 말 중의 하나였다. 이 말 잘 안 쓰는데, 그래서, 더 삶이 진실되고 그냥 막~살면 안 되고, 그냥 막~말하면 안 되고, 그냥 막~행동하면 안 될 것 같은...생각하고, 생각하고, 생각하고...
11월. 뭔가 하기에는 두렵고, 했던 결과에 대해 참담한 시기. 그 무엇에 두려움과 패배감이 넘친다면, <나는 이렇게 물었습니다>를 한 번 읽어보았으면..."뜻인가, 能인가, 때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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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대학 새내기 시절에 만난 [사람만이 희망이다] 다시 보고싶어도 절판되어 구하기 힘들었던 책이 나와 얼마나 반가운지... 누구에게나 그 시절을 떠올리게 되면 애틋한 책이나 노래가 있겠다. 나에게는 시인 박노해의 [사람만이 희망이다]가 그런 책이다.
오뉴월의 햇살처럼 밝고 환하기만 할거라 상상했던 대학은 세상에 대한 고민,분노와 함께 조금씩 세상에 물들고, '철' 들어가는 고통의 시절이었다. 어떤 선배는 이 책이 나왔을때 그랬다 "쓸데없이 저런 책 읽지마, 공부나해라" 어떤 선배는 그랬다 "변절자의 책, 아무 대안없는 괴변만 들었다" 순진하게도 나는 아무 생각없이 그런가부다.. 넘겨버렸고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다른 책들과 씨름을 하며 지냈다. 바쁘게 돌아가는 시간 속에 그를 잊고 살고 있던 어느날. 오랜 친구에게서 한 통의 편지가 왔다. 한 편의 시와 함께.
[뱃 속이 환한 사람 ] - 너에게. 내가 널 좋아하는 까닭은 눈빛이 맑아서만은 아니야 네 뱃속에는 늘 흰 구름이 유유히 흘러가는 게 보이기 때문이야 흰 뱃속에서 우러나온 네 생각이 참 맑아서 네 분노가 참 순수해서 네 생활이 참 간소해서 욕심마저 참 아름다운 욕심이어서 내 속에 숨은 것들이 그만 부끄러워지는 환한 뱃속이 늘 흰구름인 사람아.
------ 편지 속의 시를 읽고 나는 한동안 멍해졌다. '나'는 어떤 사람이었는가. 나는 어떻게 살아왔는데. 친구는 이런 맑은 시를 나에게 던지는가. 이런 시를 쓴 박노해는 도대체 어떤 사람인가. 80년대 [노동의 새벽], 사노맹사건으로 구속 무기징역수감중, 사람만이 희망이다에서 그가 달라졌다. 실패한 혁명가. 변절자. 머릿속에 흐르는 몇가지 단어로 그려지는 '그'만을 알고 있던 나에게 뱃속이 환한 사람이란 시는 이전의 모든 '편견'을 한번에 깨주었다. 이런 시를 쓰는 사람. 이런 삶을 사는 사람이라면 그는 정말 '믿을 수 있는 사람','변하지 않을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1997년의 [사람만이 희망이다]는 내 가슴속에 들어왔다. 졸업을 하고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에도 늘 가슴속에 어떤 중심이 되어있던 책. '돈'이 세상의 중심이 되고, 어느새 나또한 '권력'의 세계에서 허우적대며 나를 잃고, 나를 버리고 살고 있을때 어느 순간, 이게 아닌데... 뭔가 답답할때 마다 꺼내보게 되던 책.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는 항상 가장 아끼는 사람이 생각나고 그에게 내 마음을 전할 수 있는 더없이 '좋은 선물'이 되던 책. 나에게 그런 인연이었던 책이 다시 출간되어 기쁘기 그지 없다. 작가가 직접 표지와 내용을 손보면서 다시 만들어진 책이라 그런지 더욱 맘에 와 닿는다. ^^ 오늘밤은 막 도착한 귀한 시집을 천천히 읽으면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 어떤 이에게 이 시집을 전하면 좋을지.... 그런 행복한 고민에 빠져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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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음으로 이 책을 잡았을 때…. 저런, 벌써 14년이다. 절판이 되고 좀처럼 구하기가 어려웠었는데 이렇게 다시 만나니 그저 반갑고 고맙고 짠하게 아리기도 하다. 14년 전, 20대 초반이었던 나는 ‘희망’이라는 단어와는 참 먼 사람이었다. 넉넉하지 못한 가정형편에, 학교 성적도 우울했고 타고난 재능이랄 것도 뭐 딱히 내세울 것 없는, 뭐 그런 사람이었다. 되는 일도, 되고 싶은 것도 없이 스스로를 세상의 아웃사이더로 몰아가며 뒤틀린 세계에서 단순 오락, 쾌락에 집중하며 살았다. 나와 상관없이 밝은 세상이 싫었고 달달한 단내 나는 ‘희망’이라는 단어는 유별나게 더 싫었다. 그러다 이 책을 우연히 발견(?)했던 거다. 지구상에서 가장 사악하고 절망적인 존재를 ‘사람’이라 여기던 내가 ‘사람만이 희망이다’라는 책을 본거다. ‘뭐야 이건?’ 이라며 뒤집어보니 너무나도 낯설고 가슴 떨리는 단어들이 새겨져 있었다. 시인, 사상, 투쟁, 치열하게, 진정, 혁명 고 김수환 추기경의 추천사 속에 있던 단어들, ‘박노해’라는 낯선 사내를 소개하는 그 말들에 나는 머리와 가슴이 댕댕 울리고 쿵쿵 뛰었다. 교과서나 소설 속에나 나오는 죽은 말들인 줄로만 알았는데 그런 말이 실제 어울리는 삶을 사는 사람이 동시대에 있었다니! IMF로 나라가 망했네, 돈이 최고네, 대학은 무조건 SKY 정도는 가 줘야 사람구실하며 사네, 하던 시절에 ‘진정한 혁명적 삶’을 ‘치열하게 투쟁’하며 그것도 ‘시인’이! 그렇게 밤새 두근대며 미친 듯이 읽어 내려갔다. 읽는 내내 많이도 울었다. 책 속에서 만난, 그때까지 내가 미처 몰랐던 절절한 목숨들이, 치열한 삶들이, 뜨거운 사랑이, 커다란 희생들이 내 인간성을, 양심을 사정없이 찔러대어 울었다. 아프게 울고 난 후 맛본 그 후련한 영혼의 해방감을 뭐라 표현해야 좋을까… 그야말로 하룻밤 사이에 절망의 사람을 희망으로 품게 된 그 힘을 뭐라 설명할 수 있을까…. 14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잊을 수 없는 그 첫경험. 그날 이후 줄곧 마음 속에 새겨두고 때때로 사람에 지치고 상처받고 절망하게 될 때면 꺼내 외는 기도문, 희망찬 사람은 그 자신이 희망이다 길 찾는 사람은 그 자신이 새길이다 참 좋은 사람은 그 자신이 이미 좋은 세상이다 사람 속에 들어 있다 사람에서 시작된다 다시 사람만이 희망이다 다시 사람만이 희망이다, 다시 사람만이 희망이다, 다시 사람만이 희망이다, 세상에 넘쳐나는 ‘희망’의 상술에 지치고 상처받은 사람, 하루하루 사는 게 지겹지만 문득 또 불쑥 미친 듯이 제대로 살아보고 싶은 사람, 다 필요 없고 나만 어떻게든 잘 버티면서 살아남으면 된다는 위험한 생각의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
내가 처음으로 이 책을 잡았을 때…. 저런, 벌써 14년이다. 절판이 되고 좀처럼 구하기가 어려웠었는데 이렇게 다시 만나니 그저 반갑고 고맙고 짠하게 아리기도 하다. 14년 전, 20대 초반이었던 나는 ‘희망’이라는 단어와는 참 먼 사람이었다. 넉넉하지 못한 가정형편에, 학교 성적도 우울했고 타고난 재능이랄 것도 뭐 딱히 내세울 것 없는, 뭐 그런 사람이었다. 되는 일도, 되고 싶은 것도 없이 스스로를 세상의 아웃사이더로 몰아가며 뒤틀린 세계에서 단순 오락, 쾌락에 집중하며 살았다. 나와 상관없이 밝은 세상이 싫었고 달달한 단내 나는 ‘희망’이라는 단어는 유별나게 더 싫었다. 그러다 이 책을 우연히 발견(?)했던 거다. 지구상에서 가장 사악하고 절망적인 존재를 ‘사람’이라 여기던 내가 ‘사람만이 희망이다’라는 책을 본거다. ‘뭐야 이건?’ 이라며 뒤집어보니 너무나도 낯설고 가슴 떨리는 단어들이 새겨져 있었다. 시인, 사상, 투쟁, 치열하게, 진정, 혁명 고 김수환 추기경의 추천사 속에 있던 단어들, ‘박노해’라는 낯선 사내를 소개하는 그 말들에 나는 머리와 가슴이 댕댕 울리고 쿵쿵 뛰었다. 교과서나 소설 속에나 나오는 죽은 말들인 줄로만 알았는데 그런 말이 실제 어울리는 삶을 사는 사람이 동시대에 있었다니! IMF로 나라가 망했네, 돈이 최고네, 대학은 무조건 SKY 정도는 가 줘야 사람구실하며 사네, 하던 시절에 ‘진정한 혁명적 삶’을 ‘치열하게 투쟁’하며 그것도 ‘시인’이! 그렇게 밤새 두근대며 미친 듯이 읽어 내려갔다. 읽는 내내 많이도 울었다. 책 속에서 만난, 그때까지 내가 미처 몰랐던 절절한 목숨들이, 치열한 삶들이, 뜨거운 사랑이, 커다란 희생들이 내 인간성을, 양심을 사정없이 찔러대어 울었다. 아프게 울고 난 후 맛본 그 후련한 영혼의 해방감을 뭐라 표현해야 좋을까… 그야말로 하룻밤 사이에 절망의 사람을 희망으로 품게 된 그 힘을 뭐라 설명할 수 있을까…. 14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잊을 수 없는 그 첫경험. 그날 이후 줄곧 마음 속에 새겨두고 때때로 사람에 지치고 상처받고 절망하게 될 때면 꺼내 외는 기도문, 희망찬 사람은 그 자신이 희망이다 길 찾는 사람은 그 자신이 새길이다 참 좋은 사람은 그 자신이 이미 좋은 세상이다 사람 속에 들어 있다 사람에서 시작된다 다시 사람만이 희망이다 다시 사람만이 희망이다, 다시 사람만이 희망이다, 다시 사람만이 희망이다, 세상에 넘쳐나는 ‘희망’의 상술에 지치고 상처받은 사람, 하루하루 사는 게 지겹지만 문득 또 불쑥 미친 듯이 제대로 살아보고 싶은 사람, 다 필요 없고 나만 어떻게든 잘 버티면서 살아남으면 된다는 위험한 생각의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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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도서관에서 울면서 읽었던 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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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7일 밤 대방동 '서울여성프라자' 1층에서는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은 사회단체 '나눔문화(www.nanaum.com)'의 11주년을 기념하는 '후원의 밤' 행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약150여명의 회원들과 '나눔문화 '연구원들이 함께하는 자리였고 나 역시 회원 자격(1년 밖에 안됐지만..)으로 초대받았다. 2000년 설립 후 11년 동안 정부나 대기업의 후원 없이, 언론이나 기타 매체를 통한 홍보 없이 스스로의 힘으로, 회원들의 회비로만 운영되는 것이 특징이다. 그리고 박노해씨가 단체의 설립자고... 우리 삶의 억압의 실체들을 구체적으로 지목하면서도, 그 적을 닮아가는 나의 모습과 우리의 모습에 죽비를 치고 있다. 나아가 신세대 문화에서 농사마을까지, 몸철학에서 마음살핌까지, 적은 소유로 기품 있는 삶에서 나눔의 삶까지를 생생하게 그려 보이고 있다. 박노해가 말하는 ‘지구 시대의 새로운 삶’의 모습에서 우리는 지금 바로 좋은 삶을 희망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진정한 이념이 사라진 시대 ‘이익’과 ‘실용’이라는 가장 타락하고 가장 강력한 이념만이 남은 지금, 『사람만이 희망이다』에서 제시하고 있는 사상, 과거 ‘유일주의’를 넘어 삶 전체를 품어 안는 온전성의 사상은, 10여 년이 지나서도 여전히 짙은 호소력을 가지고 있다. “사람들은 ‘아직도’ 이렇게 묻습니다 / “아직 사회주의자입니까?” / 나는 정직하게 대답합니다 / “예!” “아니오!” / 사회주의는 삶의 당연當然이 아닌가요 / 삶의 본연을 긍정하지 않는 사회주의가 진보할 리 있겠습니까 / 삶의 당연을 품에 안지 못한 자본주의가 진보할 수 있겠습니까 / 이상을 갖지 못한 현실이 허망하듯 / 현실을 떠난 이상도 공허한 거지요 / (…)나는 ‘아무 주의자’도 아니고 동시에 ‘모든 주의자’입니다 // (…)나는 흑이면서 백이고, 흑과 백의 양극단의 떨림 사이에서 / 온몸으로 밀고 나오는 까마귀의 세 번째 발입니다 / 중간 잡기가 아닙니다 흑백 섞은 회색이 아닙니다 // (…)세 발 까마귀 / 다시 시작하는 발, 또 하나의 발, 우리 희망의 발이여!”(「세 발 까마귀」). 여기서 자본주의는 19~20세기의 자본주의가 아니고, 사회주의는 20세기에 멸망한 사회주의를 말하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돈과 권력이 삶의 전부인 듯해도, 이 사회가 우리를 그렇게 강제할지라도, 한사람 한사람 저마다의 깊은 곳에 선함과 사랑과 정의가 숨쉬고 있다. 그것이 “사람만이 희망이다”라는 믿음을 끝내 놓지 않는 이유이다. “길 찾는 사람은 / 그 자신이 새 길이다 // 참 좋은 사람은 / 그 자신이 이미 좋은 세상이다 // 사람 속에 들어 있다 / 사람에서 시작된다 // 다시 / 사람만이 희망이다”(「다시」), “저마다 지닌 / 상처 깊은 곳에 / 맑은 빛이 숨어있다 // 첫마음을 잃지 말자 // 그리고 성공하자 / 참혹하게 아름다운 우리 / 첫마음으로”(「첫마음」)라며 “길 잃은 날의 길 찾는 그대”를 다시, 간절히 부르고 있다. 새로운 억압과 불안 속에서도, 늘 새로워진 사람과 사람들의 물결은 존재했고, 우리에게 남은 희망이 있다면 그 빛나는 사람의 등불을 믿는 것이다. 희망은 결코 그대를 포기하지 않는다 그대가 끝내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그리하여 우리는 오직 나 자신에게만 속삭이듯 말할 수 있을 뿐이다.
년초에 박노해씨의 최근 시집인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를 감명 깊게 읽었다. 그 시집에는 그의 어린 시절의 향수와 배움, 2000년대에 그가 보고 느꼈던 한반도 밖의 또 다른 진실과 희망을 담고 있다. 그리고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작은 풀잎 하나에서부터 희망의 씨앗을 찾는다. '나눔문화'를 시작하고 10년이 지난 후에 담담하게 그려낸 시에는 그가 희망을 싹틔우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렇지만 나에게는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보다 이 시집 <사람만이 희망이다>가 더 가슴에 와 닿는다. 그것은 아마도 내가 박노해씨가 1997년에 부딪혔던 느낌으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가장 타락하지만 강력한 이념과 이데올로기 속에 놓여진 나, 담론과 거대흐름 속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목소리만 높이는 나, 무엇을 해야 할지 어디서 시작해야 할지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나, 희망보다 무력감을 쉽게 느끼고 믿음 보다는 불신이 뿌리깊은 나...
이런 나에게 이 시집이 무언가 자그마한 깨달음을 던져주고 있다. 몇 번이고 읽고 또 읽어야, 시 속에 파묻혀 느껴야만이 그 속에서 나의 믿음과 희망과 시작을 더 분명하게 발견할 수 있겠지...
사람에 상처받고 사람에 눈물짓고 사람에 절망하면서도, 그가 그래도 끝내 포기할 수 없는 꿈 “사람만이 희망이다”는, 10년을 훌쩍 거슬러 오늘 더욱 절실하게 다가온다. “길 잃은 날의 길 찾는 그대”를 다시, 간절히 부르고 있다. << 기억에 남는 시 >> '아직'에 절망할 때 / '이미'를 보아 / 문제 속에 들어 있는 답안처럼 / 겨울 속에 들어찬 햇봄처럼 / 현실 속에 이미 와 있는 미래를 // 아직 오지 않은 좋은 세상에 절망할 때 / 우리 속에 이미 와 있는 좋은 삶들을 보아 / 아직 피지 않은 꽃을 보기 위해선 / 먼저 허리 숙여 흙과 뿌리를 보살피듯 / 우리 곁의 이미를 품고 길러야 해 // 저 아득하고 머언 아직과 이미 사이를 / 하루하루 성실하게 몸으로 생활로 / 내가 먼저 좋은 세상을 살아내는 / 정말 닮고 싶은 좋은 사람 / 푸른 희망의 사람이어야 해 ('아직과 이미 사이 」 p.23) 희망찬 사람은 / 그 자신이 희망이다 // 길 찾는 사람은 / 그 자신이 새 길이다 // 참 좋은 사람은 / 그 자신이 이미 좋은 세상이다 // 사람 속에 들어 있다 / 사람에서 시작된다 // 다시 / 사람만이 희망이다 (「 다시 」 p.63) 큰 것을 잃어버렸을 때는 / 작은 진실부터 살려가십시오 // (...)오늘 비록 앞이 안 보인다고 / 그저 손 놓고 흘러가지 마십시오 // 현실을 긍정하고 세상을 배우면서도 / 세상을 닮지 마십시오 세상을 따르지 마십시오 // 작은 일 작은 옳음 작은 차이 / 작은 진보를 소중히 여기십시오 // 작은 것 속에 이미 큰 길로 나가는 빛이 있고 / 큰 것은 작은 것들을 비추는 방편일 뿐입니다 (「 길 잃은 날의 지혜 」 p.67) 천지간에 나 하나 바로 사는 것 / 이 지구 위 60억 인류 모두가 / 나처럼 먹고 쓰고 생활한다면 / 이 세상이 당장 좋아질 거라고 / 떳떳이 말하며 살아가는 사람 // 내가 먼저 적게 벌고 나눠 쓰면서 / 덜 해치고 덜 죄짓는 맑아진 얼굴로 / 모두 나처럼만 살면 좋은 세상이 되고 / 푸른 지구 푸른 미래가 살아난다고 / 내가 먼저 변화된 삶을 살아내는 것 // 그것이 진리의 모든 것이다 / 그것이 희망의 모든 것이다 / 그것이 혁명의 시작과 끝이다 // 천지간에 나 하나 바로 사는 것 (「 나 하나의 혁명이 」 p.69) (...)곧은 길 끊어져 길이 없다고 / 주저앉지 마십시오 / 돌아서지 마십시오 / 삶은 가는 것입니다 / 그래도 가는 것입니다 / 우리가 살아 있다는 건 / 아직도 가야 할 길이 있다는 것 // 곧은 길만이 길이 아닙니다 / 빛나는 길만이 길이 아닙니다 / 굽이 돌아가는 길이 멀고 쓰라릴지라도 / 그래서 더 깊어지고 환해져 오는 길 / 서둘지 말고 가는 것입니다 / 서로가 길이 되어 가는 것입니다 / 생을 두고 끝까지 가는 것입니다 (「 굽이 돌아가는 길 」 p.106) (...)사람들은 '아직도' 이렇게 묻습니다 / "아직 사회주의자입니까?" / 나는 정직하게 대답합니다 / "예!" "아니오!" / 당신은 쉽게 물을지 몰라도 / 나는 지금 온 목숨으로 대답하는 겁니다 // 자본주의가 삶의 본연本然이라면 / 사회주의는 삶의 당연當然이 아닌가요 / 삶의 본연을 긍정하지 않는 사회주의가 진보할 리 있겠습니까 / 삶의 당연을 품에 안지 못한 자본주의가 진보할 수 있겠습니까 / 이상을 갖지 못한 현실이 허망하듯 / 현실을 떠난 이상도 공허한 거지요 / 삶과 인간과 현실 변화를 있는 그대로 / 볼 수 있는 밝은 눈을 얻기까지 / 나는 '아무 주의자'도 아니고 동시에 '모든 주의자'입니다 // (...)나는 흑이면서 백이고, 흑과 백의 양극단의 떨림 사이에서 / 온몸으로 밀고 나오는 까마귀의 세 번째 발입니다 / 중간 잡기가 아닙니다 흑백 섞은 회색이 아닙니다 // (...)세 발 까마귀 / 다시 시작하는 발, 또 하나의 발, 우리 희망의 발이여! (「 세 발 까마귀 」 p.111) 살아 있는 모든 것은 변하는 게 숙명이어서 / 변치 않는 유일한 진리는 오직 / 모든 것은 변한다는 사실뿐이어서 / 나는 진실로 경계하는 거야 // 자신을 변화시켜 미래 희망을 키우지 못하는 / 변하지 않는 그 노래 그 몸짓 그 목소리를 / 불변하는 것들 안에 든 치명적인 독소를 / 눈 맑게 뜨고 경계하자는 거야 // 이렇게 빠른 시대 변화 속에서 / 결코 변해서는 안 될 것을 지키기 위해 / 우리가 앞서 적극 변화하지 않는다면 / 스스로 변질되고 마는 거야 저렇게 // 우리가 먼저 날로 새로워지지 않는다면 / 스스로 무너지고 마는 거야 그렇게 (「 불변의 진리 」 p.117) 생명농사 지으시는 농부 김영원님은 / 콩을 심을 때 / 한 알은 하늘의 새를 위해 / 또 한 알은 땅속의 벌레들을 위해 / 나머지 한 알을 사람이 먹기 위해 / 심는다고 말씀하십니다 // 지금도 만주 들판에는 삼전 三田이 전해오는데 / 일제 때 쫓겨 들어간 우리 조상님들이 / 눈보라 속에서 맨손으로 일궈낸 논을 3등분해 / 하나는 독립운동하는 데 바치는 군전 軍田으로 / 또 하나는 아이들 학교 세우는 학전 學田으로 / 나머지 하나는 굶주림을 이겨내는 생전 生田으로 / 단호히 살아내신 터전이 바로 삼전인데 //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오늘 / 내가 번 돈 / 나의 시간 / 나의 관심 / 나의 능력 / 어디에 나눠 쓰며 살고 있나요 // 지금 나는 콩 세 알의 삶인가요 / 삼전의 뜨거움 삼전의 푸르름 / 셋 나눔의 희망을 살고 있나요 (「 셋 나눔의 희망 」 p.197) 한 번은 다 바치고 다시 / 겨울나무로 서 있는 벗들에게 // 저마다 지닌 / 상처 깊은 곳에 / 맑은 빛이 숨어 있다 // 첫마음을 잃지 말자 // 그리고 성공하자 / 참혹하게 아름다운 우리 // 첫마음으로 (「 첫마음 」 p.245) - 그 여자 앞에 무너져 내리다 - (p.8)
그 해 첫눈이 펑펑 내리던 밤
엉금엉금 기어가는 마지막 호송차는 만원이었지요
그 바람에 규정을 어기고 나는 그 여자 옆에 앉혀지게 되었습니다
눈송이 날리는 창 밖만을 하염없이 내다보던 그 여자는
누군가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깜짝 놀라
내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더니 검은 눈이 어느덧 젖어 있었습니다
자기는 아이 둘 가진 노동자인데 교통사고로 들어와서
합의를 못 보다가 오늘에야 나가게 되었다고
내 시를 노래로도 부르고 이야기 많이 들었다고
항상 죄송하고 마음 아팠다고...
눈이 내리니 어두운 세상도 참 고와 보이네요
아까 내내 창 밖을 내다보며 저 이런 생각 했어요
죄수복에 포승줄 묶인 내 모습이
차장에 비치는 게 그렇게도 싫었는데,
아니야 아니야 나야말로 이 모습 이대로 죄인이구나
난 지금까지 좋은 세상을 바라면서
노조에도 참여하고 가진 자들 욕도 하고
잘못된 세상을 확 바꿔야 한다고 원망도 많았는데
이제 생각하니 그게 다 도둑놈 마음이었어요
죄가 어디 홀로 지어지는 건가요
다 수많은 관계 속에서 죄짓고 사는 건데
저들의 큰 죄 속에는 제 자신의 죄가 스며들어 있고,
제 욕심과 비겁함과 힘없음이 저들을 더 크게
더 거칠 것 없이 죄짓도록 부추겨온 건데요
제 자신이 먼저 참되고 선하고 정의롭지 않고서
어떻게 세상 평화와 정의를 바랄 수 있겠어요, 도둑 마음이지요
가진 자들의 탐욕과 부정부패는 사납게 비판하면서도
왜 제 자신의 이기심과 작은 부정들은 함께 보지 않았을까요
왜 네 탓이오 네 탓이오만 외치고 제 탓이오가 없었을까요
'제 탓이오 제 탓이오 그리고 네 큰 탓이오!'
라고 해야 옳은 게 아닐까요
왜 저는 못 갖는 한이 아니라 안 갖는 긍지를 지닌
떳떳한 인간으로, 진실로 당당한 노동자로
사회 정의와 평등을 요구하지 못했을까요
첫눈 내리는 오늘 밤에야 제가 자유의 몸이 된다니까
지난 삶이 부끄럽게 돌아봐지네요
좋은 세상을 간절히 바라면서도 전 솔직히 공짜로 바란 거에요
좋은 세상, 좋은 세상, 하면서도 사실은
가진 자들의 부귀와 능력을 시샘하면서
좋은 세상을 위해 희생하는 사람들 몫의 행복을 훔치고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훔치며 살아온 겁니다
선생님을 뵈니 더욱 죄송하고 자꾸만 눈물이 나네요
어디 좋은 세상이 저절로 오나요, 단번에 오나요,
우리 빼앗긴 게 한꺼번에 되찾아지나요
설사 빼앗긴 돈과 권리는 되찾을 수 있을지라도
빼앗긴 삶과 인간성과 제 상한 영혼은 어디에서 찾을까요
내가 먼저 좋은 사람으로 변하려는 노력 없이
가난한 제 돈과 시간과 관심을 쪼개서
참여하고 보태려는 구체적인 실천 없이
좋은 미래를 어디에서 누구에게 바랄 수 있겠어요
좋은 세상은 어찌 보면 우리 안에 이미 와 자라고 있는 건데,
지금 나부터 그렇게 살면 되는 건데, 좋은 사람으로 살면서
하루하루 생활 속에서 어깨를 맞대고 착실히 힘 모아나가면
사실 저들은 껍떼기에 지나지 않는데
선생님, 저 이제 나가서는 잘 살겠습니다
좋은 세상 함께 이루어가는 좋은 사람이 되도록
제 자신과도 싸우면서 그 힘을 보태겠습니다
마치 고해성사하듯 떨리는 목소리로 다짐하던 그 여자
서울 구치소로 가는 어두운 밤길에
함박눈이 가슴 미어지도록 흐득흐득 내리고
느리게 기어가는 만원 호송버스 안에서
오누이처럼 스스럼없이 어깨를 기댄 채
젖은 목소리로 속삭이던 순결한 연꽃송이 같은 말씀들.....
무기징역 선고받고 돌아오던 내 마음은
환하디 환한 슬픔이었습니다
운명의 그날 밤, 산처럼 무너져내린 그날 밤!
선생님, 제 마음 속에 품어온 꼭 묻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사회주의가 정말 우리가 바라는 그런 좋은 세상인가요?
그렇게 평등하고 경쟁 없이 편한 사회에서
누가 열심히 일하려 하겠습니까?
그렇게 정의롭고 도덕적인 사회에서
사람이 무슨 재미로 살겠습니까?
그렇게 좋은 사회가 누구 힘으로,
어느 세월에 이루어지겠습니까?
언제쯤 이기적인 우리 노동자와 서민들이
그런 성인으로 변화하겠습니까?
그 여자의 소박한 물음 앞에서
나는 산산이 무너져버리고 말았습니다
성실하게 땀 흘리며 살아온 한 여자가
온 삶으로 던져오는 화두 앞에,
태산처럼 육박해오는 준엄한 심문 앞에,
아아 나는 꼼짝없이 무너지고 깨어졌습니다
선생님 저는요, 선생님처럼 자신을
송두리째 바치며 살지는 못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저는 두 아이의 엄마이고 한 남자의 아내입니다
맞벌이로 잔업까지 뛰지 않으면
매달 카드 결제와 시동생 학비 지불,
친정 어머님 병수발을 못하게 됩니다
이것은 제가 머리에 이고 살아가야 할 제 인생의 의무입니다
제 생활을 저버리지 않으면서도
좋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삶을 살고 싶어요
제가 어떻게 살아야 제 인생이 참되고 보람찰 수 있을까요
일 년에 한두 번 임금인상 때 반짝하고 마는
노조활동 같은 거 말구요 회비 잘 내고 서명하고
집회나 시위 있을 때 참여하는 그런 거 말구요
제 일상생활 속에서 제가 주인이 되어서
제가 살아있다는 느낌과 즐거움을 누리면서
나이 들수록 우리가 바라는 좋은 세상을 닮아가면서
생활 속의 작은 걸음들이 곧바로 좋은 사회를 만들어가는
큰 싸움으로 이어지는 그런 실천이 무엇인지요
정말 저는 인간답게 살고 싶어요
살아 움직이는 사람이고 싶어요 선생님
눈은 내리고 눈은 내리고, 가슴 미어지게 눈은 내리고
나는 아무 할 말이 없었습니다
그날 밤, 나는 아무 변명도 비껴섬도 없이
그저 정직하게 산처럼 무너질 뿐이었습니다
무너지고 깨어지는 게 내가 할 일이고 남은 희망이었습니다
그랬습니다 나에게 희망이 있다면
산덩이만한 패배와 무너짐, 마지막 한 껍떼기까지
철저하게 깨어지고 쪼개어지는 것이었습니다
그로부터 지난 7년 동안 나는 이 벽 속에서 죽음을 살았습니다
실패한 혁명가로서 '내가 왜 살아 있어야 하는가'를 찾는 것이
절박한 문제였습니다 참혹했습니다
그날 밤 그 여자가 내게 내린 화두가 나를
죽더라도 정직하라고, 결과에 대한 책임을 다하라고,
이렇게 아픈 침묵 절필 삭발
정진의 삶을 살게 한 것이기도 합니다
많은 시간이 흐르고 나서 이제야
내 안에서 싹이 트는 소리를 듣습니다
이제야 고요한 희망입니다
내가 죽지 않고 살아남았다는 것,
그것이 나의 희망입니다
그날 밤 하늘이 내게 보내신 그 여자 앞에
자신 있게 다시 서는 날까지
나의 기다림과 정진은 계속될 것입니다
[ 2011년 12월 27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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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일 때 보고 큰 충격을 받았던 책인데… 문득 그때가 떠오른다. 그땐 힘겹게 들어 온 대학도 별 볼일 없다 느껴서인지 미뤄둔 사춘기를 겪으며 홀로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었다. 어떻게 하면 그렇게 사람에게 상처받으면서 ![]() ![]() ![]()
첫마음 더 단단하게 품고 더 붉게 타오르라고. 책이 온몸으로 말을 하는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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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회사생활 3년차에 접어든 28살의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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