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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하게 이를 다 드러내고 웃었을 때 이 작가처럼 하회탈 같이 되는 이, 얼마나 될까, 궁금해진다. 제목도 독특한 이 작가의 <망하거나 죽지 않고 살 수 있겠니>는 구입해놓고 아직 읽지 못했는데, 그토록 환하게 웃는 이 작가 모습을 보고 이 작품이 더 먼저 읽고 싶어졌다. 물론 작가의 웃는 모습만큼 환한(!) 작품은 별로 없었지만 이 작품을 읽고 나자 이유를 밝힐 수는 없지만 앞서의 작품이 간절하게 읽고 싶어졌다.
이 작품집엔 모두 아홉 작품이 실려 있다. 너무나 ‘현재스러운’ 작품들, 그래서 진부하기까지 하다. 그래서 또 약간은 불편하고 찔리기까지 하는 작품들이 씁쓸하기도 하다. 놀랄 것도 없는 ‘카프카만큼 나쁜 남자’와의 연애, 성형 중독에 빠진 여자의 변신과 심리, 멋들어진 자신만의 카페를 꿈꾸다 결국은 자신의 카페를 구경하게 된 여자, 어린 롤리타와 불륜을 저지른 남자를 기다리겠다는 서른 살이 된 롤리타, 아내의 키티들을 보는 남자, 당당한 불륜, 물질만능 사회에 영혼을 팔아버리는 남자들, 타파웨어와 가족에 얽힌 이야기, 허니문에 허니문 베이비 그리고… 기타등등.
어찌 보면 모두 우리의 소소한 일상을 그리고 있는 듯 한 이 작품들은 모두 자잘한 반전을 간직하고 있다. 너무나 자잘해서 반전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그래도 세월이 흐르면서 마치 사람이 변하듯이 인생도 또한 변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하다. 그게 좋은 방향, 나쁜 방향이라고 하기보다는 각자의 삶을 따라 그 동안 살던 방향과는 다른 방향으로 변하는 것 같다. 심리와 생각도 따라 변하므로.
‘나의 에스코트가 필요 없어진 그의 삶에 섭섭함을 느낄 이유는 없었다. 나의 정성과 노력을 무시하는 인생의 어느 한 시절이 있듯 그런 남자도 있기 마련이므로’ 말이다. -<그 남자는 나에게 바래다달라고 한다>
그리고 롤리타도 서른 살이 되면 변하는 거겠지. 아마 다들 그렇겠지. 그렇지 않을까. 역설적으로 평범함도 진부해지면 희망이 생길지 모른다.
‘유부남 핸드폰에 엉뚱한 거래처 이름으로 입력되는 거, 재미없잖아. 불륜이 진부해지니 희망이 생기더라. 다들 그런 거야, 나만 그런 거야?’ -<서른 살이 된 롤리타>
하지만 나이를 먹어도, 열심히 살아도 일은 여전히 잘 안 풀린다. 그러니 부모를 원망하고 탓하면서 부모를 배신하는 변명거리를 찾는다. 그래야 맘도 편하니까. 그런데 사실 타파웨어를 뒤지며 생각해보니 결국은 내가 문제였던 거다. 내 선택이…
‘작은 산타 할아버지를 손에 쥔 채 나는 망설인다. 다시 가져갈 용기가 나지 않는다. 솔직히 얼마나 원망했는지 모른다. 나에게 외제차도, 빌딩도, 아파트도 선물하지 않고 떠나버린 아버지를. 인생이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마다 나는 아버지를 탓하며 포기했다. 행복해지지 않기 위해 나쁜 선택을 한 건 언제나 나 자신이었다.’ -<타파웨어에 대한 명상>
제일 마음에 든 작품은 <오늘의 커피>였다. 여자가 생각하는 카페의 분위기는 여자라면 누구나 한번쯤 꿈꿔 볼 것 같은 그런 분위기다. 물론 작품집 전체에 퍼져있는 자잘한 반전처럼, 여자가 생각하는 대로 카페가 되어 주진 않지만 나름 자신만의 분위기를 만들어간 그곳 카페 이녹에 가서 커피 한잔 하고 싶다. 그녀가 포기한 의미, 내가 느낄 수 있을 테니까.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세상에는 자신이 포기해야만 의미 있는 일도 존재한다는 걸.’ -<오늘의 커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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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지민의 소설을 좋아한다. 그녀의 [모던보이]를 보고 홀딱 반한 이후에 그녀가 쓴 모든 글들에 대해 흥미가 생겼는데, 그 어떤 경우에라도 그녀는 자신만의 유머를 발견해내는 재간둥이였다. 그래서 그녀의 모든 글은 내게 흥미롭고 재미있는 이야기 주머니 같다. [그 남자는 나에게 바래다 달라고 한다]는 다소 긴 제목의 소설은 아쉽게도 단편모음집이다. 한권짜리 긴 장편을 기대했지만 그닥 실망스럽지 않은 까닭은 이지민표 특유희 달달하면서도 재미난 포장이 입혀져 있기 때문이다. 나는 카프카만큼 나쁜 남자를 사랑했던 것이다. 여자에게 헛된 꿈을 꾸게 하는 남자는 나쁘다. 로 시작되는 이 문장에서 눈을 뗄 수 없는 까닭은 소위 희망고문이라고 불리는 이 헛된 꿈을 여자로 하여금 꾸게 만드는 나쁜 놈들이 세상에 많음을 알고 있는 한 여자이기 때문이기도 했다. 어쩜 그래~라는 식의 여자들끼리 모이면 반복되는 수다 속에서도 이런 남자는 늘 등장했다. 하지만 역시 이지민 다웠다. 그들을 꼬집어 내기보다는 쿨하게 그 남자를 보내버린다. 아무런 상처없이 그저 순리인듯하게. 그래서 깔끔해져버린 단편을 시작으로 해서 성형을 일곱번 한 여자 이야기나 아내를 분홍색 키티라고 규정짓고 핑크 유전자를 가직 태어났음직한 아내의 가출이 실린 이야기도 그 본연의 재미는 잃지 않는다. 적당히 심각해지지만 그 이상은 아니다. 그래서 그녀의 이야기들을 읽고나서도 우리는 가슴답답함을 느끼지 않아서 좋다. 그 중 가장 재미나게 읽었던 단편은 어쩌면 가장 심심하게 보였을지도 모를 [오늘의 커피]였는데, 사회생활에 사람에 찌들어 창업을 꿈꾸는 20,30대의 모습이 담겨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인옥의 꿈은 애초에 조용한 카페를 열기를 희망했었다. 고정 단골이 있고 고정수입이 되며 사회생활에서 묵은 때를 확 벗겨내고 우아하게 살게 될 그런 희망. 하지만 카페 이녹은 처음부터 삐그덕댔고 결국엔 명소가 되었지만 주인없는 무인카페로 유명해지고 말았다. 허무하지만 자기것화 할 수 없는 그 현실 앞에서 인옥은 주저앉아 울지도 좌절하지도 않았다. 그저 가슴 한쪽을 쓸어내리고 담담해져버렸다. 그래서 더 어른스럽게 보일지 모를 이 단편이 나는 좋았다. 요시모토 바나나가 "치유"의 글을 쓴다면 이지민은 "변신"의 글을 쓴다는 평을 평을 붙이면 평론가들의 평과 달라질바 없을 것이다 . 그 보다는 독자가 좋아하는 이지민표 소설에는 적당함과 달달함이 웃음과 함께 포장되어 있어 좋았다. 그녀의 글을 몇차례나 읽어대면서 내가 늘 좋아했던 이유는 여기에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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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집의 멋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내게는 한 가지만으로도 충분하다. 바래다 주는 그 마음, 그 기쁨을 아주 잘 표현했다는 사실이다. 그러니까 연인이라면 확실히 공감하지 않을까 싶다.
이지민의 소설은, 뜨끔하게 만드는 소설이다. 돈 많은 사람 꼬셔서 결혼해서 성공해보려는 사람, 노력 없이 일확천금 꿈꾸는 한탕의식에 젖은 사람들. 그들의 변신에 대한 소망을 이지민은 통렬하게 약 올리면서 한편으로는 재밌는 이야기를 술술 풀어놓는다.
여러 생각을 하게 한 책이지만, 어쨌거나 바래다주는 것이 “나만의 기쁨”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이상(?)하게도 그것이 여자가 남자를 바래다주는 것이지만, 여하튼 이 표제작이 마음에 쏙 든다. 오묘해, 생각할수록 오묘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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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가의 발췌 된 부분에 매료되어 책을 샀다. 원체 소설은 좋아하지 않는 나인데 저자의 말솜씨가 굉장한 흡입력을 가지고 있다.
자기를 사랑하지도 않는 남자를 매일 집앞에 대려다 주는 여자 찌질이부터 부부가 쌍으로 불륜을 하고 있는 커플 찌질이 등등 온갖 인간 군상이 나오는데 이 작가의 내공이 장난이 아니다.
글솜씨가 아주 유쾌하면서도 막장으로 갈때도 있고 한편 한편 다른 사람이 쓴 것처럼 생소한 문체가 느껴질 때도 있다.
이 작가의 한 책이<모던보이>라는 영화로 만들어진거 보면 역시 평범하진 않아. 다른 작품들도 읽어볼 생각이다.
아래는 본문 발췌 일부분.
아버지는 대기업 이사란 직함답게 가족과 한가하게 어울릴 시간이 없는 분이셨다.언제나 바쁘고,피로하고,경쟁중이셨다. 아버지가 있었을 때 우리는 공익광고 속의 가족처럼 서로 사랑한다며 비비고 껴안는 그런 가족은 아니었다.하지만 우리 가족은 평온하고 행복하다는 걸 의심하지 않았다.이미 밝혔다시피 엄마와 나는 산부인과에서부터 호흡이 맞지 않아 그런대로 참고 사는 사이였지만..
죽자사자 공부해서 명문대 나오면 또 저런 집 한 채 장만 하려고 아등바등 돈 벌고.그러다 결국 터키의 야시장도,북구의 백야도, 티베트의 하늘도 한번 못 보고 뒈질 텐데. 찬물 같은 깨달음이 뒤통수를 때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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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김연수의 문장배달'을 통해 알게 된 책이다. 그때 플래시에서 보여지는 그림과 글과 잔잔하게 흐르던 음악, 그리고 제목까지 모두가 아름다워 읽지도 않은 이 책에 반하고 말았는데, 반 년도 더 지나서야 읽어보게 되었다.
영화 '모던보이'의 원작 소설 <모던보이(망하거나 죽지 않고 살 수 있겠니)>로 제5회 문학동네작가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이지민의 소설집이다.
표제작 '그 남자는 나에게 바래다 달라고 한다'는 먼저 플래시로 살짝 맛보았기에 그 내용이 더욱 궁금했다. 긴 생머리 소녀를 닮은 집과, 그 집 앞에서 어린 소년이 되어 추억의 길을 걷는 남자, 그 집을 질투하다가 그의 가슴 속에서 그녀와의 추억을 담은 작은 길을 발견하는 여자. 내 마음속에 수갈래로 나 있을 추억의 길들을 돌아보게 하는 소설이었다.
아름다워지기 위해 많은 고통을 겪은, 성형수술 중독에 걸린 '대천사', 나이 서른 일곱에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예쁜 커피숍을 차렸지만 정작 그 카페가 온전해 질 수 있었던 건 그녀가 카페를 포기하고 나서인 '오늘의 커피', 청첩장까지 찍어놓고 약혹자가 여고생과 원조교제로 감옥에 들어가버린 '서른 살이 된 롤리타', 곧 태어날 아기를 위해 아기 방 가득 자기가 어렸을 때부터 모아온 키티 인형으로 장식을 해 놓고 잠시 집을 나가버린 '키티 부인', 남편의 불륜을 눈치채고 자신도 맞짱 불륜으로 맞서는 '불륜 세일즈', 하얀 옷을 입고 등장한 미모의 여인에게 동전 몇 개로 영혼을 팔아버린 '영혼 세일즈', 고급 밀폐용기 타파웨어 안에 숨겨진 보물, 그리고 그 안에 타임머신처럼 숨겨진 과거의 기억들 '타파웨어에 대한 명상', 아름다운 신혼여행지에서 만난 신혼부부가 알고보니 불륜 커플? '허니문'.
원조교제니 불륜이니 성형중독이니 하는 다소 눈쌀을 찌푸리게 할 수 있는 소재들이 등장하지만 이 책에서는 그런 일들에 목소리를 높이거나 자극적인 묘사 같은 것은 일절 없다. 모든 이야기가 조곤조곤 아름다운 목소리로 흘러나와 참 예쁘게 읽은 책이다. 이 책의 아름다운 제목과 표지가 한 동안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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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 보이>를 꽤 즐겁게 읽었기에 이 책도 즐겁게 빌려왔고 역시 꽤나 즐겁게 그러나 그닥 심하게 즐겁지는 않게 읽었다.
표지가 워낙 예뻐서 내용도 별 부담가지 않겠거니 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표지의 색상만큼이나 의외로 지배적인 분위기가 잿빛이어서.
개인적으로는 작가님의 단편보다는 장편이 훨씬 마음에 든다. <모던보이>도 그렇고 이 책에서도 수록 작품 중 가장 긴 분량의 <타파웨어~>를 제일 즐겁게 읽었다.
이 소설집은, 어디까지나 개인적으로 느낀 바에 의하면 현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현대적으로 그린 작품이라고나 할까. 때론 비릿한 날카로움으로 때론 연민 섞인 따스함으로.
전체적으로 내적 공허감에 게걸스레 무엇이건 닥치는대로 우걱우걱 집어넣음에도 채워지지 않는 허기에 비애감을 느끼는 현대인이 느껴진달까. 대략 그런 인상의 작품집이었다.
특히, 정말 동시대를 그린 작품이라는 느낌이 팍팍 나게 일상적이고 현재적인 소재들이 너무도 선명하게 그려져있다는 게 인상깊었다. 미니홈피라거나 스타벅스 카페라떼, 디카 등등.
우울한 감이 없지 않아도 내용들이 다 소소하게 <재미>가 있어서 후회는 하지 않으실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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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민이란 작가를 만난 것은 소설에서가 아니라 수필에서였다. "소울푸드"라는 짧막한 음식에 관한 수필집에서 읽은 그녀의 글은 날렵했다. "그 남자는 나에게 바래다 달라고 한다"라는 긴 제목의 이 소설은 9개의 단편들로 구성되어 있고 작품의 주인공들은 대부분 20후반 30대를 관통하는 젊은 이들이다. 딱히 남에게 해를 끼친적도 없고 그저 남이 사는대로 나름 열심히 공부해서 이만저만한 대학을 나와 나름 이만저만한 직장에 들어간 그런 부류의 인물들이다. 비슷한 기성복에 신물이 나면서도 유행하는 트렌드의 옷 한벌쯤은 갖춰야한다고 생각하는 평범한 부류들 말이다. 그녀가 다루는 인물들은 그래서 더욱 공감이 간다. 스타벅스 라뗴 톨 사이즈를 마시고, 가로수길을 걸어가며, 삼청동 골목을 누비는 주인공들을 소설 속에서 만나자 그 동시대의 아이콘들에게서 느끼는 급격한 동질감에 오히려 당황하게 된다. 그저그런 직장을 떄려치고 나만의 소소한 커피숍을 차려볼까?하는 누구나 다하는 기성복같은 로망은 씁쓸하다. 어장관리를 당하면서도 카프카처럼 '나쁜 남자'에게 헤어나올 수 없는 주인공 선숙. 백수로써 나쁜 남자를 통해 일탈을 꿈꾸었던 그녀는 그 남자의 일상의 아주 사소한 부분만을 부여받고 만족한다. 그 '나쁜 남자'가 사랑하는 여자는 자신이 한번도 해보지 못한 일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여자이므로 루이비통을 든 여자가 헤르메스를 꿈꾸는 것과 같은 자괴감으로 남자를 놓아보낸다. 성형수술을 통해 신분상승을 꿈꾸는 여자, 엄마의 패물로 사업에 크게 성공해보겠다는 강남 중산층의 유약한 장남,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도 여전히 키티같은 소녀의 삶을 꿈꾸는 가정주부. 돈보고 결혼한 남편의 바람기를 견디다못해 아이가 학원간 사이 애인을 만나러 가는 사모님. 결혼이 일탈이 될줄 알았건만 지독한 가난의 구렁텅이임을 알게 된 신혼부부. 그렇게 어디서 본듯하고 들은듯하고 혹은 나인듯하기도 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통통튀는듯 간결하고 살짝 시니컬한 문장들은 읽는 재미를 더한다. 나는 사랑했으나 사랑받지는 못했다. 나는 열심히 공부했으나 돈은 벌지 못했다. 나는 정답은 풀었으나 문제는 알지 못했다. 나는 뒤쳐져서 세상을 바라보았다. 사람들은 나를 이해하지 못했지만 나는 그들을 이해했다. ... 한사람이 살아가는 방법은 결국 그 사람만의 특허품이라는 것을 그들에게 꼭 알려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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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가 걸작인 책이다. 그냥 감각적이고 예쁜 표지라서가 아니라, 책을 읽고난 다음에 느껴지는 여운이 그렇다는 뜻이다.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일상복 차림에 서류가방을 든 여자는, 마치 마리오네뜨처럼 주요 관절마다 실을 매달고 있다. 누군가 움직여주지 않으면 혼자서는 움직일 수 없을 것처럼, 여자의 포즈는 위태위태하다. 등엔 날개가 있지만 제 기능을 하기에 날개는 무력해 보이기만 한다. 하늘을 날고 있는 것도 스스로의 의지로 날고 있다기보다, 거대한 손의 검지손가락에 매달려있는 것처럼 보인다. 여자가 간절히 잡고 있는 건 '거대한 손'이다. 조형물 같기도 하고, 신적 존재 같기도 한 이 손은, 그리고 저 '줄'은 표지의 바깥에서 그녀를 끌어내린다(또는 끌어올린다). 그러므로 당연하게도 그것들은 운명을 상징한다. 또는 운명보다도 무섭고 거대한 '사회'이거나.
그렇다. 이 책은 '뛰어봤자 벼룩'인 인생들, 바로 우리들의 초상이다.
표제작 '그 남자는 나에게 바래다 달라고 한다'의 선숙씨는 20대 백수고, '오늘의 커피'의 인옥은 무역회사 경리부에 근무하는 노처녀고, '불륜 세일즈'의 미애는 중년의 전업주부다. 평범해도 너무 평범한 그녀들에게도 그러나 자신들만의 '날개'가 있다.
좋아하는 남자가 다리를 다친 것을 핑계로 그 남자를 집까지 바래다주는 선숙. 친구들에게 말하기 차마 민망한 그녀의 '바래다주기'는 자존심 따위 다 버린 그녀가 할 수 있는 최대의 '노력'이고 '의지'다. 무역회사 경리부를 그만두고 도시 변두리 작은 골목에서 카페를 운영하려 하는 인옥 역시 그렇다. 소심하고 기댈 곳 없는 노처녀가, 직장도 때려치우고 자신이 가진 전 재산을 탈탈 털어 카페를 차리겠다고 결심했으니, 이 결심 역시 현실에선 '대단한' 수준이다. 중년의 전업주부 미애도 상황은 마찬가지. 젊은 총각을 꼬드겨 낮동안 잠깐의 바람을 피우는 것은 미애에겐 절박하게 가슴 두근거리는 비밀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결국 신은 이 정도의 일탈도 허용하기 싫은가 보다. 선숙은 좋아하던 남자와 맺어지지 않고 '집에 바래다주는 사람'으로만 기억되는 것으로 만족하게 된다. 인옥은 자신이 운영하지 않아야 잘 되는 이상한 커피숍의 사장이 되고, 미애는 동거남(?)과 큰 싸움을 치른 후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가게 된다. '대천사'의 주인공 미미도 죽이고 싶을 만큼 미운 X를 죽일 수 없으며, '키티 부인'의 아저씨도 지긋지긋한 결혼생활을 이어갈 것이다.
어쩌면 나는 오늘 헬로 키티에게 입을 그려줄지도 모르겠다. 늘 '거대한 손'이 우리를 인도하겠지만, 하고 싶은 말은 하고 살아야 한다고, 나는 헬로 키티에게 낙서할지도 모른다. 비록 날지 못하지만 그게 내가 가진 '날개'라고 위안하면서. 아직 '날개'가 남아있다는 것에 안도하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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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르르 읽고 있던 연애소설 중에서 가볍지만은 않게, 연애,가 아니라 나,를 돌아보게 해 준 이야기들.
그 남자는 나에게 바래다 달라고 한다...라는 생소한 문장. 스토커? 마마보이? 응석을 다 받아줘야 하는 연하남? 빈곤한 나의 상상력을 거기서 멈췄지만 책 안에서 전혀 새로운 연애,를 알게 되었다.
언제부턴가 누구를 좋아하는 것, 사랑하는 것, 설레하는 것이 심드렁하게 느껴졌다.
그녀들도 그랬을 것이다. 그들도 그랬을 것이다.
사실 믿을 건 자신밖에 없을테니. 그리고 세상사람들은 다 불쌍하니까. 하핫. 무슨말을 하고 있는지. 원.
잊혀지지 않을 방식으로 연애하고 나와 상대의 가슴을 따뜻하게 할 수 있는 통쾌한 (짝)사랑의 이야기.
인생 참 구질구질하다고 생각되다가도 그대로 죽기도 쉽게도 살기싫은 이중적인 감정
한발짝 물러서야 원하는 걸 얻을 수 있고 내가 사라져야 완전히 내 것이 되는 카페 이녹도 마찬가지.
각 단편들이 어떻게 나의 마음을 움직였는지를 설명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이런 식은 맘대로 쓴 리뷰가 맘에 드는 사람이라면 이야기들도 맘에 들테니.
이만 총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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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 참, 제목 길기도 하다. 오랜만에 만나는 이지민의 책이다. 아니 이지형의 책이다. 연예인도 아닌 작가가 이름을 왜 바꾸었는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이 책은 이지민의 세 번째 책이자, 첫 번째 소설집이다. 그의 단편 소설을 읽는 것은 처음이다. 9편의 단편이 나를 맞는다. 결과는? 9편의 이야기가 모두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대부분 적당하다는 것. 굉장히 재미있지는 않아도 생각하게 하고, 덮고 나서도 왠지 여운이 남는 몇몇 편이 있기 때문이다.
9편의 단편들은 모두 '관계'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 사이의 관계, 애증의 관계, 가족과의 관계, 과거, 미련 등등...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관계들. 이 책을 읽는 독자 역시 저마다의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책의 내용이 성큼 다가온다.
표제작인 첫번 째 단편 <그 남자는 나에게 바래다 달라고 한다>는 이 몇 줄로 응축될 수 있다.
사람사이의 감정은 원만히 흐르지 않으면 한 사람의 상처가 된다. 남자와의 사이를 사랑이라고 생각한 그녀는 남자는 사랑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감정을 추스르지 못한다. 그 감정은 미련이 되고, 집착이 되어 자신에게 상처로 돌아온다. 종종 사람들은 자신의 것이 아닌 것에 집착을 한다. 그것은 가질 수 없는 것에의 환상인지도 모른다. 가질 수 없는 것에의 환상은 종종 꿈이라 불린다. 하지만 꿈을 이룬다고 해서 집착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오늘의 커피>의 주인공은 가질 수 없다고 생각했던 것을 가짐으로서 집착을 시작 하게 되고, <대천사>의 주인공은 또 다시 가질 수 없는 것을 꿈꾼다. 이지민의 소설은 왠지 읽고 나니 나는 무엇에 집착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게 한다. 아마 나도 많은 것을 잡아두고 있을 것이고, 아마 그 중 몇 개는 무슨 일이 있어도 놓지 않을 것이며, 아마 몇 개쯤은 새롭게 잡아둬야 할 것들이 생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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