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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중은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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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벅저벅 촛불중이 걸어온다. 海자 화인(火印)이 찍힌 발에는 가죽신을 신고, 苦자 화인이 찍힌 발의 가죽신은 벗어 머리에 얹은 채, 촛불중이 내 가슴위로 저벅저벅 걸어온다. 혀끝으로 달콤한 솜사탕을 맛보고 있는 나에게 촛불중은 이렇게 말했다. ‘마른 늪에 고기나 낚으러 갈까?’ 촛불중은 내 손에 낚싯대를 쥐어 주고는 히쭉 웃었다. ‘너를 미끼로 고기를 낚는 거야!’ 나는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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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벅저벅 촛불중이 걸어온다. 海자 화인(火印)이 찍힌 발에는 가죽신을 신고, 苦자 화인이 찍힌 발의 가죽신은 벗어 머리에 얹은 채, 촛불중이 내 가슴위로 저벅저벅 걸어온다. 혀끝으로 달콤한 솜사탕을 맛보고 있는 나에게 촛불중은 이렇게 말했다. ‘마른 늪에 고기나 낚으러 갈까?’ 촛불중은 내 손에 낚싯대를 쥐어 주고는 히쭉 웃었다. ‘너를 미끼로 고기를 낚는 거야!’ 나는 그만 울고 말았다. ‘누구나 거치는 문(門)이 있습지. 그 문은 들어도(入) 나도(出) 똑같습지. 안과 밖의 구분이 없습지. 그래서 무문(無門)입습지. 그 문을 열기 위해서는 어부가 되어야 합습지. 울지 마십습지. 마른 늪에 고기나 낚으러 가십습지.’ 저벅저벅 촛불중이 내 입속으로 걸어 들어왔다. 나는 차라리 눈을 감았다. 그가 나가기를 기다려 본다. 하지만 곧 포기한다. ‘삶이란 구름을 바닷물에 적셔먹은 맛입습지.’ 눈을 감았다 떴을 뿐인데 마른 늪 같은 내 가슴에 苦의 발자국이 말갛게 찍혀 있었고, 비임(空)으로 꽉 채워진 신발 한 짝이 댕그맣게 놓여져 있었다. ‘Nunc Scripsi Totum Pro Christ Da Mihi Potum' 나는 지그시 미끼를 물었다.
s**********e 2003.09.06. 신고 공감 8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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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조어론] 죽기 전에 읽던가, 품에 안고 죽던가
"[칠조어론] 죽기 전에 읽던가, 품에 안고 죽던가" 내용보기
문득! '내가 죽기 전 꼭 보고 싶은'이라는 문장에 어언 15년이 다 되어가는 소싯적 일화가 문득! 떠오른다. 때는 하릴없이 술 먹기에도 지친 평일 오후, 아마도 수업을 빠졌는지 어쨌는지, 당시 일과나 다름없이 자취방에서 과 선배와 책노름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요즘 열심히 사는 학생들을 보면 참 대견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고, 후회도 살짝 되는데, 암튼 당시에는 그렇게 놀았
"[칠조어론] 죽기 전에 읽던가, 품에 안고 죽던가" 내용보기

문득! '내가 죽기 전 꼭 보고 싶은'이라는 문장에 어언 15년이 다 되어가는 소싯적 일화가 문득! 떠오른다. 때는 하릴없이 술 먹기에도 지친 평일 오후, 아마도 수업을 빠졌는지 어쨌는지, 당시 일과나 다름없이 자취방에서 과 선배와 책노름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요즘 열심히 사는 학생들을 보면 참 대견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고, 후회도 살짝 되는데, 암튼 당시에는 그렇게 놀았더랬다. 책노름이 뭔고 하니, 주머니 탈탈 털어 라면에 소주 한 잔 살 돈이 없는 가난뱅이나 꼴에 전공이 문과랍시고 욕심껏 사서 쟁여둔 책이 책장을 채웠으니, 그 책들을 걸고 고스톱을 치는 게다.

 

참 한심한 노릇이지만 당시 각자 살 돈은 없고 상대방 책장에는 있는 책들이 눈에 들어오기도 했던바, 매번 판을 벌이기 전에 작가 누구누구 책을 거는가에 따라 판에 임하는 자세가 달라졌다. 독서는 게으른 놈이 어디서 들은 풍월은 있어서 박상륭 저작라면 괜시리 몰라도 아는 척 읽은 척 했다. 박상륭은 참고로 그의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는 비평가나 기자가 없어 독자에게 소개가 되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는 천재랄지 광기랄지 기인에 가까운 작가이다. 그의 작품을 읽기 시작하면 단편집 <아겔다마>나 <열명길>을 시작으로 결국 <칠조어론>에 다다라야 하는데... 

 

<죽음의 한 연구>까지는 어찌어찌 사다놔도, <칠조어론>은 좀처럼 사는 학생들이 드물었다. 아무래도 사뒀다가 골동품처럼 묵힐 수밖에 없으리라, 는 현실적 판단에 이상을 넘어선 데에 따른 것이었으라 본다. 4권 세트를 딱 꽂아두면 나름 어깨에 힘이 들어가기는 하였으나, 남들이 뒤에서 허세라고들 비웃고는 했다. <칠조어론>은 한때 '일주만에 면벽수련하면서 독파!'라는 일화가 화제가 될 정도로 난공불략의 책이거니와 대략   예스24 제공으로 간략하게 소개를 하자면 아래와 같다.

 

인간과 우주의 생성과 그 진화, 존재의 비의와 변형의 진의를 절정의 정신으로 탐구한 우리 문학 최대의 형이상소설.'죽음의 한 연구'에 이어 선통 제칠조에 오른 주인공의 도도한 법설을 통해 작가 박상륭은 불교와 기독교,밀교와 연금술, 신화와 설화,상징과 역사를 뒤범벅하여 이 세계와 삶,세속과 초월,차안과 피안의 구조를 해명한다. [YES24 제공]

 

 단 넉 줄 소개에도 어질어질하고 구토가 나오지 않으시는가. 잡설이 너무 길었다. 결국 난, 그 <칠조어론>을 땄다! 나와 늘 붙어다니면서 술을 마시는 선배가 이 책을 읽을 일이 거의 전무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으므로, 그렇게 위안을 삼고, 미안하지는 않았다. 지금도 뭐.. 그러하다. 물론 손자병법  제 11계처럼  '살을 주고 뼈를 취'하는 식이었다. 즉 내 책장도 물론 많이 허물어지기는 하였다. 이후 잦은 이사와 물난리통에 세월이 흐르면서 책은 아무 말없이 내 앞에서 사라졌다.

 

왜 난 갑자기! 이제와 이 책이 떠올랐는지 모르겠다. 아무려나 내 오래 묵은 꿈이 되살아나는 겐가. 그렇게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게지 싶다. 물론 돌아간다면 술은 좀 줄이고, 책장에 사둔 책만큼은 읽고 싶다. 내일이면 또 깜박 잊을지 모를 하나마나 한 소리가 될 지 모르지만 넉넉하게 시간을 두고 도전을 해봐야겠다. 벽돌처럼 굳은 베란다 라면상자들을 열어보면 한 두권 튀어나올지 모르겠다.*



b******n 2012.10.24. 신고 공감 4 댓글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