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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할 수 없는 것을 이해하는 가장 쉽고 위험한 방법은 이해할 수 있는 것만 이해하는 것이다. 가장 쉽지만, 이것은 사실은 이해가 아니라 오해하는 방법이기 때문에 이해하지 않는 것보다 위험하다. (21) 이승우 작가의 글은 단어가 어렵지 않다. 하지만 어렵지 않은 단어들을 이렇게 나열하면 이해하는 게 쉽지 않다. 하지만 이승우 작가의 매력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몇 번 이 문장을 읽으며 나름 이해해 보도록 하는 것. 이번에 만난 이승우 작가의 신작은 소설집이다. 모두 8개의 단편으로 이뤄진 이번 책도 다양한 생각을 숙제처럼 주고 있다.
‘모르는 사람’은 어느 날 감쪽같이 사라진 아버지가 11년이 지난 후 죽었다는 소식을 전해 듣는다. 사라진 11년 동안의 아버지는 그동안 알고 있던 아버지가 아니었다. ‘복숭아 향기’는 엄마와 둘이 살고 있는 나는 근무지 선택을 M시로 한다. 이곳은 과거 아버지가 근무한 신문사가 있었던 곳이다. 하지만 엄마는 그런 이야기는 처음이라는 듯 무심하고 외삼촌과 그곳에 가면서 자신의 출생에 대해 이야기를 듣게 된다. ‘윔블던 김태호’는 이회장이라는 사람이 찾아 달라는 김태호에 대한 이야기다. 한때 정치의 실세였던 그가 영국의 어느 도시에 죽은 듯 살아가는 이회장만 아는 이야기... ‘강의’는 빚으로 인해 죽게 된 아버지를 대신해 빚을 탕감하고 싶었던 아들이 빚을 없애려면 빚을 져야 한다는 무시무시한 이야기를 듣는다. ‘찰스’는 한국의 철수라는 교수가 말레이시아 국적의 남자 찰스와 엮이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고, ‘넘어가지 않습니다.’는 와이파이로 인해 생긴 외국인 노동자와 여성의 이야기고, ‘신의 말을 듣다’ 한 교수가 고등학교 시절 친구와 자신의 사이에서 일을 마음의 짐으로 생각했던 사람이 그 친구 덕에 다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온 이야기다. ‘안정된 하루’는 은퇴 후 비교적 정확하게 시간 맞춰 살고 있는 남자에게 동생이 찾아오면서 생기는 균열과 과거에 대한 이야기다.
8편의 단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역시 ‘모르는 사람’이다. 그리고 생각한다. 내가 죽은 뒤 내 아이들은 나를 향해 우리 엄마는 내가 알고 있던 그런 사람은 아니었어.. 이런 말을 할지.. 결혼이라는 것이, 생계라는 것이 때론 내가 생각했던 인생의 방향과 다른 지점을 향할 때가 있다. 이것만 해 놓고, 혹은 이 아이들이 몇 살이 되면, 이라는 마지노선을 새워 놓고 그 때가 되면 지금과는 다른 삶을 살겠다, 다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는 어떤 류의 사람인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지금은 그냥 주어진 현실에 맞게 최선을 다해 살아간다고 하지만 가끔 나도 이 방향이 맞는 것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지금 내 상황을 무시하고 어디론가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다가도 이게 아니지.. 할 때가 있으니까.
아버지란 존재도 그렇겠지. 돈 버는 기계가 아님에도 그렇게 열심히 살 수밖에 없는 사회적 구조들. 하지만 만약 그렇더라도 가족이었지 않는가? 어떻게 한 마디 말도 없이 사라질 수 있을까? 실제 그 방법 밖에는 없다고 생각했더라도. 이 세상에서 사라지고 싶은 건 아버지 뿐 아니라 어머니도 그럴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한다. 혹 내 남편도 나나 내 아이들 모르게 사라지고 싶은 것은 아닐지? 그리고 10년이 훌쩍 넘어 여태까지 내가 알던 그 사람이 아닌 다른 모습의 그로 나타나는 건 아닌지.. 때론 나도 나를 모른다. 나와 함께 산 내 남편의 속도 나는 모를 지도 모른다. 그 사람도 그렇겠지. 사람들의 삶. 그리고 내가 안다고 생각하는 그 사람들의 삶. 내 삶을 돌아보고 싶어지는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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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 작가의 전작 <사랑의 생애>에서 '모른다'와 '알다'에 대해 서술한 문장을 인상깊게 읽었는데 그의 신작 제목이 <모르는 사람들>이라니, 이 책을 집어들 수밖에 없었다. 몇십 년을 겪어봐도 새로울 때가 있고, 낯설 때가 있는 것이 사람인데 우리는 참 빨리도 사람을 평가하고 규정지어 버린다. '네가 어떻게~?', '너 이런 사람 아니잖아.' 등 자신이 만들어놓은 선입관으로 타인을 규정해 놓고서는 그에 맞지 않다며 혼란을 드러낸다. 이렇게 참 잘도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 '모르는 사람들'이라는 작가의 제목이 그리고 '모른다'라는 그의 통찰이 고맙고 새로웠다. 이 책은 단편집으로 총 8개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그 중 개인적으로 좋았던 작품들은 복숭아 향기, 강의, 넘어가지 않습니다, 이 세 작품이었다. 특히 <넘어가지 않습니다>는 생각지도 못한 전개와 작가님의 문체가 잘 드러난 작품이라 더 재미있게 읽었다. 다음은 그 중 작가님의 문체가 잘 드러나는 부분이다. 피해자는 기본적으로 억울한 자이므로, 행한 자가 아니라 당한 자이므로, 비판이 아니라 동정을 받아야 하는 자이므로, 거리끼거나 머뭇거릴 필요가 없으며, 심지어 당당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피해자는 빚진 것이 없으므로 책임질 것이 없고 추궁받지도 않으며 어떤 선택을 해야 할 부담으로부터도 제외된다. 피해자는 기본적으로 요구를 받는 자가 아니라 요구하는 자, 요구할 권리를 가진 자이기 때문이다. -<넘어가지 않습니다> 중 - 많은 사람들이 읽어보았으면 하는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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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님이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저로서는 일식에 대하여를 읽고 기대치가 높았던 터라 평점을 좀 박하게 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더욱이, 요사이 한국작가 글들을 여러편 읽고 있어서 비교 아닌 비교를 하게 될 수 밖에 없었는데 글쎄요 앞의 두 편에 비해 뒤따르는 글들이 그리 인상적이지 못했습니다. * 나는 세상에서 살았고, 그러나 세상은 험악했고, 살기에 적합하지 않았고, 내가 세상에 적합하지 않다는 사실이 너무 자주 깨달아졌고, 적합하지 않은 세상에서 살기 위해 아주 많이 애를 써야 했고, 무리를 해야 했고, 덩달아 험악해져야 했고, 그러나 잘되지 않았고, 그래서 잘살지 못했다. 살면서 자주 내가 참으로 살기를 갈망했던, 살지 못하고 있는 다른 삶을 그리워했다. 그러워만 하는 내가 혐오스러웠다. 하찮은 것에 간절해지지 말자는 말을 하찮은 것에 간절해지는 나를 향해 주문처럼 하곤 했다. 그것이 내가 세상을 견디고 혐오스러운 나를 견디는 방법이었다. 그러나 뭐라고 말하든 나는 세상에 붙들려 있었고, 세상과 어울려 있었고, 세상의 일부였고, 그러니까 세상을 견디는 것은 나를 견딘다는 뜻이도 했다. * 그런데 왜 그랬을까, 나는 그 사람이, 받아들여졌어. 그 사람을 그냥 두고 달아나면 안 될 것 같아졌어. 천지를 뒤덮은 복숭아 향기 때문이었을까, 그 사람이 어찌나 측은하던지 마음이 저절로 그쪽으로, 마치 넝쿨손이 그런 것처럼, 쭉 뻗어 나가는 걸 어쩔 수가 없었어. 나도 모르게 그만, 상 위에 떨어져 있는 그 사람 얼굴을 손으로 가만가만 쓰다듬었어. 그런 채로 한 시간을 있었어. 천지에 복숭아 향기만 가득했지. 취하는 것 같았어. 복숭아 향기 탓인지 어딘가 다른 데서 온 것 같은 묘한 분위기의 그 살마 인상 때문이었는지 모르겠어. 그 사람, 살과 뼈의 감각과는 다른 느낌을 주는 사람이라고 느꼈는데, 그것도 복숭아 향기에 홀려서 그랬는지 몰라. 그런 느낌이 내 마음을 물처럼 흐르게 했는지 몰라. 그때 이런 생각을 했어. 아, 사람의 운명이란 게 이렇게 정해지는가보구나. * 그래도 대관령까지 함께 다녀온 책이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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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모르는 사람들로 둘러싸여 있다. 가정 밖의 부모님을 모르기도 하고, 가정 내의 부모님도 썩 잘 알진 못한다. 매번 잠시 스쳐가는 인연으로 모르는 사람들이 아는 사람들로 되어가는 중에, 어느 정도의 앎이 모르지 않는 사람들이 되어갈 건지? 어쨌든 평생 모르고 살아야하는데 단편만 알고 아는 사람으로 치환되는 건 아닌지.이해할 수 없는 것을 이해하는 가장 쉽고 위험한 방법은 이해할 수 있는 것만 이해하는 것이다. 가장 쉽지만, 이것은 사실은 이해가 아니라 오해하는 방법이기 때문에 이해하지 않는 것보다 위험하다.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믿음의 문제이다. 믿음이 문제일 때는 믿음을 표면에 내세우기가 어렵다. 능력의 있고 없음은 ‘나의’ 문제지만, 믿음의 있고 없음은 ‘그에 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나의 무능은 나를 향하지만, 나의 불신은 그를 향한다. 그에 대한 불신이기 때문이다. 그 일을 할 능력이 없다고 말하는 것이 너를 믿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보다 쉽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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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우 작가의 소설은 처음이었다 대표작이라는 식물들의 사생활을 한번 읽어보고 싶다
아포리즘이 많아서인지 철학적이라고 느꼈고
단편들 중에서는 모르는 사람들이 확실히 좋았다
호날두씨는 복숭아 향기의 마지막 부분이 인상적이었다고 했으나 나는 약간 복잡한 심경이었는데 아름답게 그려졌으나 정말 아름다운 걸까 싶고 그 날 이후 그녀가 견뎌야 했을 삶이 너무나 캄캄해서
소설 속으로 들어가 "도망쳐" 하고 싶었다
* 평생 다른 삶을 그리워하면서 사는 남자와 한집에서 살아야 했던, 그러나 정작 자신은 그리워할 다른 삶이 없었던, 그래서 자기가 붙어 있는 곳에서 자기를 떼어낼 생각을 할 수 없었던, 그래서 허전하고 화나고 숨막히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데도 어떻게든 붙어 있으려고 버둥거렸을 어머니의 삶이 손에 잡히는 듯했다. 어머니에게 아버지는 가장 멀리 있는 사람이었을 것이다. 가장 멀리 있는 사람은 가장 모르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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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 작가의 첫책으로 읽었지만 단편 하나하나가 정말 마음을 울리네요. 여운이 진했던 단편물이었어요. 무엇보다 작가님의 문체에 홀릭되어 다른 책도 읽어보고 싶어졌습니다. 정말 만족스러웟던 단편물. 잘 읽었습니다. 추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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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작가님의 추천글을 보고 읽게됐는데 추천의 이유를 확실히 알게됐어요 문장이 촘촘하게 밀도가 높고 짜임이 굉장히 좋았어요 단편소설인데도 글 속에 서사가 분명해서 무게감이 느껴져요 내용 자체는 전반적으로 어둡지만 너무 지나치지 않아서 읽기 불편하지 않았어요 취향이 비슷한 친구의 참 좋았다며 꼭 읽어보란 후기를 읽는 도중에 공감했어요 모르는 작가님이더라도 한번쯤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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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8개의 단편으로 구성된 소설집. 읽고 나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 하나하나 마다 힘을 갖고 있기 때문에 쉬이 넘기기 어려웠다. 다른 단편을 읽다가도 생각나서 페이지를 한참 뒤적이기도 했다. 제목처럼 우리는 사람을 알다가도 모르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나를 모를 때가 있는데, 남을, 설령 그 사람이 나의 가장 가까운 사람이라도 어찌 다 알 수 있겠는가. 그렇게 치면 우리는 모두 모르는 사람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승우라는 작가에 대해 모르고 있었는데, 이번 책을 계기로 또 챙겨볼 수 있는 작가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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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 작가의 신작 '모르는 사람들' 입니다. 이번 작품은 8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져있어요. 저는 작가님의 단편을 그리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이번 작품은 단편만의 매력이 있네요. 8개의 단편중 첫번째인 '모르는 사람들'이 제일 기억에 많이 남아요. "인간은 추구하는 존재여야 한다. 머무는 존재가 아니라 추구하는 존재로 살아야 한다." 라는 이승우 작가님의 말처럼,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인생의 원리라면 납득하지 말고, 나를 쥐고 흔드는 알 수 없는 시선이라면 굳이 신경써야 할 필요가 있을까..우리는 더이상 참고 견뎌야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이 드네요. 많은 생각이 들게하는 작품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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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 작가님의 모르는 사람들 리뷰 가장 가깝다고 생각되는 1차 집단. 가족이라는 구성원은 스스로 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친구나 연인처럼 취향과 가치관을 조율하여 관계를 맺는 것이 아니라 그냥 그렇게 정해진 대로 흘러가는 대로 정해지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친할머니가 돌아가신 그 날. 마지막으로 아빠 엄마 동생을 보았다. 그런 큰 일이 있어야만 얼굴을 마주하고 대화를 할 수 있는 관계가 되었다는 사실에 조금은 슬퍼졌다. 그 날이 족히 3개월은 더 된 것 같은데. 1인 가구의 삶은 때때로 외로운 것이 맞다. 학생 때는 몰랐던 많은 현실을 알아가게 되는 사회인으로서의 삶이 고달프도다고 느낀다. 일을 하다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아빠와 동생이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이었다. 가슴이 철렁했다. 증세가 심하지 않다는, 걱정 하지 말라는 엄마의 말을 들으면서도 차오르는 눈물을 멈춰낼 수 없었다. 조금 더 멋있고 스스로의 삶을 알차게 꾸려나가는 멋진 딸이 되기 위해서, 든든한 언니가 되기 위해서 모르는 사람들이 아니라 가까운 사람들이 되기 위해서 순간 순간에 집중해야 하는 삶을 살아가야겠다 다짐했다. 이승우 작가님의 모르는 사람들은 가깝지만 먼 가족이라는 주제를 담고 있는 책이다
<인상 깊은 구절> - 아머니는 아버지를 파악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아버지에 대해서만 그런 것은 아니다. 그것은 일종의 타고난 성격 같은 것이었다. 다른 모든 일에 대해 그런 것처럼 어머니는 아버지에 대해서도 쉽고 단순하게 이해하려 했다. 쉽고 단순한 접근을 통해 명쾌하고 효율적인 성과를 얻을 수 있다는 믿음이 어머니에게는 있었다, 라고 나는 생각했다. 객관적 사실을 붙잡는 것이 아니라 나아가기 위한 처세라는 것도. 어머니가 초첨을 맞춘 것은 무엇으로부터 가 아니라 무엇을 향해 그리고 누구와 함께 였다. 어디로, 누구와 함께 떠났는가. (13페이지)
- 아버지는 그곳에서 음악을 듣고 책을 읽었다. 그렇게 추측했다. 그 외에 다른 일도 했겠지만 무슨 일을 했는지 알지 못했다. 아버지가 들어가고 나면 그 문은 다른 사람을 향해 열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음악을 듣고 책을 읽고 또 무슨 일인지 알 수 없는 다른 일을 하다가 언젠가부턴가는 잠도 그곳에서 잤다. 그러니까 서재는 서재만이 아닌 셈이었다. 아버지만의 공간이었다. 아버지가 그곳으로 들어가는 뒷모습을 볼 때면 아주 먼 곳으로 사라지는 것 같은 이상한 기분이 들곤 했다. 아버지가 아니라 그 공간이. 아버지가 들어나고 나면 그곳은 갑자기 집에서 뚝 떨어져나가 따로 존재하는 것처럼 여겨졌다. (17페이지)
-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이해하는 가장 쉽고 위험한 방법은 이해할 수 있는 것만 이해하는 것이다. 가장 쉽지만 사실은 이해가 아니라 오해하는 방법이기 때문에 이해하지 않는 것보다 위험하다. 어머니의 기준에 의하면 어버지는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이어서는 안 되었다. 그래서 서둘러 이해하려고 했다. 서둘러 이해하려 하는 사람은 참된 이해를 위해 고려해야 할 많은 것들을 무시하고 복잡한 것을 단순화한다. 여컨대 그 사람의 내면을 들여다보지 않아야 한다. (22페이지)
- 아버지가 서재에서 끌려나온 날이 떠올랐다. 아버지를 끌어낸 사람은 아버지의 장인이었다. 어머니의 아버지이고 나의 외할어버지이기도 한 미래건설의 회장은 여러 차례 문을 두드려도 기척이 없자 열쇠를 찾아오라고 시켜서 손수 따고 들어갔다. 어둠 속에 비슴듬히 누워 헤드폰을 낀 채 음악을 듣고 있는 아버지를 본 외할아버지의 첫 번째 반응은 어처구니 없다는 듯한 헛웃음이었다. (26페이지)
- 선교회의 간사는 책상 위에 놓여 있던 박스에서 여러 장의 사진과 색 바랜 몇 부의 노트와 얇은 책 한 권을 꺼내 보여주었다. 사진에서는 산이 겹쳐 있고 목초지가 펼쳐져 있고 풀을 뜯는 양들과 소가 나오고 두꺼운 피부의 아프리카 사람들이 찍혀 있었다. 그들 가운데 섞여 있는 아버지는 그들과 구별되어 보이지 않았다. 말을 타고 있는 아버지, 색이 화려한 망토 모양의 옷을 어깨에 걸치고 있는 아버지, 사람들과 어울려 춤을 추고 있는 아버지, 아이들에게 무슨 이야기인가를 하고 있는 아버지, 양을 몰고 있는 아버지를 보았다. 그 모든 사진 속 아버지는 한결같이 웃고 있었다. 사진들을 꽤 오래 들여다본 것은 그 낯선 아버지가 행복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 표정의 아버지를 본 기억이 나지 않았다. (31페이지)
- 선교회 사무실을 나올 때 그렇게 생각할 리 없을 텐데도 나는 어쩐지 내 뒷모습이 도망가는 것처럼 보일까봐 의연하게 걸으려고 애썼다.(33페이지)
- 세상에 너무 밀착해 있는 자신에 대한 혐오가 꽤 길게 표현되어 있었고 이어서 해야 할 숙제들을 계속 미루고 있는 것 같아 괴로웠다는 진술이 나왔다. 더 늦기 전에 결단을 해야 했다. 그 결단의 내용 문장은 다음과 같았다. 세상으로부터 나를 떼어내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 아버지는 어머니와 나와 더불어 이루었던 가족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나는 그 생각이 순진하기보다 이기적이라고 판단했다. 그때의 아버지에게는 그런 순진함의 위장이 필요했을 거라고 이해했지만 어머니에게도 그런 이해를 요구할 수 있을 것 같진 않았다.(35페이지)
- 평생동안 다른 삶을 그리워하면서 사는 남자와 한집에서 살아야 했던, 그러나 정작 자신은 그리워할 다른 삶이 없었던, 그래서 자기가 붙어 있는 곳에서 자기를 떼어낼 생각을 할 수 없었던, 그래서 허전하고 화나고 숨막히고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는데도 어떻게든 붙어있으려고 버둥거렸을 어머니의 삶이 손에 잡히는 듯했다. 아버지가 쓴 글은 아버지가 아니라 어머니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글을 읽고 나자 아버지가 아니라 어머니가 비로소 다르게, 어쩌면 바로 보였다. (37페이지)
- 한참 있다가 살고 싶은 삶을 살았으니 네 아버지는 행복했겠구나 하고 잦아드는 목소리로 어머니가 말했다. 그렇게 들으려고 해서 그랬는지 비난기 대신 쓸쓸함이 묻어나는 목소리였다. 그 쓸쓸함 속에 시기심이라고 할 법한 어떤 정서가 스며 있는 것 같아 의아스러웠지만 확인을 하려 바라보았을 때 어머니는 고개를 오른쪽으로 수구린 채 부지런히 숟가락을 놀리고 있었다. 어머니가 견디고 있는 세상이 비로소 보였다.(38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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