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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 동쪽 끝에 위치한 작은 나라, 부탄. 그리 잘 알려진 나라는 아니다. 히말라야의 비경을 그대로 담고 있는 나라이지만 워낙 오지이기에 쉽게 찾아가려는 사람들도 그리 많지는 않았기에 그들 나름대로의 생활을 그대로 간직하고 그 속에서 행복을 느끼면서 살아가고 있다. 문명의 혜택을 받기 시작한 것도 근래 들어서이기에 지금도 오염되지 않은 천혜의 순수성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나라이다. ![]() 이 책의 저자인 '린다 리밍'은 " 부탄은 마법과도 같고, 마치 잠들어 있는 듯 고요한 작은 나라"라고 표현을 하고 있다. ![]() 이런 마법의 나라인 부탄을 저자가 찾아가게 되는 계기는 여러 나라를 여행하는 중에 우연히 가게 된 것이다. 그런데, 그곳에서 '린다 리밍'은 마법에 걸리게 되는 것이다. 히말라야의 웅장함을 그대로 담고 있는 아름다운 풍경, 그리고 그들의 삶의 방식대로 더디고 느리게 살아가는 가운데 행복을 느끼는 정겨운 사람들. 그래서 그녀는 또다시 부탄을 찾게 되고, 부탄의 수도 팀부에 있는 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게 되는 것이다. 부탄의 미덕은 더디고 느린 것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부탄인은 BST (부탄 유동시간)으로 알려진 방식으로 생활하고 있다. 즉, 오전 10시에 약속을 했다면 오전 9시~ 12시가 모두 약속 시간에 해당한다. 아니, 대략 48시간 안에 상대방이 오기만 한다면 약속은 지켜진 것이라고 한단다. 이렇게 느긋한 마음이 그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요인인지도 모르겠다. "부탄에서 시간이란 일직선이 아니라 순환하는 것이다. 부탄 사람들은 부단히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돌고 돌고, 도는 계절 안에서 살아간다. 그들은 환생을 믿는다. 태어나고 다시 태어나고, 끝없이 순환한다. " (P30) ![]() ![]() '린다 리밍'은 이곳에서 팅카를 전문으로 그리는 선생님인 '남케이'를 만나서 결혼을 하게 된다. 결혼식은 여러 번에 걸쳐서 하게 되지만, 처음에는 부탄 전통 혼례인 불교식 결혼식을 한다. 그러나, '남케이'는 부탄 전통적인 집안에서 자랐고 그가 부탄 밖에 나가 본 것은 인도와 네팔에 잠시 갔다 온 것뿐이다. ' '린다 리밍'은 전혀 미국 문화를 모르는 남편 '남게이'와 문화적 차이, 언어, 환경 (물, 전기 부족) 등으로 많은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지만 그를 잘 극복해 나가게 된다. 이 책은 '린다 로밍'이 부탄의 매력에 빠져서 그곳에서 약 20 여년 동안 살게 되는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그중의 대부분이 '남게이'와의 이야기이기게 한 편의 러브 스토리이기도 한 것이다. ![]() ![]()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부탄이라는 나라를 좀 더 잘 알게 되었다. 부탄에 관한 서적들은 시중에 그리 많이 나와 있지 않기에, 그리고 부탄 관련 여행 에세이도 좀처럼 접할 수 있는 책이 아니기에, 부탄에 관심이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부탄이 이처럼 매력적인 나라라니~~~
'헬레나'가 라다크에 처음 갔을 때만해도 부탄처럼 문명의 혜택을 받지 않아도, 그들의 삶의 방식대로 천천히 느리게 살아가던 라다크였지만, 책 출간 이후에 (1992년 출간)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게 되어서 호텔이며, 부대시설들이 생기게 되고, 라다크 사람들도 이제는 문명이 가져다주는 혜택에 길들여지게 되었다. 주민들도 관광사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쉽게 돈을 번다는 인식을 가지게 되었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가까운 사례로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소개하는 곳들이 관광객들로 몸살을 앓게 되는 경우가 그런 예인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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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1995년 약 1만 달러에서 2010년 약 2만 달러로 증가했다. 국민소득이 두 배로 뛴 한국에서 사람들은 더 행복해졌을까? 그리고 더 경쟁하고 더 성장하여 국민소득 4만 달러를 달성하게 된다면, 그 4만 달러가 사람들을 더 행복하게 할 것인가? 사람마다 느끼는 행복은 다를 수밖에 없다. 행복에는 만족, 욕구, 즐거움, 가치 등 여러 요소를 포함하는데 이들 단어가 주는 의미가 미묘한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외딴 히말라야의 웅대한 자연 속에서 행복지수를 높여가는 부탄이라는 나라가 있다. 부탄은 국민총생산이 아닌 국민총행복 정책을 정부정책의 우선순위로 생각하는 전 세계에서 유일한 나라이다. 인구 683만 명의 부탄은 1인당 국민소득이 1천880달러로, 아시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지만 전세계 삶 만족도 조사에서 8위를 차지할 정도로 국민들은 물질주의로 충족될 수 없는 정신적 행복을 최고의 가치로 알고 살아가는 행복지수가 높은 국가다. 전통 생활양식과 자연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외국인 입국을 한 해에 7천500명으로 제한하고 있어 지구 상에서 가장 알려지지 않은 나라 중 하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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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누아트, 부탄, 방글라데시, 이들 세 나라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특별히 알려진 국가들도 아니고 세계 경제를 좌우할만한 경제력을 지닌 국가들도 아니다. 오히려 GDP 규모론 변방국이나 약소국에 속할 정도의 경제력을 지닌 국가들이다. 하지만 이들 국가들은 국민의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국가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세계 최강국을 자랑하던 미국인과 금융의 본산지인 유럽인들의 행복지수가 가장 높아야 하는 것 아닌가? 풍요로운 소비만이 만족과 행복을 줄줄 알았던 서구인들에게 가난한 국가들의 행복은 믿기 어렵기만 하다. 부탄은 히말라야 산자락에 위치한 인구 70만의 작은 국가다. 국가라기보다는 도시에 가깝다. 하지만 부탄을 둘러싸고 있는 천혜의 자연은 스위스 규모만한 국토를 더욱 신비롭게 만든다. 그런데 뭐 하나 특별할 것 없을 것 같은 부탄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다. 부탄을 여행하는 여행객들은 우선적으로 규모의 초라함에 놀란다고 한다. 그렇다고 여행비가 저렴한 편은 아니다. 그럼에도 여행객들은 하나같이 부탄의 일상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다. 인위적인 박물관이나 전람회는 없지만 우리의 마음을 들뜨게 하는 것은 부탄인만이 지닌 행복지수다. 무엇이 그들을 행복으로 이끄는 것일까? 부탄은 대단히 정치적이고 종교적인 국가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정치나 종교와는 상당한 차이를 가지고 있다. 부탄에서 모든 정책적 우선순위는 GDP가 아니라 GNH(국민행복지수)다. 정부는 국민의 행복을 위해 상업적 광고를 규제한다. 부탄의 경제는 화폐의 의존하기보다는 물물교환이 중심이다. 어떻게 생각하면 구시대적인 모습이 재현되고 있다고 여길지 모르지만 부탄의 국민들은 자신의 일에 큰 만족감을 느끼고 주어진 것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간다. 부탄에서 종교는 삶 자체다. 부탄인들은 이른 시기에 불교에 귀의하거나 종교와 관련된 직업을 얻게 된다. 종교는 부탄인들을 하나로 묶는 가장 큰 원천이자 행복을 만드는 최고의 수단이다. 린다 리밍의 ‘부탄과 결혼하다’를 읽지 않았더라면 부탄에 대해 관심이나 가졌을까? 잘 나가던 직장과 미래를 보장할만한 직업을 뒤로하고 부탄에 빠져든 린디 리밍, 그녀는 부탄의 어떤 모습에 반하게 되었을까? 일상을 탈출한 그녀에게 부탄은 그저 다를 것 없는 아시아의 후진국에 불과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의 발목을 잡은 것은 ‘느린 시간’ 이었다. 시간에 관한한 서구인들만큼 철저한 인류도 없을 것이다. 무형의 시간을 유형으로 계산한 이들이자 시간에 이자를 붙여 세상을 공포로 몰아넣은 장본인들이 아닌가?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보단 과연 시간에 대한 교환가치가 인류에게 행복을 가져다주고 있는가? 린다는 부족하지만 넘치고 가난하지만 풍요로운 부탄인들의 마음에서 그들이 누리는 행복이 거짓이 아님을 알게 된다. 한번 가기도 어려운 국가, 오지와 같은 부탄에서의 생활은 편안함을 누리던 미국생활과는 비교를 할 수 없었다. 그 흔한 전화기 한 대 없으니 오로지 자신의 힘으로 모든 것을 결정해야만 한다. 영어교사로 새 출발을 한 린다에게 가장 큰 고민은 언어였다. 인구는 얼마 되지 않지만 부탄은 고유의 언어를 가지고 있다. 인근 티베트나 인도어를 사용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부탄인들은 고유의 언어를 사용해 동질성을 일깨운다. 부탄의 생활에 젖어들 무렵 그녀에겐 사랑이 찾아온다. 종교그림을 그리는 남게이를 알게 된 것이다. 남게이는 그녀가 알던 남성상과는 전혀 다른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겉모습에 익숙한 서구인들의 눈에 오롯이 내면적인 삶을 즐기는 남게이의 모습에서 자신이 투영하고자 하는 인생의 동반자를 발견한 것이다. 린다의 부탄행은 마치 자신의 본 모습을 찾아 오지에 발을 담군 성인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아무리 천혜의 고장이 좋고 느림의 미학이 그녀를 이끌었을지라도 모든 것을 포기하고 혈혈단신 오지에 터를 내린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다. 린다의 결정만큼은 아닐지라도 우리도 가끔 시골로 내려가고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앞으로 나가야 하는 세상에서 참다운 자신을 만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린다는 부탄을 만나면서 자신을 보게 되고 이렇게 살아가는 것이 결코 뒤처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인간은 합리적이라고 하지만 철저히 비합리적인 논리에 인생을 맡기곤 한다. 어떤 삶이든 자신의 선택이 우선이겠지만 혹 마음에 울리는 소리를 거부하고 있진 않는가? 세상에서 가장 느리지만 행복한 나라 부탄, 성장의 덫에 걸린 한국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책이 아닌가 생각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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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자본주의 체제 아래에서 사는 것이 못 견딜 때가 있다 그저 일만 하고 자본주의의 부품으로 소모되다가 버려지는 건 아닐까 하는 불온한 생각을 하곤 한다 이미 이런 생각을 한 사람이 있었다 영화배우 문성근씨로 문씨는 기업체에서 근무하던 중 자신이 이 사회의 부품으로 쓰여지고 있다는 생각에 늦은 나이임에도 사표를 내고 연기의 길로 들어선 용감한 사람이다 아마도 자본주의가 사람을 소비재나 생산재 같은 물건으로 보고 작동하도록 부추기고 있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 더구나 이제는 신자유주의라는 광풍이 몰아쳐 개인의 자유와 존엄을 위협하며 무한경쟁체제라는 지옥의 나락으로 이 사회의 힘없는 구성원들을 밀어넣고 있다 이제는 만인 대 만인의 무한경쟁이다 그리고 그 대안은 .......안타깝지만 없다 살기 위해선 누군가를 눌러 밟아야 하고 누군가를 이 대열에서 밀어내야 한다 그래야 내가 산다 살아 남아야 빵을 구하는 줄에 설 수 있고 또 그 빵을 사는 돈을 벌려면 매일 쳇바퀴 같은 직장이라는 지옥에서 남을 이겨야 한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 속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까 물론 북한의 주민이 이런 이야기를 듣는다면 코웃음을 치며 참으로 팔자 좋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우리는 단지 생존을 위한 식량 확보가 세상에서 제일 큰 일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인정한다 그러나 자본주의하의 제도국가도 공산주의 못지않게 고민이 크고 나름대로의 큰 단점이 있다고 말하고 싶은 건 단지 나의 푸념일 뿐일까 자본주의 제도 아래에서는 인간은 단지 경제적 체제의 한 부속품이 되어 생산과 소비의 도구적 목적에 희생되는 단순한 존재로 전락하고 마는 슬픈 운명 혹은 비참한 운명이 지배하고 있는 것이 주지의 사실이다 누가 서구 자본주의 사회를 이상적인 국가라고 말하는가 그것은 동전의 앞면만 보고 말하는 단선적인 천명이다 서구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부익부 빈익빈의 순환적 구조 모순과 함께 모두가 다 미친 듯이 앞만 보고 달려가는 비인간적인 체제의 굴레가 있다 그래서 자본주의 속에서 살아가려면 자본주의 십계명을 외우고 그 성경의 말씀대로 끊임없이 소비하고 좀 더 많이 더 많이 가능하다면 최대한도로 가지고 또 그만큼 생산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긴다 그럼에 따라 미친 듯이 속도를 내어야 하고 그 속도를 효율로 여겨 모든 것이 급하고 빠르게 돌아가야 한다 느리고 여유있는 삶의 디테일들은 아무리 만지려고 해도 만질 수 없는 이 시장제의 암흑 속에서는 누구라도 소비적이고 소유적인 인간이 될 수 밖에 없다 자본주의를 택해서 인간은 부유해졌지만 그만큼 가진 것이 많아질수록 더욱 더 빈곤한 내면과 심성을 가지게 된 이 아이러니는 누구의 잘못인가 가득 채우고 급히 달리며 많이 소비하는 이 심각한 경쟁 체제의 질주하는 엔진에 브레이크를 걸 수 있는 사람이나 존재는 무엇인가 아마도 우리가 아는 한도에서는 딱히 없다고 하는 것이 옳겠다 그러나 찾아보면 어딘가에는 반딧불처럼 재 속의 불씨처럼 조그마하지만 따뜻한 빛을 발하는 것들이 있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부탄이라는 나라는 아마도 지구상에서 가장 느리게 그리고 가장 가난하게 그레서 가장 부유하고 행복하게 사는 나라일 것이다 관공서에 일하는 공무원들마저도 시간표에 맞춰 일하는 것보다는 자신의 자율적인 태도로 일을 처리하고 전화 한 통 걸기 위해서는 몇 십 분이 걸리고 여러 군데를 돌아다녀야 하고 가게에는 아주 한정되고 그다지 좋지 않은 물건들만 있는 나라 그러나 환생을 믿고 국민총생산지수가 아니라 국민총행복지수로 나라를 다스리는 나라 자신을 태워준 사람에게 돈을 건네면 모욕당한 것처럼 돈을 받지 않는 나라 가진 것이 없어도 가진 것에 만족하며 욕심을 버리고 비우는 나라 돈이란 없어도 되는 것이고 필요하면 친구나 친척에게 달라고 하는 것인 나라 우리가 알고 있는 현재의 자본주의 사회와는 분명히 아주 달라도 다른 나라임에 틀림없다 비록 지금은 개발의 바람이 불어와 변하고는 있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부탄이라는 나라는 우리가 잃어버린 오래 전의 우리들의 과거의 모습을 지금도 간직한 나라이다 세계에서 가장 느리고 가장 행복한 나라 부탄은 가득 채우고 가장 많이 가지고 소비하는 현재의 우리 삶에 경종이 될만한 가르침을 주는 비우고 명상하고 느리게 가는 나라이다 아마도 우리가 필요로 하는 치료제를 소유한 느림의 삶 비움의 삶 해탈의 삶 해방의 삶을 사는 나라이지 싶다 이 착하고 욕심없는 나라의 오래된 삶이 우리를 욕망과 무절제의 기관차에서 내려오게 할 수 있을 거라는 잔잔하지만 깊이 있는 성찰이 이 책의 행간에 쓰여져 있어 귀를 기울이고 이 책을 읽었다 이 책을 쓴 저자는 미국인 여성으로 우연히 여행 중에 들린 부탄에 한순간에 반해 눌러 앉기로 결심했다 아마도 그녀의 영혼 속에 있는 그 무엇이 그녀를 부탄으로 가기를 종용하거나 그녀 속의 그 무엇과 부탄이 만나 강렬한 합일을 이루어냈으리라 책은 시종 유쾌하고도 재치있는 그녀의 관찰로 그녀가 직접 겪었던 부탄의 일들을 풀어 이야기한다 이국의 그것도 서방자본주의 사회의 구성원이라는 장벽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관찰한 부탄의 실제 모습은 무척 예리하고도 섬세하다 그런 탁월한 성찰의 토대 위에 그녀의 바람 희망 염원 등을 담아 그녀가 부탄과 사랑에 빠지고 부탄과 결혼하게 된 사연에 이르기까지의 자세한 과정을 유머와 재치 속에 즐겁고 허심탄회하게 고백하는 이 책은 부탄이라는 나라를 겪어낸 이국인의 수기이자 문화비교학 보고서이고 기자의 특종수기이다 이 책을 통하여 부탄이라는 나라 속에서 현시대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병폐와 잃어버린 것들을 거울을 통해 비춰보듯 생각해보며 더불어 살아가야 할 우리의 앞날에 대해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지게 된 건 아마도 이 팝콘 기계같은 이 사회의 행복지수가 낮아서가 아니었을까 저자의 개인적인 체험의 시간이 우리 모두가 지향해야 할 공동선의 화두를 챙기게 되는 의미와 개념의 확장이 되었던 이 책에 감사드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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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탄에서 시간이란 일직선이 아니라 순환하는 것이다. 부탄 사람들은 부단히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돌고, 돌고, 도는 계절 안에서 살아간다. 그들은 환생을 믿는다. 태어나고 다시 태어나고, 끝없이 순환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간이 많은 일들에 끊임없이 영향을 미친다. 부탄 사람들에게 시간은 양적인 문제가 아니라 질적인 문제다. 그들은 찰나를 사는 방법을 터득한 시간의 달인들이다. 린다 리밍은 담배를 끊고 명상을 시작했으며, 더 적게 일하고, 더 적게 소유하고, 더 자주 소풍을 떠나며 행복하게 살고 있다. 부탄의 수도인 팀부Thimphu 외곽에 있던 농장이 이제는 커다란 학교가 되었지만, 아직도 그 안에는 우리가 살던 때의 추억이 깃든 작은 집이 남아 있다. 사실이지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것을 잃어보지 않고는 무엇을 가지고 있는지조차 잘 모르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단순하고 간결한 것에 부탄의 생활방식이 있다. 삶과 함께 죽음이 숨쉬고 있는 것이다. 해마다 11월이 되면 제 켄포(Je Khenpo, 부탄에서 종교지도자이면서 왕의 자문을 담당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가 라마승 800명을 이끌고 팀부를 출발해서 산맥 하나를 넘어 겨울 주거지가 모여있는 푸나카(Punakha, 부탄의 예전의 수도로 히말라야 동쪽에 있다)로 간다. 이는 오랫동안 이어져온 관행으로, 겨울을 나기에는 푸나카가 좀더 따뜻하기 때문인 듯 하다. 티베트와 인도 사이 히말라야산맥 깊숙이 자리잡고 있는 나라가 부탄이다. 부탄에서는 말수가 적은 것이 훌륭한 태도의 본보기다. 자아도취 같은 건 아예 태어날 때부터 없다. 온 가족이 모이는 자리, 식사시간, 생일잔치, 장례식, 모임에서 항상 이야기 도중 무거운 침묵의 시간이 생긴다. 사실이지 말하는 시간보다 말하지 않는 시간이 더 길 정도다. 사람들은 앉아서 먹고, 마시고, 심지어는 언어를 사용하지 않고 담소를 나눈다. 서양에는 존재하지 않는, 껍질 속 자기만의 삶을 살아간다. ‘말하지 않는 것’이 좋은 것 이상을 의미한다. 부탄 사람들은 침묵 속에서 편안함을 느낀다. 내 남편 남게이는 불교 신자다. 남편은 불교 신앙 안에서 탄생과 죽음과 환생의 고리인 윤회를 통해 우리가 전생을 함께했음을 믿으며, 카르마가 또다시 이생에서 우리를 엮어주었다고 믿는다. 다음 생에서, 또 다음 생에서도 끊임없이 탄생하고 다시 탄생하는 반복이 이루어질 것이다. 다음 생에서 나는 남편의 어머니가 될지도 모른다. 그다음 생에서 남편은 내 강아지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우리가 마침내 서로를 찾은 것이다. 남편은 그렇다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우리 둘 다 예전에 결혼할 뻔한 기회가 있었지만 결국 하지 않았다. 우리는 서로를 기다려온 것이다. 나는 그렇게나 먼 곳에서 여기 부탄까지 달려왔다. 우리가 만날 가능성은 처음부터 너무나 희박했다. 남편의 믿음에는 충분히 설득력이 있었다. 이제 나 역시 믿는다. 이성을, 합리성을 거스르는 많은 것들을 믿는다. 부탄에서는 모든 것이 그저 있는 그대로임을. 부탄에서는 행사를 치르기 전 여기저기에 이런 천막을 세운다. 천막에는 ‘8개의 상서로운 기호’를 그려넣는다. 행운의 징표라고 할 수 있는데, 인도나 히말라야 지역에서는 흔히 볼 수 있다. 힌두교에서 유래한 기호들로, 부처의 신체 일부나 다르마의 구성요소, 혹은 부처의 가르침을 표현하는 상징적인 뜻을 갖고 있다. ‘연꽃’은 육체의 순결, 말과 마음을 나타내고 동정심을 상징한다. ‘끝없는 매듭’은 지혜와 자비를 나타낸다. ‘양산’은 질병과 해로운 세력을 막아준다. ‘황금 물고기’는 고통으로부터 벗어나는 자유와 해탈을 의미한다. ‘보물 화병’은 장수와 번영을 상징한다. ‘오른쪽 나선의 소라고동’은 다르마를 온 세상에 전파하는 소리를 나타낸다. 깨어남을 의미하는 ‘승리의 깃발’은 죽음과 무지, 고통을 이기는 신체, 언행, 정신의 승리를 나타낸다. 생동감 넘치는 상서로운 기호들이 골고루 그려진 아름다운 하얀색 천막은 학교에 축제의 분위기를 한껏 조성해준다. (중략) 모든 일이 침묵의 미뉴에트처럼 조용히 진행되었다. 서로의 마음속에서 들끓는 사랑의 호르몬은 이미 충분했다. 분명한 건, 이 모든 순간이 내가 일생 동안 겪은 일 중 가장 경이롭고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순간이었다는 사실이었다. 부탄에서 죽음은 자연적인 기능이자, 긍정적인 단계이자, 다음 생을 위해 통과해야 할 과정이자, 커다란 카르마 바퀴를 돌릴 수 있는 기회로 받아들여진다. 그리고 부탄에서는 더 자주 실제 죽음과 마주치게 된다. 우기에 온통 물 천지가 되면 나는 삶과 죽음을 생각한다. 우리 집 옆을 흐르는 강은 팀부를 거쳐 흘러온 것이다. 높은 히말라야에서 빙하가 녹아내려 라야(Raya)와 가사 골짜기를 통해 흘러내린 다음 팀부까지 온다. 팀부골짜기는 비교적 덜 좁다. 말이 다니는 길과 과수원, 시내 위로는 거대한 숲이 높고 가파른 산을 대부분 덮고 있다. 예스런 수도원과 절들이 그 꼭대기 아주 높이 지붕처럼 여기저기 앉아 있다. 주위는 기도자들의 깃발과 사리탑이 에워싸고 있다. 거기까지 걸어가려면 여러 시간이 걸린다. 누구에게는 며칠씩 걸리는 그 절들은 절벽에 아찔하게 걸쳐 있다. 어느 방향인지만 잘 분간할 줄 안다면 그 절의 금빛 지붕 위에서 태양이 놀고 있는 모습을 잘 볼 수 있을 것이다. 그곳이야말로 부탄에서 실제 삶이 존재하는 곳이다. 기도자들의 깃발, 구름, 초르텐(chorten, 사당), 아물아물 따뜻한 봄과 수천의 슽려, 여승들의 군대가 세상을 분별, 평화, 깨우침으로 흔들어주는 의식을 거행하는 곳이다. 그 산에는 영혼에 아주 가까운, 진정한 마법이 존재한다. 강이 산들을 뚫어가며 만들어낸 이 미로가 나를 세상으로부터 얼마나 멀리 떨어뜨렸는지 이제야 깨닫는다. 참으로 불가능에 가까운 마법의 장소가 아닐 수 없다. 분명히 내게 마법을 걸었고, 나는 자애로운 부처가 된 기분이다. 물론 나는 부처의 모습과는 자못 멀다. 나는 아직 세상에 사로잡힌 사람이며, 스트레스도 많은 사람이다. 그것이 내가 이 강으로 나온 이유이기도 하다. 부탄에서도 세상은 아주 가까이 있어서, 나는 바로 이곳에서 긴장을 풀고 싶었다. 밖에는 여전히 할 일이 많았다. 귀찮은 일들, 긴장해야 하는 일들, 그리고 항상 뭔가가 망가진다. 하지만 이곳에서만큼은 찰나를 살 수 있다. 이것을 깨닫는 것은 선물과도 같다. 강물처럼 삶과 세상은 그렇게 빠르게 흘러간다는 것을 깨닫는 것 말이다. 그것을 깨닫는 것은 한편으로 모든 가능성을 열어주면서 매 순간을 풍요롭게 만들어준다. 이것을 진심으로 깨닫고 느끼기 위해서는 모든 스위치를 끄고 일상에서 이탈해 도망칠 필요가 있다. 그래서 바로 오늘 나는 여기에 왔다. (중략) 바로 이곳에서 나의 몸은 땅속으로 뿌리를 내리고 그에 맞춰 생각도 흘러간다. 우리 앞에 무엇이 있는지는, 그것이 편안하게 느껴지거나 스스로 원할 경우에만 알게 된다는 사실을 이제야 깨닫는다. 진실로 무엇을 보고 싶다면 우리는 감각, 즉 미각, 후각, 촉각, 시각, 청각에 의존할 필요가 없다. 완벽하게 인지하려면 우리는 이성이 아니라 자연적인 본능에 의지해야 한다. 현대 자본주의 물질문명은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지만 인간 본연의 정서와 아이덴티티는 무시되어 가고 있는 이 시대에 부탄인들의 삶과 문화는 아주 큰 매력으로 우리를 자극하고, 일깨운다. 현대인들이, 지금 우리들이 원하는 삶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행복’이다. 그 행복으로 가는 길에서 부탄이라는 나라와 그 나라 사람들이 보여주는 ‘느림’과 ‘나눔’ 같은 덕목은 경종을 울린다. 편하기 이를 데 없는 첨단 전자기기와 풍족해서 넘쳐나는 안락한 현대 한국사회의 우리에게 경제지수로는 가난하다고 할 수 있는 부탄인들의 삶의 보여주며 저자는 우리에게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인지, 행복을 위해 필요한 국가란 어떤 것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여유있는 삶’ ‘배려하는 삶’ ‘나누고 베풀고 신뢰해주는 문화’ 속에서 살아가는 부탄인들의 삶과 문화는 속도와 경쟁 속에서 다람쥐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자본주의 속 지금 우리의 ‘미친듯이 바쁘고 지친 삶’에 하나의 깊은 성찰을 주며, 아울러 참다운 삶과 행복에 대한 하나의 이상적인 대안을 제시해주고 있는 것이다. 부탄은 전쟁이나 근대화혁명과 같은 급격한 변화 없이도 어질고 현명한 왕이 스스로 민주주의에 찬성한 세계 유일의 나라다. 지금도 부탄은 왕정국가이지만, 국민을 ‘행복지수’로 통치하고, 전세계에서 멸종위기에 처한 동식물들이 가장 많이 자라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들의 단순하면서도 간결한 생활방식은 한 차원 높은 숭고한 삶의 방식이기도 하고, 부탄인들은 누구나 겸손과 침묵과 배려가 온몸에 배여 있다. 지구상에서 가장 매혹적인 낙원의 삶은 느리고, 침묵과 겸손과 배려가 가득한 공동체의 모습을 보여준다. 부탄사람들이 소유 앞에서 자유롭고, 사람에 대한 배려와 나눔에 익숙한 것은 근본적으로 그들이 삶과 죽음을 대하는 태도에 있다. 부탄 사람들에게 죽음은 자연적인 하나의 일상적인 기능이자, 긍정적인 삶의 단계이다. 불교국가로 윤회를 믿는 그들에게 죽음은 다음 생을 위해 통과해야 할 과정이다. 오히려 죽음이 커다란 카르마 바퀴를 돌릴 수 있는 기회로 여긴다. 부탄에서는 조금 더 자주 실제 죽음과 마주치게 된다. 그래서 부탄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죽음을 더 쉽게 편하게 받아들인다. 불교에서는 매일 죽음을 5번 이상 생각하도록 가르친다. 사실 부탄은 매우 작고 가난한 나라이다. 하지만 그들은 행복하다. 그것은 아마도 이 책 끝부분에 나오는 죽음을 직시하는 태도 때문이 아닌가 한다. 저자는 마음의 안정을 얻을 수 있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 죽음을 직시하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죽음에 대한 마음가짐을 다듬은 다음에 할 일은 두 팔과 두 다리를 가진 것에 감사하고, 우리가 숨 쉴 수 있는 공기가 있음에 감사하고, 살아 있음에 감사하라고 말한다. 결국 이 책 속에서 마지막 지상낙원이라고 알려진 부탄사람들은 단순하고 간결한 삶과 나눔과 배려의 문화 참다운 행복과 진정한 삶이 있다는 사실을 깊은 울림을 통해 전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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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와 경쟁이 치열한 현대사회에서 부탄은 현대인들이 그리는 이상향중에 한곳일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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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 날씨, 종교 등의 이유로 외부세계와 대체로 차단된 역사를 가진 부탄은 그들만의 독특한 문화를 형성한, 서구 문화에 익숙해진 우리에게는 낯선 사고와 생활 방식을 지켜왔던 나라이다. 부탄의 이러한 사정을 읽으면서 예전에 다니던 교회에서 전도사님이 해주었던 얘기가 생각났다. 한국전쟁 당시 그의 조부모님들은 산속 깊은 아주 외진 마을에 살고 계셨던 관계로 그 처참한 역사의 순간이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가운데서도 아무 일 없이 평탄하게 그 시기를 지나오셨다는 것이다. 물론 지금은 그곳도 많은 변화가 있겠지만 자연적인 고립으로 인해 생겨난 국지적 문화는 나름의 장점이 있는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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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추천사 중에 ‘이 책은 한편으로는 아름다운 러브스토리이며, 한편으로는 인생지침서이고, 한편으로는 완벽한 여행 가이드북이다.’라는 구절이 있다. 이 문장만큼 이 책을 잘 나타내는 말은 없을 것 같다. 「부탄과 결혼하다」에는 오래된 민담속의 사랑이야기처럼 신비하고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도 담겨있고, 빨리빨리를 외치며 사는 현대인들에게 인간 본연의 삶의 방식을 일깨워주는 인생의 가르침도 담겨있으며, 부탄의 다양한 문화와 사람들의 이야기도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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