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때문에 불안함 때문에 소진되어 가고 있던 제게 무엇을 잃고 있었는지, 소진되지 않으려면 나에게 무엇이 정말 필요한지 깨닫게 해주는 책이었어요. 삶의 '진실'이 무엇인지 어렴풋하게나마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책이 너무 따뜻해서 보는 내내 마음에 위안을 얻었어요. 역시 삶의 본질을 깨닫게 해주는 책은 보는 내내 마음이 편안하네요. 이 책의 존재에 감사합니다. 두고두고 지칠 때마다 꺼내보고 싶은 책입니다. |
#불안과 경쟁이 없는 이곳에서 #열매하나 #강수희 #패트릭라이든
책에도 인연이 있는 것이라는 것을 새삼 느낀다. 이 책을 사 놓은지 거의 1년 다 되어 가는거 같다. 뭔가에 이끌려 샀던 기억도 잊혀졌다. 그렇지만 인연이 될려고 그런건지, 애정하는 카페/서점에서 이 책에 대한 다큐멘터리 상영회를 한다는 소식에 5초정도 고민 후 신청을 했다. 상영회에 참석해서 이야기를 나누려면 책을 읽어야겠기에 드디어 책을 열어보게 되었다.
자연농, 최근 미디어나 책에서 종종 들어봤던 단어이다. 그렇지만 그저 막연히 유기농과 같은 뜻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책을 절반쯤 읽어가는 지금에서는 자연농은 주체적인 삶의 방식이라고 읽힌다.
도시에서 회사를 다니면, 정해진 과업을 수행하고 상하구조의 명령체계를 따르며 다소 수동적인 삶을 산다. 그에 반해, 자연농은 땅을 이해하고 땅이 스스로 생명력을 갖을 수 있도록 필요한 영양분의 작물을 키우고 기다리고 또 씨앗에 대한 고민, 계절의 변화속에서 어떻게 자라는지에 대한 공부, 시기 적절하게 대처해주어야 하는 것들에 대한 이해와 관심 그리고 단순히 키움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것이 사람들과의 순환으로 이어지게끔 고민하고 또 그속에서 경제적으로도 살아남아야 하는일...
도시의 삶보다 더 많이 고민하고 스스로 몸을 일으켜 움직이고 교류하고 활동해야 하는 삶으로 보였다.
물론 자연농이라는 것이 막연한 로망의 실현이 아닌 현실이다 보니, 경제적인 문제에 부딪힐 수 있지만, 스스로 자연농을 선택한 사람들은 경제적 이득을 위한 경쟁과 불안 그리고 반자연적인 것을 스스로가 내려놓았기에 이 문제를 초월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다양한 연결과 고리로 서로에게 도움이 되기도 한다.
예전이면 그냥 책의 단어로만 읽혔을 문장들이 눈과 마음으로 읽히는 걸 보면, 내가 그러한 때가 된거 같기도 하고 나이가 들어서 인거 같기도 하다. 책에는 자연농을 직접 체험하거나 그 삶을 살고 있는 여러 인터뷰이들의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그중에서 나카노 신고씨라는 분의 글을 담아본다.
"우리는 전쟁과 핵에 반대합니다. 우리는 물질주의에서 멀어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마음을 성장시킵니다. 우리는 경쟁에서 멀어집니다. 우리는 자연에 감사하며 살아 있습니다. 우리는 질문 아닌 대답을 삽니다. 우리는 이 우주를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연결된 사람들 모두 기쁨과 함께, 건강한 모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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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과 경쟁 없는 이곳에서 박용범 독서작가(2022)
풀과 벌레와 싸우지 않습니다. 즐겁고 뜻있게 사는 인생을 꿈꿉니다.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신성한 어머니, 대지를 섬깁니다. 밭에서 식탁으로 가는 거리를 줄입니다. 많이 거둘 순 없지만 진실을 거둡니다. 먼저 나 자신을 바꿔야 세상도 변합니다. 자연은 본래 아름답고, 채소는 있는 그대로 건강합니다. 질문으로 두리번거리지 않고 묵묵히 답을 살아갑니다. 자연이, 지금 이 순간이 정답입니다. '우주'를 마음에 품고 그때그때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가슴이 시키는 일을 따라가려고 노력합니다. 이 길이 어디로 향할지, 어떻게 이어질지는 알 수 없지만 우리가 거듭해서 보고 듣고 배워 온 자연농의 답, '이 지구 위에서 사이좋게 어울려 살아간다'라는 원칙을 잊지 않고 실천한다면 결국 바른 길일 수밖에 없다는 걸 알기에 안심할 수 있습니다.
P57 "인간에게 이익이 되는지 아닌지를 떠나서 원래 자연이 있고, 그 안에서 작물도, 벌레도 함께 살아가지요. 벌레가 없으면 수정도 이루어지지 않아요. 가지도, 호박도, 수박도, 벌이나 벌레 없이는 아예 키울 수 없어요. 원래 인간 없이도 자연 안에서 작물은 저절로 자라지요. 그래서 저는 최대한 자연 그대로 두려고 해요. 마찬가지로 수확이 끝난 작물도 베어내지 않고 그대로 밭에 둡니다. 우리 사람도 그렇잖아요. 공동체에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다 있어야 조화를 이루듯, 밭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해요. 작물이 스스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기다려주는 게 좋다고, 가와구치 선생님도 말씀하셨어요."
자연농은 땅을 갈지 않고, 비료와 농약을 쓰지 않는 농사입니다. 인위적인 방법을 사용하지 않고 자연의 본래 활동에 맡겨 작물을 재배합니다. 무언가 계속 더하고 복잡해지기만 하는 현대사회에서 하지 말아야 할 것, 우리가 잃어버린 것을 돌아보게 하는 삶의 방식이기도 합니다. 6년째 자연농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미숙해서 계속 공부하고 있지요. 아마 평생 공부를 이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계절에 따라 풀과 벌레가 바뀌는 걸 보면서 이렇게 살아 있는 나 자신도 자연의 일부라는 걸 생생하게 알 수 있습니다.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에 대한 답이 되고 있는 듯합니다.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 생태적인 삶인가, 사회적인 삶인가, 정치적인 삶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싶다. 먹고산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이 지속되어 가네요. 과연 지금 제대로 살고 있는 것일까요 집이 없고 가난합니다. 그래서 나무를 자주 껴안습니다. 결핍은 추상적 이미지의 행복으로 다가설 수 없는 것인가요, 진정한 행복은 물질적인 부에 있는 게 아니라 마음속, 자연 안에 있습니다.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물건을 사지 않고, 소유하지 않습니다. 무소유로부터 오는 자유로움을 만끽합니다. 소유하지 않는 삶이 저희 인생의 모토입니다.
P165 다시 말하자면, 자연과 충분히 교감하기 위해 최소 5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한 겁니다. 그런 다음 자연이 우리에게 먹을 걸 베풀어 주지요. 우리에겐 길게 느껴질지 몰라도 자연이 보기에는 그렇지 않죠. 흙 상태 같은 조건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가 이 땅과 얼마나 교감하는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게 자연농이 가능한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누구를 시켜 대신 경작한다거나, 일단 방치해뒀다가 나중에 시작한다거나 하는 방식은 안 됩니다. 직접 자연과 충분히 교감해야 합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농사를 짓느냐는 중요하지 않아요. 그런 방법은 중요한 게 아니에요. 풀을 많이 벨 수도 있고, 적게 벨 수도 있고, 작물을 해롭게 할 수도 있고, 이롭게 할 수도 있어요.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자연과 어떻게 교감하느냐가 가장 중요합니다.
아무리 인간이 노력해도 자연은 끊임없이 변해간다는 이치를 생각해 보면, 우리 역시 변화에 대응하고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이와 같은 생각과 철학을 바탕으로 저는 여기 제 밭에서 씨앗을 받고, 뿌리고, 기르고, 다시 씨앗을 받는 작업을 되풀이합니다. 그렇게 수확한 채소를 맛있게 먹기 위해 요리를 하고 하루하루를 살아나갑니다. 그렇게 계속해서 되풀이하다 보면, 그 안에서 전통적인 삶의 방식이 새롭게 태어나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방법과 철학, 이 두 가지를 모두 제대로 가지고 있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면서 규모 또한 작게 유지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불안과 경쟁 없는 이곳에서(강수희 패트릭 라이든 공저)》에서 일부분 발췌하여 필사하면서 초서 독서법으로 공부한 내용에 개인적 의견을 덧붙인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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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과 경쟁 없는 이곳에서》에서 발췌하여 필사한 내용입니다.
자연농사는 자연과의 교감입니다.
논 한쪽 편에 볍씨를 뿌려서 이른 봄부터 쭉 길렀다는 어린 모들은 한 뼘도 안 될 만큼 작았지만 푸릇푸릇 싱싱했다. 뿌리가 다치지 않도록 조심스레 삽으로 퍼서 모판에 담은 다음, 그 모판을 옮겨 논 바깥쪽부터 차차 실어나간다고 했다. 땅을 갈지 않는 데다, 이전 해 자랐던 작물의 밑동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논에 모를 심는 방식은 독특했다. 팔뚝보다 좀 짧은 길이에 엄지보다 조금 굵은 나무 막대로 모 심을 곳에 손가락 두 마디 정도 깊이로 구멍을 낸 다음, 살며시 모를 넣고 주변 흙으로 덮어주면 끝, 저마다 속도가 다르다 보니 처음엔 한 줄을 다 심고 못줄을 넘기기까지 시간이 제법 걸렸지만, 따로 또 같이 각자 간격을 맞추어가며 부지런히 논에 모를 채워나가기 시작했다.
자연농 방식으로 자급이 가능한지 궁금합니다.
물론이지요. 어렵지 않습니다. 저희 부부는 논 430평에 밭 500평 정도, 합쳐서 1,000평 규모의 농사를 짓고요, 함께 사는 부모님은 밭 500평을 하십니다. 우리 3대 다섯 식구는 쌀을 비롯하여 거의 모든 작물을 자급하고 있습니다. 콩, 팥, 옥수수, 고구마, 감자, 녹두, 고추, 들깨, 땅콩, 마늘 그리고 배추, 무를 포함한 여러 가지 채소를 키우죠. 우리 식구만을 위해서라면 면적이 더 작아도 되지만, 어머니는 친척과 지인 들에게 많은 양을 나눠주십니다.
매일 비가 오더라도 풀을 베어서 '밥'을 주기도 하고, 줄을 따라 벼 사이에 풀을 뿌려주었습니다. 그렇게 했더니 그 풀이 거름이 되고 김매기 역할도 해서 일석이조였어요. 워낙 오랫동안 화학비료에 의존해서 벼를 키워온 논이기 때문에 초기에는 그런 보살핌이 필요합니다.
저는 13년 동안 축산사료업체에서 일했습니다. 그동안 양계 기술, 경리, 품질 관리, 고객 상담 같은 여러 업무를 맡았는데요. 특히 달걀을 생산하는 과정을 보면서 더 이상 이런 일을 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나오는 걸 두고 멀리 외국에서 수입해온 사료를 먹인다든지, 처리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닭의 배설물을 태운다든지, 이렇게 제가 생각하기에 옳지 않은 일을 받아 들이고 이어가기가 어려웠습니다.
지역과 조화를 이루는 농사를 위해서는 우선 농사 규모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 적당한 규모 안에서 한 농부는 이 품종을, 또 다른 농부는 다른 품종을 키우는 식으로 힘을 합쳐서 다양성을 지켜갈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농사기술 이전에 농사를 짓는 철학, 마음가짐이 바르게 잡혀 있어야겠죠.
약 1,000평 정도에 논을 포함한 자연농사 재배 농장을 만들면 됩니다. 그리고 자연은 끊임없이 변하기 때문에 그때마다 적응한 것만이 살아남습니다.
이와 같은 생각과 철학을 바탕으로 저는 여기 제 밭에서 씨앗을 받고, 뿌리고, 기르고, 다시 씨앗을 받는 작업을 되풀이합니다. 그렇게 수확한 채소를 맛있게 먹기 위해 요리를 하고 하루하루를 살아나갑니다. 그렇게 계속해서 되풀이하다 보면, 그 안에서 전통적인 삶의 방식이 새롭게 태어나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방법과 철학, 이 두 가지를 모두 제대로 가지고 있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면서 규모 또한 작게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연농은 땅을 갈지 않고, 풀이나 벌레를 적으로 여기지 않으며, 농약이나 제초제를 쓰지 않습니다. 환경에 부하가 걸리지 않는 방식이지요. 다양한 농사 방식이 있지만, 자연 안에 자신이 있다는 걸 깨닫고 우주르르 이해해 나가는 건 어렵습니다. 자연농은 그런 물음을 늘 마음에 두면서 답을 구할 수 있는 길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날 친한 아메리카 원주민 친구가 "이제는 돌아가서 네가 할 일을 해라." 하고 말하더군요. 그때 내가 해야 할 일에 대해 생각했고, 그렇다면 앞으로 자연농을 하면서 살아가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그게 시작이 되었습니다.
저는 기존의 가치관과 달리 가능하면 자본주의 편승하지 않고 돈이 움직이는 일반적인 방식에서 멀어지려고 합니다. 무엇보다 제가 키우는 채소를 전달하는 사람들과 맺는 관계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런데도 결국은 돈을 도구로 거래하기 때문에 싸다거나 비싸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합니다. 다시 말하지만 사람들의 가치관은 저마다 다르니까요.
그래서 저는 이런 농사를 짓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꼭 당부하고 싶어요. 농사법을 공부하기보다는 자연을 공부해야 합니다. 자연을 바라보는 인식을 바꾸고 시작하기를 바랍니다. 흔히 사람들은 자연을 자기 나름대로 해석하려고 해요. 그런 태도는 자연을 진정으로 이해하는 게 아니지요. 내 선입견을 버리고 자연을 받아들여야 진정 자연을 느낄 수 있다고 봅니다. 자연의 모습을 관찰하고 그 모습을 따르려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자연이 만들어놓은 세상이 있고, 거기에 내가 들어가야 해요.
다시 말하자면, 자연과 충분히 교감하기 위해 최소 5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한 것입니다. 그런 다음 자연이 우리에게 먹을 걸 베풀어 주지요. 우리에겐 길게 느껴질지 몰라도 자연이 보기에는 그렇지 않죠. 흙 상태 같은 조건이 중요한 게 아니라, 내가 이 땅과 얼마나 교감하는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게 자연농이 가능한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누구를 시켜 대신 경작한다거나, 일단 방치해두었다가 나중에 시작한다거나 하는 방식은 안 됩니다. 직접 자연과 충분히 교감해야 합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농사를 짓느냐는 중요하지 않아요. 그런 방법은 중요한 게 아니에요. 풀을 많이 벨 수도 있고, 적게 벨 수도 있고, 작물을 해롭게 할 수도 있고, 이롭게 할 수도 있어요.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자연과 어떻게 교감하느냐가 가장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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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다큐멘터리에 이어 책까지, 대책 없이 시작했던 긴 여정이 마무리되어 가는 지금, 여전히 우리는 길을 걷고 있다. 정해진 거처도 생계를 유지할 수단도 없이, 불안정한 삶이 쭉 이어지고 있다. 솔직히 이 여정을 시작할 때는 앞으로의 삶이 어떻게 나아갈지, 무엇을 하며 어떻게 먹고 살 수 있을지와 같은 걱정과 불안을 늘 껴안고 살았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이 불안정한 삶이 더 이상 불안하지 않다. 가오구치 요시카즈 님의 말씀처럼 '우주'를 마음에 품고 그때 그때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가슴이 시키는 일을 따라가려고 노력한다. 이 길이 어디로 향할지, 어떻게 이어질지는 알 수 없지만 우리가 거듭해서 보고 듣고 배워온 자연농의 답, '이 지구 위에서 사이좋게 어울려 살아간다'라는 원칙을 잊지 않고 실천한다면 결국 바른 길일 수밖에 없다는 걸 알기에 안심할 수 있다.
"인간에게 이익이 되는지 아닌지를 떠나서 원래 자연이 있고, 그 안에서 작물도, 벌레도 함께 살아가지요. 벌레가 없으면 수정도 이루어지지 않아요. 가지도 호박도 수박도, 벌이나 벌레 없이는 아예 키울 수 없어요. 원래 인간 없이도 자연 안에서 작물은 저절로 자라지요. 그래서 저는 최대한 자연 그대로 두려고 해요. 마찬가지로 수확이 끝난 작물도 베어내지 않고 그대로 밭에 둡니다. 우리 사람도 그렇잖아요. 공동체에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다 있어야 조화를 이루듯, 밭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해요. 작물이 스스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기다려주는 게 좋다고, 가와구치 선생님도 말씀하셨어요."
우리는 물질주의에서 멀어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마음을 성장시킵니다.
우리는 경쟁에서 멀어집니다.
우리는 자연에 감사하며 살아 있습니다.
우리는 질만 아닌 대답을 삽니다.
우리는 이 우주를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열결된 사람들 모두
기쁨과 함께, 건강한 모습으로.
그래서 저는 이런 농사를 짓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꼭 당부하고 싶어요. 농사법을 공부하기보다는 자연을 공부해야 합니다. 자연을 바라보는 인식을 바꾸고 시작하기를 바랍니다. 흔히 사람들은 자연을 자기 나름대로 해석하려고 해요. 그런 태도는 자연을 진정으로 이해하는 게 아니지요. 내 선입견을 버리고 자연을 받아들여야 진정 자연을 느낄 수 있다고 봅니다. 자연의 모습을 관찰하고 그 모습을 따르려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자연이 만들어놓은 세상이 있고, 거기에 내가 들어가야 해요.
다시 말하자면, 자연과 충분히 교감하기 위해 최소 5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한 겁니다. 그런 다음 자연이 우리에게 먹을 걸 베풀어 주지요. 우리에게 길게 느껴질지 몰라도 자연이 보기에는 그렇지 않죠. 흙 상태 같은 조건이 중요한 게 아니라, 내가 이 땅과 얼마나 교감하는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농사를 짓느냐는 중요하지 않아요. 그런 방법은 중요한 게 아니에요. 풀을 많이 벨 수도 있고, 적게 벨 수도 있고, 작물을 해롭게 할 수도 있고, 이롭게 할 수도 있어요.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자연과 어떻게 교감하느냐가 가장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땅을 갈지 않으면서부터 1년째, 3년째, 6년째, 9년째, 10년째, 해를 거듭할수록 흙의 상태가 급격히 바뀌었습니다. 그 변화에 맞춰 일하는 방식도 매번 바꿔나가야 했습니다. 그러면서 깨달은 바가 있습니다. 우리 인간이 원하는 어떤 모양이나 형태를 먼저 정하고, 거기에 맞춰 작물을 키우는 건 불가능하다는 겁니다. 다시 말하자면 자연네 맞게, 즉 생명에 맞게 우리가 따라가야 하는 겁니다. 그리고 그저 자연에 맡기는 겁니다. 그게 기본입니다.
자연농의 기본은 땅을 갈지 않고, 풀이나 벌레를 적으로 여기지 않고, 비료를 사용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나머지는 토질과 기후, 작물의 성질에 따라 자연스레 맞추면 됩니다. 다시 말하자면 자연, 그 안의 생명들에 순응하며 따르는 것이지요.
작물이 한창 자랄 땐 풀도 같이 왕성하게 자랍니다. 그럴 때 풀을 뽑지 말고 베어서 깔아줍니다. 작물이 풀에 지지 않도록 도와주는 것이지요. 그리고 땅 위에 다양한 풀들이 함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풀에 덮인 흙은 햇살이나 바람, 비에 직접 노출되지 않으므로 더욱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할 수 있지요. 만약 풀을 싹 다 없애고 작물만 남겨놓는다면 자연스럽지 않은 환영이 만들어지고 많은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또한 다른 곳에서 비료를 가져와 넣는다면 땅의 조화가 무너지면서 문제가 생깁니다. 다만 땅의 상태나 작물의 특성에 따라 양분이 꼭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그럴 땐 밭에서 나오지만 우리가 먹지 않는 것들, 채소 껍질, 쌀겨, 볏짚, 깻묵 등을 씁니다. 가축을 키운다면 분뇨를 쓸 수 있지만 반드시 분해 과정을 거쳐야 하죠. 분뇨를 모아두면 아랫부분부터 숙성되는데 그쪽부터 쓰면 됩니다. 하지만 너무 많으면 안 되고, 밭에서 나는 걸 먹는 가축들에게 나오는 분뇨 정도로 적은 양이어야만 균형이 잘 이저질 겁니다.
그리고 영양분을 주는 방식 역시 작물마다 다릅니다. 배추나 양배추는 영양분을 받으면 안쪽부터 새잎이 나면서 점점 더 커집니다. 가지나 고추도 꽃을 많이 피우면서 잘 자라죠. 하지만 팥이나 콩은 웃자라서 씨앗을 맺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작물의 성격에 맞춰 다른 방식을 적용해야 합니다.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아무것도 바깥에서 들이지 않는 게 기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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