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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터 신의 제국을 무너트린 종교개혁의 정치학 저: 폴커 라인하르트 역: 이미선 출판사: 제3의공간 출판일: 2017년 10월27일
출장 중 긴 비행시간의 지루함을 견디기 위해서는 책보다 좋은 것은 없다. 공항서점을 기웃거리며 1 ~ 2권의 책을 사는 것. 그 시간이 아니면 살 수 없는 책들이 있다. 평소 같으면 읽을 생각을 그다지 하지 않았을 주제에 대해서 호기심을 가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까? 교과서에서나 읽었던 루터의 종교개혁에 관한 책을 무심코 집어 들었다. 어쩌면 마음 속으로 이단자에게 어떤 매력을 느꼈을 지도 모르겠다.
종교개혁에 대한 이해를 위해서는 그 시작점인 독일뿐만 아니라 로마의 원전도 함께 살펴보아야 될 것이다. 그를 통해서 우리는 현대적 관점으로 로마와 독일을 바라보는 것으로는 이 양상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래서 저자는 ‘불안과 구원의 기대, 순종과 적개심, 정치적 사회적 규범에 대한 표상, 사고양식과 믿음의 방식들이 로마와 루터 양 편에서 각각 객관적으로 올바른 편에 서 있다는 주관적 신념으로 이어졌는지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썼다.
르네상스 시대의 로마는 우리가 생각한 것과는 달리 신의 권위를 배경으로 한 세속적 권력이었다고 할 수 있다. 로마 교황청에서 일어나는 권력적 투쟁의 양상은 우리가 오늘날 이해하는 프란체스코 교황의 이미지와는 전혀 달랐다. 가문정치와 정치적 암투, 성직매매와 같은 일들이 빈번하게 일어났다. 한편으로는 이탈리아의 문화적 우위, 신플라톤주의적이며 인문주의적인 가치관과 역사관이 로마를 지배했다. 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있었지만, 로마는 인간의 행동기준을 목표로 했지 교회의 가르침을 목표로 하지 않았다.
이러한 가운데 루터가 가진 의심의 핵심은 교황이 가진 권세의 본질이 무엇인가였다. 루터의 95개조 반박문뿐만 이 아니라 독일과 이탈리아와 감정의 골은 이미 깊었다. 독일은 교황 중심의 유럽정세에서 뒤쳐진 존재로 불만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루터는 오늘날 보기에도 탁월할 정도로 대중과 대중매체를 이용했다. 책자와 팸플릿 같은 매체를 통해 불러일으킨 대중의 반향과 정치적 반응 때문에 교황청이 루터 사건을 더욱 긴박하게 바라보게 되었던 것이다.
루터는 ‘교황은 최고의 명예를 갖고 전 교회를 이끌어가는 기관일 뿐이었다. 그러나 성경 해석과 믿음의 교리에서 최종 결정권자는 아니며 연옥에서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도 아니다’라고 발언했다. 이에 대해서 교황청은 칙서와 소칙서로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키고자 했다. 로마는 루터가 성경 해석에서 자신의 권위를 터무니없이 과대평가했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루터는 기존의 가치들을 신학적으로 재평가함으로써 초기 기독교의 순수한 교리에 닿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독일에서 교황제도가 신용을 잃은 것에는 교황들의 통치방식 및 생활양식에 관련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황대사들은 이 점을 고려하지 않았다. 교황제도는 독일 민족의 불만을 유발했으며, 독일 – 이탈리아간 문화적 간격은 골이 깊었다. 로마의 인문주의자들은 북서유럽을 야만인으로 경멸했다. 종교개혁의 시작과 함께 서열을 갖춘 옛 카톨릭 성직자의 자리에 공직자 조직이 들어섰고, 이들은 제후로부터 임명되며 급여를 받고 감시를 받았다.
이 책의 부제를 다시 읽으니 저자가 쓰고 싶었던 이야기가 함축되어 있다고 느꼈다. 오늘날 우리가 생각한 것과 달리 로마 교황청을 중심으로 한 성직자 위계구조는 정치권력과 신의 권력으로 이원화되었다. 이러한 권력구조에서 북서유럽은 교황제도로부터 불합리하고 불평등한 거래를 지속할 수 밖에 없었다고 파악된다. 르네상스 시대 독일인이 민족적 정체성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었는지 모르겠으나, 독일과 이탈리아간 문화적 간극은 컸다.
이러한 불완전한 권력관계가 온전할 리가 없다. 루터로부터 시작된 종교개혁은 이러한 정치적이고 민족적인 투쟁의 과정에서 도출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교황청은 앞으로 일어날 거대한 혼란에 대해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그들은 자신들만의 권력투쟁에 더 관심이 많았을 뿐이며, 어떤 면에서는 루터에 대해서 무관심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로마제국 이후 불완전하게 봉합된 권력구조는 언젠가는 깨지고 말 것이었다고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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