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 말부터 부서를 옮기고, 새 업무를 익히느라 정신 없이 보냈다. 회사에서도 제 정신으로 있기 어려웠고, 집에서도 정신이 멍한 사람처럼 시간을 보낼 정도로 격무에 시달렸다. 이른 아침 출근하면 여유롭게 쓰던 자유시간도 업무 준비를 위해 써야 했다. 독서하고, 글쓰며 사색하는 시간은 나를 버티게 하는 중요한 힘이었지만 그마저도 못하며 지냈다. 번아웃된다는 게 이런 거구나하고 하고 느끼던 시절, 유일하게 나를 구원한 시간이 있었으니, 바로 주말 아침 시간이었다. 유독 추웠던 날씨 탓에 한동안 하지 못했던 아침 조깅을 계절이 바뀌면서 할 수 있게 됐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잠에 빠져 있을 시간에 나는 산책로를 걷고 뛰었다. 잠자리에서 일어나 홀로 옷을 주섬주섬 갈아입고, 누구의 시선도 신경쓸 필요 없이 뛰어들 수 있었던 나만의 세상. 오직 그 시간, 그 공간이 주는 편안함과 아늑함 때문인지 주말이면 저절로 이른 아침에 눈이 떠졌고, 아무 고민 없이 집을 나섰다. 자연이 만든 소리만 들을 수 있는 그 시간이 주는 편안함을 말로 표현해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우리는 홀로 있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늘 뭔가에 부대끼며 산다. 눈만 뜨면 세상이 하는 이야기에 노출된다. 누군가의 사는 이야기, 누군가가 하는 이야기. 그리고 직장인은 주어진 일만 해내기가 바쁘다. 나를 위한 시간, 나를 생각하는 시간, 내 인생에 대해 생각할 시간이 아예 없다. 우리 환경이 그렇게 만들고 있다.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삶이 저절로 그렇게 바뀐다. 내게 중요한 것은 내가 어떻게 사는지, 내 인생이 어때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것이지만 우리 시선은 언제나 바깥을 향해 있다. 주말 아침. 그날은 아무리 피곤해도 저절로 눈이 떠진다. 그리고 밖으로 나간다. 인적이 드문 공원에 들어서면 평소 여유있게 보지 못했던 풍경들이 눈에 펼쳐진다. 여유가 없어 보지 못했던 것들이 새삼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그 시간은 내게 떠오르는 생각에만 집중하기 때문이다. 혼자라서, 아무 것도 방해하지 않아서 가능한 시간, 그런 공간에 들어서면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것이다. 다른 것이 보이고, 다른 생각을 하며 그것이 주는 편안함에만 빠져 있을 수 있다. 혼자, 주말아침 이야기다. 평소에는 해가 지는지도 모르게 하루가 가고, 회사에 갇혀 하늘을 보지 못했다. 해가 어디쯤 떠 있고 구름은 어디로 흘러가는지 알 수 없었다. 계절은 바뀌는데 사무실의 온도는 일 년 동안 큰 변화 없이 비슷했다. 제주를 알기 전에는 나의 일상도 비슷했다._(P.184) 이 책 <제주, 그곳에서 빛난다>를 읽으며, 떠올린 두 단어가 그랬다. 혼자, 제주. 혼자 있는 시간과 공간. 그것이 갖는 가치가 얼마나 일상을 반짝반짝 빛낼 수 있는지 이 책을 읽어보면 저절로 공감하게 된다. 혼자이기 어려워서, SNS에서 자유롭지 못해서, 누군가의 간섭 때문에 힘들다면, 나를 찾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그런 공간으로 이동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그때 떠올리는 생각들은 분주함 속에 있을 때와는 전혀 다른 것들이다. 오직 내가 느끼고 떠올리는 것이 주인공이다. 내게 중요한 것은 내 이야기지 다른 사람, 다른 세상의 이야기가 아니다. 하지만 우리 시선은 늘 바깥을 향하고, 나보다 내가 보는 것들이 나자신보다 더 중요한 것처럼 여기며 산다. 심지어 이런 사실을 알고도 그런 생활을 떨치지 못한다. 그럴 수밖에 없는 환경 속에 내 몸을 맡기고 있기 때문이다. 힘든 일상을 벗어나기가 쉽지 않더라도 한 가지 자기를 위해 해야 할 일을 단 한 가지를 들라고 하면, 나를 돌보는 시간을 반드시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가끔 나만의 공간으로 이동해서라도 말이다. 이 책의 저자처럼. 둘러볼수록 별 거 없는 심심한 이 마을 분위기가 좋다. 마음 편히 쉬기 좋은 아담한 마을에서 이 순간만큼은 복잡한 일들을 잠시 묻어둔다. 조용한 골목을 어슬렁거리며 걷다 보면 우리의 일상이 아무리 급해도 이런 느린 시간을 확보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걷다가 다리 아프면 쉴 곳이 있듯이, 삶에도 마음이 아플 때 쉴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_(P.234) 제주의 떠들썩한 관광지는 없고, 누군가는 심심하다는 제주의 풍경과 제주의 음식들이 등장한다. 실제 풍경과 맛이 심심한지는 가보기 전에는 알 수 없지만, 분명 인공 조미료에 물든 사람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것들은 아닌 것 같다. 강한 자극에만 익숙한 우리 감각, 그리고 생각을 깨우는 이야기로 가득한 책이다. 제주 이야기가 아닌 평소 우리 이야기, 제주 사람이 아닌 우리 주위 사람 이야기가 곁들여질 때마다 묘한 이질감을 갖게 한다. 오히려 그곳이 내가 있어야 할 곳처럼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내게 제주에서 어디가 제일 좋았는지 묻는다. 원하는 대답이 아니겠지만 나는 민박집 창문 앞이 가장 좋았다. 여러 장의 담요를 몸에 두르고 쪼그려 앉아 제주를 한눈에 담을 수 있는 곳은 민박집 창문이었다._(P.257) 그곳에 가면, 장소가 아닌 내가 빛나는 곳으로 가보자. 내가 이 세상에 온 이유는 내가 주연으로 살기 위해서였다. 당연한 걸 잊고 산다. 문득, 이건 아닌데, 라는 생각이 들 때는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 필요한 순간이다. 내가 가야할 곳은 내 일상과 떨어진 공간이 될 수도 있고, 내가 머물던 시간과 떨어진 시간이 될 수도 있다. 어떤 게 됐든 일상을 떠나보면, 내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비로소 알게 된 다. 그때 일상으로 돌아가면, 나는 달라져 있다. |
|
별에 별 책들이 많이 나와서, 사고도 실망할 때가 많았는데, 오랜만에 맘에드는 제주도 에세이였다 처음 읽었을 때는 안 맞는다고 생각했었는데, 딱 적절했다. 글도 사진도 특별히 거슬리는 것이 없이 좋았다. 요즘 책들에 많이 실망했었는데, 돈낭비라는 생각 안 들었다 제주도 좋아하는 싱글 여성이라면 공감되기도 하고 부럽기도 할 것 같다. 요즘에 제주 당일치기에 대해 생각만 많이 해봤는데, 작가님 글을 읽고 용기를 얻어 내년 봄에 꼭 실행해볼 예정이다. 운전을 못한다는게 걸리지만... 자전거타고 하이킹하는 이야기도 나온다.전부터 제주도에서 자전거타보고 싶은 생각이 있어서 눈여겨 보았다. 나도 자전거를 못 타는데 시도해보신 작가님이 대단해 보였다. 책에서는 자전거 잘 타는 친구분이 있어서 가능했을 것 같은데, 나는 없어서... 중간에 열받는 부분이 몇군데 나온다. 사장님이랑 몇몇 친구들이 그 주인공인데, 고속도로에서 차 고장났던 부분에서는 속시원하게 사표내실 줄 알았는데 그 부분이 없어서... 친구들도 읽는 사람들 열받게하는 부분이었다. 작가님이 제주도를 오래 다니면서 집을 알아보는 부분도 나와서 제주도 여행이나 정착에 관심 있으신 분들한테도 좋을 것 같다. 얼마나 비싼지 이런거랑 단점들... 나도 생각해봤었는데, 처음 갔었던 2010년에 샀었으면 좋았을 텐데... 가끔 후회하고 있다. 벌레 때문에라도 힘들 것 같지만... 뱀이랑 지네도 많다고 하더라. 오랜만에 책 사서 후회하지 않고 좋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