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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에 못박힌 마음으로...
"십자가에 못박힌 마음으로..." 내용보기
어릴 때 내 책상의 책꽂이에는 친척집에서 얻어 온 오래된 12권의 전기전집이 있었다. 책은 좋아하는데 별로 읽을 책이 없던지라 세계 각국과 우리나라의 위인들의 이야기를 수도 없이 되풀이해서 읽었고, 전체 내용 까지는 아니더라도 각 인물에 대해 깊은 인상을 받은 내용들은 그 후로 지금까지의 삶 동안 많은 영향을 줬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전기는 가장 기
"십자가에 못박힌 마음으로..." 내용보기

어릴 때 내 책상의 책꽂이에는

친척집에서 얻어 온 오래된 12권의 전기전집이 있었다.

책은 좋아하는데 별로 읽을 책이 없던지라

세계 각국과 우리나라의 위인들의 이야기를

수도 없이 되풀이해서 읽었고,

전체 내용 까지는 아니더라도 각 인물에 대해

깊은 인상을 받은 내용들은

그 후로 지금까지의 삶 동안 많은 영향을 줬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전기는 가장 기피하는 쟝르가 되었다.

인간의 삶이라는 것이 보는 관점에 따라 전혀 다르게 해석되기에,

책에 나온다고 해서 모두 옳은 게 아니라는 점을 알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내가 어릴 때 읽었던 위인들 중 상당수의 실체는

책의 내용과 180도 다른 인물이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특정 인물을 우상시하여

인간이기에 가지는 단점까지 덮어버리고 삭제를 시켜 놓았다.

이런 점은 자서전이라는 쟝르가 가장 심각하다.

우리나라 저자들이 자신의 삶에 대해 저술한 책의 목적은 대부분이 '홍보'이다.

미사여구로 윤색된 그 책들을 읽으면 독자들은

오히려 그 인물에 대해 오해를 하게 될 정도이다.

(1995년 베스트셀러인 「신화는 없다」라는 책은 그 대표적인 예이다.)

그런데 서구 사람들이 기록한 전기나 자서전은 전혀 다르다.

독자가 읽으면서 낯이 뜨거워질 정도로

그 인물과 자신의 과오를 솔직하게 드러낸다.

독자들은 이 책들을 통해 이들 또한 실패해서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는 과정을 통해 인물이 되었음을 배울 수 있다.

「아직 끝나지 않은 길(Unfinished Agenda)」은

레슬리 뉴비긴(Lesslie Newbigin. 1909-1998)이라는

20세기 대부분을 선교사이자 선교신학자로 살아온 분의 자서전이다.

인도에서 오랫동안 선교사로서 활동했고,

교회의 하나됨을 주장했던 에큐메니컬 운동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감당해 온 분이다.

역사학자 에릭 홉스봄이 '극단의 시대(Age of Extremes)'라고

지칭했던 20세기는 두 차례의 세계대전으로부터

수 많은 일들이 인류 역사에 벌어졌던 시대이다.

혼돈 가운데 지난 시대까지 오랫동안 진리라고 믿어왔던 기독교 신앙은

한낱 시대에 뒤떨어진 잡소리 정도로 취급을 당하게 되었다.

수 세기 동안 청교도 신앙과 대각성 운동으로

세계 기독교의 중심 역할을 감당해 온 영국교회를 비롯한 서구 교회는,

지금 그 어떤 위험보다도 심각한 '세속화'라는 적과의 혈투를 벌리고 있다.

35년이란 긴 세월을 선교사로서 지내다가

은퇴하여 돌아온 레슬리 뉴비긴에게 있어

영국은 다시 복음이 선포되어야만 할 선교지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이 책은 레슬리 뉴비긴이 지난 세월의 기록들을 바탕으로

자신의 사역과 삶에 대해 정직하게 기록해 놓은 귀한 책이다.

선교사가 되기 까지의 준비,

남인도에서 교파를 초월한 하나의 교회로의 연합,

세계 기독교의 연합과 선교사 은퇴 후

다원주의 사회에서의 새로운 선교사역까지 총체적으로 담고 있다.

읽으면서 무척 놀라웠다.

그의 삶은 갈등과 어려움을 극복하는 수 많은 수고와 인내의 연속이었다.

한 사람이 어떻게 이 많은 수고들을 감당할 수 있었을까?

하나님께서는 먼저 뉴비긴 자신을 온유한 사람으로 만드셨고,

때가 되어 과업들을 맡기시고 감당할 지혜와 힘을 주셨다.

뉴비긴은 '과연 내가 이 일을 감당할 수 있을까'라는 관점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맡기신 일은 무엇이든 한다'는,

진정한 종의 자세로 이 모든 일들을 감당해 왔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표현을 빌리면, 진정한 성도란

결국 '십자군의 마음이 아니라 십자가에 못박힌 마음'으로 사는 사람이다.

책을 읽으면서 녹슬어 없어지기 보다 닳아서 없어지길 기도했다는

휫필드의 말이 계속 떠올랐다.

진정한 '평화의 도구'로 길 잃은 오늘날의 기독교인들에게

등불을 비춰주는 귀한 신앙 선배를 만나 너무나 감사하다.

f********h 2012.07.11. 신고 공감 0 댓글 0