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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수를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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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벌써 10여년이 훌쩍 지나버린 서기 2000년. 새 밀레니엄의 시작을 알리는 이 해에는 참으로 많은 일들이 있었다. (물론 21세기는 2001년부터 시작이니 새로운 세기의 시작이라는 표현이 꼭 맞다고는 할 수 없으나, 제일 큰 천의 자리 숫자가 1에서 2로 바뀐다는 사실은 새로운 세기의 시작보다 더 충격적인 의의를 가진 사건일수도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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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벌써 10여년이 훌쩍 지나버린 서기 2000년. 새 밀레니엄의 시작을 알리는 이 해에는 참으로 많은 일들이 있었다. (물론 21세기는 2001년부터 시작이니 새로운 세기의 시작이라는 표현이 꼭 맞다고는 할 수 없으나, 제일 큰 천의 자리 숫자가 1에서 2로 바뀐다는 사실은 새로운 세기의 시작보다 더 충격적인 의의를 가진 사건일수도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평양에서 만나 통일에 대한 기대감을 전에없이 부풀렸고, 이 일이 계기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김대중 전 대통령이 대한민국 1호 노벨상의 영예를 누렸으며, 지금도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가수 백모양의 비디오 유출사건이 있어, 당시 젊은 남자들의 눈을 벌겋게 충혈시켰던 한해이기도 했다. 세계적으로도 미국의 부시와 러시아의 푸틴이 나란히 대통령에 당선되었으며, 유럽에서 광우병이 발발해 유럽은 물론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한 해이기도 하다. 

개인적인 취향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게 이들 사건보다 더 인상깊게 뇌리에 현재까지 남아있는 이벤트는 광고와 길거리 곳곳마다 붙어있던 '선영아 사랑해'라는 문구. 아마 현재 스므살 이상에서 마흔살 정도까지 당시를 청소년이나 젊은이로 보냈던 분들은 '아하-'하고 고개를 끄덕이실지도 모르겠다. 나중에 모 인터넷 포털의 티저광고임이 밝혀지면서 이는 오히려 사람들의 부푼 기대감에 찬물을 껴얹은 결과를 초래했다. 결국 그 광고는 대중의 감성을 자극하고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데는 성공했지만, 기업홍보에는 결과적으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여전히 이 광고를 기억하는 이들은 많겠지만, 그게 무슨 광고였는지를 기억하는 이는 이제는 아마 거의 없지 싶다. (이 포털은 지금도 존재하는고로 이름을 밝힐 수는 없지만, 그 포털의 존재를 알고 있는 분 역시 얼마 없을 듯^^)


 


이 광고가 많은 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만일 사랑해-의 대상이 케이트애니, 아사코 같은 외국 이름이거나, 춘향 같은 시대적으로 약간 핀트가 어긋난 특이한 이름이었다면 사람들은 그다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을 것이다. 이 광고에서 포인트는 선영이라는 이름에 있다. 당시 선영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어 이 광고에 괜한 설레임을 느꼈던 수 많은 십대, 이십대의 젊은 여성들 자신은 물론, 주변에 선영이라는 이름을 가진 여자아이를 잘 알고 있어 이 광고를 본 순간 선영이라는 이름을 가진 구체적 누군가를 머릿속에 즉각 떠올릴 수 있었다는 것이 이 티저광고가 깊은 인상을 줄 수 있었던 이유였다. 이를테면 '선영'은 그 당시 모든 젊은 여성들을 통칭하는 대명사 같았던 것. (실제 이 광고의 기획자는 젊은 여성 중 가장 흔한 이름을 찾아내는 별도의 작업을 통해 선영이라는 이름을 선택했다고 한다)  선영이라는 이름은 이후 나와 동갑내기 작가 김연수에 의해 약 삼년쯤 뒤 이전같이 선풍적이지는 않아도 또 한번 대표성을 부여받는 영광을 누리는데, 그건 「사랑이라니, 선영아」 라는, 어쩐지 2000년 광고의 패러디 냄새가 물씬 나는 작품을 통해서였다.




나의 기억 속에서 어린 시절이었던 70년대를 대표한 이름은 철수영희였다. 물론 점박이 강아지 바둑이도 있다. 중학교에 들어가 나의 시야가 글로벌로 확장된 다음에는 제인이 여기에 추가되었다. 그런데 다른 이름과는 달리 철수라는 이름은 꽤나 오랬동안 시대를 대표하는 이름으로 자리잡았고, 예전같지는 않지만 여전히 문학장르에서 유독 그 위세를 막강하게 유지하고 있는 남성 캐릭터의 대명사이다. 그런데 이 철수라는 이름으로 대표되는 캐릭터는 그 발음에서 바람새는 소리가 나서인지 똑부러지는 캐릭터가 아닌, 남과 비교해서 어딘지 한 뼘 이상 빈 구석이 보이는 캐릭터이다.




동화작가 노경실님의 첫 청소년소설 「철수는 철수다속 청소년시절의 철수는 매일같이 준태라는 아이와 비교당하며 열등감을 키워가는 존재. 철수를 직접 낳아 기른 엄마의 입에 아들 철수보다 더 자주 입에오르는 이름이 옆집 준태. 엄친아 준태는 그 존재 자체로 철수에게 악몽이며, 고통이다. 그런 철수의 대학시절과 군대생활을 주요 무대로 삼은 작품이 배수아님의 「철수」. 여기서 철수는 무책임하고 의리없으며 사회가 만든 공고한 시선 하에서 자신의 의지나 순정을 슬그머니 내려놓아버리는 속물로 등장한다. 이렇듯 각 청소년시기와 청년시기의 철수는 그 이름의 대표성만큼이나 공감하고 싶지 않아도 공감할 수 밖에 없는 평범한 우리 개개인의 무안한 삶의 투사(投射, Projection)였다.

이 작품 「철수 사용 설명서」 에 등장하는 철수는 배수아의 철수로부터 몇 년쯤이 지난, 취업과 결혼을 앞둔 29세의 청년실업자다. 책의 내용은 청년실업자의 구직활동과 가족관계, 그리고 연애라는 세가지에 포커스가 맞추어져 있지만, 제목에 붙은 '..사용 설명서'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형식은 가전제품 등의 사용설명서 형태를 띠고 있는 것이 매우 신선하고 재미있는 특징. 따라서 구직활동 중 면접탈락의 이유나 일정기간의 연애 후 헤어지게 되는 이유 등이 제품에 대한 반품과 Q&A. 사용후기 등의 형태로 표현되는 것이 매우 익살스럽다. 그러나 그 익살의 뒷끝이 그저 개운하지만은 않은데, 그것은 작가 전석순의 그런 위트 뒤엔, 사람을 상품화해 학벌, 재산, 외모 등 밖으로 한 눈에 드러나는 스펙을 가지고만 판단하는 물화(物化)되고 비인간적인 세상관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민음사에서 주관한 2011년 제35회 오늘의 작가상을 심사위원 만장일치에 의해 받은 작품이다. 작가 전석순은 1983년생의 작품 중 철수와 동갑내기 신예 작가로, 이 작품을 통해 일명 '루저 문학'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세태소설장르를 만들어냈다. 작품 중 철수의 삶은 아마도 또래의 작가 또는 작가의 지인들의 삶의 희화적 투영일 것이다. 읽으며 흐릿한 기승전결 구도와 약간씩만 다를 뿐 비슷하게 반복되는 결론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이벤트가 개인적으로 좀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어짜피 그것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젊음의 리얼리티라는 생각이 들어 딱히 꼬투리를 잡고 싶은 맘은 없다. 짧은 경험으로 이만한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이라면, 앞으로 쌓여갈 인생의 시간 속에서 점점 더 무르익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앞으로 무궁하게 꺼내어 놓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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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작가상 『철수 사용 설명서』 by 전석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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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위원의 만장일치로 당선된 2011년 제35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루저 문학의 최고 극단"이라는 찬사와 함께 루저라는 익숙한 소재를 새로운 형식으로 전달한 작품 <철수 사용 설명서>는 지극히 평범하고 정상적인 인물을 비정상으로 치부하는 자본주의 엘리트사회를 풍자한 소설이다. 우리의 주인공 철수는 신장 173cm에 29살 대한민국 청년으로써 평균 몸매를 조금 밑도는 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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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위원의 만장일치로 당선된 2011년 제35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루저 문학의 최고 극단"이라는 찬사와 함께 루저라는 익숙한 소재를 새로운 형식으로 전달한 작품 <철수 사용 설명서>는 지극히 평범하고 정상적인 인물을 비정상으로 치부하는 자본주의 엘리트사회를 풍자한 소설이다. 우리의 주인공 철수는 신장 173cm에 29살 대한민국 청년으로써 평균 몸매를 조금 밑도는 취업 준비생이다. 본인은 ‘적어도 평균쯤은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살아왔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회사와 그녀들 심지어 가족모드들조차 철수를 비정상 내지는 불량품 대하듯 취급한다. 그리하여 철수는 불량품이 되지 않기 위해 사용 설명서를 만들기 시작하지만, 문제는 철수에게 있는 게 아니라 철수를 잘못 사용해 온 주변 인물들을 의심하기 시작한다. 애초에 고장이나 비정상 또는 하자가 발생했던 게 아니라 사용설명서를 숙지하지 못해 발생한 문제였던 것에 의문을 품는다. 사람마다 회사마다 선호하는 모델이 있지만 그들은 맘에 들지 않는 제품을 사서 고쳐 쓸 생각 같은 건 애당초 하지 않는다. 완벽한 모델이 세상에는 넘쳐나기 때문에, 철수와 같은 제품은 고배의 쓴 잔만 연거푸 마시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철수는 사용설명서를 쓰면서 자신의 잘못이 아니었던 일들이 의외로 많았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한다. 마치 세탁기에게 냉장고의 기능을 요구하는 것처럼 말이다.



 

 

마치 상품을 소개하듯이 사용하기 전에, 제품 규격 및 사양, 사용하기, 관리하기, 주의하기를 목차로 두고 있는 <철수 사용 설명서>는 생소한 소설 기법을 도입해서 철수 자신을 소개했다는 것이 다소 익살스럽다. 하지만 문제 국면으로 들어가면 심각해진다. <철수 사용 설명서>는 우리 대한민국 청년들의 현주소이기 때문이다. 밀레니엄 시대의 화두로 떠오른 스펙, 소위 구직자들 사이에서 학력과 학점, 토익토플이라는 영어 점수 외에도 각종 관련 자격증들을 총칭하는 이 단어가 우리들의 일상에 뼈 속 깊이 침투하면서 구직자 자신의 능력을 증명할 수 있는 요소가 되어버렸다. 스펙은 곧 구직자를 평가하는 잣대요, 대한민국 대학생들 사이에 하나의 부담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2010년 3월, 비싼 등록금과 취업난의 수렁에 빠져든 한 명문대생의 이유 있는 항변은, 죽을 때까지 불안함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이유가 ‘나 때문만이 아니라는 것’, ‘스무 살이 되어서도 꿈을 찾는 게 "꿈"이어서 억울하고, 더 거세게 채찍질 해봐도 다리 힘이 빠지고 심장이 뛰지 않는다’고 했던 그 여대생의 울분은 국가와 대학이 자본과 대기업의 ‘인간 제품’을 조달하는 하청업체임을 증명한다. 인간은 자고로 일정한 자기 위치에서 자리를 차지하고 역할을 수행하여야만 행복해질 수 있는 동물이다. 어쩌다가 우리네 잘난 젊은이들이 자기 자리를 꿰차지 못하는 사태까지 왔을까? 적어도 우리 세대에선 평균 안에 든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은 적당한 선에서 적절한 노력으로 꿈도 꾸고 그 꿈을 이룰 수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문제의식을 개인만이 떠안기엔 그 한계를 넘었다. 언제까지 국가가 뒷짐을 쥐고 서있나? 일거리 개수만 창출할 게 아니라 실질적인 일거리를 제공해야 한다. 그것도 고급학력이 비정규직이거나 “88만원 세대”라는 저평가로 인해 상처입지 않을 만큼 객관적이고 타당하게 책정된 임금이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생각지 않게 웅변조로 되어버린 서평이지만 가볍게 읽힌 소설과 달리 마음이 착잡하다.



d******7 2011.08.02. 신고 공감 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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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뉴얼과 소설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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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였더라? 재작년에었나, 잠깐 한국에 들어갈 일이 있었다. 여름 방학에 맞춰 간 거라 학부에 다니는 대학생들 몇몇을 만날 수 있었는데 이 친구들이 열심히 준비하는 것 중에 하나가 국내 대기업인 S에서 치른다는 직무적성검사라는 거였다. 자기네 회사에 적합한 사람을 뽑기 위해 만든 시험이라는데, 웃긴 건 이 시험에 붙기 위해 모의 시험도 치르고 심지어 학원에도 다니고 스터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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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였더라? 재작년에었나, 잠깐 한국에 들어갈 일이 있었다. 여름 방학에 맞춰 간 거라 학부에 다니는 대학생들 몇몇을 만날 수 있었는데 이 친구들이 열심히 준비하는 것 중에 하나가 국내 대기업인 S에서 치른다는 직무적성검사라는 거였다. 자기네 회사에 적합한 사람을 뽑기 위해 만든 시험이라는데, 웃긴 건 이 시험에 붙기 위해 모의 시험도 치르고 심지어 학원에도 다니고 스터디도 한다는 거다. 그 회사에 적합한 사람이라는 걸 증명해야 그 회사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란다. 그 이야기를 듣고 정말 기절할 뻔했다. 자기 자신을 뜯어 고쳐서까지, 자기가 아닌 모습을 꾸며서까지 들어갈 만큼 그 회사가 가치 있고 위대한 것인가는 차치하고라도, 그런 문제에 대해 전혀 이의를 제기하지 못한 채 어떻게든 그 회사에 들어가려고 하는 소위 수험생들이라는 사람들의 의식 수준의 문제는 차치하고라도("찬 밥 더운 밥 따질 때가 아니라구요." "안 들어가면 나만 손해인데요." "누구나 가장 들어가고 싶어하는 회사라구요." 등등이 그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의 비슷비슷한 반응이었다. "원하는 기준에 맞추는 게 뭐가 문제죠?") 한국 사회에 대한 절망감이랄까? 이 수준으로까지 전락하고 말았구나 하는 비애감 같은 것.
세태소설은 어느 시대에나 존재하기 마련이지만, 요즘엔 '백수소설', '루저소설'이라는 명명을 단 소설들이 심심찮게 출간된다. 현재의 세태, 현재의 20대를 가장 잘 반영하는 용어가 아마도 '백수' '루저'인가 보다. 물론 이런 소설들이 많이 출간된다는 것 자체가 이 시대의 반영일 수 있겠고, 그 자체로 어떤 비판의든 위로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세태소설이 가진 기능이라면 말이다. 다만 아쉬운 건 뭐랄까... 지나치게 자조적이고 패배주의적인 색채가 짙다고 해야 할까? 자조와 무기력 외엔 어떠한 것도 발견할 수 없어 읽는 사람마저 진이 빠질 정도다. 어떤 목적을 가지고, 혹은 어떤 목적이 있어 소설이 양산되는 건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건 좀 심한 게 아닐까?' 싶어질 정도이다.
암튼, <철수 사용 설명서도 그런 소설이다. 취업도 그저그렇고 연애도 그저그렇고 그러다 보니 미래도 불투명한 '철수'의 이야기. 문학평론가 김미현이나 소설가 박성원, 편혜영이 극찬을 한 걸 보면 나름 문학적으로도 일정 부분 성과를 거둔 작품인가 본데, 나는 잘 모르겠다.
아이디어가 신선하다고 해서 혹은 목적이 훌륭하다고 해서 그 자체로 작품성이 담보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이 작품은 그런 점에서 아쉬움이 많다. 생각나는 대로 몇 가지만 이야기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철수'로 시작되는 문장이 지나치게 많다. 철수는, 철수가... 책을 읽다가 궁금해졌다이 작품에 '철수'라는 단어가 몇 번이나 쓰였을까? 철수가 주인공이기는 하지만 좀 심하다 싶을 정도로 '철수는~', '철수가~'로 시작되는 문장이 많다. 거기다가 목적어 등으로 사용된 거까지 따진다면 거의 모든 문장에 '철수'라는 단어가 사용된 건데, 그러다 보니 문장의 아름다움이나 문체의 유려함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물론 '매뉴얼'의 형식을 차용했기 때문이라고 반박할 수 있겠지만, 적어도 이 작품이 '소설'이라는 걸 감안한다면 읽은 사람의 피로감을 생각해서라도 지나친 동어반복은 줄였어야 한다고 본다.
둘째, 딱히 플롯이나 스토리라고 할 만한 것이 없다. 물론 이 역시 매뉴얼의 형식을 차용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문제는 그로 인해 생기는 '산만함'이다. 작가는 이 소설이 매뉴얼처럼 읽히기를 바랐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어떤 플롯은 있었어야 하는 게 아닐까 싶다. 그렇지 않다면 이건 매뉴얼이지 소설이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을까? 매뉴얼의 형식을 차용하려고 한 작가의 의도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말이다. 더욱이 중간중간 녹색 박스 안에 들어간 '사용후기' '알아두기' 등은 글을 더욱 산만하게 만들고 말았다.
모르겠다. 독자마다 편차가 있겠지만, 원래 어떤 제품을 사도 매뉴얼은 잘 읽는 나 같은 사람은 이런 형식의 글이 참 따분하고 재미없게 느껴졌다. 작가의 의도는 충분히 알겠다. 그리고 심사위원들의 심사평을 읽어봐도 이런 형식을 높이 평가한 것 같기는 하다. 그러나 알레고리는 알레고리로 읽힐 때 그 가치가 있는 게 아닐까? 매뉴얼의 형식은 딱 거기까지가 좋지 않았을까 하는 게 기본적인 내 생각.  


c*****g 2011.10.11. 신고 공감 4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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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철수들을 폄하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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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수 사용 설명서라는 상당히 독특한 제목의 소설이 나왔다. 사람에 대한 사용 설명서라니 이 얼마나 발칙한 상상인가. 게다가 내용도 요즘의 88세대 희망없는 젊은이에 대한 내용이란다. 게다가 오늘의 작가상까지 받은 작품이라니 겉포장은 나에게 매력을 내뿜기 충분한 작품처럼 보였다. 그래서 집어들은 이 책 철수사용설명서. 그러나 중간쯤부터 나의 이러한 기대치는 바닥을 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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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수 사용 설명서라는 상당히 독특한 제목의 소설이 나왔다. 사람에 대한 사용 설명서라니 이 얼마나 발칙한 상상인가. 게다가 내용도 요즘의 88세대 희망없는 젊은이에 대한 내용이란다. 게다가 오늘의 작가상까지 받은 작품이라니 겉포장은 나에게 매력을 내뿜기 충분한 작품처럼 보였다. 그래서 집어들은 이 책 철수사용설명서. 그러나 중간쯤부터 나의 이러한 기대치는 바닥을 치다 못해 작가에 대한 그리고 이 책에 대한 분노가 차올랐다.

제품명 철수에 대한 스펙은 아래와 같다. 29세의 남자. 군대는 공익으로 제대. 173cm에 65kg 지방 국립대를 졸업한 서울출신에 그렇고 그런 평균적인 한국 남자. 다만 철수는 백수다. 아니 취업준비생이다. 이런 철수를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 그것이 바로 사용설명서다. 취업모드에 들어선 철수는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한다. 480점밖에 되지 않는 철수의 토익점수. 그렇고 그런 학점에 딱히 내세울것 없는 경력. 면접을 잘 하는 것도 아니고 말빨이 좋은 것도 아니다. 외모가 뛰어나지도 못하고 오히려 흥분하거나 얼굴이 온 몸이 시뻘게지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연애에서도 마찬가지다. 철수는 자기가 나서서 연애를 한 적이 없다. 그런데도 끊이지 않고 여자가 생긴다는게 신기할 정도인데 연애를 지속하는 과정에서 역시 철수는 능동적이기보다 수동적이다. 이 여자가 좋아하는 건 뭘까. 이 여자는 이 타이밍에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과연 사귀고 얼마나 되야 손을 잡고 키스를 해야 하는걸까. 철수는 모른다. 그래서 항상 차이고 그런데 또 이상하리만치 새로운 여자친구가 생긴다. 가족관계를 살펴볼까? 가족들 역시 마찬가지다. 여느 부모님과 다르지 않게 어린 철수에게 기대가 컸던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딱히 이상하지 않은 누나. 그러나 자라면서 철수는 그 기대를 충족시켜 드리지 못했고 점점 철수를 잉여인간 취급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한없이 철수의 관점에서 쓰여진 것처럼 보이는 이 책은 철수의 문제점을 짚고 넘어가지 않는다. 다만 철수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줄 뿐인데 그리고 단점들이 실수들이 하나씩 늘어갈 뿐인데 사람들이 철수 사용설명서를 읽지 않고 철수에게 어떠한 모습을 강요하는 철수가 잘하는 것을 이해하려 하지 않고 철수의 단점을 이해하려 하지 않는 현실을 되돌려 비판한다.

"아무도 충전이 완료될 때까지 기다려 주지 않았다. 충전이 완료되면 사용자는 이미 떠난 후였다. 그새 새롤운 휴대폰을 장만해서 성능을 점검해 보고 있었다. 가끔은 이 기회에 아예 휴대폰을 없애 버리는 그녀도 있었다. 떠난 그녀들은 세상의 모든 휴대폰이 다 일회용인 줄 알았던게 아닐까. 충전하면 더 오래 쓸 수 있음을 알게 된다면, 그러니까 비어 버린 사랑을 다시 채울 수 있음을 알게 된다면, 그녀들이 조금쯤은 더 행복해질 수도 있지 않을까. 물론 배터리는 소모품이라서 충전을 하면 할수록 그 양도 줄어들 것이다. 사용자도 눈치채지 못하게 천천히, 아주 조금씩, 그래도 잘만하면 죽을 때까지 충전하면서 잘 쓸 수도 있을텐데. 어쩌면 그녀들은 사랑을 충전해서 쓸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짐짓 모른 척한 것일 수도 있다. 그냥 쉽게 다른 제품을 선택하고 싶었던 것 아닐까. 기존 제품의 성능 저하를 이유로 들면 그만일 테니까."
                                      ---전석순, 철수사용설명서, p.103-p.104----

"누나는 한마디 툭 던지곤 계속 밥을 먹었다. 아버지와 엄마도 더는 철수를 나무라지 않았다. 철수가 정상이 되었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이제 철수는 온전한 불량이었다. 아닐 거라고 아등바등하고 혹시 고장일까 싶어 불안해하던 때보다 오히려 나은 듯도 했다. 철수는 확실히 고장 났다. 사용 설명서를 읽지 않고 무작정 철수를 사용했던 모두에게는."
                                      ---전석순, 철수사용설명서, p.203---

이 책은 88세대, 루저문학의 대표격이라고 한다. 발칙한 상상, 사람에 대한 사용설명서에 취급주의서가 붙어있는 이 책의 소재와 주제는 내 눈에도 참신하고 아름다웠다. 그러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흐름은 멸렬하기 그지없다. 지방의 국립대를 나온 철수의 토익성적은 480점 밖에 되지 않는다. 철수가 과연 정말로 영어에 아주 소질이 없어서였을까? 아니면 단지 철수가 노력하지 않아서 였을까? 세상이 나를 이해해주지 않는다. 세상이 나를 제대로 사용해 주지 않는다고 자조적으로 말하는 철수. 그런데 과연 철수는 세상에 자기를 이해시키려는 노력을 했던 것일까? 여자가 오고 가는 것조차 자신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휘둘리고 얼굴이 빨개지는 것에 모든 변명을 부여하고 자신에게 돌아오는 비판에 제대로 된 반박조차 하지 않는 철수는 과연 우리 세대의 자화상이라고 할 수 있을까?

바로 지지난주까지 (일시적이나마) 취업준비생이었던 나의 경험을 겹쳐본다면 절대로 우리 시대의 철수는 이렇지 않다. 희망이 아예 없는 상태에 놓여있다면 모를까 적어도 우리 세대의 철수들은 끊임없이 노력한다. 비록 그 노력이 빛을 발하지 못하더라도 말이다. 적어도 우리는 토익 점수를 위해서 노력하고, 없는 말주변을 살리기 위해서 노력하고 남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려고 노력하고 무엇인가 해보려고 노력은 한다. 그 노력이 보상을 받느냐 그렇지 못하느냐는 그 다음의 문제일 뿐이다. 청년실업이 최대치를 기록하고 88만원에 목매여 사는 사람들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은 없다고? 그래도 적어도 우리에겐 현재에 대한 희망과 의욕과 노력은 있다. 세상의 철수들을 폄하하지 말라.

m******a 2011.08.10. 신고 공감 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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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수의 전자제품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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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수 사용 설명서는 2011년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입니다. 오늘의 작가상은 민음사에서 주최하는 문학상으로 많은 문학상들 중에서도 손꼽히는 권위있는 상으로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민음사가 우리나라의 문학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비중있는 출판사라는 점도 큰 이유일 것입니다. 오늘의 작가상이 나오기 시작한 아주 오래전부터 주옥같은 수상작들을 보면 제 기억에 심취하고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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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수 사용 설명서는 2011년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입니다.

오늘의 작가상은 민음사에서 주최하는 문학상으로 많은 문학상들 중에서도 손꼽히는 권위있는 상으로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민음사가 우리나라의 문학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비중있는 출판사라는 점도 큰 이유일 것입니다.

오늘의 작가상이 나오기 시작한 아주 오래전부터 주옥같은 수상작들을 보면 제 기억에 심취하고 소설속으로 빠져든 작품들이 많았습니다.

이문열, 박영한, 한수산, 조성기 등 저의 사춘기 시절에 시작되었던 문학에의 심취에 큰 비중을 차지한 기라성같은 작가들이 있었고 그뒤부터 최근까지 다소 생소한 신예작가들의 작품들도 오늘의 문학상으로 선정되면서 대부분 작품성을 인정받았던 것 같습니다.

 

철수 사용 설명서의 후기를 쓰면서 이렇게 서론이 긴 이유는 예전에 오늘의 작가상 작품을 읽으면서 기대하고 만족하였던 느낌을 전혀 느끼지 못하였기 때문입니다.

낙오된 청춘으로 등장한 철수를 기계에 비유하여 취업모드, 학습모드, 연애모드, 가족모드, 그리고 관리하기 위한 전원공급과 청소모드로 그의 덜떨어진 재능을 오류와 사용후기로 설명하였습니다.

그리고 모든 제품들의 박스에 들어있는 주의사항과 애프터서비스를 요청하기전에, 제품보증서로 SF소설이나 로봇처럼 철수라는 인간에 대해 철저하게 전자제품화 시킨 작가의 능력이 심사위원들로 부터는 호평을 받아 수상작으로 선정이 되었지만 저는 책을 읽는 내내 불쾌하고 마음에 거슬리는 거북함이 계속 되었습니다.

저보다 문학적으로 비교가 되지않을 만큼 권위있는 전문가들이 선정한 수상작이 잘못되었다고 하기보다

저 개인의 취향에 맞지않는다는 것이지요.

전자제품처럼 사용자인 부모의 생각대로 조립하고 쓰고 고치는 행위들이 실제 요즘의 부모들이 자식들에 대한 태도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거기에 적응하지 못하고 실패자로 성장하는 많은 아이들의 모습이 책에 나온 철수일 수 있습니다.

작가는 혹시 자신의 아이가 있다면, 아니면 실지 철수같은 사람을 보고 책에 나온 것처럼 조립하였을 수도 있습니다.

철수부모와는 좀 다른 부모가 되어야 하고 철수같은 사람을 우리사회가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된다는 의미로 오늘의 작가상에 선정된 것으로 생각합니다.

다만 영희 사용 설명서는 안나왔으면 좋겠다는 것이 제 개인적 희망입니다.



h****r 2012.03.30. 신고 공감 3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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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수 사용설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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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제목부터가 관심과 주의를 끈다.흔히 가구나 전자제품을 구입하게 되면 사양,사용법,주의 사항들이 일목요연하게 나타나 있는 제품 사용설명서가 철수라는 사람으로 의인화되고 작가의 재치있는 문체와 스토리텔링에 의해 독자로 하여금 푹 빠져들게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철수라는 주인공과 대비하여 영희라는 주인공도 등장하기를 바래본다.지구위에 남자가 있으면 여자가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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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제목부터가 관심과 주의를 끈다.흔히 가구나 전자제품을 구입하게 되면 사양,사용법,주의 사항들이 일목요연하게 나타나 있는 제품 사용설명서가 철수라는 사람으로 의인화되고 작가의 재치있는 문체와 스토리텔링에 의해 독자로 하여금 푹 빠져들게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철수라는 주인공과 대비하여 영희라는 주인공도 등장하기를 바래본다.지구위에 남자가 있으면 여자가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하기가 어려운 요즘 세태를 꼬집어 철수라는 백수를 등장시키고 그의 사회인으로 진입하기 직전의 미숙하고 경험이 부족한 면과 향후 철수를 어떠한 방향으로 이끌어 갈지를 여러 가지 갈래 즉 모드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으며 철수를 모르는 상태에서 무리하게 대하고 이용했을 때 발생하는 부작용과 문제점을 A/S센터에 문의하라든지 또는 주의 사항을 실어 놓음으로써 온전한 철수의 모습과 당당한 미래의 철수를 이끌어 가는데 흥미롭게 얘기를 풀어 가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이 글을 쓴 작가는 아이디어와 유머 감각,재치,스토리의 전개면에서 독특하고도 구체적이며 흡인력 높은 상상력을 제공해 준다.철수가 하나의 제품으로 둔갑하면서 제품 사양서와 제품의 사용,사용 후기 등을 펼치고 있으며 문제점은 A/S센터 및 상품에 대한 Q & A 및 일러두기등까지 세세하고도 친절하며 군더더기 없는 글의 전개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취업을 앞두고 수많은 청년실업자들은 진로와 연애,결혼,경제 살림등으로 힘든 시기를 한 번쯤 거쳐야 할지도 모른다.쉽게 취직하고 쉽게 돈 벌며 좋은 사람 만나 좋은 집에서 영원한 행복을 꾸려 가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고 생각한다.물론 불가능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세상이 그만큼 호락호락할 정도로 만만하지 않다는 것이다.철수가 백수에다 두드러지게 잘난 인물은 아닌거 같지만 그만의 의지와 열정,땀과 노력 위에 주위의 따뜻한 배려와 격려가 가일층 된다면 아무리 불경기라도 번듯한 직장과 당당한 사회인이 되고 눈에 맞는 사람 만나 멋진 청춘의 한 시절을 엮어 나가며 한 가정의 가장이 되리라 믿는다.그리 된다면 철수는 명실공시 반제품이 아닌 완제품으로 거듭나게 되고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으며 성장해 나가지 않을까 생각한다.의인법을 사용하여 사람을 제품의 사양으로 환치하여 만든 이 글을 읽으면서 아직도 부족한 인생을 살아가는 내 자신에게도 배워야 할 점이 무엇인지를 곰곰히 생각케 하는 시간이 된거 같다.



j******6 2011.09.07.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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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수 사용 설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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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떤 물건을 구입해도 사용 설명서를 꼼꼼히 읽는 편이 아니다. 실은 대충도 잘 안 읽는다. 그냥 대고말고 막 만져본다. 그러면 대개는 잘 작동이 된다. 그러다보니 더더욱 설명서를 잘 안 읽게 된다. 뭐.. 그래도.. 대충 잘 쓰는 편이니까~라고 생각하고 살았는데.. <철수 사용 설명서>를 읽고 보니, 가끔 원인 모를 고장으로 폐기처분된 것들에게 문득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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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떤 물건을 구입해도 사용 설명서를 꼼꼼히 읽는 편이 아니다. 실은 대충도 잘 안 읽는다. 그냥 대고말고 막 만져본다. 그러면 대개는 잘 작동이 된다. 그러다보니 더더욱 설명서를 잘 안 읽게 된다. 뭐.. 그래도.. 대충 잘 쓰는 편이니까~라고 생각하고 살았는데.. <철수 사용 설명서>를 읽고 보니, 가끔 원인 모를 고장으로 폐기처분된 것들에게 문득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어떻게든 되겠지..하는 내 안일했던 마음이 그들의 고장과 폐기처분을 앞당겼던 것은 아닐까? 뭐.. 그렇다고 해도 이미 사라져버린 그들을 다시 되돌릴 방도가 있는 것은 아니기에 꽤나 난감하고 미안함 가득이다. 앞으론 어떤 무언가를 만나도 설명서부터 꼭 읽어보고 써야겠다.

 

근데, 져니 사용 설명서는.. 어디에 있는 거지? 으흠..ㅡㅡ;;

 

 

 

p.40

철수는 지금도 헛갈렸다. 조금만 더 노력하면 되는데, 노력을 하지 않아서 이렇게 고장인 채로, 쓸모없는 제품인 채로 나아 있게 된 것일까. 아니면 철수가 정말 다른 제품이었는데 사람들이 잘못 사용한 것일까. 사용 설명서에는 노력해서 되는 것과 노력해도 안 되는 걸 구분해 놓을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철수 자신도 그것을 명확하게 구분하기가 너무 어려웠다.

 

p.50

며느리 모드나 아내 모드에서는 종종 실수가 있어도 잔소리 모드에서는 몇 년이 지나도 끄떡없는 엄마였다. 아마도 그것이 엄마의 주요 기능인 게 틀림없었다. 누가 잔소리를 목적으로 엄마를 구입했다면, 심지어 애프터서비스 한번 맡기지 않고 평생을 사용할 것이다.

 

p.107

사용법을 익힌 후 제대로 사용해야 최상의 기능을 누릴 수 있습니다. 특히 가족 모드에서는 여러 가지 역할이 한꺼번에 만족되기가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좋은 남편과 효자 기능이 동시에 이루어지기 힘들다는 점을 감안하여, 한 번에 한 가지씩만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효자니까 당연히 좋은 가장이겠지, 돈을 잘 버니까 아이에게도 자상하겠지, 하고 생각하는 것은 금물입니다. 모두 개별 기능입니다. 하나의 기능만 보고 다른 기능도 좋을 거라고 지레짐작한 후, 만족스럽지 않으면 고장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으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p.135

게다가 최고 등급도 썩 유쾌하지만은 않을지도 몰랐다. 신제품은 앞으로도 얼마든지 쏟아질 테니까. 올라갈 곳이 없다는 건 떨어질 일만 남았다는 것이다. 그 안에서 안심할 수 있는 사람은 도대체 어디 있다는 걸까.

 

p.186

잘하는 걸 하나 만든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철수도 어렴풋이 깨닫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취미와 특기는 엄연히 달랐다. 뭘 잘하고 싶다고 말하는 건 쉬웠지만, 그걸 갖추는 일은 어려웠다. 몇 개의 특기를 더 갖춰야 어른이 될 수 있을까 생각해 보니 아득하기만 했다. 철수가 아이였을 때는 어른들이 다 올바른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나이 들고 보니, 어쩌면 아이들만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완제품인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곤 했다.

 

p.196

사용 설명서에는 일체 개조하지 말라는 내용을 넣는게 좋을 듯했다. 그동안 너무 많이 개조되어, 철수도 자신이 원래 어떤 모습이었는지 알 수 없었다. 그걸 알아야만 사용 설명서를 완성할 수 있을 것이다. 누군가가 원하는 모습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필요한 모습이 아니라, 심지어 철수가 되고 싶은 모습도 아니라, 진짜 철수가 어떤 제품인지, 바로 그것을 알아야만 했다.

 

 

YES마니아 : 로얄 j*******7 2012.04.28. 신고 공감 2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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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의식때문에 정해져버린 남성의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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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사람 자체를 보던 시대는 끝났다.심성이 좋은 사람, 성실한 사람이면 되던 시대였다가 규격과 틀에 박힌 가전제품처럼 사람도 기준을 만들어 그 기준에 못 미치면 불량품이거나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기계로 전락하고 마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외모면 외모, 지성이면 지성. 학력이나 이성, 대인관계 모두 "능력"에 해당되는 이 모든 기능들이 갖추어져 있을때 비로소 출시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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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사람 자체를 보던 시대는 끝났다.
심성이 좋은 사람, 성실한 사람이면 되던 시대였다가 규격과 틀에 박힌 가전제품처럼 사람도 기준을 만들어 그 기준에 못 미치면 불량품이거나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기계로 전락하고 마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외모면 외모, 지성이면 지성. 학력이나 이성, 대인관계 모두 "능력"에 해당되는 이 모든 기능들이 갖추어져 있을때 비로소 출시 가능한 완제품이 되는 것이다. 사람이 만들어내는 가전제품 중 가장 많이 사용하는 TV, 냉장고, 세탁기들도 최신형으로 꽤 괜찮은 제품을 선호한다. 마치 평생동안 쓸 것처럼 말이다.
최신형이든 구형이든 이 가전을 만든 이는 사람이기에 완벽한 사람이 없듯이 작은 실수가 하나의 불량 가전을 만들 수 있다. 신제품이 쏟아져 나올 때마다 기능은 많은데 정작 사용하는 기능들은 정해져 있다. 오히려 많은 기능들 때문에 사용하면서 고장이 잦아질 수가 있다. 어찌보면 복잡한 것보다 단순한 게 생명력이 강하지 않을까?
이 글의 철수는 세상에 태어나 스스로 만족하는 삶을 포기한 지 오래다. 가족과 친구, 주변인들로 인해 자기 자신은 세상과 어울리지 않는 모델로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다. 자포자기한 듯 보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주위 시선이 신경쓰여 기능 업그레이드하게 만든다. 그게 최선인지 제대로 하는 것인지도 판단을 하지 못한채 말이다.
사회에서 말하는 규격과 기능, 그에 따르는 주의사항과 사용방법이 제대로 되어있는 상태라면 철수는 그렇게 낙오가 되지 않으려고 고군분투하지 않았을 것이다. 철수 뿐만 아니라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모든 젊은이들도 마찬가지다. 읽는 내내 철수의 그런 모습이 안타까웠다. 뭐가 제대로인지 어리둥절하여 판단 실수할 때마다 그게 경험이고 노하우가 된다는 걸 왜 모를까?
작가는 오늘의 젊은이들이 평균과 표준을 넘어선 그 이상의 완벽한 완제품이 되기 위해 앞만 보고 달리는 것에 일침을 가하고자 이 글을 썼는지 모른다. 더 나아가서 이 사회에 제발 그러지 말아 달라고 부탁하려 한게 아닌지 생각해 봤다.
찌질이 인생이 있는 반면, 사회의 중요한 위치에서 능력자로 군림하고 있는 자도 있을 것이다. 완제품이나 완성품이 되려면 죽음의 문턱에 왔을 나이가 되어야 하는게 아닐까 생각하니, 시퍼렇게 젊은이들에게 너무도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의구심 마저 든다. 이 글의 마지막 부분에 철수를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한사람이라는 말에 그 한사람을 위해 "노력"이라는 단어는 꼭 필요할 것 같다. 오랫만에 "사람"을 다시 생각케 하는 책을 만나 즐거웠다.

YES마니아 : 로얄 l****6 2011.08.01. 신고 공감 2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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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수 사용 설명서, 낙오된 청춘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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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의 모든 철수는 불량품이다. 어느 한 구석이 뒤틀려있거나 부족하거나 과한 모습을 띄고 있다. 철수는 서글픈 사용 설명서를 가지고 있다. 취업 불가 연애 불가 업그레이드 불가 교환 불가 그리고 환불 불가. 어딘가 부족한 철수는 하지만 하나의 상품으로서 팔려 나간다. 취업 시장에선 어느 회사에게, 연애 시장에선 어느 이성에게, 가족 시장에선 어쩔 수 없는 덤으로 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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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시대의 모든 철수는 불량품이다. 어느 한 구석이 뒤틀려있거나 부족하거나 과한 모습을 띄고 있다. 철수는 서글픈 사용 설명서를 가지고 있다. 취업 불가 연애 불가 업그레이드 불가 교환 불가 그리고 환불 불가. 어딘가 부족한 철수는 하지만 하나의 상품으로서 팔려 나간다. 취업 시장에선 어느 회사에게, 연애 시장에선 어느 이성에게, 가족 시장에선 어쩔 수 없는 덤으로 말이다. 철수는 자신의 부족함을 알지만 결코 그에 절망하지 않는다. 그가 불량할지라도 결코 그 자신이 불량품은 아니니까. 모든 부족과 과잉은 사용 설명서에 쓰여있을 따름이다. 철수를 사용하는 그대는 부디 사용 설명서를 자세히 읽기를.

 철수를 사용하는 사용자들은 항상 이런 저런 불만을 품어낸다. 왜 설명서의 외관과 달라요? 일은 왜 제대로 못해요? 손은 왜 이렇게 빨리 잡고 입술은 왜 이렇게 늦게 훔치나요? 할 줄 아는게 있긴 있나요? 왜 손만 닿으면 몸이 따끈한 군밤마냥 뜨거워져요? 생긴건 멀쩡한데 왜이리 부족해요? 철수는 낙오된 청춘으로서, 에너지 소비효율 최저의 제품으로서 팔려나가되 반품되는 애물단지일 뿐이다. 철수는 항상 최선이었다. 여자를 사귀어도 최선을 다했고, 회사의 면접도 최선을 다해 임했다. 그저 자신의 사용 설명서에 쓰여있는대로, 자신의 모습 그대로 최선을 다했을 뿐이다.

 2011년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전석순의 철수 사용 설명서는 이렇듯 낙오된 청춘의 대표 주자 철수의 고군분투기를 그려낸다. 어떤 기승전결의 형태가 아닌 준비하기, 사용하기, 관리하기, 주의하기의 순서는 생뚱맞지만 흥미롭게 다가온다. 작가는 준비하기에선 철수의 제품 규격 및 사양을, 사용하기에선 취업모드와 연애모드 그리고 가족모드의 철수를 묘사하는 둥 가벼운 이야기들로 낙오된 청춘을 그려낸다. 토익 490의 지방제 4년대 졸업자이자 백수인 철수. 29세 173cm 65kg의 철수는 여기서도 저기서도 불량품일 뿐이다. 두툼한 문제 투성이의 사용 설명서와 함께 포장된 불량품 말이다.

 이러한 철수는 결국 우리 세대 이십대의 자화상일 뿐이다. 어딘가 부족하고 뒤틀린 혹은 과잉된 존재들, 완성되기 위해 아무 것도 쓰여지지 않은 백지를 걷는 불완전한 존재들 말이다. 나는 문득 자존감이 가득한 나의 설명서를 읽고 싶어졌다. 나는 여자친구에게, 가족에게, 혹은 나를 구매하는 시장에게 어떤 제품으로서 어떤 설명서와 함께 보여지고 있을까. 대한민국의 모든 철수처럼 어설프게 보이지는 않았을까. 나는 책을 덮으며 결점 투성이의 철수 또한 덮어버린다. 나의 사용 설명서는 나 자신이 써내려가는 것이기에. 철수는 조금 더 자 두려고 눈을 감다가 문득 깨다든다. 철수 사용 설명서를 쓸 수 있는 사람도, 그걸 가장 먼저 읽어햐 하는 사람도 결국은 한 사람이라는 것을. p.221



m******u 2011.07.24.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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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수 사용 설명서] 사용 설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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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수 사용 설명서>의 사용 설명서   1. <철수 사용 설명서>를 사용(독서)하기 전에 반드시 사용 설명서(서평)를 읽고 상황에 맞게 정확히 사용해 주십시오. 2. <철수 사용 설명서>는 국내용입니다. 사용 환경이 다른 국외에서는 사용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3. 읽고 난 뒤에는 <철수 사용 설명서>를 사용하는 사람의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습니다. 4. '오늘의 작가상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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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수 사용 설명서>의 사용 설명서

 

1. <철수 사용 설명서>를 사용(독서)하기 전에 반드시 사용 설명서(서평)를 읽고 상황에 맞게 정확히 사용해 주십시오.

2. <철수 사용 설명서>는 국내용입니다. 사용 환경이 다른 국외에서는 사용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3. 읽고 난 뒤에는 <철수 사용 설명서>를 사용하는 사람의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습니다.

4.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이라는 타이틀은 홍보용일 뿐 작품의 품질을 책임지지 않습니다.

5. 사용 설명서를 읽지 않아서 생기는 뒤늦은 후회는 책임지지 않습니다.

 

* 사용하기 전에

 

<철수 사용 설명서>를 사용하기 전에 일단 본인에게 적합한 모델인지, 선택한 모델이 맞는지 확인해 주십시오. <철수 사용 설명서>의 올바른 사용 및 장기간 원만한 관계 유지를 위해 본 사용 설명서를 꼭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작품의 재미와 의미는 읽는 사람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독서 중 별다른 의미도 없는 말들이 나열되어 있다거나 재미가 없다고 느낄 때는 사용 설명서를 참고하면 유용합니다.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할 경우 다른 사용 설명서(서평)도 참고해 주십시오.

 

제품 보증서(오늘의 작가상 수상작)가 함께 들어 있으므로 잘 보관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렇지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이라는 제품 보증서는 우리 시대 작가들의 수준이 어떤지 말해 줄 뿐, 작품의 질을 보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제품명 : 철수 사용 설명서

크기 : 143mm*213mm

분량 : 227쪽

발행일 : 2011년 7월 1일

가격 : 11,000원

회사 : 민음사

 

* 재미 모드

 

<철수 사용 설명서>의 재미 모드를 사용하려면, 전원 버튼을 누른 후 원하는 재미를 입력하십시오. 드라마의 재미, 스릴러의 재미, 멜로의 재미, 판타지의 재미, 교양의 재미 등이 있습니다.

 

* 재미 모드의 사용 후기

 

"<철수 사용 설명서>를 처음 보았을 때, 꽤나 흥미로웠습니다. 재미 모드에 여러 기능이 있더라고요. 그렇지만 이내 실망하고 말았습니다. 눌러지는 버튼은 '말장난의 재미'밖에 없었거든요. 이를테면, 이런 식이죠. "엄마는 한국부모협회에서 지정한 자식의 기능이 시원찮을 때 할 수 있는 말 중 23번째 "내 속으로 나온 자식인데 누굴 탓해."를 두 번이나 연속해서 말했다."(141쪽) 문제는 처음부터 끝까지 비슷한 말장난 만으로 시종일관한다는 겁니다. 세상에, 비슷한 말장난만으로 어떻게 책 한 권을 읽을 수 있나요? 상품을 구입한 것에 후회가 되었죠. 그렇지만 누굴 탓하겠어요. 사용 설명서를 제대로 읽지 않은 제 잘못이죠."

 

* 의미 모드

 

<철수 사용 설명서>의 의미 모드를 사용하려면, 전원 버튼을 누른 후 원하는 의미를 선택하십시오. 취업 모드, 학습 모드, 연애 모드, 가족 모드가 있습니다. 의미 모드를 사용하려면, 끈기가 필요하다는 점을 미리 말씀 드립니다.

 

* 의미 모드의 사용 후기

 

"의미 모드를 처음 보았을 때, 그럴 듯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왜 그런 것들을 미리 생각하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마저 했지요. 오늘날 20대는 자신이 쓸만한 상품인지 아닌지 끊임없이 점검하고 그것을 남들에게 인정받아야만 하는 세대가 되었기에 정말 적절한 비유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정말 적절한 풍자라고 생각했지요. 그렇지만 거기까지였습니다. 모두 읽고 난 지금은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취업 모드, 학습 모드, 연애 모드, 가족 모드 모두 '자학 모드'로 일관합니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죠. "철수는 어떻게 해도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결국 불량품을 벗어나기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다."(200쪽) 이토록 단조롭다면,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이라는 품질 보증서는 대체 왜 있는 건지 알 수가 없더군요. 상품이 아니지만, 철저히 상품으로 인정받아야만 하는 오늘날의 20대. 그들은 스스로 상품이 아니라고 외치지 않기에 스스로 불행을 더 키우고 있죠. 말장난과 자학으로 얻을 것이 과연 무엇일까요?"

 

w********l 2011.08.05. 신고 공감 2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