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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지역을 고민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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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부터 심상치 않다. 단호하면서도 간단하게 대안을 제시한다. 위기에 처한 한국 사회의 대안은 ‘지역’이라고 말이다. ‘지역’이라는 단어와 의미를 본격적으로 접하게 된 곳은 대학교 수업시간이었다. 사회복지가 전공인 본인에게 지역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지역사회복지론’은 꼭 이수해야하는 전공과목 중 하나였다. 이후 본격적으로 지역에 대해 고민하게 되고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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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부터 심상치 않다. 단호하면서도 간단하게 대안을 제시한다. 위기에 처한 한국 사회의 대안은 ‘지역’이라고 말이다.

‘지역’이라는 단어와 의미를 본격적으로 접하게 된 곳은 대학교 수업시간이었다. 사회복지가 전공인 본인에게 지역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지역사회복지론’은 꼭 이수해야하는 전공과목 중 하나였다. 이후 본격적으로 지역에 대해 고민하게 되고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자신’에 대해 질문던지기였다. 학년이 올라갈 수록, 다양한 경험을 직간접적으로 하게되면서 ‘내가 관심있는 것들을 바탕으로 앞으로 무엇을 해야할까’라는 스스로의 고민에 빠져있었다. 노동문제부터 시작하여 여성, 장애인, 이주노동자, 청소년, 주거, 먹거리, 교육, 문화, 민주주의 문제 등 관심이 가고, 또 관심을 가져야하는 문제들이 너무나 많았던 것이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중요한 것은 이 문제들을 단순한 ‘선택’이 아닌, ‘연결’과 ‘연대’를 바탕으로 ‘지역과 일상’에서 함께 어우러져야 하는 문제들이라는 나름의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그렇지만 2011년 한국사회에서 지역은 그 진정한 의미를 잃어가고 있다. 지역의 의미는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곳이라기보다는 관광 상품으로 우리들에게 더 쉽게 다가온다. 각 지역이 지니고 있는 경치의 아름다움, 먹을거리의 풍요로움은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것이 아닌 잘 포장된 상품으로 광고되고 판매된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상품이 된 지역을 판매하고 소비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 되었고, 오히려 그러한 생존전략이 사람들에게 더욱더 자신이 생활하는 공간을 세련되고 잘 팔릴만한 공간으로 선전하게 만든다. 물론 지역에서 상품을 생산하고 판매하고 소비하는 일은 굉장히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상적 활동이다. 하지만 이러한 삶의 공간은 이익에 눈이 먼 정부기관과 기업들이 관여하면서 지역 주민들이 가지고 있는 어떠한 ‘순수성’을 상실해버리고 만다. 결국 지역은 삶과 생존이 공존하는 공간이 아닌 생존만의 공간으로 전락한다.

특히 대학생들에게 지역은 별 의미를 갖지 못한다. 자신이 소속된 대학이 있는 지역과 자신의 거처와 가족, 친구들이 있는 지역, 크게 둘로 나뉜다. 대학이 서열화된 한국 사회에서 서울과 경기 지역 외 대학에 다닌다는 것은 자기 자신의 미래 역시 지방에 저당잡힌 것과 마찬가지로 여겨진다. 서울과 경기 외 지역의 고3 수험생들은 대부분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추억이 가득한 공간을 벗어나기 위해 노력한다. 반면 서울과 경기권에 거처가 있지만 학교가 지방에 있는 경우 떳떳하지 못한 삶이라 생각하며 통학버스에 이른 새벽부터 길게 선 줄에 조심히 합류한다. 이들에게 대학이 있는 지역은 어서 벗어나고픈 공간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것이다.

사실 이런 지역에 대한 동경 혹은 멸시는 대학생들뿐만이 아니라 전 국민이 겪고 있는 지독한 열별이다. 일상의 희노애락을 이웃주민과 나누는데 어색해져버렸고, 지역의 가치는 재개발이라는 명목하에 왜곡되고 짓밟혀버린다. 오랜 시간 그 지역에서 나름의 문화를 만들어내고 공동의 가치관을 지니며 지내던 이들은 한순간 철거민이 되어 뼈대만 남은 횡한 건물들을 지키고자 덩치 큰 용역깡패들과 때론 국가 권력과 맞서 싸워야한다.

이것이 현재 한국사회가 겪고 있는 위기이다. 그리고 이 책은 그 위기의 모순들이 엉켜있는 공간인 지역에서 그 대안을 찾고자 한다.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공간인 지역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실험들이 진행 중에 있고 많은 이들이 노력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가치관을 지키고자하는 행동은 멀리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것이 지역이 지닌 가장 큰 매력이며 무엇보다 변화가 즐거울 수 있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h********1 2011.08.25.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혁명권’을 말해도 아무 문제 될 게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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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한국사회, 대안은 지역이다>에는 1부 민주주의의 위기와 사회경제적 퇴행에 여덟 개 논문이 있고, 2부 아래로부터의 대안과 실험에 열 개 논문이 있다. 이 책의 서술은 한마디로 문제를 진단하고 처방을 내놓는 지극히 학술적인 스타일이다. 90년대까지만 해도 학단협의 토론회와 사회참여 행동은 척박한 한국사회의 진보의 아성 같은 포스를 느끼게 해주었다. 그렇다고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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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한국사회, 대안은 지역이다>에는 1부 민주주의의 위기와 사회경제적 퇴행에 여덟 개 논문이 있고, 2부 아래로부터의 대안과 실험에 열 개 논문이 있다. 이 책의 서술은 한마디로 문제를 진단하고 처방을 내놓는 지극히 학술적인 스타일이다. 90년대까지만 해도 학단협의 토론회와 사회참여 행동은 척박한 한국사회의 진보의 아성 같은 포스를 느끼게 해주었다. 그렇다고 2010년대의 학단협이 퇴물 취급을 받을 일은 없다. 이 책 <위기의 한국사회, 대안은 지역이다>를 읽어보면 이념과 문화의 시대를 거쳐 신자유주의 시대에 왜 여전히 학단협이 의미 있는 정치 행위를 하고 있는지 잘 알 수 있으니 말이다.

 

한 권의 책 속에 무려 18개 논문이 들어 있으니 논문 하나하나를 읽어갈 때마다 엄청난 지적인 축적을 하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드는 생각 중에 정말 알 수 없는 것은 이 지경에 이른 ‘한국사회가 대체 왜 무너지지 않는가’ 하는 거였다. 책장을 다 넘길 때까지 그 답을 알 수가 없다. 다만, 내가 얻은 성찰이 하나 있다면, 한국은 엉성한 듯하지만, 견고하기 이를 데 없으므로 대안은 꾸준히 진행되어야 한다는 것뿐이다.

 

책은 5․18 항쟁 30주년을 맞아 기획된 학단협 심포지엄 발표문을 재구성한 것이기 때문에 미완의 민주화와 2MB정권에서 민주주의의 위기를 정면에서 다룬다. 2MB정권의 전유물인 ‘잃어버린 10년’이라는 보수담론이 판을 치는 세상에서 ‘그들만의 리그’가 한국사회를 얼마만큼 ‘퇴행’의 악화일로를 걷게 만드는지 세밀히 들춰낸다.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되돌리는 듯 무법천지가 된 민주주의의 위기는 말할 것도 없고, 놀랄만한 통계수치로 재현된 금융종속과 양극화에 입이 떡 벌어진다.

 

모든 글이 다 의미 있지만, 특히 재밌던 글은 오동석의 법질서 측면에서 본 민주주의의 위기다. 말 바꾸기의 달인 2MB를 한국어 훼손죄로 다루는 단상에서 시작한 이 글은 다양한 민주주의 실종신고를 보여주며 인권이 곧 혁명권이라고 말한다. 놀랍지 않은가? 인권이 혁명권이다!

 

5․18의 여러 가지 이름들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정태석의 글(5․18항쟁과 1980년대 이후 한국의 사회운동)도 지역의 의미를 새롭게 조망해주었다.

 

김정주의 글 한국의 경제발전과 민주주의: 축적체제의 역사적 이행과 경제성장의 재인식은 1인 1표의 원리가 아니라 ‘1원 1표’가 행사되는 한국이 ‘자본가 국가화’되었다고 규정한다. ‘자본가 국가’ 한국이라, 웬만한 운동권들도 못 쓰는 용어를 선생님께서 쓰고 계시다!

 

안현효․류동민의 글 한국에서 신자유주의의 전개와 이론적 대안에 관한 검토도 말 그대로 이론적 검토로서 볼만한데, 80년대 사구체논쟁에 대한 평가와 재등장하는 거시담론시대 신자유주의에 대한 대안으로서 6개 론에 대한 비교 검토가 재밌다.

 

제목으로만 보면 1부에 비해 2부가 더 관심 가고 재밌을 거 같은데, 기대만 못하다. 2부는 아래로부터의 대안과 실험이므로 실질적으로 활동하는 이들이 쓴 경우가 많은데도, 1부와 같은 새로운 접근이나 솔직한 고백으로서 실험의 난관 등이 제대로 눈에 들어오지 않기 때문일까?

 

표제 글인 서영표의 21세기 사회주의전략, 급진민주주의+녹색사회주의나 이정필의 글 녹색성장에서 녹색복지로의 패러다임 전환 모색은 녹색정치를 강조한다는 면에서 의미 있지만, 그리 새롭지는 않다. 여기에 더해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이들은 왜 기왕의 생태사회주의라는 용어를 멀리하는 것일까? 오염된 용어와 결별한 이유가 정확히 드러나지 않는다.

 

강현수의 권리와 정의 담론으로 조직된 지역주체에서는 대안 담론+정책+세력이 대안을 가능하게 한다며, 권리와 정의를 강조한다. 인도의 케랄라 사례와 같은 주민직접참여 분권화모델은 우리를 자극하는 바가 크다.

 

장원봉(협동운동의 새로운 전략으로서 사회적 경제), 정원각(경제운동으로서 유럽 협동조합의 사례와 한국 생협의 방향), 현정길(노동자생협운동의 의의와 실천방향), 백일(한국형 자주관리 지역발전 연구: 버스 협동조합 자주관리 사례를 중심으로)은 모두 협동조합운동을 소재삼고 있다. 심화되는 생태위기와 노동조합운동의 정체를 공동체운동 속에서 풀어가려는 시도들이다.

이들의 글은 한편으로 생태와 노동과 공동체의 결합이 반자본주의적으로 구성될 수 있는가를 실험하는 반면, 자주관리에서 볼 수 있듯 노동자의 자기통치 원리를 논하면서도 평의회와 같은 노동자의 정치가 제한적으로 쓰이는 것은 아쉽다.

 

김혜진(중소영세사업장 비정규직과 지역운동)과 정경섭(아래로부터 진보의 재구성, ‘민중의 집’)은 노동자가 노동자로서 노동에만 머무르지 말고 사회의 진보를 재구성하는 주체로 나아가자고 제안한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지역 조직화가 시동이 더디 걸리고 있다면 민중의 집은 추진력만 있다면 확장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들의 글과 어울린 배성인(예술과 철강의 조우, 새로운 지역운동모델로서의 문래동)의 글은 스쾃 또는 레지던시 등으로 알려진 예술가들의 새로운 창작작업이 지역사회에서 삶과 예술을 버무리는 대안운동으로 자리할 가능성을 들여다본다.

 

위기의 한국사회에 대한 대안은 지역이다. 민주주의의 위기와 사회경제적 퇴행의 폭주하는 기관차를 멈추려면 아래로부터 다양한 대안이 실험되어야 한다. 녹색사회주의 실험, 협동조합운동과 노동자 자주관리, 문래동 철강공작소, 민중의 집말고도 여러 다양한 실험들이 있을 것이다. 교육과 의료가 미디어와 공동체가 지역과 접속하는 실천들, 여성․청소년․성소수자․이주민들의 주체운동과 공동체운동 등. 이 책에서 소개되지 않은 실험들은 우리가 찾아내 드러내야 할 몫이다.

 

안현효․류동민에 따르면 진보주의는 기존 시장-국가 대립을 ‘시장-사회’로 전환시켜야 한다. 대안적 질서를 세우려면 노동, 공동체, 공유, 공공성, 생태, 통합, 참여, 연대의 가치에 터해 있는 새로운 주체가 지역사회 아래로부터 형성되어야 한다. 이 책의 결론과 같은 말일 터다.

오동석의 말대로 헌법규범이 실종선고 당한 한국사회에서 모든 사람이 시민인 ‘인민’의 권리는 어떻게 실현될 수 있을까? 그리하여 혁명권을 외쳐도 아무 문제 될 게 없는, 인권의 숙명이 실현되는 사회는 어떻게 만들어갈 수 있을까? 이 답에 근접하기 위해 <위기의 한국사회, 대안은 지역이다>는 꼭 한 번 읽어볼만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