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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나오 : 별명은 무당벌레. 마리아의 지시와 명령에 따라 움직인다. 그래서 제목이 "마리아비틀"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시속 이백킬로미터 이상으로 질주하는 신칸센에서 10년째 불행을 안고 달리는 남자. 불운의 여신에게 극진한 사랑을 받는 킬러로서 그가 하는 모든 행동에는 머피의 법칙이 적용된다. 어린이나 약한 상대를 보호하는 따뜻한 마음의 소유자이며 궁지에 몰리면 두뇌회전이 빨라진다. 레몬과 밀감이 미네기시의 명령을 수행받은 사실을 알게 되면서 동지가 될 것을 요청하지만 거절당하고, 오히려 미네기시 아들의 범죄자로 몰고 간다. 그의 특기인 목 비틀기를 통해 늑대, 밀감, 말벌 등이 죽임을 당한다.
기무라 : 전직 킬러였으나 현재는 경비로 일하며 알코올 중독자이다. 6살 아들 와타루를 백화점 옥상에서 밀어 의식불명으로 누워있게 한 왕자를 죽이기 위해 신칸센에 오른다. 서프레서 소음기 권총까지 준비하지만 오히려 왕자의 전기 충격기에 당하고 그 녀석이 지시하는대로 따르고 행동한다. 레몬에게 총상을 입지만 끈질긴 생명력으로 살아난다.
왕자 : 갸냘픈 체형에 귀공자상을 지닌 14살 중학생이지만 동급생 가운데 통치자로 군림하며 절대적인 강운(强運)을 타고난 존재로써 운의 규칙까지도 만들어내는 럭키보이. 나이답지 않은 치밀함으로 상대방의 행동과 분위기만 보고도 그 사람의 심리까지를 꿰뚫어보며 살인에 흥미를 갖고 있다. 어른은 단지 나이만 많을 뿐 하등동물로 치부하는 경향이 강하다. 변호사 아빠를 둔 도모야스의 고자질로 인해 미네기시라는 거대업자로부터 경고전화를 받고부터 그를 살인할 것을 결심으로 신칸센에 오른다. 모두를 절망적인 기분을 만들어 주고 싶어하며, 절망보다 더 깊은 절망을 부여하고 확인하면서 얻는 만족감이 왕자를 기쁘게 한다. 항상 "왜 사람을 죽이면 안되나요?"라는 질문으로 어른들을 곤혹스럽게 만든다.
레몬과 밀감 : 쌍둥이처럼 닮아있는 두 명의 살인청부업자. 레몬은 '꼬마 기관차 토마스' 광팬이며 매사에 낙관적이고 단순하게 행동하는 B형인데 반해, 밀감은 소설을 좋아하며 A형 타입으로 차분하고 진지한 성격의 소유자이다. 미네기시의 명령으로 그의 아들과 트렁크 가방을 지킬 것을 위임받았으나 미네기시 아들은 말벌에게 죽고, 트렁크는 나나오와 왕자로 인해 그들이 손아귀에서 사라진다. 레몬은 왕자가 쏜 총에 의해, 왕자를 위협했던 밀감은 나나오가 목을 비틀면서 생의 최후를 맞이한다.
스즈키 : 학원강사. 사람의 내면을 끄집어내서 주변을 고해실로 바꿔버리는 경향이 있는 마음이 따뜻한 사람. 아내의 죽음으로 인해 눈빛이 건조하다. 나나오와 우정을 나눌 좋은 친구로 보인다.
나팔꽃 : 기무라 시게루와 친분이 두터우며 동명이인이자 살인청부업자. 시게루의 부탁으로 손자 와타루를 지켜준다.
기무라 시게루 : 기무라의 아버지. 이야기의 시점과 왕자의 타겟은 기무라가 총에 맞음으로써, 그의 아버지 기무라 시게루에게로 옮겨간다. 하지만, 기고만장했던 왕자에게도 그 녀석의 행운을 불운의 괴물이 덥석 물고가는 공포를 안겨주었다. "시게루가 시게루에게. 와타루는 무사합니다. 범인은 사망했습니다."라는 나팔꽃이 전해준 전광판 메시지가 왕자의 최후를 얘기해 주었기 때문이다. 역시 관록과 연륜은 무시 못하는 법이라는 생각이 확고해지는 명쾌한 순간이었다.
<마리아비틀>은 신칸센 '하야테'를 타고 도쿄에서 모리오카까지 향하는 킬러들의 이야기이다. 나름대로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한 개성만점 인물 캐릭터들은, 가볍게 스칠 수 있는 이야기에 약간의 무게를 실어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했고 예기치 못한 엇갈린 사건들을 통해 해학과 재치를 보여주었다. 킬러라는 직업 자체가 음지에서 행해지는 결코 좋지 못한 직업임에도 불구하고 난 그들을 비난할 마음은 없다(물론 마리아비틀에 나온 킬러만을 두고 한 말이다). 그러나 죽음을 목전에 둔 사람의 고통을 재미나 흥미거리로 여겼던 사악한 어린 왕자에게만큼은 읽는내내 불편한 감정이 실려있었다. 끝내는 세상을 오래 살아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겪은 기무라 시게루를 통해 그 녀석의 변명은 단칼에 짤리고, 현미경으로 마음을 적나라하게 꿰뚫어본듯한 훈계를 통해 위화감까지 조성하면서 왕자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 답답했던 내 속을 뻥 뚫어주었다. 마지막으로 머피의 법칙을 피해간 나나오의 제비뽑기 선물도 마음에 든다. 종이상자 안에 빽빽하게 들어찬 레몬과 밀감이 부활한 듯한 재미있는 착각이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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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읽는 이사카 코타로. 이 책을 읽다보니 [악스]의 설정이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알겠다. 옮긴이의 말에 의미하면 이 책은 [그래스호퍼]의 후속작인 격이라고 알려주고 있다. 그렇다면 그 작품 또한 이 작품에 등장하는 것처럼 닉네임을 가진 킬러들이 등장한다는 소리다. 연속선 상에 있다면 아마도 동일인물도 등장을 할 것이다. 악스에서도 닉네임을 가진 킬러들이 등장을 하고 그들이 저지르는 살인과 범죄들이 조금은 심플하게 그려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이 작품 역시도 그렇게 무거운 분위기로 전개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 특징이라 할 수 있겠다. 영화 부산행이나 설국열차처럼 이 작품도 기차라는 한정된 공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종착지를 향하는 기차라는 곳은 밀실처럼 막힌 듯 하지만 중간중간 기착지가 있다는 점에서는 또 열린 공간이다. 따라서 닫힘과 열림을 반복하고 있는 독특한 배경이라 할수 있다. 작가는 이런 특성 때문에 의도적으로 기차를 배경으로 삼았을 수도 있겠다.
사이버상의 공간은 굳이 자신의 이름을 쓰지 않아도 좋다. 닉네임이라는 조건하에서 우리는 자신을 드러낼수 있는 다른 이름들로 자신을 대신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삼기도 하고 자신의 상황을 드러낼수 있는 이름을 표현하기도 한다. 킬러들은 저마다 자신을 대표할수 있는 이름들로 자신들을 숨기고 있다. 아들과 트렁크를 무사히 이동해달라는 의뢰를 받은 밀감과 레몬. 흡사 쌍둥이 같은 그들은 과일이라는 특성을 바탕으로 한데 묶였다. 책을 좋아하는 밀감과 토마스 기차를 좋아하는 레몬. 전혀 다른 성격의 그들이 이 임무를 잘 수행해 낼 수 있을지가 문제다. 마리아의 연락을 받은 무당벌레는 또다른 임무수행중이다. 트럼크를 가지고 중간 도착지에서 내려야 한다. 가장 간단해보이는 일이지만 운이 없는, 그야말로 넘어져도 뒤통수가 깨지는 그에게는 결코 쉽지 않은 미션이 될 전망이다. 이런 닉네임 외에도 자신의 이름으로 등장하는 인물들도 있다. 기무라와 왕자가 바로 그들이다. 만나지 말아야 할 악연이었다. 그저 외면하고 지나갔으면 만날 일도 없었던 그런 그들이었지만 운명은 그들을 비켜가지 않았던가. 어덯게 하다 앍허버린 그들. 왕자가 타고 있는 이 기차에서 기무라는 그를 죽이기 위한 계획을 세웠다. 그의 계획은 성공적일까. 기차에 타고 있는 이들과는 다르게 나팔꽃이라는 인물이 내부적으로 존재한다. 그는 후반부 들어서면서 결정적인 역할을 해내게 된다. 또한 표면상으로는 드러나지 않지만 늑대와 말벌도 있다. 이 기차는 대체 어떻게 해서 이런 킬러들만 득시글 한 그런 상태가 된 걸까. 거기다가 승객 또한 그렇게 많지 않다. 그러니 이들의 행동은 도드라질수도 있지만 오히려 더 묻혀버릴수도 있다. 이들 각자의 계획대로 모든 것이 다 잘 이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주 큰 오산이라는 것을 보지 않아도 명약관화하다. 모든 등장인물 중에서도 왕자라는 인물이 눈에 띈다. 어른들 틈에 끼인 중학생 소년. 겉으로 보기에는 지극히 아름답고 순수하며 부모님 말 잘 듣고 공부 잘 하게 생긴 소년이다. 하지만 이 소년의 머리속에는 도대체 무엇이 들은걸까. 만나는 사람마다 왜 살인을 저지르면 안되는 것인지를 질문하는 그. 왜 사람을 죽여서 안되는지에 대한 이유를 알고 싶은 것일까 아니면 자신이 저지른 죄에 대한 변명을 하고 싶었던 것일까. 지금 이 상황도 자신이 직접 만든 것이다.
사람이라는 존재를 자신의 마음대로 흔들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 오산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지만 어른들은 철저히 그에게 이용당하기만 한다. 왕자의 아이큐가 뛰어난 것일까 아니면 이 기차에 타고 있는 킬러들이 멍청한 것일까. 이 왕자라는 아이가 자라나서 성인이 된다면 비뚤어진 가치관이나 사고가 제대로 정립될 수 있을까. 아니면 오히려 이런 아이가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가 되어 범죄를 저지르게 되는 것일까. 왕자의 경우에는 사이코패스라고 할수도 있지만 오히려 소시오패스에 더 가깝다고 보여진다. 사회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듯이 보이지만 알고보면 그 속에 범죄가 도사리고 있는, 문제가 없을뿐 아니라 남들 보기에는 지극히 정상적이고 오히려 다른 사람들보다도 더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는듯이 보이지만 실상 알고보면 범죄에 대한 한 이것이 나쁘다는 생각을 인식할 수 없는 그런 소시오패스 말이다. 이 아이가 어떻게 되었는지 소설 속에는 끝내 밝혀주지 않았다. 작가는 이 아이를 주인공으로 한 다른 범죄물이라도 기획하고 있는 것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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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진난만한 악인이란.
그냥은 도저히 지나칠 수 없는 작가의 이야기, 그 이름을 보면 이제는 무의식적으로 책을 집어 들게 되는 이사카 고타로의 <마리아 비틀>을 읽게 되었다. 이사카 고타로는 <골든 슬럼버> 이후 3년 만에 신작 장편을 써 내놓았다. 596쪽에 달하는 엔터테인먼트 소설.
Mariabeetle 1. 무당벌레는 영어로는 레이디비틀(ladybeetle), 레이디버그(ladybug). 여기서 레이디는 성모마리아를 가리키는데 ‘레이디’ 자리에 ‘마리아’를 넣어 만든 단어. 2. 무당벌레는 항상 위로 올라가는 습성이 있어 해를 향해 가는 것처럼 보이므로 천도충(天道蟲), 덴토무시라고도 부른다.
이 책 <마리아 비틀>은 시속 200킬로미터로 달리는 열차 신칸센 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그리고 있다. 작가가 만들어낸 굉장히 독특하고 개성적인 캐릭터들이 신칸센 안에 각기 다른 이유로 모여들어 있었다. 백화점 건물 옥상에서 누군가에 의해 떠밀려, 아직도 병원에서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는 아들 와타루의 복수를 위해 신칸센에 오른, 알코올 중독으로 망가진 인생을 살고 있던 전직 킬러 기무라 유이치, 맑고 순수한 얼굴을 갖고 있는 영리한 중학생이지만 그 영리함을 끝없는 악에만 사용하는 왕자 오우지 사토시, 서로 완전히 반대되는 성격을 갖고 있지만 절대로 떨어질 수 없는 쌍둥이 같은 콤비 청부업자, 미네기시의 아들을 구하기 위해 기차에 오른 밀감과 레몬, 가방을 훔치라는 의뢰를 받고 신칸센에 오른 불운의 사나이 나나오가 한 공간에서 서로 묘한 관계들을 만들어낸다.
등장인물이 여럿인 만큼 이야기는 각각의 등장인물들을 중심으로 하여 번갈아가면서 진행된다. 그래서 어느 누가 주인공이라기보다는 모두가 어우러져 하나의 이야기가 되는 듯한 느낌을 준다. 특히 밀감과 레몬의 대화를 보고 있으면, 역시 이사카 고타로! 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된다. 처음에 밀감과 레몬이 등장했을 때에는 과일을 의인화시킨 것이라는 착각에 잠시 빠져있기도 했었다. 소설을 좋아하는 차분하고 진지한 A형 밀감과 꼬마 기관차 토마스를 좋아하는 B형 레몬은 서로 전혀 어울릴 수 없어 보이는데도 꽤나 잘 어울리는 한 쌍의 콤비였다. 그들의 유쾌하고 유머러스한 대화 덕분에 심각한 살인사건을 풀어가는 과정은 그저 수리하면 고칠 수 있는 별 것 아닌 어떤 것쯤으로 인식되었다.
왕자 역시 보통 이상이었다. 우연히 범인 없는 살인 사건의 아무도 모르는 가해자가 됐었던 왕자는 그 일 이후 사람을 죽이는 일에 흥미를 갖게 되었다. 그를 둘러싼 사람들은 친구든, 선생님이든, 다른 어른들이든 가리지 않고 왕자의 실험의 대상이 되었고 갖고 놀 거리가 되었다. 왕자는 사람들의 약점을 잡고, 그들이 원하는 것을 손에 쥐고 사람들을 마음대로 조종해왔다. 신칸센 안에서도 왕자는 심지어 킬러들까지도 자신 아래 두고 휘두르려 하였다. 그저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왜 사람을 죽이면 안 돼요?”라고 묻는 왕자를 보고 있으면 소름이 돋았다.
밀폐된 공간 신칸센 안에서의 사건들은 점점 왕자의 손바닥 안에서 왕자의 의도대로 놀려지는 듯하다가 기무라 유이치의 아버지, 어머니가 열차에 오르면서 급물살을 타고 새로운 방향으로 전개되었다. 그리고 그 과정은 아주 재미있고 통쾌하기까지 했다. 왕자가 당황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던 나에게 100% 이상의 만족을 주었다.
이사카 고타로는 이 책에 그만의 유머와 엉뚱함을 잘 녹여 놓았다. 그리고 이야기를 구성하는 아주 작은 것 하나하나까지 서로 조밀하게 얽어두고 있었다. 아주 치밀한 구성은 읽으면서 감탄을 아낄 수 없을 정도였다. 어떤 무거운 사건도 유쾌한 문장으로 밝은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그 안에 철학적인 생각까지도 담아냈다. 남은 페이지가 줄어들수록 안타까운 마음만 늘어날 뿐이었다. 이사카 고타로의 팬이지만 아직도 미처 읽지 못한 책들이 많다. 한권씩 찾아 얼른 읽어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마지막 책장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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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 SF, 판타지 등 장르 소설을 즐겨하다 보니 참 많은 일본 작품들과 작가들을 만나게 된다. 한 권만 읽어봐도 다시는 선택하지 않게 되는, 일회성에 그치는 그런 작가들이 대부분이긴 하지만, 어떤 작가는 한 권 읽으면 다른 작품들도 저절로 손이 가게 되는, 작가 이름만으로도 선뜻 책을 선택하게 하는 그런 “재미”를 보장하는 작가들도 있는데, 일본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작가 중에 하나로 꼽힌다는 “이사카 코타로(伊坂 幸太郞)”가 바로 나에게는 그런 작가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인터넷 서점을 검색해보니 출간된 그의 작품이 20여 권 - 만화는 제외 - 에 이를 정도로 꽤나 많은 작품이 출간되어 있고, 책 당 수십 개씩 달려 있는 리뷰를 읽어봐도 호평(好評)이 다수인 것을 보면 이사카 고타로에 대한 이런 평가는 나만 그런 것은 아닌 것 같다. 그의 작품 중 읽은 작품을 꼽아 보니 그의 작품 중 읽은 작품을 꼽아 보니 <사신 치바>, <종말의 바보>, <골든 슬럼버>, <바이바이 블랙버드> 이렇게 네 권 - 많이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전체 출간작의 1/5도 채 되지 않는다 - 을 읽었다. 네 권 모두 뛰어난 가독성과 몰입감, 재미, 잔잔한 감동까지 느꼈었던 터라 그의 신작인 <마리아비틀 Mariabeetle; 킬러들의 광시곡(원제 マリアビ-トル / 21세기북스/2011년 6월)도 전혀 망설임 없이 선뜻 선택하게 되었다.
항상 붐비는 도쿄 역 플랫폼에 대기하고 있던 “하야테” - 도쿄 역과 신아오모리 역을 오가는 신칸센 노선 - 열차에 수상쩍은 한 남자가 탑승한다. 그는 전직 킬러였지만 지금은 은퇴하고 알코올 중독에 시달리던 “기무라”로 자신의 여섯 살 어린 아들 “와타루”를 백화점 옥상에서 밀어버려 중태에 빠뜨린 중학생 소년 “왕자”를 죽이기 위해 열차에 탑승한 것이다. 칠호차에서 그 소년을 발견하지만 전기 충격기에 당해 그만 기절해 양쪽 손목과 발목이 두툼한 천으로 된 띠에 꽁꽁 묶여 버리는, 한마디로 소년의 포로가 되어 버리는 어이없는 상황에 빠진다. 한편 잘나가는 청부업자 콤비 “밀감”과 “레몬”은 납치된 지하세계의 거물 “미네기시 요시오”의 외아들인 “도련님”과 납치범들에게 건넨 몸값이 담겨있는 트렁크를 빼내오라는 청부를 받고 우여곡절 끝에 구출해내 “기무라”가 타고 있는 열차에 오른다. 그런데 역시 어이없게도 객차 사이에 위치한 짐칸에 넣어둔 트렁크는 온데 간데 없이 사라져 버리고, 간신히 구해낸 도련님 또한 죽은 채로 발견된다. 이 열차에 이들 외에 또 다른 청부업자 하나가 타고 있었으니 실력은 출중하지만 하는 일 마다 불운이 따르는 킬러 “나나오”였다. 그가 바로 밀감과 레몬의 트렁크를 빼돌린 것 - 물론 밀감과 레몬의 것이라고는 짐작도 하지 못했지만 - 인데, 기껏 빼돌린 트렁크마저 다시 사라지고 말자 나나오는 자신의 불운이 시작했다고 한탄한다. 어디로 도망갈 곳은 커녕 숨을 곳 조차 마땅치 않은 고속 신칸센 열차에 함께 탑승한 이들은 시끌벅적 난장판 같으면서도 위험천만한 기차 여행길을 함께 한다.
시속 200 km로 질주하는 신칸센이라는 폐쇄된 공간에 저마다의 사정을 가지고 함께한 누구 하나 평범하지 않은 개성 만점의 캐릭터들이 벌이는 좌충우돌, 위험천만한 기차 여행(?)을 담아낸 이 책은 독특하고 색다른 설정들이 이야기의 긴장감과 재미의 완급을 자유자재로 조절하여 독자들의 호흡을 뺏을 줄 아는 이사카 코타로 특유의 글 솜씨로 전혀 위화감이나 거부감 없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전작 못지않은 재미와 스릴을 맘껏 선사하고 있다. 킬러들이 등장하고 폭력과 살인 사건이 등장하지만 눈살을 찌푸릴 정도로 잔인함은 전혀 느낄 수 없고, 연속되는 어이없고 황당한 사건들도 전혀 과장스럽지 않고 마치 만담(漫談)을 듣는 듯한 유머스러움과 유쾌함마저 느껴진다. 책 중반 밀감과 레몬 콤비가 죽고, 기무라 또한 죽음 직전에 이르는 장면에서는 과연 이 이야기가 어떻게 결말을 맺으려고 이러나 싶을 정도로 당황스러움마저 느껴졌는데, 전혀 의외의 인물 -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정체를 밝힐 수 없음을 이해해주시기를^^ - 들이 열차에 올라 상황을 단번에 정리하고 숨은 킬러가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그저 즉흥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사전에 전체 이야기 얼개를 치밀하고 정교하게 구성하여 복선과 암시를 곳곳에 숨겨두고 자신이 의도한 대로 - 독자들은 전혀 눈치 채지 못했지만 - 결말을 이끌어 가는 이사카 고타로의 글솜씨에 절로 감탄이 터져 나온다. 다만 천진난만한 얼굴에 악마와 같은 잔인함을 감추고 있는 소년 “왕자”의 존재는 너무 비현실적인 설정 - 하긴 이 책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도 찬찬히 살펴보면 현실에서는 전혀 만나 보기 불가능한 비현실적인 캐릭터 일색이다. 그중 왕자가 그 정도가 더 심하다는 뜻이다 - 이 아닌가 싶기도 한데, 오히려 왕자라는 존재가 픽션을 “리얼리티”로 평가하려는 보수적인 평단에 이 책은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100% 완전 허구다라고 강변하는 것 같이 느껴진다.
이처럼 장소적 배경과 캐릭터의 독특함, 치밀한 이야기 전개, 잔인함과는 거리가 먼 유쾌하고 재미있는 사건들의 연속 등 600 여 페이지에 달하는 두꺼운 분량이 전혀 부담을 느낄 겨를 없이 빠르게 읽히는 이 책은 “이사카 코타로는 재미있다”라는 나의 믿음을 다시 한번 입증해 준 “재미있는” 책으로 기억될 것 같다. “그의 소설은 어떤 작품을 골라도 실패하는 법이 없다”라는 어느 일본 독자의 평처럼 앞으로도 멋진 재미를 선사해주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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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참 흥미롭다. 마치 만화책 같은 표지도 흥미로울 뿐 아니라, 실제 만화같은 스토리도 소설에 금새 푹 빠져들게 하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작가 이사카 고타로의 작품을 접해보지 않아서 어떤 특색을 가지고 있는지 잘 몰랐지만 의외로 한국에 팬층이 두텁게 형성된, 소위 매니아층을 거느린 작가라고 한다. 이런 작가들은 역시 범상치 않다. 책을 펴자마자 발단부부터 이채롭기 그지없으니...
사건에 휩싸이게 되는 장면들을 각각의 시각에서 병렬적으로 구성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제각기 다른 이유로 도쿄역과 신아오모리역을 잇는 신칸센 '하야테'를 타게되고, 이 안에서 서로가 얽히면서 극이 전개돼 나간다.
대신 청부해서 죽이는 사람들이다. 가끔 소설이나 영화의 주된 소재로 차용되기도 하지만, 가만 생각해보면 너무나 끔찍하고, 잔인한, 도덕적으로 용납할수 없는 사람들 아니던가. 덤덤하듯 글을 써 나가지만 안에 담긴 상황들은 치떨리게 잔인한 장면들도 나온다. 초반부 킬러 '레몬과 밀감' 이야기에서 "고리대금업 할때 약속시간보다 오분 늦은 여자의 팔을 잘랐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 있나? 손가락이 아니야, 팔뚝이야. 다섯시간도 아니고, 오 분이라고. ...(중략) ...돈을 안갚은 놈의 아들을 붙잡아다 부자지간에 서로 마주 보게 해놓고, 두사람한테 칼을 쥐어주고.." 참 가관이다.. 이런 세계에 몸담고 있는 인물들이 주요인물이니, 상황 전개가 오죽할까. 죽고, 죽이고의 연속이다.
재밌다는 얘기다. 역시 괜히 인기있는 작가가 아니었다. 무려 588페이지에 달하는 이 책은 꽤나 두꺼운 두께를 가지고있다. 그런데 인문학이나 사회학 책이 아닌데다 흥미진진한 킬러들의 이야기다 보니 읽는게 그리 지루하지 않다. 이번 여름 휴가기간에 짬내서 읽다보면 시원스레 읽히지 않을까? 좋은 작가를 알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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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 사신 치바 러시라이프 골든 슬럼버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
앞서 읽었던 책들에서도 느낀 바지만, 이사카 코타로.. 이 작가는 항상 나를 빠져들게 한다. 그의 책을 읽는 동안은 그 어떤 것에도 한 눈을 팔 수 없게 꼭꼭 붙들어맨다. 그래서 책을 덮고 나면 급~ 피곤이 몰려온다. 근 600페이지에 가까운 분량을 이틀 만에 후딱 읽게 만들어버리다니.. 참으로 인정머리 없는 작가다. 잠깐 잠깐 쉴 틈을 줘야 할 거 아냐~ 쳇,ㅡㅡ;;;ㅋ 여하튼, 이틀을 내리 신칸센을 탔더니만 없던 기차멀미가 날 것 같기도 한 것이~ 어질어질~하다.
신칸센 동행 인물.. 전직 킬러 지금은 알코올 중독자인 기무라, 인간에 대한 끝없는 악의를 가진 왕자, 불행의 여신의 사랑을 한껏 받는 나나오, '꼬마 기관차 토마스'를 좋아하는 B형 타입의 레몬, 소설을 좋아하고 차분하고 진지한 성격의 A형 밀감, 그리고 주요 인물은 아니지만 어딘가 한없이 수상한 학원강사 스즈키
그나저나~ 악의 화신, 중학생 왕자는 어떻게 되었으려나~? 결국, 반성이란 걸 하긴 했을까? 내가 보기엔 결코~!! 그딴 걸 할 인물을 할 위인은 아닌데~ 말이징..^;;;ㅋ
p.58 "사람을 죽이면 왜 안 되는데?" 왕자는 질문을 해봤다. 비웃거나 농담할 의도는 없었다. 실제로 그 답을 알고 싶었다. 납득할 수 있는 해답을 들려주는 어른을 만나보고 싶었다.
p.116 "전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착하지도 악하지도 않다고 생각해요." "그건 어느 쪽이든 될 수 있다는 뜻인가?" "아뇨, 선이나 악은 보는 관점에 따라서 달라진다고 생각해요."
p.476 소설 문장이 머릿속에서 울려 퍼졌다. "우리는 멸망해간다, 제각각 홀로." 함께한 시간이 제아무리 길더라도 사라져갈 때는 모두 혼자일 뿐이다.
p.490 내가 좋아하는 문장을 또 하나 가르쳐주지. 『오후의 예항(曳航)』(미시마 유키오의 장편소설)에 나오는 말이야. 네 또래 어린애가 말하지. 형법 41조는 '어른들이 우리에게 품는 꿈의 표현이며, 동시에 그들이 이룰 수 없는 꿈의 표현이기도 하다.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방심 덕분에, 그곳에서만이라도 언뜻 푸른 하늘의 한 조각을, 절대 자유의 한 조각을 슬쩍 엿보게 해둔 것이다.' 황홀한 문장이라 내가 아주 좋아하는데, 왜 사람을 죽이면 안 되는가에 대한 대답의 암시가 여기에도 들어 있지. 사람을 죽이면 안 된다는 말은 어른들이 품고 있는 꿈의 표현일 뿐이야. 꿈이라고, 꿈. 산타클로스가 있기를 바라는 거나 마찬가지지. 현실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아름다운 파란 하늘을 죽어라 종이에 그려놓고, 두려워지면 이불 속으로 들어가 그것을 바라보며 현실에서 도망치지. 법률이란 대개 그런 거야. 이게 있으니 괜찮을 거라고 자기를 위로하는 표현에 지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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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비틀(Mareabeetle) 무당벌레는 영어로는 레이디비틀(ladybeetle), 레이디버그(ladybug). 여기서 레이디는 성모마리아를 가르키는데 '레이디' 자리에 '마리아'를 넣어 만든 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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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자면 코타로 씨의 작품은 참으로 코따로 해서 말입니다, 코타로 하지 말입니다. 그러니까 이게 무슨 말이냐면 마치 주성치와 같은 성향이지 않나 싶은거죠. 왜 그, 주성치의 작품이 좀 그렇잖아요? 그 황당무계한 스토리와 설정을 사랑하는 분들은 엄청 애정하는 한편, 저처럼 응? 하고 보는 사람은 영화가 끝나도 계속 응? 하는 표정으로 앉아있으니까, 그야말로 호불호가 적도와 남극입니다. 그런데 이 코타로 씨의 작품도 만만치 않은 것 같아요. 좋아하시는 분은 엄청 좋아하시던데, 저는 이게 어째 두 권 연속 응? 하는 상황이라 뭔지 잘 모르겠지 말입니다. 물론 이제 겨우 두 권이라지만 두 권의 성향이 매우 비슷하게 응? 하는 그런 상황이이어서 어쩐지 저도 모르게 이사카 코타로, 그러면 응? 하고 반응하게 됩니다. 응?
SOS 원숭이도 그랬도 이 작품도 그런, 똑같이 싫은 점이 뭐냐면 설교입니다. 이사카 씨가 본래 그런 양반인지 저는 알 수 없으나 이 분은 뭔가 잔소리 혹은 설교 혹은 일본 말로 겐세이, 이야기 중간에 자신의 생각을 어찌나 집어넣어 겐세이를 하시는지 읽다가 도는 줄 알았습니다. 사건이 일어났으면 사건이나 진득하게 진행시키시지 뭔 말이 그리 많은지 사건 한 줄에 자신의 생각 스무줄을 기록하는 형식입니다. 그런데 그 생각도 무슨 깊이가 있거나 하는 것도 아닌, 소위 지나가는 개도 알만한 내용들을 마치 자기만 아는 인문학적, 철학적, 심리학적 지식인 양 설명을 해대셔서 아주 이 냥반은 소설을 쓰는 건지, 아는 척을 하고 싶은건지, 아니면 독자를 계몽이라도 시키고 싶은 건지 그 의도를 알 수가 없을 정도입니다. 그러니 당연히 킬러 넷이 아니라 백 명이 나와도 재미있을 턱이 없지요. 600쪽 가량의 분량 중에 이 킬러 넷이 벌이는 실질적인 사건에 관한 내용은 심하게 말해 200쪽도 안 되는 것 같습니다. 나머지 400쪽은 그것을 빌미로 늘어놓는 코타로 씨의 잔소리, 혹은 뻘소리, 혹은 진상 설교 내지 코미디 입니다. 남들 다 아는 얘기를 마치 나만 아는 양 진지하게 설명을 늘어놓으면 그게 코미디가 아니고 뭐겠습니까. 전혀 이야기 진행에 도움도 안 되고 오히려 그 때문에 전개가 늦어짐에도 불구하고 코타로 씨는 꼿꼿이 자신의 생각을 늘어놓습니다.
캐릭터도 별반 차이 없어요. 일본 만화에서나 등장할 법한 캐릭터들의 향연이라 진지함도 없고 뭔가 상당히 부자연스러우며 매끄럽지가 않습니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캐릭터는 이나중 탁구부에나 나올 법한 멍청이들인데, 정작 작가는 그들의 행동을 진지하게 분석하며 설명하니 말이죠. 그런데 이 작품이 그런 코미디 물이라면 그런 줄 알고 보겠는데 코미디 치곤 작가의 아는 척 파트가 너무 길어, 대체 뭐냐고 이 정체가. 그리고 대사 또한 지극히 일본 애니메이션 스타일입니다. 처음보는 사람인데도 "어이, 거기. 쮸쮸바 정도는 처음 보는 사람이라도 사줄 수 있는 거잖아!" 하는 식의 일본 버라이어티나 만화에서 흔히 보는 타입의 대사가 그야말로 범람하지요. 딱히 그게 나쁘다는 게 아닙니다. 그런 식의 코미디물로 가려면 아는 척 좀 그만하고 계속해서 황당한 코미디물로 가든가, 이게 무슨 도무지 일관성도 없고, 아무튼 정체를 알 수 없는 소설이었습니다. SOS 원숭이도 그러더만 이 작품도 똑같아요.
작가가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면 그걸 극화시켜, 독자는 상황을 보는 가운데 아, 이 작가가 무슨 말을 하고 싶어하는 구나, 하고 스스로 생각케 만들어주는 게 좀 더 나은 소설의 형태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코타로 씨처럼 뭔가 줄줄 아는 척을 하고 싶어 환장한 사람처럼 대놓고 지껄이는 건 정말 저하고는 딱 맞지 않는 타입이고요, 그것도 어느 정도 분량이라야 참아주지 본말전도라고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 얘. 소설이 아니라 직접 만나서 얘기를 들어도 그 내용이 "어이, 뻔한 흰소리 그만하고 술이나 처 드삼" 하고 대꾸할 법할 내용을 글로 읽어야 할 상황이었으니 내가 암살 당하는 기분이었다. 이 책이 100쪽만 더 많았어도 니들의 목적을 달성했을지도 모른다아!
여하튼 코타로 씨의 이런 잔소리를 읽으며 오오, 그렇네! 오오, 인간의 마음이란 그런 것이군, 그러면서 이마를 탁, 치시는 분들은 재미있는지 모르겠으나 저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읽는 중간에 네 생각 따위 하나도 안 궁금하니까 제발 이야기나 얼른 전개시키라고요, 이 코타로 아저씨야, 확, 증말 코를 따로 분리시켜버리기 전에! 하고 백번은 소리쳤던 거 같습니다. 그런 게 600쪽에 가까웠으니 전 짜증 좀 날만합니다. 제가 어지간하면 욕 안하는데 증말 이 작품은 욕 좀 나오더만요. 리뷰를 쓰며 내용을 떠올리니 다시 열받는 상황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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